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클래식출판사에서 나온 홈즈 전집은 두 종이 있다. 하나는 번역가 단체 베스트트랜스가 옮긴 구판(반양장본, 양장본)이다. 다행히 구판은 절판되었다.  

 

 

 

 

 

 

 

 

 

 

 

 

 

 

또 하나는 송성미 씨가 번역한 개정판(양장본, 미니북)이다. 장르 불문하고 번역물을 다작한 번역 팀은 베스트트랜스바른번역이다. 이 글에서는 베스트트랜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인터넷서점 Yes24국내 작가항목에 보면 베스트트랜스를 소개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 · 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번역뿐만 아니라 창작 집필을 하며 우리 콘텐츠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기존의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편집자가 편집하는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번역가와 편집자가 한 팀을 이뤄 잘 읽히는 작품으로 다듬기 위한 번역과 책임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직역직해가 아닌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손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다음 편집 단계에서는 교정 교열자 두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양질의 작품으로 가다듬기 위한 문장 손질 작업이 이어진다. 크로스 체크는 기본으로 하고, 체크를 마친 작품이라고 해도 출간 직전에 가제본을 만들어 베스트트랜스 서평단 독자와 저명한 교수, 기자, 작가 등의 감수·검열을 거친다.

 

(http://www.yes24.com/24/AuthorFile/Author/145948)

    

 

이 소개 글만 보면 베스트트랜스가 번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한 법. 지금까지 베스트트랜스가 펴낸 번역물 전부가 다 그렇지 않겠지만, 어떤 책은 단체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오역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 가의 개. 이 번역본에 발견된 오역과 원문 누락은 지그동안 풍문으로만 들리던 집단 번역의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판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원문, 개정판 문장을 비교해봤다.

 

 

  

 

 He now took the stick from my hands and examined it for a few minutes with his naked eyes. Then with an expression of interest he laid down his cigarette, and carrying the cane to the window, he looked over it again with a convex lens.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 said he as he returned to his favourite corner of the settee. “There are certainly one or two indications upon the stick. It gives us the basis for several deductions.”

    

 

* 더클래식 (구판, 10)

홈즈는 지팡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피우던 담배를 내려놓고 창가로 가더니 확대경으로 꼼꼼히 한 곳을 살폈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홈즈는 늘 즐겨 앉은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

그는 내 손에서 지팡이를 받아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흥미를 느끼는 듯 창가로 가더니 담배를 내려놓고 확대경을 통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별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군.”

홈즈는 늘 즐겨 앉는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는작업을 지향한다. 그래서 베스트트랜스가 손질한 번역문은 원문과 다르고, 사소한 원문의 문장 한두 개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 구판에는 1번 문장이 없다.

 

홈즈는 기분이 좋을 때 손바닥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2번 문장에 홈즈의 버릇을 묘사하는 내용을 첨가했다. 직역하면 홈즈는 의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라고 쓸 수 있다.

 

 

 

      

 

“Mortimer, James, M.R.C.S., 1882, Grimpen, Dartmoor, Devon.

House-surgeon, from 1882 to 1884, at Charing Cross Hospital.

Winner of the Jackson prize for Comparative Pathology,

with essay entitled ‘Is Disease a Reversion?’ Corresponding

member of the Swedish Pathological Society. Author of

‘Some Freaks of Atavism’ (Lancet 1882). ‘Do We Progress?’

(Journal of Psychology, March, 1883). Medical Officer

for the parishes of Grimpen, Thorsley, and High Barrow.”

    

 

* 더클래식 (구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이 됨.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거주.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채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재직.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 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 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 더클래식 (개정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구에 거주하고 있음.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차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그림펜, 소슬리, 그리고 하이배로 교구의 의무관.

 

 

 

홈즈의 인명사전에 적힌 제임스 모티머(사건 의뢰인)의 경력이다. 구판에 마지막 문장 한 줄이 빠졌다.

    

 

 

      

 

This from Hugo Baskerville to his sons Rodger and John,

with instructions that they say nothing thereof to their sister Elizabeth.

 

* 더클래식 (구판, 개정판 26)

- 휴고 배스커빌의 후손 로저와 에게,

누이 엘리자베스에게는 비밀로 해라.

    

 

교정 교열자 세 명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John)’의 오식을 못 봤단 말인가.

 

 

 

 

 

 

Holmes stopped him at the head of the stair.

“Only one more question, Dr. Mortimer. You say that before Sir Charles Baskerville’s death several people saw this apparition upon the moor?

“Three people did.”

“Did any see it after?”

