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클래식출판사에서 나온 홈즈 전집은 두 종이 있다. 하나는 번역가 단체 베스트트랜스가 옮긴 구판(반양장본, 양장본)이다. 다행히 구판은 절판되었다.  

 

 

 

 

 

 

 

 

 

 

 

 

 

 

또 하나는 송성미 씨가 번역한 개정판(양장본, 미니북)이다. 장르 불문하고 번역물을 다작한 번역 팀은 베스트트랜스바른번역이다. 이 글에서는 베스트트랜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인터넷서점 Yes24국내 작가항목에 보면 베스트트랜스를 소개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 · 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번역뿐만 아니라 창작 집필을 하며 우리 콘텐츠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기존의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편집자가 편집하는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번역가와 편집자가 한 팀을 이뤄 잘 읽히는 작품으로 다듬기 위한 번역과 책임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직역직해가 아닌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손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다음 편집 단계에서는 교정 교열자 두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양질의 작품으로 가다듬기 위한 문장 손질 작업이 이어진다. 크로스 체크는 기본으로 하고, 체크를 마친 작품이라고 해도 출간 직전에 가제본을 만들어 베스트트랜스 서평단 독자와 저명한 교수, 기자, 작가 등의 감수·검열을 거친다.

 

(http://www.yes24.com/24/AuthorFile/Author/145948)

    

 

이 소개 글만 보면 베스트트랜스가 번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한 법. 지금까지 베스트트랜스가 펴낸 번역물 전부가 다 그렇지 않겠지만, 어떤 책은 단체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오역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 가의 개. 이 번역본에 발견된 오역과 원문 누락은 지그동안 풍문으로만 들리던 집단 번역의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판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원문, 개정판 문장을 비교해봤다.

 

 

  

 

 He now took the stick from my hands and examined it for a few minutes with his naked eyes. Then with an expression of interest he laid down his cigarette, and carrying the cane to the window, he looked over it again with a convex lens.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 said he as he returned to his favourite corner of the settee. “There are certainly one or two indications upon the stick. It gives us the basis for several deductions.”

    

 

* 더클래식 (구판, 10)

홈즈는 지팡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피우던 담배를 내려놓고 창가로 가더니 확대경으로 꼼꼼히 한 곳을 살폈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홈즈는 늘 즐겨 앉은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

그는 내 손에서 지팡이를 받아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흥미를 느끼는 듯 창가로 가더니 담배를 내려놓고 확대경을 통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별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군.”

홈즈는 늘 즐겨 앉는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는작업을 지향한다. 그래서 베스트트랜스가 손질한 번역문은 원문과 다르고, 사소한 원문의 문장 한두 개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 구판에는 1번 문장이 없다.

 

홈즈는 기분이 좋을 때 손바닥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2번 문장에 홈즈의 버릇을 묘사하는 내용을 첨가했다. 직역하면 홈즈는 의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라고 쓸 수 있다.

 

 

 

      

 

“Mortimer, James, M.R.C.S., 1882, Grimpen, Dartmoor, Devon.

House-surgeon, from 1882 to 1884, at Charing Cross Hospital.

Winner of the Jackson prize for Comparative Pathology,

with essay entitled ‘Is Disease a Reversion?’ Corresponding

member of the Swedish Pathological Society. Author of

‘Some Freaks of Atavism’ (Lancet 1882). ‘Do We Progress?’

(Journal of Psychology, March, 1883). Medical Officer

for the parishes of Grimpen, Thorsley, and High Barrow.”

    

 

* 더클래식 (구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이 됨.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거주.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채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재직.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 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 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 더클래식 (개정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구에 거주하고 있음.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차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그림펜, 소슬리, 그리고 하이배로 교구의 의무관.

 

 

 

홈즈의 인명사전에 적힌 제임스 모티머(사건 의뢰인)의 경력이다. 구판에 마지막 문장 한 줄이 빠졌다.

    

 

 

      

 

This from Hugo Baskerville to his sons Rodger and John,

with instructions that they say nothing thereof to their sister Elizabeth.

 

* 더클래식 (구판, 개정판 26)

- 휴고 배스커빌의 후손 로저와 에게,

누이 엘리자베스에게는 비밀로 해라.

    

 

교정 교열자 세 명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John)’의 오식을 못 봤단 말인가.

 

 

 

 

 

 

Holmes stopped him at the head of the stair.

“Only one more question, Dr. Mortimer. You say that before Sir Charles Baskerville’s death several people saw this apparition upon the moor?

“Three people did.”

“Did any see it after?”

“I have not heard of any.”

“Thank you. Good-morning.”

    

 

* 더클래식 (구판, 41)

모티머 씨, 잠깐만요!” 홈즈는 계단을 내려가는 닥터 모티머를 불러 세웠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 그 개를 봤다는 사람이 더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 더클래식 (개정판, 42)

홈즈는 층계참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

모티머 씨,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사망하기 전에 황무지에서 유령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요?

세 사람이요.”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에도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의역을 위해서 1번 문장을 뺐던 것일까? 가독성을 위해서 원문의 문장 한두 개 가볍게 무시하는 번역 작업에 회의적이다. 1번 문장은 정말 초보적인 것이다. 우리말로 옮겨서 읽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베스트트랜스는 지나치게 많이 의역을 시도한다.

 

 

 

     

 

“Sir Henry, has anything else of interest happened to you since you have been in London?”

“Why, no, Mr. Holmes. I think not.”

“You have not observed anyone follow or watch you?”

“I seem to have walked right into the thick of a dime novel,” said our visitor. “Why in thunder should anyone follow or watch me?”

    

 

* 더클래식 (구판, 57)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나요.”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58~59)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홈즈 선생.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내가 갑자기 무슨 탐정 소설의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것 같군요.” 손님이 말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dime novel’삼류 소설’, ‘싸구려 소설을 의미한다. 다른 역자들은 이 단어를 탐정 소설’, ‘모험 소설로 옮겼다.

 

 

 

   

 

“I tell you, Watson, this time we have got a foeman who is worthy of our steel. I’ve been checkmated in London. I can only wish you better luck in Devonshire. But I’m not easy in my mind about it.”

    

 

* 더클래식 (구판, 83)

왓슨, 제대로 상대를 만난 것 같네. 아쉽게도 런던에서의 게임은 내가 참패했지만 데번셔에선 절대지지 않겠어. , 그런데 마음이 안 좋군.”

