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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기 위한 유일한 도구는 내 손에 쥔 펜이었다.”

 

발자크는 펜 하나로 ‘문학의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산더미처럼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하는 ‘생계형 소설가’였다. 출판업, 인쇄업 등 사업에 손을 대다가 모두 실패하고 많은 빚을 떠안았다. 발자크가 글을 쓰던 집(현재는 발자크 기념관이 되었다)에는 앞문과 뒷문이 있다. 빚쟁이들이 집에 찾아오면, 발자크는 뒷문으로 부리나케 도망갔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발자크는 커피를 즐겨 마셨고, 수많은 여인과 염문을 뿌렸다. 귀족이 되고 싶어서 자신의 이름에 귀족 칭호(‘de’)를 붙여 지금의 ‘오노레 드 발자크’가 되었다. 외출할 때는 커다란 보석이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낭비벽과 여성 편력이 심한 발자크는 누군가를 비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언론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었다. 그래도 발자크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정말 남들보다 열심히 썼다. 오후 4시에 잠자리에 들고 자정에 일어나 매일 14시간 이상을 글쓰기에 매달렸다. 발자크는 애초에 글을 쓰지 않았으면서도 출판사에 미리 출판 계약을 맺었다. 너무나 많은 출판 계약을 맺는 바람에 계약을 어기는 일이 많았지만, 발자크는 빚을 갚기 위해서 출판 계약을 하나라도 놓칠 수 없었다. 20년간 쓴 소설이 100편을 넘었는데, 빚이 그를 ‘다작하는 기계’로 변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발자크는 자신이 만든 소설들을 묶어 만든 <인간 희극>을 구상할 수 있었다.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 풍속사의 전모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 ‘인간 희극’이라는 총체적인 제목을 붙여 사회사적 구상 아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야말로 <인간 희극>은 19세기 프랑스 풍속사를 다룬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발자크는 <인간 희극>을 총 세 가지 주제로 분류했고, 장편과 단편이 포함된 총 137편의 작품을 쓸 생각이었다. 그중에 ‘1부 풍속 연구’는 여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며 <인간 희극> 항목 중에서 제일 많은 작품이 포함되었다.

 

 

제1부 : 풍속 연구 (사생활 풍경, 지방 생활 풍경, 파리 생활 풍경, 정치 생활 풍경, 군인 생활 풍경, 전원생활 풍경)

 

제2부: 철학 연구

 

제3부: 분석 연구

 

 

<인간 희극>에 압축되는 세상은 돈과 쾌락을 추구하는 허위와 허영으로 가득한 곳이다. 도시 경쟁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골 출신 젊은이, 물질적 어려움이나 출세에 대한 압박으로 사회나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탕진하는 이들이 <인간 희극>의 주인공들이다. <인간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는 2천여 명이다. 여기에 재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총 573명이나 된다.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 라스티냐크는 25번이나 재등장한다. 이처럼 발자크는 동일인물을 다른 소설에서 재등장시켜 독자들이 서서히 특정 인물에 대한 인상을 파악하게 했다.

 

한창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발자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의 원대한 기획은 미완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처음에 기획했던 137편의 작품 목록 중에 완성된 작품만 해도 총 91편이다. 국내에 번역된 발자크의 <인간 희극> 작품은 20여 편에 불과하다. 발자크가 ‘<인간 희극>의 작가’로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희극>의 전체적인 면모를 비중 있게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발자크 번역본들은 <인간 희극>의 구성방식만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 희극>의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책으로 피에르 바르베리스의 《발자크》(화다, 1989)가 있다. 여기에 소개할 <인간 희극> 작품 목록은 바르베리스의 책을 참고했다.

 

앞으로도 발자크 관련 책을 더 찾아보면서 궁금하거나 미흡한 점을 보완할 것이다. 발자크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참고도서 또는 국내에 번역되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발자크의 작품을 알고 있다면, 여기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다. 

 

 

 

 

 

 

 

 

 

 

 

 

 

 

 

 

 

※ <인간 희극>의 총 작품 수와 완성된 작품 수가 출판사 해설마다 차이가 있다. 《나귀 가죽》(문학동네, 2009)의 역자는 <인간 희극>이 총 89편의 작품만 남겼다고 소개했다. 《고리오 영감 / 절대의 탐구》(동서문화사, 2012) 해설에서는 <인간 희극>의 수록 작품을 125편이라고 잘못 소개했다. ‘총 137편 기획, 완성 작품 91편’이라고 언급한 책은 《프랑스 근대 문학 - 볼테르, 위고, 발자크》(웅진지식하우스, 2010)와 《책 :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들녘, 2003)이다.

