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자 

  

 

이번 달 들어서 셰익스피어를 읽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비극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그리고 사건 전개를 유심히 보게 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이나 이야기를 인용한다거나 작품 속에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가 주로 인용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원전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많다.   <변신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신화 속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야마로 신화를 집대성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세련된 묘사는 후대의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동기를 제공해주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시대까지도 고대 로마 시기 때 탄생된 오래된 문헌이 읽혀졌던 것이다.   

국내에는 소설가 겸 번역가인 故 이윤기 씨와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번역본이 있다. 마침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윤기 씨의 번역본을 소장하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이윤기 씨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서점가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때의 독서 열풍에 따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윤기 씨가 쓴 책이었다.    

그리고 몇 학년용 교과서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확실한 것은 중학교 때 배웠던 국어 교과서에 신화에 관한 이윤기 씨의 글이 실려 있었다.   그 때 수록된 이야기가 태양 신의 마차를 몰다가 제우스의 벼락에 불 타 죽은 파에톤 이야기다.

덕분에 이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신화와 관련된 이윤기 씨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어봤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의 범위는 넓혀지게 되었고 그 분이 번역가와 소설가로 활동하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한국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라 그 분이 쓴 소설은 단 한 권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분이 번역한 소설은 읽어봤다.    특히 제일 감명깊게 읽은 것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인 조르바>다.   청소년기에는 이윤기 씨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도사였다면 지금은 이윤기 씨라고 한다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르바다.    

글을 쓰는 작가나 또는 다른 언어로 문장을 번역을 하는 번역가나 다 자신의 손에서 탄생되는 문장 그리고 글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윤기 씨 같은 경우에는 번역만큼은 자신의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 번역에 대한 자신의 사명감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장가들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개정판 출간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그의 번역활동이며 <변신 이야기>는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둔갑 이야기>라는 제목의 축약본을 토대로 온전한 완역본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천병희 교수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에 쓰여진 텍스트들이 라틴어 원저 그대로 충실히 번역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윤기 씨의 <변신 이야기>는 원저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러틴어 판을 번역한 영문판과 일어판을 중역한 것이다.   <변신 이야기> 1권 첫 장에 들어가면 '일러두기' 라는 머리말이 있는데 이윤기 씨는 라틴어 판으로 번역하지 않은 이유를 솔직하면서도 타당성 있게 밝히고 있다.   

 

라틴어 대본을 쓰지 않은 데엔 두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는 역자에게, 고전 라틴어를 능숙하게 우리 말로 번역할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틴어 원문은 원래 운문인 데다, 상당 부분이 2인칭으로 서술되어 있다.   (중략) 

역자가 현대 영어로 번역된 영어 판을 대본으로 삼은 것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2인칭 문장이 독자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변신 이야기> 1권, 일러두기 중에서 -

  

애초에 머리말에 본인의 라틴어 번역할 능력이 부족함을 알림으로써 중역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윤기 씨는 원전 자체 그대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의미에 두기보다는 원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온전하게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번역을 취하고 있다. 

번역가들마다 각기 다른 번역가 특유의 고유한 문장 스타일이 있듯이 독자들마다 번역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책의 단점을 지적하자면 문장 곳곳에 있는 한문으로 이루어진 단어에다가 간간이 나오는 중역투의 문장 때문에 젊은 층의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에는 이와 관련된 화려한 도판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민음사판에는 도판이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올컬러가 아닌 흑백이다.   

아직 천병희 교수의 <변신 이야기>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이윤기 씨의 번역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산문형이다보니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본업인 소설가답게 멋들어진 문장이 있어서 참 좋았다.   

 

<변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대한 문장가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다시는 그의 글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변신 이야기>는 1998년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는데 2권에는 이윤기 씨가 남긴 후기가 수록되어 있다.   번역 후기치고는 짧은 내용인데 지금도 이 부분을 읽게 되면 그 분의 글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 <변신 이야기>는 연대순으로는 비교적 후대에 씌어진 것이기는 하나 역자의 손에서 이루어질 고대 신화 번역 총서의 한 시발점을 이룬다.  이 작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뒤세이아>,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스>, 아폴로도로스의 <황금 나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그리스 신화>로 이어질 것이다.   실로 평생 소원하여 마지않던 대장정이다.  험할 것으로 예감하나 이 대장정이 끝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로써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고전 교실이 하나 세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우리 문화, 우리 문학의 초석이 될 터이다.  세계의 고전문학의 고삐를 잡고 우리 문학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변신 이야기> 2권, 개정판 후기 중에서 -  

  

1998년, 그러니까 무려 13년 전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하기 위한 대장정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니 붓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그의 포부를 이제는 실현될 수 없어서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번역가이자 그의 친딸인 이다희 씨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유고들을 정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생전 이윤기 씨가 꿈꿔왔던 '대장정' 이 실현되기에는 너무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된 지금도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가 남기고 떠난 수많은 문장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처럼 당신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는 지금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잊혀지기 위해서 죽음이 이루어진다는 생각만큼은 동의할 수가 없다.     훌륭한 문장가를 잊어야한다는 점이 아쉽다기보다는 살아 생전에 꿈꿔온 그의 원대한 포부가 세월의 흐름에 잊혀져야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특히나 당신의 글을 각별하게 좋아했던 나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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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1년인가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이윤기씨 책 한권쯤은 다 가지고 있다고 봐요.
저도 몇권 가지고 있는데.
명이 짧아서 그렇지 한 세상 멋지게 살다간 사람중의 한 사람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cyrus 2011-08-30 17: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설가, 번역가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해박함까지
독특한 필치를 가진 몇 안 되는 멋진 문장가라고 생각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8-2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씨가 그리스 로마신화의 지식이 많다고 해서 어떤 이들은 그가 서양 것에 너무 치우쳐있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건 오해죠.이윤기 씨는 우리 전통의례나 나무, 꽃에 대해서도 해박합니다.그의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난 소설이 그의 가장 긴 소설인 <하늘의 문>전 3권입니다.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풀어낸 소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이윤기의 진짜 팬들이 전국의 헌책방을 뒤져 찾아내려고 한다는 소설이죠.

cyrus 2011-08-30 17:05   좋아요 0 | URL
작년에 이윤기 씨기 별세했을 때 어느 일간지 칼럼 글이 생각나요.
이윤기 씨가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와 번역가로만 알려지다보니
정작 소설가로서의 진면목을 독자들이 알지 못해서 그의 부고에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yamoo 2011-08-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이윤기 선생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분이 쓴 문학작품보다 번역본으로 선생을 먼저 접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인데...조형준씨와 이윤기 선생 아니었다면 일찍 에코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학부때 광적으로 좋아했던 에코였어요..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럼 이윤기 선생은 정말 전통적인 우리 것에 대한 소양도 아주 깊었죠. 그분이 쓰신 소설보단 에세이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시루스님은 중학교때부터 독서광이었군요...전 고등학교때까진 책하고 담쌓고 살았눈뎅...ㅎㅎ

cyrus 2011-08-30 17:10   좋아요 0 | URL
중학교 때는 책을 읽긴 했는데 그 때까지는 설렁설렁하게 읽었다고 해야되나요?
^^;; 독서라는 행위의 참된 의미를 모른채 그저 시간 때우기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는 수능 공부를 하다보니
고등학교 3년은 그야말로 암흑기라고 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 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면 독서할 시간이 많을줄 알았는데,,
1학년 때는 술 먹고 노느라 그 때도 책이랑 담 쌓고 있었어요.
그래서 군 복무하면서 이제서야 독서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정말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책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대하면 정말 제대로 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8-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지 않나요. 어떤 분야에 저렇게 매진하셨다는 자체로도
그 결과물에 상관없이 너무 멋진 분이세요.

저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하고 바랍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런 정열과 노력.

cyrus 2011-08-30 17:11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에 마고님은 지금도 정열과 노력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

아이리시스 2011-08-3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 때는 정말 인기가 대단했는데. 소설가,번역가로서는 물론 인간적인 매력도 대단할 것 같은 분이에요. 너무 안타까웠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각별히 책을 읽어야겠어요. 책이 어디갔는지 다 없네요. 빌려 읽었었나 봐요.

cyrus 2011-09-01 12:28   좋아요 0 | URL
신화 열풍과 번역가로서의 능력 때문에 이윤기 씨의 문학적 재능이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었죠.