“I have not heard of any.”

“Thank you. Good-morning.”

    

 

* 더클래식 (구판, 41)

모티머 씨, 잠깐만요!” 홈즈는 계단을 내려가는 닥터 모티머를 불러 세웠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 그 개를 봤다는 사람이 더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 더클래식 (개정판, 42)

홈즈는 층계참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

모티머 씨,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사망하기 전에 황무지에서 유령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요?

세 사람이요.”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에도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의역을 위해서 1번 문장을 뺐던 것일까? 가독성을 위해서 원문의 문장 한두 개 가볍게 무시하는 번역 작업에 회의적이다. 1번 문장은 정말 초보적인 것이다. 우리말로 옮겨서 읽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베스트트랜스는 지나치게 많이 의역을 시도한다.

 

 

 

     

 

“Sir Henry, has anything else of interest happened to you since you have been in London?”

“Why, no, Mr. Holmes. I think not.”

“You have not observed anyone follow or watch you?”

“I seem to have walked right into the thick of a dime novel,” said our visitor. “Why in thunder should anyone follow or watch me?”

    

 

* 더클래식 (구판, 57)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나요.”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58~59)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홈즈 선생.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내가 갑자기 무슨 탐정 소설의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것 같군요.” 손님이 말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dime novel’삼류 소설’, ‘싸구려 소설을 의미한다. 다른 역자들은 이 단어를 탐정 소설’, ‘모험 소설로 옮겼다.

 

 

 

   

 

“I tell you, Watson, this time we have got a foeman who is worthy of our steel. I’ve been checkmated in London. I can only wish you better luck in Devonshire. But I’m not easy in my mind about it.”

    

 

* 더클래식 (구판, 83)

왓슨, 제대로 상대를 만난 것 같네. 아쉽게도 런던에서의 게임은 내가 참패했지만 데번셔에선 절대지지 않겠어. , 그런데 마음이 안 좋군.”

    

 

* 더클래식 (개정판, 86~87)

왓슨,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 같네. 나는 런던에서 놈에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자네가 데번에 가게 되면 좀 더 운이 좋기를 바라네. 하지만 나는 아직 걱정이 되는군.”

 

 

 

홈즈는 범인이 준비한 계략에 걸려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홈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 하나를 맡고 있어서 당장 런던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왓슨이 홈즈 대신에 데번셔로 향하게 된다. 홈즈는 사건 현장에 혼자 보내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행운을 빌어주는 말을 한다. 홈즈는 데번셔에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내가 범인에게 졌지만, 데번셔에서 (범인을 만날 땐) 절대 지지 않겠어라는 번역문은 원문을 무시한 오역이다.

 

 

 

 

 

Baskerville shuddered as he looked up the long, dark drive to where the house glimmered like a ghost at the farther end.

“Was it here?” he asked in a low voice.

“No, no, the yew alley is on the other side.”

The young heir glanced round with a gloomy face.

“It’s no wonder my uncle felt as if trouble were coming on him in such a place as this,” said he. “It’s enough to scare any man. I’ll have a row of electric lamps up here inside of six months, and you won’t know it again, with a thousand candle-power Swan and Edison right here in front of the hall door.”

    

 

* 더클래식 (구판, 92~93)

우리는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여깁니까?” 헨리 배스커빌 경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길은 정원 옆으로 나 있습니다.”

닥터 모티머의 말에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보니 삼촌이 겁에 떨었던 이유를 알겠군요. 누구라도 겁먹기 십상이지. 모티머 씨,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램프를 세워야겠어요. 환하게 불을 밝히면 훨씬 나을 겁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97~98)

배스커빌은 길고 어두운 진입로를 바라보며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진입로 끝에 서 있는 저택이 유령처럼 희미한 빛을 발했다.

이 자리입니까?” 배스커빌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니요. 주목 산책로는 저쪽에 있습니다.”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기분이 이상해지겠네요.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전기 가로등을 세워야겠어요. 현관 문 바로 앞에는 촛불 천 개의 밝기를 가진 전등을 달 거예요. 그러면 이곳 분위기는 훨씬 나아질 겁니다.”