    

 

* 더클래식 (개정판, 86~87)

왓슨,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 같네. 나는 런던에서 놈에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자네가 데번에 가게 되면 좀 더 운이 좋기를 바라네. 하지만 나는 아직 걱정이 되는군.”

 

 

 

홈즈는 범인이 준비한 계략에 걸려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홈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 하나를 맡고 있어서 당장 런던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왓슨이 홈즈 대신에 데번셔로 향하게 된다. 홈즈는 사건 현장에 혼자 보내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행운을 빌어주는 말을 한다. 홈즈는 데번셔에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내가 범인에게 졌지만, 데번셔에서 (범인을 만날 땐) 절대 지지 않겠어라는 번역문은 원문을 무시한 오역이다.

 

 

 

 

 

Baskerville shuddered as he looked up the long, dark drive to where the house glimmered like a ghost at the farther end.

“Was it here?” he asked in a low voice.

“No, no, the yew alley is on the other side.”

The young heir glanced round with a gloomy face.

“It’s no wonder my uncle felt as if trouble were coming on him in such a place as this,” said he. “It’s enough to scare any man. I’ll have a row of electric lamps up here inside of six months, and you won’t know it again, with a thousand candle-power Swan and Edison right here in front of the hall door.”

    

 

* 더클래식 (구판, 92~93)

우리는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여깁니까?” 헨리 배스커빌 경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길은 정원 옆으로 나 있습니다.”

닥터 모티머의 말에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보니 삼촌이 겁에 떨었던 이유를 알겠군요. 누구라도 겁먹기 십상이지. 모티머 씨,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램프를 세워야겠어요. 환하게 불을 밝히면 훨씬 나을 겁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97~98)

배스커빌은 길고 어두운 진입로를 바라보며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진입로 끝에 서 있는 저택이 유령처럼 희미한 빛을 발했다.

이 자리입니까?” 배스커빌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니요. 주목 산책로는 저쪽에 있습니다.”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기분이 이상해지겠네요.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전기 가로등을 세워야겠어요. 현관 문 바로 앞에는 촛불 천 개의 밝기를 가진 전등을 달 거예요. 그러면 이곳 분위기는 훨씬 나아질 겁니다.”

 

 

shudder : (공포추위 등으로) 몸을 떨다, 전율하다

 

 

 

 

 

 

 

And yet it was not quite the last. I found myself weary and yet wakeful, tossing restlessly from side to side, seeking for the sleep which would not come. Far away a chiming clock struck out the quarters of the hours, but otherwise a deathly silence lay upon the old house. And then suddenly, in the very dead of the night, there came a sound to my ears, clear, resonant, and unmistakable. It was the sob of a woman, the muffled, strangling gasp of one who is torn by an uncontrollable sorrow. I sat up in bed and listened intently. The noise could not have been far away and was certainly in the house. For half an hour I waited with every nerve on the alert, but there came no other sound save the chiming clock and 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

    

 

 

* 더클래식 (구판, 98)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자니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그 뒤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삼십 분이 넘도록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3)

그러나 그것은 아직 마지막이 아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청해 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멀리서 시계가 십오 분마다 종을 쳤지만 그것만 빼면 죽음 같은 적막이 오래된 저택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 밤중에 어디선가 귓가에 선명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자의 울음소리 같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소리는 먼 곳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분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잠깐 들렸을 뿐이다. 나는 삼십 분 정도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현대문학 (주석판, 119~120)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지쳤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올 것 같지 않았다. 멀리서 괘종시계가 15분마다 종을 치는 것 말고는 이 오래된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적막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분명하고 낭랑해서 절대 잘못 들을 수는 없었다. 한 여자가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억제할 수 없는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런 이상한 흐느낌이었다.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30분가량을 나는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세우고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없었다. 시계가 다시 종을 치고 담벼락의 담쟁이가 사각거릴 뿐이었다.

 

 

 

베스트트랜스는 이 긴 문장을 의역하면서 시계종이 울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 문장은 원문과 다른 문장이 되어버렸다. 2번 문장을 해석하면 왓슨은 시계 종소리(chiming clock)와 담쟁이덩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를 동시에 들었다고 되어 있다(현대문학 주석판 참조).

 

rustle : 바스락거리다

    

 

 

 

 

“Did he ever strike you as being crazythis brother of hers?”

“I can’t say that he ever did.”

“I dare say not. I always thought him sane enough until today, but you can take it from me that either he or I ought to be in a straitjacket. What’s the matter with me, anyhow? You’ve lived near me for some weeks, Watson. Tell me straight, now! Is there anything that would prevent me from making a good husband to a woman that I loved?”

    

 

* 더클래식 (구판, 135~136)

스태플턴이 닥터 왓슨에게도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뭐 대단히 잘못했나요? 닥터 왓슨은 지난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좋은 남편감이 못될 이유가 있습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148)

그 오빠라는 사람 말입니다. 박사는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까지는 그자가 항상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 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정신병원에 가야 해요. 도대체 나에게 문제가 무엇이라는 건지? 왓슨 박사. 박사님은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좋은 남편감이 못 될 이유가 있습니까?”

 

 

straitjacket : (정신병 환자나 난폭한 죄수 등에 입히는) 구속복

 

 

 

 

 

 

* 더클래식 (구판, 181~182)

프랭클랜드 씨가 망원경을 살펴보더니 기뻐서 소리쳤다.

서두르게, 왓슨 선생! 언덕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해!”

망원경으로 정말 한 아이가 짐 꾸러미를 들고 언덕을 넘어가는 게 보였다. 그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아이가 들고 온 짐을 받아들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으로 사라졌다. ,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가 서둘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이 붉게 물들며 벨리버와 빅슨 바위산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01~203)

프랭클랜드 영감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서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탄성을 질렀다.

어서, 박사, 어서. 그 아이가 언덕을 지나가기 전에 말이오.”

분명하게도 그 작은 아이는 어깨에 작은 짐 꾸러미를 지고, 언덕을 천천히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산마루에 올랐을 때 나는 차가운 푸른 하늘 아래로 투박하고 남루한 아이의 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쫓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은밀하게, 슬며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서 그 아이는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보시오. 내 말이 맞지 않소?”

확실히 그렇군요. 저 아이는 비밀스러운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 심부름이 무엇인지는 경찰조차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거요. 그러니 박사도 이를 비밀에 부쳐 주시오.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오! 알겠소?”

