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저주의 책’이 존재하고 있을까?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책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네크로노미콘>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선 비밀의 책이다. 이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등장한 가상의 책이다. ‘미치광이 시인’이라고 불리던 압둘 알하즈레드가 쓴 불길한 책으로 알려졌다. 물론, 압둘 알하즈레드도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라는 제목의 페이크 논픽션을 남겼는데, 일부 독자들은 이 글을 근거로 <네크로노미콘>이 진본이라고 믿는다. 이 글을 보면 러브크래프트이 <네크로노미콘>이 번역되는 과정 그리고 보관된 장소까지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크로노미콘의 역사』에 따르면, <네크로노미콘>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유럽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종교 기관은 끔찍한 내용을 담은 책에 금서 처분을 내려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화염 구덩이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네크로노미톤>은 총 11권. 이 중에 아랍어 원본에 가까운 책은 불과 다섯 권이다. 다섯 권의 원본이 있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대영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하버드대학 위드너 도서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미스캐토닉 대학 도서관

 

이걸 진짜로 믿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정보 또한 러브크래프트가 진실처럼 꾸미게 한 트릭이다. 매사추세츠 주의 아캄이라는 도시에 있는 미스캐토닉 대학 도서관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가상의 장소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는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책의 신화를 더욱 공고하게 해준다. 비밀에 가까운 설정은 러브크래프트 추종자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부추겼다. 이 가상의 책 한 권으로 러브크래프트 추종자들은 원작을 뛰어넘은 ‘크툴루 신화’를 만들어냈다.

 

가상의 금서 그리고 허구와 진실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이야기. 독자의 판단을 흐트러뜨리는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은 독창적인 것은 분명하나 그에게 영향을 준 작가를 잊어선 안 된다. 로버트 윌리엄 체임버스. 러브크래프트의 명성에 가려진 미국 공포문학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노란 옷 왕》은 『The Repairer of Reputations』과 『The Yellow Sign』을 포함한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러프크래프트는 《노란 옷 왕》(The King in Yellow)을 ‘공포와 광기, 기괴한 비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노란 표적'을 들고 있는 노란 옷 왕

 

『The Repairer of Reputations』, 우리말 제목으로 ‘명예 수선공’ 또는 ‘명예회복 해결사’로 부른다. 이 작품과 ‘노란 표적’으로 알려진 『The Yellow Sign』에는 공통적인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노란 옷 왕>이라는 불가사의한 책이다. 이 가상의 책은 희곡 작품이다. 그런데 어떠한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노란 표적을 가진 사람은 ‘노란 옷 왕’의 저주를 받는다. 노란 옷 왕과 노란 표적은 미지의 고대 도시로 알려진 카르코사에서 왔다고 전해졌을 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소설에 잠깐 언급되는 ‘하스티르(Hastur, ‘하스터’, ‘해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라는 단어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불가사의한 현상과 사물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설정은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효과는 러브크래프트가 생각하는 공포,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에 부합한다.

 

그런데 《노란 옷 왕》에 나오는 ‘카르코사’, ‘하스티르’, ‘할리 호수’ 등과 같은 가상의 지명은 체임버스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앰브로스 비어스가 쓴 단편소설 『카르코사의 망자』와 『양치기 하이타』에 먼저 나왔다. 『양치기 하이타』에서 하스티르는 선량한 목신으로 등장한다. 『카르코사의 망자』는 인용문으로 시작되는데 그 인용문을 쓴 사람의 이름이 ‘할리’다. 체임버스는 『The Repairer of Reputations』에서 ‘할리’를 가상의 호수 이름으로 만들었다. 재미있게도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에 ‘하스티르’, ‘할리 호수’, 그리고 노란 부적을 언급한다. 러브크래프트 문학을 널리 알린 어네스트 덜레스는 세 사람이 사용한 공포 소재를 새로운 ‘크툴루 신화’에 편입시킨다. 이렇다 보니, 체임버스의 ‘노란 옷 왕’과 노란 부적이 러브크래프트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만든 창작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비어스의 『카르코사의 망자』와 『양치기 하이타』, 그다음에 체임버스의 《노란 옷 왕》,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순으로 읽어보면 세 사람이 공통으로 보여주고자 한 ‘공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비밀의 베일에 싸인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그들의 작품이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공포영화가 등장하지 않은 시대에 활동했던 세 사람은 소설을 통해 미지의 세계가 전달하는 차원 높은 공포를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 이 글에 소개된 비어스, 체임버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수록된 책은 다음과 같다.

