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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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19세기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로 꼽힌다. 그의 연주 실력은 최초의 오빠 부대를 만들어낼 만큼 매우 뛰어났다.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팬들이 연주회장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던 풍경은 오늘날 인기 아이돌 가수의 그것과 꼭 겹친다. 리스트는 문필가로도 활동하여 음악과 관련된 글을 썼으며 쇼팽(Chopin)에 대한 평전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리스트보다 어린 피아노 연주자가 그에게 왜 일기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리스트는 세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들다. 그런 고통을 글로 남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일기는 고문실 안에서 쓰는 기록과 다를 바 없다라고 대답했다.[] 모국인 헝가리를 넘어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고, 사교계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그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살았다니 의외다.

 

아이들은 일기 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들은 보통 쓸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정말 쓸 게 없어요.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뭘 써야 하나요?” 사실은 쓸거리가 정말 없을 수도 있어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탓에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일기장을 채울 수 있는 글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기는 매일 써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 때문에 밀리기 일쑤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일기는 짜증이 나게 하는 고문이다.

 

일기는 평범한 인간이 난생처음 쓰는 기록이다. 그러므로 일기는 쓰기 능력의 기초를 마련해 준다. 아이들이 일기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글 쓰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글을 음식’, 글쓰기를 음식을 먹는 일이라고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쑥쑥 자라면서 점점 단맛이 나는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은 좋아하고 단맛이 아니거나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문다. 대부분 아이들은 생후 6개월에서 만 3세경에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느끼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의 형태, 혹은 씹는 질감에 민감하게 반응해 편식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편식 습관을 고치려고 강압적으로 음식을 먹이려고 하면 자녀는 식사를 거부하려고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공든 탑을 쌓듯이 차근차근 해나가야 재미가 붙게 되고 실력도 늘어난다. 글쓰기는 일기 쓰기를 통해 기본을 닦을 수 있다. 대부분 부모와 교사는 일기를 매일 해야 하는 숙제인 것처럼 가르친다. 일기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자기 글을 쓰는 경험인 만큼, 일기를 과제의 의미에 맞춰 무조건 써야(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줘선 안 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붕어빵 일기를 쓴다.

 

글이란 자신의 내부에 들어있는 것을 쏟아놓는 작업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다양하고 좋은 생각이 많이 들어있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쩔쩔매게 된다. 글 쓰는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글쓰기 훈련법으로 일기 쓰기를 제안한다. 하루 30분씩 일기를 쓸 것. 글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밥보다 일기를 권한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바쁜데 일기를 써야 하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생각 속엔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들어 있다. 틀을 만들어 놓은 일기장은 우리 생각을 틀 속에 가두어 버린다. 밥보다 일기는 일기가 귀찮은 글쓰기의 대명사가 된 이유를 알려준다. 흔히 일기는 반성하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일기는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이므로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 등을 솔직하게 쓰면 된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일기를 쓰는 것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나 방식으로 일기를 쓸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소설 형식으로 써보거나 1인칭(‘’)이 아닌 상대방의 시점으로 일기를 써본다. 잠자기 직전에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잠잘 시간에 졸음과 싸우면서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써야 한다. 일기장이 아니어도 좋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노트에 기록해도 된다. 글이든 일기든 뭐든 빨리 쓰고 싶으면 뭘 쓸지 미리 생각하고, 그걸 노트에 기록한다.

 

어떤 주제를 놓고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주제에 대한 사전 경험이 없으면 훌륭한 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사전 경험은 대부분 일기로부터 온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글쓰기는 독립된 행위가 아니라 일기 쓰기와 밀접하게 연결된 일련의 행위다. 일기 쓰기를 가볍게 생각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기본적인 입력도 하지 않고 출력을 시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간혹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을 폐기물 처리하듯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 기억할 과거가 없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일기장에 남아 있는 과거의 내 모습은 어른의 눈에는 창피하고 가치가 없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귀중한 추억 보관함이다. 우리는 과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가능한 세상을 꿈꾼다.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펜과 일기장,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려는 진심, 이 세 가지만 있으면 타임머신을 만들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된다. 한 개인의 역사로 일기장만 한 게 또 무엇이 있을까. 괴발개발 썼더라도, 창피한 내용이 담겨 있더라도 제 손으로 쓴 제 삶의 기록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 메이슨 커리, 강주헌 옮김, 리추얼, 책읽는수요일, 2014,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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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보다 일기> 리뷰를 쓸까 하고 있었는데, 와, 되게 기죽네요;;

cyrus 2019-01-15 07:09   좋아요 0 | URL
syo님이 평소처럼 쓰던 대로 쓰면 되죠. syo님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소개하실 것 같아요. ^^

