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 박경리 산문선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 일본 산고 ]]]


손에 쥐는 순간, 끝장을 보게되는 책들이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특히 무협지가 그랬다. 대입을 나름 잘 끝내고,  지금처럼 추운 겨울 날, 방안에 틀어박혀서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무협지를 빌려와 쌓아 놓고 읽었다. 밥때도 잊었고, 잠도 잊었다. 그러기를 한 달, 드디어 코피를 쏟으며 앓아 누웠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정비석 삼국지를 읽으시며 코피를 쏟으실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에게는 무협지못지 않게 끝장을 보게되는 책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산고'이다 (이렇게 쎄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사실 이 책이 두껍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ㅠ). '일본 산고'가 무협지와 다른 하나가 있다면  하염없이 나의 피를 거꾸로 솟게 한다는 것이다. 무협지는 내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나를 위로하고는 끝을 맺는다. 
'일본산고'는 피를 거꾸로 솟게하지만 탈출구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치 박경리선생이 제시하는 탈출구 없는 일본인의 의식구조처럼 말이다. 성질대로 읽다가는 병이 날것만 같다. 탈출구가 없는 문화의식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후에 괴기함으로 변태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산고를 통해 알게되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사랑이든 극단으로 치밀고 간 끝에서 살인 혹은 죽음이나 할복으로 끝을 맺으려는 일본인들의 의식구조에는 탈출구가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문화 의식의 탈출구는 매우 중요한 비가시성 사회 문화적 장치인 것인데 말이다.


널리 알려진 중국 고사, 천만매린(千萬買隣)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북조시대의 송계아라는 사람이 여승진이라는 인물의 백만금(百萬金)짜리 옆 집을 천백만금(千百만金)을 주고 사들였다. 이에 깜짝놀란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는, "백만금은 집 값이고, 천만금은 당신을 이웃으로 두는 값입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여 백금매택 천만매린(百金買宅 千萬買隣)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논어 이인(里仁)에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뜻이다. (요즘 일본이 외로운듯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모두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다. 그리하여 거필택린(居必擇隣)이라는 말이 있게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지정학은 택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불가항력인 것인데, 재수 없게도 대한민국은 하필 일본과도 같은 고약한 나라를 이웃으로 두게 되었다. 박경리선생의 한탄에 너무나도 동감하면서 일본산고를 손에 들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보다 강자였던 일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약한 자를 짖밟지, 강한 자를 짖밟냐? 약한 자한테서 빼앗지, 강한자한테서 빼앗냐고? 세상이 생긴 이래 약자는 강자한테 짖밟히는거야! 천년 전에도!  천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거라고!!!"  이 말은 사실 드라마에서 극중 길태미가 죽기 직전에 큰 소리로 외친 말이다.
길태미의 이 대사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그만 나의 귀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당시 나는 생각했다, '길태미, 그건 인간이 아닌, 다시말해 문화, 사상, 철학, 보편적 가치등이 존재하지 않는 짐승들의 세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라고. 박경리 선생은 이런 경우를 두고, "자(尺)로는 잴수 없고 저울로도 달 수 없는 가치도 있다. 그 가치로 인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p.17)" 라고 너무나도 우아하고 명철하게 표현 했다. 이는 나의 감탄을 자아냈고, 나는 '와~~ 다른데가서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극중의 길태미는 인간만이 가지는 그 가치, 인간만이 가지는 삶의 존귀함을 모르고 있는 미개인, 즉 야만인이었다. 마치 일본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런 것 처럼 말이다.


길태미가 극중에서 했던 이 말은 일본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 서로 잘 부합함을 알 수 있다. 존왕양이를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은 "강대국(미국)이 약소국(일본)을 정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양의 기술과 문물을 배워 서양과 대등해지고, 그들에게 빼앗긴 것은 조선이나 만주에서 되찾아오면 된다" 라고 주장했다. (조선과 만주에 돈 맡겨놨냐고?)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은 바로 몇년 전 피습으로 사망한 아베의 고조 할아버지, 이토 히로부미, 만주 전범 기시 노부스케, 강점기 일제 총독들 대부분이다. 물론 아베는 그들의 후계였고, 현재의 일본 총리 다카이치도 그 맥을 잇고 있는 극우이다. 조선과 대한민국은 늘 일제 탐욕의 대상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제 강점을 주도했던 인물들의 계보가 현재도 일본 내각을 지배하고 있고 더욱더 극우화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1926년생인 박경리선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스무살이 될때까지 일제강점기를 고스란히 체험했다. 하여 어쩌면 박선생의 이 글은 어떤이들에게 가해자 피해자의 논리 구도로 몰아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또 이 땅에는 박경리선생의 생각을 그런구도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친일하는 냥반들)이 다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박경리 선생이 객관성을 가진 제 3자의 입장은 결코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박경리 선생이 행여 '나는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는거에요!' 라고 이 책에 썼다 한들, 나는 그 말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것 같지도 않다. 내가 박경리 선생이었다 해도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으니 말이다.