 

 

 

 

※ 작성 공간이 부족하여 작품 목록을 따로 페이퍼로 작성하여, 먼댓글로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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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자크 <인간 희극> 작품 목록
    from 冊性愛子 2015-08-06 21:20 
    ※ 굵은 글씨체로 된 것은 국내에 번역된 작품 9. <인생의 첫출발> 문학과지성사, 200813. <사랑과 행복의 비밀> 큰나무, 200028. <무신론자의 미사> 펀앤런, 1996 (절판) 34. <유르슐르 미루에> 만남, 199747. <골동품 진열실> 국학자료원, 1999 (절판)49. <잃어버린 환상> 서울대학교출판부, 2012 51. <랑제
 
 
지금행복하자 2015-08-06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귀가죽을 읽다가 도대체 읽히지 않아 중도 포기한 저에게는 비운의 작가네요~~
츠바이크의 발자크평전도 궁금해요~
카사노바 읽고 있거든요~~

cyrus 2015-08-06 21:32   좋아요 0 | URL
행복하자님의 심정을 저도 이해합니다. 발자크는 인물과 장소를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듯이 묘사하는 편이라서 문장이 길어요. 장황하게 묘사하는 문장을 읽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발자크 평전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발자크의 삶을 먼저 알고 나서 소설을 읽어보면 한층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Dora 2015-08-0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귀가죽이 프로이트가 임종직전 읽었던 작품 아닌가요?

cyrus 2015-08-07 17:5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최근에 <나귀 가죽>을 읽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stella.K 2015-08-0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금도 의문인게 발자크가 무슨 영감이 그리도 많아
하루 14시간씩 글을 썼냐는 거야.
보통 작가들이 작품 하나를 쓰려면 여러 가지 자료도 모으고
조사도 하고 그럴텐데 쓰는데만도 꼬박 14시간이었다면 그럴 시간은
없었을게 아닌가 싶어. 그러고도 책을 냈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한때 츠바이크를 좋아해서 몇 권 읽었는데 내가 발자크 평전도 읽었더라구.
물론 기억은 당연히 안 나고...ㅋㅋ


cyrus 2015-08-07 18:00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기에는 발자크는 글 쓰는 실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문장이 길고, 투박해서 그냥 교정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발자크가 대단한 게 뭐냐면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세밀하게 관찰하듯이 묘사했다는 점이에요. 발자크가 무명작가 시절에는 거의 백수처럼 지냈다고 해요.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을 거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글 쓰는 일 밖에 없을 거예요. 역시 폴 오스터의 말처럼 정말 고독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말로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쓸 땐 정말 확실하게 끝장 보는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
 

펜 하나로 세상을 정복하다

 

 

※ 굵은 글씨체로 된 것은 국내에 번역된 작품

 

 

 

 

 

 

 9. <인생의 첫출발> 문학과지성사, 2008

13. <사랑과 행복의 비밀> 큰나무, 2000

28. <무신론자의 미사> 펀앤런, 1996 (절판)

 

 

※ 수정: <그랑드 브러테슈> (단편)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편(황금가지, 2003) - 그랑드 브러테슈

등대지기(작은키나무, 2006) - 라 그랑드 브르테슈

고전공포걸작선(바른번역, 2011 / eBook) - 브러테슈 저택에서 생긴 일

 

 

 

 

 

 

 

34. <유르슐르 미루에> 만남, 1997

47. <골동품 진열실> 국학자료원, 1999 (절판)

49. <잃어버린 환상> 서울대학교출판부, 2012

 

 

 

 

 

 

 

51. <랑제 공작 부인> 금성출판사, 1988 (절판)

54. <사라진느> 문학과지성사, 1997

57. <파시노 케인> 이북코리아, 2013 (E-Book)

 

 

 

 

 

 

 

 

 

 

 

 

84. <거짓말에 관하여> 중명, 2004 (외국 작가 단편 모음집, 절판)

 

 

 

 

 

 

 

101. <농민들> 이론과실천, 1990 (절판)