2019-01-1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5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1-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 같아.
물론 항상 재밌게 쓰시긴 하지만.
네 얘기 나온 거 알고 진짜 많이 웃었다.
책으로 이렇게 웃길 수 있구나.
뭔가 희망을 보는 것 같더군.ㅋ
오늘 일기는 뭘로 쓸까 미리 생각하고 쓰라는 말에 동감이야.
그거 생각 안하고 쓰면 뭘 쓸까 정말 막막하지.

마태님이 지난 주말 우리 집과 비교적 가까운 모처에서
강연회를 가지셨다는데 못 갔다.

cyrus 2019-01-15 07:38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저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과거에 썼던 책을 가져와서 마태우스님이 많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다음에 그 분 강연에 가게 되면 근래에 나온 책을 가져와서 사인을 받아야겠어요. ^^

마태우스님이 일기를 쓰는 방식이 제가 글 쓰는 방식과 조금 닮았어요. 저도 미리 뭐 써야할지 생각해놓고 쓰거든요. 가끔은 생각나는 대로 바로 글을 쓸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는 생각한 것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서 글을 쓰는 방식이 편해요.

잭와일드 2019-01-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쉬운것 같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게 일기쓰기인것 같아요.

cyrus 2019-01-15 07:41   좋아요 0 | URL
평소 재미있어서 자주 즐겨하던 것도 가끔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일기쓰기나 글쓰기도 그런 것 같아요. 계속 잘 쓰다가 어느 순간 쓰고 싶지 않는 날이 와요. 그럴 땐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

페크pek0501 2019-01-15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일기를 쓰지 않고 며칠에 한 번씩 쓰는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도 쓰고 한 칸 띄우고 오늘의 기분에 대해서 쓰기도 하고 한 칸 띄우고 미세먼지에 대해서 또는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쓰는데요. 한 칸 띄우는 것은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뜻이니 한꺼번에 여러 날의 일기를 쓰는 거라고 할 수도 있어요. 기록하는 일은 신기한 힘이 있는 듯해요. 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속에 뒤죽박죽인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같고 앞으로 할일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는 것도 같고 그래요.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땐 기분 전환이 되어 좋은 것 같더라고요. 블로그에 쓰는 글과 달리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일기의 장점인 듯싶습니다.

cyrus 2019-01-16 08:20   좋아요 1 | URL
<밥보다 일기>에 블로그에 일기 쓰는 것과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것을 비교한 내용이 있어요. 마태우스님은 이 책에서 일기장 글쓰기의 장점을 많이 강조했어요. 블로그 일기를 ‘전체 공개’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일기를 볼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가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면서 글을 쓰려는 욕구가 더 강해져요. 이게 마태우스님이 지적한 블로그 글쓰기의 단점입니다. 저도 블로그 활동을 오래 하면서 나 자신을 과대 포장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마태우스님의 말씀에 공감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곳, 알라딘 블로그에는 일기 형식의 글을 잘 쓰지 않아요.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제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지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일기를 안 써요. ^^
 
