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연대기 - 곤충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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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는 지구상에서 오랜 시대에 걸쳐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곤충이다. 인류의 조상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들의 수명은 길어야 고작 3주에 불과하다. 하루살이 유충은 물속에서 3년 동안 지낸다. 성충이 되자마자 짝을 찾으러 날아다닌다. 가끔 우리 눈앞에 하루살이 떼가 공중에 날아다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팔자가 사나운 녀석은 비 오는 날에 성충이 된다. 한번 날아보지도 못하고, 짝도 만나지 못한 채 짧은 일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하루살이의 운명에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하루살이들은 슬프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할 뿐이다.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처럼 바쁘게 살아간다.

 

어째서 하루살이는 이런 치열하게 살게 되었을까? 하루살이 성충들이 우리를 괴롭히려고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눈에는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다. 하루살이 혼자 짝을 찾으러 가면 포식자에 발각되어 잡혀먹힐 위험이 크다. 교미하지 못하고 어이없게 죽다간 하루살이가 절멸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살이들은 한곳에 모여 날아다니면서 만난다. 단체 커플 찾기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짝을 만난 수컷과 암컷은 그 자리에 바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포식자는 하루살이들의 성대한 행사를 방해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힘이 센 포식자라도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 떼를 이겨내지 못한다.

 

하루살이처럼 허약하게 보이는 작은 곤충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다. 인간은 신비로운 사실을 잘 모른다. 그냥 곤충 자체를 혐오한다. 곤충이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지구 땅을 안착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곤충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쓰레기더미 속을 기어다니는 노래기마저도. 《곤충 연대기》의 저자이자 곤충학자인 스콧 R. 쇼는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도 공룡도 아닌, 곤충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오늘날에 현존하는 곤충들의 조상을 찾으려면 4억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시기에 인류의 조상은 물론, 공룡도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는 곤충이 지구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알려준다. 이 책에 우리가 학창 시절 과학 수업 시간에 외우듯이 공부했던 캄브리아기, 페름기, 쥐라기, 고생대 등이 나온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일단 소파에 앉아서 《곤충 연대기》를 펼치시라. 당신은 지구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인 순간들 속에 곤충이 살아남는 극적인 장면을 편안하게 구경만 하면 된다.

 

《곤충 연대기》를 읽으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이 참으로 간사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곤충이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음에도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면 항상 공룡, 포유류, 양서류를 먼저 찾는다.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을 때도 공룡 화석을 찾는다. ‘공룡아, 어디니? 내 말 들리니?’ 고생물학자들이 암만 불러도 진화의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학자들은 진화론의 구멍을 메우려고 진화 과정을 분명하게 정했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순으로. 어라! 셋 다, 척추동물이네. 곤충은 무척추동물에 속한다. 무척추동물의 몸은 딱딱한 외골격으로 이루어져서 화석으로 남기기 어렵다. 고생물학자들은 척추동물의 화석을 근거로 지구를 마음껏 누빈 우월한 생물이 척추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곤충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진화의 순서를 과학 교과서에 정리하니까 내용을 더 쓸 수 있는 여백이 생겼다. 진화의 읽어버린 고리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뭐 쓰지? 학자들은 고민 끝에 인류의 조상님에 대한 내용을 쓰기로 한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곤충의 조상인 절지동물이 바닷속에 살다가 육상으로 올라온 순간이 역사적으로 제일 앞선 데도, 학자들은 인간이 처음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한 순간을 자화자찬했다. 이로써 지구에 제일 늦게 나온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하게 된다.

 

우리는 지구상에 먼저 등장한 곤충에게 감사해야 한다. 원시 지구에 곤충의 조상들이 좋아할 만한 먹잇감이 많지 않았다. 그중에 포식자가 되어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종이 있었으나 곰팡이나 토양에 사는 세균들을 먹고 사는 스캐빈저(scavenger)도 있었다. 착한 곤충들 덕분에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건강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었다. 우리는 은혜를 잊은 채 생존을 위해 식물들을 마음껏 사용한다. 고마운 스캐빈저는 멸종하지 않고 종족 번식에 성공했다. 놀랍게도 스캐빈저의 후손이 노래기다. 그런데 우리는 노래기가 불쾌한 냄새가 나고 쓰레기만 좋아하는 흉측한 벌레로만 생각한다.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이다. 그런데 말없이 쓰레기를 치워주는 노래기에게 성낸다. 스콧 R. 쇼는 독이 없고,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 노래기를 반려동물로 추천한다. 딱히 키우고 싶지 않지만, 그의 뼈 있는 유머를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없다. 곤충은 사려져야 할 미물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자연을 가꾼 소중한 청소부였다. 길바닥에 지나가는 곤충을 생각 없이 죽이지 말자. 곤충, 함부로 밟지 마라. 과연 우리는 그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최재천 교수님의 ‘알면 사랑한다’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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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24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ㅡ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를 적절히 활용하셨네요 :)
좋은 문장은 어떻게 변형해도 빛이 난다는 걸 다시 실감~

cyrus 2016-01-24 13:09   좋아요 0 | URL
정말 훌륭한 문장이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 저처럼 변형해서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

