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습 Idea Ink
우치누마 신타로 지음, 문희언 옮김 / 하루(haru)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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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세상을 살다 보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독서는 삶의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고. 좋은 책과의 우연한 만남,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 아름다운 우연은 잊힌 책을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불러들인다. 그게 운명을 결정짓는 필연이 된다. 책 한 권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들만의 최고의 책으로 남거나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또는 어느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우연이 아니다. 독서가 좀 더 즐거운 만남이 될 수 있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서점이 많아져야 한다.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우치누마 신타로는 ‘책과 사람과 우연의 만남을 만든다’고 믿는다. 책은 읽는 사람의 공감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저 어떤 한 사람이 지어낸 시시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책의 운명은 어떤 독자와의 만남의 순간에 정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한 권의 책이라면, 누가 나를 집어 드는가 하는 게 내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책과 서점의 미래는 불길하다. 이미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았으며 몇 안 되는 서점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스마트폰과 영상매체에 밀려갈수록 책의 입지가 흔들리고, 특히 학술서적과 교양서적의 판매량 감소추세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만화책, 수험서 같은 실용서 등이 시장 규모를 키우며 출판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잘 팔리는 자기계발서와 실용서적만 만들겠다는 출판경향은 ‘지식 전파’라는 출판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린다. 실용서적은 교양서적을 즐겨 읽었던 독자층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탄탄했던 독자층이 사라지면 동네서점이 설 자리도 줄어든다.

 

운영난에 허덕이는 서점들은 베스트셀러만 잘 관리하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식의 임기응변에 머물러 있다. 출판이 차지하는 사회적 중요성과 비교하면 그동안 정부와 사회의 관심은 너무 적었다. 일본의 상황도 국내 현실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렇지만 우치누마 신타로는 꿋꿋이 자신만의 기획을 펼쳐나가면서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 그가 만든 책방 ‘B&B’는 맥주와 책을 파는 서점이다. 책방 이름은 책(Book)과 맥주(Beer)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책의 역습》은 도발적인 제목이다. 서점의 위기를 바라보는 저자의 자신만만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책 판매에 의존하는 서점들이 수익을 위해 특정 장르의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B&B는 고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폭넓은 세계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장소다. 책 매출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에 서점이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당당하게 진열할 수 있다. B&B는 개점 이래 매일 거르지 않고 유명 작가를 초청한 강연이나 전문가들과의 대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B&B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는 고객 유치에 크게 기여한다.

 

우치누마 신타로는 불황이야말로 책을 위한 역습을 시도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가 알려주는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아, 이렇게도 책을 팔 수 있겠구나’라는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문득 년째 계속돼 온 서점의 탄식이 다시 음미 되었다. 지금도 간신히 문을 여는 서점들이 책에 의존해 살림을 꾸려가는 현실은 안다. 그러나 이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궁극적인 방도는 ‘대박의 꿈’이 복권처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독자의 요구를 간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통해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의 범위가 좁아지는 사태야말로 서점에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종이책을 파는 것만이 ‘앞으로의 동네 서점’의 일은 아닙니다. 우선 결정한 것이 매일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 맥주를 비롯하여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 책을 진열한 책장을 중심으로 가구를 판매하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194~195쪽)

 

한 번쯤 ‘동네 가까운 곳에 여가를 보낼 공간이 있었으면...’이라고 꿈꿔본 적이 있다. 어느 때나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 수 있고, 원하는 교양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공간. 우치누마 신타로는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고객들이 서점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변화의 도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역할이다. 달라진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걸 담아낼 책을 소개하는 데 더 골몰하는 서점이 없다면 독자인식의 변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네 서점은 자본력이 달려 이 같은 방식은 언감생심이다. 서점으로서 소중한 것을 지키는 동시에 다양한 수익원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만 생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출판산업 생태계 속에 우리나라 서점들이 역습할 힘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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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26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딸아이 수학 교재 참고서 확률과 통계라는 책 두권 주문했습니다.
알라딘에서 판매지수 세일포인트가 무려 5만 포인트가 넘더군요.

