다이아몬드를 2백 47개 박은 명품(?) 핸드폰이
옥션에서 1천5백1만원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당신은 누구신가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핸드폰을 살까 무척 궁금했다.

이 휴대전화는 삼성 애니콜 ‘SPH-E3200’ 모델을 개조한 것으로 휴대폰 전면을 18K 금판으로 씌우고 이 금판 위에 247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중략) 그는 또 “외형만 고급스럽게 변화시켰을 뿐, 성능은 기존 애니콜 휴대폰과 같다”며 “보석을 박겠다는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명품시계인 ‘테크노마린’에서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이 시계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금 세공자, 엔지니어 등 10여명이 3개월 동안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2/3 기사 일부)

이 흔한 모델에 금칠을 하고 다이아몬드를 박아서 팔다니.... 또 사다니....
그것도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고....

이 기사를 보고 별별 생각을 다했다.

" 잃어버리면 어쩔려구 그러지? "
" 다이아몬드 떨어지면 어쩔려구 그러지? "
" 머리핀에서 큐빅 떨어지면 AS해주는 것처럼 다이아몬드도 떨어지면 다시 박아줄까?"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 비슷한 프로에서
옵티마를 캐비넷만 바꿔서 감쪽 같이 짝퉁 BMW를 만들어 주는 카센타가 나왔었다. 다이아몬드폰 사진을 보면서 그 옵티마 또는 짝퉁BMW가 생각났다.

다이아몬드폰의 주인도 가슴은 텅 비지 않았을까?
이런거라도 사서 자랑하고 싶은....
나 좀 쳐다봐 달라고 데모라도 하고 싶은....

자기 돈 자기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할 말 없다.

근데...안타까운건 대한민국이라는 특이한 나라엔
이런거 더 비싸게 팔아도 살 사람이 넘쳐 난다는 거다.
이 기사 보고 "내가 살껄!" 하고 아쉬움에 다리를 탁 치는 사람들도 있을꺼다.

온갖 명품 다 들고 다니면서,
핸드폰 사용료를 몇달 못내서 착신 금지가 된 여자애를 본 적이 있다.
월급을 몽땅 백화점에 갖다 바치고,
카드로 몇달 월급을 땡겨서 핸드백을 사고,
우아한 외모가 빛나지만
핸드폰은 착신 금지되어 있고,
쓸 수 있는 카드는 하나도 없고,
지갑엔 만원 한장 없는 애.

그렇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을까?

다이아몬드폰이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란다.
이런거 몇개 사도 은행 잔고에 티도 안나는 그런 사람이...
어설프게 명품 밝히는 누군가가 사서
24개월 할부로 우울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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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03-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다 "소외" 되서 그런거쥬. 과시욕과 타자의 욕망이 매개될 수 밖에 없는 자기만족형 욕망이 화학반응을 일으킨거쥬...그러면 그럴 수록 자본의 길에 흡수되며 자신은 소외되는 거쥬. 그래 봤잔데....

marine 2005-03-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블린의 현시적 소비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그런데 재밌는 건 이 현시적 소비는 돈이 남아 돌고 주체할 수 없는 이른바, 무지하게 부자인 사람들이 남과 다르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도 돈을 펑펑 쓰므로써 재력을 과시하는 행동인데, 대체 핸드폰비도 못 낼 사람들이 명품에 환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옛날 어떤 주간지에서 한 달 내내 라면으로 연명하고 명품 가방 산다는 골빈 여자애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대체 그런 여자를 왜 기사로 내보내는지... 명품을 입으면 자신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거라더군요 그런데 그 투자를 위해 먹지도 못하고 거지처럼 살다가 옷이나 가방만 매면 갑자기 신분상승을 하는 걸까요? 매스 미디어에서 오히려 조장하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moonnight 2005-03-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이해못할 사람들이 넘 많아요. ㅠㅠ 어쨌든 추천 -_-;;

nemuko 2005-03-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저걸 보면서, '틈새에 먼지 많이 끼겠다. 그럼 이쑤시게로 파줘야 하나?' 왜 이런 생각만 드는건지....