희망찬샘 2011-09-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순오기님 서재 타고 왔는데, 그냥 스윽 지나쳐 가려고 했는데, 이 서재에서 글 읽느라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서 글 하나는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은... 개인적으로는 행정학과에서 쪼금 반가웠고(울 언니, 형부 행정학과 나왔걸랑요.) 그리고 정말 좋은 글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님의 서재글을 읽으면 지적으로 충만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저는 쉬운 책만 읽는 편이라 말을 섞을 형편은 안 되지만, 가끔 놀러와서 쓰윽 읽고 가겠습니다. 대학생이시라는 말에 가르쳤던 아이들 얼굴이 퍼뜩 지나갔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면 참 근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멋지'군'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cyrus 2011-09-09 22: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희망찬샘님 ^^

닉네임과 서재 잠깐 들려봤는데 학교 선생님이시네요. 저도 한때 선생님을
많이 동경하고 한 때 장래희망이기도 했었어요 ^^

저도 아직 많이 배우고 알아야할 학생입니다. 여기 이 곳 서재를 이용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학생이랍니다. 찬샘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왜 아버지는 선동열을 싫어했는가?      

 

 

선수 시절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前 삼성 라이온즈 감독 선동열 

 

지금으로부터 거의 6년 전, 한국야구의 챔피언을 결정짓는 2005년 한국 시리즈 때였다. 그 당시 한국시리즈는 시즌 패넌트레이스 1위 팀이였던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2위였던 두산 베어스와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 지키는 야구 ' 라고 불릴 정도로 든든한 불펜진을 자랑했던 선동열 감독의 삼성과 반대로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는 타력을 갖춘 김경문 감독의 두산 간의 한국시리즈전은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였다.  2002년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로는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삼성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망이 높았으며 두산 역시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기에 두 팀 간의 한국시리즈 대결은 성사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시즌 1, 2위 팀간의 대결이라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시리즈 예상 우승팀에 대해서 근소한 차이로 엇갈려져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2005년에 갓 부임한 '초보' 선동열 감독의 삼성보다는 오랜 코치 경험에다가 선 감독보다는 2년 선배인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우승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진정한 한국야구 챔피언을 결정짓는 한국시리즈답게 치열한 공방전을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4차전 모두 삼성이 4전 전승을 거두게 되면서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된다)    

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패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두 가지 위업을 달성한 최초의 야구감독이 되었으며 2010년까지 삼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듬해인 2006년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관왕을 이루었으며 2010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두면서 감독으로서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 라이온즈라고 하면 현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그리고 배영수, 차우찬, 안지만 등과 같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책임질 수 있는 막강한 불펜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은 투수 출신이었던 선 감독 시절에서 재능의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 감독 시절의 삼성을 '지키는 야구' 의 대명사가 되었다.    올해 선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류중일 감독의 삼성은 이전 선 감독 시절의 경기 운영과는 다른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이면서 이전의 '지키는 야구'로서의 색깔을 희석했다지만 여전히 '선동열이 남긴 유산' 인 불펜진의 위력은 지금도 남아 있으며 현재 시즌 1위를 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해태 타이거즈 소속 시절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지금도 선 감독이 부임했던 2005년, 2006년의 삼성의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선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과는 다르게 투수 위주로 운영한 '지키는 야구' 라서 경기 운영면에서는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의 인연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을 2년 연속 우승시킨 점은 삼성 팬인 나로써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해에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지도 않았고, 절대로 좋아해서는 안 될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서 TV로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게 되면 아버지와 함께 보는 날도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야구 경기, 특히 경북 출신에다가 오랫동안 대구에서 자란 토박이다보니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야구 경기를 보면 항상 불편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경기에 지고 있어서 아버지가 육두문자를 날리면서 짜증내는 점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남자라면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지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과 욕이 나오는건 당연하니까.

이상하게도 브라운관에 덕아웃에 앉아 있는 선 감독의 얼굴이 나오게 되면 아버지는 비하하는 듯한 말로 이애할 수 없는 불만을 표출하곤 했다.  심지어 삼성이 경기에 크게 이겼어도, 2006년에 한화 이글스 간의 한국시리즈에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어도 아버지는 선 감독에 대해서 호의적인 말씀을 하지 않았다.  

 

  " 저 XX는 참,,. 전라도 출신 주제에 별 것도 아닌 놈이 잘 나가네 "  

 

세상 물정 몰랐고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시에 매달렸던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아버지의 불만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평소에 아버지가 야구 팬으로서 선 감독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왜 선동열을 싫어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 비친 선동열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 감독이 아니라 그저 전라도 광주 출신 감독이었다.  

 

 

  기아 타어거즈 = 홍어 = 전라도 = 빨갱이?  

 

  

광주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 

(전신은 해태 타이거즈)

  

요즘에는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으니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 피 튀기는(?) 리모컨 전쟁을 할 필요도 없으며 야외에서도 생생한 야구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야구 중계를 집에서 보게 되면 TV보다는 컴퓨터로 시청하는 편이다. 컴퓨터로 중계되는 야구 경기는 이름만 되면 알만한 유명한 모 검색 포털 사이트가 지원하고 있는데 화면으로는 TV에 비해 떨어지지만 컴퓨터 야구 중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야구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에 달려져 있는 댓글을 보는 것이다.     

 

 

모 포털 사이트에서 지원하고 있는 야구 중계 동영상 

동영상 아래에 댓글창이 있는데 이용자는 경기 동영상을 보는 동시에  

댓글을 달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팀의 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댓글로 표현하다면 참 좋겠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적인 내용을 서슴치 않는 우리나라 댓글 문화를 생각하면 그저 현실상으로 불가능한 좋은 생각일뿐이다.    

실제로 야구 경기장에 가게 되면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구별할 수 있게 좌석이 배치되어 있듯이 온라인 야구 중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게 댓글창도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면 삼성과 기아와의 경기를 중계하는 동영상 아래에 '삼성 라이온즈 댓글 창''기아 타이거즈 댓글 창' 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기 동영상을 보고 있는 네티즌이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댓글창에 줄줄이 달리는 댓글 중에는 정말 좋은 말을 하는 내용의 댓글을 찾기가 모래알에 진주 찾는 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온갖 불만을 댓글로 표출하는 것은 애교일뿐이다.  대놓고 상대방 팀을 비방하는 수준을 넘어서 팀이 연고를 두고 있는 지역까지 비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8개 구단이 치르는 경기들마다 지역감정을 담아 상대 팀을 비방하기도 하지만 특히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 간의 경기는 양 팀 팬들간의 총성 없는 댓글 전쟁 역시 치열하기만 하다. 

기아 타이거즈는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해태 타이거즈 시절 야구 구단 중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문 구단이다.  그리고 구단 엠블렘과 선수들의 유니폼이 빨간색이다.    다른 야구 팀 팬들은 항상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치뤄지게 되는 날이면 온통 기아 타이거즈를 비난하는 악의적인 댓글로 도배를 한다.  야구 팬들은 각 팀마다 그 구단의 전형적인 특징을 꼬투리 잡아 비하성이 담긴 별명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기아 타이거즈 같은 경우에는 전라도에 위치하는 광주에 연고를 하는데다 구단 엠블렘과 유니폼이 빨간 색이라서 '홍어' 라고 부른다.   

그래서 야구 팬들 사이에서 '홍어' 또는 '홍어 타이거즈' 라고 하면 속칭 기아 타이거즈를 가리키는 통칭되는 용어였다.

  

 " 홍어 XX들, 니들은 안 돼. " , " 전라도 홍어는 그냥 나가 X져라. "    

 

하지만 이제는 야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홍어' 는 단순히 기아 타이거즈를 뜻하는 비하성이 담긴 별명이 아니라 이제는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광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 즉,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악의적인 별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야구 중계에 댓글을 다려는 사람들 중에는 순전히 야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예 상대 팀에 연고를 두고 있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기 위해서 지역감정을 이용해 갈등을 조장하려는 악플러가 존재하고 있다.  

