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에 로그인하여 이웃님들의 서재를 방문하면서 글 읽고 댓글을 남기고 있던 중이었다. 한창 알라딘 서재 블로그를 기웃거리다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해 복학하게 되는 녀석인데 수업 시간표 편성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통화하는데 만 30여 분 족히 걸렸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네이트에 접속하여 시간표 편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항상 매 학기 전에 수업 시간표를 짤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기간만 되면 신경이 예민하다. 어떤 과목을 들어야할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 시간과 공강 시간의 정도까지 따져봐야 한다. 정말 듣고 싶은 과목이 있다면 하루에 두 과목 수업을 듣는 건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운 없으면 하루에 세 과목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루에 세 과목 듣는 데 있어서 공강 시간만 적절히 남아 돈다면 별로 어려운 점은 없지만 문제는 하루에 세 과목을 한꺼번에 시험을 친다는 것은 시간적, 정신적 여건상 부담스러운 스케줄이다.  

 

 이번에도 시간표를 짜다보니 하루에 세 과목을 들어야 할 꼴이 되었다.  대부분은 그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는 과목을 선택했지만 이번 학기에는 순전히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목적 위주로 시간표를 구성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이랑 그 친구가 제안한 과목 한 과목의 시간이 중복되었다. 나름 고심 끝에 공간 시간이 적절히 나올 수 있게 편성했지만 하루에 세 과목을 들으어야하는 스케줄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듣고 싶어했던 과목은 학과와 관련된 전공이 아니라 교양과목이다. 과목 이름이 'DU 문화지대'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 내에서 시행되는 일종의 문화체험 강의라고 보면 된다. (과목 이름에서 'DU'가 내가 다니는 대학교 이니셜이다)  일반적인 강의실 수업이 아닌 문화에 종사하는 외부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하는 교양 수업이다.

 

 내가 알기로는 DU 문화지대 강연에 참여한 명사만 해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

 

 작년 학기에는 문화평론가 김갑수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있었고 이 밖에도 도종환 시인, 가수 안치환, 칼럼니스트 김규항 등이 우리 학교에 강연 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강연뿐만 아니라 클래식, 국악, 재즈, 무용, 연극도 공연한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화적인 안목을 넓힐 수 있는 유익한 과목이면서도 공부할 필요 없이 점수 따기 쉬운 인기 있는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목은 딱히 교재도 없다. 그냥 강연을 듣거나 공연을 감상하고 난 뒤에 정기적으로 감상문을 작성하면 된다. 그리고 이 과목은 학점이 아닌 'T/F'식으로 평가를 한다. 강의 시간에 결석이 많다거나 감상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바로 'F(False)', 즉 '불합격'으로 판정받으며 감상문을 제 시간에 제출하고 오픈 테스트로 이루어진 정기고사 때 어느 정도 준비만 잘 하게 된다면 'T(True)', '합격'을 받을 수 있다.  

 

 이 수업이 4학년 학생들은 신청할 수 없게 되어서 3학년이 시작되는 이번 학기만큼은 'DU 문화지대' 과목을 꼭 듣고 싶었다. 아직 본격적인 수강 신청하는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수강 신청하는 것도 학부생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얼른 수강 신청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학교에는 'DU 문화지대' 외에도 'DU 영화지대'라는 이름의 과목도 있다. 전자의 방식과 유사하다. '영화지대' 과목에서는 매주 영화 한 편씩 감상한다. 영화만 보는 과목이라... 영화를 좋아하는 학부생들에게는 매력적인 과목이다. 하지만 이 과목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감상문을 작성하고 제출해야 한다. 사실 이 과목도 같이 듣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다음 학기에 수강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수업 시간표를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온 걸로 봐서는 겨울방학도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을 뿐이지만, 1개월이라는 시간 역시 금방 지나가는 법이다.

 

 나름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집에서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개인적으로 취업 스펙을 위한 공부보다는 교양에 대한 열의가 무척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2주 전부터 읽고 있었던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생활의 발견>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지적생활'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겸해서 '지(知)의 거인'이라고 불리우는 다치바다 다카시의 <두뇌를 단련하다>를 읽고 있으니 젋었을 때라도 교양 공부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교양'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변화되고 있고 새로운 현상과 방식들이 등장하는 과학, 컴퓨터 기술 관련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옛 지식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들도 무시해서는 안 되며 특히 문과와 이과 간의 교양적, 문화적 격차와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다른 영역 지식에 대한 배타적인 경향은 편협된 교양의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사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접했다. 그 때 읽은 책이 바로 저자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만든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였다. 한창 독서를 좋아했떤 시기라 책 속에 소개된 저자의 고양이 빌딩 속 서재가 부러우면서도 그의 독서법을 마음 속에 새겨넣기도 했다.

 

 

1.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 하나의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 도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 도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주제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선택의 실패도 선택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료로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 시간은 금리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가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 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곡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신 경제적이다.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대개 후자의 방법이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쓰는 법이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 라고 생각되는 부분(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이런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그 정보는 엉터리일 확율이 아주 높다.

 

 

12. 웬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안 좋은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안 좋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보다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중에서, 청어람미디어 -

 

 

 

 특히 마지막 14번의 내용은 가슴 속에 지적 호기심의 열의가 들끊였던 사춘기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대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전공과목을 공부하더라도 여러가지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 영역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그런 책 읽는 생활은 꼭 유지하리라 다짐했었다.

 

 이제 대학생의 일부 능선을 넘은 지금,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읽으면서 교양의 안목을 키우는 독서를 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데다 정작 살아가는 데 유익한 교양을 위한 스펙마저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예전의 대학 생활을 반성할 수 있었다. 