영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를 수치스럽게 대했소, 수치스럽게. 프랭클랜드 대 레지나 소송 사건의 진실이 알려진다면 나라 전체가 분개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경찰을 돕는 일은 결코 없을 거요. 펀워시의 악당들이 내 허수아비가 아니라 나를 말뚝에 묶고서 화형을 해도 경찰 놈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을 것이오. 벌써 집에 가시려고 하나? 이 위대한 일을 기념하여 나와 함께 포도주나 한 잔 하고 가시오.”

하지만 나는 그의 권유를 거절하고서, 그가 거처까지 동행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까지 극구 사양하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따르는 곳까지만 길을 따라 걷다가 황무지로 발길을 돌려 그 아이가 사라진 바위 가득한 언덕을 향해 갔다. 모든 것이 나의 편에 있는 듯했고,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던져 준 기회를 인내심을 갖고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바위산 언덕에 도착하였을 때,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발밑, 긴 산비탈의 한쪽은 온통 황금빛과 녹색이었고, 다른 한쪽은 회색빛 어둠이 깔려 있었다. 벨리버와 빅센 바위산의 황홀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먼 곳의 지평선 위로 낮게 실안개가 가득했다.

 

 

구판에 굵은 표시를 한 내용이 없다. 프랭클랜드와 왓슨이 나눈 대화 일부가 사라진 셈이다.  

 

 

 

 

 

 

“No, Watson, I fear that I could not undertake to recognize your footprint amid all the footprints of the world. If you seriously desire to deceive me you must change your tobacconist; for when I see the stub of a cigarette marked Bradley, Oxford Street, I know that my friend Watson is in the neighbourhood.”

    

 

* 더클래식 (구판, 188)

아니.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발자취만으로 자넬 알아보겠나?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들랑 담배부터 끊어야 할 걸세. 이 담배꽁초가 길가에 떨어져 있더군, 그걸 보고 난 내 친구가 온 걸 알았지.”

    

 

* 더클래식 (개정판, 209)

왓슨, 그렇지 않네. 나는 신이 아니야. 어떻게 발자국만을 보고서 자네인 줄 알겠는가.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든 담배부터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걸세. <옥스퍼드 가, 브래들리>라는 글씨가 적힌 이 담배꽁초를 보고서야 나의 친구 왓슨이 온 걸 알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change your tobacconist(담배 가게를 바꾸다)’금연으로 번역했을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왓슨보다 더한 골초로 악명 높은 홈즈가 친구에게 금연하라고 말하는 모습은 터무니없다.

 

 

 

 

 

 “Who is the gentleman with the telescope?”

“That is Rear-Admiral Baskerville, who served under Rodney in the West Indies. The man with the blue coat and the roll of paper is Sir William Baskerville, who was Chairman of Committees of the House of Commons under Pitt.

    

 

* 더클래식 (구판, 207)

망원경을 든 저분은 누굽니까

, 서인도제도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그 옆은 하원 의장을 지낸 윌리엄 피트입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35)

망원경을 든 저 신사는 누구입니까?”

, 서인도 제도의 해군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종이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을 지냈지요.”

 

 

홈즈가 배스커빌 가 선조들의 단독 초상화를 쭉 바라보면서 질문하고 있는 장면이다. 홈즈가 가리킨 윌리엄 배스커빌은 윌리엄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스트트랜스는 윌리엄 배스커빌과 피트 총리가 함께 있는 2인 초상화인 것처럼 번역했다. 이건 당연히 오역이다.

 

 

 

 

 

 

 

“We have him, Watson, we have him, and I dare swear that before tomorrow night he will be fluttering in our net as helpless as one of his own butterflies. A pin, a cork, and a card, and we add him to the Baker Street collection!”

 

 

* 열린책들 (209~210)

왓슨. 잡은 거나 다름없어. 장담하지. 내일 밤이 되기 전 그자는 우리 그물에 걸려 자신이 잡은 나비처럼 버둥거리게 될 걸세. 핀을 꽂고 코르크에 박아 이름표까치 부착한 다음 바스커빌가의 채집 목록에 추가해 주자고.”

 

* 더클래식 (구판, 209)

그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어. 내일 밤, 그는 자기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퍼덕여봐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핀과 이름표만 있으면 그를 영원히 배스커빌 가문의 표본실에 가둘 수 있겠는걸.”

 

* 더클래식 (개정판, 237)

왓슨, 그자는 우리 그물 안에 들어왔네. 그자는 자신이 휘두르는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우리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우리에게 핀과 액자, 이름표만 있으면 그자를 영원히 베이커 가의 수집품 목록에 넣을 수 있겠는걸.”

 

 

 

 

 

 

 

 

 

 

 

 

 

 

 

 

열린책들 출판사의 번역본에도 원문의 ‘Baker Street collection’을 오역한 표현이 있다.

 

 

 

 

 

I placed my hand upon the glowing muzzle, and as I held them up my own fingers smouldered and gleamed in the darkness.

“Phosphorus,” I said.

“A cunning preparation of it,” said Holmes, sniffing at the dead animal.

    

 

* 더클래식 (구판, 230)

나는 그것의 몸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 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헨리 경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59~260)

나는 번쩍거리는 그 주둥이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죽은 짐승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sniffing :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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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7-08-0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리수안 조르바-더 클래식을 읽고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번역가들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번역했을까? 그래서 삼분의 이 쯤 읽다가 다름 출판사 번역을 구해 읽을까 고심중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은 제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cyrus 2017-08-03 19:52   좋아요 0 | URL
저작권이 지난 외국 작품들은 번역 ᆞ출판하기 쉽습니다. 이렇다 보니 독자들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를 우후죽순 펴내는 출판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많이 팔려고 책값을 낮춰서 책정해요. 이런 책들 중에 번역의 질이 떨어진 것이 있어요. 독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구입합니다. 출판사는 엉터리 번역본을 내놓은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개정판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출판사의 행보는 구판을 산 독자들을 바보로 만듭니다.