도올 김용옥선생이 박경리선생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김선생은 박경리선생의 일본에 대한 돌직구에 일제를 격은 울분과 회한 때문에 일본 문명을 제대로 파악하려하지 않는 감정적 반일주의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화를 마치고난 도올은 박경리선생을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대문호의 분노' 라고 평가했다. 도쿄 대학에서 철학 석사를 마친 도올선생은 누구 못지 않은 일본 체험 및 학문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본을 잘 알고있는 도올이 볼때, 박경리선생의 논리는 일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일본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충만해있었다. 그 결과 도올은 박경리 선생의 일본에 대한 견해는 박경리 선생의 깊은 학문과 일본 문화에 대한 해박한 근거들의 조합에서 오는 통찰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짐승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보편적인 가치는 언제나 어디서나 시공을 넘어 존재한다. 박경리선생이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작가로서의 자세는 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객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여 나는  이 글이 일제 강점기의 일본을 통해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반일 작가로서 박경리 선생의 이성과 감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일본에 대해서 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어려서부터 그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다. 그런 일본인들은 타국에는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폐를, 아니 죄를 지어왔다. 그리고 반성과 사과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합(不整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본인들의 모순은 늘 나의 의문일 수 밖에 없었다. 박경리 선생은 나의 의문을 이 책에서 정리해주었다. 박경리 선생에 따르면 일본은 사상, 철학, 도덕이 부재한 나라라는 것이다. 일 예로서 전쟁 당시 일본은 거점이 무너질 경우 비전투요원까지 자살을 요구했는데, 자살하지 못하는 모친을 아들이 목졸라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상, 철학, 도덕이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던가? 제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한들 자식이 자신의 손으로 부모를 목졸라 죽음에 이르도록 한단 말인가!
일본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한 문화를 가진 나라인 것이다. 그들에게 부정합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들의 이율 배반을 철학으로 해석할 수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일본은 조선을 통해 불교와 유학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문화의식 구조 속에서는 불교의 자비와 유학의 사단(四端)중 어느 하라라도 찾아볼 길이 없다. 평소의 궁금증이었던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산고는 그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상과 철학이 부재한 일본인들의 문학과 미학(美學)을 통해 드러내는 일본인들의 의식구조를 파헤쳐 그 이유를 알수 있게한다. 박경리 선생의 통찰은  단순한 반일 작가로서의 그것이 아닌 이유이다. 지성이 있고 가치를 판단할 지식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파시스트나 극우가 아닌 이상 박경리 선생의 견해에 공감하는 독자는 대한민국 국민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따라다니는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과연 일본의 특수성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이 가진 정치, 사회, 문화에 걸친 의식구조의 괴기스런 특수성이 집단으로 표출될 때, 인류가 지니는 보편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철저히 훼손시켜 왔다. 과연 일본의 의식 구조가 가지는 이러한 특수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다. 유지될 수 없다면 끝내는 소멸하고 말것이다.
어쩌면 이는 의문이라기보다는 일본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스스로 빠진 함정에서 벗어나 인류 보편성으로의 회귀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으로의 회귀만이 인류의 공감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일 것이니 말이다.


모든 문장 하나 하나들이 귀중하고 가슴에 사무치지만 그중 몇 문장을 따로이 소개해본다. 다음은, 이 책이 단순한 반일이 아니라 통찰에 의한 '일.본.론.'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문장들이다.


[[[ 전쟁은 문화의 어머니요 어쩌고 하는 말도 생각이 난다. 일본 지식인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의 분노를 지겹고 불쾌하고 귀찮아한다. ]]] p.76  
(혐일해도 시원찮은 판에 혐한은 이렇게 성장해가는 것이다. 이는 극우들의 양식이 되고 있다)


[[[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실험과 규명을 철저히 거쳤으며 이미 신라 시대에 천문학을 시도했던 만큼 사상 면에서는 이미 열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일본으로 건너간 불교ㆍ유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체제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 기독교의 사랑이 칼의 체제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나요? ]]] p.87 

(일본의 정신이 왜 인간의 보편성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는지를 지적한 글일 것이다)