세실 2016-01-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게 아니었군요.ㅎ

cyrus 2016-01-24 13:12   좋아요 0 | URL
하루살이가 오래 살면 평균 수명이 1년이랍니다. 하루살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살이의 수명이 짧아지게 된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6-01-2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을 때 개미를 안 밟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무엇보다 그 가족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

cyrus 2016-01-24 16:44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큰 개미를 볼 수 있었어요. 집에서 보던 조그만 개미와 다른 크기에 무서워서 밝아 죽이곤 했어요.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고 난 뒤부터 되도록 개미를 죽이지 말고, 개미집에 장난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생명에서 생명으로 - 인간과 자연, 생명 존재의 순환을 관찰한 생물학자의 기록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김명남 옮김 / 궁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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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차를 타고 가면,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된다. 도로 바닥 한가운데에 죽은 동물 사체가 있다.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것(Road kill)이다. 도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동물은 쥐, 고양이, 개가 많고, 야산 주변의 도로에서는 고라니, 너구리 같은 야생 동물들이 자동차에 희생된다. 이렇게 도로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체를 적법한 과정으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썩어가는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다. 죽은 고라니를 발견하고, 보신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로드 킬 당한 동물 사체를 발견하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환경과와 청소업체가 협력하여 시체를 수거, 소각 처리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널리 홍보되지 않아서 그런지 동물 시체를 수거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선입견이 있다. 보신용 동물 사체를 따로 수거해서 담당 직원들이 몸보신으로 먹는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근거 없이 애꿎은 일을 하는 동물 사체 처리반 직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혹시나 만약에 일부 지자체 직원들이 이런 행위를 자행했으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로드 킬 사체를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제2의 로드 킬이 발생하는 우려가 있다. 지난달 말에 죽은 고라니 사체를 먹다가 천연기념물인 독수리 세 마리가 차에 치이는 일이 발생했다. 로드킬 사체를 현장에서 치울 수 있다면, 차 트렁크에 실어서 가져가는 것보다는 얼른 도로 밖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내 말은 로드킬 사체를 운전자가 무조건 옮겨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 일반 사람이 동물 사체를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도로 한가운데서 사체를 운반하다가 교통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지역 번호+120’ 또는 ‘지역 번호+128’로 전화를 하면 된다.

 

우리는 동물 사체를 지구상에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체는 쓰레기처럼 분류되어 소각장으로 향한다. 로드킬 당한 동물은 두 번 죽는다. 인간 때문에 차디찬 도로 바닥에서 생을 마감하고, 인간의 손에 의해 사체가 소멸한다. 그런데 이 상황, 조금 웃기지 않는가. 동물을 죽인 인간은 살인자처럼 유유히 사라지고, 또 다른 인간이 죽은 동물을 위한 장의사가 된다. 인간은 동물 사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자연의 생과 사를 늘 가까이 지켜본 동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의 죽음에 개입하는 인간의 역할에 반문한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존재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바로 ‘청소동물’이다. 청소동물은 자연의 장의사다. 이들은 사체를 먹으면서 생활한다. 동물 사체는 먹잇감을 찾지 못한 청소동물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다. 사체가 클수록 거기에 달려드는 청소동물이 많다. 송장벌레와 파리가 그곳에 알을 낳는다. 늑대, 여우 등의 포유류가 사체의 냄새를 맡아 찾아오면, 그다음에 독수리와 큰까마귀가 만찬에 참여한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자신의 책 《생명에서 생명으로》에 황홀한 자연의 만찬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동물학자는 자연의 만찬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따뜻한 유머를 잊지 않았다. 하인리히는 에드거 앨런 포가 큰까마귀를 무서운 존재로 설정했다면서 불평한다. 사체 앞에서 날갯짓하며 남김없이 살점을 처리하는 큰까마귀가 명랑한 동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청소동물이 사체를 먹는 광경을 불편하게 여긴다. 구더기가 쉴 정도로 심하게 썩은 사체를 제대로 보는 것마저도 힘들다. 그러나 하인리히는 청소동물의 역할을 재평가한다. 청소동물은 우리가 쓰레기로 여기는 동물 사체를 먹잇감으로 삼는다. 청소동물은 동물을 사냥해서 죽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청소동물을 사냥으로 먹잇감을 찾는 포식동물과 동등하게 생각한다. 청소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이다. 청소동물 대부분은 사체에 영양분을 얻으면서 살아간다. 시체를 손대는 행위를 금기로 생각하는 인간의 시선이 죄 없는 청소동물을 불길한 동물로 만들어버렸다. 

