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로렐라이(Loreley)는 독일 라인강 어느 기슭에 이르러 언덕이 있고, 그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를 뜻한다. '로렐라이 Loreley'는 '소리가 나는 바위' 라는 뜻으로 그 주인은 물의 요정이다. 독일의 관광 명소중 하나이므로 관광 차 다녀오신 분들도 계시리라 믿는다. 전설이 깃든 명소가 대개 그러하듯 유명세를 생각하고 가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는 곳 중 하나라고도 한다.
어째거나,
온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저녁 황혼이 깃드는 무렵이 되면, 형언할 수 없이 아릿다운 인어 요정이 물속에서 나타난다. 인어 요정은 자신의 바위인 로렐라이에 오른다. 그리고 황혼보다 더 아름답고 마력이 가득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또 다들 아시다시피 그 노래 소리가 얼마나 매혹적이었던지, 강을 지나던 뱃사람들은 신비함에 도취, 아니 홀려버린다. 뱃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는다. 배도 함께 넋을 잃는다. 노래가 거듭될 수록 로렐라이에 이르러 굽이 굽이 흐르는 라인강의 거센 물결은 배를 좌초시키고, 뱃사람들은 그만 그렇게 모두 목숨을 잃고 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 Siren'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얼굴만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독수리 래나 비둘기 래나 .... 하여튼, 세이렌이 부르는 최상급 마법의 노래 소리를 듣는 者, 모두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노래에 이끌려 도취된 뱃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바다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렇듯 음악은 인간에게 위험한 물건이 될수 있는데, K-POP이 전 세계를 휘어 잡아 열광시키고는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 로렐라이의 요정과 세이렌의 전설은 괜한 것이 아니다 싶다. '세이렌 Siren' 의 어원은 '휘어 감는 자' 또는 '꼼짝 못하게 옭아 매는 자'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음악의 힘, 말 다했다!
스타벅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상징 로고는 바로 Siren을 모티브로 한다. 세이렌이 노래로 사람들의 영혼을 홀렸듯, 스타벅스는 커피 맛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게 진짜냐고요? 진짭니다요~! '나 스타벅스 커피 아니면 안마셔~!!' 이런 분들은 단단히 홀리신 거다. 세이렌에게 홀리듯 옛날 같았으면 이미 돌아가셨다 진짜~! 그런데도 아직 살아계신 분들은 오디세우스의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직 그 만이 로렐라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으니 말이다.
아, 또 있다! 시인이면서 뮤지션이었던 오르페우스 말이다!!
오르페우스가 해협으로 들어오자 세이렌은 '죽을 줄 모르고 다가오는 자가 있구나! 자, 천상의 마력이 담긴 이 노래를 받아라!!' 하면서 다들 알고 있는 그 신비로운 천상의 노래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르페우스는 노래의 마법에 취해 좀비가되어 물속으로 뛰어드는 남자들 과는 달랐다. 오르페우스는 '오홋~,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나본듯~!!' 하면서 직접 노래로 응수했다. 사실 오르페우스는 요즘 말로 싱어송라이터 였다. 뿐만 아니다. 그는 '리라(Lyre)'의 달인이었다. 오르페우스는 만능 뮤지션었고 음악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세이렌의 노래에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환타스틱하게 타면서 자작곡으로 응수했다. 그는 그리스 신화의 독특한 캐릭터이다. 무력이 아닌 음악과 예언으로 승부하는 캐릭 말이다.
[[ 요정들의 노래는 어쩌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콜로라투라의 전설 Mady Mesplé
1931년 프랑스 태생이고 2020년에 돌아가셨다. 레퍼토리가 무척 다양했지만 그녀를 상징하는 대표곡은 작곡가 들리브(Delibes) 가 쓴 오페라 라크메(Lakmé)이다. 그녀는 뛰어난 기교와 세련미, 무엇보다도 훌륭한 무대 매너등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녀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로렐라이, 세이렌 님프들은 아마도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녀는 넓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녀의 정원에 무단 출입이 잦았다. 그녀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원 앞에 개조심 푯말을 설치 했다.
'사실, 이 정원에는 독사도 살고 있어요. 행여 물리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구요. 가장 가까운 병원은 15km나 된답니다. 차를 타고가도 30분이에요. 독사 조심~~!'