2005-03-04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3-0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삼성 이건희도, 나도, 빌게이츠도 모두 하루 밥 세끼 먹지요. 이건희는 돈 많다고 하루 열끼 먹겠습니까? 그래봐야 밥세끼 먹는 것을...

kleinsusun 2005-03-0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맞아요. 자기만족형 욕망. 근데....다이아몬드로 치장한 핸펀 모델은 곧 구식 모델이 될텐데 저 다이아몬드는 다 어쩌죠? ㅋㅋ
나나님,라면 먹으면서 명품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참.... 제 주위에 그런 여자애가 있어서 지켜 봤는데 명품 싸이트를 보며 명품과 눈팅을 할 때 젤 행복해 보인답니다.텅 빈 구찌 지갑...ㅋㅋ

kleinsusun 2005-03-0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그 사람들도 맨날 책 사는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을 꺼예요.ㅋㅋ
numuko님, 아.....그 생각은 못했네요. 맞아요.다이아몬드 틈새에 먼지 끼면 금새 지저분해 지겠어요. 예리하시군요.
강쥐님, 강호동 같은 덩치들은 다섯끼는 먹지 않을까요? ㅋㅋ 명품에 환장하며 돈에 목숨거는 사람들 보면 안스러울 때가 있어요.

부리 2005-03-0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나빴던 게 맞습니다. 수선님, 죄송합니다. 어찌되었건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해요^^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KBS 주말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울 엄마가 즐겨 보는, 열심히 시청하는 드라마다.
나도 가끔 같이 본다.
사실....재미있다.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톡.톡.톡!
작년인가?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하도 펑펑 울어 월요일 아침 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김수현 드라마는 위력적이다.
시청률을 일으키는 마법사 같다.

그런 김수현의 커다란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 전상서>를 보면 더 걱정 되고 화가 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하도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상한 인물은 아리(사진 오른쪽) 아버지와 "같이 사는 여자"다.

큰 회사 회장인 아리 아버지는 비서 같은 여자와 "같이 산다".
이 여자는 같이 살면서도 아리 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아리를 "아가씨"라고 부른다.
(회장님께서는 같이 사는 여자를 "이 사람" 또는 "자네"라고 부른다.)


이 아줌마의 "아가씨"라는 대사를 들을 때 마다 헛갈린다.
"내가 지금 사극을 보고 있나?"

이 아줌마의 역할은 "아내+비서"다.
이 아줌마는 아리 아버지의 "편리"를 위해 태어난 존재 같다.
도대체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사는걸까?
같이 사는 남자의 딸을 "아가씨"라 부르며?
꼭 노예 같다.


이런 대사도 있었다.

여자 : (회장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회장님 :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누워서)
"자네 소원이 뭐야?"
여자 : (방긋 웃으며)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래도?
여자 : 정말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라니까.... 이 사람아.
여자 : 아리 아가씨가 회장님 손주 낳는거요

아.....정말 이렇게 사는 여자가 있을까?
사극에서 월단이가 영감나으리 다리 주무르는 거랑 별로 다른게 없다.

도대체 이런 설정이 드라마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걸까?

아리는 엄마 없이 자란 부잣집 외동딸, 철 없고 버릇 없는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이 아리라는 여자도 참 이상하다.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언뜻 보면 자기주장이 강한 것 "처럼" 보인다.


왜냐면....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시 선 말들을....
상대방이 KO당하는 잔인한 말들을 쉴 새 없이 툭.툭.툭....

그래서 남자들이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왜 그렇게 여자들이 "드세냐"고 말하기도 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삐딱한거지 자기주장이 강한게 아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기존중감"이 전혀 없다.


아리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시부모님에 시고모,시동생까지 같이 사는 집에서 북적거리며 산다.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을까 고민하면서...
아리의 "자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동생이 결혼하자 동서와 "경쟁"을 벌인다.
쓸데 없이 얄미워하고 경쟁구도를 만든다.
남자들의 서열에 따라 수직관계가 된 아리와 미연.
아리는 미연에게 반말을 틱틱 쓰며 간섭한다.
미연이 자기에게 복종적이지 못함에 화내고,
미연이 자기에게 친절하지 않다고 욕하고....

