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지막 강의 였고 나는 공부하러 가기 싫었다. 아, 너무 가기 싫어...가기 싫었어. 그래서 같이 듣는 친구1에게 '가지 말고 놀까' 라고 답을 보냈지만, 친구는 '내일 놀고 오늘은 공부하자' 라고 했다. 으어어어엇. 그래서 일단 강의실이 있는 마포로 이동했지만, 가면서도 끊임없이 가기싫다 가기싫다 생각했고, 마포 가서 그냥 혼자 놀까....여차하면 혼자 놀자......생각하며 가까스로 마포로 갔는데, 친구1과 친구2가 어서 와라, 오늘 강의 재미있을 거다 자꾸 그래가지고...내가 진짜 터덜터덜 .... 갔다. 가기싫다...하면서 갔어....



갔는데, 가기 싫은 마음을 꾸역꾸역 누르고 가서인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아서, 초반에는 스페인에 있는 친구에게 보고싶다고 징징대는 문자를 넣었고, 나 집중 안되는거 세상에 다 소문났는지, 그 시간에 업무전화가 와서 한 통 받았고, 여덟살 조카에게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갔다. 다섯살 조카가 입술이 찢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가족들 모두 병원에 있다고. 어? 뭐라고? 나는 조카와 전화를 끊고 제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제부도 회식 하고 있다가 전화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왔다며, 다섯살 조카가 제 엄마에게 걸어오다가 왜그랬는지 넘어졌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입술이 크게 다쳤다는 거다. 병원에서는 세바늘 정도 꼬매야 한다고 했다는데, 아직 아이다보니까 마취가 필수라고... 꼬매는 것도 꼬매는 거지만 아이에게 마취를 한다는 게 영 찜찜했는데, 그래도 정신 차리고 집에 잘 왔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휴...



아, 어쨌든.



친구2가 내게 '역사를 유독 재미없어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진짜 그런가보다. 지난번에 집중 못한 강의도 역사에 대한 거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3.1 운동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의 운동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와 나는 또 집중을 못하겠어. 그러다가 현대로 넘어와서 급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미러링과 아카이빙에 대한 얘기부터 내 눈이 초롱초롱 정신 집중 뽝!


역시 강의를 듣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게, 이 강의를 들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게 됐기 때문이다. 미러링은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가졌는데 곧 아카이빙이 등장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권김현영 쌤은, 일단 페미니즘을 알고 나면 그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라고 하셨다. 덧붙이시기를, 그러나 우리는 '멈춰있을 확률은 있다'고. 그러니까 끊임없이 개인과 집단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거였다. 어떤 것이 나을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는 새로운 개인이 되고 또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지금은 나쁘게 쓰이고 있지만, 이 언어에 발끈하기 보다는 '어,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의 적은 남자고, 우리는 모두 서로 친구이기만 할 순 없어,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해' 라고 대응하면서, 그 언어를 '나쁜 뜻'에서 다시 가져오자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 알겠어서 좋은 거다. '보지'에 대한 언급도 그랬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보지는 혐오의 발언으로 쓰일 수 있지만, 자꾸 등장하고 공론화 시키면 그것을 혐오의 단어에서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거였다. 



좋은 토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좋은 토론이란 '내 생각은 너와 달라'가 아니라고 하셨다. 이건 그냥 '너는 그렇게 생각하든지'의 의미이니까, 우리는 정말로 상대의 생각과 의견이 궁금할 때, 그때 좋은 토론이 성립할 수 있다는 거였다. 토론은 그렇게, 그럴 때 해야 한다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근거를 들이대고 '이게 맞아' 하기 보다는, '너는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 하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기기 위한' 토론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이 정말 궁금할 때' 토론을 하라고.


마찬가지로 좋은 질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좋은 질문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게 강남역 살인사건 이었는데, 여기에서 많이 나왔던 질문, '범인은 조현병이었나', '범인은 왜 그 여자를 죽였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보다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는 거였다. 


왜 그 많은 여자들이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붙였을까?


이 질문은 확실히 그 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데 아주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아 또 내가 잘 정리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먼... 계속해서,



여성은 다양하다, 차이는 중요하다, 더 작게 나뉘어 더 많이 토론하라 고 강의를 마치는데, 끝으로,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나 역시 내가 가야할 길을 새로이 다잡을 수 있었다. 그간 뭐랄까, 너무 한쪽 성을 미워하면서 진짜 혐오하는 마음이 되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은 있고, 그러다보니 내가 내 갈 길을 잃고 헤매이는 기분도 종종 들곤 했던 거다. 내 안의 모순과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그런데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들으니, 내가 내 안의 혐오를 다스리면서, 지금처럼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구나, 싶어지는 거다. 토론, 질문, 사랑까지... 마지막 삼십분은 진짜 너무 좋은 강의였다. 역시 듣기를 잘했어...




여성운동의 역사를 죽죽 듣고 있다가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 게 '도끼의 여왕' 이었다. 1869년 미국에서는 '금주당'이 만들어지는데, 여성들이 벌인 운동인 것. 이게 가만 보니 남자들이 술을 먹고 여자들을 때리고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거다. 그래서 술을 못마시게 하는 당을 만들어 운동을 했던 건데, '캐리 네이션'이 도끼를 들고 술집을 다니면서 막 다 때려부쉈다는 것. 술 못먹게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여자가 덩치도 커서 남자들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키가 18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1977년 미국에서 있었던 <커피 끓이는 법>을 가르치는 운동도 재미있었다. 한 비서가 상사의 커피 끓여오라는 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 거다. 이에 여자들이 들고 일어난다. 남자들은 '커피를 여자가 더 잘 끓이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고 하길래, 이에 여자들은 강의실을 빌려 '커피 끓이는 법'을 강의할테니 모두 오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거기에 오는 남자들은 없었고, 그래서 '너네는 못끓여서라고 하지만 배울 생각도 없지 않냐' 라고 했다는 것. 아, 여자들 진짜 너무 똑똑하다... 이것도 자료를 검색해 넣고 싶지만 못찾겠네...