102. <시골 의사> 새미, 2004 (절판, E-Book으로 재출간)

 

 

 

 

 

 

 

 

 

107. <나귀 가죽> 문학동네, 2009

111. <사라진느> 문학과지성사, 1997

113. <고리오 영감 / 절대의 탐구> 동서문화사, 2012

117. <사랑과 행복의 비밀> 큰나무, 2000

122.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창비, 2010

128. <세계의 환상소설> 민음사, 2010

130. <사라진느> 문학과지성사, 1997

131. <루이 랑베르> 문학동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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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8-0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 볼 때마다 경탄이.. 정말 사이러스 님은 책을 사랑하시는 분 같습니다. 잘난 척하려는 허세도 없고.. 고급진 정보는 꽤 많고.. ㅎㅎ 그렇습니다.

cyrus 2015-08-06 21:22   좋아요 0 | URL
글 한 편 올릴 때마다 잘못 적은 내용이 있을까봐 어제 쓴 글은 다음 날에 다시 읽어봅니다. 정말 민망해요. 틀린 맞춤법에다가 어색한 문장이 보여요. 글을 못 쓰더라도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올바른 정보를 소개하려고 노력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5-08-0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아 좋아요 누르지 못하고 오늘은 그냥 지나칩니다. ㅎ 폭염에 건강 조심하세요. 특히 이웃님 대구 사시잖아요...

cyrus 2015-08-06 21:27   좋아요 0 | URL
작품 목록을 설명하는 글이 먼저 나와야하는데 제가 실수로 목록을 먼저 올리고 말았습니다. 재미없어 보이는 글은 ‘좋아요’ 안 눌러주셔도 되고, 눈팅만 하셔도 됩니다. 다이제스터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

지금행복하자 2015-08-0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이 적은것 같아요.. 어쩌죠~~ 작품보다 작가이름이 더 익숙해요 ㅎㅎ

cyrus 2015-08-06 21:38   좋아요 0 | URL
발자크 하면 <고리오 영감>이 워낙 유명해서, 다른 작품들은 잘 읽혀지지 않아요. 프랑스 근대사에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발자크의 소설을 읽으면 지루하거든요. ^^

오후즈음 2015-08-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많은 책중에 읽은게 고리오 영감밖에 없네요. 정말 많은 책들이 있는데 소개된것이 극히 일부라는 생각에 씁쓸하네요.
그나저나 정말...cyrus님 글은 늘 감탄합니다!!

cyrus 2015-08-07 18:03   좋아요 0 | URL
발자크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여러 권의 책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정리한 것뿐인데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저도 <고리오 영감>만 읽고, 발자크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어요. ^^
 

 

 

 

 

 

 

 

 

 

 

 

 

 

 

 

 

 

* 발자크 『사라진느』

(Sarrasine,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의 ‘파리생활 장면’에 수록)

 

* 발자크 『아듀』 (Adieux, <인간 희극> 제2부 '철학 연구'에 수록)

 

 

 

체호프는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 수식으로 가득 찬다. 수필가인 故 장영희 교수는 문학의 주제가 한 마디로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된다고 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이야말로 ‘팥 없는 찐빵’이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과연 세상의 모든 사랑이 아름다울까? “죽을 만큼 사랑해! 영원히.” 대중가요에 가끔 이런 노랫말이 들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 말에 동의하는가. 아주 위험한 말이다. 사랑에 중독된 사람들은 말한다. 나 자신보다 그를 더 사랑한다고, 함께 있음으로써 매일매일 벼랑에서 떨어지는 고통을 겪을지라도 결코 헤어질 수 없다고. 정말 짜릿한 사랑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랑을 받는 상대는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고, 고통스러워하거나 혹은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그들은 연인의 집착 때문에 숨 막혀 한다. 결국은 ‘사랑’을 무기로 자신도 상대방도 괴롭게 만든다.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증오와 짝을 이룬다. 끝없을 것 같았던 호감과 관심은 점점 통제나 구속으로 변질하며 집착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조각에만 정열을 바치던 사라진느는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 미모의 가수 잠비넬라를 사랑한다. 사라진느의 눈에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잠비넬라의 모습이 마치 피그말리온의 아름다운 조각상처럼 보인다. 가수의 매력을 눈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라진느는 스스로 무서운 결심을 한다. ‘그녀의 사랑을 받을 것, 아니면 죽어버릴 것.’ 일단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접근해보지만, 잠비넬라는 조각가의 구애를 완강히 거부한다. 포기를 모르는 조각가는 강제로 그녀에게 입맞춤하면서까지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고 강요한다. 무례하게 구애하는 사라진느를 멀리하기 위해서 잠비넬라는 그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사실 잠비넬라는 여자가 아니라 거세된 남자였다. 사라진느는 잠비넬라의 고백을 처음에는 믿지 않는다. 여전히 조각가는 잠비넬라가 여자로 보였다. 결국에 사라진느는 말도 안 되는 진실을 깨닫게 되자 가수를 납치하여 죽이려고 한다. 사라진느는 잠비넬라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지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사랑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자신은 잠비넬라를 보고 싶고 입맞춤을 하고 싶은데 자기 없이도 잘 사는 가수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낀다. 약간 스토커 기질을 보이기도 한다. 집착과 사랑을 혼동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형이다.