학습 참고서가 일반 단행본이 5만 포인트면 초히트 책이 될 것이겠죠.

지금 중소서점은 이미 고사당했습니다.

자본이 들어가야하는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투자할 여력이 안되고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자본이 모이질 않아서 투자할 생각이 없고....
따라서 책을 낼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책 내는 비용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한.....

맨부커상인가요..이거 받았다고
반짝 한국소설이 상빨로 뜬 적있지만

그저 어떤 상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피겨 피자도 모르는데 김연아가 올림픽 우승했다니까 피겨이고,

박인비가 골프우승이니 골프일뿐..

그래도 스포츠는 홍보라는 매리트라도 있어 투자라도 한다지만,
책은 그야말로..,무주공산....

지성이 설자리가 없어지는 이유겠지요...

매년마다.....끝 모를 추락....

그러니 약간만 손해 봤다 생각들면
바로 트렁크 열어서 몽둥이 들고 보복하는
욱 하는 야만성 사회가 되려나 봅니다.ㄷㄷㄷ

cyrus 2016-07-27 16:15   좋아요 0 | URL
포켓몬고 게임이 잘 되니까 정부가 게임 관련 규제 정책을 모두 해제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게임 산업이 부흥하면 경제 활성화에 이롭다고 생각했을까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게임도 문화 콘텐츠이고, 책도 당연히 문화 콘텐츠입니다. 출판사, 동네서점 그리고 책을 사는 국민들이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할 말 엄청나게 많은데, 정부는 출판 사업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 2016-07-2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공급률 문제가 생각나기도 해서 마음이 씁쓸하네요. 합의는 되었지만 문제의 근원인 독서 인구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중소서점 중에도 강의나 북토크 같은 행사를 통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고.. 대형출판사나 서점연합회에서 독자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구나라는 걸 이번 사건을 통해서 실감했습니다..

cyrus 2016-07-27 16:18   좋아요 0 | URL
문제점을 정확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출판사와 서점연합회뿐만 아니라 책을 사는 우리 소비자들도 불만이 있는데, 왜 소비자들의 입장을 쏙 빼놓고 출판사와 서점연합회끼리만 대립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가 정부는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나와같다면 2016-07-26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위로받을 준비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스로 책에서 위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된 사람만 위로받을 수 있어요..
유시민 `공감필법`

cyrus 2016-07-27 16:20   좋아요 0 | URL
유시민 씨가 맞는 말씀을 하셨네요. ^^

쭈니 2016-07-2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출판사와 서점이 다 같이 상생하고
독서인구도 늘어나고
다 잘되면 좋겠습니다.

cyrus 2016-07-27 16: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 같았으면 이 책을 쓴 저자의 생각에 동의했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점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네서점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2016-07-27 0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7-27 16:25   좋아요 1 | URL
지금은 동네서점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님 말씀처럼 마음을 비우고, 다시 한 번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것을 잊지 못하면 변화를 추구할 수 없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7-27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도 그렇고, 이벤트로 계속 이어가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봐요. 이상북스 같은 경우는 무척 rare한 경우인데, 우선은 주인장이 책도 쓰고, 문화공간도 만들고, 무엇보다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걸 하는 삶을 추구하니까요. 근데, 사실 가게운영하듯 애 기우고 집 사고, 흔히 말하는 중산층생활을 영위하기엔 서점은 노답이죠...요즘처럼 책 안읽는 시대라면. 저는 인문학붐, 강의, 강연도 그렇고 무엇을 해도 사실 다시 책읽기의 붐이 오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과 게임, 그리고 TV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그런데 이 책은 저도 읽고 싶어서 보관함에 담았습니다.ㅎ 요즘 서재활동이 참 지지부진하네요, 전..

cyrus 2016-07-27 16:3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아주 많아서 과거처럼 책의 재미만 추구하는 세상으로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저는 t-guest님의 서재 활동이 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최소 한 달 동안 업데이트가 없으면 서재 활동이 뜸해졌다고 생각해요. 글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서니데이 2016-07-2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중복이라서 그렇게 더운 모양이예요.
cyrus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7-27 18:51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
 