"전라도 홍어들 중에서 사기꾼 아닌 사람들 없고 깡패 아닌 사람들 없다" ,  "여수, 순천 반란사건, 5ㆍ18 광주 폭동도 이제 보니 전부 전라도 홍어 XX들이 일으켰지. 전라도 홍어 ×××들. 폭도의 후손들이 이젠 야구로 별 짓을 다 하는구나 " 라는 원색적인 댓글까지 나오게 된다.  

이렇듯, 야구 중계까지에도 전라도를 비하하는 악플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비단 '홍어' 뿐만이 아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조금이라도 기아 선수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홍어존’ 논란이 나온다. 일부는 전라도 출신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슨상존’ 이라는 표현을 대신 쓰기도 한다.   그리고  전라도의 [전라ㄷ]+ 사람을 나타내는 영어 접미사 [ian]을 합성해서 '전라디언' 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전라디언' 이라고 하면 곧 친북 좌파 또는 빨갱이를 뜻하게 되어 그 의미가 한층 더 다양해진다(?)  



 
 

   영호남 지역갈등이 만들어낸 최악의 난동사건

 

  

1986년 당시 삼성 팬들로 인해 불 타버린 해태 타이거즈 전용버스  

사진 출처: 프레시안

 

악플러의 지역감정적인 악플의 수준은 단지 인터넷의 발달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적 병리 현상이 아니다.  그 현상의 근원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역갈등이 있었다.  

기아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스, 즉 호남과 영남 간의 지역감정이 담긴 갈등이 만들어낸 깊은 악연은 프로야구 최악의 난동사건으로 기록된 한국시리즈의 조금은 부끄러운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 대구 폭동 ' 으로 불리는 사건은 1986년 10월 22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발생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홈팀인 삼성이 해태에 5-6으로 역전패를 한 것에 대해. 몇몇 관중들이 경기장 밖에 주차해둔 해태 구단 전용버스에 불을 지른 보복성 사건이었다.   그 날 경기 결과에 대한 분풀이도 원인이지만  방화사건의 시발점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 광주에서 열린 경기에서 삼성 투수 진동한의 부상에서 비롯되었다.  

1차전 경기에서 삼성의 진동한 투수는 7회말까지 호투를 했지만 8회초 덕아웃에서 쉬고 있는 도중에 윗편 관중석에서 술 취한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맞아 경상을 당하게 되었다.  한창 경기가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 삼성 팀 입장에서는 최상의 호투를 보이고 있는 투수의 어이없는 부상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8회말에 투수를 김시진(현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교체했지만 연장전 끝에 3-4로 역전패하고 만다. 

야구계에서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 먼저 우승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우승한다는 일종의 속설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양팀뿐만 아니라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설 수 밖에 없었다.   삼성과 해태는 단순히 라이벌 구단 관계 이상이 아닌 영호남 지역주의가 만들어낸 앙숙의 관계로 변질되었다.    

문자 그대로 불붙은 지역감정 때문에 다음 경기를 대구가 아닌 중립지역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구에서 경기를 강행했지만 예상했던대로 추가 사고가 이어졌다.  4차전마저 삼성이 패하자 홈 팬들은 병을 경기장에 투척했고, 1차전에서 나온 해태 팬의 '빈병 투척 사건' 까지 다시 언급되면서 관중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관중의 난동이 얼마나 심했으면 경기장 주변으로 2000명 가량의 경찰들이 투입되었으며 심지어 최루탄까지 발사했다고 한다.     

 

 

  지역감정으로 점칠된 스포츠의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 

 

 

현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면서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카시야스 (왼쪽에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미남)와  

FC 바르셀로나 소속 수비수 푸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견원지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관계이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지역차별주의로 인해 형성된 스포츠에서의 라이벌 관계는 우리나라의 삼성과 해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의 프로야구와 유사하게 각각 일본 간토와 간사이의 대표 구단으로 자리잡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간의 라이벌이 유명하며 미국 메이저리그로 넘어가면 각각 뉴욕과 보스턴에 프랜차이즈를 둔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쟁도 유명하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최고의 라이벌이 존재한다.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나 원작의 동명영화를 보신 분들도 아시겠지만 남녀 주인공 노덕훈(김주혁 분)과 주인아(손예진 분)가 심야 시간에 맥주를 마시면서 함께 축구 경기를 보게 되는데 그 경기가 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의 라이벌 구단 간의 경기인 엘 클라시코(El Clásico)다.    

엘 클라시코는 우리 말로는 '고전의 승부' 라는 뜻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리그 1, 2위를 다투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로셀로나 간의 축구 경기를 뜻하고 있다.   하지만 '고전의 승부' 답게 이 두 팀간의 대결은 109년이나 될 정도로 지금까지도 선수와 감독들뿐만 아니라 팀을 응원하는 팬들마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정도로 정말로 유명한 축구계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이다.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가 연고지이며 FC 바르셀로나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이 투 팀간의 대결은 최근에 두 차례나 펼쳐진 두 팀 간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대회에서도 선수들와 코치 간에 난투극이 펼쳐질 정도로 라이벌 관계답게 치열한 경기 양상을 보였다. 엘 글라시코의 열기는 같은 스페인 출신 선수들끼리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 축구 팀 때문에 대립을 펼쳐야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스페인 국가대표팀 주장 겸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슈퍼세이브' 골키퍼 카시야스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남아 있는 엘 클라시코의 갈등과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 자리를 마련한단다.   스페인은 작년에 펼쳐진 2010년 월드컵에 우승할 정도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였지만 최근에는 '무적 함대' 답지 않게 중요한 경기마다 패전을 거듭하고 있다.   카시야스는 다시 한 번 스페인의 명성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표님 내부에 남아 있는 엘 클라시크의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아빠 + 해태 타이거즈 엄마 = '삼태' 라이거 소년  

사진 출처: 이데일리
 

 

엘 클라시코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지역감정으로 점칠된 스포츠의 현실을 그저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만의 전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좀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스포츠 팬들뿐만 아니라 멋진 경기 운영을 보여줘야할 선수들마저도 지역감정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스포츠 내에서도 운동선수들 또는 코치진 사이에서 학벌, 지연 위주에 따라 팀워크가 깨져버리는 사례가 많이 있었듯이 지역차별적 감정이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과연 어디서부터, 누가 조장했는지 기원은 의심스럽지만 연고 구단에 대한 일방적 지지가 지역감정에서 비롯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지역감정이 없었다면 야구 팬들 사이에 영원히 회자되는 흥미진진한 라이벌 구도 역시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팀 자체가 아니라 특정 지역과 특정 지역 사람을 비난할 정도로 팬들의 비방이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악플러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위험할 정도다. 굳이 한국의 현대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들은 구분해야 한다. 상대에게 분노와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과 글은 자제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는 정치·사회적 긴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지역감정’ 을 만들어냈다. 호남 고립의 지역감정, 지역구도가 그렇게 탄생했다. 굳이 지역감정의 역사적 기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종목에서 나타나는 지역감정의 양상은 분명 퇴행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기본적이면서도 유일한 방법은 상식이 있는 팬들이 앞장서서 일침을 가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 뿐이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열리기까지 두 달 정도 남았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한국시리즈에 상대할 팀은 SK 와이번스(현재 리그 2위)와 롯데 자이언츠(리그 4위)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리그 3위)다.   어느 팀을 만나든 간에 야구 경기를 지역감정과 차별로 만들어낸 색안경을 벗은 채 그저 스포츠를 진정 즐기는 마음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 ' 1986년 해태 타이거즈 버스 방화사건'  관련 출처 기사  

[그들은 왜 무등구장에서 '김대중'을 외쳤는가] 프레시안 2009년 8월 26일 

호남차별과 야구 종목과의 관계는 고교야구 탄생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글이 길어질 우려가 있어서 그 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된 기사문을 읽어보시면 좋을듯합니다.   