 

 

* 로버트 W. 체임버스

《노란 옷 왕》(아티초크, 2014) - 명예회복 해결사, 노란 표적

《세계 호러 걸작선》(책세상, 2004) - 옐로 사인

《러브크래프트 전집 6》(황금가지, 2015) - 명예 수선공

《The King in Yellow -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72》(eBook / 내츄럴, 2014) -

원작에 있는 열편의 작품 모두 수록되어 있음

《세계 호러 단편 100선》(책세상, 2005) - 장례 (Pompe Funebre, 1897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집 <The Mystery of Choice>에 수록된 작품)

 

 

* 앰브로즈 비어스 『카르코사의 망자』

《노란 옷 왕》(아티초크, 2014)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더스타일, 2013) - ‘카르코사의 주민’

 

 

* 앰브로즈 비어스 『양치기 하이타』

《러브크래프트 전집 6》(황금가지, 2015)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러브크래프트 전집 2》(황금가지, 2009) -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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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9-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는 예전에 단편으로 살짝 맛을 보고 계속 읽어야지....하면서도 미루고 있네요. 그러면서도 가끔씩 공포소설이나 만화속에 크툴루 신화가 등장하거나 언급되면 빨리 읽어봐야지..하는데도 선뜻 손이 안갑니다. 이상하게 숙제같은 책이예요. 읽긴 읽어야하는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cyrus님의 페이퍼를 보면 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도 자꾸 피하게 되는것이 이상해요. ㅎㅎ

cyrus 2015-09-08 17:57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자면, 책 읽기를 미룬다면 안 읽는 것이 낫습니다. 러브크래프프의 소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저처럼 옛날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러브크래프트를 즐겨 읽는다면, 현대 공포물에 익숙한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스토리텔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보슬비님의 마음을 믿고 따르십시오. ^^

보슬비 2015-09-11 00:26   좋아요 0 | URL
사실 그 단편이 전 좋았어요. ㅎㅎ
기묘하고 끈쩍끈적한 불쾌함이 좋았던것 같은데, 그 기분을 지속적으로 감당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계속 미루고 있나봐요. 한번 날 잡긴해야할것 같아요. 조금 더 스산해지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쯤... ^^

물고기자리 2015-09-0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클릭해보니 cyrus 님 리뷰가 많네요^^ 장르소설을 정말 좋아하는데 언제 꼭 읽어봐야겠어요 ㅎ

cyrus 2015-09-08 17:57   좋아요 0 | URL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재미있다고 말은 안 하겠습니다. ㅎㅎㅎ

에이바 2015-09-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 디텍티브 시즌 1도 언급해주세요!! ㅎㅎ 카르코사 노란 옷 왕!!

cyrus 2015-09-08 22:49   좋아요 0 | URL
그 미드를 보려고 다운로드 사이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어제 헌책방에서 구한 책.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 숭배와 광기》(여성신문사, 2001)는 여성의 육체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사회 현상에 옥죄는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2004년, 같은 출판사에서 새로운 표지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 책 역시 절판되었다.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지만, 구판이라도 구한 게 어딘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절판본 중에는 재출간되었으면 바라는 좋은 책이 많다. 《몸 숭배와 광기》도 마찬가지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거의 절반까지 다 읽었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은 199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도 십여 년 뒤에 펼쳐지게 될 ‘아름다움’에 맹신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늘 변함없이 아름다운 여성성을 바라는 이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인 건 분명하다.

 

 

 

 

밑줄은 자로 잰 상태로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밑줄을 아주 정결하게 그은 거로 봐서는 여성 독자가 남긴 독서의 흔적인 것 같지만, 확실하게 단정하지 않겠다.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는 남성 독자가 자로 밑줄을 그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밑줄 흔적을 남긴 사람이 여성 독자라는 사실 쪽에 기울이는 이유가 밑줄 친 내용 대부분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몸 숭배와 광기》를 다 읽으면 밑줄 친 내용만 따로 소개하겠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진 관련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볼프강 켐프의 《세계의 사진가 24인이 집필한 현대사진미학 1945-1980》(해뜸, 1988)은 사진 매체의 개념을 규명하는 논문, 비평문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는데, 역자는 이 책을 사진 전공 학도들에게 유용한 이론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훑어봐서는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볼프강 켐프의 책이 원래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1839년에서 1918년까지, 2권은 1912년에서 1945년까지의 사진 관련 글로 다루어졌는데, 저자명을 검색해보니까 《현대사진미학 1945-1980》 이외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거로 봐서는 아직 완역본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쓴 필자들이 화려하다. 앙드레 바젱《영화란 무엇인가》(사문난적, 2013)의 저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영화평론가다. 결정적인 순간을 완벽한 구도로 포착해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 루돌프 아른하임,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사진 비평서로 정평이 난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 이후, 2005)를 쓴 수잔 손택의 글도 보인다. 나머진 필자들은 잘 모르겠다. 혹시 사진을 공부하는 데 알아두어야 할 사람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셔도 된다.