 

청소동물의 역할은 자연 순환 과정 일부다. 생명이 죽어서 남긴 것을 다른 생명이 이어받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재생의 순간이다. 동물은 죽어서  다른 동물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영양분을 남긴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스러운 광경을 잘 모른다. 너무 몰라서 자연의 장례식을 방해한다. 청소동물 같은 자연의 장의사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도, 우리가 장의사가 되어 그들의 소중한 양식들을 불태워 없앤다. 그렇게 되면 청소동물의 생존마저 위태롭다. 야생의 청소동물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내려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도시의 불청객, 밭을 망치는 골칫덩어리로 대한다. 청소동물마저 인간의 손에서 죽임을 당한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해서 동물 사체까지 손댈 필요가 없다. 동물 사체를 청소동물에게 양보해야 한다. 우리는 먹을 게 너무 많아 풍족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동물 사체를 굳이 가져가서 먹어야 하는가. 진짜 쓰레기는 동물 사체가 아니라 탐욕에 눈이 멀어 그것마저도 먹으려고 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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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6-01-12 19:1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북다이제스터 2016-01-1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케빈져 란 영어 단어 열심히 외우던 때가 기억납니다. ^^

cyrus 2016-01-12 19:19   좋아요 0 | URL
`scavenger`가 뜻이 많습니다. 청소동물, 청소부, 넝마주이, 지저분한 일을 하다, 추잡한 글을 쓰는 작가. ^^;;

나비종 2016-01-12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드킬`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메리카 선주민을 연상한 적이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선주민의 입장에서는 핏빛 역사인 것처럼, 삶의 터전에서 희생당하는 야생 동물들이 안타깝더라구요.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아주 따뜻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청소 동물과 관련하여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거로군요.
인간이란 참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존재입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순환의 고리를 끊다보면, 언젠가 돌이키기 어려운 대자연의 역습을 당할 텐데요. 이미 빙하나 꿀벌이나 기상 이변에서 보여지고 있지만요.
`미안하다, 물려줄 것은 쓰레기 밖에 없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cyrus 2016-01-12 19:22   좋아요 0 | URL
인간도 지구에 사는 동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라고 생각합니다.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재앙에 이르는 자연 파괴를 초래합니다.

찔레꽃 2016-01-1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네요. 이것도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 ^

cyrus 2016-01-13 16:27   좋아요 0 | URL
201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야 할 책입니다. ^^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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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8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라면 누구나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심지어 여학생들도 단발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발소를 찾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여학생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하나둘 이발소를 떠나 미용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발소에 50대 이상 남자들만 온다. 이발소 손님이 팍 줄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또 하나 있다.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수입도 줄게 되자 퇴폐 영업소로 변질한 이발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퇴폐 이발소 때문에 이발소 전체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왔던 아버지들이, 머리를 깎으러 왔던 학생들마저 떠나기 시작했다. 흰색, 적색, 청색 사선 무늬가 있는 원통형 사인 볼은 이발소를 상징하는 표시다. 불법 퇴폐 이발소도 이 표시를 사용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발소 사인 볼이 남성 손님을 유혹하는 용도가 되고 말았다. 2006년 한국이용사회중앙회는 이발소만 사인 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적도 있다. 한때 사인 볼이 두 개씩 돌아가는 이발소가 불법 퇴폐업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발소 사인 볼은 국제 공통의 기호인 만큼 무분별한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

 