도대체 유능한 젊은 여자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좁은 부엌에서 몇명씩 아침 준비를 한다고 요란을 떨고
(정말 비생산적이다. 돌아가면서 하던지...)
시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고,
쓸데 없이 동서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미연 또한 마찬가지다.
결혼해 달라고 난리를 쳐서 결혼을 하고,
식구 많은 집에서 "손빨래"를 하고,
고집세고 약간 모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미연에게서도 "자아"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여자.

고모인 김보연은 또 어떤가?
4대 독자랑 결혼해서 살다가 애를 못 낳자
"스스로" 남자를 떠나 혼자 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자기존중감"이 결여된,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가부장제 "룰"을 지켜며 서로 치고박고 경쟁하는,
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이기에 더 화가 난다.

김수현 작가님!
제발 "자기존중감" 을 가진,
진정 자기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여자들을 등장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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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미치죠, 미쳐 김수현 드라마를 좀 생각하면서 보려면 속에서 열불이 난다니까요 그냥 툭툭 던지는 대사 들으면서 재밌네, 이렇게만 봐야죠 김수현 이 여자,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은 글 써서 자아성취 하고 잘 사는데, 정작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결혼하면 자기 일 버리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걸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죠 제가 보기에 이 여자는 나이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대가족 제도 하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순종하고 며느리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 인물들을 뜯어 보면 진짜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이 여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는 죄다 싸가지 없고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데, 반면 남자들은 착하고 순종적이고 어른에게 예의바른 한 마디로 사람이 됐죠 이 올바른 남자와 싸가지 없는 여자가 결혼으로 결합하면 여자는 자기 직업 버리고 대가족 제도 하로 들어가 모진 시집살이를 통해 새사람으로 되살아 납니다 거의 전형화 된 공식이죠 김수현이 이미 60이 넘은 할머니라는 걸 생각해 보면 가부장적인 옛 가족 제도를 그리워 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그녀의 드라마가 워낙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화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kleinsusun 2005-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래요. 싸가지 없고 건방진 성격으로 설정된 여자들.그런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일을 때려치고, 시집살이를 해요.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든 엄청 커다란 대가족 속에서... <내 사랑 누굴까>의 이승연,이태란. <부모님 전상서>의 송선미 다를게 없어요. 정말 화난다니깐요.

로드무비 2005-03-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에게 성실성의 덕목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아요.
오로지 능력과 매력이죠.
그것도 비틀린 매력, 냉소.
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고.
'파탄'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그녀의 드라마속 사람들과 줄거리를 보면......

kleinsusun 2005-03-0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요.
또 구차한 모습에 대한 시선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비웃음에 가깝고...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가 재미있어서 봤는데 화가 나서 못 보겠어요.
왜 그렇게 여자를 비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암리타 2005-03-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씨는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는 드물게 인기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독립적인 여성을 그리는 듯 하면서도 기존 가부장적인 질서위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가는 여성의 비애(?)같은 걸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렸을 때는 무척이나 재밌게 본 드라마 대부분이 그분의 작품인데
이제는 다소 황당하고 거침없이 내뱉은 그녀만의 장기가 이제는 그녀의
아집과 독설처럼 느껴지네요. 하지만, 여성권리를 주창했던 분들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면 어느새 기존 보수적관을 답습하는 모습같이 그분 역시 지쳐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드라마 작가로 드물게 자신만의 세계와 매니아를
가진 몇분 안되는 분이라는 점은 우리가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moonnight 2005-03-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표 드라마. 어렸을 적엔 참 재밌게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피하게 되더군요.
일단 대사가 너무 많은데 치고받고 싸우는 듯 들려서 듣고 있자면 귀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요. ㅠㅠ

코마개 2005-03-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내사랑 누굴까의 이승연...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하고선 밤에는 우아하게 누워 세계 정치인지 뭔지 읽으며 서계평화를 걱정하더군요. 시플..제가 아니 저년은 왜 동서한테 반말하고 지랄이야? 그러자 신랑이 하는말.."손 아랫 사람 이니까" 그러길래 "그럼 시동생한테도 야, 밥먹어해야지 걔는 손 위사람이냐?"그랬죠. 정말 대가리는 장식인가...