 

 

shudder : (공포추위 등으로) 몸을 떨다, 전율하다

 

 

 

 

 

 

 

And yet it was not quite the last. I found myself weary and yet wakeful, tossing restlessly from side to side, seeking for the sleep which would not come. Far away a chiming clock struck out the quarters of the hours, but otherwise a deathly silence lay upon the old house. And then suddenly, in the very dead of the night, there came a sound to my ears, clear, resonant, and unmistakable. It was the sob of a woman, the muffled, strangling gasp of one who is torn by an uncontrollable sorrow. I sat up in bed and listened intently. The noise could not have been far away and was certainly in the house. For half an hour I waited with every nerve on the alert, but there came no other sound save the chiming clock and 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

    

 

 

* 더클래식 (구판, 98)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자니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그 뒤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삼십 분이 넘도록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3)

그러나 그것은 아직 마지막이 아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청해 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멀리서 시계가 십오 분마다 종을 쳤지만 그것만 빼면 죽음 같은 적막이 오래된 저택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 밤중에 어디선가 귓가에 선명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자의 울음소리 같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소리는 먼 곳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분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잠깐 들렸을 뿐이다. 나는 삼십 분 정도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현대문학 (주석판, 119~120)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지쳤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올 것 같지 않았다. 멀리서 괘종시계가 15분마다 종을 치는 것 말고는 이 오래된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적막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분명하고 낭랑해서 절대 잘못 들을 수는 없었다. 한 여자가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억제할 수 없는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런 이상한 흐느낌이었다.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30분가량을 나는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세우고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없었다. 시계가 다시 종을 치고 담벼락의 담쟁이가 사각거릴 뿐이었다.

 

 

 

베스트트랜스는 이 긴 문장을 의역하면서 시계종이 울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 문장은 원문과 다른 문장이 되어버렸다. 2번 문장을 해석하면 왓슨은 시계 종소리(chiming clock)와 담쟁이덩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를 동시에 들었다고 되어 있다(현대문학 주석판 참조).

 

rustle : 바스락거리다

    

 

 

 

 

“Did he ever strike you as being crazythis brother of hers?”

“I can’t say that he ever did.”

“I dare say not. I always thought him sane enough until today, but you can take it from me that either he or I ought to be in a straitjacket. What’s the matter with me, anyhow? You’ve lived near me for some weeks, Watson. Tell me straight, now! Is there anything that would prevent me from making a good husband to a woman that I loved?”

    

 

* 더클래식 (구판, 135~136)

스태플턴이 닥터 왓슨에게도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뭐 대단히 잘못했나요? 닥터 왓슨은 지난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좋은 남편감이 못될 이유가 있습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148)

그 오빠라는 사람 말입니다. 박사는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까지는 그자가 항상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 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정신병원에 가야 해요. 도대체 나에게 문제가 무엇이라는 건지? 왓슨 박사. 박사님은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좋은 남편감이 못 될 이유가 있습니까?”

 

 

straitjacket : (정신병 환자나 난폭한 죄수 등에 입히는) 구속복

 

 

 

 

 

 

* 더클래식 (구판, 181~182)

프랭클랜드 씨가 망원경을 살펴보더니 기뻐서 소리쳤다.

서두르게, 왓슨 선생! 언덕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해!”

망원경으로 정말 한 아이가 짐 꾸러미를 들고 언덕을 넘어가는 게 보였다. 그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아이가 들고 온 짐을 받아들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으로 사라졌다. ,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가 서둘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이 붉게 물들며 벨리버와 빅슨 바위산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01~203)

프랭클랜드 영감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서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탄성을 질렀다.

어서, 박사, 어서. 그 아이가 언덕을 지나가기 전에 말이오.”

분명하게도 그 작은 아이는 어깨에 작은 짐 꾸러미를 지고, 언덕을 천천히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산마루에 올랐을 때 나는 차가운 푸른 하늘 아래로 투박하고 남루한 아이의 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쫓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은밀하게, 슬며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서 그 아이는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보시오. 내 말이 맞지 않소?”

확실히 그렇군요. 저 아이는 비밀스러운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 심부름이 무엇인지는 경찰조차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거요. 그러니 박사도 이를 비밀에 부쳐 주시오.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오! 알겠소?”

영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를 수치스럽게 대했소, 수치스럽게. 프랭클랜드 대 레지나 소송 사건의 진실이 알려진다면 나라 전체가 분개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경찰을 돕는 일은 결코 없을 거요. 펀워시의 악당들이 내 허수아비가 아니라 나를 말뚝에 묶고서 화형을 해도 경찰 놈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을 것이오. 벌써 집에 가시려고 하나? 이 위대한 일을 기념하여 나와 함께 포도주나 한 잔 하고 가시오.”