2017-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3 19:59   좋아요 0 | URL
인지도 높은 전문 번역가와 아마추어 번역가를 비교해보면 경제적 수입뿐만 아니라 능력의 격차까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2017-08-0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8-03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났을때,
불편하고 어색한 문장을 만났을때..

cyrus 2017-08-03 20:01   좋아요 1 | URL
요즘 저는 후자의 상황을 참을 수 없어서 때안 봐도 되는 원서를 보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 죽겠습니다.. ㅎㅎㅎ

qualia 2017-08-03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읽었던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바스커빌(배스커빌) 가의 개』였습니다. 한 어린이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딸려 나온 축약본이었죠. 그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공포감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읽다 말다 중간중간 독서를 중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트라우마란,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훨씬 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아주 큰 검정개가 있었는데요. 그 검정개가 쥐약을 먹고 큰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쫓겨들어가) 죽었던 일이 있었죠. 그 ‘우리집 검정개’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일찍부터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됐던 것이죠.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늑대를 연상시키는) 큰 개 삽화가 그려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을 때면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검정개가 겹쳐 떠올라 그 으스스한 공포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 때문에 cyrus 님의 『배스커빌 가의 개 』 번역 비교·비판 작업은 제 관심과 흥미를 더욱 더 많이 끕니다. 시간적 여유가 나면 저도 원전을 구해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읽고 의견을 드리고 싶은데, 워낙에 쫓기고 있는 일들이 많아 본격 참여는 (만약 하게 된다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왠지 cyrus 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어쨌든 『바스커빌 가의 개』는 어린 시절 제 추억의 책이니까요. 그 추억에 다시 한번 젖어들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만약 제가 『바스커빌 가의 개』 번역판과 원전을 비교·대조하며 번역 비판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의외성 혹은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어져 해독할 수 없는 놀라움, 신비로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합니다.

cyrus 2017-08-04 12:31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렸을 때 어미 잃은 새끼 참새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실수로 새끼 참새를 발로 밟고 말았습니다. 그 일 이후로 동물을 집에서 돌보는 일을 꺼리게 됐습니다. 작년에 어머니가 인공 부화기로 알을 까는데 성공해서 병아리 다섯 마리를 집에서 키웠습니다. 병아리를 좋아하지만, 병아리가 저를 따라올 때마다 불안했어요. 잘못 하면 병아리를 밟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병아리가 가까이 있으면 정말 천천히 걷습니다. 발을 완전히 떼지 않고, 질질 끌듯이 걸어갑니다. ㅎㅎㅎ

언제든지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이고, 제가 전문적으로 번역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제 글에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삶의 의외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번갈아 보는 일이 힘들어도 막상 하다보면 평소에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합니다. qualia님의 댓글을 보니까 힘이 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한˝ 의역은 미리 오역을 대비한 핑계 같습니다. 직역을 기준으로 해서 한국어에 맞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같고, 의역을 표방하면서 자기 멋대로 문장을 짜집기하거나 바꾸고 누락하는건 개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싫어하는 출판사가 저 더클래식입니다..

cyrus 2017-08-04 12:32   좋아요 2 | URL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

카스피 2017-08-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영어원문과 번역을 대조하신 cyrus님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 이정도면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하게 번역했다는 번역팀의 말이 참 낯간지러운 이야기란 생각이 팍 드는군요^^;;;

transient-guest 2017-08-04 12:33   좋아요 1 | URL
뭐 그냥 개소리죠...

cyrus 2017-08-04 12:37   좋아요 1 | URL
문예춘추사, 엘릭시르 출판사의 홈즈 전집은 의역을 시도한 번역본입니다. 간혹 원문의 의미와 살짝 다른 번역문이 보이긴 합니다만,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transient-guest 님의 말씀대로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오역 지적을 피하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집니다.
 
배스커빌 가의 개 (반양장) 더클래식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직역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과감한 의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의 의미를 바꿔가면서 문장을 다듬거나 문장 한두 개를 빼버리는 의역을 시도한다. 이러한 의역도 장점이 있는데, 가독성이 높다. 하지만 원문과 가독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댜가  원문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엉터리 문장이 나온다.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넘어서고 말았다. 특히 왓슨과 프랭클랜드가 나눈 대화 일부(181~182)가 빠진 부분집단 번역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더클래식 출판사에 나온 홈즈 전집을 발견하면 번역자가 누군지 꼭 확인해야 한다. 구판은 베스트트랜스번역이고, 개정판은 송성미 씨다. 개정판이 구판보다 훨씬 낫다.

 

 

 

구판에서 발견한 번역의 문제점을 정리한 글

http://blog.aladin.co.kr/haesung/950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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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0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책 표지는 나름 마음에 들어 본다면 이 책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니네.
번역을 왜 그렇게 했을까? ㅉ
그렇지 않아도 품절이네.
번역에 문제있으면 차라리 품절이 낫지.

cyrus 2017-08-03 19:44   좋아요 0 | URL
더클래식 출판사에 나오는 책들의 가격이 싸요. 가격이 싼 책을 믿으면 안 됩니다. 이런 엉터리 책이 있거든요.

카스피 2017-08-04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오래전에 집단번역의 문제점에 관해서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그떄도 더 클래식의 셜록홈즈를 지적한 것 같습니다^^;;;;

cyrus 2017-08-04 12: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의 글이 없었으면 이 글을 쓸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직접 확인해보니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
 

 

 

 

 

 

 

과연 셜록 홈즈약점이 있을까? 홈즈는 좀처럼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홈즈를 일거수일투족 지켜본 왓슨은 홈즈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왓슨은 홈즈의 결점뿐만 아니라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실수하는 상황까지도 사건일지에 공개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홈즈의 두뇌를 무력화할 수 있는 약점으로 보기 어렵다. 왓슨은 친구의 약점을 공개하지 않은 선에서 사건일지를 기록했다. 홈즈의 약점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홈즈의 목숨을 노리는 악의 세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홈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떻게든 홈즈의 약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홈즈를 연구한다고 해서 그들이 홈즈를 열렬히 숭배하는 홈지언(Holmesian), 셜록키언(Sherlockian)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홈즈의 추리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홈즈를 절친한 동료 왓슨을 속이면서까지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냉소적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홈즈의 언행에 이해가 되지 않은 점이 발견되면 비판하는 입장이다.