예전에 이발소 삼색 사인 볼이 프랑스 혁명에 목숨을 바친 어느 이발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 국기는 청색, 백색, 적색 순으로 이루어진 삼색기다. 이 국기는 프랑스 혁명 시절에 만들어졌다. 사인 볼의 정확한 유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과 이발소 삼색 사인 볼은 전혀 관계가 없다. 진짜 유래를 알고 싶으면 프랑스 혁명사가 아니라 의학의 역사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발사는 가위뿐만 아니라 칼도 잘 다룬다. 면도칼은 남자 손님의 수염을 다듬을 때 사용된다. 중세의 이발사들은 칼을 능숙하게 다루는 실력이 있어서 머리 깎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했다. 이때 당시 인체 해부는 기독교 윤리에 어긋난 금기 행위였다. 학생들에게 신체 내부 구조를 가르쳐야 할 대학 의학교수들도 자신의 손에 피 묻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인체를 해부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이발사다. 중세의 이발사들은 ‘투잡’을 뛰었다. 그러나 의학교수들은 시체를 해부하는 일을 담당하는 이발사를 조수급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천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시체를 해부했다. 오류투성이로 가득한 인체 해부 지식을 바로잡은 베살리우스(1514~1564)는 자신이 직접 해부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의과대학 교수였다. 베살리우스 이전에 해부를 담당했던 무명의 이발사들은 의학사에 길이 남을 역할을 했다. 이발사들이 라틴 어를 쓰고 읽을 줄 몰라서 그렇지 대학교수들보다 신체 기관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고, 환자의 상처를 능숙하게 치료했다.

 

 

 

 

 

사진 출처: TV 지식용어 - 시사Ya (링크)

 

 

 

비록 그들은 대학에서 천대받은 존재였으나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외과 수술 기술을 잊지 않았다. 실전 감각이 남아있는 이발사들은 곪은 상처에 있는 고름을 제거하고, 방혈(防血)을 했다. 그때는 방혈을 정기적으로 하면 건강이 좋아진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이발사는 방혈 침으로 환자의 팔뚝에 있는 정맥을 찔러 피를 뽑았다. 1540년 프랑스의 메야나킬이라는 이발사 겸 의사가 처음으로 삼색 사인 볼을 만들어 이발소 문 앞에 내걸었다. 흰색은 붕대, 적색은 동맥, 청색은 정맥을 뜻한다. 긴급 환자들이 쉽고 빨리 알아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외과의사조합이 이발사 조합에 분리되면서 이발사는 머리 깎는 일만 했다. 삼색 사인 볼은 자연스럽게 이발소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라는 책에서도 이발소 삼색 사인 볼의 유래를 설명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의 대목을 살펴보자.

 

 

사용한 붕대들은 잘 빨아서 빨래걸이에 널어 말리는데, 바람이 휙 하고 불면 붉은 피가 묻은, 아니 이미 갈색으로 변했을 피가 묻은 하얀 리넨 붕대들이 어지럽게 빙빙 돌기도 했을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가 이발소 앞에서 만나는 삼색등처럼 말이다. 이제야 제대로 알았다. 이발소 삼색등은 방혈시술을 상징하고, 방혈은 이발사-서전(surgeon)의 특기였다는 것을. 그리고 수술실 앞이 아니라 이발소 앞에 삼색등이 남은 이유가 서전이 동업자인 이발사를 배신하고 떠나면서 내버려두고 왔기 때문이란 것을. (45~46쪽)

 

 

저자의 생각은 그럴듯하다. 방혈시술에 쓰면서 생긴 피 묻은 붕대가 바람에 의해서 돌아가면 이발소 사인 볼의 흰색과 적색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파란색의 의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삼색 사인 볼이 방혈시술을 상징하는 기호라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흰색, 적색, 청색의 정확한 의미를 꼭 언급했어야 했다. 이발사의 유래를 설명할 때 이 내용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저자는 삼색 볼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국제적 기호라는 사실 또한 알려주지 않았다. 삼색 볼을 내걸고 의사가 하는 일까지 겸한 이발소의 등장에 정규 의과대학 코스를 밝은 의사들은 탐탁지 않았다. 의사 흉내 내는 이발사들이 늘어나자 자신들 밥그릇이 뺏길까 봐 걱정되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서 외과의사와 이발소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을 것이다. 역할이 분리되는 과정에 이발사 일을 그만두고 정식으로 서전, 즉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배신’으로 보는 저자의 표현이 내용을 재미있게 하려고 썼다 해도 편협하게 해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의사들은 외과 업무에 완전히 손을 뗀 이발사들이 삼색 사인 볼을 고집하는 것에 반발했어야 한다. 이발소가 삼색등을 사용하는 이유가 과거의 영광에 대한 이발소의 자부심으로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여느 대학교수들보다 월등한 외과 실력을 갖췄던 시절이 있었다. 의학의 역사를 논할 때 이발사들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사를 겸한 이발사들의 존재를 그저 돌팔이로 취급하면서 지대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과거에 그들을 향한 차별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발사가 의사로 전환하는 일을 ‘배신’의 의미로 나쁘게만 볼 수 없다.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는 의사들도 잘 모르는 의학의 뒷이야기들을 현직 의사가 정리한 책이다. 이발소 삼색 사인 볼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뇨병, 보툴리눔 독소의 위험성 등 우리가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질병들도 소개했다. 의학과 관련 없지만, 외국인 최초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영국 의사 스코필드 이야기 같은 감동적인 글도 있다. 책의 편집 구성이 아쉽다. 책에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짧은 글은 저자의 주석이 되어주고, 이보다 더 긴 내용은 특정 용어를 부연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글들이 본문 중간에 끼어 있어서 본문을 읽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짧은 내용의 주석은 본문 밑에, 긴 내용의 부연 설명에는 ‘아시나요?’ 제목을 붙여 20가지의 이야기 후미에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딴죽 걸기