현대조선잔혹사 사탐(사회 탐사) 2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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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다. ‘안전제일표지판은 안전을 주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통기호다. 그렇지만 사람의 안전이 제일중요하다고 내세운 안전제일주의는 생산제일주의 앞에서는 무용하다. 조선소들이 생산제일주의에 집착, 안전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요해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드리워진 산업재해, 그 죽음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어지지 않았다. 프레시안의 허환주 기자는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선소에 일하면서 죽음의 그림자를 바짝 쫓아다녔다. 그 그림자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조용히 죽음 속으로 사라졌는지 낱낱이 파헤쳤다. 현대조선잔혹사세계 1위 조선소라는 허명에 숨겨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담아낸 르포다.

 

조선소 산재 사고 희생자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다. 하청노동자는 원청업체와 하청계약을 맺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를 일컫는다. 기업이나 회사는 그때그때 고용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선호한다. 이러한 사업주의 욕심이 하청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는 남의 얘기다.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가 회피하는 위험한 작업을 맡고 있다. 급증하는 일감을 처리하기 위한 무리한 조업일정 강행으로 인명 사고가 일어난다. 하청노동자들을 옥죄는 것은 산업재해에 대한 공포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원청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산재 건수를 많아지면 행정적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원청은 산재가 발생하면 그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끊어버린다. 하청업체는 하청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더라도 쉬쉬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의해 철저하게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안전보다는 당장의 경비 절감을 위해 동원되는 각종 편법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부실한 안전설비,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일수록 전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투입하는 하청업체의 구조적 문제점은 죽음의 그림자를 숙성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워 산재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자신들의 처지를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안전 불감증에 의한 단순한 사망사고로 보는 조선소의 입장이었다.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원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고작 정신 바짝 차리면서 일하라고 말할 뿐이다. 사업주는 무재해 명예를 위하여 노동자들의 부상과 사망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사업주 지정 병원은 그들의 조치에 순순히 동조한다.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주와 병원의 은밀한 결탁이 노동자들을 두 번 울린다.

 

지금도 일용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으로 작업하면서도 산업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들은 사고원인과 책임문제를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현장에는 근로기준법은 남의 나라 법이다. 자산과 소득뿐 아니라 위험까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위험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매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결코 흘려들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개미처럼 일하다가 허무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비보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분석한 기사도 또는 그 사고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조선소 산업재해 문제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이 극한직업이라서 너무나 많이 다치고, 죽는 현상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조선소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사고에 굳게 입을 다무는 현대중공업과 정규직 노조의 반응보다 더 심각하다.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빨리 잊히기를 원하는 현대중공업을 옹호하는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안전제일표지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조선소에 있는 안전제일 표지판은 안전을 제 일처럼 여기는 냉정한 작업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 회사는 ‘자사의 안전을 제일중요하게 생각한다.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가 많은 사회에 노동자들의 진지한 분노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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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7-21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을 지지합니다.
분노의 목소리만 커질 게 아니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지요.

cyrus 2016-07-22 07:29   좋아요 0 | URL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이 메인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 좋겠는데,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가 많지 않아서 관심 받을 기회가 적습니다.

yureka01 2016-07-2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은 사업주,,대표에게 사고나면 구속시키면 됩니다.
아무리 돈 아끼려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대표가 구속되면 감방 안갈려고 알아서 먼저 안전에 투자하라고 지시내릴 겁니다.
벌금 따위로는 택도 없거든요.

직원이 아무리 안전애 투자 하자고 건의해도 경영자나 대표자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돈 나간다는 비용으로 생각하니..안되죠..아주 중벌로 .....


말로는 안전에 주의 하라고 떠벌려도 안전시설 등안시하고 이게 생명보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었으니 사고 자꾸나죠.

cyrus 2016-07-22 07:34   좋아요 1 | URL
일본 같은 경우, 작업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업주는 엄벌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가 생기면 일단 사고정황을 살펴보겠다면서 사업주 처벌을 미룹니다. 이렇다 보니 보상 문제도 차질이 생깁니다. 누가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 사고 원인을 다치거나 죽은 노동자에게 떠넘깁니다.
 