[[[ 피와 칼의 역사, 폐쇄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간신히 수혈된 해외 문화는 그나마 만세일계라는 체제에 맞게 변조되어 종교든 철학이든 또 사상이 진실의 추구라는 방향을 잡지 못했고 황당한 신국사상을 만들어냈는데, ]]] p.111
(인간 생명의 본질적인 탐구가 결여된 일본의 야만성을 보여준 글이지 싶다)


이 책의 좋은 점 :::: 종이장의 두께가 있어 뒷쪽의 잉크를 투영시키지 않아 좋다. 내가 읽는 명리고전들은 대부분 뒷 쪽의 글씨들이 비추어보여 별로였다.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쪽을 넘길 때, 마치 두 쪽을 넘어가는 속도감은 덤이다. 출판 관계자의 탁월한 선택이다.


출판 관계자분께 당부의 말씀 :::: 하드 커버의 이 책은 크기도 약간 작아 아주 아담하고 깜찍하며 정말 이쁜 책이다. 책의 커버 색깔과 디자인도 아주 마음에 든다.  흠잡을데 하나 없는 고퀄이다. 그런데 하드 커버의 작은 책이 가진 사소한 단점을 하나 가진 책이기도 하다. 차 한잔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읽던 쪽을 되찾기가 아주 어렵다. 다시 돌아가 또 읽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읽던 부분을 찾으려면 한참을 또 찾아야 한다. 물론 독자들이 책갈피를 쓰면 된다. 나아가 출판관계자들께서도 이 점을  고려해주셔도 좋다는 말씀 드린다. 책의 특성상 여행을 갈때도 꽤나 좋은 책이다. 깡뚱한 책이니 말이다.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금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이점 출판 관계자분들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오니, 다음 판본 때는 갈피끈 부탁드립니다 출판 관계자님, 플리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1-2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에 넣어 두고도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단순한 반일이 아니라 통찰에 의한 ‘일.본.론.˝ 이라는 평가에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차트랑 2026-01-27 19: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박경리선생의 이 책은 읿본의 사유(문학 예술 정치) 저변을 통해 일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제게는 그랬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잉냄새님~
 


과거 조선은 사람의 본명을 명이라 했고, 명을 직접 부르지 않았다. 그 명은 군(君) 사(師) 부(父) 만이 부를 수 있었다. 하여 어려서는 아명을, 성장해가며 자 혹은 호를 사용했다. 그리하여 조선은 명 자 호 라는 최소 3가지의 이름을 사용했다. 어쩌다가 수 십 개의 호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째거나 상대가 스승님이라면 호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그냥 스승님, 하던지 불가피할 경우 호를 사용하거나 당호가 있는 경우에는 당호를 사용했다. 서양인들의 입장에서는 부르지 않을 이름을 대체 왜 지었냐 싶을 것이다. 어째거나 본명이 직접 거론되는 경우는 나라의 공식 행사 뿐이었다. 그러나 서양은 이름을 쉽게 사용했는데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대는 변하여 대한민국의 현재 정서는 이름을 사용한 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과거 정서와는 달리 서양의 노래 가사에서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돈나가 부른 'Vogue' 라는 노래는 무려 17명이나 되는 실제 사람의 이름을 사용했다. 그리고 킴 칸스(Kim Carnes)라는 미국인 가수가 부른 유명한 곡 역시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노래는 대한민국에도 잘 알려져있다. 원곡자는 따로 있는데 쉽게 히트를 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킴 칸스가 리메이크를 해서는, 전혀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킴 칸스의 그 노래는 곧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1981년 신디사이저 효과를 도입하여 그 노래를 전혀 색다른 음악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그 노래는 바로 'Bette Davis Eyes' 이다. 노래에는 진 할로우 (Jean Harlow),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등 세 사람의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 그런데, 대체 왜 싸다구를 날리는거지?? ]]] 


지금이라면 이름 사용권을 내라고 했을것 같지만 당시에는 저작권 상표권 지적재산권 등의 법률과는 큰 관계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듯 하다. 해적판이 대낮에 버젓이 돌아다녔고 그걸 법적으로 해석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어째거나
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고 전세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들이며 배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레타 가르보'는 들어본적이 있지만 '진 할로우'와 '베티 데이비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다. 어떤 인물들이기에 가사에까지 등장하는지 말이다.