 

해뜸은 1984년에 설립된 사진 전문 출판사다. 2010년에 사진 책 세 권을 출간한 이후로는 출간 소식이 뜸해졌다. 이 출판사가 처음으로 손택의 <On Photography>을 번역했다. 《사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86년에 출간되었다. 《사진 이야기》와 《현대사진미학 1945-1980》은 각각 ‘사진시대총서’ 시리즈 2번째, 11번째로 나온 것이다. ‘사진시대총서’는 총 26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시리즈의 9번째 책은 20세기 전설적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Slightly Out Of Focus>다. 이 책은 2006년에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으로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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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면 밑줄친 내용만 따로 소개하겠다`는 말씀은 이전 소유자의 밑줄 친 내용을 언급하신 건가요? 그렇다면 이전 소유자의 내용으로 리뷰 쓰신다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 될 듯 합니다. 기대됩니다. ^^

cyrus 2015-09-06 21:5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밑줄 덕분에 책을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밑줄 친 내용이 많았습니다. 좋은 내용만 따로 분류해서 정리하겠습니다. ^^

AgalmA 2015-09-06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과 사진이라면 존 퓰츠 <사진에 나타난 몸>도 읽을만 하죠.
19세기 사진기술의 초창기 초상사진의 인종차별적 성격부터 해서 에로티시즘-모더니즘-사회성(대공황과 세계대전)-정치성(베트남전쟁과 페미니스트)-포스트모더니즘(소비사회와 동성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판도 많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요. 읽고 계신 책과 어느 정도 겹치는 지 모르겠는데, 몸에 대한 주제로 인문학적으로 훑어보기 좋아 cyrus님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천^^

cyrus 2015-09-06 21:56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창기 사진 역사부터 언급되는 책이니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아갈마님이 사진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신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저 같은 사진에 대해서 알려고 시작하는 독자를 위해 읽어볼만한 책이 있으면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2015-09-06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9-08 18:00   좋아요 0 | URL
사실 제대로 안 읽고, 중간에 덮은 책도 많습니다. 제가 한 권 붙잡고 완독하는 독서 스타일이 아니고, 여러 권 한꺼번에 읽는 산만한 독서 스타일입니다. 블로그에서 열심히 읽는 척 하는 것이지요. ^^
 
지금 여기 페미니즘 - 함께 공부하는 여성권 강의 사회운동 작은책 2
이유미 지음 / 사회운동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페미니즘은 억압과 불평등의 구조적 모순을 해체하는 명제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왜곡된 가치 질서를 붕괴시키고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려는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TV나 영화 등 미디어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해 왔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묘사되는 페미니스트들은 주로 못생기고, 과격하고, 남성을 혐오하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팝 칼럼니스트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보다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칼럼을 기고하여 페미니즘을 ‘무뇌아적’이라는 오명을 덧씌웠다. 그는 칼럼 논란 사건을 통해 스스로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비뚤어진 시각을 가졌는지를 보여줬다. 여권이 많이 신장한 요즘 남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고깝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 편향된 페미니즘이 여성에게 우월적 지위를 주거나 최소한 남성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남성혐오’와 동등한 단어로 오해받는 상황은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다. 이것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지독한 모욕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견고한 분야에선 여전히 여성의 사회 참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동등한 존재로서가 아닌, ‘남성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 역시 뿌리 깊게 남아 있기도 하다. 법적으로 명문화된 공식문서들은 성별에 의한 차별 없이 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교육이 공식적, 명시적 차원에서 남녀에게 동일한 교육목적과 가치를 고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고착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라는 큰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영역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이며, 소비의 주체이고, 가사노동 전담자라면, 남성은 국가와 사회를 책임지는 공인으로서 다양한 경제활동영역에 참여하는 생산자로 등장한다.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는 여전히 사리지지 않았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은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진 않다. 어디선가 한번 들었음 직한 그런 얘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도 식상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살면서 페미니즘의 렌즈로 남녀 문제를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의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낯선 이유가 바로 단순히 ‘페미니즘의 과잉’ 탓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과소’가 원인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하였다고는 하나, 페미니즘과 여성 운동은 그동안 남성혐오의 그늘에 가려져 ‘여성의 시각’의 필요함을 역설하지 못했다. 왜 여성은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일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는지, 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취업, 승진 순위에서 늘 밀려나는지, 왜 여성은 강간을 당하고도 그 불합리함을 소리 내어 말 못하는지, 이런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잊혔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을 읽는 동안 이론서 속의 여신이었던 페미니즘이 그 높은 데에서 걸어 들어와 내 머릿속으로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머리는 페미니스트이되 생활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성차별주의자로 살아가는 나를 위하여 이 책은 그렇게 다가왔다. 여성 노동운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미는 이 책을 통해 페미니즘과 소원한 남녀 독자들에게 페미니즘의 핵심을 설명한다. 저자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권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인식의 틀을 갖고 살듯, 그보다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삶은 그려지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차이와 다양성은 곧 더욱 복잡한 사회 구조와 더 많은 분리를 낳게 된다. 결국, 우리가 차이를 차별로 귀결시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우리의 사고를 결정짓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권이 보장받기 위한 운동은 편한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머리 맞대고 의논하는 힘든 삶이다. 차별과 편견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고민하는 삶이다. 새롭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아는 어려운 삶이다. 머릿속의 운동이 너무 편한 것만 쫓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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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9-0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 읽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든 휴머니스트라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둘을 동의어로 이해합니다.