하지만 나는 그의 권유를 거절하고서, 그가 거처까지 동행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까지 극구 사양하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따르는 곳까지만 길을 따라 걷다가 황무지로 발길을 돌려 그 아이가 사라진 바위 가득한 언덕을 향해 갔다. 모든 것이 나의 편에 있는 듯했고,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던져 준 기회를 인내심을 갖고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바위산 언덕에 도착하였을 때,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발밑, 긴 산비탈의 한쪽은 온통 황금빛과 녹색이었고, 다른 한쪽은 회색빛 어둠이 깔려 있었다. 벨리버와 빅센 바위산의 황홀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먼 곳의 지평선 위로 낮게 실안개가 가득했다.

 

 

구판에 굵은 표시를 한 내용이 없다. 프랭클랜드와 왓슨이 나눈 대화 일부가 사라진 셈이다.  

 

 

 

 

 

 

“No, Watson, I fear that I could not undertake to recognize your footprint amid all the footprints of the world. If you seriously desire to deceive me you must change your tobacconist; for when I see the stub of a cigarette marked Bradley, Oxford Street, I know that my friend Watson is in the neighbourhood.”

    

 

* 더클래식 (구판, 188)

아니.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발자취만으로 자넬 알아보겠나?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들랑 담배부터 끊어야 할 걸세. 이 담배꽁초가 길가에 떨어져 있더군, 그걸 보고 난 내 친구가 온 걸 알았지.”

    

 

* 더클래식 (개정판, 209)

왓슨, 그렇지 않네. 나는 신이 아니야. 어떻게 발자국만을 보고서 자네인 줄 알겠는가.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든 담배부터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걸세. <옥스퍼드 가, 브래들리>라는 글씨가 적힌 이 담배꽁초를 보고서야 나의 친구 왓슨이 온 걸 알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change your tobacconist(담배 가게를 바꾸다)’금연으로 번역했을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왓슨보다 더한 골초로 악명 높은 홈즈가 친구에게 금연하라고 말하는 모습은 터무니없다.

 

 

 

 

 

 “Who is the gentleman with the telescope?”

“That is Rear-Admiral Baskerville, who served under Rodney in the West Indies. The man with the blue coat and the roll of paper is Sir William Baskerville, who was Chairman of Committees of the House of Commons under Pitt.

    

 

* 더클래식 (구판, 207)

망원경을 든 저분은 누굽니까

, 서인도제도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그 옆은 하원 의장을 지낸 윌리엄 피트입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35)

망원경을 든 저 신사는 누구입니까?”

, 서인도 제도의 해군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종이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을 지냈지요.”

 

 

홈즈가 배스커빌 가 선조들의 단독 초상화를 쭉 바라보면서 질문하고 있는 장면이다. 홈즈가 가리킨 윌리엄 배스커빌은 윌리엄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스트트랜스는 윌리엄 배스커빌과 피트 총리가 함께 있는 2인 초상화인 것처럼 번역했다. 이건 당연히 오역이다.

 

 

 

 

 

 

 

“We have him, Watson, we have him, and I dare swear that before tomorrow night he will be fluttering in our net as helpless as one of his own butterflies. A pin, a cork, and a card, and we add him to the Baker Street collection!”

 

 

* 열린책들 (209~210)

왓슨. 잡은 거나 다름없어. 장담하지. 내일 밤이 되기 전 그자는 우리 그물에 걸려 자신이 잡은 나비처럼 버둥거리게 될 걸세. 핀을 꽂고 코르크에 박아 이름표까치 부착한 다음 바스커빌가의 채집 목록에 추가해 주자고.”

 

* 더클래식 (구판, 209)

그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어. 내일 밤, 그는 자기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퍼덕여봐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핀과 이름표만 있으면 그를 영원히 배스커빌 가문의 표본실에 가둘 수 있겠는걸.”

 

* 더클래식 (개정판, 237)

왓슨, 그자는 우리 그물 안에 들어왔네. 그자는 자신이 휘두르는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우리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우리에게 핀과 액자, 이름표만 있으면 그자를 영원히 베이커 가의 수집품 목록에 넣을 수 있겠는걸.”

 

 

 

 

 

 

 

 

 

 

 

 

 

 

 

 

열린책들 출판사의 번역본에도 원문의 ‘Baker Street collection’을 오역한 표현이 있다.

 

 

 

 

 

I placed my hand upon the glowing muzzle, and as I held them up my own fingers smouldered and gleamed in the darkness.

“Phosphorus,” I said.

“A cunning preparation of it,” said Holmes, sniffing at the dead animal.