제일 먼저 가사에 등장하는 
진 할로우 (Jean Harlow) (1911~1937)


[[[  블로그 '감나무골 정식이'에서 퍼옴 ]]]


불꽃처럼 짧은, 26년 간의 삶을 뜨겁게 살다 갔다. 짧은 생이었지만 그녀는 내가 2,600년을 산다해도 넘어설 수 없는 강렬한 임팩트를 세상에 남기고 간듯하다. 짧은 기간 동안 26편의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녀의 금발머리는 특히나 아름다워 모든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써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그녀가 영화를 완성하던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불과 27세의 나이로 말이다. 병명은 급성 신부전으로 알려져 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던 것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두번로 째 등장하는 
베티 데이비스 Bette Davis (1908~1989)


[[[ 위키백과에서 찾음 ]]]



이 분은 특히 크고 이쁜 눈을 가진 배우였다고 한다. 인터넷 자료에는 '아름다움을 연기하는 배우' 라는 소개글이 있다. 킴 칸스가 자신의 이름을 가진 노래로 세계를 강타하던 당시 베티의 나이는 73세 였다고 한다. 베티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친필로 작곡가와 킴 칸스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말이다. 킴 칸스가 이 곡으로 그래미상을 받을 때, 베티 데이비스는 축하의 장미꽃을 보냈다고도 전한다.


머지막 등장하는
그레타 가르보(1905~1990)


[[[ 역시 위키 백과 ]]]


 
스웨덴 태생으로 무성과 유성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킨 배우라고 한다. 영화에 무지렁한 나도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으니 월드 대 스타임에 틀림이 없다. 이 분은 투명한 눈동자를 가졌다고들 한다. 그녀의 영향력이 어찌나 지대했던지 그녀는 정해진 시간에만 촬영을 했다. 촬영장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못 박았던 대찬 배우였다.


그레타 가르보는 36세의 나이에 은퇴를 했다. 배우로서의 삶을 짧고 굵게 살다간 것이다. 그녀는 최정상에 있을때 홀연히 대중들의 눈 앞에서 사라졌는데, 84 세까지 잘 먹고 잘 살았다. 조국 스웨덴의 그녀에 대한 사랑은 지폐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을 스웨덴에서 현재 사용 중인 지폐 100크로나(한화 약 16,241원) 위에서 발견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스웨덴에서 그레타 가르보의 위치는 우리 나라로 치면 세종대왕 이상의 인물인 것이다. (사실 신사임당 5만냥은 늘, 언제나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 She는 과연 누구일까. 노래는 끝내 그녀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가사에 등장하는 진 할로우, 베티 데이비스 그리고 그레타 가르보의 각 장점을 합쳐놓은 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작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남자들은 그녀를 스파이라고 생각한다는 힌트는 주었다. 스파이가 누구인가. 정체를 알수 없는 사람이 아니던가? 한마디로 그녀가 누구인지 알려고들지 말라는 경고인가 싶다. 알려고 하면, 다쳐~!!!


가사를 살펴보다가,
"그녀가 그레타 가르보의 standoff sighs 를 가졌다" 는 대목에서 순간 난감해졌다. standoff는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sigh(한숨)의 앞에가서 붙어버리니, 이런? 뭐지? 순간 나를 당황시켰다.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했지만 끝내 마땅한 뜻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 명색이 영어를 전공했고 지금껏 영어로 밥벌어 먹고살았는데, 이걸 해내지 못하네 ㅠ. 작사가가 나를 아주 작살내고 있구나 하면서 "standoff sigh"를 넣고 핸드폰 AI에게 일을 시켰다.


핸드폰 AI는 나를 더 당황시켰다. AI는 "standoff sigh" 의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standoff sighs, standoff sign' 등을 제시해주었다. 구글 AI가 무료로 일을 시켰다고 일을 대충하는게 아닌가 싶기는하다. 그러나 대략 짐작되는 것은, 'standoff sigh'라는 말이 향토색을 띈 말이거나 작사가가 신조어로 만들어낸 것이었구나 싶기는 하다. 아무리 싸구려 AI이기는 하지만 결과물이 너무 시원치 않아서 그렇게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AI가 제시해주는 standoff sighs를 검색했다. 결과물은 아래와 같았다.



이걸 다시 AI에게 번역을 시켜봤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AI의 distant 번역이 또 어색하지만 말이다.

"standoff sighs"는 1981년 킴 칸의 히트곡 "Bette Davis Eyes"의 서정적인 구절로, "She's got Greta Garbo's standoff sighs"라는 가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유명한 은둔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언급하며, 멀고 냉담하거나 외로운 태도를 묘사합니다. 이 노래는 여성의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행실에 대한 시적 묘사로 유명합니다.