 

* P.S : 참고로 저는 홍어삼합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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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8-2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 문장에서 뿜었네요...ㅋㅋㅋㅋ ㅎㅎㅎㅎ

야구에 별 관심이 없어 서로의 비방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버스 사건은 첨보는 것입니다만..

cyrus 2011-08-25 20:55   좋아요 0 | URL
이 버스 사건이 지금도 삼성과 기아 경기 때 간혹 기아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악플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답니다.

stella.K 2011-08-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조장하는 것도 있을 것도 있겠죠.
그 흥분을 이용해서 팀의 결속, 나아가선 지역의 결속까지.
근데 버스까지 그렇게 된 건 또 참 보내요.
글구 홍어가 무슨 죄라구.

근데 시루스님 삼합 좋아하시는 거 보니까 술 좀 꽤 하시는 편 아닙니까?ㅋ
삼합엔 막걸리라든데.
맛에 호기심이 많은 제가 아직 그걸 못 먹어 봤어요.
글구 거 뭐더라, 말린 꽁치 김에 싸 먹는 거...?
둘 다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피했다능. 아, 아쉬워.ㅠ

cyrus 2011-08-26 22: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신에게 이로울게 없는데 왜 자꾸 사회 내에 불신을
만들게 할까요? ^^;;

저는 딱 한 번 홍어삼합을 먹어봤는데 전라도산이 아니라
시장 안 식당에서 파는 걸 먹어봤어요. 그 때는 홍어가 어떤 맛인지
정말로 궁금해서 처음 먹어봤는데, 먹을만했어요.
냄새 때문에 홍어를 잘 못 먹는 사람이 많다던데 제가 진짜배기
전라도산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냄새는 참을만했습니다. ^^;;

그리고 혹시 김 싸먹는 꽁치라면 과메기입니다.
과메기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

맥거핀 2011-08-2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cyrus님도 꽤나 야구 열심히 보시는 듯 하네요.^^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참 별 지역비하가 난무하지요. 말씀하신 용어들 외에, 거의 모든 팀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있구요. 근데 유독 기아에만 심한 것 같다는 느낌도 좀 있긴해요. 기아를 비하하는 말에는 유독 어떤 지역적(?)인 것이 따라붙는 것도 그렇구요. 아마도 오랜 지역차별과 연관이 있는 것이겠지요..한때 우리나라 지역차별이 많이 옅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요즘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cyrus님의 글을 읽으니, 그냥 옛날 기억이 좀 나네요. 지금은 LG팬(-_-)이지만, 어렸을 때는 부모님 따라 해태가 잠실에 오면 자주 보러갔거든요. 부모님이 모두 전라도 분이시라서요.그 때 해태는 참 무적이었는데..열렬한 응원 때문에 더 잘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때 3루측에서 응원들이 꽤 살벌(?)했었거든요.
에고 지금도 살벌한 응원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LG는 이모냥이네요. 하하, 삼성팬이신듯 한데, 삼성 우승 기원합니다. (요즘 보면 삼성이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듯^^)

cyrus 2011-08-26 22:11   좋아요 0 | URL
ㅎㅎ 방금 컴퓨터로 야구 경기 보고 왔어요, 패색이 짙은 경기였는데
다행히도 역전승하게 되었네요 ^^;;

다른 구단도 비하성 별명이 많은데요,, 맥거핀님 말대로 기아가 유독
심하답니다. 심지어 다른 야구 팀을 응원하는 네티즌까지도
기아 경기가 있는 동영상 공간에 기아를 비하하는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하거든요.

맥거핀님은 LG팬이시군요, 내심 LG도 정말 오랜만에 가을야구할 줄
알았는데, 비록 삼성팬이지만 안타깝습니다. 선수들 중에는 삭발까지
하면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던데요. 지금 한화랑 연장중인데
이번 경기는 LG가 승리했으면 좋겠어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렸을 적이 프로야구 폭발적 부흥 시기였죠. 초, 중학교때요. 전 서울 출신인데 삼성 팬이었어요. 이만수 때문에 그랬었던 것 같아요ㅎㅎㅎ 그땐 아이부터 어른까지 야구 열풍이었죠. 저도 관심이 없었는데도 야구 규칙을 그때 다 배웠다니까요.
어쨌든, 우리 나라에서는 야구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결국 지역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예요. 경상도와 전라도가 없었다해도, 뭘 기준으로든 편을 나누어 싸웠을것 같아요. 그게 인간 세상 아니겠어요? ㅎㅎ

cyrus 2011-08-26 22:17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어렸을 때라 초창기 프로야구에 대해서 기억은 없지만
이만수는 정말 레전드죠. 특히 지금도 대구 사람들은 이만수를
각별한 존재로 여기기도 하고요.


2011-08-2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 신랑의 모습 가관이라죠... ㅋㅋ
오면서 내내 DMB로 보고, 와서 TV에서 꼭 야구 정리 프로 보고.
주말에는 TV를 독차지할 수 있으면 하루종일 야구 보고, 안되면 컴터로 보고.

아주 못 말려요..
하지만 무엇인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모습 자체도 좋은거 같아서 냅두는 중입니다. ㅋㅋ

cyrus 2011-08-26 22:23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팬더님이 저랑 비슷해요 ^^;;
야구 경기 다 보고 나면 야구 정리 프로그램 꼭 봐야해요.
팬더님은 무슨 스포츠채널을 보시는지 모르겠는데 참고로 저는
KBS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보는 편입니다.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예쁘거든요,, ^^;;

예전에 저희 어머니도 저의 야구 사랑(?)에 대해서 핀잔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제가 컴퓨터로 야구를 시청해서 신경을 안 쓰신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7 10:31   좋아요 0 | URL
팬더가요, 자신은 3사의 채널을 홀랑 돌리며
몽땅 섭렵하고 있다고 전해달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1-08-27 13: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게 가능한가요? 3사 채널을 담당하는
아나운서들이 모두 미모가 출중해 고정팬이 많답니다. 그래서
정말로 아나운서 보려고 동시에 3사 채널을 본다는 팬들도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도 있었군요 ^^

saint236 2011-08-2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그렇군요. 홍아 삼합을 좋아하시는 군요.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플랭클린 포어/말글빛냄)"라는 책에 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스페인 이야기도 그렇고요. 스페인 전쟁사라는 책을 보면 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싸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전 술을 끊은 이유로 홍어 삼합을 먹지 않습니다. 막걸리 없이 홍어를 먹는 것은 꽤 힘든 일이더군요.

cyrus 2011-08-26 22:26   좋아요 0 | URL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없으면 안 되는거 같습니다. ^^;;

세인트님이 언급하신 책,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스포츠 관련 역사라,,
읽는데 지루하지 않을거 같아요 ^^
 

   

 

  2010년에는 '정의' , 2007년에는 '88만원 세대' ,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권의 책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주는 책들이 있었다.    2007년에는 <88만원 세대>로 인해 대한민국 20대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 쪽으로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었다면 2010년에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 10년 전으로 되짚어보게 되면 90년대에는 똘레랑스 신드롬이 있었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똘레랑스(관용)를 소개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1995년이니 10년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재미있게도 국내에 똘레랑스의 종주국으로 소개된 나라가 바로 프랑스라는 점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 뒤 똘레랑스는 보수와 진보, 혹은 계층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한 공감을 얻게 되었으며 한때나마 한국사회에서 양심의 자유,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용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똘레랑스가 소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프랑스의 모습은 똘레랑스의 종주국이라고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르코지 정부 시대부터 점차 퇴색해져만 갔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사회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르코지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강경한 이민정책이었다.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집시는 물론, 외국인 걸인과 도둑을 프랑스 사회를 좀먹는 '불순분자' 로 규정하여 법에 따라 모두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사르코지 정부의 강경한 이민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하였지만 정작 프랑스 국민의 절반은 정부의 이민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기 마련이다. 게다가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서 혼란한 사회를 경험한 프랑스 인들 사이에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분에 사르코지 정부의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화적, 인종적으로 이질적인 사람들 또한 자유, 평등, 유대라는 프랑스 공화국의 정신에 따라 프랑스 사회에 통합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통합주의의 전통에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93세의 노인은 불법체류자와 이민자들을 추방하려고하며 정의가 상실되어가는 자국의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새로운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분노' 였던 것이다.    