 

 도쿄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토대로 구성된 <뇌를 단련하다>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학생들에게 교양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1년 정도 유급 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카시의 제안은 올바른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업에 대한 열망이 강렬한 젋은이들로 가득한 우리나라 사회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다카시의 1년 유급은 차라리 토익이나 자격증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써야할 판이다. 요즘에는 토익, 공무원 시험 준비와 같은 스펙 준비 때문에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미리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사회 생활을 하고 싶은 게 모든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마음이다. 준비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취업에 대한 주위 시선들의 압박이 부담스러워지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경제적 형편도 만들지 못하게 되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취업 준비생이 처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러할 일은 없겠다만) 취업이 강조되는 사회 구조가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다카시의 제안처럼 유급은 아니더라도 일부러 교양 실력을 쌓기 위해서 휴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니면 올바른 교양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러한 시간적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고 스스로 준비할 수 밖에 없다. 다카시의 독서법 14번처럼 말이다. 젋었을 때라도 책 읽는 시간은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단, 만날 친구들이랑 극장에서 영화만 보는 게 진정한 문화생활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 연극이나 뮤지컬로 극화된 것을 본다거나 클래식 공연에 가서 감각을 전율케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드는 것도 좋다. 아니면 한적한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한다거나...

 

 지금까지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이나 웃어른한테 이런 말을 수십번 넘게 들은거 같다.

 

 "대학생활이 제일 좋은 시절이다, 그 시절동안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놀아라. 대학생활 제대로 못하면 나중에 후회한다.'

 

 대학생활을 학점으로 스스로 평가하자면 학업은 A+, 노는 거는 A0에서 B+ 정도 그리고 연애는 정말 최악인 F학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학부 생활이 남아 있어서 대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못 하고 있다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정말 남은 대학생활, 후회하지 않는 좋은 기억과 경험들로 가득한 시절로 만들고 싶다.

 

    

 

 

 

 * 뱀꼬리

 

 

 

 

 

 

 우연히 번화가에서 놀다가 대구에서 '노르트담 드 파리' 내한공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광고를 보는 순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마저도 두 눈으로 못 본다면 남은 생에 과연 뮤지컬이라는 걸 볼 기회가 있을까나...

 

 이번 설 연휴에는 세뱃돈을 많이 받게 되어서 어디에 쓸까 고민중이었는데 그 돈으로 뮤지컬 공연이라도 봐야겠다.

 

 그런데 이런 건 여자친구랑 같이 보면 참 좋을텐데...   일단 뮤지컬 보자고 (친)동생을 꼬셔봐야 겠다. (참고로 동생은 여자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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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1-2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수강신청하느라 눈이 벌게졌던 생각이 나요. 저도 전공 세 과목 하루에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시험치느라 거의 울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들고 보람도 있던 시간들이었어요. 대학교 때 교양으로 심리 강의를 영화평론가 심영섭씨가 해 주셨는데 너희들 지금 행복하냐고, 아니라고들(ㅋㅋ) 하니까 그럼 앞으로 별로 행복할 일 없다고 했던 얘기가 지금도 가끔 기억납니다. 연애는 1년이나 남았잖아요. 희망을 가지세요. ^^

cyrus 2012-01-27 19:08   좋아요 0 | URL
영화평론가의 심리 강의라..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을거 같네요 ^^

이번에는 나름 시간표를 잘 짰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하루에 세 과목
시험치는 건 부담스럽네요 ㅎㅎ

stella.K 2012-01-2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오리지널팀이 5년만에 내한해서 공연한다더군.
그쪽에서도 하나? 서울은 곧 공연임박인데. 아, 서울 원정 오나?
공연비 만만찮을텐데 그렇다면 세뱃돈 역시 만만찮게 받았다는 말이네.
동생을 꼬실 정도면.ㅋ 혹시 동생 실패하면 나는 어떤가?
나이 많아 싫겠지?ㅜ 농담이야.ㅋㅋ
그건 정말 볼만할 것 같아. 한국팀 공연 봤는데 정말 잘하더군. 꼭 봐.^^


cyrus 2012-01-27 19:13   좋아요 0 | URL
3월달에 대구에서도 공연한데요. 그런데 누님도 한사람님도
잘못 알고 계시네요ㅋㅋㅋㅋ 여기서 동생은 친동생에요 ^^
그런데 서울에 직접 가서 공연을 보고 싶네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만
아니면요ㅠㅠ 아무래도 3월달에 개학 시즌이라 공연 볼 수 있는 시간이
될지 모르겠고요.


stella.K 2012-01-28 12:24   좋아요 0 | URL
헉, 친동생이라는 거 알고 있었는뎅.
네가 동생 꼬신다고 했고.ㅋ
 

 

 

 

 

 

 

 

 

 

 

 

 

 

 

 

 

 

 

 

 

 영어 표현 중에 '지적정직(知的正直, Intellectual Honesty)'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진리에 충실한 마음'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은 솔직함을 뜻한다. 배움에 임할 때 지적정직의 원칙을 세운다면 적당히 짐작해서 답안을 작성하는 일을 결코 없을 것이다. 물론 틀렸다고 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짐작으로 어설프게 아는 것이나 아는 척하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고치고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pp 17)

 

 

 

 

 

 처음에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오늘은 이 책 속 문장이 내 머리를 후려치는구나.