 

* ‘화약에서 그라비아까지’라는 제목의 글은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e)에 대한 내용이다. 폭약의 재료이자 혈관 확장을 위한 약으로도 쓰이는 이 물질을 흔히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부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식 명칭으로 ‘나이트로글리세린’이 있다. 전자는 세계표준인 IUPAC에 근거한 대한화학회 명명법을 따른 것이며, 후자는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단어다.  둘 다 사용해도 된다.

 

* “인체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빈치, 라파엘, 도나텔로, 미켈란젤로로 대표되는 화가들도 해부학을 익혔다.” (151~152쪽, 이 네 사람은 <닌자 거북이> 캐릭터 명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 세 사람 때문인지 도나텔로를 화가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도제 시절에 습작으로 그림 몇 점 남겼어도 이것만 가지고 전문 화가로 규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도나텔로는 정식으로 조각 제작 교육을 받은 조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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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1-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렴풋이 알기로는 이발사 투잡과 이발소 상징 기호의 최초는 스페인인데... 아닌가요?^^

cyrus 2016-01-05 20:59   좋아요 1 | URL
삼색 등이 정식으로 나오기 전에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이발사들은 외과 수술을 겸한 일을 했습니다. 삼색 등을 처음 만든 사람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언급한 문헌은 찾지 못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1:04   좋아요 0 | URL
대체 전 어느 책에서 봤는지 ㅠㅠ

cyrus 2016-01-05 21:05   좋아요 1 | URL
혹시 책제목을 아신다면 알려주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믿을 수가 없거든요. ^^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1:07   좋아요 1 | URL
넵, 책 제목 꼭 생각해 내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1:26   좋아요 0 | URL
방금 생각난건데요. 스페인 도시 배경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때문에 제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근거 없는 불명확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ㅠ

해피북 2016-01-06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발사가 해부도 했었다니 참 신기한 일이네요. 또 이발소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던 삼색 사인볼에도 의미가 숨어있다니 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6-01-06 16:37   좋아요 0 | URL
긴 글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1-06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 때까지는 이발소를 다녔습니다만. 여기서도 나이든 분들이나 barber shop을 갑니다. 대부분 스타일리스트를 표방하는 곳이나 저가형 체인미용실로 가구요. 포악했지만, 스탈을 따지던 옛스러운 시절엔, 좀 나가는 남자라면 오전에 barber shop에 들러서 머리를 하고 면도를 했지요.ㅎㅎ

cyrus 2016-01-06 16:42   좋아요 0 | URL
이발소 아저씨들은 남자 손님만 오면 항상 일정한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다듬어요. 그래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발소 가는 날이 부담스러워요. 자기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
 

 

 

 

 

 

 

Circle Of Life (The Lion King OST)

 

나~~~~~~~~~~주 평야 발바리 치와와

 

 

 