 

 

 

 

 

 

 

 

 

 

 

 

 

 

 

 

* 바스커빌 가문의 개(황금가지, 2002)

* 배스커빌의 개(시간과공간사, 2002)

* 바스커빌의 개(동서문화사, 2003)

* 바스커빌 가문의 개(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 바스커빌 가의 개(열린책들, 2010)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현대문학, 2013)

* 배스커빌 가의 개(더클래식, 2014)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코너스톤, 2016)

*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엘릭시르, 2016)

 

 

 

바스커빌 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는 홈즈 시리즈 4대 장편 중 작품성이 뛰어난 걸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연구가들은 이 소설의 사소한 문제점 하나 놓치지 않는다.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홈즈와 왓슨은 습지가 많은 지역 다트무어(Dartmoor)전설로 알려진 바스커빌 가의 저주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한다. 바스커빌의 저주에 따르면 지옥 개로 알려진 거대한 사냥개가 바스커빌 가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게다가 젊은 상속인 헨리 바스커빌 경을 호시탐탐 노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꾸민 계략에 천하의 홈즈도 당하고 만다. 홈즈는 런던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맡고 있어서 런던 밖으로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이 내용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왓슨이 대신 바스커빌 경 일행과 함께 다트무어로 향하게 된다. 왓슨은 바스커빌 가의 저택에 머물면서 겪었던 기이한 사건들, 그리고 다트무어에 거주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한 것 등을 편지로 기록하여 홈즈에게 전달한다.

 

왓슨이 보낸 보고서를 참고하면서 추리한 홈즈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펼치기 위해 왓슨과 바스커빌 경 일행 몰래 다트무어에 들어온다. 황량한 황무지에서 극적으로 왓슨과 해후한 홈즈는 바스커빌 가의 저주를 꾸민 악당과 그가 조종하는 사냥개를 생포하기 위해 런던 경시청 소속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안개가 짙어서 어두컴컴한 밤에 세 사람은 악당의 집 주변 바위 뒤에 숨어 악당이 등장하기를 기다린다. 악당의 집에는 악당과 대화를 나누는 헨리 바스커빌 경이 있었다. 사실 헨리 경은 악당의 덫에 걸린 상황이다. 악당은 저택으로 돌아가는 헨리 경을 죽이기 위해 이미 사냥개를 풀어놓고 있었다.

 

이 무지막지한 괴물 사냥개는 밤길을 걷는 헨리 바스커빌 경을 덮친다. 괴물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헨리 경의 목덜미를 뚫기 직전에 홈즈와 왓슨은 권총을 꺼내 괴물을 향해 발포한다. 간발의 차이로 헨리 경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여러 개의 총알을 맞은 사냥개는 그 자리에 즉사한다.

 

 

 

 

 

홈즈 정전을 분석한 로버트 키스 레빗헨리 경을 구출한 홈즈의 행동이 상당히 위험했다고 지적한다. 홈즈는 사냥개가 헨리 경을 쓰려뜨려 덮쳤을 때 권총을 발포했다. 사냥개가 헨리 경에게 다가서고 있을 때 미리 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티븐 패럴은 사냥개의 옆구리를 향해 발포한 홈즈의 사격술을 의심한다. 사냥개를 향해 총을 쏘는 홈즈의 자세는 시드니 패짓의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사냥개의 옆구리를 맞춘다고 해서 사냥개가 즉사할 정도의 치명상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명중이 실패하면 헨리 경이 총상을 입을 수 있다.

 

나도 홈즈의 사격술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독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홈즈의 약점 중 하나가 사격술이다. 그리고 내가 주장하고 싶은 홈즈의 또 다른 약점이 . 지금부터 홈즈의 약점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들을 하나씩 열거해보겠다. 소설 속 장면 및 내용을 가지고 필자가 상상한  것도 있으니 재미로 봤으면 한다.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거 1.

셜록 홈즈의 특이점(SHERLOCK HOLMEShis limits.)’

홈즈의 사격 실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

 

 

 

 

 

*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시간과공간사, 2002)

 

 

 

진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 편에 왓슨은 홈즈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와 그의 특기를 종이에 적는다. 다음 내용은 정태원 번역의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시간과공간사, 2002) 29~30쪽에 있다.

 

 

셜록 홈즈의 특이점

 

1. 문학 지식 : 전혀 없음.

 

2. 철학 지식 : 전혀 없음.

 

3. 천문학 지식 : 전혀 없음.

 

4. 정치에 대한 지식 : 조금 있음.

 

5. 식물학 지식 : 일정하지 않음. 벨리도나, 아편, 그 밖의 일반 독물에 대해서는 박식하지만 원예에 대해서는 전혀 모름.

 

(중략)

 

9. 범죄학 지식 : 해박함. 금세기에 일어난 범죄는 전부 자세히 아는 것 같음.

 

10.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연주함.

 

11. 봉술, 권투 및 검술의 달인.

 

12. 영국 법률의 실질적인 지식이 많음.

 

 

왓슨은 홈즈의 사격 실력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 당시 왓슨은 홈즈를 만난 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그가 홈즈의 사격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왓슨이 홈즈의 사격술이 영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홈즈의 특이점을 사건일지에 공개했을 때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거나 사격 실력을 지적한 내용을 삭제했을 수도 있다. 왓슨이 눈치 없이 홈즈의 사격술이 형편없다고 언급했으면 홈즈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하다.

 

 

 

 

근거 2.

홈즈는 틈만 나면 사격 연습을 했다.

 

 

홈즈는 평소에 범상치 않은 행동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격 연습이다. 이러한 홈즈의 모습은 머즈그레이브 가 전례문(The Adventure of the Musgrave Ritual, 셜록 홈즈의 회고록수록) 나온다. 홈즈는 베이커가 하숙집 한쪽 벽을 표적지 삼아 권총을 쏜다.

 

 

 

 

 

 

 

 

 

 

 

 

 

권총 사격 연습은 두말할 나위 없이 언제나 야외에서 심심풀이로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인데, 홈즈는 기분이 언짢을 때면 방아쇠가 민감한 권총과 100발의 복서 탄약통을 갖고 안락의자에 앉아 맞은편 벽에 총알-곰보 자국을 내서 애국적인 V.R.(‘빅토리아 여왕의 약자)를 새기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집 안 꼴도 공기도 개선되긴 영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183)

 

 

홈즈의 사격 연습을 괴팍한 행동으로만 봐야 할까? 홈즈가 집 안에서 사격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왓슨 말대로 사격 연습은 밖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만 홈즈는 야외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하는 자신의 모습이 런던의 악당들이 알게 될까 봐 위기감을 느꼈다. 홈즈를 신뢰하는 허드슨 부인 덕분에 그녀의 동의를 받고 집에서 사격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근거 3.

홈즈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악당의 머리에 재빠르게 총을 들이대는 연습을 했다.