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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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는 사실 알고 보면 잔혹하고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형제(Jakob Grimm, Wilhelm Grimm)헨젤과 그레텔은 굶주림에 지친 부모가 자녀를 숲속에 갖다 버린, 당시 유럽에서 비일비재했던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18세기 말 독일에서 태어난 야곱과 빌헬름 그림은 입으로 전해지던 민담과 설화를 채집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책 제목에 있는 이야기는 독일어로 메르헨(Mrchen)이라고 한다. 이것이 전 세계 어린이들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그림 동화의 출발이다. 이 초판본에서 전체 줄거리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근친상간이나 살해, 성적인 묘사 등이 있어서 어른들조차도 읽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그림 형제는 18577판을 낼 때까지 잔혹한 내용을 여러 차례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호주 출신의 미술가, 삽화가 숀 탠(Shaun Tan)은 오랜 세월 살아남은 그림 형제의 메르헨에 색과 형태를 붙였다. 숀 탠은 종이 반죽과 점토로 중심 뼈대를 잡은 뒤 아크릴 물감, 밀랍, 구두약 등 다양한 채색 도구를 활용해 동화 속 인물과 장면을 조각으로 구현했다. 75개의 조각품으로 빚어낸 그림 형제의 메르헨을 모은 뼈들이 노래한다는 열여섯 살부터 공포소설과 환상소설에 삽화를 그린 경험을 살린 책이다. 동화 속 한 장면을 인용한 텍스트와 숀 탠의 조각 작품을 책 좌우에 배치되어 있어서 독자는 이야기와 조각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빨간 모자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빨간 모자를 쓴 어린 소녀가 생각난다. 숀 탠은 늑대와 첫 대면을 한 빨간 모자를 표현했는데, 빨간 모자보다 더 크게 만들어진 늑대는 흉악한 모습은 아니지만, 원작에 묘사한 것보다 더 위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숀 탠이 묘사한 백설 공주의 왕비는 의붓딸에 향한 질투와 증오를 얼굴로 뿜어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빨간색은 위험 신호이다. 왕비의 뾰족한 턱과 이빨, 그리고 가시처럼 돋친 왕관(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지붕이 특징인 중세 고딕 양식의 건물이 연상된다) 백설 공주에 대한 공격성을 상징한다.

 

 

사실 손 탠의 조각 작품들은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몇몇 작품은 음산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이야기를 조각 작품으로 빚어낸 시도는 좋았으나 뼈들이 노래한다에 소개된 이야기 대부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내용이라서 상당한 거리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아무리 훌륭한 조각 작품을 만들었어도 그 작품 속에 함축된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제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책 뒤에 75편의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 있지만, 원작보다 더 짧아진 내용만 가지고는 이야기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이야기의 줄거리를 책 뒤편에 배치하는 편집 방식은 이야기와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만 골라서 조각 작품을 만들고, 완전한 형태의 텍스트를 곁들어 편집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백설 공주를 비롯한 몇몇 숀 탠의 조각 작품은 원작의 전형 속에 갇혀 있다. 뼈들이 노래한다는 이미 익숙한 동화의 세계들을 입체로 구현한 수준에 그쳐 있다. 전혀 낯설지 않다. 4점 이상의 평점을 받을만한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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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4 15:09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나온 조각품을 실제로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 거예요. 그런데 종이책으로 조각품을 보니까 삽화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

2019-01-1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4 16:2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검색해보니까 <오싹오싹 당근>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이군요. 그런데 2013년에 나온 책인데 품절되었네요... ^^;; 지금도 애들이 봐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두운 그림책, 동화책이 나오고 있어요.

2019-01-14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4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 여자> 북토크 with 조선희 작가


레드스타킹 2019년 첫번째 북토크!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입니다.
왜 역사 속에서 여성은 주목받지 못하는가?
격동의 20세기 초,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했던 것은 여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그리고 12년에 걸쳐서 탄생한 작품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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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는 무료이지만, 공간사용료 대신 카페에서 1인 1음료 주문 부탁드려요.
행사가 시작되면 머신 소음으로 인해 음료주문이 불가능합니다. 20-30분 정도 일찍 오셔서 주문해주세요!

일시: 1월 19일 토요일 오후 5시
장소: 카페 스몰토크
신청: 인스타 @hippieyolo DM
(선착순 25명 무료입니다. 신청을 서둘러 주세요❣)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feminism_talk)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http://me2.do/xk0GaW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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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1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선희 작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2권을 읽고 있는데...
좋겠다. 완전 부러움.
난 너무 멀어 갈 수도 없어. 엉엉~

암튼 참석하고 꼭 후기 써라.
내가 벌써부터 들썩들썩한다.^^

cyrus 2019-01-11 17:54   좋아요 0 | URL
이번 주부터 읽으려고 해요. 새해 들어서자마자 읽을거리가 갑자기 늘어나서 정신이 없네요. ^^;;
 

 

 