디즈니의 만화 <라이언 킹>에서 사자 무리의 왕은 수사자다. 그러나 실제 사자 무리는 철저한 모계 사회다. 새끼의 양육에서부터 사냥까지 암사자는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그러면 수사자는 뭐하냐고? 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쉰다. 수사자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는다고 해서 ‘백수(白手)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이 아니다. (사자의 별명 ‘백수의 왕’에서 ‘백수’의 한자어는 ‘百獸’다) 또한 수사자의 사냥 실력이 암사자보다 부족해서 사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수사자는 새끼들을 돌본다. 암사자가 사냥하러 나가면 새끼만 혼자 남기 때문에 굶주린 육식동물들에게 공격당하기 쉽다. 수사자가 게을러 보여도 종족 보존 본능이 나오는 순간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수사자는 새끼를 필사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수사자 무리들이 새끼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들은 많게는 열 마리가 모여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면서 생활한다. 이 사자의 무리를 ‘프라이드(Pride)'라고 한다. 수사자 무리들은 형제 또는 사촌 관계다. 그러나 수사자 무리에 혈육의 정은 없다. 수사자들은 자신들의 프라이드를 침범하는 또 다른 수사자 무리가 있으면 전력투구한다. 이 싸움의 승자가 사자 무리를 지배하는 우두머리가 된다. 기존의 우두머리 수사자가 외부 세력에 밀리면 암사자와 새끼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젊은 수사자들로 구성된 세력이 기존 수사자 세력을 제거하고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극하면, 기존 수사자 세력의 새끼들을 죽인다. 새끼들을 제거해야 젊은 수사자는 암사자와 교미를 할 수 있다. 새끼를 제거하지 않으면 암사자들은 자신의 새끼를 돌보느라 교미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새끼를 없애면 암사자의 발정기가 찾아온다. 사냥이 가능할 정도로 자란 새끼 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리에 이탈하기도 하며, 일부 암사자들은 수사자 몰래 새끼를 보호하기도 한다.

 

 

 

 

 

 

 

 

 

 

 

 

 

 

 

 

 

 

 

 

종족 번식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사자의 삶을 생각하면, 만화 <라이언 킹>의 주인공 심바가 어린 시절부터 시련을 겪게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심바는 사바나의 프라이드 랜드(Pride land)를 다스리는 무파사의 아들이다. 무파사의 동생이자 심바의 삼촌인 스카는 형의 자리를 위협한다. 결국 스카가 꾸민 계략에 걸린 무파사는 죽고 심바는 홀로 도망친다. 아버지의 복수를 가슴에 품은 심바는 다시 사바나의 왕관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라이언 킹>의 줄거리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설정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심바는 햄릿 왕자, 스카는 왕자의 삼촌 클로디어스 왕, 무파사는 삼촌에 의해 독살당한 햄릿 왕자의 선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심바의 어머니가 만화에 등장하지만, 이름이 없다. 사자 세계의 현실대로라면 심바의 어머니는 스카의 아내가 되고, 스카의 자식을 낳게 된다. (이런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라이언 킹>은 동심파괴급 만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심바의 어머니는 《햄릿》의 왕비 거트루드와 연결되는 캐릭터인 셈이다. 클로디어스는 미망인이 된 거트루드와 결혼하여 햄릿의 의붓아버지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심바가 어른이 될 때까지 티몬과 품바가 키운다. 원래 무리에서 벗어난 수사자는 거의 혼자서 생활한다. 어미에 의해 살아남은 새끼는 암사자들로 구성된 크레슈(crèche, '탁아소', '아기 예수가 탄생한 외양간의 구유'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하는 양육저장소에서 키워진다. 아시다시피 심바는 아버지의 복수를 갚는 데 성공하며 프라이드 랜드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심바는 자신의 소꿉친구인 암사자 날라(다행히 오필리어처럼 미치지 않았다)와 결혼하여 딸 키아라를 낳는다. 만화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만, 현실 속 사자들은 이런 행복한 시간은 길게 누리지 못한다. 새로운 수사자 세력들이 우두머리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수사자들이 태평하게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수사자들은 자신의 위치 그리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경계해야 하고, 외부세력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사자 세계에 라이언 킹은 없다.

 

 

※ 야생 사자의 삶을 실감나게 소개한 책으로 NGO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마지막 사자들》(글항아리)이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서 책 제목만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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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2-3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짤방? 너무너무 귀엽네요ㅠㅋㅋ

cyrus 2015-12-31 20:21   좋아요 1 | URL
재미있는 사진이라서 가져왔습니다. 고양이의 눈빛이 웃기고 귀여워요. ^^

cyrus 2015-12-3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G : `NGC(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를 `NGO`로 잘못 썼습니다.