 

 

 

※ 이 글을 작성하는 데 영감을 준 Postumus님과 syo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호모소셜은 우리말로 옮기면 ‘동성 사회성’이라고 한다. 미국의 비평가 이브 세지윅이 사용한 것으로 같은 성(性)끼리 독특한 가치 문화 체계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 동성사회적 유대가 강조할수록 여성 혐오에 대해 도덕적으로 나쁘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동성 사회성’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여성의 존재를 미미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체화를 여성 혐오라 정의한다.

 

 

남자가 군대에 가기 전에 ‘다 같이 한번 가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첫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 안 간다고 빠지면 친구들은 절대로 있어서 안 되는 분위기로 몰고 간다. 다행히 나는 친구들보다 군대를 늦게 들어가게 돼서 훈련소 가기 전날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남자들은 혼자보다는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성매매하러 간다. 친구 따라 사창가에 가는 날은 남성성이 발현되고, 남성 간의 유대감을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 성매매 경험이 있으면 동성 사회성이 강한 군대 생활에 유리하다. 여자와 잤던 경험은 ‘여자를 정복한 남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훈장과도 같다. 입대 전에 획득한 훈장의 개수가 많은 남자는 선임에게 ‘유능하고 멋진 군인’으로 인정받는다. 선임들은 여자 경험이 없는 군인에게 ‘총각 딱지’라는 수치스러운 훈장을 수여한다.

 

 

 

 

 

 

 

 

 

 

 

 

 

 

 

 

 

 

동성 사회성은 남자 어른들이 모여 있을 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동성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된다. 특히 남중, 남고로 이어지는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면 여자를 전혀 모르게 된다. 남성은 여성보다 사회집단 내에서 인정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사춘기에 들어선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또래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한다. 교실에 남자들이 서로 어울리다 보면 ‘강한 남자’와 ‘약한 남자’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힘이 센 친구는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상습적으로 괴롭히거나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꼬붕’(부하를 뜻하는 은어)을 만든다. 힘이 센 친구 주변에 그를 충실히 따르고, 같이 어울리는 녀석들이 있다. 이들이 모이면 끈끈한 우정으로 만들어진 권력을 한껏 과시한다. 자신들이 교실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우월감에 빠지면 종종 무모하고도 대범한 행동까지 한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한다. 친구들 잘 만나서 담배의 맛을 일찍 알게 된다. 담배를 피우면서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본다. 소년들은 또래 앞에서 어른처럼 행세한다. 그래서 약한 친구만 골라 괴롭히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수업을 밥 먹듯이 빠진다.

 

 

힘센 친구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는 소년들은 그들의 행동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용기와 대범함에 부러워한다. ‘아, 나도 덩치가 크고, 힘셌으면 저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을 텐데.’ 힘센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는 소년들도 그들을 부러워한다. 이때부터 동성 사회성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알게 된다. 그래서 비도덕적 행동을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탈선행위의 위험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아이들은 학교 폭력을 목격하면서도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부 고발자로 알려지면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놈들에게 보복당할까 봐 의도적으로 피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평범한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해 늘 배제된다.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는 자신과 피해자 간의 동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부당한 상황을 지켜본 친구들은 자신도 피해자처럼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못 본 척한다.

 

 

 

 

 

 

 

 

 

 

 

 

 

 

 

 

 

 

인지 관련 연구 전문가인 맥스 베이저만은 하나의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한 사건을 무시하고,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을 ‘동기화 맹시’라고 말했다. 청소년기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동성 사회성에 익숙해진 남자는 동기화 맹시에 쉽게 빠진다. ‘남자다움’과 끈끈한 유대감이 동기화 맹시를 유발한다. 그래서 여성 혐오와 성매매, 성희롱이 잘못되었다고 누누이 말해줘도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동성 사회성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남자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들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 혐오와 성폭력이 완전히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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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대목에도 나오죠.

cyrus 2016-07-17 17:58   좋아요 0 | URL
원래 이문열의 소설과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까지 언급하려다가 내용이 길어져서 뺐습니다. 두 편의 소설이 청소년기의 동성 사회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기록 160715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의 만화(악어 프로젝트)와 관련된 마립간님의 글에 대한 반론입니다.