지난주 토요일에 syo님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약속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밖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항상 가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서점, 헌책방, 도서관이죠.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그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든가 카페를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나 식당에도 관심이 없어요. 무슨 재미로 사냐고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죠. 물론 이런 아싸(‘아웃싸이더’의 줄임말)스러운 성격이 때때로 저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만나자고 제안하기 전에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먼저 골라야 해요. 그래야 첫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어요. 이렇다보니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선뜻 만나자고 제안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래도 syo님은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서 저와 코드가 어느 정도 맞을 거로 짐작했고, 약속 장소는 카페 ‘스몰토크’로 정했습니다. 대구에 이곳만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또 있을까요? 주말에 스몰토크가 문 여는 시간은 오후 2~3시 이후입니다. 카페 개장 시간은 바리스타인 사장님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주말에 스몰토크에 가실 땐 언제 문을 여는지 반드시 전화로 사장님에게 문의하셔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주 토요일은 바리스타 사장님이 출근하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그분이 직접 만든 ‘고오급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바리스타 사장님은 커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공부했을 정도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케냐 AA’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 커피를 고른 게 아니고요, 바리스타 사장님이 추천해준 커피입니다. ‘바리스타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커피’는 저 같이 커피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도 반하는 ‘맛있는 커피’입니다.

 

이미 syo님의 후기를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syo님은 거의 정확하게 우리의 대화를 잘 정리하셨어요. 정말로 후기 속 대화의 구성 비율은 ‘사실 95 대 과장 5’입니다. 저는 그 후기의 제목을 정한다면 ‘syo가 끄집어낸 cyrus의 속엣말’[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궁금증들이 많았는데요, 온라인 공간에서 털어놓지 못했던 속엣말을 꺼냈습니다. 그 날에 터져 나온 속엣말은 지극히 감정적인데다가 논리적이지 못한 점이 있어요. 그냥 한쪽 귀로 흘러들어도 될 말이죠. 하지만 syo님은 그런 제 말을 유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수다를 떨었어요.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현인, 2018년)

* 나쓰메 소세키 《런던 소식》 (하늘연못, 2010년)

* 나쓰메 소세키 《회상》 (하늘연못, 2010년)

* [품절]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 (하늘연못, 2004년)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민음사, 2003년)

 

 

 

 

syo님은 대화를 나누면서 책에 대한 얘기를 안 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우리는 잠깐이나마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입니다. 이번 달 ‘우주지감’ 독서모임을 위해서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야 해요. 독서모임 선정 도서는 《그 후》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소세키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후》 한 권만 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한 달 만에 읽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다 찾아 읽어본 syo님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소세키를 (짧은 기간 안에) 제대로 알려면 어느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말이죠. syo님은 소세키의 단편소설들, 소세키의 초기 문학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 《그 후》 이전에 나온 소설 《산시로》 순으로 읽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소세키가 초기 문학과 중기 문학(《산시로》, 《그 후》)에 드러난 표현 방식의 뚜렷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강상중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 2016년)

* 강상중 《고민하는 힘》 (사계절, 2009년)

 

 

 

 

 

 

 

 

 

 

 

 

 

 

 

 

* 오쿠이즈미 히카루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2016년)

* 도가와 신스케 《나쓰메 소세키 평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8년)

 

 

 

그리고 소세키의 소설과 같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현암사)를 추천했습니다. 20대에 읽은 《고민하는 힘》(사계절)에 소세키의 작품을 논한 내용이 있는데, 오랜만에 펼쳐봐야겠습니다. syo님은 ‘피해야 할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평전》(AK커뮤니케이션즈)을 언급했습니다. syo님의 말에 따르면 평전이 상당히 지루하다네요.

 

스몰토크에서 세 시간 정도 수다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스몰토크 근처에 있는 ‘투찬스’라는 일본 라멘 식당에 갔습니다. ‘투찬스’는 스몰토크와 함께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장소입니다. 여기도 제2의 레드스타킹 아지트입니다. 식당 사장님은 레드스타킹 멤버로 활동했고, 수제 맥주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입니다. 사장님은 친동생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데요, 동생은 일본 라멘을 잘 만듭니다. 그래서 ‘투찬스’에 가면 정말 제대로 된 일본 라멘과 수제 맥주를 함께 맛 볼 수 있습니다. 그 날 저녁은 syo님이 샀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그냥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밤 10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어요.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을 만나는 건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저는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인이 많지 않거든요. 작년에 독서모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올해는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질지 기대됩니다.

 

 

 

[주] 고종석, 황인숙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삼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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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8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하루를 멋지게 보내셨네요 ^^ 알라딘의 화제꺼리입니다 ㅎㅎ

카알벨루치 2019-01-08 13:00   좋아요 0 | URL
그럼 거장하고 거목으로 합시다!

