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syo님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약속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밖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항상 가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서점, 헌책방, 도서관이죠.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그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든가 카페를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나 식당에도 관심이 없어요. 무슨 재미로 사냐고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죠. 물론 이런 아싸(‘아웃싸이더’의 줄임말)스러운 성격이 때때로 저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만나자고 제안하기 전에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먼저 골라야 해요. 그래야 첫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어요. 이렇다보니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선뜻 만나자고 제안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래도 syo님은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서 저와 코드가 어느 정도 맞을 거로 짐작했고, 약속 장소는 카페 ‘스몰토크’로 정했습니다. 대구에 이곳만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또 있을까요? 주말에 스몰토크가 문 여는 시간은 오후 2~3시 이후입니다. 카페 개장 시간은 바리스타인 사장님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주말에 스몰토크에 가실 땐 언제 문을 여는지 반드시 전화로 사장님에게 문의하셔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주 토요일은 바리스타 사장님이 출근하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그분이 직접 만든 ‘고오급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바리스타 사장님은 커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공부했을 정도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케냐 AA’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 커피를 고른 게 아니고요, 바리스타 사장님이 추천해준 커피입니다. ‘바리스타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커피’는 저 같이 커피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도 반하는 ‘맛있는 커피’입니다.
이미 syo님의 후기를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syo님은 거의 정확하게 우리의 대화를 잘 정리하셨어요. 정말로 후기 속 대화의 구성 비율은 ‘사실 95 대 과장 5’입니다. 저는 그 후기의 제목을 정한다면 ‘syo가 끄집어낸 cyrus의 속엣말’[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궁금증들이 많았는데요, 온라인 공간에서 털어놓지 못했던 속엣말을 꺼냈습니다. 그 날에 터져 나온 속엣말은 지극히 감정적인데다가 논리적이지 못한 점이 있어요. 그냥 한쪽 귀로 흘러들어도 될 말이죠. 하지만 syo님은 그런 제 말을 유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수다를 떨었어요.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현인, 2018년)
* 나쓰메 소세키 《런던 소식》 (하늘연못, 2010년)
* 나쓰메 소세키 《회상》 (하늘연못, 2010년)
* [품절]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 (하늘연못, 2004년)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민음사, 2003년)
syo님은 대화를 나누면서 책에 대한 얘기를 안 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우리는 잠깐이나마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입니다. 이번 달 ‘우주지감’ 독서모임을 위해서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야 해요. 독서모임 선정 도서는 《그 후》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소세키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후》 한 권만 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한 달 만에 읽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다 찾아 읽어본 syo님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소세키를 (짧은 기간 안에) 제대로 알려면 어느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말이죠. syo님은 소세키의 단편소설들, 소세키의 초기 문학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그 후》 이전에 나온 소설 《산시로》 순으로 읽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소세키가 초기 문학과 중기 문학(《산시로》, 《그 후》)에 드러난 표현 방식의 뚜렷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강상중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 2016년)
* 강상중 《고민하는 힘》 (사계절, 2009년)
* 오쿠이즈미 히카루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2016년)
* 도가와 신스케 《나쓰메 소세키 평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8년)
그리고 소세키의 소설과 같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와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현암사)를 추천했습니다. 20대에 읽은 《고민하는 힘》(사계절)에 소세키의 작품을 논한 내용이 있는데, 오랜만에 펼쳐봐야겠습니다. syo님은 ‘피해야 할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평전》(AK커뮤니케이션즈)을 언급했습니다. syo님의 말에 따르면 평전이 상당히 지루하다네요.
스몰토크에서 세 시간 정도 수다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스몰토크 근처에 있는 ‘투찬스’라는 일본 라멘 식당에 갔습니다. ‘투찬스’는 스몰토크와 함께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장소입니다. 여기도 제2의 레드스타킹 아지트입니다. 식당 사장님은 레드스타킹 멤버로 활동했고, 수제 맥주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입니다. 사장님은 친동생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데요, 동생은 일본 라멘을 잘 만듭니다. 그래서 ‘투찬스’에 가면 정말 제대로 된 일본 라멘과 수제 맥주를 함께 맛 볼 수 있습니다. 그 날 저녁은 syo님이 샀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그냥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밤 10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어요.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을 만나는 건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저는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인이 많지 않거든요. 작년에 독서모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올해는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질지 기대됩니다.
[주] 고종석, 황인숙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삼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