2005-03-03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카톨릭대에 심리학과 대학원(야간)이 생겼기에 다녀볼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성형외과 의사인 한 선배와 얘기하다가 내가 정신과에 막대한 관심을 보이자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 걔네(신경정신과 의사들) 책 쓰고 방송에 나와서 떠드는거 다 구라야. 걔네가 뭐 환자를 상담해서 치료하는지 알아?
요즘에 좋은 약이 얼마나 많은데.....우울증 치료제도 얼마나 많은지 알아? 걔네 다 약물치료해.방송 나와서는 말 많이하고...."

선배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몰라도,
그 말을 듣고 많이 실망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런거야?"

<사람 풍경>은 몇년에 걸쳐 정신분석을 받은 김형경이
자신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발견한 자기 자신을
소재로 쓴 "아마츄어 정신분석"이다.

이 책은 <무의식>,<사랑>,<대상 선택>,<투사>,<콤플렉스>,<자기애>등 주제별로 쓴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자신,주변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정신분석이라는
"tool"로 단정지어 얘기하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친절한 사람을 보면 친절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고,
칭찬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말로써 타인을 움직이려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책에 나온 사람들이 불쌍하다.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재단" 당하다니....

읽으면서 막 화가 났던 부분도 있다.

뉴질랜드 여행 중에 담배가 떨어진 김형경.
담배를 피우고 있던 마오이족 여자한테 담배를 빌렸다.
잠시 후 그 여자는 김형경한테 담배를 하나 더 권하며 활짝 웃었다.
그 여자의 친절을 김형경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때 그녀는 다만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친절 정도가 아니라 담배를 준다는 행위에서 그토록 기쁨을 느끼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대해 기뻐하는 심리,그런 행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자의 마음에 닿는 것 같았다.그것은 중독에 취약한 사람의 특성이기도 했다.(p102)

아...그럴리 없겠지만 담배를 빌려준 마오이족 여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좋은 마음으로 담배 빌려 줬다가 별것도 아닌 일에 "존재 가치" 얘기까지 듣다니....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뭐가 그렇게 다 이유가 있는지....
뭘 그렇게 다 "정신분석"에 맞추어 설명을 하려 드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때굴때굴 구르면서 웃은 적도 있다.

한밤에 전화해서 서너 시간씩 고통을 호소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상담해주기를 바라는 후배가 있었다.그와 전화 통화를 서너 번 반복한 다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서운하겠지만 잘 들어.지금 네가 원하는 것은 나의 조언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야.그것도 유년기의 아기가 환상 속에 창조해둔 이상화되고 미화된 엄마의 보살핌이야.그러니 아무리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어.이런 일이 계속된 후에 네가 도달하는 곳은 문제가 해결되는 곳이 아니라 나에 대해 화가 나는 지점일 거야.네 안에 억업되어 있는 엄마에 대한 분노를 내게 투사하게 될 거야.네속에서 엄마를 부르며 투정하는 아기는 다른 누구도 보살펴줄 수 없어.성인이 된 네가 스스로 보살펴야 해."
(p96)

아...정말 너무 한다.
힘들어서 전화한 후배에게 정신분석 이론 강의까지 하다니...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을 "재단"하고야 마는 김형경은
스스로 자신의 이런 경향을 알고 있다.

이유 없이 저항감을 안게 되는 부류의 사람이 또 있었는데 그것은 가르치고 지배하려는 말투를 가진 사람,자신의 가치관으로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는 사람,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다 안다는 듯한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었다.그것은 내 엄마의 특성이면서동시에 나의 내면에도 있는 것이었다.(p140)

나도 김형경의 "단정적인 글쓰기"에 저항감을 느낀다.
칭찬을 들으면 그냥 기분 좋게,
친절한 사람을 보면 그냥 감사하게,
주위 사람들을 분석하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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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2-2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분석학의 매력에서 한발 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게 바로 그런 단정적인 글쓰기였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별을 하나만 깍아 넷이나 줬는데..^^;; 이런저런 잣대에 맞춰 나를 돌아보고 남을 살펴볼 여유도 좀 생기더군요. 가슴 뜨끔한 대목도 꽤 있었구요. 암튼, 추천함다.