 

 

  2011년 지금은 '분노' 신드롬   

 

 

 

 

 

 

 

   

 

분노라는 감정은 파괴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해 때로는 상대에 대해 분노할 때 분노는 단순히 감정이 아닌 행동을 수반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행동은 종종 부정적인 측면을 불러일으키기에 우리는 분노의 감정을 경계한다. 그러나 분노가 사회를 대상으로 할 때, 사회적 구조를 향할 때 이는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   

93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인권 및 사회문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테판 에셀의 책 <분노하라>에는 분노의 정치적 의미를 표방하고 있다.

6000원이라는 상당히 착한 가격에다가 편집자 후기와 추천사 등을 제외하면 6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테판 에셀이 현 시대를 개탄하며 쓴 글은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가 전 생애를 걸고 수호한 민주주의와 평화가 시장경제라는 독재에 의해 훼손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장경제는 국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이후 불법 체류자 및 이민 정책에서 나타나는 차별적 대우, 은퇴 연령 연장, 의료보험 제도 후퇴 등 민주주의의 가치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 다른 나라에서 유래된 올바른 가치를 배우고자고 했던 우리나라도 점점 프랑스를 닮아가고 있다.  

다문화주의의 시대에 접어들어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반(反)다문화 정서의 영향은 남아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반다문화주의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어 외국인 범죄와 결혼 이민자의 가출 사례 등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반다문화주의자들 역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방해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부자 중심의 사회 경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이렇다보니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공정한 사회' 의 표방에도 불구하고 정계 내에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불법 비리와 정경유착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적 권력자와 재벌들의 언론 독점은 이미 언론 독립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의미도 퇴색하고 말았다.

 

스테판 에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제 소득으로 부가 축적되었지만 문화적, 사회적으로 점점 가난해지고 성숙하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질문한다. 국가는 더 이상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릴 만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시민이 스스로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에셀은 평화적 봉기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추상적인' 분노 신드롬이 아닌 '실천적인' 분노가 필요할 때

올해 소개된 <분노하라>의 저자 스페판 에셀은 본적은 독일 출신이지만 젊은 나이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레지스탕스 일원으로 활약한 프랑스 사람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똘레랑스의 종주국으로 추앙받았던 그 나라다.   그렇다면 이제 프랑스는 똘레랑스가 아닌 앵디녜부(Indignez-vous)의 종주국이 되는 것인가?  

프랑스 이외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도 <분노하라>가 번역될 정도면 분명 21세기에 기억되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범세계적 신드롬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노하라’는 스테판 에셀의 메시지가 단순히 사회적 현실에 대한 추상적인 울림이 아닌 구체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19세기 말에 탄생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부르주아지로부터 억압받고 있었던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사회개혁을 위한 단결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스테판 에셀의 분노 선언 역시 사회를 개선하려는 분노의 의지를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노인이 쓴 짧은 분량의 책을 그저 남의 나라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인식, 또는 사회변혁에 대한 보수적인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책의 진정한 메시지를 그저 활자 자체로 읽어버린 시간 낭비적 행위일뿐이며 정의롭지 못한 사회현실을 그저 두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10여 년 전의 똘레랑스 신드롬처럼 역사 속 한 페이지에만 남아있는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회변혁에 참여할 줄 알아야하며 비정의롭고 모순된 점에서는 분노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성숙된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태도는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20대들에게 달려 있다.  

20대들은 이제 암담한 현실에 대한 절규를 넘어서서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자 ‘행동하는 양심’ 이 되어야 하는 기회인 것이다. 정책과 사회, 교육제도,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변혁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야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법을 찾고자 뭉치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뭉쳐진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개혁의 길에 나서고 우리들의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반값 등록금 문제 덕분에 분노 신드롬이 적절하게 맞아들어가게 되었고 전국 곳곳의 20대의 대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직접 '분노' 하고 '저항' 할 수 있었다.  

결국 20대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다른 세대나 이론에 있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20대가 행복해 지는 길은 20대 우리들 속에 있고, 우리들이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들 20대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우리들의 생존을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수 없다. 우리들의 생존은 우리들이 함께 나서서 찾아야 한다. 자유는 스스로 찾으려는 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분노하라>가 대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지가 않다.  책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의 영향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부조리하고 잘못된 사회에 대해서는 분노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알아야한다는 사실이다.     홍세화의 추천사 속 문구대로 스테판 에셀의 분노는 단순히 프랑스만의 것일 수는 없다.    '분노' 신드롬을 뛰어넘어  전세계적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앵디녜부' 를 사회적으로 실천할 줄 아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 관련기사  

[‘우향우’ 프랑스… 인종차별 살아나고 톨레랑스 사라진다]  동아일보 2010년 8월 18일 

[외국인 편견·몰이해 反다문화 정서 부채질]  서울신문 2011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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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똘레랑스도 한계는 있다고 봐요. 잘못하면 냉소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분노하라는 것도 사실은 우리나라 정서에선 위험할 수도 있구요.
스테반 에셀은 분노하라기 보다는 저항하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은 아닌가 싶어요.
무저항 비폭력를 말했던 것을 보면.

분노하라의 리뷰를 쓸 때 저도 홍세화의 책을 생각은 했는데...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못 읽은 게 아쉬워요.ㅜ

cyrus 2011-08-22 23: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에 스텔라님 서재에 댓글 남겼을 때도 그랬지만,,
이미 관용이라는 게 잊혀진 지금으로 봐서는 거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가치도
시대에 따라 고치게 된다면 관용 역시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르코지도 동유럽 이민자 가문 출신입니다.그리고 2차 대전 후 프랑스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저지른 잔인한 전쟁을 생각하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cyrus 2011-08-23 00:01   좋아요 0 | URL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식민지나 제3세계 관련 세계사를 보게 되면
한 때 유럽에서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국가 중에 프랑스 역시 빠질 수 없다고
봐요. 사르코지가 이민자 가문 출신이군요. 자신이 쫓아내려는 이민자들
중에는 분명 자신의 핏줄과 같은 동족이 있었을텐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역사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정말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새롭네요.

분노나 불안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죠. 그 방향을 어디로 트느냐에 따라서 힘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다는 부분에 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도가 지나친 목소리는 많은 이의 공감을 얻기 어렵죠, 물론 순수하기는 하지만요. 무엇인가 하려면, 항상 눈높이를 반보 높게하여 추진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실천적인게 아닐까요?

그런데 프랑스도 요즘 휘청거리죠? 에휴.

cyrus 2011-08-23 00:02   좋아요 0 | URL
프랑스나 영국이나,, 어쨌든 유럽 역시 우리나라 못지 않게
소란스러운거 같아요 ^^;;

귀를기울이면 2011-08-2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르코지조차도 GDP로 대표되는 성장률은 '이제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더군요.(책 'GDP는 틀렸다') 우리나라는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이 되는 시대인데 말이죠. 우리나라라면 '빨갱이'취급 받을 사람이 프랑스에서는 극우 취급을 받는 상황이니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cyrus 2011-08-23 00: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귀를 기울이면님 ^^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사르코지도 GDP 수치로 결정되는
성장 결과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노선을 취한거 같은데,,
반대로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복지보다는
그저 국익을 위한 성장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된거 같습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2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래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맞이하는 40대는 더 치열하네요.
아니, 치열해 져야만 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쉽게 안주하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시기니까요.
저에겐 때론 <실천적인 분노>가 필요해요. 귀찮은 생각을 버리고, 나 하나 굶지 않으니까 됐어, 라는 이기심을 버리고...

cyrus 2011-08-23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느낌으로 실천적 분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제 사회를
주도해야 할 20대들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저항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현재로서는 취업으로 결정짓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타인과 사회 공동체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은 수준이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 세대도 그렇고
다음 세대들까지도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분명 마음만은 남아 있긴 한데,, 정작 실천이 안 되고 있으니,,
막상 댓글 쓰고 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네요 ^^;;

아이리시스 2011-08-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도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거라 봐야겠죠. 사르코지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가는데 다음 선거도 기대돼서 프랑스가 어떻게 흐를지는 기대할만한 것 같아요.