 

 지적정직의 원칙, 앞으로 공부하고 독서하는 데 있어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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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기를 주저하지 마시라...
물으면 그 순간만 쪽팔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묻지 않으면 계속 쪽팔리는겨~!!! ㅋ"

저 역시 묻는 순간에만 쪽팔리려고 노력 중 입니다 ㅠ.ㅠ

cyrus 2012-01-16 19:04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혹시 직업이 교사이신가요?
랑공님이 학생들에게 해주시는 말도 머릿속에 새겨두어야 할 거 같은데요.
좋은 내용의 댓글 감사합니다. ^^

마녀고양이 2012-01-1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도 후려치네요... ^^

처음 알라딘 서재 시작할 때, 모르는 용어나 개념, 문장이 너무 많아서
정말 창피하고 말도 못 하곤 했던 기억이 문득나네요. 아는척하지 않는 솔직함,
기억하겠습니다.....

cyrus 2012-01-16 19:0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도 저는 마고님 서재에 들리면 심리학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는데요. 심리학에 관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여
쓰신 페이퍼가 좋아요 ^^

차트랑 2012-01-1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생들과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학생들로부터
외딴 섬의 낙도에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어떠시냐는 제안을 자주 받고요 ㅠ.ㅠ
저도 그러고 싶은데 잘 안됩니다 ㅠ.ㅠ
 

 

 

 일진곰, 왕따곰, 선생님곰

 

 지난 주 일요일, 새해 첫 날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사마귀 유치원' 15회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풍자하는 소재의 개그를 선보였다. 거기서 동요 '아기 곰 세 마리'를 패러디한 노래가 불러졌는데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곰 세 마리가 학교에 있어 / 일진곰, 왕따곰, 선생님곰

 

 일진곰은 괴롭혀, 왕따곰은 괴로워, 선생님곰은 나는 모른다

 

 으쓱으쓱 자란다

 

 

 

 TV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비록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든 패러디 가사라고 하지만 그 짧은 가사 안에는 현재 학교 안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진들은 자신보다 약한 왕따를 괴롭히고, 그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왕따들은 학교 생활이 괴롭기만 하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학교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 왕따 문제를 직접 발 벗고 나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모른 척 할 뿐이다.

 

 

 

 

 침묵과 은폐가 만들어 낸 학교 폭력의 카르텔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폭력, 왕따 문제에 무조건 눈 감고 쉬쉬한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을 뿐이지 오래 전부터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근절하는 데 앞장 섰던 분들이 많았으며 필자가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때까지만해도 학교 내부 안에서는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방지하자는 홍보용 벽보 및 스티커를 볼 수 있었으며 1년 한 번씩은 각 학급 내에 학교 폭력 및 왕따 관련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었다. 정기적으로 시행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학교 폭력 및 왕따 문제를 근절하려는 각종 훈육 프로그램과 홍보는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 폭력 및 왕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 및 가해자 학생들 중심의 사후 처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학교 폭력 및 왕따 실태를 조사하고 난 뒤에 간단하게 훈육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었지만 학교 폭력의 심각성만 부각시켜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왕따를 당했더라면 학생부장 선생님이나 상담실에 찾아오라거나 학교폭력 피해 관련 상담전화 번호만 알려줬다.

 

 정기적으로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하고 폭력, 왕따 방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도 일진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왕따는 자칫 자신의 처지를 선생님들에게 신고하면 피해가 커질까봐 신고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을 돌봐주고 보살펴야 하는 선생님들은 '나 몰라라' 한다. 성적과 대입을 중요시하는 교육 시스템 때문에 선생님들은 학교 폭력, 왕따 문제보다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 반에 3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을 돌봐야하는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한 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벅차기만 하다.

 

 그러나 학교 폭력 문제를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발본색원(拔本塞原)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학교 내 폭력과 왕따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진다.

 일진들은 더욱 기가 세져 약한 학생들만 골라 괴롭힌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으쓱한 곳에서 폭행을 가하며 그것을 목격한 동급생들마저도 자신들도 되려 피해받을까봐 모른척 한다. 그럴수록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에게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가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폭력에 대한 상처가 깊을수록 온전한 학교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자신의 처한 상황을 알리고 싶어도 일진들의 보복이 더욱 두려울 뿐이다. 그들의 주먹질과 빌길질이 두려워도 가족과 선생님들에게 알리지 못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직접 말 하지 않은 잘못된 관계를 모른 채 교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그런 불편한 관계의 진실을 눈치 챘어도 수수방관(袖手傍觀)한다.

 결국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는 일진, 왕따, 선생님들 간의 암묵과 은폐로 구성된 삼각 카르텔에 의해 만들어지고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담임·가해학생 부모 “당할만하니 당했겠지” 눈귀 닫아]

 

 한겨레 2012년 1월 12일

 

 

 

 

 

 

 

 학교라는 사회 내에서 존재하는 권력의 암묵적인 영향  

 

 

 

 

 

 

 

 

 

 

 

 

 

 

 

 

 

 

 

 

 오늘 자 한겨레에 실린 왕따 피해자 ㄱ군를 둘러싼 가해자들과 학교 당국의 모습은 학교라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왜곡된 권력 의식 구조와 거기서 잉태된 폭력 행태가 암묵적으로 횡행하는 이문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속에서 창조한 엄석대의 교실을 연상시킨다.

 단, 최근에 불거진 학교 내 일진이 학생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급장 엄석대는 단순히 폭력을 내세우는 억압적인 방법만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협박, 때로는 회유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반항하는 학생들의 성원을 굴복시킨다. 특히 자신에게 맞서는 인물에 대해서는 강압적인 처벌성이 짙은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그의 주변 인물들을 괴롭히거나 집단 따돌림을 유도함으로써 철처하게 고립시킨다. 