cyrus 2015-09-06 20:1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입니다. 제가 쓴 글을 단 한 줄로 정리하셨군요.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인간이기에 절대로 한 쪽만 차별해서도, 혐오감을 가져선 안 됩니다.

단발머리 2015-09-0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의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낯선 이유가 바로 단순히 ‘페미니즘의 과잉’ 탓이 아니다. ‘페미니즘의 과소’가 원인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남자들`을... 저는 기다립니다.
정희진씨 말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직시하게 된다면 어느 여성이든 여성학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자로서는 입장이 다를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남성 혐오라고 이해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으니까요.
항상 그렇지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5-09-08 18:0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페미니즘의 과소’을 심각하게 여기는 남성 페미니스트가 많지 않아요.
 

 

 

 

 

 

 

[모집 인원] 50명

[모집 기간] 9월 4일(금) ~ 9월 7일(월) / 개별 공지 및 발송 9월 8일(화)

[리뷰 기간] 9월 9일(수) ~ 9월 23일(수)

 

올 여름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작가,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복수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스티븐 킹의 걸작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 서평단 50분을 모집합니다.

 

 

☞ 서평단 신청하기

 

 

 

"『별도 없는 한밤에』를 쓰면서 나는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 또 그들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을 기록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등장인물들은 희망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니지만, 우리의 가장 간절한 희망조차도 때로는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스티븐 킹, 작가 후기 중

 

 

 

[수록작] 「1922」 「빅 드라이버」 「공정한 거래」 「행복한 결혼 생활」

 

 

 

★★★ 해외 언론의 추천평 ★★★

 

 

"이제 킹의 기나긴 경력에서 저녁에 해당하는 지금,

그의 마지막 중편집이 될 『별도 없는 한밤에』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야말로 훌륭한 '스티븐 킹 표' 소설." ―닐 게이먼, 《가디언》 리뷰

 

 

"작가 스스로도 두려움에 떨지 않았을까 의심케 하는 귀기 어린 이야기들." — 《뉴욕 타임스》

 

 

"서툰 작가를 만났다면 뻔한 복수담으로 전락했을 소재들이

스티븐 킹의 손에서 공감과 성찰을 담은 이야기로 거듭났다." — 《워싱턴 포스트》

 

 

"나름의 방식으로 처절한 독을 품은 이야기들,

그럼에도 함께 밤을 맞이하고 싶은 훌륭한 친구들." —《가디언》

 

 

 

 

※ 글과 사진은 황금가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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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9-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드디어 이 책이 번역되는군요. 2년전에 읽으면서 왜 이책은 번역을 안할까..생각했는데, 이제라도 번역이 되어 반갑네요.