저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맨날 벼르기만 하고, 어느새 고전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저 책이 요즘도 써먹을만 할까요. 실용적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어느새 똘레랑스만으로 통하는 시기가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적정한 통제가 언제나 필요했는데 그걸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분노하라]는 못 읽었고, 저도 언제나 실천없는 분노만 하고 있기 때문에 죄스러워요.

cyrus 2011-08-23 20:26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요즘 똘레랑스 개념을 언급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우리나라 사회는 말 그대로
불만, 분노니까요 ^^;;
 

 

  Scene #1  수강신청의 중요성

오늘부터 내일 모레까지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다.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수많은 대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하게 된다.  최근에 간혹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대학교 이름이 랭크되어 있다면 그 날은 그 대학교의 수강 신청 기간이라고 보시면 된다.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각 대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침 9시부터 수강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본인의 학번과 비밀번호를 통해 수강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골라서 마우스로 클릭 몇 번 하면 끝이다.   신청은 했는데 마음이 바뀌면 신청했던 강의를 취소하고 다른 강의를 골라서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강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단 3일. (대학들마다 기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3일이며 짧게 2일도 있음)    하룻동안 강의를 신청하고 다시 취소할 수 있는 주어지는 시간은 11시간, 신청 기간인 3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총 33시간.   따지고 보면 학생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시간표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하루 반 나절인 셈이다.  (* 여기서 언급되는 수치들은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 

수강 신청 기간은 그 학교 대학생들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기도 하다.  매년마다 많은 수강생들이 몰리는 특정 인기 과목(대학교 내에서 말하는 인기 과목은 대체로 공부하기가 편하면서도 학점을 후하게 주는 과목을 말한다)을 수강하려면 아침부터 미리 컴퓨터에 앉아서 로그인하는 동시에 바로 신청해야 한다.  고작 인기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컴퓨터 모니터에 대기하고 있지만 정말 운 좋으면 수강 신청에 성공할 수 있다.  그야말로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1분 1초라도 늦어서는 안 된다.  수강 신청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되어 그 인기 과목은 강의 수용 인원 정원 다 차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통신어로 말하자면 빛의 속도로 '광클' 해야 한다.  

수강 신청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따라서 그 학기의 성적 그리고 장학금 획득의 여부가 달라진다.   수강 신청하는 과정과 방법은 중, 고등학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을 수강하는 2, 3, 4학년이 되어서도 수강 신청을 가볍게 본다거나 또는 어떤 강의를 신청해야할지 모르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올해 2학년 1학기를 복학을 하면서 주변 동기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전역한 대한남아도 수강 신청 기간만 되면 쩔쩔맨다.  특히 입대 전에 공부와 담을 쌓았던 복학생들에게는.  복학하게 되면 캠퍼스에는 이들에게 대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학과 선배들은 졸업하고 다 없다.   

학칙 규정상에는 수강 신청할 때는 본인이 속한 학과의 지도교수를 통해서 수강 신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한 학년에 4~50명 넘는 학생들을 일일히 도와줄 수 없다.  규정 속 내용일뿐 현실상 학생 본인 스스로 신청해야 한다.  더욱이 대학생은 중, 고등학생과는 다르게 자신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탐색할 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수강 신청은 간단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대학생활의 결과를 판가름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Scene #2  수강신청의 어려움  

나 같은 경우에는 수강신청 기간 전에 미리 관심 있는 강의에 대한 수업계획서를 꼭 읽어본다.  수업계획서는 학생들이 수강신청하는데 판단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래서 수강신청 기간 전에 미리 학교 내 종합시스템을 통해서 모든 과목의 교수님들이 수업계획서들이 게시하게 되는데 꼭 모든 교수님들이 게시하는 것이 아니다.   몇 몇 과목은 아예 게시를 안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공지되지 않게 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수업계획서를 꼼꼼이 확인한 후, 대략 신청하기를 원하는 과목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시간표를 직접 짜본다.   혹여나 본인이 신청한 과목들 중에는 수업 시간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좀 더 편하게 수강 신청하기 위해서는 모의 시간표를 한 번 만들어봐야 한다.    모의 시간표를 만듦으로서 유용한 점은 나중에 수강 신청하고 난 뒤에 겪게 될 수 있는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굳이 수차례 로그인해서 다시 취소해야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해서 수강신청이 본인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수강신청하면서 경험하게 되었는데 본인이 신청했던 과목의 수강 인원이 미달일 경우에는 신속하게 취소한다거나 대신 다른 과목으로 신청해야 한다.    전공과목 같은 경우 10명 미만의 인원일 경우에는 폐강된다.     

지금 내가 신청하고자 했던 한 과목이 현재 수강 인원이 4명이라... -_-;;    내일 모레까지 쭉 지켜봐야하겠지만,,,   아무래도 폐강될 거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과목을 신청하기로 하였다.  

이외에도 수강 신청기간 중에도 간혹 수업 시간 또는 담당교수가 바뀔 수 있으니 항상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공지 관련 게시판을 꼭 확인해야 한다.

 

 

  Scene #3   2학기 때 공부하고 싶은 과목

수강신청에 대한 어려움을 풀어 쓰다보니 그만 수강신청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엉뚱한 글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가끔 이런 잡담을 쓰는게 편하긴 하다. ^^;;  

 

 

 

 

 

 

 

 

1학기 때는 사회학과 법학 관련 과목을 배웠다면 2학기에는 정치학을 공부해보려고 한다.  정치학 과목은 행정학과 전공과목 중의 하나인데 4학년 학생이 신청하는 과목이다.  4학년 전공과목이라고 해서 2학년이 듣지 말라는 법은 없다.   본인이 속한 학년보다 높은 과목이라해서 겁 먹을 필요도 없고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마음만 강하다면 공부하는게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1학기 때 3학년 전공과목을 신청했는데 2학년 전공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이번에도 3학년 전공과목 한 과목도 신청하려고 한다.  

 

2학기 때 듣게 될 과목으로는 <한국정부론><관료제론><인사행정론><행정통제와 개혁><정치학>이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총 18학점을 이수해야하는데 나머지 한 과목은 미정이다.  <정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2학년 전공과목이다.   

2학기 과목 중에서 제일 관심이 가는(?) 과목은 <정치학><한국정부론><관료제론>이다. 

아무래도 행정학 전공이다보니 <정치학> 과목은 정치학과 본연의 내용 그래도 배울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학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숙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정부론>은 딱히 뭐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수업계획서에 게시된 수강내용으로 봐서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공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금의 MB 정부에 대해서도 배운다.   <관료제론>은 제목만 봐서는 지루하면서도 별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도 공무원 또는 정계, 경영 조직의 절반이 관료제 사회임을 감안하면 <관료제론>은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과목이다.  (특히 나에게는...) 

  

 

 

 

 

 

 

 

 

 

  

 

 

 

 

  

 

어제, 어느 서재 이웃분님이 댓글로 행정학과 학생인 나에게 찰스 T. 굿셀의 <공무원을 위한 변론>을 추천해주셨다.    1학기 때 잠깐 강의 시간에 배웠는데 굿셀은 그 전에 학계에서 줄기자차게 주장해온 관료제의 비판에 반박한 행정학자다.   그래서 국내에 번역된 책의 원제는 실제로 The Case for Bureaucracy, 즉 '관료제를 위한 변론' 인 것이다.   

관료제의 패해에 대해서 비판적 이론을 주장한 사람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인데 이번 기회에 굿셀의 관료제 옹호론과 비교해서 개인적으로 공부 겸 정리하고 싶다.  이외에도 관료제를 연구한 사람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의 경제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있다.  