카알벨루치 2019-01-08 13:01   좋아요 0 | URL
근데 난 여기에 댓글을 달았네! 혼자 놀구 있네요 완전 노안왔나 ㅜㅜ

syo 2019-01-08 13:25   좋아요 0 | URL
귀여우심.....

카알벨루치 2019-01-08 14:03   좋아요 0 | URL
혼자 삽질할 뻔했는데 옆에서 거들어줘 다행 ^^역쉬 쇼님 짱!ㅋ

stella.K 2019-01-08 14:22   좋아요 0 | URL
카알님 흥분하셨닷!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27   좋아요 0 | URL
쇼님처럼 스텔라님 왜 이러셩? 댓글 달다 성격 배리긋네 ㅎㅎㅎㅎ글만 읽으셔요 댓글은 읽지마셈 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2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알라딘에서 스텔라님과 쇼님 덕에 제가 앗싸로 아사될 뻔했는데 인싸가 됐음다 감솨함돠! 싸이러스님은 늘 과묵하시지만 박사님덕도 있습니당 ~ㅎㅎ

stella.K 2019-01-08 14:31   좋아요 0 | URL
헉, 저 한 거 없는데요...ㅋ

syo 2019-01-08 14:31   좋아요 0 | URL
귀여우심 * 2 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31   좋아요 1 | URL
명사들이 다 스로 시작하네 시루스, 스텔라, 소 그럼 난? 소칼?스칼? 다행이다 레삭매냐님 왔다 그냥 칼로 가야긋다 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33   좋아요 0 | URL
제가 알라딘 스머프마을(? 주/아갈마님 댓글 참조...참고문헌 기억이...)에 5월에 들어올라고 얼마나 발버둥쳤는디요 다행히 살아남았심다 ㅋㅋㅋ

stella.K 2019-01-08 14:3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한 자리 끼워주시는 겁니까?
고맙습니다. 카알님. 역시 이름은 잘 짓고 봐야하나 봐요.ㅎㅎ

syo 2019-01-08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신나게 잘 놀았죠. 다음 번에 만나면 그땐 가위바위보로 정하죠, 누가 대화록 쓸지. 녹취 및 메모는 반칙이구요ㅎ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1-08 12:30   좋아요 0 | URL
대화록 쓴다니 축구클럽총무라 월례회 할때 오리고기먹으면서 폰으로 메모하는게 참참참...그래도 펜은 기억을 능가하는 도구이니 메모는 해야... 알라딘 두 거장이 만나니 역사이고 그 역사는 글로 기록되는게 좋을 듯 합니다요~ㅎㅎ 우리의 삶이 글이네요 정말!

syo 2019-01-08 12:35   좋아요 0 | URL
두 거장이라니요.... syo하고 동급 대접 받으면 사이러스님 진노하십니다. 한 거장과 한 거지로 정리하실까요? ㅎㅎㅎ

cyrus 2019-01-09 18:02   좋아요 0 | URL
To. syo // 우리가 얘기하는 것들은 알라딘 서재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수위 높은 소재라서 후기 쓰면 정작 쓸 게 없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ㅎ

To. 카알벨루치 // ‘거장’이라는 단어를 ‘거부’합니다. 저는 올해부터 ‘알라딘의 거북이’가 되려고 해요. 알라딘과 알라디너들을 거북하게 만드는 빌런이 될 겁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09 18:15   좋아요 1 | URL
거장과 거지 사이에 전치사가 빠졌네요 거장 in 거지 ㅋㅋㅋ 한글로는 “거장인거지~”이렇게 번역됨돠

카알벨루치 2019-01-09 18:17   좋아요 0 | URL
애정이 있기 때문에 거북한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겄죠

2019-01-0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9 18:05   좋아요 0 | URL
다음 만남의 장소는 ‘스몰토크’가 좋을 것 같습니다. 스몰토크 바로 건너편에 유료 주차장이 있지만, 이왕이면 운전하지 않고 편하게 오셨으면 해요. ^^

stella.K 2019-01-0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과 거목의 랜드마크 찍었네.
누가 아냐? 나중에 두 사람이 만든 길을
투어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지.ㅋㅋ
길 잘 만들어 두라구.
나도 언제고 대구 가면 투어해야지.
여기가 너와 syo님 댕겨간 곳이라고 사진 찍어둘지도 몰라.ㅎㅎ

cyrus 2019-01-09 18:06   좋아요 0 | URL
누가 아재 둘을 만나러 오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마음이 맞는 소수의 분들과 만나는 것에 만족해요. ^^

stella.K 2019-01-09 18:31   좋아요 0 | URL
ㅎㅎ 오버하는군.
만나러 간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길을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따라가 본다는 건디.