비로그인 2015-12-3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웃으실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cyrus 2016-01-01 14:55   좋아요 0 | URL
아리님, 새해 인사 고맙습니다. ^^

yureka01 2015-12-3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로 가서 사자 사진 찍고 싶으네요......ㅎㅎㅎ

한해 수고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소개 받아서 즐거웠어요..


cyrus 2016-01-01 14:58   좋아요 0 | URL
그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책들 알려주세요. ^^

물고기자리 2015-12-3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랑하시는 cyrus 님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ㅎ 내년에도 기대 많이 할게요^^ 새해에도 책 읽는 즐거움과 cyrus 님의 일상이 두루두루 충만하시길 바랍니다ㅎ

cyrus 2016-01-01 15:01   좋아요 0 | URL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ㅎㅎㅎ 저는 남들 읽는 책은 안 읽어요. 새해 인사 고맙습니다. 물고기자리님. ^^

서니데이 2015-12-3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올해가 조금 남아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올 한해 제 서재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6-01-01 15:05   좋아요 1 | URL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이 제 글과 댓글에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셨으니까요.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에이바 2016-01-0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언킹과 햄릿이 유사하군요.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글을 쓰시는 cyrus님 덕분에 즐거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cyrus 2016-01-01 15:09   좋아요 0 | URL
알리딘에서 활동하는 다독가들에 비하면 저는 어설픈 서생입니다. 많이 노력해야합니다. 새해 인사 고맙습니다. 에이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초딩 2016-01-0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6-01-01 15: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해피북 2016-01-0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라이언 킹`과 `햄릿`이 비슷한 구도 였다니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자 제가 `라이언 킹`과 햄릿을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ㅋㅋ 올 해 정말 바쁜 해가 될거 같아요. cyur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이런 재밌는 이야기 마구마구 들려주세요^~^

cyrus 2016-01-01 15:12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라이언 킹이 햄릿을 모티프로 한 만화작품이란 사실을 알았어요. 올해에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바쁜 다독다난(多讀多難)할 것 같네요. 해피북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짝짓기 -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2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바나나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이 바나나가 미래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놀랍게도 바나나의 멸종위기설이 이미 수년째부터 제기되어 왔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지역인 중남미 지역에 곰팡이 질병이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농부들은 바나나를 비닐포장지로 감싸고 해충 제를 뿌리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바나나 멸종위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생 상태의 바나나 역시 곰팡이 질병에 시달렸다. 1950년대에 바나나가 수출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율이 저하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량 품종이 캐번디시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 품종이 캐번디시다. 캐번디시는 야생 바나나보다 맛과 향이 좋다. 그러나 캐번디시 바나나도 곰팡이 질병에 취약했다. 이 곰팡이 질병은 야생 바나나를 공격했던 곰팡이와 다른 새로운 형태다. 바나나가 멸종위험에 쉽게 처하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에 있다. 인간은 맛 좋은 바나나를 얻기 위해 정상적인 바나나의 번식에 의도적으로 손댔다. 오늘날의 바나나는 유성생식(암수 개체의 생식 세포를 결합하여 자손을 번식시키는 방식)을 하지 못한다. 바나나는 씨가 없다. 오직 꺾꽂이 방식으로만 재배된다. 결국, 전 세계 모든 바나나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한 바나나의 복제품이다.

 

유전적으로 같은 바나나만 재배할 경우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면 바나나 개체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 아무리 강하고 유전조건이 우수한 바나나라 할지라도 복제품만 존재할 경우 새로운 질병에 적응할 짝이 없어서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품종을 유지하고 교배시키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바나나를 보존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이처럼 생물 다양성의 파괴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과 사례는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 사태.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려고 유전적으로 균일한 씨감자를 밭에 심었다. 이 감자에 잎마름병이 침입해 감자가 전멸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했다. 이 최악의 사태로 인해 아일랜드인들이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미국에 아일랜드계 이민이 많아지게 된 이유다. 잎마름병은 살균제로 해결됐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살균제에 내성이 있는 균주가 생겨나 1990년대 전 세계 감자 수확량이 15%나 감소하였다. 이래도 생물 하나쯤의 멸종이 인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환경 조건에 따라서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 있다. 이들은 유전자의 발현을 달리하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10주 이상 교미하는 대벌레, 여왕벌의 몸에 자신의 정자를 뿌려놓고 죽는 수벌들, 암컷의 배에 뾰족한 생식기를 찔러 정자를 주입하는 수컷 빈대. 짝을 찾고 번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물들도 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 개미의 페로몬, 수컷 유럽풍선파리가 암컷에게 주는 선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짝을 유혹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번거로운 유혹부터 시작해 기묘한 짝짓기를 하면서까지 고통을 감수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위한 개체 창조의 몸부림이다. 유전자 다양성은 동물의 진화에 있어 필요한 요소다. 대다수 동물은 유혹과 짝짓기라는 피곤한 행위를 선택했다. 짝짓기를 통해 서로의 유전자를 섞어 환경의 변화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적응 방식을 찾지 못하거나 인간의 손에 의해 번식하는 종은 절멸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인간이 유전적 다양성의 섭리에 도전해 자초한 재앙이다. 산란이든 고기용이든 돈 버는 축산은 닭을 생명체로 여기질 않는다.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현대축산은 유전적 다양성을 거부한다. 오로지 단일품종만 키우기 때문에 다양성 결여로 역병에 매우 취약하다. 공장식 축사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돌면 닭들은 삽시간에 전염돼 죽게 된다.

