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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가로와 세로 길이 모두 0.75mm다. 총 22쪽으로 이루어진 책 속에 꽃 그림과 꽃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맨눈으로 책 속의 내용을 볼 수 없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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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에 기네스북 공식 기록보다 더 작은 책이 공개됐다. 러시아의 미니어처 예술가가 만든 러시아 알파벳 책과 러시아 전설 모음집의 크기는 0.07~0.09mm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가장 작은 책이 궁금해서 한국 기록원(KRI)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이 있는지 찾아봤다. 검색창에 ‘가장 작은’, ‘도서’를 입력해봤지만, ‘가장 작은 책’ 기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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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이지만 ‘뉴우월드 미니 영한사전’은 한국에서 가장 작은 판매용 출판물 혹은 가장 작은 사전이다. 이 영한사전은 30년 전에 나왔다. 놀랍게도 이 미니 사전은 비매품이 아니다. 가격은 250원. 1970년대 동전 10원이면 아주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기도 하였다. 순두부 백반의 가격이 99원 이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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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는 시사영어사. 영어교육 전문 출판사로 시작하여 어학학원을 운영하는 거대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TOEIC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는 시사영어사보다 ‘와이비엠(YBM)’이 더 익숙하다. 1961년 민영빈(閔泳斌) 회장이 시사영어사를 설립했다. YBM은 민영빈 회장의 영문 머리글자다. 1974년에 ‘뉴우월드학원’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학원사업을 시작했고, 1979년에 <시사 엘리트 한영대사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YBM 공식 홈페이지의 회사 연혁을 보면 미니 영한사전에 대한 기록이 없다. 작은 크기의 책을 비매품이 아닌 정식 판매용으로 선보였으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사적인 출판물일 텐데 조금 늦게 나온 <시사 엘리트 한영대사전>보다 대접을 못 받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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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어서 책의 가로세로 길이를 자로 재어보지 않았다. 사전 크기가 내 새끼손가락 크기에 못 미친다. 사전을 펼칠 때 손가락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험하게 책을 펼치다가는 책등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당연히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수록되었다. 시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맨눈으로 단어와 뜻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크기가 작다는 특징 외에는 보통 사전의 구성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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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사전은 잘못 만들어진 파본이다. 사전 뒤표지를 펼치면 머리말과 A로 시작하는 첫 장이 나온다. 내용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책의 앞, 뒤표지 도안 상하(上下)가 거꾸로 되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면 위 사진을 보시라. 사진은 Y로 시작하는 단어가 배열된 장을 펼친 상태이다. 사전이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앞표지 도안이 뒤에 나오고 말았다. 앞표지 도안 상하 위치가 뒤바뀐 채 나왔다. 이 미니 사전은 모든 게 다 거꾸로 되어 만들어졌다. 정말 보기 드문 가장 작은 초판 파본이다.
미니 사전은 선물로 받은 것이다. 지난주에 희귀도서 제본을 원하는 분에게 책을 잠시 빌려준 적이 있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남성 B 씨는 내가 예전에 썼던 희귀도서 관련 글을 보고, 메일로 그 책을 양도해달라고 제안했다. 나는 B 씨의 양도 제안을 거부하고, 책을 팔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B 씨는 제본이라도 하고 싶다면서 책을 보내달라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책 빌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B 씨의 간절한 마음에 우편으로 책을 보냈다. 나는 B 씨의 진실함과 양심을 믿었다. B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이틀 전 그에게 빌려준 책이 집으로 돌아왔다. 고맙게도 B 씨는 상태가 안 좋았던 희귀도서를 튼튼한 상태로 제본해서 돌려줬다. 그리고 소포 봉투 안에 미니 사전이 들어 있었다. 봉투 안을 제대로 안 살펴봤으면 미니 사전이 있는 줄 모르고 쓰레기통에 버릴 뻔했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으로부터 보낸 책 선물을 받아왔지만, 이렇게 ‘가장 작은 책’ 선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B 씨는 내 특이한 취향을 어떻게 알았을까. 가장 작고 특이한 선물인 만큼 보관을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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