강의 내용과 부합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미리 이런 책을 읽어봄으로써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는데 도움이 될거 같다.   훗날 과제하는데 작은 도움만 된다면 독서 행위의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이왕에 잡문을 쓴 김에 마지막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번 학기에는 꼭 4.20을 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학점에 얽매이지 말라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었지만,,,  역시 별 것도 아닌 수치가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학기 때 열심히 했는데도 4.20에 못 미친 학점을 받았더니, 혼자서 속으로 적잖이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나폴레온 힐은 자신의 목표를 종이에 기록해서 항상 지갑에 보관하여 하루종일 눈으로 확인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글이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작지만 큰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제가 정치학이라는 과목을 처음 배워서 아직 생소한데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도움이 되는 자료나 도서를 어떤게 있는지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치학이 아니더라도 한국 정부와 관련된 유용한 자료도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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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2학기 준비를 하시는군요~
저도 지난 주에 가열차게 강의 계획서 입력을 했었는데...
과연 올 해 제 강의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들어올지..ㅎㅎ

제게는 생소한 분야예요. 정치학. 물론 행정학두요..
꼭 4.2 넘으시기 바랄께요. 넘으실 것 같아요. 충분히!!

cyrus 2011-08-18 23:40   좋아요 0 | URL
꼭 현맘님 강의에 많은 학생들이 신청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현맘님이 담당하시는 강의가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

저는 아직도 행정학이라는 전공이 생소하게만 느껴져요,
이 과목을 정작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가끔은 고민할 때도 있답니다. ㅎㅎ;;

2011-08-19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완전 생소한 분야네요. 거의 접할 가능성이 없는 분야구요.
으아.... 시루스님이 새삼 대단해보이신다눈. ^^

이제 방학 얼마 안 남았어요. 2학기는 정신없을건데, 아흑, 슬퍼랑.

cyrus 2011-08-18 23:43   좋아요 0 | URL
마고님도 수강 신청하셨겠네요. 이제 슬슬 공부에 집중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
저는 심리학을 공부하시는 마고님이 더 대단해요 ㅎㅎ
마고님 서재에 들리게 된 이후부터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saint236 2011-08-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소신을 가지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공부는 빡쎄게, 학점은 짜게 주시는 분 수업을 들었는데(사실 그 분 밑에서 대학원 논문을 쓰고 싶었으나...) 10명이 채 안되는 수업인지라(수강신청생은 10명인데 중간에 떨어져 나가서 결석을...) 의무적으로 한 학기에 2번의 발제를 해야했지요. 힘들기는 했지만 대학 때 세미나 형식의 수업은 그 분의 수업 몇 개가 유일했습니다. 학점에 목을 매기보다는 듣고 싶은 과목을 듣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은 진리더군요.

cyrus 2011-08-18 23:4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처음에는 편한 교수님 수업 위주로 편성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1학기 때 성적이 예상보다 잘 나와서 2학기 때는 학점을 짜게
주시는 교수님 수업을 듣고 싶더군요. 오히려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

이번에 신청하는 수업 중에 절반은 토론 수업에다가 교수님 몇 분은
정말 학점 짜게 주기로 악명 높은 분들이에요.
세인트님 말씀처럼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확실히 강의 내용을 배울 수 있는 동시에 학점도 잘 나올 수 있을거라
기대를 해봅니다. ^^

아이리시스 2011-08-1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학기 빼고는 항상 듣고픈 과목을 들었지만 학점이 나쁘면 요즘은 후회도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학점을 이유로 싫은 과목보다 쉬운 과목을 억지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정치학 재밌을 것 같아요. ^^

cyrus 2011-08-18 23:49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말씀대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수업이란 제가 평소에 알고 싶었고
관심 있는 내용을 배우는 수업이에요. 아무래도 정치학 과목은
아직 저에게는 생소해서 처음에는 좀 지루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좋아지게 되겠죠,,? ^^;;

pjy 2011-08-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가 생기는 분야에 도전하는것도 좋았지만 교수님의 지도방법이나 성향과도 어느 정도는 맞아야 더 공부가 재밌어지는 건 사실입니다.재미가 있어야 학점도 잘받게 되던데요^^;
뭐, 중학교때 영어선생님이 장국영판박이라서 그때는 영어를 잘했다던가~ 고등학교때 물리선생님이 멋져서 국영수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던가 이런 과거는 이제는 추억인거죠ㅋㅋ 대학때는 전공과 전혀 상관없이 교양으로 미학개론을 들었는데 전 제가 그렇게 칸트에 심취할줄 몰랐습니다..안타깝게 그때뿐이었지만요ㅋㅋ

cyrus 2011-08-18 23: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1학기 때 그런 경우가 있었거든요, 분명 강의 내용은
흥미로웠는데 그저 주입식으로 하는 교수님 지도 스타일 때문에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주게 되더라고요.

pjy님 말씀처럼 정말 중고딩 때, 저 같은 남학생 경우에는
교과서 대신에 재미난 사회 생활 이야기(?)를 해준다거나
이쁘고 젊은 여선생님이라면 환영했었는데,, 갑자기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네요. ^^

stella.K 2011-08-1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려운 공부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나이드니 정말 못하겠더군요.
벌써 수강신청 기간이 됐군요.
2,3일 전만해도 습기 때문에 땀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왠지 한 고비는 넘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는 모처럼 이불을 덥고 잤으니.ㅋ
2학기도 열심히 공부하세요.^^

cyrus 2011-08-18 23:54   좋아요 0 | URL
대구는 열대야가 있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1층 집인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잔답니다. 그래서 간혹 추울 때도 있는데
대부분 날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을 정도로 더워요 ^^;;


비로그인 2011-08-1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cyrus님 :) 저는 며칠 전에 수강신청날이었는데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ㅎㅎ 시간표도 제멋대로, 듣고 싶은 과목도 제멋대로 했는데 과연 성적은 어떨지... 기대는 안 해요 ( '')~ 저는 물리학과 사회학과 국문학을 동시에 배우게 되어서 아주 흥미진진하답니다! cyrus님도 관심 있는 과목 신청 모두 성공하시고 즐겁게 공부하시길 ^^

cyrus 2011-08-18 23:5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다쟁이님, 닉네임이 역설적이네요 ^^

인문계열과 이과계열 동시에 공부하시는군요, 대단하세요.
서로 다른 계열의 과목을 동시에 공부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수다쟁이님께서 흥미 있어하시는 과목이라니
수다쟁이님도 열심히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

2011-08-19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08-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학 수업을 들으시는 군요!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와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를 추천드립니다. 일독해 보세요~

cyrus 2011-08-19 23:39   좋아요 0 | URL
사실 2학기 수업 중에서 제일 기대가 되면서도 염려되는 과목입니다.
정치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 정치학을 전공하신 분이 아니시거든요..^^;;

그래서 교재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정치학이라는 학문을 심화적으로
공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도 읽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천하신 책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자를 향한 번역자의 충고(?) 

 

 

 

마야꼬프스끼의 시는 확실히 차 한 잔 마시듯 읽을 수 있는 시가 아니다. 

그의 시집은 마음이 울적할 때, 혹은 잠 안 오는 밤에 뒤적거려보는 그런 책은 아니다.  

 - <나는 사랑한다> 머리말 [마야꼬프스끼의 시를 옮기며]  석영중, pp 6~7 -

   

책의 서문을 읽어가면서 이 문구를 보자마자 괜히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독자에게 향하는 번역자의 충고처럼 느껴졌다.      

 

 

 

 

 

 

 

   

 

 

마야꼬프스끼라면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구 소련에 활동했던 시인인데 1993년에 열린책들에서 세 권으로 그의 전집이 출간되기도 했었는데 오늘날에는 선집 형태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으레 시라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읽혀지는 고상함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이다.  또는 마음이 울적할 때나 불면증에 시달릴 때 이를 달래주기 위해서 시를 읽기도 한다.  그런데 차 한 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읽을 시가 아니라니.   마야꼬프스끼가 쓴 시의 내용이 어떻길래 그런 것일까?