2005-02-27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27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2-2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선무당이 사람잡는거 아니겠습니까^^ "아전인수" 라고도 하지요. 정신분석이란게 다양한 케이스에 일정한 특징만을 잡아내고 분석하는거 아니겠어요.근데 원래 뭐하나 배웠다 싶으면 여기저기 다 한번 끼워넣어보고 싶어지는 것도 이해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원인과 처방을 밝히는 것 외에 심리학에 기대 사람의 열길물속을 알아낸다는게 가능할까요.개인적으론 불가능하다고 봐요.무슨 얼어죽을 존재가치야...기냥 벌린 손이 안돼보이니까 하나 빌려준거지.저도 예전에 담배 빌려줄때 존재가치 생각 하지 않으면서 기냥 주었는데...모르죠.소설하시는 분이라 ...

kleinsusun 2005-02-2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제가 별을 너무 박하게 줬나요? ㅋㅋ
속삭이신님, 책을 읽으며 제가 김형경이 아는 사람 아닌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또 무슨 유아기의 트라우마, 항상 웃는 얼굴이라는 "방어기제"를 쓰는....하고 등장했을지도 모르쟎아요.ㅋㅋ

kleinsusun 2005-02-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드팀전님 표현 너무 후련해요! "얼어죽을 존재가치" 그죠? 담배 빌려달라 그래서 담배 빌려 줬으면 감사하면 되지, 무슨 "존재가치" 얘기 까지.... 뭐 하나 배웠을 때 여기저기 다 한번 끼워넣어 보고싶은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모든게 다 유아기 때 엄마와의 관계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단정하는거...넘한 것 같아요.

icaru 2005-02-2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에 공감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님의 이렇게 솔직한 글을 대하니... (님은 항상 솔직하게 쓰시기는 하지만...) 추천이요!! 히힛...

니르바나 2005-02-2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얼마전 입적하신 숭산스님께서 주신 화두가 필요한가 봅니다.
"오직 모를 뿐"
수선님의 글을 조용히 잘 읽고 있습니다.

kleinsusun 2005-02-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니르바나님 감사합니다.
"오직 모를 뿐"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요.

moonnight 2005-02-2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도 사람풍경의 리뷰를 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 써도 되겠네요. 수선님께서 하고픈 말을 다 해 주셨습니다. ^^
김형경작가의 '사랑을 선택하는..' 이나, '성에'를 읽었을 때의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 여전하더라구요. -_-;
솔직, 담백한 리뷰 감사해요. ^^
월요일입니다. 2월의 마지막날이구요. 행복하세요! ^^

kleinsusun 2005-02-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안녕하세요!
Notre Dame de Paris 보고 moonnight님 생각했어요.뮤지컬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내일 쉬네요.넘 좋아요. 가뿐한 월요일 보내세요!

바람구두 2005-03-1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은 다소 박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글 자체는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잘 쓰셨는걸요. 다만... 누군가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단정이 아닌 척해도 또 하나의 단정일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은 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거겠죠. 문제는 얼마나 용기가 있느냐 보다, 그 단정적인 언사를 좀더 교묘하게 구사하거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건데... 일단 전 설득되었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천하고 가구요. 첫 인사 드리는 것 같습니다. 반가워요.

kleinsusun 2005-03-1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안녕하세요!
바람구두님 글은 항상 잘 읽고 있어요.홈피에도 가끔 들어가구요.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미뽀 2005-03-23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100% 공감합니다.
특히, 주변인들을 tool로 접하는 글쓴이의 방식에는 진저리가 쳐지더라구요. 여행하는 내내 저런 생각을 하고 다녔다면 얼마나 피곤했을까 싶더군요. 주제에 맞는 문제점을 가진 사람들이 제때제때 나타나준것도 신기하고.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원.

kleinsusun 2005-03-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enign님, 안녕하세요. 서재에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님의 코멘트가 있네요.
정말 그렇죠? 주제에 맞는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요.
제가 주변 사람이 아니라는데 안도를 했던 기억이...ㅋㅋ
행복한 봄날 보내세요!

thd388 2005-08-25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글에 100% 공감, 책 읽는 동안 가졌던 화냄이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사그라졌네요.
 



2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Notre Dame de Paris
아시아 첫 공연을 보다.