AI의 설명을 읽어봐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력이 떨어지는 무료 AI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면서, 생각보다 가사가 어려웠다고 나의 무능력을 합리화했다 ㅠ  물론 노래는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6-01-2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티 데이비스는 30~40년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유명 여배우로 5년 연속 오스카 여주상에 오를 정도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였다고 하지요.73세에 킴칸스의 베티 데이비스 아이스가 히트하자 노래속 주인공이 자신의 할머니인줄 깨닫고 손자가 존경하게 됬다면서 베티가 직접 가수와 작곡가에게 캄사의 편지를 보냈다고 하지요

차트랑 2026-01-26 14:32   좋아요 0 | URL
오...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운 소식이로군요.
5년 연속 오스카 여우주연이라니요!!!

자신의 할머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라면
손자가 정말 자랑할만 하네요~

왠지 편지로는 좀 부족한듯요^^

카스피 2026-01-26 17:04   좋아요 0 | URL
앗 모바일 폰이라 잘 안보여서 글을 다 못썼네요.5연속 수상이 아니라 5년 연속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차트랑 2026-01-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5년 연속 후보에 오르다니요!

감기 드신듯 한데요
쾌유하시기 바랍니다 카스피님~

페넬로페 2026-01-2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티 데이비스 아이‘
이 노래 많이 들은때가 있었는데
추억 돋습니다.
근데 이 노래에 베티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진 할로우, 그레타 가르보도 언급되는군요.
킴 칸스의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이었어요.
오랜만에 노래 들었어요.

차트랑 2026-01-26 20:58   좋아요 1 | URL
인풀루언서인 페넬로페님께서 친정(親政)하시니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그리고, 추억을 잠시나마 돌려드렸다니 다행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페넬로페님~!!

잉크냄새 2026-01-2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돈나 vogue의 17명 정도는 우리나라 노래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두둥~~

차트랑 2026-01-26 22: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잉크냄내님~
 


슈베르트의 'Winterreise' 는 겨울 여행이지만

국내에는 '겨울 나그네'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번역이 헐씬 더 마음에 든다.


겨울에는 이만한 곡이 또 없다고 생각하는 일인이지만

다음의 사항에 해당하는 분들의 클릭을 금한다.


1. 이별을 예감하고 계신 분

2. 이별을 사실상 앞두신 분

3. 기분이 울적하다고 생각되시는 분

4. 이거 너무 칙칙한데?  나는 밝은 노래가 좋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

5. 요즘 몹시 외롭다고 생각되시는 분

6. 자신이 고독의 끝자락에 닿아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


어느 하나의 사항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곡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경고합니다.



그러나 다음의 사항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클릭하셔도 좋습니다.












1. 겨울이야, 누가 뭐래도 슈베르트지!!

2, 나는 슈베르트를 정말 정말 좋아해, 아니 아주 아주 사랑해 (저의 경우에 해당)

3. 요즘 즐거운 기분의 연속이야, 내가 좀 들뜬 것 같아

4.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하고 싶은걸

5. 때로는 약간 어둡고 차분한 음악이 좋아

6. 아, 고독의 끝을 맛보고 싶다, 하시는 분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여행'은 빌헬름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입혔다.


이 가곡의 주인공은 하필이면 추운 겨울에 실연을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날씨처럼 몹시도 차가운 겨울 날이다.

날도 차갑고, 밖에 눈보라는 치는데, 이별이라니....

가슴은 온통 텅 비어있고, 그 빈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들이 가슴을 할퀴며 지나간다.

시리다....몹시도 시리다...어찌 이리도 시리단 말인가..

세상에는 온통 나 혼자 뿐이다.

주인공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외롭게, 그리고 정처 없이, 

이 겨울에, 어디 론가 홀로 떠난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는 먼 겨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 이안 보스트리지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 이 가수는 슈베르트를 위해 태어난 인물이로구나....

슈베르트가 연가곡을 쓴 이유를 이안보스트리지에게서 나는 찾는다.

슈베르트를 이보다 더 잘 전달하는 이가 또 있을까...


아... 내가 사랑하는 피셔 디스카우, 페터 슈라이어, 요즘 뜨겁게 뜬다는 요나스 카우프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티아스 괴르네, 심지어 너무나도 애정하는 분덜리히 등은....

슈베르트에 관한 한 이안 보스트리지의 손을 들어주게되어 정말 미안하고 미안한 분들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子平眞詮評註 - 자평진전평주
심효첨 원작, 박영창 옮김 / 도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서락오선생이 발문에서 말하기를, "격국에는 정격(正格)과 변격(變格)이 있다. ........자평진전(子平眞詮)은 정격, 즉 오행의 상궤를 논한 책이고 적천수(滴天髓)는 변격,  즉 오행의 변화를 논한 것이다." 라고 했다.

발문을 통해 서락오선생은 이 책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위와같이 명시했다. 더불어 "월령(月令)을 중히 여겨 격국을 정한다"고 덧 붙여 강조했다. 