 

 

 

 

 

 

 

 

 

 

 

 

 

 

 

 

 

반론을 펼치기 전에 악어 프로젝트를 아직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이 만화에서 남성은 악어로 그려졌습니다. 여기서 악어인 남성은 여성을 성희롱하고, 위협하는 포식자로 묘사되었습니다. 만화가는 왜 남성을 못된 악어로 묘사했을까? 만화를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성폭력,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은 모든 남성이 무시무시한 포식자인 악어로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피해 여성들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인 마냥 대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남성을 악어로 묘사한 게 절대로 아닙니다.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며 많은 고통을 줍니다. 성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 여성들은 길거리에 마주치는 남자에게도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악어를 묘사한 만화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여성의 입장에 서서 만화를 봐야 합니다.

 

 

 

마립간님의 주장 1)

 

남자를 악어로 표시한다고 했다. 내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글쓴이 나름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악어 얼굴이 같기도 하고 코뿔소같기도 하고, 그리고 웃는 얼굴이 귀엽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멍청해 보인다. 주제에 맞게 그린다면 좀 공포스럽게 그러야 하지 않나.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악어 프로젝트에 나오는 악어 중에 무섭게 생긴 것이 있습니까?” 그러면 저는 서민 교수님의 유행어(?)를 빌려서 이렇게 답했을 겁니다.

 

우글우글합니다.”

 

 

      

     

 

 

13쪽에 있는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호모소셜’(Homo Social)이 떠올렸습니다.

 

 

 

 

 

 

 

 

 

 

 

 

 

 

 

 

 

호모소셜은 너를 남자로 인정한다는 남성 사이의 유대를 의미합니다. 남자들만의 유대감이 강화될수록 여성 또는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 의식이 형성됩니다. 남자가 성적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 여자를 소유해야 합니다. 호모소셜의 경계 속에 자란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욕망에 종속되는 열등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만약 악어 무리 중 한 마리가 걸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머지 악어들이 그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호모소셜을 거부하는 악어는 남자다움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호모소셜은 성적 주체가 되지 못한 남성을 배제합니다. 저는 악어 떼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호모소셜 속에 있었다면, ‘걸레표현을 단호히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33쪽에 나오는 악어 그림도 무서웠습니다. 악어의 행위는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합니다. 이런 상황에 당황한 여성들은 악어의 행위에 문제 삼기 전에 실제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 불안감을 애써 누릅니다. “과도하게 반응하면 안 돼라며 문제를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성들은 두려워합니다. 여성이 겪는 고충을 이해한다면, 악어 그림이 상당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립간님의 주장 2)

 

p13  “으으, 웬일이니. 재 좀 봐.” “정말 아니다. ” “그러게

이 말은 여성이 한 말이다. 남성이 했다면 충분히 성폭력에 해당하는 말이다.

 

 

마립간님이 인용한 문장이 있는 만화 한 장면을 공개합니다.

 

 

 

       

 

 

지하철에 탄 여자 두 명이 못생긴 외모의 악어로 묘사된 남자를 쳐다보면서 속닥거립니다. 여자들은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에 남성 두 명이 여성의 외모를 지적한다면 이는 성폭력에 해당할까요? 저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방의 외모에 '못생겼다'라고 표현한 말이 성폭력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외모 비하는 상대방에 불쾌감을 유발하는 올바르지 않은 언행입니다. 저는 외모 비하가 성폭력으로 적용되는지 궁금했습니다.

 

 

 

 

 

 

 

 

 

 

 

 

 

 

 

 

 

 

형법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범죄 유형을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이 있는데, 이야기가 옆길로 샐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언급만 하겠습니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에 보면 성폭력의 정의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성폭력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강간이나 성희롱, 성추행 등의 성적 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는 여성억압을 지속시키는 태도 및 관행, 실천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폭력이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욕을 표출하여 폭력을 가하는 행위이다.” (지금 여기 페미니즘39, 43쪽 요약)

 

 

13쪽에 여자들이 대화하는 말을 살펴보면, 남자의 못생긴 외모를 문제 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적 수치심이 유발하는 표현도 없었습니다.