 

 

 "급장이 부르면 다야?  급장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대령해야 하느냐고?"

 

 그래도 나는 서울내기다운 강단으로 마지막 저항을 해 보았다. 그 때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어댔다. 내가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는 듯, 그때껏 나를 을러대던 두 녀석과 엄석대까지는 포함한 쉰 몇 명 모두가 홍소(哄笑)였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내가 한 말 어디가 웃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미화부장이라는 녀석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럼, 급장이 부르는데 안 가?  어디 학교야?  어디서 왔어?  너희 반에는 급장도 없었어?"

 

 그런데 그 무슨 어이없는 의식의 굴절이었을까. 나는 문득 무엇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느낌, 특히 담임 선생님이 부르시는데 뻗대고 있었던 것과 흡사한 착각이 일었다.

 

 

 -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  

  

 

 '나'(한병태)의 상식으로서는 급장은 단지 똑같은 반 친구이지 명령에 따라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전학한 반의 아이들에게 '엄석대'는 담임 선생님 같은 존재이다. 반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이상한 존재는 '나'이다. 다수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소수'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반 분위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엄석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권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담임 교사와 학교 당국은 교실 내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급장인 엄석대의 편을 들어 줌으로써 엄석대의 권력을 무참히 꺾어 버리는 새 담임 교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그릇된 권력 행사를 묵인하고 있다.

 

 

 

 

 

 

 

 

 

 

 

 

 

 

 

 

 

 

 

 * 영화는 1981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음 (원작 소설은 1980년에 발표)

 

 

 

 학급이라는 특수적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권력의 문제를 형상화한 작품으로는 이문열의 유명한 소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 속 배경과 인물이 전자의 작품과 유사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와 같은 인물로 이 소설에서는 '최기표'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반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문열의 소설과 다른 것은 <우상의 눈물>에 등장하는 담임은 폭력으로 교실을 장악하는 기표의 비행을 길들이기 위해서 정당하지 못한 과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담임은 기표와 어울려 다니는 '재수파'들로부터 기표를 고립시킬 계획을 세우며 자신의 묵인 아래 모범생들이 기표에게 시험을 돕기 위한 컨닝 쪽지까지 전달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것이 기표의 비위를 건드려 반장인 임형우가 재수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입원하지만 형우는 기표를 고발하지 않는 등 자신을 부각시키고 기표를 점차 소외시켜 자신은 친구를 고발하지 않는 의리의 사도가 된다. 결국 기표의 재수파는 반장 임형우를 폭행을 가한 일 이후로 와해된다.

 형우와 담임은 마지막 결정타로, 기표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밝히고 모금운동을 벌인다. 이 이야기는 퍼지고 퍼져 신문에 나가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반장과 선생의 합법적이고 계획적인 보이지 않는 계략에 두려움을 느낀 기표는 결국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실종된다.

 결국 담임의 계획대로 기표는 선량한 학생으로 개화할 수 있었지만 치밀한 계획과 조작에 의해서 기표가 선도되는 과정은 위선적인 지도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오직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 가장함으로써 기표를 동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위선적인 술책이었던 것이다.

 

 

 

 

 학교 폭력의 삼각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솔직히 언급하자면 필자도 학창 시절에 왕따를 당해본 적이 있으며 동급생이 왕따 당하는 것을 그냥 목도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폭력의 상황을 선생님에게 알리게 된다면 가해자들에게 더욱 더 심한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스스로 침묵하게 되며 피해자가 아닌 폭력의 목격자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을 신고했다가는 자신에게도 폭력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까봐 스스로 묵인하려고 한다. 그리고 학교 폭력 사건이 발각되어서도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는 양 은폐하는 진술을 할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폭력의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가 발각되지 않는 한 졸업할 때까지 학교 내 권력자로 군림하게 된다.

 

 최근에 학교 폭력,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됨으로써 정부와 학교 당국에서는 근절하기 위한 법적 조치와 제체를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폭력 가해 학생들을 강제 전학 조치를 내리는 법규가 시행된다고 하던데 울산의 학교폭력 가해자 2명이 학교의 강제 전학 조치를 불복하는 일이 발생하는 걸로 봐서는 강제 전학만으로는 학교 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으며 그저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만든 조치로만 보일 뿐이다. 강제 전학을 한 폭력 가해자들이 새로운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폭력 가해자, 피해자 또는 폭력을 목격한 제3자의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 간에 이루어지는 암묵과 은폐의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한다. 사건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면 <도가니>의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처럼 지나가는 시간 속에 영영 묻혀지는 불편한 추억으로 남게 되며 학교 폭력은 다음 학년의 학생들에게 되물림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폭력 가해자들에게는 자신들이 행한 행동들이 '범죄'로 규정되는 것이며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체제가 필요하며 폭력을 당한 피해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가족까지 포함하여 폭력으로부터 야기된 정신적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져야 한다.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엄석대가 다닌 학교처럼 학교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고 침묵해서는 안 되며 기표의 담임처럼 호의를 가장한 위선으로 안일하게 폭력 가해자들을 길들여서는 안 된다. 선생님들은 폭력 가해자에게는 교화에 중점을 둔 징벌을, 피해자들에게는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좋은 대학교에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 내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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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1-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따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을 선생님이 져야 한다는 건 반대입니다. 아이에게 공부만 잘 하면, 대학만 가면 뭐든 것을 용서하는 부모가... 선생님은 애 공부나 시키고 애 학원 갈 시간만 보장시켜주면 된다는 부모가... 그리고 그런 괴물 부모를 만들어낸 이 사회의 그늘을 먼저 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cyrus 2012-01-13 10: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학생의 인성보다는 성적 중심의 대입을 우선시하는 교육 시스템이
문제지 비단 선생님들만 왕따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건 아니죠.
모든 부모님들의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가해자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행위에 대해서 반성하도록 유도하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하더군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 저와 다른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차트랑 2012-01-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의 모든 관계자들이 침묵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인사고과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교내에서 발생한 문제가 심각한 경우 소송으로 확대되기도 하는데요
사건이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외부에 알려지게 될 가능성이 높고
학교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뿐아니라
관련 학생들의 담임선생님은 인사에서 불리해집니다.
장학사를 꿈꾸는 교장선생님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교내의 불편한 진실들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교내 관계자들이 소송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막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사건을 은폐한다거나 축소시키는 것이
관행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뭃론 모든 선생님들과 학교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교내 폭력의 원인은 다양할 것입니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연구가 절실 한 이 때에
널리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페이퍼를 써주셨습니다.
한 방 말고 두 방짜리 추천 시스템은 없나요?^^
추천을 한 방만 날려드리려니 서운해서요 ㅠ.ㅠ

