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힘이 있다. 음악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찾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소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 있듯, 음악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따로 있다. 음악을 듣고 쾌감이나 편안함을 느끼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때는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몸의 생리현상과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들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어떤 음악이 좋은가를 알기 위해 무슨 기계나 장치로 측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에게 안정감과 편안한 기분을 안겨주는 음악이면 된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몸의 생리현상도 음악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때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코티솔은 침 속에 포함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농도 변화로 신체 스트레스 증감 여부를 살필 수 있다. 코티솔 농도가 높아지면 우울증이 나타난다.
음악이 심신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연구보고는 수없이 많다. 음악이 인간의 정서함양이나 창의성 계발 등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정됐지만, 이를 과학적, 임상의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김형찬의 《음악의 재발견》은 음악이 우리 인간을 사로잡는 이유 등을 설명하여 독자들을 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음악이 우울증이나 불안증 치료에 효과적임을 거듭해서 확인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이다. 과학적 회의주의자 입장에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연구보고와 과학적 근거들을 본다면 좀 더 다양한 실험과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싸이매틱스(cymatics)’라는 학문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1] 싸이매틱스는 소리와 같은 진동파를 시각화하는 학문이다. 싸이매틱스 연구자들은 432Hz와 440Hz의 주파수로 조율한 음악이 각각 수면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면 432Hz 쪽이 더 조화로운 모양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현상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싸이매틱스 연구자가 그 유명한 TED에 강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만 가지고 싸이매틱스가 과학성의 구조를 갖춘 학문으로 볼 수 없다. 여전히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 싸이매틱스 이야기보다 더 황당한 내용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식물이 긍정적인 인간의 언어에 반응하는 현상을 학술논문에 발표했다.[2] ‘고운 말’을 들려준 식물은 풍성하게 자라지만 ‘나쁜 말’을 들려준 식물은 성장이 더디다. 정말 식물이 인간의 언어를 구분하고 감정에 반응할 수 있을까. 식물이 실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실험은 오래전부터 확인되었다. 그러나 식물이 의식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 한때 에토모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과학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에토모 마사루는 물이 글과 말, 형상을 보고 듣고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물 앞에서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글과 단어, 아름다운 사진, 음악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예쁜 모양의 결정구조를 만들어내며 나쁜 말과 글, 사진, 시끄러운 음악에 대해서는 흉한 모습의 결정구조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사람이 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책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일본에서는 에토모 마사루의 주장이 ‘사이비 과학’으로 판명 났다.[3]
비과학적인 내용은 한쪽 귀로 듣고, 뇌로 필터링해서 반대쪽 귀로 흘려야 한다. 그래도 《음악의 재발견》에 매력은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가수들과 가요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와 이해를 배가시킨다는 점이다. 이 장점이 없었으면, 상당히 실망감이 큰 책으로 남을 뻔했다.
[1] 『물과 모래도 음악에 맞춰 표정 짓고 춤을 춘다』 26~27쪽
[2] 『시인의 자작곡 들으면서 식물처럼 자라볼까』 104~105쪽
[3] 《한국 스켑틱 3호》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감정이 물체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검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