이 공연을 기획한 회사 AIM의 마케팅 팀장이
첫공연에 초대해 주었다. 감동했다.

나를 초대해준 사람은 바로.....봄봄님이다.
2년 동안 변함 없이 내 글에 애정을 보여준,
내 어설픈 글들을 읽고 날 염려해 주고 응원해 준 고마운 봄봄님.

봄봄님을 보면서 느낀다.
꾸준함과 성실함의 엄청난 힘을....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문턱 바로 앞에서 지쳐 버린다.
그렇게 힘겹게 노력해 놓고,
한번만 두번만 더하면 닿을 수 있는데
문턱 바로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봄봄님은 자신의 길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다른 길들의 유혹을 겪으면서도,
한번도 다른 길을 쳐다보지 않았다.

언젠가 봄봄님에게 이런 구박을 한 적이 있다.
" 제발 좀 돈 되는 일을 해요!"
부끄럽다. 왜 주제 넘게 그런 말을 했을까?

서양화를 전공하는 후배가 있다.
세상일 아무 것도 모르고 그림만 그린다.
그 흔한 증권 카드도 하나 없다.
주식을 어떻게 사고 파는지 모른다.

그 후배에게 어줍쟎은 충고를 했다가 후회한 적이 있다.
" 예술가들도 생활인 아니야? 경제 흐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야? "
이 말 하고 나서 잠 못자고 후회했다.
그 후배에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내가 봄봄님에게 했던 주제 넘는 말이나,
후배를 아프게 했던 말이나,
다 내 열등감, 그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지 못하는
나의 용기 없음에 대한 열등감의 산물이다.

그들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그들처럼 소신 있고 용기 있게 살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한 말이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봄봄님에게, 후배에게 정말로 미안하다.

Notre Dame de Paris
아시아 첫공연. 세종문화회관 로비는 TV에서 자주 보던 유명인들로 넘쳐 났다.

앙드레 김. 아....앙드레 김의 화장은 나 보다 더 진했다.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것처럼 앙드레 김은 외국 대사, 대사 부인들을 잔뜩 초대했다.
로비에서 대사 부인들에 둘러 싸여 얘기하고 있었다.
세련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영어는 참.....전형적인 콩글리시에서 약간 더 촌스러웠다. 옷은 참으로 멋졌다.

이자도시...TV에서 보고 푼수 같다고 생각했는데, 참 세련되고 예뻤다. 훨씬 도시적인 이미지였다.

유인촌....드라마에서 본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늙으면서 더 멋있어 지는 것 같다.

모자를 눌러 쓴 김수철 아저씨도 보이고(키 정말 작더라...),
친근감 느껴지는 윤문식 아저씨도 보이고,
방송국 하나를 옮겨 놓은 것처럼 많이들 왔다.

8시 공연.
7시 50분에 입장을 하려 할 때,
표를 잃어버렸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았다.

주머니, 가방 다 뒤져도,
같이 간 동생의 주머니,가방을 다 뒤져도,
왔던 길을 도로 가 보아도 없었다.

아....패닉상태가 되었다.
초대해준 봄봄님에게 미안한 마음과
공연을 보고 싶다는 터질 것 같은 마음....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손에 들고 있었는데 흘렸나 보다.
바보,바보,바보!!!

봄봄님에게 전화를 했다.
입구로 달려온 봄봄님.
안내에게 표를 잃어 버렸다고 말해줘서 겨우 들어갔다.
아....봄봄님, 정말로 미안해요!

의자에 앉았을 때 정신이 없었다.
처음 10분 동안은 공연에 집중을 못하고,
나의 멍청한 행동을 비난했다.

그런데....공연이 너무도 대단해서
더 이상 딴 생각을 하는게 불가능했다.
배우들의 노래가 폐부를 찌르는 듯 했다.
노래가 정면으로 가슴에 부딪혔다.
이런 느낌....정말 오랫만이다.

Notre Dame de Paris를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애니가 있었다. 꼽추 콰지모도의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이 줄거리였다.
흉한 자신의 외모를 마음 아파하며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사랑,무조건적인 사랑.