 

 

 

   

마립간님의 주장대로라면 가수 요조가 여성 스태프의 외모를 비하한 태도는 성폭력으로 비난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조의 태도를 ‘외모 비하’라고 비판했지, 성폭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YTN 2016년 3월 24일)

 

 

그러니까 단순히 못생겼다라는 말은 외모 비하로 볼 수 있지만, 성폭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신체 부위와 관련된 성적 표현을 써가면서 외모를 비하했으면 언어 성폭력에 가깝습니다.

 

지하철 좌석에 앉은 두 명의 남자가 서 있는 여자들을 보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저 여자 다리 봐. 완전히 코끼리 다리야. 저런 여자랑 자고 싶지 않아.”

 

, 저기 몸매 좋은 년 있어. 옆에 있는 년은 친구 같은데. 그런데 두 년 가슴의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한데. 몸매 좋은 여자는 딱 내 스타일이야. 넌 옆에 가슴 작은 년이랑 잘 어울리겠다.”

 

 

남자들끼리 있으면 이런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습니다. 지금 여기서 반성하는 의미에서 고백한다면, 저도 철없던 시절에 동성 친구들과 했던 대화 중에는 성희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부적절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가벼운 농담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습니다. 여성을 향해 성적 표현을 쓰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고, 여기에 동조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성적 표현이 없더라도 이성의 외모를 가지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외모 비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입니다.

 

 

 

페미니즘 또는 성폭력을 주제로 한 글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써야 합니다. 표현을 잘못 쓴다거나 주장 논리가 정립되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표현이 될 수 있고, 본의 아니게 여성 혐오, 반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논리로 비판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이 글을 쓰느라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했으며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제 능력이 부족하여 비판받을 대목이 있을 거로 생각이 듭니다. 비판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저와 마립간님의 생각에 대해 반박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비판하려면 닉네임을 밝혀야 합니다. 제 블로그에는 비로그인 댓글기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비판하되,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표현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고, 서로 간에 의미 없는 설전이 일어납니다. 제 글에 반박하는 분을 모욕하거나 무시하는 댓글, 댓글 싸움의 원인인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댓글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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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1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반론이 기대되었습니다.

cyrus 의 반론이 최소한 제게는 설득적이지 않군요.

1) 악어의 그림은 전칭이라기보다 특칭입니다. 그 예가 cyrus 님이 포스팅한 그림입니다. 그 그림은 cyrus 님의 글을 읽고도 여전히 제게 악어로 보이기보다 말로 보입니다.

2) 외모비하와 성폭력
단어의 엄밀성을 보면 `외모 비하`와 `성폭력`은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직장인이라서 받게 된) 성범죄 예방 교육에 의하면, 헤어스타일을 변화를 언급한 것조차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성폭력을 성폭력을 비롯한 성희롱, 여성비하, 성차별을 혼용하여 사용한 것은 인정합니다. 남성이 여성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여성은 성폭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군요. (역시 전칭아니라 특칭입니다.)

“저 여자 다리 봐. 완전히 코끼리 다리야. 야, 저기 몸매 좋은 여자 있네, 옆에 있는 여자는 친구 같은데. 몸매 좋은 여자는 딱 내 스타일이야. 넌 옆에 키 작은 여자랑 잘 어울리겠다.” ; 이 말에는 외모 평가만 있습니다. 여성에 입장에서 성폭력에 관점에서 중립적으로 받아들일까요?《지금 여기 페미니즘》 인용구에 의하면 오히려 성폭력이 더 합당할 듯 합니다. (법률 용어로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 책은 성범죄(특히 street harassment)의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p4~5의 머릿말에는 성폭력의 언급이 성차별 등 다른 용어보다 집중되고, `몇몇 경험담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또는 성차별이나 성폭력과 무관하게 여겨지`나 이 책의 목적이 성폭력이란 관점을 다시 환기합니다.

