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울 엄마가 즐겨 보는, 열심히 시청하는 드라마다.
나도 가끔 같이 본다.
사실....재미있다.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톡.톡.톡!
작년인가?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하도 펑펑 울어 월요일 아침 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김수현 드라마는 위력적이다.
시청률을 일으키는 마법사 같다.

그런 김수현의 커다란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 전상서>를 보면 더 걱정 되고 화가 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이상하다.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하도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상한 인물은 아리(사진 오른쪽) 아버지와 "같이 사는 여자"다.

큰 회사 회장인 아리 아버지는 비서 같은 여자와 "같이 산다".
이 여자는 같이 살면서도 아리 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아리를 "아가씨"라고 부른다.
(회장님께서는 같이 사는 여자를 "이 사람" 또는 "자네"라고 부른다.)


이 아줌마의 "아가씨"라는 대사를 들을 때 마다 헛갈린다.
"내가 지금 사극을 보고 있나?"

이 아줌마의 역할은 "아내+비서"다.
이 아줌마는 아리 아버지의 "편리"를 위해 태어난 존재 같다.
도대체 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사는걸까?
같이 사는 남자의 딸을 "아가씨"라 부르며?
꼭 노예 같다.


이런 대사도 있었다.

여자 : (회장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회장님 :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누워서)
"자네 소원이 뭐야?"
여자 : (방긋 웃으며)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래도?
여자 : 정말 없어요.
회장님 : 말해 보라니까.... 이 사람아.
여자 : 아리 아가씨가 회장님 손주 낳는거요

아.....정말 이렇게 사는 여자가 있을까?
사극에서 월단이가 영감나으리 다리 주무르는 거랑 별로 다른게 없다.

도대체 이런 설정이 드라마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걸까?

아리는 엄마 없이 자란 부잣집 외동딸, 철 없고 버릇 없는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이 아리라는 여자도 참 이상하다.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언뜻 보면 자기주장이 강한 것 "처럼" 보인다.


왜냐면....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시 선 말들을....
상대방이 KO당하는 잔인한 말들을 쉴 새 없이 툭.툭.툭....

그래서 남자들이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왜 그렇게 여자들이 "드세냐"고 말하기도 한다.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여자들은
삐딱한거지 자기주장이 강한게 아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기존중감"이 전혀 없다.


아리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시부모님에 시고모,시동생까지 같이 사는 집에서 북적거리며 산다.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을까 고민하면서...
아리의 "자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동생이 결혼하자 동서와 "경쟁"을 벌인다.
쓸데 없이 얄미워하고 경쟁구도를 만든다.
남자들의 서열에 따라 수직관계가 된 아리와 미연.
아리는 미연에게 반말을 틱틱 쓰며 간섭한다.
미연이 자기에게 복종적이지 못함에 화내고,
미연이 자기에게 친절하지 않다고 욕하고....

도대체 유능한 젊은 여자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때려치고
좁은 부엌에서 몇명씩 아침 준비를 한다고 요란을 떨고
(정말 비생산적이다. 돌아가면서 하던지...)
시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고,
쓸데 없이 동서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미연 또한 마찬가지다.
결혼해 달라고 난리를 쳐서 결혼을 하고,
식구 많은 집에서 "손빨래"를 하고,
고집세고 약간 모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미연에게서도 "자아"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여자.

고모인 김보연은 또 어떤가?
4대 독자랑 결혼해서 살다가 애를 못 낳자
"스스로" 남자를 떠나 혼자 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자기존중감"이 결여된,
그저 사랑에 목숨 거는,
가부장제 "룰"을 지켜며 서로 치고박고 경쟁하는,
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이기에 더 화가 난다.

김수현 작가님!
제발 "자기존중감" 을 가진,
진정 자기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여자들을 등장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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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미치죠, 미쳐 김수현 드라마를 좀 생각하면서 보려면 속에서 열불이 난다니까요 그냥 툭툭 던지는 대사 들으면서 재밌네, 이렇게만 봐야죠 김수현 이 여자,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은 글 써서 자아성취 하고 잘 사는데, 정작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결혼하면 자기 일 버리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걸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죠 제가 보기에 이 여자는 나이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대가족 제도 하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순종하고 며느리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 인물들을 뜯어 보면 진짜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이 여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는 죄다 싸가지 없고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데, 반면 남자들은 착하고 순종적이고 어른에게 예의바른 한 마디로 사람이 됐죠 이 올바른 남자와 싸가지 없는 여자가 결혼으로 결합하면 여자는 자기 직업 버리고 대가족 제도 하로 들어가 모진 시집살이를 통해 새사람으로 되살아 납니다 거의 전형화 된 공식이죠 김수현이 이미 60이 넘은 할머니라는 걸 생각해 보면 가부장적인 옛 가족 제도를 그리워 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그녀의 드라마가 워낙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화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kleinsusun 2005-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래요. 싸가지 없고 건방진 성격으로 설정된 여자들.그런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일을 때려치고, 시집살이를 해요.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든 엄청 커다란 대가족 속에서... <내 사랑 누굴까>의 이승연,이태란. <부모님 전상서>의 송선미 다를게 없어요. 정말 화난다니깐요.

로드무비 2005-03-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에게 성실성의 덕목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아요.
오로지 능력과 매력이죠.
그것도 비틀린 매력, 냉소.
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고.
'파탄'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그녀의 드라마속 사람들과 줄거리를 보면......

kleinsusun 2005-03-0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성실한 사람들은 구차하고 모자란 모습으로 묘사되요.
또 구차한 모습에 대한 시선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비웃음에 가깝고...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가 재미있어서 봤는데 화가 나서 못 보겠어요.
왜 그렇게 여자를 비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암리타 2005-03-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수현씨는 보면 드라마 작가로서는 드물게 인기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남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독립적인 여성을 그리는 듯 하면서도 기존 가부장적인 질서위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해가는 여성의 비애(?)같은 걸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렸을 때는 무척이나 재밌게 본 드라마 대부분이 그분의 작품인데
이제는 다소 황당하고 거침없이 내뱉은 그녀만의 장기가 이제는 그녀의
아집과 독설처럼 느껴지네요. 하지만, 여성권리를 주창했던 분들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면 어느새 기존 보수적관을 답습하는 모습같이 그분 역시 지쳐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드라마 작가로 드물게 자신만의 세계와 매니아를
가진 몇분 안되는 분이라는 점은 우리가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moonnight 2005-03-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표 드라마. 어렸을 적엔 참 재밌게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피하게 되더군요.
일단 대사가 너무 많은데 치고받고 싸우는 듯 들려서 듣고 있자면 귀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요. ㅠㅠ

코마개 2005-03-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내사랑 누굴까의 이승연...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하고선 밤에는 우아하게 누워 세계 정치인지 뭔지 읽으며 서계평화를 걱정하더군요. 시플..제가 아니 저년은 왜 동서한테 반말하고 지랄이야? 그러자 신랑이 하는말.."손 아랫 사람 이니까" 그러길래 "그럼 시동생한테도 야, 밥먹어해야지 걔는 손 위사람이냐?"그랬죠. 정말 대가리는 장식인가...

2005-03-03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