서락오선생의 언급대로 자평진전은 정격으로 일주 혹은 월령의 억부(抑扶)로 용신(用神)을 삼거나, 병약(病藥)의 적용법으로 용신을 정하기도 한다. 반면 변격인 적천수는 오행의 변화와 기세를 중히 여기고 왕약(旺弱),  조후(調候), 통관(通關)을 살펴 용신을 정한다. 자평진전과 적천수는 그 주지(主旨)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사전 인지하는 것이 필수라 하겠다.



그리하여 자평진전은 유력(有力) 무력(無力) 유정(有情) 무정(無情)을 기준하고, 적천수는 청탁(淸濁) 진신(眞神) 가신(假神) 기준하여 고저를 판단한다. 이 역시 반드시 알고 들어가야할 사항이다.

서락오선생은 또 말하기를, "가장 좋기로는 먼저 자평진전을 읽고나서 적천수를 읽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정격을 먼저 알고 변격을 시도하라는 유익한 조언이 되겠다.



자평진전(子平眞詮)의 진전(眞詮)은 '참된 해석, 진실된 설명'으로 이해해도 좋고 '참된 깨달음, 진실한 뜻'으로 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서락오선생이 쓴 원서(原序)로 보건대 자평진전은 심효첨선생께서 1776년에 지은 책이다. 더불어 적천수, 궁통보감과 함께 명리 3대 고전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심효첨선생은 명말 청초의 인물로 당시 명리학의 대가였다고 한다. 심효첨선생의 고전을 다시 서락오선생이 1936년에 평주를 완성했다. 이것을 다시 박영창선생께서 1996년 번역했던 것이다.



책은 3부로 되어있고 1부 간지론, 2부 용신론, 3부 격국론이다. 전체 52장이다. 각 장마다 명조의 좋은 예시를 들었다.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기를 수도 없이 하게 될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의문이 있는 사례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땐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한 두번으로 끝을 맺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12운성이다. 명리고전은 모두 12운성을 전제로 설명을 하고있고 자평진전 역시 그러하다. 현대에 출간한 대부분의 이론서들 또한 12운성을 특별히 설명하지는 않는듯 보인다. 고로 이를 자연스럽게 운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위 표는 12운성을 나타낸 것인데 '음양순역생왕사절도'라는 왠지 알것 같으면서도 색다른 용어를 써서 표현했다. ]]]



이 책의 최고 장점은 간결 명료한 설명 처리에 있다. 명조들간의 비교 예시도 다른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설명 방식이다.  이해도를 높인 결과 알아듣기가 쉽다는 점이다. 고전들은 흔히 접근이 쉽지 않은 편이다. 난해한 예시들 또는 생략된 설명등이 있기 때문이다. 행간을 잘 이해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자평진전은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친절하다. 왠지 간결과 친절은 서로 충돌하는듯 하다. 그러나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시대가 많이도 변했다는 점이다. 심효첨선생께서 살았던 시대는 명말 청초였다. 예시 명조들이 주로 벼슬을 했던 관료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주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관(官)과 인(印)의 시대를 지나 현대는 화려한 식상(食傷)의 시대가 아니던가. 더구나 셀수도 없는 직업군을 가진 시대이다. 또한 분명히 형제가 있어야할 명조이지만 독자로 성장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현대의 특성을 자평진전이 모두 담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던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거나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하기도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를 담을 수 없음은 불가항력인 것이니, 이 점 또한 인정하면서 읽어야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자평진전이 고전이라는 전설에는 손상을 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에는 순수하게 명리사전(命理 辭典)의 리뷰를 쓸 생각이었으나 잡설이 길어져 페이퍼로 전환하게 되었다. 리뷰가 어느 순간 페이퍼로 돌변하게 된 점이 아쉽다. 그런데 알라딘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지는가? 무슨 유행가 가사 같은 얘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알라딘은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알라딘을 할라치면 머리 속에 온갖 잡것들이 죄다 떠오른다.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도 다시 생각이 난다. 내게는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는 기분이다. 까맣던 것을 하얗게 소환해내는 이 것은 알라딘의 '지니Genie'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이 잡것들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 리뷰를 쓰려다가 늘 페이퍼로 끝이 나는 것이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다가 리뷰를 성공할 때는 정말로 절제의 절제를 해낸 결과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글을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가 싶다. 단호하게 절단해내지 못하는 우유 부단함을 스스로에게 여실이 보여주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 이쯤에서 시인 茶兄의 말씀이 떠오른다. 친애하고 경애하는 다형 김현승께서는 '가을의 기도' 와 '절대고독'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그의 죽음도 극적이었는데, 건강의 이유로 다들 말리는 강의 일정에 기어코 나섰다가는 강의실에서 쓰러져 세상을 등진 학자 중의 학자였다.