제 글의 맥락을 통해 제가 쓴 단어 `성폭력`이 성차별을 포함한 것을 암묵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제 글에 달린 알라니너의 댓글을 통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cyrus 2016-07-16 21:09   좋아요 0 | URL
1) 마립간님이 악어의 얼굴이 우스꽝스럽고, 멍청해보인다고 말씀을 하신 것도 `특칭`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만화 속에 무섭게 묘사한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일 수 있지만, 만화가가 모든 악어를 흉악스럽고, 무섭게 그렸다면 (만화를 읽어보지 않은) 남자들의 불만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사실 13쪽의 장면을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여자들의 대화를 보면서 `외모 비하`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려고, 판례까지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법학을 잘 알지 못해서 마립간님의 2번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 그리고 마립간님의 2번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 둘 다 못 찾았습니다.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서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외모 비하`로 판단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더 듣고 싶은데, 지금은 오늘 밝힌 마립간님의 재반박 의견에 수긍합니다.

마립간님이 제가 만든 `언어 성폭력`의 유형에 `외모 평가`만 있다고 말씀하신 점은 의아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의 말 속에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적 욕구를 표출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다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런 여자와 자고 싶지 않다는 말은 성적 욕구와 관련 있습니다. 만약에 `저 여자 다리는 코끼리 다리야`라고만 말했으면, `외모 평가`입니다.

`가슴의 빈부 격차`는 여성의 가슴 크기를 비교하는 것을 돌려 말하는 성적 표현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슴부격차`라고도 씁니다. `가슴`과 `빈부격차`를 조합한 은어입니다. 저는 이 표현도 성희롱에 근접하는 부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개의 말이 `언어 성폭력`이라고 밝혔습니다.

제가 잘못 설명한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마립간 2016-07-16 21:52   좋아요 1 | URL
1)번에 관해서는 관점이 다른 것 같구요.

2)번에 관하여 직장 성범죄(성희롱)에 관련하여 강사에게 판례들을 물어봤는데, 판례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강간과 같이 명백한 증거를 남기지 않고 당사자의 주관이 관련된 성희롱에 관해서 원칙만 언급하고 실제 사례를 잘 모르시더군요.

언어 성폭력에 외모 평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외모 평가가 언어 성폭력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언어 성폭력이 필요조건이고, 외모 평가가 충분조건입니다.

cyrus 2016-07-16 22:11   좋아요 0 | URL
1)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립간님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 성희롱 관련 판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면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력 처벌을 원해도 명확한 증거 또는 판례가 없어서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겠어요. 혹시 성폭력 문제를 법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책이 있을까요?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Postumus 2016-07-1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 복무 중에 느낀건데, 제 또래 남성간의 언어수위가 정말 심하더라고요;;더 큰 문제는 그들이 그걸 잘못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한다는 점인거 같아요.

cyrus 2016-07-17 12:35   좋아요 0 | URL
네, 남자들끼리 하는 야한 대화에 끼지도 못하면 무시합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고생했습니다. 동기나 선임들은 여자 만나는 경험담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우정이 돈독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험이 없고,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선임들이 절 재미없는 후임으로 생각했습니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저랑 야간 근무 함께 서기 싫었을 거예요. ^^

Postumus 2016-07-17 12:5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대화에 끼어들거나 하지 않았는데, 거기다대고 한다는 소리가 ˝너 게이냐?˝ 이정도 수준이었죠;;선임놈이라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아무튼 좀 불편한 경험이었어요