    

 

* 더클래식 (구판, 230)

나는 그것의 몸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 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헨리 경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59~260)

나는 번쩍거리는 그 주둥이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죽은 짐승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sniffing :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2017-08-0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리수안 조르바-더 클래식을 읽고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번역가들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번역했을까? 그래서 삼분의 이 쯤 읽다가 다름 출판사 번역을 구해 읽을까 고심중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은 제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cyrus 2017-08-03 19:52   좋아요 0 | URL
저작권이 지난 외국 작품들은 번역 ᆞ출판하기 쉽습니다. 이렇다 보니 독자들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를 우후죽순 펴내는 출판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많이 팔려고 책값을 낮춰서 책정해요. 이런 책들 중에 번역의 질이 떨어진 것이 있어요. 독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구입합니다. 출판사는 엉터리 번역본을 내놓은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개정판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출판사의 행보는 구판을 산 독자들을 바보로 만듭니다.

2017-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3 19:59   좋아요 0 | URL
인지도 높은 전문 번역가와 아마추어 번역가를 비교해보면 경제적 수입뿐만 아니라 능력의 격차까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2017-08-0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8-03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났을때,
불편하고 어색한 문장을 만났을때..

cyrus 2017-08-03 20:01   좋아요 1 | URL
요즘 저는 후자의 상황을 참을 수 없어서 때안 봐도 되는 원서를 보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 죽겠습니다.. ㅎㅎㅎ

qualia 2017-08-03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읽었던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바스커빌(배스커빌) 가의 개』였습니다. 한 어린이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딸려 나온 축약본이었죠. 그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공포감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읽다 말다 중간중간 독서를 중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트라우마란,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훨씬 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아주 큰 검정개가 있었는데요. 그 검정개가 쥐약을 먹고 큰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쫓겨들어가) 죽었던 일이 있었죠. 그 ‘우리집 검정개’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일찍부터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됐던 것이죠.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늑대를 연상시키는) 큰 개 삽화가 그려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을 때면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검정개가 겹쳐 떠올라 그 으스스한 공포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 때문에 cyrus 님의 『배스커빌 가의 개 』 번역 비교·비판 작업은 제 관심과 흥미를 더욱 더 많이 끕니다. 시간적 여유가 나면 저도 원전을 구해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읽고 의견을 드리고 싶은데, 워낙에 쫓기고 있는 일들이 많아 본격 참여는 (만약 하게 된다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왠지 cyrus 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어쨌든 『바스커빌 가의 개』는 어린 시절 제 추억의 책이니까요. 그 추억에 다시 한번 젖어들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만약 제가 『바스커빌 가의 개』 번역판과 원전을 비교·대조하며 번역 비판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의외성 혹은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어져 해독할 수 없는 놀라움, 신비로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합니다.

cyrus 2017-08-04 12:31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렸을 때 어미 잃은 새끼 참새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실수로 새끼 참새를 발로 밟고 말았습니다. 그 일 이후로 동물을 집에서 돌보는 일을 꺼리게 됐습니다. 작년에 어머니가 인공 부화기로 알을 까는데 성공해서 병아리 다섯 마리를 집에서 키웠습니다. 병아리를 좋아하지만, 병아리가 저를 따라올 때마다 불안했어요. 잘못 하면 병아리를 밟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병아리가 가까이 있으면 정말 천천히 걷습니다. 발을 완전히 떼지 않고, 질질 끌듯이 걸어갑니다. ㅎㅎㅎ

언제든지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이고, 제가 전문적으로 번역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제 글에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삶의 의외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번갈아 보는 일이 힘들어도 막상 하다보면 평소에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합니다. qualia님의 댓글을 보니까 힘이 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한˝ 의역은 미리 오역을 대비한 핑계 같습니다. 직역을 기준으로 해서 한국어에 맞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같고, 의역을 표방하면서 자기 멋대로 문장을 짜집기하거나 바꾸고 누락하는건 개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싫어하는 출판사가 저 더클래식입니다..

cyrus 2017-08-04 12:32   좋아요 2 | URL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

카스피 2017-08-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영어원문과 번역을 대조하신 cyrus님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 이정도면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하게 번역했다는 번역팀의 말이 참 낯간지러운 이야기란 생각이 팍 드는군요^^;;;

transient-guest 2017-08-04 12:33   좋아요 1 | URL
뭐 그냥 개소리죠...

cyrus 2017-08-04 12:37   좋아요 1 | URL
문예춘추사, 엘릭시르 출판사의 홈즈 전집은 의역을 시도한 번역본입니다. 간혹 원문의 의미와 살짝 다른 번역문이 보이긴 합니다만,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transient-guest 님의 말씀대로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오역 지적을 피하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