cyrus 2012-01-13 10:53   좋아요 0 | URL
제가 학교 내 인사 시스템에서 모르고 있었는데 차트랑공님이 쓰신
댓글이 제가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사 간의 인사 시스템에서도 성과가 중요시하다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학교 폭력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맥거핀 2012-01-1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말씀도 맞지요. 침묵과 카르텔의 문제도 있습니다만, (위에 조선인님도 얘기하셨듯) 아마 궁극적으로는 현재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건, 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할수도 있을 겁니다. 사회에서 어떠한 문제든지 돈이나 권력의 힘으로 해결되고, 결정되는 것을 이미 애들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결국 이 사회에서 별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보니까 그대로 그 행태들을 배우는 거겠지요. 그러니 이것을 학교폭력 처벌, 청소년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사회는 그대로 엉망인데, 애들만 잡는다고 될까요..그게..

암튼 학교폭력은 현재 조직화되어 있고, 권력의 문제와 합쳐져 있다고 보여지니까요. 좀 다른 얘기겠지만, 박노자 님이 본인 블로그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박노자 님 말로는 예전 자신이 어릴때 학교를 다니던 러시아에서도 학교폭력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자녀들이 인테리 자녀들을 괴롭히는 형태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것도 좀 웃긴 얘기긴 하지만) 박노자 자신도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네 학교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도리어 부유한 애들이 가난한 애들을 괴롭혔으면 괴롭혔지, 그 반대는 아니죠.(학교폭력을 쉬쉬하고 학교에서 무마하려고 하는 이유도 그런 것과 관련이 있고..) 그러니 당하는 애들한테는 출구가 없죠. (<돼지의 왕>이라는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만요.) 법 집행마저도 현재는 경제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고, 학교폭력을 하는 아이들도 그걸 잘 알고 있으니, 괴물같은 사회를 먼저 교정하지 않고서는 학교폭력은 해결로 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2-01-16 19:08   좋아요 0 | URL
<돼지의 왕>이라면 맥거핀님 서재의 영화리뷰에 언급한 영화 맞죠?
언급하신 영화도 볼 수 있으면 봐야겠어요. 정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단면적인 부분의 문제점만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교정해야되는데 말이죠.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봐야될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2-01-1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대법원에서도 학교폭력으로 피해입은 학생이 생기면 가해학부모와 학교(교사 포함)도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피해학생의 학부모가 학교 측과 접촉하면서 학교의 불성실한 태도에 또다른 상처를 받는 이가 많죠.그래서 그런 학부모들 거의 대부분이 분한 마음에 학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합니다.

2012-01-14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2-01-16 19:12   좋아요 0 | URL
교사의 자녀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된
언론의 소식이 자주 들려올수록 학교라는 교육의 공간이 학생들을 위한
폭력의 장으로 변하게 된다는 게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런 장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는 일 할 의욕도
떨어지게 되겠고요..

마녀고양이 2012-01-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문제는 결국 사회 문제와 직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적 어려움이나 고통, 문제의 반영이 학교에서 재학 중인 학생 및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된죠. 빈부 격차의 심화, 취업난, 그로 인한 공부 제일 주의, 챗바퀴에서 도는 현대 부모의 스트레스,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려는 학교 정책...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대야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교과서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가해자 학생들에게만 떠넘기는 것, 가해자 부모나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
과연..... 이게 모두 이분들만의 책임일지, 우리는 다들
제3자처럼 말만 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cyrus 2012-01-16 19: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최근에는 폭력 가해자 학생들의 성적부에 폭력 범죄 사실을
기록하겠다는데 결국에는 또 가해자 학생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정책이 될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결국에는
눈에 보이는 단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정작
그것을 야기하는 사회 전체적인 문제점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과정이 씁쓸하기만 하네요/
 

 

 

 오늘 모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작성한 모 님의 국가장학금제도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역시 필자처럼 국가장학금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쓴 글이었는데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환영했지만 그것보다는 그 분이 지금 처한 상황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모 님은 신청기간을 잘못 알아버리는 바람에 인터넷 접수로만 가능하는 신청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 인터넷 신청기간은 1월 4일까지였다.