  

   

  젊은 시인의 죽음    

 

 

 블라디미르 마야꼬프스끼 (1893~1930)

 

   

 

 

 

 

  

   

 

마야꼬프스끼가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을 보게 되면 그 당시 소련이 소비에트 체제 전환으로 물꼬를 트고 있었던 시기다.  그가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을 때, 1917년에 레닌과 볼셰비키 당이 주도한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다.  수많은 러시아의 지신인들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 뛰어들었듯이 마야꼬프스끼도 소련에 밀어닥친 사회주의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릴리 브릭과 마야꼬프스끼

 

한창 피 끊는 혈기를 주체할 수 없는 젊은이였던 마야꼬프스끼는 심장 속에 품고 있었던 혁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무기 대신에 펜으로 표출한다.  실제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듯이 불같고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당시 소련 문학계를 주름 잡고 있었던 보수적 소비에트 문학가들과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불행한 연애도 마야꼬프스끼를 더욱 더 고립하게 만들었다.  릴리 브릭과 그녀의 남편 오십 브릭과의 삼각관계적 동거는 연애 스캔들 사상 유명한 일이다.   결국, 현실과 사랑의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마야꼬프스끼는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을 하고 만다.   젊은 시인에게는 실패한 연애 그리고 혁명의 현실이라는 삶의 무게감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한창 사회주의 사상이 꽃을 피우고 있는 소련 초창기 때에는 마야꼬프스끼의 선동시가 많이 읽혀졌을 것이다. 당시 소비에트 체제를 우의적으로 비판했던 조지 오웰의『동물농장』에 보면 시를 쓰는 돼지 미니무스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미니무스는 동물농장의 독재자 나폴레옹(스탈린을 상징)을 칭송하는 시를 쓰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그를 마야꼬프스끼로 상징하고 있는 쪽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민음사, 도정일 '동물농장' 의 해설 편)

그러나 마야꼬프스끼는 문학을 통해서 소비에트 체제를 맹목적으로 찬양했던 것만은 아니다. 

문학의 성숙기에 이르게 될수록 소련의 행보는 본인이 원했던 세상이 아니었다.  레닌 사후, 세월이 지날수록 혁명으로서 순수성의 의미가 상실되어가는 소련 정부의 태도에 시인은 실망했던 것이다.    그는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때부터 정부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소련이 무너진 오늘날 마야꼬프스끼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엇갈려진다. 소비에트 시대의 두 시인 말고도 러시아 문학사에 언급이 되는 유명한 시인에는 뿌쉬낀과 네끄라소프, 레르몬또프가 있다. 이 3인방들과 함께 견주어 보면 마야꼬프스끼의 인지도와 문학적 평가에서 제일 뒤쳐진다.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러시아 사람들도 선동적인 정서가 강렬한 마야꼬프스끼의 시를 즐겨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나라 독자들이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한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조직한 일제 강점기 시대의 대표적인 문예운동단체)의 문학을 즐겨 읽지 않듯이 말이다.  러시아 인들이 시를 읽는다면 차라리 차 한 잔 마시면 여유롭게 뿌쉬낀을 읽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야꼬프스끼가 자살한 지 62년이 지난 뒤, 그가 사랑하고 칭송했던 레닌의 거대한 동상이 무너짐과 동시에 자신의 문학적 평가도 이제 한낱 돌덩어리에 불과한 레닌 동상의 파편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마야꼬프스끼가 꿈꿔왔던 이상적 사회주의 세계는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함께 사라졌지만 활자로만 남아있는 시집은 지금도 생전에 그가 혐오했던 자본주의 시대의 도서관 서가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의 기구한 인생만큼이나 문학의 운명도 기구하기만 하다.  

     

 

  강렬한 파도와 같았던 그의 삶 그리고 시


마야꼬프스끼 전집 1권에는 초창기 때 쓰여진 장시 6편, 단시 38편,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단시라고 명한다고해서 단순히 내용이 짧은 시가 아니다. 단시치고는 내용이 조금 길다. 편지는 대체로 가족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나마 부담 없이(?) 읽을 만하다.  

그러나 마야꼬프스끼의 시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읽기가 무척 불편할 수 있겠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였으며 전투적인 시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마야꼬프스끼의 시에는 혁명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소련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간혹 쇼비니즘적인 경향도 보이게 된다. [우리는 믿지 않는다!]라는 시에는 노골적으로 레닌을 찬양한다. [브룩클린 다리] [브로드웨이] [마천루 해부도]라는 시에서는 당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을 비난하기도 한다. 


1권에서 소개되는 마야꼬프스끼의 초창기 시들은 1922년 발표 기준으로 표현 방식이 분명하게 나누어진다.  1922년 이전에 마야꼬프스끼는 당시에 유행하던 미래주의에 심취하고 있었다.   

 

 

움베르토 보초니 <창기병들의 돌진> 1915년 

 

미래주의의 모토는 과거의 전통을 파괴하고 역동성의 미(美)를 강조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마야의 초창기 시에서는 기존 문학에서 볼 수 없는 난해한 시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면에서는 정형화된 행과 열을 사용하고 있음으로써 아직까지는 문학의 전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925년에 발표한 [우리는 믿지 않는다!]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해지고 보다 파격적인 형식의 시작(詩作)을 시도하고 있다.     

 

 

                             비처럼 퍼붓는다. 

그리고 파도는  

                             전해상의 중앙 집행 위원회에게   

승리의 순간까지  

                             폭풍의 무기를 내려놓지 않겠노라.    

(항해)한다.

이제 승리의 순간이 찾아왔다ㅡ 

                                          물방울 소비에트 전권(全權)이 

(적도)를 에워싼다.

마지막 파도의 소규모 집회가

무언가에 관해
                             고상한 어조로  

                                                           토론을 벌인다. 

이제

                             깨끗이 찢겨진 대양이

                                                           미소를 지었고  

당분간  

                             고요와 평화 속에 빠져들었다.

나는 난관 너머를 바라본다.

                                         동지들이여, 전진하라!  

 

- 블라디미르 마야꼬프스끼 <대서양> -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마야꼬프스끼의 시 전문 내용이다.  노어문학 전공이 아니다보니 실제로 원문에도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우리가 많이 봐온 시의 형식이 아닌 들쭉날쭉한 형태이다.   

하나의 연에는 문장은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였으며 연과 연 사이의 행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 시에서 볼 수 있었던 애매모호한 상징주의적 표현을 배제하는 대신에 작가의 주관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감정 진술의 노출이 잦아지고, 영탄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강렬한 시의 내용만큼이나 표현 형식도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시를 통해서 거대한 파도와 같은 마야꼬프스끼의 강인한 성격도 엿볼 수 있다. 비록 그의 시는 뿌쉬낀과 비교하면 문학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표현 형식의 시도에 대한 평가는 마땅히 받아야한다. 마야꼬프스끼 본인의 초창기 시와 그가 활동하던 동시대의 소비에트 문학이 사회주의적 구호 나열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과 비교해본다면 1922년 이후에 발표된 마야의 시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고무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기존 문학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행간의 파괴법은 정치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도록 하고 있다.

   

 

  강철 언어의 연금술사
 

그의 시구에는 유난히 ‘철’ 과 연관된 단어가 많이 발견된다. 마야꼬프스끼는 강철의 파도와 같은 자신의 시를 통해서 앞으로 펼쳐질 사회주의 사회의 무한한 영화를 노래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시도 ‘힘겹게 시간의 암석을 뚫고 묵직하게, 거칠게, 생생하게 살아남을 것’  이라고 자신감에 가득 찬 표현을 하였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역사는 원대한 포부가 담긴 젊은 시인의 기대감을 저버렸으며 그의 시 역시 급변하는 시간의 암석을 뚫지 못했다. 

고대 연금술사들은 구리, 납과 같은 비금속으로 금과 같은 귀금속과 영원히 늙지 않는 영약(靈藥)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했던 방식은 과학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마야꼬프스끼가 꿈꿔왔던 사회주의 세계도 역사상 발전할 수 없는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하게 마야의 문학적 평가에 걸맞은 별칭을 붙여준다면 영원히 번영되는 사회주의 사회를 꿈꾸었던 ‘강철 언어의 연금술사’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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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1-08-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읽고 '금'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야꼬프스키는 '철'인가 보네요. 관심이 갑니다.

cyrus 2011-08-15 16: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dreamout님 ^^

마아꼬프스끼의 시가 선동적인 어조에다가 시를 읽을 때마다 강렬한
여운이 있어서 강철 같은 분위기가 났었어요. 저는 프리모 레비의 책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감은빛 2011-08-2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전에 종종 끄적이던
블로그 제목이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 였어요.
시루스님 서재에서 마야꼬프스끼를 만나서 아주 반갑네요!
오늘은 집에가서 그의 시를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cyrus 2011-08-25 19:49   좋아요 0 | URL
마야꼬프스끼의 시가 전투적이면서도 읽으면 읽으수록
알 수 없는 힘이 생긴다고 해야될까요..? ^^;;
시도 좋지만 생전에 그가 가족에 보낸 편지글도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