근데 또 만나러 갈 수도 있지.
못 만날 건 뭐있냐? 다 알라딘 동창생인데.ㅎㅎ

cyrus 2019-01-09 18:34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스몰토크, 투찬스, 알라딘 서점, 헌책방, 대구중앙도서관이 모두 거의 한 구역에 있어요. 특히 중앙도서관은 syo님도 자주 가시는 곳이라서 주말에 운 좋으면 또 만날 수도 있어요. ^^

레삭매냐 2019-01-0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어 데이또~

cyrus 2019-01-09 18:11   좋아요 0 | URL
만나자마자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고... 생각해보니 그 날 우리가 했던 일들이 소개팅 이후의 첫 데이트 같군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역대급 만남이군요. 술을 안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기적이로군요..

cyrus 2019-01-09 18:13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이 있든, 없든 대화 분위기가 즐거우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어요. ^^

목나무 2019-01-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그러니까 그날 스몰토크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식사도 하고 또 커피숍에 가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신거로군요. ㅎㅎㅎ
아~~~~ 커피 마시며 몇 시간씩 대화하는 삼십대 남자들이라니... 그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

cyrus 2019-01-09 18:15   좋아요 0 | URL
저와 syo님 나이 앞자리가 ‘2’였다면 설해목님의 호감에 정말 좋아했을 텐데, 30대가 돼서 ‘사랑스럽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까 부끄럽네요. ^^;;

붕붕툐툐 2019-01-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글을 읽고 cyrus님의 리뷰도 궁금했는데 이렇게 올려 주셨네요~ 두 분 다 너무너무 멋지심다^^

cyrus 2019-01-09 18:17   좋아요 0 | URL
syo님이 거의 정확하게 그 날의 상황들을 기록하셔서 제가 또 후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감은빛 2019-01-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의 글을 먼저 읽고 왔어요.
역시 두 분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맛있는 글들이네요. ^^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지요.
또 다른 즐겁고 편안한 만남 이야기 기대할게요.

cyrus 2019-01-09 18:21   좋아요 0 | URL
‘맛있는 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제가 주로 책 이야기만 쓰다 보니 이런 사람 이야기를 쓰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감은빛님이 ‘맛았는 글’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

psyche 2019-01-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두분이 드디어 만나셨군요! 이제야 만나시다니 앞으로 종종 만나시고 여기에도 후기를 쭉 올려주세요.
지난 여름 한국갔을때 부산출신 남자들이 잘생겼다고 부산을 가자던 딸이 요즘은 대구출신도 잘생겼다며 다음번에는 대구를 가자고하던데 진짜 갈까요? 가서 스몰토크 투찬스 투어하게요 ㅎㅎ

cyrus 2019-01-09 18:25   좋아요 0 | URL
기차 타고 대구역에 내리시면 스몰토크, 투찬스에 갈 수 있어요.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요. 대구역에서 경상감영공원 쪽으로 가면 스몰토크, 투찬스를 발견할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가면 알라딘 서점, 교보문고도 있어요. 이 구역이 번화가라서 먹고 놀기 좋은 곳이죠. 이곳을 기점으로 버스 타고 김광석 거리도 갈 수 있어요. ^^
 

 

 

예술의 소외가 가속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본주의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에 주어진 질문이다. 소설가, 극작가, 미술가로 다방면에 걸쳐 활동해온 가오싱젠은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下放: 반체제 지식인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강제 노동을 시키는 조치)’을 겪었으며,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정면 비판해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중국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 (돌베개, 2013)

 

 

 