 

 '국가장학금 미신청 시 모든 교내장학금 수혜대상 제외'라는 조건 아래 국가장학금 신청을 '의무화'하는 학교의 홍보가 비단 필자가 다니는 학교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 데 생각보다 전국 곳곳의 대학교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강요성(?) 있는 홍보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모 님이 다니는 학교도 그런 규정이 있다면 75만 원 정도 주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해서 교내장학금 200만 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과에서 1등을 했는데도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 누구나 이런 입장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너무나 억울하고 분할 것이다..

 

 며칠 전에 쓴 국가장학금 관련 글에서도 밝혔지만 국가장학금 신청기간이 끝난 지금도 필자가 다니는 모 대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여전히 성적우수장학금 제도 변경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가끔 학교 게시판을 읽곤 하는데 어느 학생이 남긴 글이 지금 성적장학금 변경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아 진짜 공부할 의욕 안생긴다..........

 1등했는데 기쁘지가 않다.......

 아 열심히 해서 받는 장학금이랑 소득이랑 뭔 상관인지 ........ 어의없네요

 

 

 

 필자도 처음에 교내성적우수장학금 변경 제도 소식을 접하면서 한순간에 기분이 맥 빠졌다. 거의 3년 만에 과 학년 내 1등을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전액이 아닌 70%만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해서 수혜를 받는다면 나머지 30%는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수혜대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장담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재수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

 

 성적 잘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으로 인한 교내장학금 변경 규정을 반기지 않고 있다. 특히 정말 며칠 간 집에 안 들어가고, 밤을 새가면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학생들에게는 정말 의욕 떨어지게 만드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며칠 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존 롤즈의 정의의 제2원칙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학교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서 등록금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내장학금 범위를 축소하는 정책 규제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련다.

 

 

 

 다만...

 

 국가장학금 사연을 쓴 모 님의 사례처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학생들을 위한 국가장학금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1) 만약에 cyrus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해 교내 성적우수장학금 300만 원을 받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2) 그렇게 된다면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제정비용비가 감소되어지고 대학교 입장에서는 cyrus에게 지급되어야 할 300만 원을 회수하게 됨으로써 이득을 볼 수 밖에 없다.

 

 (3) 그렇다면...  결국 국가장학금제도의 목적과 다르게 cyrus는 300만 원의 비용부담이 생기게 되어 그 적지 않은 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적은 시급의 알바를 해서라도 말이다.

 

 좀 웃긴 상황이지만..  국가장학금 신청 한 번 안한 것 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국가장학금 제도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신청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접수를 하지 못한 학부생들을 위해서 인터넷 접수 기간을 늘리던가 가능한 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내에서라도 오프라인 접수가 할 수 있도록 접수창구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상 '한국장학재단' 사이트에서만 가능하는 인터넷 접수도 문제점이 있었다.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공인인증서를 만들어야 한다. 공인인증서는 USB나 본인 컴퓨터 내 폴더에 따로 저장할 수 있지만 개인 휴대폰 메모리카드에도 저장할 수 있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USB가 구비되지 않아서 개인 휴대폰에 따로 저장했다. (휴대폰에 공인인증서를 저장하면 이와 관련된 어플이 설치된다) 그런데 국가장학재단 내 보안 프로그램 때문인지 몰라도 휴대폰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로는 인터넷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신청을 하면 프로그램이 강제로 종료되곤 했다. 그래서 휴대폰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로도 접수가 불가능한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신청하는 국가장학금제도라는 것을 감안해서 고객센터 전화상담서비스도 확대되어야 한다. 오늘도 필자는 국가장학금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고객샌터에 세 번을 전화를 했는데 통화량이 많아서 받을 수가 없었다.

 지난 주 인터넷 접수 기간에도 필자의 친구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통화량이 많다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사실 접수 기간에는 통화량이 폭주하여 민원접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당연하다. 그런데 인터넷 접수 기간이 끝난지 5일이 지났는데도 통화량이 많아서 민원접수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3월 달부터 올해부터 대학교를 다니게 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국가장학금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학생들의 민원을 고려하여 좀 더 내실 있는 장학금제도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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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1-1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게 없군요~

그나저나 cyrus님 대단해요! 학년 1등은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노력한 만큼 보답 받을 수 있는 사회라는걸 경험할 수 있음 좋겠는데 말이예요.

cyrus 2012-01-11 18:54   좋아요 0 | URL
그냥 열심히 공부했을 뿐입니다. 현맘님 말씀처럼 올해에도
노력한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순오기 2012-01-10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처음 실시할 때는 시행착오가 생기고, 추가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요. 성적우수장학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마땅하다 생각되네요. 결국 국가장학금 때문에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속출할 상황이라니~ 어'의'가 아니라 어'이'가 없네요.ㅜㅜ

순오기 2012-01-10 05:17   좋아요 0 | URL
제 서재 방명록과 아래 글에 남기신 답변 잘 봤어요.
신청기간 놓치지 않게 탁상일기에 적어뒀어요. 고맙습니다~ ^^

cyrus 2012-01-11 18: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학교측에서는 성적우수장학금 수혜범위가 교내 장학금 중에서
많다는 이유만으로 변경을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속출돌 수 밖에
없을거 같아요

꽃도둑 2012-01-1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학제도는 미국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형평성에서도 그렇고 접근성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우리도 유럽처럼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은데...
공평하고 아주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ㅡ 우리나라 대학관계자들이 촛불집회하려나?..ㅎㅎ
1등 하고도 별로 달갑지 않다면 장학금 제도의 본디 모습을 잃는 거겠죠,,
본디 성적순이었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복지쪽으로 가던가...
반값 말고,,,후불제와 상한제로 말이죠. 지금 상황은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속셈으로 비치는 데요?,,,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여요.

cyrus 2012-01-11 18:58   좋아요 0 | URL
여야에서 반값 등록금 도입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되니깐
나온게 국가장학금 제도에요. 이제 막 시행하는 단계라서
국가장학금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이의제기는 아직
공론화되지 못했는데요.. 일단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될거 같아요 ^^;;

saint236 2012-01-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무슨 꼼수일까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꼼수인가요?

cyrus 2012-01-11 19: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여당이 추진하고자 했던 반값등록금 도입이 실행되지 못한
'포퓰리즘'으로 남게 될까봐 어떻게든 학생들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국가장학금을 도입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서 전국의 대학교뿐만 아니라 언론, 방송을 통해서도 국가장학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고요..