나는 茶兄의 삶과 그의  詩를 사랑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절대고독'을 줄줄 외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그런 나의 사랑 김현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시어를 잘라내는 것은 마치 나의 살을 도려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라고. 시어를 잘라내야하는 시인의 처절한 고통을 다형은 그렇게 비유했던 것이다. 그러나 詩를 위해서 잘라낼 것은 눈 꼭 감고 잘라내야 詩가 바른 생명을 갖는 다는 말씀인 것이다. 이토록 귀한 말씀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나는 그런 결단을 해내지 못한다.


삼국지를 읽은 분들이나 읽지 않은 분들이나 모두가 잘 알고있는 내용 중 하나가 독화살이 박힌 팔의 상처를 화타에게 수술 받던 미염공 관운장의 모습이다. 독이 퍼져 검게 변해버린 뼈를 깍아내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는 그 전설 말이다. 영웅은 그렇다. 그러나 나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던가... 하.... Genie 에게 부탁할 지니, 내게도 단호함의 까만 결단을 하얗게 내려 주세요, 알라딘의 Genie님~!!



어째거나 각설하고,

'철학 사전' 또는 '경제학 사전' 이라는 용어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책도 널리 알려져있어 친숙한 편이다. 철학 용어와 일반 용어는 그 차이가 매우커서 철학을 접하며 일반 용어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학 용어는 함의 내용이 보따리로 한가득 인지라 반드시 용어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여 철학과 경제학은 분명히 그 용어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철학과 경제학에 '사전' 이라는 용어가 뒤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명리사전命理辭典'이라는 말은 언뜻 쉽게 다가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리사전'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분이 바로 박재완 선생이다. 그렇다면 명리에 사전이라는 용어는 과연 어울리는가?



책을 펼치면 바로 이해가 간다. 무려 812쪽에 이르는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 명쾌한 설명을 특징으로 한다. 십간요해(十干要解)를 41쪽에서 시작하여 729쪽까지 사전형식으로 설명했고 나머지 80여 쪽은 명리 용어를 추가하여 사전 형식에 맞추었다. 박재완 선생께서는 추명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을 완벽한 사전의 형식을 빌어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이런 노력이 술법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명리를 학문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 중고로 구입한 책으로 2000년 인쇄이다. 해당 도서의 정보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직접 측정해보니, 사이즈는 170 x 250, 중량은 1.7kg 이다. 들고 읽으면 곧 팔이 저려오므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읽어야 한다. 때로는 누워 뒹굴거리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데 '명리사전'은 그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쯤되면 손맛 두둑한 것이 낚시꾼이 대어를 낚아 올리는 그 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삼천포지만 사적으로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낚시꾼에게 걸려버린 순간, 그 물고기의 고통, 좌절, 절망, 그리고 죽음....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고기도 감각이 있으며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생명체가 아니던가...) ]]]



초장 십간희기론(十干喜忌論)의 간결 명쾌함은 감동적이다. 마치 궁통보감을 집약해 놓은듯 하다. 이는 추명의 필수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십간요해(十干要解)로 들어간다. 십간요해는 甲日을 寅月로 시작하여 卯 辰... 丑月까지, 그리고 甲子時를 시작으로 乙丑 丙寅...乙亥時까지의 핵심을 동시에 설명했다. 즉, 일간을 12月 支과 12時 干支를 대입한 상세 설명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알고자하는 항목을 쉽게 찾아 참고할 수 있도록 사전 형식으로 배열하였으니 과연 그 발상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 예로써 친애하고 경애하는 중추(仲秋)의 경금(庚金)을 미시(未時)에 대입하여 찾아봤다. 불과 십여초 만에 509쪽 계미시(癸未時)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박재완선생께서 509쪽에서 설명하기를, "경금(庚金)이 유월왕지(酉月旺地)요 미시(未時)가 정인(正印)으로 생조(生助)하니 일원(日元)이 태왕(太旺)하다. 미중(未中)에 을정재관(乙丁財官)이 암장(暗藏)인데 계수(癸水)가 乙木을 도우며 乙木이 丁火를 生하니 다시 木火가 나타나야 부귀(富貴)며 인비(印比)가 다시 있음은 不吉하며 특히 金은 꺼린다. 座下  申子辰이면 用神이 약하므로....." 라고 했다.