cyrus 2016-07-17 12:5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선임이 무시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짜증나요. 군대 들어오기 전에 총각 딱지 안 떼었다고 비웃기도 했고, 어떤 동기는 그런 제가 딱하게 보였고, 대화 소재가 없어서 그런지 연애 특강(이라기보다는 설교에 가까웠습니다)까지 하더군요. 수치스러운 상황이 여러 번 있었지만, 구타를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syo 2016-07-1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군요.....두 분 의견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논제와도 조금 어긋나 있기도 하고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서 조심스럽습니다만,
만약 `언어 성폭력`의 본질이 대상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면, 저는 `외모 비하`발언이 성폭력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언어 성폭력과 동등한 수준의 폭행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섣부르게 보편화할 수는 없겠지만, 남자들은 언어로 대상을 포획하려는 욕구가 좀 있는것 같습니다. 언급하신 `호모소셜`과 비슷한 내용인 것 같은데요. 꼭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경험이나 업적을 부풀려 말한다거나 지어낸다거나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잖아요? 저는 이런 허세들을, 자신이 실제로 갖지 못한 것들을 언어 차원에서 포획하여 그 발화공간의 구성원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나 권위, 권력 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들 자체가 진실에 얼마만큼 가까운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말들을 자신의 권위를 구성하는 데 갖다 썼다는 데 중점을 두고 보면, 외모 비하 발언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의 외모가 못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요. 미의 기준은 각자의 것이고, 생각의 발생은 일일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일행에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단순히 대상의 외모가 못났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겁니다. 많은 경우 그런 대화는 둘 사이의 연대감을 일순간일지라도 증가시킵니다.

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우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야, 저기 가는 쟤 진짜 못생기지 않았냐?˝ 라는 말을, 이런 말을 하게되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마음가짐이나 말투로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저 외모를 못생겼다고 말할 수 있음으로써 확보되는 나의(혹은 내가 연인으로 만들 수 있는 이의) 외모 수준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스쳐가지요.

이렇게 놓고 보면 결국 외모 비하 발언은 그 발언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구성원 사이에서는 경험이나 물건 등을 이용한 허세와 거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외모 비하 발언은 성적 뉘앙스를 품지 않아도 충분히 대상을 경험이나 물건에 준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소비한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본다는 거지만요.

cyrus 2016-07-17 12:52   좋아요 0 | URL
토론의 장이라기보다는 대화의 장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는지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의견을 소신 있게 밝히기가 힘들었을 텐데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늘 오전에 외모 비하가 언어 성폭력 또는 성희롱에 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성적 함의가 없어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성희롱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긴 했습니다만, 출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마립간님의 말씀하신 내용과 오늘 syo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외모 비하 발언을 언어 성폭력과 동등하게 보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외모 비하를 성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부족해보여서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syo님이 호모소셜을 중심으로 외모 비하를 언어 성폭력과 연관시켜서 설명하신 의견이 신선했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입니다.

마립간 2016-07-18 07:56   좋아요 0 | URL
시기심, 남을 부러워하는 것이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1) 남과 같이 자신을 자질, 능력, 품격을 높이는 것
2) 남을 나보다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해 비난, 모략, 흑색 선전하는 것.

많은 사람이 후자를 택하죠.
 
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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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보면서 악어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길거리 성폭력의 심각성을 모르는 악어들이 무섭고,

내가 언제 어디서 악어로 돌변하게 될지 몰라서 무섭고,

악어가죽을 벗기려고 하면 다른 악어들이 조롱할까 봐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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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16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한 악어들은 저도 무섭습니다만, 항상 대비하려 합니다.

제가 언제든지 악어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돌변하는 상황이 있기에 최소한 그런 상황은 피합니다.

저는 악어 가죽을 벗기는 것은 실천가의 몫으로 생각하고 우선 비평가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호모 소셜에 의한 다른 악어들의 조롱을 평생 들어왔기 때문에 무섭고 안 무섭고 할 것 조차없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호모 소셜도 경계합니다.

cyrus 2016-07-16 21:15   좋아요 0 | URL
제 입으로 자신있게 말하기가 부끄럽지만, 실천가의 입장에 서고 싶습니다. 제가 실수로 여성을 비하했거나 성차별에 가까운 말을 했으면 문제의 심각성을 바로 인지하여 반성할 겁니다. 반성 없는 태도는 벗기기 힘들 정도로 악어 가죽을 더욱 두껍게 만듭니다.

마립간 2016-07-18 07:54   좋아요 0 | URL
이론가와 실천가를 겸하고 싶은 것은 저의 소망이기도 했지만, 저는 접었습니다. 제가 못 이룬 꿈이지만, cyrus 님은 바람을 꼭 이루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