굿바이 2012-01-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등록금 정책은 조금 더 봐야 알 것 같은데
cyrus님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얻었군요!!!!
우와~ 장해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액수와 상관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요^______^

cyrus 2012-01-11 19: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굿바이님 ^^
액수가 줄어들었어도 열심히, 올바른 과정으로 노력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합니다. ^^

마녀고양이 2012-01-10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이 행정 공부를 하시잖아요....
그래서 잘 아시겠지만, 정부 기관에서 어떤 시스템을 만들 때 참 졸속으로 빠르게 해치울 때가 많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만일 하나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면, 그 프로세스를 시행할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하나씩 검토하고 시행령을 내려야하는데 그렇지 못 하단 말이죠.

제가 그것을 많이 느낀 이유는, 제가 금융권 전산직이었기 때문이죠. 어느날 갑자기
정부에서 어떤 규정을 고친다고 내려오면서, 번개불에 콩 굽듯이 해내라고 난리가 나요.
그래서 밤샘하면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보면, 경우의 수가 막 비어요. 어떤 때는 부작용도 일어나요. 그럼 거꾸로,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입안자에게 이런 경우는 어쩌냐고 올라가요... 진짜 웃기지요?

하나를 해도 차근차근 하면 될 것을, 승질도 진짜들 급하고, 엉터리고. ㅉㅉ

그나저나,,,, 이번 시험 성적 엄청 좋다구요,,, 역시, 시루스님, 아자!

cyrus 2012-01-11 19: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책을 도입할 때도 그 정책으로 인해서 발생하게 될
예상 시나리오를 따져보고. 만약 도입한 정책이 결과가 좋지 않으면
피드백을 통해서 점검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 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다는게 흠이죠 ^^;;

그리고 위에 세인트님 댓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여당이 자신들이
먼저 언급한 반값등록금 도입이 실패하자 어떻게든 학생들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해서 언발의 오줌 누기 식으로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난 오늘도 빨갱이들과 싸운다"

 

 

 

 

 

 

 

 어제 S 방송국에서 하는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항상 금요일 밤 9시가 되면 뉴스 대신에 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언론이나 뉴스에서 나오는 화제의 인물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상사의 이면을 일종의 다큐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제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하여 일명 '박원순 시장 폭행녀'

로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 소개했다.  

 이 문제의 인물은 대학생 반값등록금 행사에 참여했던 정동영 위원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사건부터 시작해서 행사에 참석 중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故 김근태 통합민주당 상임고문의 장례식장에서도 난동을 피웠다. 문제는 박시장 폭행사건 이후, 치료감호소에서 한 달여간 수감되었다 풀려나자마자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폭력을 가했으며 장례식장에서까지 난동을 부린 것일까?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뉴스나 신문에서 알려지지 못했던 그녀의 속사정을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여인은 진보 세력을 적대적으로 보는 극우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내가 오늘 빨갱이들하고 싸웠다. 내가 그렇게 해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고, 우리나라가 잘 돼서 튼튼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저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첫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는 사람은 ‘친구’이고,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이는 곧바로 ‘적’, 또는 ‘빨갱이’다" "그동안 난동을 피운 것 또한 그들이 자신과 정치적 신념이 다른 ‘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정동영 위원, 박원순 시장에게 폭행을 시도했으며 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장례식에서도 '빨갱이들은 다 죽어라'하고 난동을 부린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빨갱이'들은 적이었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어제 프로그램에 전파된 '박원순 폭행녀'의 인터뷰를 보면서 순간 섬뜩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소개된 '일곱 계명' 속 내용이 떠올렸다.

 소설 배경인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와 살육에 반발하여 폭동을 일으키게 된다. 농장에 있는 인간들을 쫓아내버리고 난 후 농장을 지배한 동물들은 모든 동물들이 농장에서 생활하는 데 준수해야 할 불가변의 7개의 계명을 만들게 된다.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도정일 역, 민음사, pp 26)

 

 

 첫번째, 두번째 계명은 앞에서 언급한 '박원순 폭행녀'의 생각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적이 아니면 친구라는 생각, 바로 전형적인 흑백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농장을 이끄는 돼지들은 자신들이 적이라고 여겼던 인간들처럼 다른 동물들을 속이고 착취하며 끝내는 팔아먹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쫓겨난 인간들과 어울리면서 두 발로 걷을 수 있을 정도로'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오웰은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동물농장>을 통해서 스탈린 치하의 구 소련의 사회상을 풍자하고 있다.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서 차르를 무너뜨렸을 때에는 소련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계급 혁명의 이상을 꿈꾸었다. 하지만 레닌이 세상을 떠나고 스탈린이 새로운 소련의 지배자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은 새로운 착취 계급의 등장에 불과한 쇼로 전락하고 말았다.

 흑백 논리와 금지 사항으로 가득 찬 세상. <동물농장>의 세상은 그래서 답답하고 기계적이며, 획일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적'과 '친구'로 나누어진 이분법적 계명으로 인해 동물농장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흑백 논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사회가 되고 만다.