효과? 봤다고 한다. ]]
오르페우스가 이렇게 나오자 그에 관한 중요 정보(뮤지션)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자극 받은 세이렌은, 어쭈? 하면서 더욱 강력한 마법을 걸어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요즘 말로 이 두 팀은 마법의 노래, 마법의 아름다운 고음 배틀을 벌인것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트로트 배틀등, 노래 배틀의 역사는 여기서 비롯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이 두 팀의 배틀은 한 사람이 다수를 상대했다는 점과 목숨을 건 배틀이었다는 점이 살짝, 아니 많이 다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틀이 3, 6, 9 이렇게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오르페우스는 더더욱 다양한 레퍼토리와 흔들림 없는 호흡, 빼어난 실력으로 일관하며 고득점을 차분히 쌓아가고 있었다. 세이렌은 이런 상대방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상대해온 평범한 者들 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틀을 여유롭게 관전하던 다른 세이렌들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세이렌들이 배틀에 합세하여 지원 사격을 가했다. 각자의 화음을 가득 실어 최고 높은 마력의 경지에까지 급수를 끌어 올렸다.
세이렌들이 협력하여 최면 지수를 더 끌어올리자 노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아름다웠다. 노래의 마법 지수는 최대치에 이르렀다. 그 누구도 저항이 불가한 수준의 노래였다. (세이렌은 혼자가 아니었다. 복수형 Sirenes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중창단으로 서로 다른 담당 키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 된다. 혹시, 패밀리?)
그러나 이상하게도 일은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세이렌들이 강하게 나오면 나올 수록 오르페우스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더 강해지곤 했다. 그는 리라를 타며 자신이 최고로 꼽는, 가장 아름답고도 황홀한 히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이 이쯤 되자 미혹에 말려드는 쪽은 세이렌들이었다. 마법을 걸기만했지 걸려들어 본 적이 없던 세이런들은 마침내 하나 둘 동요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한 오르페우스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필살기를 시전했다. 이때, 세이런 팀에게 실점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토록 쎄게 나오는 者를 미처 만나 본적이 없었던 세이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상대가 있는 경연에서 당황함은 금물이다. 세이렌팀은 결국 음 이탈을 해버리고 말았다. 해서는 안될, 아니 아직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치명적 실수, 음 이탈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배틀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되려 오르페우스가 마법의 황홀한 노래 속에 세이렌들을 꼼짝 못하도록 가둬버린 것이다. 되려 오르페우스가 세이렌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불싸..... 천하의 세이렌은 그렇게 노래 배틀에서 최초의 패배를 맛보았다. 너무나도 쓰라렸다. 배틀은 다름아닌 그들의 최고 장기, 노래였기에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버렸다. 자존심이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자존심과 자만심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아니, 사전 한 줄!! 'pride' 는 자동차의 이름으로 쓸 만큼 매력있는 단어이다. '자긍심, 자존심, 자랑거리' 말이다. 그러나 사전을 한 줄 더 읽으면 '자만심'이라고 써있다. 그 경계를 스스로 허무는 순간, 불행이 찾아온다. 세이렌도 그랬다. 자존심의 경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드라마 주인공 '장금'이는 이런 경우를 두고, '자존심은 누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명언이다. 승부에서 져 자존심이 상한 세이렌들은 그만 스스로의 목숨을 던졌고, 죽어서 바위가 되고 말았다.
사실, 세이렌은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그대가 우리를 이겼소. 그대와 같은 존재를 아직 만나본 적이 없소. 우리의 깨끗한 패배요. 개과 천선 하리다!!' 이건 좀 오버인가.......? 그럼 스핑크스도 '이야~ 너 정말 똑똑하다, 너는 진짜 천재야~! 내가 졌어!! 이랬어야 했나.....?' 내 말은, 졌다고 다들 왜 죽냐 이거다. 그 결과, 이제는 세이렌의 노래를 못듣게 된거 아니냐고요~~!!
어째든, 그리하여 우리는 세이렌의 그 귀하고도 마력 극치의 노래를 더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됐다. 나도 들어보고 싶은데~에!!!
아.... 만약 세이렌이 그러지만 않았어도 나는 지금 고전 음악 집어치우고 세이렌 관광단을 모집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