구성과 내용을 살피면 과연 명리사전이라 하겠다. 이는 명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저술이다. 명리학이 수천년을 이어왔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대업을 이루어낸 박재완선생께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귀한 자료를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내야 하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더불어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공자는 중용 (中庸)에서 색은(索隱)을 늘 경계하라고 일렀다. 사적인 견해이지만 색은이 색은(索隱)이 되는 것은 행괴(行怪)가 뒤따르는 순간이다. 행괴가 없는 색은은 단지 호기심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행괴(行怪)란 명리를 모르는 사람을 겁박하거나 거친 말로서 상대를 불안하게 하는 짓이 아니겠는가. 이는 명리 술사들에게 분명 색은 행괴의 과보가 될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붓다와 매우 친근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주문이 어떤 주문인지 잘 모를 것이다. '붓다와 매우 친근하다'는 뜻은 '불교의 경전을 직접 읽어보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가 불교 경전, 천수경(千手經) 안에 들어있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구업진언은 불교의 경전인 千手經(천수경)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입으로 지은 업보를 깨끗하게 하는 마음으로 다짐하는 진언이다. 천수경을 읽기 전에도, 읽고 나서도 자신의 말로써 업을 쌓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하여 천수경은 정구업진언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3번 낭독하며 천수경을 시작한다.


불경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은 죄를 씻어낼 길은 결단코 없다. 그리하여 정구업진언을 외우며 입으로 죄를 짖지 않겠노라 진언하는 것이다.

입으로 죄를 짖는 구업(口業)은 술사들이 가장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죄업이다. 술사들이 입으로 쌓는 업이 바로 공자가 경계한 행괴(行怪)인 것이다. 명리가 행괴로 이어지는 순간, 명리는 한낱 색은에 불과한 보잘것 없은 술업(術業)으로 전락할 것이다.


점(占)과 복(卜)등에 술(術)이라는 용어가 뒤따르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선조들은 占 혹은 卜 을 하찮고 천한 직업으로 생각했다. 이는 부당한 처사다. 생업에는 귀천이 따로 없으니 말이다.

둘째, 술사(術士)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업을 하찮고 천한 업으로 만들었다. 이는 변명이 필요없는 당연한 결과이다. 죄업을 쌓으며 자신들의 생업을 스스로 천하고 하찮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업의 귀천을 가르는 것은 업 자체가 아니다. 업의 귀천은 그 업에 종사하는 자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같은 고위 공직이라도 귀한 업자와 천한 업자가 있다는 것을 전국민이 모두 목도했다. 얼마 전 천한 업者가 계엄을 일으킨 결과 종신형이냐 사형이냐를 앞두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貴한 자리에 있던 이 者는 천한 업자였던 것인데 스스로 자처했던 결과가 아니겠는가? 귀천은 이렇게 같은 곳에서 갈라지는 것이지 원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남들이 자신의 업을 하찮고 천하게 본다하고 자신의 업을 스스로 깍아내려서야 될일이던가. 그동안 명리를 한다는 술사들이 내담자들을 겁박하고 거친 말로 상대해왔다. 결코 존중받을 수 없는 업을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 결과 여전히 명리는 術業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이는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학문으로 격을 높일 수 있으나 마다해온 것은 그 누구가 아닌 술사들이니 말이다.




[[[ 지장보살 본원경의 사경 중에 만난, 무시무시한 겁박 내용이다. ]]]



지장경은 죄를 지으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수 억 겁, 다시 보니 수 만 억 겁이 지나도록 그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겁박하고 있다. 정말 무서운 겁박이다. 나는 불경의 겁박이 무서워 죄짓지 말아야지 하며 벌벌떨면서도 이런 겁박은 좋은 겁박이라 생각한다. (법전에도 죄지으면 벌 받는 다고 써있으나 사람 겁박하네! 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불경이 하는 겁박 외의 대부분 겁박들은 좋은 것이 별로 없다. 


색은 행괴는 행괴가 있을때 성립하는 말이니 행괴를 늘 조심할 것을 경계하시라고 당부드리며 글을 끝낸다. 

아, 명리사전을 내놓으신 박재완선생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드립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1-1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수리수리 마하수리‘를 ‘숭구리 당당 숭당당‘과 댓구를 이루는 코미디 유행어로 생각했습니다.

차트랑 2026-01-12 21:33   좋아요 0 | URL
내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잉크냄새님.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한 한사람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호시우행 2026-01-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은의 뜻을 배우고 갑니다.

차트랑 2026-01-13 06:43   좋아요 0 | URL
아이구 별말씀 다하십니다 호시우행님ㅠ

지난 밤 잘 주무셨지요?
좋은 하루되십시요 호시우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