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작성하는 데 영감을 준 Postumus님과 syo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호모소셜은 우리말로 옮기면 ‘동성 사회성’이라고 한다. 미국의 비평가 이브 세지윅이 사용한 것으로 같은 성(性)끼리 독특한 가치 문화 체계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 동성사회적 유대가 강조할수록 여성 혐오에 대해 도덕적으로 나쁘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동성 사회성’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여성의 존재를 미미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체화를 여성 혐오라 정의한다.

 

 

남자가 군대에 가기 전에 ‘다 같이 한번 가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첫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 안 간다고 빠지면 친구들은 절대로 있어서 안 되는 분위기로 몰고 간다. 다행히 나는 친구들보다 군대를 늦게 들어가게 돼서 훈련소 가기 전날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남자들은 혼자보다는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성매매하러 간다. 친구 따라 사창가에 가는 날은 남성성이 발현되고, 남성 간의 유대감을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 성매매 경험이 있으면 동성 사회성이 강한 군대 생활에 유리하다. 여자와 잤던 경험은 ‘여자를 정복한 남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훈장과도 같다. 입대 전에 획득한 훈장의 개수가 많은 남자는 선임에게 ‘유능하고 멋진 군인’으로 인정받는다. 선임들은 여자 경험이 없는 군인에게 ‘총각 딱지’라는 수치스러운 훈장을 수여한다.

 

 

 

 

 

 

 

 

 

 

 

 

 

 

 

 

 

 

동성 사회성은 남자 어른들이 모여 있을 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동성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된다. 특히 남중, 남고로 이어지는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면 여자를 전혀 모르게 된다. 남성은 여성보다 사회집단 내에서 인정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사춘기에 들어선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또래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한다. 교실에 남자들이 서로 어울리다 보면 ‘강한 남자’와 ‘약한 남자’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힘이 센 친구는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상습적으로 괴롭히거나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꼬붕’(부하를 뜻하는 은어)을 만든다. 힘이 센 친구 주변에 그를 충실히 따르고, 같이 어울리는 녀석들이 있다. 이들이 모이면 끈끈한 우정으로 만들어진 권력을 한껏 과시한다. 자신들이 교실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우월감에 빠지면 종종 무모하고도 대범한 행동까지 한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한다. 친구들 잘 만나서 담배의 맛을 일찍 알게 된다. 담배를 피우면서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본다. 소년들은 또래 앞에서 어른처럼 행세한다. 그래서 약한 친구만 골라 괴롭히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수업을 밥 먹듯이 빠진다.

 

 

힘센 친구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는 소년들은 그들의 행동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용기와 대범함에 부러워한다. ‘아, 나도 덩치가 크고, 힘셌으면 저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을 텐데.’ 힘센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는 소년들도 그들을 부러워한다. 이때부터 동성 사회성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알게 된다. 그래서 비도덕적 행동을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탈선행위의 위험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아이들은 학교 폭력을 목격하면서도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부 고발자로 알려지면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놈들에게 보복당할까 봐 의도적으로 피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평범한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해 늘 배제된다.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는 자신과 피해자 간의 동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부당한 상황을 지켜본 친구들은 자신도 피해자처럼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못 본 척한다.

 

 

 

 

 

 

 

 

 

 

 

 

 

 

 

 

 

 

인지 관련 연구 전문가인 맥스 베이저만은 하나의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한 사건을 무시하고,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을 ‘동기화 맹시’라고 말했다. 청소년기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동성 사회성에 익숙해진 남자는 동기화 맹시에 쉽게 빠진다. ‘남자다움’과 끈끈한 유대감이 동기화 맹시를 유발한다. 그래서 여성 혐오와 성매매, 성희롱이 잘못되었다고 누누이 말해줘도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동성 사회성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남자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들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 혐오와 성폭력이 완전히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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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대목에도 나오죠.

cyrus 2016-07-17 17:58   좋아요 0 | URL
원래 이문열의 소설과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까지 언급하려다가 내용이 길어져서 뺐습니다. 두 편의 소설이 청소년기의 동성 사회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