cyrus 2015-09-06 20:12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도 한 번 서평단 신청해보세요. ^^

stella.K 2015-09-0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가라 갈등 때린다.
이제 웬만해선 서평단 신청 안하려고 하는데...ㅠㅠ

cyrus 2015-09-06 20:13   좋아요 0 | URL
평소에 잘 안 읽는 작가라서 저는 서평단 신청은 패스하려고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다. 시험이나 과제 등의 필요 때문에, 혹은 연구의 목적으로 책과 자료를 뒤지기도 한다. 그저 나처럼 책 읽는 것이 편하고 좋아서 늘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던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동안에는 누구나 자기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독서는 ‘자유로움’에서 멀어지고 있다. 책을 잘 읽으려면 책을 통해 실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 실생활에 적용하는 독서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혼미한 시대에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기본요건으로 ‘독서법’이 강조되고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독서를 통한 성공담을 들려주는 자기계발 서적들은 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책 좋아하기로 소문난 유명인사들은 인문고전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특히 성공한 경영인들이 고전이나 문학 등 인문학 전공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독서로 쌓는 인문학적 교양과 창조력이 경영의 핵심역량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맞춰 권위 있는 교육기관 또는 연구기관은 고전과 현대서적을 골고루 소개한 도서목록을 만든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 2010)의 저자 이지성은 인문고전 독서가 두뇌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면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도 천재적인 지성을 지닌 두뇌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마땅히 대답하기 힘들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지성은 고전에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이지성의 책 제목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로 ‘리딩으로 리드하라 목록’이라는 것도 나온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뒤편에 있는 ‘단계별 추천도서 목록’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전의 인문학 지식이 둔재를 천재로 만들어주는 현자의 돌이 될 수 있을까? 고전을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이지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저런 책을 뒤적뒤적하며 오독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딜레당트’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독서를 열심히 하면서 깊이 있는 내공을 갖춘 이지성의 노력을 존경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공’ 또는 ‘천재’라는 단어의 틀에만 맞추려는 그의 독서 인식에 반대한다. 이지성은 출판계의 연금술사다.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란 값싼 금속인 납을 화학반응을 통하여 가장 값비싼 금속인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지성은 마치 황금이라는 허상을 좇았던 중세의 연금술사처럼 고전 독서가 무조건 ‘황금빛 성공’을 보장해줄 거라고 주장한다.

 

이지성의 ‘단계별 추천도서 목록’은 알고 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우리나라 유명 대학교 추천도서 목록을 외국 명문대가 선정한 고전 도서 목록을 적절하게 조합한 것이다. 이 목록에 미국 그레이트 북스 재단이 선정한 고전 도서 목록도 포함되어 있다. 시카고 대학 총장 로버트 허치슨시카고 대학을 세계 명문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서 졸업 전까지 철학, 예술, 인문기초 영역에서 100여 권의 인문고전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교육방침을 마련했다. 시카고 주 정부는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고전을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그레이트 북스’ 재단을 설립했다. 이지성은 시카고 대학의 교육방침을 옹호하면서 ‘천재’가 되는 인문 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사실 이 내용만 보더라도 순진한 독자는 “인문 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사회에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구나.”라고 믿는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는 고전 독서를 통해서 성공하는 천재로 거듭나는 사례가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약이 있는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자녀를 원하는 부모들은 저자의 말을 맹신하게 된다. 그러고는 ‘단계별 추천도서 목록’대로 자녀에게 고전 읽기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한다.

 

이지성 열풍은 사유와 비판이 결여된 인문학이 ‘문화자본’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공하기 위한 인문학과 독서’로 향한 대중의 관심 속에는 계층 상승의 열망이 숨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일찍부터 책을 읽힌다. 이지성은 이러한 사례를 반복 언급하면서 자녀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주지 않으려면 일찍부터 고전을 읽으라고 말한다. 이지성식 독서법의 등장이 인문학 열풍에 기여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이는 곧 인문학이 ‘성공’과 ‘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에 동의하는 것과 같다. 이지성 또는 이지성의 책을 좋게 보는 독자에게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공부의 배신》(다른, 2015)을 권한다.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명문대의 엘리트 교육이 현실에 순응하기만 하는 양 떼를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이지성이 그렇게 좋아하던 그레이트 북스 재단의 독서 프로그램도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독서 프로그램 개발의 이면에는 이주민 자녀, 유대인 등을 미국의 지배계급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공부는 사유와 비판하는 방법을 잊게 한다.