 

 

 

 

 "저 털 없는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오웰의 <동물농장>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이분법적 흑백 논리에 지배당한 사회의 문제점을 동물이 사는 동물농장으로 우화적으로 표현한 소설로 잘 알려졌지만 오웰이 사용한 표현 방식은 <동물농장>이 처음으로 출판한지 정확히 98년 전에 독일의 시인이 이미 사용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아타 트롤, 한 여름 밤의 꿈>은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풍자 서사시다. 이 작품은 1847년에 발표되었고 98년 후에 오웰의 <동물농장>이 발표되었다.

 작품 제목 속 '아타 트롤'은 서사시에 등장하는 주인공 곰의 이름이다. 아타 트롤은 자신의 애인인 뭄마와 함께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묘기 곰으로 살고 있었는데 주인의 착취를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자신의 발에 묶인 사슬을 끊은 채 탈출한다. 그 이후부터 아타 트롤은 인간을 적대시하고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런 아타 트롤의 생각은 작품 속 5장에서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도 인간을 적대시하는 흑백 논리가 아타 트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들아, 왜 너희들이 우리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하단 말이냐?
너희들이 머리를
 똑바로 치켜들고 있기는 하지, 그러나 머릿속에는
 비천한 생각들이 기어 다니고 있는데, 뭐.

 

 (중략)

 

 인간들아, 두 발 달린 뱀들아.
 왜 너희들이 바지를 입는지
 나는 잘 안다! 다른 동물의 털로
 나희들 뱀의 나체를 감추려는 것이지.

 
 얘들아! 저 털 없는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내 딸들아! 바지를 입은
 비동물적 짐승을 믿지 마라! 

 

 ('아타 트롤, 한 여름 밤의 꿈' 제5장 중에서, <독일, 어느 겨울동화> 시공사, pp 192)

 

 

 

 서사시에 등장하는 아타 트롤은 신체는 곰이면서도 사고와 생각은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의 입장과 별 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동물농장>에 언급되는 계명 속의 내용과 유사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오웰의 <동물농장>과 관련해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하이네 역시 진보적인 입장을 지녔으며 한 때 마르크스와 친분적 교류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네는 이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던 당시에 대두되기 시작한 공산주의 사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이네는 항상 자신의 진보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보수주의자들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남겼는데 <아타 트롤>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을 풍자, 비판하는 내용이 암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등장하는 동명의 주인공인 곰의 일대기를 통해서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타 트롤이 생각하는 동물사회의 평등 사상은 19세기 중반,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했던 사유 재산 제도의 철폐 요구를 뜻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사유 재산을 철폐함으로써 모든 인간들이 공정한 부의 분배를 통해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하이네는 <아타 트롤>을 통해서 이들의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이념의 입장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를 조장하는 적을 '귀족 세력'으로 간주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구 세력과의 타협을 하고 마는, 뚜렷한 목적도 없는 추상적인 이념에 사로잡힌 독일의 진보 세력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흑백 논리의 위험성  

 

 

 

 

"나라를 망치는 좌파는 빨갱이, 북한으로 가라!"

보수 언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극우주의자들의 편향된 사고방식이다.

 

 

 

 19세기 중반의 하이네에서부터 20세기 초의 오웰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박원순 폭행녀'까지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흑백 논리의 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흑백 논리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거나 역사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지니게 되면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빨갱이' 또는 '북한으로 가라!'고 말한다.

 소련이 붕괴되었고 독일이 통일된 지 10여 년이 지났건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냉전이 팽배하던 1970년대에 만들어진 반공주의적 사고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박원순 폭행녀처럼 진보 세력을 무조건 '빨갱이' 또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분법과 흑백 논리는 상대방을 악으로 몰고 자신을 지고지선의 존재로 자처한다. 그와 동시에 제3자에게 악의 세력과 야합할지, 착한 우리 진영에 협조할지를 다그친다. 이분법은 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구분하니 속 시원하게 다가온다. 선과 악, 친구와 적, 천사와 악마, 상식과 몰상식, 양심과 비양심으로 나누니 '내 편'과 '네 편'이 분명해진다. 이해가 쉽고 헷갈리지 않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나누다보면 중립, 중간지대가 없다. 시장경제 아니면 좌파이고 좌파는 빨갱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 사이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중도는 부정된다. 따라서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는 사고의 유연함을 잃는다.  

 흑과 백 사이에 드넓은 회색지대가 있어야 현실의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다. 좌파적 편견, 우파적 아집 하나로는 복잡다단한 세상을 이끌고 가지 못한다. 이분법과 흑백 논리라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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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1-0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과 악, 좌와 우' '천사와 악마'라는 상대적인 용어가'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라는 넓.은. 의.미.의 정.치.적.인 용어로 조선에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선에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과 같은 넓은 의미의 정치적 용어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씀해주신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러한 이분법을 중.화.시킬 수있는 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cyrus 2012-01-09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날 방송을 보면서 안타깝기보다는 무서웠어요.
아직도 TV 속 여자가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생각나요. 그 사람도
천사와 악마, 선과 악을 언급하면서까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더군요.

감은빛 2012-01-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빨갱이'인 제 입장에서 보면, 정동영 의원이나 박원순 시장은 그닥 좌파도 아니고 절대 빨갱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데 말이죠.(고 김근태 선생은 조금 다릅니다.)

언제 시루스님과 술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새해(설)이 되지 않았으니,
늦었다는 말은 쓰지 않을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