 

『아듀』는 슬프게 끝나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도 과도한 애정 집착을 드러낸다. 전쟁터에서 생이별 한 필립과 스테파니는 몇 십 년 뒤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지만, 스테파니는 필립을 사랑했던 기억을 잃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실어증에 걸려 반쯤 미친 여자가 되었다. 필립은 스테파니가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탕을 건네주기도 한다. 필립은 스테파니와 가까이 지낸다면 언젠가는 스테파니도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필립은 한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멋진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희망적 기대가 현실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권총으로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조카딸 스테파니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 노인은 다급하게 그녀를 껴안고, 필립을 저지한다. 필립은 이 극단적 행동이 자신과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스테파니를 껴안으면서 필립을 저주한다.

 

“자기가 힘들다고 너를 죽이려 하다니, 몹쓸 녀석! 저놈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래도 용서해야 되겠니? 용서해서는 안 되겠지? 저놈은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야.” (《사랑과 행복의 비밀》『아듀』 중에서, 141쪽)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답게 또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정신적인 아픔이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연인 간 다툼이나 논쟁은 서로 알아가는 한 과정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서 육체적인 아픔이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상대방을 위협하여 불안감과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서로를 구속하면서 상대방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집착 상태를 사랑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잔인하게 제압하고도 사랑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확인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애정 결핍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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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8-0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읽은 <에밀리에게 장미를>이라는 단편의 남자편이네요.^^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이라 굳게 믿고, 이렇게 덤벼드는 사람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줄 뿐인데요, 그 사람이 ˝사랑해˝하면서 달려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
차라리, ˝네가 미워!˝, ˝너를 저주해!˝가 더 무섭지 않을까 해요.

아이들 학교에 갔는데, 성폭력/성희롱 예방 포스터에 예로 이런게 나왔더라구요.
˝데이트 하기 싫다는데 자꾸 데이트 신청하는 것˝
성희롱과 데이트 신청, 애정과 집착, 사랑과 강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cyrus님.
여긴 더워요, 아침인데... 몇일 그러다 말겠죠? (그래야되는데...) ㅎㅎㅎ

cyrus 2015-08-06 19:58   좋아요 0 | URL
요즘 여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남자 만나기가 힘들어졌어요. 멀쩡하게 생긴 남자도 사귀어보면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제가 사는 지역이 대구입니다. 아침 9시가 되기 전부터 햇살이 강합니다. 너무 덥습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15-08-0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느>라는 책도 있군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사라진 녀 같은...ㅎㅎㅎㅎ

cyrus 2015-08-06 19:59   좋아요 0 | URL
원어민이 발음하면 `사라센`일 겁니다. 사실 저도 `사라진느`라는 표기가 마음에 안 듭니다. ㅎㅎㅎ

stella.K 2015-08-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발자크의 소설을 보네.
그렇지 않아도 <인간희극>이 궁금하더군.
다른 작가의 책은 요즘 전집으로 잘도 뽑아내더만
왜 발자크는 그렇게 안하는지 몰라.
내가 잘 모르고 있는 건가? 발자크 전집 있다는 소리 들어 봤든?
암튼 이 소설들 읽어보고 싶다.^^