사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 너무 거대해서,
그 시대적,문화적 배경과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 배경,
그 시대의 파리라는 역사적 배경을
영화나 애니에서 담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꼽추 콰지모도의 순애보라는 서정적 줄거리만 가져온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제의 뮤지컬은
어떻게 노래와 무용에 그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지....
짚시들의 외침이 그대로 와닿았다.
파리, 파리의 노트르담이라는 역사적 배경의 의미를
가슴에 울리게 절절하게 표현했다.

6명의 주연을 빼고는
모두 대사 한마디 없는 댄서들이었는데,
그 댄서들의 몸 동작 하나하나가 정말 위력적이었다.
짚시들 삶의 절절함이 그들의 몸 동작에서 흘러나왔다.

또 하나,
프랑스어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답고 절절한 노래들이 프랑스어 특유의 발음과 비음에 섞여
아름다움의 절정에 닿았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뻐근했다.
여전히 감동이 쿵쿵 가슴을 두드렸다.

오늘 아침에 공연 CD를 듣고 있으니,
어제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공연이 끝나기 전 한번 더 봐야 겠다.

봄봄님, 이 훌륭한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답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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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0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부러워요. ^^
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까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기사가 실려있더군요. 대사없이 노래만, 그것두 불어로 부르는데 재미가 있을까? 답은 있다더군요. ^^ 뮤지컬이 왜 MUSIC al 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공연이라구..
저도 보고파요. ㅠㅠ
 

헬스에 가면 자전거를 타면서 TV를 본다.
70개 넘는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맘에 드는게 있으면 정지한다.

오늘 SBS의 <돈이 보인다>는 프로를 봤다.
<러브 하우스>가 낡고 초라한 집을 최신 인테리어로 확 바꿔준다면,
<돈이 보인다>는 집이 아니라 생업의 공간인 가게를 바꿔준다.업종까지...

오늘의 의뢰인은 6평도 안되는 분식가게를 하는 부부였다.
하루 매출이 2만원도 안된다고 했다.
가게세를 몇달 내지 못해서 건물주인한테 가게를 빼라는 통지를 받았고, 초등학생인 딸 둘은 급식비를 못 내서 교무실에 불려 갔다가 둘이 마주쳤다고 한다. 전교에 급식비를 못낸 학생이 3명인데, 그 3명중 2명이 자매였단다.그 날 큰딸은 집에 와서 대성통곡을 했단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 이 부분에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분식집은 낡고 좁고 지저분했다.
메뉴는 김밥부터 동태찌개까지 이것 저것 많고
뭐 하나 딱 맛있는게 없는 집.

<돈이 보인다>에서는 이 부부를 "대박집" (동태찌개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집)에서 실습을 시키고, 몇가지 테스트를 거친 후 분식집 자리에 최신 인테리어를 갖춘 동태찌개집을 차려준다.

개업한 날, 손님들이 넘쳐나고 동태찌개를 먹는 손님들은 하나 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장사가 잘되면 중학생이 되는 큰딸 교복을 사주고 싶다고 말했던 부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애들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러브 하우스>,<체인징 유>,<꼭 한번 만나고 싶다>,<돈이 보인다>,<아시아 아시아> 이런 프로들.....이 프로들의 분명한 "순기능"을 인정한다.
분식집을 하던 가난한 부부처럼 가망 없던 가난에서 탈출할 구원을 만나기도 하고,
36년 전에 헤어졌던 오빠를 찾기도 하고,
이 추운 겨울에 불도 제대로 안들어 오는 침침한 방에 살던 할머니는 최신 주방에 뜨끈뜨끈한 방에 덤으로 전동식 휠체어를 선물 받기도 한다.
이 험난한 땅에 와서 온갖 설움을 겪던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10년만에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나기도 한다.

이런 프로가 없다면,
이런 프로가 있다해도 주인공으로 선택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엄청난 행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너무 심한 오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프로들을 보면서 감동할 때도 있지만 화가 날 때가 많다.
진행자들이 출연자들의 눈을 가리고,
커튼을 내리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몇번씩 반복하고,
36년 전에 헤어진 오빠를 만나는 애가 타는 동생에게
"오빠가 왔을까요? 불러 보세요! "
비트 강한 음악이 나오고 시청자들까지 조마조마하게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오빠가 나오고,
저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모가 커튼 뒤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10년 만에 만나는 아들을 기다려야 하고...