 

유전적 다양성은 지구 상 모든 생물들(인간도 포함)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진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젠더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동물, 인간을 포함한 이 세계에는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성도 있다. 성 소수자 차별은 진화에 관한 무지와 편견에 의해 지탱된다. 진화는 단순히 강한 생물체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즉, 힘이 있고 우수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학설이 아니다. 블루길은 큰 수컷, 중간 크기의 수컷, 작은 수컷, 암컷 네 가지 형태를 보인다. 이중 중간 크기의 수컷은 큰 수컷의 영역에 접근해 구애 행동 후 함께 산다. 암컷이 함께 있을 때는 셋이 함께 구애 행동과 짝짓기를 하기도 하며 영역을 공유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 중 하나인 보노보는 동성애를 한다. 동물의 동성애는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무리의 혜택을 공유하며 더 잘 생존한다. 이렇게 되면 성 선택 이론을 제시한 찰스 다윈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다윈은 동물과 인간이 짝을 얻어야 건강한 형질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연에는 다양한 동성애 관계가 있다. 그리고 상어, 코모도도마뱀처럼 수컷 없이도 처녀생식을 하기도 한다. 다윈의 성 선택 이론에 따르면 이런 동물들은 도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젠더의 등장은 돌연변이나 기형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다양성의 한 일부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성별에 대한 이분법으로 성 소수자들을 기형이나 변태로 생각한다. 어느 집단은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루어지면 인간과 세상이 망한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우익들이 사랑하는 천조국은 망하겠군) 인간 역사가 대단할 것 같지만 길게 잡아 300만 년이다. 그중에 원인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만 년에 불과하다. 지구 나이 46억 년과 우주 나이 150억 년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생명체들을 인정하면서 좀 더 겸손해져야 할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누가 더 잘 사고 생존에 강한지 비교우위를 따지면서까지 서로 으르렁거릴 필요가 없다.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모든 존재의 파멸을 초래한다.

 

 

 

 

 딴지걸기

 


※ 주변 환경과 경쟁 대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대상이 변화를 시도해도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현상을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가설을 제안한 사람을 ‘윌리엄 해밀턴’으로 적혀 있다(30쪽). 해밀턴이 붉은 여왕 가설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한 사람은 맞다. 하지만, 이 가설을 가장 먼저 생각했고,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인물 이름을 빌려서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리 반 베일른이라는 진화학자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사랑, 그 혼란스러운》 참조)

 

※ 115쪽에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를 ‘유투브’라고 썼다.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르면 ‘유튜브’라고 써야 한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의 어머니 이름은 세멜레(Semele)다. 책에서는 ‘세밀레’로 되어 있다. (162쪽)

 

※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천남성이라는 식물이 있다. 181쪽에 천남성의 모습이 있는 사진이 있다. 사진 하단에 천남성을 알리는 문장이 있는데 ‘천남생’으로 잘못 적혀 있다.

 

※ ‘교미 기회 얻고’ (227쪽,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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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12-3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그 다양성을 아직 -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나도 - 이해하고 또 존중하기에는 많이 이른 것 같습니다. :-)
갑자기 바나나 먹기가 좀 지루해지려고해요. ㅎㅎㅎ

cyrus 2015-12-31 13:20   좋아요 0 | URL
그 부분에 대해서 알아야 할 현상들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합니다. ^^

해피북 2015-12-3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예전에 책에서 바나나 위기설을 읽은 적 있는데 바나나가 없는 세상은 너무 슬플 것 같아요. 그리고 딴지걸기를 읽으며 생각한건데...정말 대단하세요 ㅎㅎ

cyrus 2015-12-31 13:2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만든 출판사가 서평 이벤트를 자주 해요. 신간도서가 나오면 이 책의 서평을 써줄 독자를 선정합니다. 저도 이 책을 신청하려다가 안 했어요. 만약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으면 제 글을 읽은 출판사 직원은 당황했을 겁니다. ^^

마립간 2015-12-3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나리도 바나나와 같은 상황이죠.

cyrus 2015-12-31 13: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