cyrus 2015-08-06 20:06   좋아요 0 | URL
<인간 희극>에 포함된 장편, 단편만 해도 총 91편이라고 하더군요. 프랑스에서 나온 <인간 희극> 전집이 12권이에요. 분량이 엄청나요. 국내 발자크 전문 연구가가 여러 명 모여서 번역해야 할걸요. 소설의 배경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낯선데다가 장황하게 묘사하는 문장이 지루해서 발자크 소설이 인기가 없는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15-08-06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랑이란?
제가 생각할 때, 상대방이 웃게 만드는 것, 이라고 봐요.
사랑이란?
제가 생각할 때, 상대방을 힘들지 않게 만들겠다는 마음, 이라고 봐요.
예를 들면, 기혼 여성을 사랑했던 남자가,
여자가 이혼을 해야만 자기한테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인데
그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 ˝당신이 힘든 것은 싫으니 이혼하지 마세요.˝
이것이 사랑이라고 봅니다.

cyrus 2015-08-06 20:10   좋아요 0 | URL
페크님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데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을 해야겠어요. ^^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사라져야 할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출판시장의 3대 악은 이렇습니다. ‘불법 사재기’, ‘작가 표절에 침묵하는 문학 권력’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입니다. 출판시장이 예전부터 어렵다고 느껴왔지만, 아무래도 올해가 출판업 종사자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최악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에 이 3대 악이 모두 나오고 말았으니까요.

 

지금 책을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작권에 관한 계약만 생각할 뿐이지 노동권을 무시합니다. 대다수 출판사가 직원 수 5인 미만의 영세업체여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습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출판사도 드물어 부당해고 시비도 잦습니다. 책은 정신노동의 산물입니다. 노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책을 돈 내고 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적반하장 태도에 출판노동자, 저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 편집위원 람혼 최정우 님도 보이콧에 동참했습니다. 우리 독자들도 가만히 지켜볼 수만 없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출판현안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부당행위 근절을 위한 2차 서명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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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8-04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 종사자 만큼 자부심이 더 높은 직업인데 정작 대우는 ....출판사가 어렵긴 하지만 그들에게 긍지를 주지 못하면 좋은 책이 나오기가 어렵죠...

cyrus 2015-08-05 21:48   좋아요 0 | URL
자음과모음 출판사 이외에도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출판사가 많습니다. 이런 불법적인 행태가 묵인하는 곳에서 직원들만 고생합니다.

stella.K 2015-08-05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 뭐 때문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하고 이 출판사랑 시비 한번
붙어었는데 말야. 한번 그렇게 찍히면 아무리 좋은 작가의 책이 나와도
잘 안 사게 되더군. 안타깝네. 어쩌다...ㅠ

cyrus 2015-08-05 21:49   좋아요 1 | URL
독자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출판사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좋아요.

라스콜린 2015-08-0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친구가 맞는소리를 한순간 한다고 하여도(즉, 좋은 책을 한두권 만든다 하여도), 나쁜 친구가 만드는 책을 어찌 보겠습니까
 

 

 

 

 

 

 

 

 

 

 

 

 

 

 

 

 

 

 

브램 스토커의 단편소설 《스쿼》(The Squaw)는 유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보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이야기에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는 독일 뉘른베르크 지방을 여행하다가 혼자 여행하는 미국인 허치슨을 만나게 된다. 이 세 사람은 ‘뉘른베르크의 처녀’라는 이름이 붙여진 고문도구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고문도구가 보관된 탑으로 향하는 도중에 미국인은 장난으로 새끼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다. 자신의 새끼가 죽은 사실을 안 어미 고양이는 허치슨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허치슨은 자신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디어 고문도구를 눈앞에 본 일행은 소름 끼치는 형태에 놀라게 되고, 그 충격으로 아내는 실신하기에 이른다.

 

 

 

 

 

 

‘뉘른베르크의 처녀’는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에 철로 만들어진 관이다. 여성의 얼굴(성모 마리아로 알려졌음)이 그려져 있어서 ‘철의 여인(Iron Maiden)’이라고도 부른다. 관을 닫는 문안에 뾰족한 못이 박혀 있다. 팔과 다리가 포박한 상태가 된 죄수를 관 속에 집어넣어 문을 닫으면, 못이 죄수의 얼굴과 온몸을 찌르게 되어 있다. 자기과시가 넘치는 애치슨은 자신이 직접 고문도구 안으로 들어가 보겠다고 말한다. 애치슨은 죄수처럼 손발이 묶인 채 관으로 들어갔다. 못이 달린 문을 여닫는 데 사용하는 밧줄은 고문도구의 관리자 손에 쥐어져 있다. 만약 손이 밧줄을 놓는 순간, 문은 닫힌다. 애치슨이 관 속에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가 고문도구 쪽으로 튀어나오는데... (결말이 궁금하면, 《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읽어보시길)