 

 

 

 

 

 

홈즈의 사격 방식을 지적했던 로버트 키스 레빗은 악당에게 총을 겨누는 홈즈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홈즈는 악당의 공격을 미리 방어하기 위해서 악당에게 날렵하게 다가가 총을 들이대는 연습을 했다. 홈즈는 시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사격 실력이 늘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편 및 모르핀 복용의 후유증으로 손 떨림 증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홈즈는 명중률을 높이는 자신만의 사격 방식을 생각해냈고, 사건이 없는 날이면 악당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연습을 했다.

 

 

 

 

근거 4.

홈즈는 개에게 물린 사고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덩치가 큰 개를 만나면 공포증이 생겼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헨리 경을 공격한 사냥개를 향해 어설프게 발포했다.

 

 

글로리아 스콧 호(The Adventure of the Gloria Scott, 셜록 홈즈의 회고록수록)에 홈즈는 왓슨에게 친구 빅터 트레버를 알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내가 빅터 트레버 얘기를 한 적 없지?” 그가 물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2년 동안 그는 유일한 친구였어. 나는 영 사교성이 없었거든. 차라리 방에서 뭉그적거리며 생각하는 방법이나 연구하길 좋아하는 바람에 동급생들과는 딴판이어서, 우리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지. 내가 아는 학생은 트레버뿐이었는데, 그와 사귀게 된 것도 어느 날 아침 내가 교회에 갈 때 그의 불테리어가 내 발목을 물고 늘어진 우연한 사고 때문이었어.”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153)

 

 

 

불테리어의 공격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홈즈는 그 사고 이후부터 개 공포증이 생겼을 것이다. 그 사고에 대한 기억은 홈즈가 쉽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작용하다 보니, 성인 남성의 체격에 맞먹는 사냥개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사건(바스커빌 가의 개)상당히 위험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홈즈는 런던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다는 핑계를 둘러댔고, 왓슨이 홈즈를 대신해서 사건 현장에 갔다. (앞서 소개한 바스커빌 가의 개줄거리를 참조할 것.) 홈즈는 런던에 있는 동안 사냥개를 단숨에 해치울 수 있도록 사격 연습을 했다. 그러나 사냥개의 공격을 받는 헨리 경을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지 홈즈는 사냥개의 옆구리 쪽으로 어설프게 총을 쏘고 말았다.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셜록 홈즈의 모험(현대문학, 2013)

 

 

 

권총으로 공격성이 강한 사냥개를 단번에 죽이려면 급소라 할 수 있는 머리에 정확히 겨누어야 한다.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 셜록 홈즈의 모험수록) 편에 나오는 왓슨처럼 말이다.

 

 

 

홈즈는 러캐슬을 덮친 사냥개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서 총을 꺼내 들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왓슨의 빠른 대처가 없었으면 루캐슬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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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8-0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어라... ㅋ 스포일러의 글을 좋아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이웃 친구의 집에서 개에 물린 적이 있어서 큰 개를 보면 아직도 무서워해요.
평상시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 개였는데 왜 물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제가 개를 빤히 쳐다봤을 것 같고 그걸 공격의 표시로 알았는지...


cyrus 2017-08-02 19:08   좋아요 1 | URL
요즘은 개와 친하게 지내려면 감정을 표현하는 개의 행동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2017-08-02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8-0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출전이 기억나지 않는 홈즈버젼에서 홈즈가 복싱과 펜싱, 그리고 유도와 사격의 달인이라는 표현을 본 것 같아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고 홈즈의 사격실력이 별로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네요. 손떨림-사격을 연결시켜볼 생각은 못 했어요.

cyrus 2017-08-03 13:0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내용의 출전이 80년대에 나온 동서문화사 홈즈 전집일 겁니다. 《진홍색 연구》를 번역한 《빨강글자의 수수께끼》 해설에 나온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전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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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강아지를 보면 정말 좋아한다. 가족처럼 지내고 싶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들을 잘 보살피지 못한다. 강아지건, 병아리건 생명 있는 것들은 나에게만 오면 시름시름 앓다 내 곁을 떠나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동물의 죽음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깊은 상처였다. 살아 있는 내가 살아 있는 것들을 보듬어주지 못하다니. 얼마만큼 사랑을 주고 얼마만큼 참아야 하는지 내게 그것은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경험이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죽음을 특정 관점에서 정의 내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분석도 없다. 이 책은 가끔 불현듯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맞닥뜨리는 나에게 진언처럼 다가온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허무나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비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은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듯 살고 죽는 게 그런 것, 죽음은 또 다른 삶이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슬픔은 단정하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이후부터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 미래의 꿈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부정과 우울, 그리고 죽음을 늦추고 싶은 마음. 그의 글은 시종 질서정연한 채 한번 풀어 헤쳐지지도, 터뜨려지지도 않는다. 폴의 육체가 계속 쇠락하긴 하지만 분명 살아있다. 폴은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스스로 질문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폴은 노화만큼이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다. 그래서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죽기 전까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잘 사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죽음과 씨름하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강한 믿음 없이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죽음이 노화만큼 두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은, 죽음은 ‘엄청난 사회의 병이고, 필요악’이라 여기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나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온다.

 

죽음을 일종의 패배로 여겨지는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면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때 폴은 내게 말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그리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더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도 했다. 지금 당장 죽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또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자아 반성이다. 이와 같은 반성은 삶에 대해 더욱 겸허하고 진실한 자세를 갖게 한다. 죽음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을 아는 것이다. 죽음이 바로 삶이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어서 삶은 삶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언젠가 내 마지막 숨결이 삶의 종착역에 닿게 될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것. 그 선택은 내 삶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내 안에 있는 의지력을 믿는다면, 폴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을 떠올리게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죽음 이후의 삶을 T.S. 엘리엇의 시구(詩句)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손에 응하는 일’이라고 인용한 적이 있는 폴을 보면 그의 뇌리에 관류한 죽음의 의미는 차라리 평온한 축복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결국, 모든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미래에 올 죽음을 깨닫는 것이 현재의 삶을 즐겁게 사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평화로운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과 그 곁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 모두가 최선을 다할 때 맞이할 수 있다. 때론 지나친 집착과 절망도 떠나보내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 이 교훈은 내 뺨에 마지막 숨결을 남기고 떠난 동물들이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죽음에도 조화가 필요하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작별의 말을 나누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허락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세상 소풍 끝내는 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이해하고, 지켜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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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1 17:53   좋아요 1 | URL
<알쓸신잡> 전주 편 방송에서 본건데, 남부시장에 가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무구가 적힌 것이 있어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누구나 이런 삶을 살고 싶을 겁니다. 여유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벌면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주말에 일 나가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적당히 버는 것이 시원찮고, 잘 사는 것도 아니에요.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할거고, 갑작스럽게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겁니다.