《창작에 대하여》(돌베개)는 가오싱젠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전후에 한 강연, 대담 등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는 문학에 대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간섭과 함께 자본주의 질서를 견제하면서 인간 본성으로의 회귀와 작가 내면의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문학론을 펼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정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거리를 두어야 하며,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수 있어야 자기만의 고유한 목소리(문학)가 나온다. 정치와 경제를 탈피하는 작가 개인의 목소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관점으로 자아(작가)의 독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오싱젠은 늘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을 비판하면서 예술이 본래 모습을 잃었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예술은 권력자들의 정치 논리에 조종당해 전통을 부정하고, 기존의 틀을 파괴했다. 가오싱젠이 생각하는 예술가는 이전 세계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혁명가’가 아니다. 그는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담아내는 창작 방식을 예술가의 소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새로운 언어체계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관조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그는 『예술가의 미학』 강연에서 다른 철학자들의 미학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심미 체험을 바탕으로 예술 창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학을 제시한다. 전자의 미학은 철학자들이 선호한다. 그들은 예술 작품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해석한다. 후자의 미학은 예술가를 위한 ‘창작미학’이다. 예술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예술가의 창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주관적인 미감(美感)이다.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고유한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술 작품을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가치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돼 왔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가와 평론가의 관계이다. 가오싱젠은 예술가가 외부 압력(예술 작품을 보는 평론가들의 반응과 평가)을 이겨내면서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걸 보여준다면 예술로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예술가는 창작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예술가는 그 어떤 규범에도 휘둘리지 않고 홀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가라면 자신의 창작세계에서만큼은 충분한 자유를 누리고 용기와 신념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치나 윤리의 교조를 벗어던지고 유행과 습속의 구속도 떨쳐내야 합니다.

  ‘주의’나 방법은 어디까지나 평론가들의 일일 뿐입니다. 예술가가 이런 시비논쟁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나 쓸데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창작의 정서를 파괴하는 함정입니다. 예술가는 이런 논쟁에 뛰어드는 순간, 자신의 예술을 들고 논쟁터로 나가 싸우게 되고 맙니다. 창작에 그보다 끔찍한 재난이 또 있을까요?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처음부터 시비쟁론에 뛰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시끄러운 논쟁은 미디어나 예술시장에서 하도록 내버려두십시오. 예술가는 자기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예술가의 미학』, 139쪽)

 

 

예술가와 평론가는 오래된 공생 관계를 지니고 있다. 평론가들은 미술 담론 등 미술계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술 발전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 평론가들의 활동은 우수한 예술 작품과 이를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발전과 함께 올바른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상에 거하던 예술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서 평론가들의 권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예술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다. 평론가의 권위에 예술 작품의 상품성이 주가 되어 개입하면 작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술가의 이력보다 평론가들의 작품 설명이 컬렉터의 마음을 움직인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2002)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시비 거는 평론가들과의 논쟁에 휘말린다면 창작의 길을 걷기가 힘들어진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짤막한 소설 『깊이에의 강요』는 예술에 대한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평론가들의 평가에 안고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느 촉망받는 화가가 평론가에게 ‘당신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 화가는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멍하니 앉아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했다. “왜 내 그림에는 깊이가 없을까?” 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미술서적을 들여다보고, 화랑과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며 깊이를 얻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그 깊이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고, 결국 좌절해서 자살하고 만다. 그러나 평론가는 화가의 죽음을 전해 듣고 삶을 ‘깊이 있게’ 파헤치던 그녀의 재능을 아까워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미학과 동떨어진 평론가들의 평가와 마주쳐야 하고, 그것 때문에 혼자 고민해야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가오싱젠의 『예술가의 미학』과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겹쳐서 읽으면,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절대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 해석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상에 예술가와 아름다움의 종류는 정말 많다. 예술가도 이런 예술가, 저런 예술가가 있는 거고, 예술을 감상하는 우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창작미학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예술가에게 ‘창작의 자유’가 있다면, 감상자인 우리는 마음에 드는 ‘예술을 즐길 자유’가 있다. 적어도 그러한 자유를 즐기려면 예술과 아름다움을 어떠한 틀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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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3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3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오싱젠은 무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기묘하게도 국내에 나와 있는 책들이 별로
없네요... 그것 참 -

cyrus 2019-01-03 19:58   좋아요 0 | URL
현재 살아남은 가오싱젠의 책은 《버스 정류장》과 《창작에 대하여》뿐이네요. 《버스 정류장》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절판되었을 거예요. ^^;;

2019-01-0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4 16:56   좋아요 1 | URL
예술가들의 도전 정신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평론가들은 권위의 이점을 알게 된 순간, 전문가로서의 위치에 안주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