 

이지성은 독자에게 자신이 만든 도서목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도서목록을 만들 것을 당부한다. 정말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지성의 충고가 배제된 채 ‘단계별 독서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 그레이트 북스 재단의 도서목록은 독서 커뮤니티에서 ‘명문대의 독서목록’이라는 이유로 소개된다. 도서목록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은 목록에 있는 책을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목록에 있는 고전이 정말 나 자신의 정신을 살찌우게 하는 좋은 영양소가 될 수 있는지를. 천 년 동안 세계가 인정한 유명 고전이라고 해서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를 다 만족하게 하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완벽한 고전은 절대로 없다. 그러므로 유명한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유명인사가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평생을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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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3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4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9-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 별 짜게 주셨군요^^

cyrus 2015-09-04 18:50   좋아요 1 | URL
원래 별 한 개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책 내용의 장점이 있어서 별 두 개로 정했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09-0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이 이끄는 인문학 그룹이라해야하나 폴리~ 라 하는것이 있는데 고등학교로도 인문학강좌 나가더군요~ 상위권학생들에게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데~~
좀 입맛이 쓰더군요~~ 강사진도 빵빵하던데~ 역시나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이유로 이 분 별로 안 좋아해요. 리딩이 리드하기도 전에 재미가 먼저 없어져요~~ ㅎㅎ

cyrus 2015-09-04 18:57   좋아요 0 | URL
저도 이지성 씨가 운영하는 인문학 그룹, 봉사활동 단체가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이지성 비판론자들은 저자의 활동 또한 현실성 떨어진다고 비판하더군요. 제 생각에는 학교 측이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따로 뽑아서 인문학 그룹 활동을 권했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인문학 그룹이 진행된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 공부를 권하는 이지성 씨의 목적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저는 책 속에 사례와 일화가 너무 많아서 지루했습니다. ^^;;

fledgling 2015-09-0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 ˝금나와라 뚝딱~!˝

cyrus 2015-09-04 19:30   좋아요 0 | URL
카프카는 한 권의 책이 얼어붙은 내면을 깨는 도끼라고 말했는데, 책을 읽으면 `금도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순오기 2015-09-0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구 공공도서관에서 이분을 초청하려고 하는데...

cyrus 2015-09-04 19:3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책에 나온 내용을 언급할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9-04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지성의 초기 저작들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그의 행보나 최근 저작을 보면 그 자신이 성공하기 위한 발판으로써의 독서론을 설파하는 듯 하여 이제는 읽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적이라는걸 읽을 필요성을 느끼는 인생의 시점이 있는데, 너무 빠지지 않으면 괜찮습니다만, 나중까지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문제가 있지요. 저는 이지성의 초기작은 돈벌기 위해서, 중기에는 이와 함께 진지한 내용도 있었지만, 얼마전부터는 거의 독단과 독선의 오류에 푹 빠져 아무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 말로 자기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듯 합니다.

cyrus 2015-09-04 19:38   좋아요 0 | URL
이지성 책의 비판점을 아주 잘 설명했습니다. SNS에서 이지성을 비판하는 글을 보게 되는데, 생각보다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yureka01 2015-09-04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부터 인문학의 바람이 불었죠.
스티브잡스가 인문학에서 아이폰이 나왔다라고 말하기 전에는 인문학의 인자도 꺼낸 적도 없었죠.
기업에서 아이폰 따라 할려니 잡스가 인문학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기업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어 우리도 아이폰 같은 생각 나와서 아이폰처럼 따라하려는 기업의 심리였다고..어느 인문학자는 지금의 인문학은 짝퉁이라고 하더군요.

인문학은 그야 말로 사람의 학문인데 돈뻘이 수단이된 인문은 가짜라고..

저도 공감 되더군요..

cyrus 2015-09-04 19:43   좋아요 0 | URL
`잡스의 등장= 인문학 전성기`라고 주장했던 기자들이 참 많았었죠. 거기에 맞춰서 출판사들이 책을 만들었고요. 짝퉁이 너무 많았어요.

페크pek0501 2015-09-0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에요. 좋은 책이 어떤 책인지를,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기 위해선 많이 읽어 봐야 하는데, 어떤 목록에 따라 읽게 되면 재미있는 책을 만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책이 재미없다고 느끼게 되면 큰일이죠. 그러니 우선 쉽고 재밌는 책부터 읽어서 책과 친해지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반드시 읽어야만 하고, 행복과 교양에 필수적인 도서목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45쪽)
“최우수 도서 100선이나 최우수 작가 100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57쪽)
- <헤세의 문장론>에서.


cyrus 2015-09-04 19:48   좋아요 0 | URL
페크님이 소개한 헤세의 문장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고전이 `무조건 읽어야 하는 좋은 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사람들이 고전을 어려워하고 안 읽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