2017-08-0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8-0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나도 이 책 보면 천상병 시가 생각나.
무엇보다 죽기 전에 주변 정리를 잘 해 놓고 죽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지.
적어도 오늘은 아니겠구나 하며 자꾸 미룬다는 건데
나 죽기 전에 가장 시급하게 할 일은 책을 정리해 두는 건데
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ㅋ

cyrus 2017-08-01 17:54   좋아요 1 | URL
죽는 날은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저는 제가 모은 책들을 기부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 책을 받아줄 장소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 슬퍼집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 있고,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cyrus님은 후자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cyrus 2017-08-01 17:5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는 둘 다 키울 자격이 없습니다... ㅎㅎㅎ
성격이 게으른데다가 책 읽는 데 정신이 팔려서 동물, 식물 관리를 소홀히 합니다.
 

 

 

작년 8월에 내 서가 속 문학동네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숨은 문학동네 찾기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출판사 초대전-당신의 서가에 한 권은 있다 첫 번째 이벤트를 담당한 출판사는 열린책들이고, 두 번째 출판사가 문학동네.

 

 

[숨은 문학동네 찾기] 2016816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698286

 

 

이벤트 종료 이후에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들 몇 권 더 샀다. 올해에 두 번째 문학동네 초대전이 열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첫 번째 이벤트와 달라진 점이 있다. 첫 번째 초대전 이벤트는 소장도서를 찍은 인증 사진을 올리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초대전 이벤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 한 권을 소개하면 된다. 늘 그렇듯 최애(最愛)한 책 한 권을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모든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순위제 형식의 글을 작성했다. 순위의 기준은 내 맘이다. 순위에 포함된 도서는 첫 번째 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 종료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구입한 것들로 집계했다. 문학동네 소속 브랜드(임프린트) 출판사의 책들도 포함되었다.

 

나는 아예 안 읽은 책은 읽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말하거나 도서 링크를 올리지 않는다. 순위에 포함된 도서 중에 안 읽은 것이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안 읽은 책을 링크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의도가 아니더라도 안 읽은 책(특히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을 잔뜩 올려놓기만 하고, ‘땡스투 적립금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요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라고 해도 읽는 행위가 전혀 보이지 않은 글에는 읽는 이의 진지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많이 산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게으른 독서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당장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읽을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휴머니스트, 2014)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무모하게 도전했던 다음 책이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였다. 지식이 전무한 햇병아리 고등학생이 하이데거, 데리다, 들뢰즈 등 난해한 사상가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었다. 현대미학 강의미학 오디세이만큼 쉬운 내용이라고 믿고 읽었다가 큰코다쳤다. 유튜브 방송 겨울서점을 진행하는 북튜버 김겨울(고려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철학 덕후이다) 말씀이 맞더라. 그분은 철학을 공부하려면 제일 먼저 기초적인 입문서부터 찾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라딘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곰곰생각하는발님이 작년에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원 글에는 뱀파이어가 아니라 드라큘라가 언급되어 있다. 뱀파이어와 드라큘라의 관계를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갸가 갸다. 어쨌든 아주 인상 깊은 글이다. 시간 있을 때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아아, 딱딱한 아가씨군] 곰곰생각하는발, 2016713일 작성

http://blog.aladin.co.kr/myperu/8620761

    

 

장 마리니뱀파이어드라큘라를 학문적 소재로 격상시켜 진지하게 연구한 전문가다. 마리니가 쓴 흡혈귀 : 잠들지 않은 전설(시공사, 1996)은 시공디스커버리총서에 포함된 책이고, 뱀파이어의 매혹은 문학동네 엑스쿨투라(Ex Cultura) 총서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엑스쿨투라 시리즈는 인문학 도서 위주로 나오는데, 그나마 읽기 쉬운 주제의 책이 뱀파이어의 매혹이다. 정말로 그런지 엑스쿨투라 총서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들과 한 번 비교해보자. 헤겔, 아이티, 보편사(2012),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2013). 빈곤과 공화국(2014). 어때? 내 말이 맞지?

 

    

 

 

 

       

  

 

 

문학동네 시인선전체 아니, 문학동네 출판사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 새로운 스테디셀러 에이스. 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1989)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명실상부 에이스라면, 아직 역사가 짧은 문학동네 시인선의 에이스는 당연히 박준의 시집이다

 

강도가 약한 팩트 폭력을 시전하자면, 문학동네 시인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박준 시집 한 권뿐이다. 이보다 강도가 조금 센 팩트 폭력. 애서가가 아닌 사람들은 박준의 시집만 알고 있지, 이 시집이 문학동네 시인선시리즈에 포함된 것이며 시집 시리즈 자체가 있는 것조차 모른다. 이거 웃자고 한 말이 아니다. 현재까지 알라딘에 남긴 문학동네 시인선리뷰의 수를 살펴보면 대충 감이 온다. 100자평을 제외한 독자리뷰 10편을 넘긴 시집이 딱 두 권뿐이다. 이문재의 지금 여기가 맨 앞(11), 그리고 박준의 시집(41). 100자평 한 개조차 달리지 않은 시집이 꽤 많다.

 

투자자들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던 명언이겠지만, 이 명언의 진리는 출판사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스테디셀러를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독자들은 바구니에 담지 못한 책들이 뭐 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가 알리지 않는 이상, 책의 존재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당신이 살고 있는 맛의 세계’] 2017519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47905

 

 

    

 

 

 

 

 

 

 

 

 

 

 

 

 

이 책을 읽고, 내 맛의 선호 경향이 괴식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확신했다.

 

 

 

 

 

                  

  

 

[그림에 자유롭게 다가서기] 20177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39132

    

 

 

 

 

 

 

 

 

 

 

 

 

 

 

 

얼마 전에 이 책을 리뷰로 소개했으니, 여기서는 책과 전혀 관련 없는 딴소리를 해야겠다. 이번에 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를 준비한 출판사 관계자들의 태도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트북스는 문학동네 소속 임프린트인데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아트북스에서 나온 모든 책의 관련 이벤트항목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 내용이 없다. 제발 문학동네 직원이면 아트북스 좀 응원, 아니 초대합시다!

 

 

 

 

 

                  

 

 

앞서 소개한 유경희씨의 책에 제임스 엘킨스의 그림과 눈물이 잠깐 언급된다. 책 소개를 유경희씨의 책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대신한다.