TV 프로는 재미있어야 한다.
시청률도 높아야 한다.
시청률 낮으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프로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어찌 보면 엄청난 행운을 "꽁짜"로 얻는 것 같지만,
결코 그 행운은 꽁짜가 아니다.
그 행운은 "정당한 출연료"다.

자신의 사생활을 완전히 드러내야 하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진행자가 커튼을 내릴 때 PD를 만족시켜 줄 엄청 놀라는 표정을 지어야 하고,
수도 없이 스스로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꿈 아니죠?" 말해야 한다.

이런 프로들이 없는거 보다는 있는게 좋다고 본다.

하지만....
"고맙지?고맙지? 눈물 나지?"
이런 식의 오버는 제발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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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2-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아는 어느 훌륭한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 갔는데 많이 아픈 아이가 있었고, 케이 모 방송국에서 이천만원인가 장학금 준다고 인터뷰 하재도 아이에게 상처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지요... 그놈의 돈이 방송국을 기고만장하게 하는가 봅니다. 오버를 계속 하는 거 보면...

kleinsusun 2005-02-2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오버 좀 살살했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좋으세요?" "기분이 어떠세요?" 앵무새처럼 계속 물어보는 진행자들,
마치 자신이 선심을 쓴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MC,
감동의 "절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출연자 발가 벗기기.
이런 프로들의 "순기능"을 분명히 인정하지만, 출연자들을 좀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개학하셨겠네요. 즐거운 새학기 시작하세요!

icaru 2005-02-2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이에요...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그들에게 엄청난 시혜를 베푸는양 하는 제작진들의 태도는 참말로 꼴셔요... !
언젠가 저도 <돈이 보인다>라는 프로를 늦은 저녁에 본 적이 있었던 거 같네요...
그때 눈쌀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는데....왜 였더라...아... 여러 지원자들 중에 경쟁을 시켜서... 한 가족만 선출시키더라고요... 텔레비전 프로라 그랬겠지만..... 경쟁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한껏 초라하고 주먹구구인양 부각시키고요...에휴..! 좀 잔인한 방식이다 싶었어요..

코마개 2005-02-2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싫은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정신 상태가 어떻다는 둥 그럼서 극기 훈련 시키고 그러면서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불어 넣어 준다 뭐 그러는데 정말 맘 불편 합니다.

암리타 2005-02-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라는 매체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는 만능 기계인처럼 보여 뒷맛이 씁쓸합니다. 그들 스스로 방송에 나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에 우린 얼마나 그들을 알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지 않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마음과 자세가 안되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게 되는 프로죠. 그들에게 이나마 행운을 줄 수 있는 프로라고 생각이 들지만, 웬지 상업적인 논리에 이끌려 흥미꺼리가 되어버린 배우처럼 그냥 좋게만 보이지 않네요ㅜㅜ

moonnight 2005-02-2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듯 하지요. -_-
맞아요. 저도 처음엔 저 사람들 봉 잡았네 -_-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수선님 말씀처럼 공짜행운을 얻은 게 절대 아니더라구요.
가끔은 시청자가 방송 당사자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ㅠㅠ

kleinsusun 2005-02-2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정신상태를 지적하면서 극기훈련을 시키는 장면.정말이지 마음이 불편해요. 어제 제가 본 프로에서도 분식집 부부 가게를 "쪽박집"이라고 표현하고, 잘되는 대형 식당을 "대박집"이라고 부르면서 비교하고, 분식집 부부에게 4만원을 주고 하루만에 12만원을 벌어 오라고 "특명"을 내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부에게 "안타깝다"하면서 왜 그동안 장사를 못했는지 "안되는 정신상태"를 지적하고.... 10일 안에 그들을 "개조"시킨다는 TV라는 권력의 오만한 발상. moonlight님 표현대로, TV를 보는 시청자가 출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저런 모습까지 보여주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보면서 미안하고... 무엇보다도 출연자들에게 "고맙지?고맙지? 이래도 안 울어?" 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영 마음이 불편합니다. 출연자들을 선택하는 제작진에겐 "권력"도 있겠지요.
TV는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