 

 

 

‘철의 여인’은 죄수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둔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이다. 죄수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자백할 때까지 문에 달린 못이 죄수의 피부를 뚫는다. 죄수는 극심한 고통을 앓다가 과다 출혈로 서서히 죽게 된다. 이 고문도구가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하지만, 고대 카르타고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로마와 카르타고와의 전쟁 중에 로마 장군 레굴루스가 카르타고군에 포로로 잡혀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에 갇혀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철의 여인’은 중세 시대부터 마녀 재판 시 마녀임을 자백시키기 위한 고문 기구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스쿼》에 나오는 ‘뉘른베르크의의 처녀’는 실제로 뉘른베르크 성에서 사용된 오래된 고문도구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소실되었다.

 

 

 

 

 

 

 

 

 

 

 

 

 

 

 

 

 

 

 

‘철의 여인’은 악명 높은 고문도구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무도한 살인 도구로 많이 알려졌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밤이 되면 자신의 시종들과 마을 여인들을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마다. 기록에 의하면, 백작 부인의 엽기 행각에 6백 명이 넘는 여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바토리는 희생자들을 쉽게 죽이지 않고 가위로 자르거나 핀으로 찌르는 등 지독한 고문을 일삼았다. ‘철의 여인’은 그녀가 희생자들을 괴롭힐 때 가장 선호한 고문 기구였다. 안에 긴 못이 박혀 있는 원통형 우리 안에 희생자를 집어넣고 그 우리를 천장으로 끌어 올린 다음 흔들어서 희생자 몸이 못에 찔려 피가 흐르도록 했다. 바토리는 그 아래에 서서 떨어지는 피로 샤워를 했다. 바토리는 피가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해지면서 밤마다 여성 하녀들을 죽이고 이 피로 목욕을 하거나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녀의 이런 악행으로 수세기가 지난 후에 당대 최고의 악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15세기 루마니아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와 함께 흡혈귀 전설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1897년,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는 흡혈귀의 삶에 영감을 얻어 한 편의 공포소설을 썼고, 크게 명성을 떨쳤다. 소설 제목은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는 《스쿼》를 집필한 지 4년 후에 《드라큘라》를 세상에 공개했다.

 

 

 

 

 

 

 

 

 

 

 

 

 

 

 

 

※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흡혁귀 소설이다. 그러나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그를 흡혈귀 문학의 원조로 보는 오해가 종종 있다. 스토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 민담 속 흡혈귀에 영감을 얻었을 뿐이다. 이미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사악한 흡혈귀가 등장하는 고딕 문학이 유행했다. 최초의 본격 흡혈귀 소설은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1819년)이다. 폴리도리의 원래 직업은 바이런의 주치의였다. 1816년에 폴리도리는 영국의 시인 조지 바이런퍼시 셸리 그리고 셸리의 부인과 함께 괴담을 하나씩 짓는 놀이에 동참한다. 폴리도리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가 《뱀파이어》였다. 폴리도리의 작품은 당시 잘 나가던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로 인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한동안 바이런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모임에 나온 이야기 중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괴담 창작 놀이 모임의 홍일점 셸리 부인이었다. 바이런의 명성에 살짝 기댄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도 셸리 부인이 쓴 이야기의 엄청난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부인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낸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를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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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대문 형무소에도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가 쓰였죠. 일제 만행은 유명해서 없는 게 더 이상할 테지만 말이죠.
서대문 형무소 갔을 때 아이들이 장난 삼아 그 모형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는 지금이 참 기이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는 고문을 염두에 둔 그 구조부터 모든 게 끔찍했어요. 정말.

cyrus 2015-08-05 21: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직사각형 형태의 박스 안에 못이 박혀 있었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는 관 형태의 고문도구도 있어요.

라스콜린 2015-08-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기신공 ㅎㄷㄷ 무섭네요; 저 책 이북으로 사놨는데 신속히 읽어야겠습니다. 뒤편이 몹시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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