 

서재에 꽂혀 있던 제임스 엘킨스의 그림과 눈물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이 책은 그림 속에 그려진 눈물과 울음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림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넌지시 부러움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보고 감동은 하지만 절대 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미술사학자를 포함한 지적인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의 말처럼 그림 앞에서 울 수 있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경희 가만히 가까이326)

    

 

 

 

 

                 

  

 

2000년 전후에 문학동네가 인문학 총서를 펴낸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모더니티 총서.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총서에 포함된 책 중에 재출간된 것은 단 세 권뿐이다.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2012), 두 권으로 이루어진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2012)이다.

 

라인하르트 코젤렉개념사연구를 주도한 독일의 역사학자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통해 과거를 알 수 있고, 미래에 대처할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젤렉은 이 역사의 전통적 의미를 근대가 낳은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코젤렉의 개념사연구는 근대에 태동한 역사적 개념들, 즉 제국주의 · 문명 · 진보 등과 같은 단어를 형성하게 만든 역사적 배경들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지나간 미래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책 소개를 하고 싶지 않다. 정희진씨의 지나간 미래서평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가가면 물러서는 미래] 정희진, 한겨레 (20151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259132

  

 

 

  

 

    

               

 

 

비밀언어 시리즈는 인간의 꿈과 무의식, 예술작품 등에 등장하는 상징체계를 소개한 시리즈물이다. 이 시리즈물의 매력은 그림과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프로이트 · 융 심리학의 상징이론, 신비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부담 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비밀언어 시리즈첫 번째 책 상징의 비밀최승자 시인이 번역했다. 현재 이 책과 사랑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지금 주문이 가능한 비밀언어 시리즈마음의 비밀딱 한 권뿐이다. 나머진 절판되었다. 사랑의 비밀사랑에 관한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도판과 인용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삶과 죽음의 간격] 201772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74883

    

 

 

 

 

 

 

 

 

 

 

 

 

 

 

 

김애란을 읽지 않은 십 년의 세월을 너무 아깝게 흘려보냈다. 바깥은 여름을 읽고서야 뒤늦게 김애란의 진가를 알았다.

 

    

 

 

 

 

 

[책으로 살찌운 영혼] 2017218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146201

 

 

  

 

 

 

 

 

 

 

 

 

 

 

 

  

사실 이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나머지 아홉 권의 책을 들러리로 세워 놨. 다치바나 다카시는 내 독서와 글쓰기에 가장 영향을 준 스승이다. 만약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알라딘에 가입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내가 책을 많이 사게 만든 만악의 근원이다. 헌책방 탐방의 묘미를 알려준 사람도 다치바나 다카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교보문고매장에 사서, 이 책을 읽고 쓴 리뷰를 알라딘에 공개했다. 운이 좋아서 리뷰 대회 2등을 했다. 원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50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몇 권이 품절 상태였기 때문에 받지 못한 문학전집 대신에 테러리스트의 아들(2015), 미각의 비밀, 정치의 도덕적 기초(2017)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 책 세 권과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47권을 받은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목재 사과 상자에 책을 보관하던 시절을 사과 상자 시대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오마주(Hommage)를 하고 싶어서 세계문학전집 양장본을 사과 담는 종이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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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31 14:38   좋아요 1 | URL
***님이 소개한 책 중에 제가 안 읽은 것이 많아요. ^^

레삭매냐 2017-07-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금도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안 사도 되지만 책쟁이들의 숙명처럼
그렇게 책을 사게 되네요.

예스24와 교보문고 쿠폰 때문에 뭔 책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싸이러스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제 제임스 설터의 에세이집을 샀네요.
오늘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을 사려구요.

cyrus 2017-07-31 14:43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찾기 힘든 책들은 무조건 삽니다. 2000년 전후로 나온 책들은 사서의 분류에 의해 퇴출당해서 서고로 향합니다. 서고에 있는 책을 빌릴 수 있지만, 사서 허락 없이는 못 빌려요. 저는 이 과정이 번거로워서 오래된 책들에 대한 애착이 강해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만든 우유배달박스를 사용한 적도 있는데,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의 책을 보고 나무상자를 찾아봤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요즘은 나무상품이 비싸더라구요. 그냥 나오는 건 거의 구경할 수 없구요.ㅎ 겨울서점님의 낭독을 들으면서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밤, 뭔가 근사해지네요.ㅎㅎ LA에 살았더라면 아마 매주 한번 이상은 알라딘 중고서점 마당몰점을 들락거렸을 것 같아요. 미국이고 한국책이고 책안읽는 시절답게 은근히 절판된 좋은 책을 구할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배송서비스가 없어서 꼭 거길 가야만하기 때문에 가슴졸이게 만드는 책이 늘 몇 권씩 깄네요.ㅎㅎ

cyrus 2017-07-31 14:47   좋아요 0 | URL
우유 나르는 상자는 튼튼해서 책 보관용 상자로 안성맞춤이겠군요. 요즘 겨울님 유튜브를 보면 독서 욕구가 마구 생겨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4:48   좋아요 1 | URL
마구 중독되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7-07-31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사면,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일이 생겨요.
새 책은 계속 눈에 들어오니까요. ^^;
cyrus님, 여기는 밖에 비가 오고 있어요. 바깥은 비오는 여름입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7-07-31 18:15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그리고 지갑에 있는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

서니데이 2017-07-31 18:16   좋아요 0 | URL
앗. 그것도 그렇네요.^^;

숨니 2017-07-3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언젠간 읽게 될 책 ㅎㅎㅎ

cyrus 2017-08-01 09:41   좋아요 0 | URL
당장 읽고 싶어서 사는 책보다 나중에 읽으려고 사는 책이 더 많습니다. ^^;;

clavis 2017-07-3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cyrus 2017-08-01 09: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clavis님.

AgalmA 2017-08-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편견이겠습니다만 박준 마리몬드 리커버 시집을 가지고 계신 게 언밸런스해서 재밌습니다^ㅋ^!
시집 자주 사다보니 제 취향의 시집은 주로 민음사더라는... 젊은 창작자 수혈에 적극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은 문동이랑 문지 시집 사기 참 쉽지 않아요....
47권이라고요! 리뷰 대회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군요! 축하요^0^

cyrus 2017-08-03 13:06   좋아요 1 | URL
동생이 박준 시인의 시집과 에세이집을 읽고 싶다고 해서 제가 주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