그리고 위계질서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이승기의 노래 '너라고 부를게' (제목이 이거 맞나?) 를 예로 들면서, 연하의 남자가 연상의 여자와 사귀게 되면,


'이제 누나라고 안부르고 너라고 부를게' 


라고 말하는 게 너무 당연해진다는 거다. 그런데 반대로, 연하의 여자가 연상의 남자를 사귈 때,


'이제 오빠라고 안하고 너라고 부를게'는 있지 않다면서. 



이거 생각하는데 갑자기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도 자유롭지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네 살 연하를 사귀던 시절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나를 '너'라고 부르고 나는 '~씨' 라고 불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살 연하 사귈 때(응?) 그는 내게 '너'라고 하지 않았는데, 네 살 연하 이 좌식은 나한테 너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의 기본은 내게 반말이었고 나는 그에게 존대가 기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포지션은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찬란한 시절이었지...찬란했던 나의 봄날이었어...아름다웠다.........어쨌든, 갑자기 열 살 연상의 남자 사귀면서 '너라고 부를게' 이러고 싶은데, 뭔가 이러면서 소심한 복수 같은 거 하고 싶은데, 그런데 열 살 연상의 남자는 결코 사귀고 싶지 않다는 게 함정... Orz




자,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제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방금 막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등록되었습니다. 훗.
















일단, 저 표지의 인물이 저냐고 또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는데, 네, 저 아닙니다. 저 아니예요. 저 아닙니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내놓고 나니 첫번째보다 더 쫄리고 두렵네요. 후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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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4-13 09: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뭐 달리 어떤 말을 더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포스트잇 2017-04-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책 출간하신거 축하드려요. 관계..., 저와 작가님과는 알라디너 ㅎㅎ

다락방 2017-04-13 09: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우리는 다정한 알라디너 ♡

블랙겟타 2017-04-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아.아니..이작가님. ㅎㅎ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٩(๑˃̶͈̀◡˂̶͈́๑)۶
가기 싫은 마음을 꾸역꾸역 누르고(?) 가신 덕분에 제가 강의의 내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ㅎㅎ
평소에 다락방님의 좋은글 무료(!)로 읽고 있었으니 따끈따끈한 새책 구매로 보답해드릴께요~^^
(위에 커피 끓이는 법 운동을 심심해서 찾아보니 ‘자유를 위한 탄생‘이라는 책 중에 내용이 잠깐 나오더라구요.)
https://goo.gl/Il3OFe

다락방 2017-04-13 10:3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랙겟타님. 책 구입은 감사드리고요, ㅋㅋㅋㅋㅋ
링크 역시 감사드립니다. 저는 검색 바보라 검색 잘 못하는데, 블랙겟타님은 금세 찾아내셨네요. 후훗.
여성운동 역사는 재미있더라고요. 저렇게 재미있는 게 툭툭 튀어나왔어요. 물론 집중을 잘 못해서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다 흡수하진 못했지만 ㅠㅠ
잠시 쉬다가 또 강의 있으면 찾아가서 듣고 나눌게요. 헤헷.
고맙습니다!

레와 2017-04-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____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7-04-13 10:37   좋아요 0 | URL
히죽히죽 ^__________^v

아무개 2017-04-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책은 페미니즘으로? ^^

다락방 2017-04-13 10:38   좋아요 0 | URL
저도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긴 합니다만, 게으른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하핫.

몰리 2017-04-1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 드립니다. ^^
표지는 다락방님과 아주 (아주 아주) 닮았지만 다른 분이신 건가요?!
(비슷한 느낌인 듯해요... 서재에서 본 몇몇 사진 속의 다락방님과..)

다락방 2017-04-13 10:39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몰리님. 헤헷.

표지는 저와 아주아주 다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뭐랄까, 저 표지에서 주는 어떤 분위기? 우아함? 같은 걸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아하하하핫. 아하하하핫. 어쩐지 부끄럽네요. 하핫.

스윗듀 2017-04-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친한척하고싶다...!!!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7-04-13 10: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스윗듀님. 우리는 이미 다정한 사이 ♡

지나다가 2017-04-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지민과 시우민이 같이 부른 ‘야 하고 싶어‘ 라는 노래가 있어요! 한참 연하의 여자가 연상의 남자한테 이제 야 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는 노랩니다. 재밌지요? ㅎㅎ 출간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7-04-13 10:48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노래가 있습니까? ㅋㅋㅋㅋ 퇴근길에 찾아 들어봐야겠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hnine 2017-04-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했던 일입니다^^

다락방 2017-04-13 11:21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무해한모리군 2017-04-1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면 다 반말하는거 아니예요? 전 이름 부르는데ㅋㅋㅋㅋㅋ
(전 막대먹은 부하이기도 한지 은근슬쩍 선임한테도 반존대)

책은 장바구니로 직행하며 축하드립니다.
아주 긴 편지를 받는거 같은 기쁨입니다.

다락방 2017-04-13 12:2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사귀는 상대마다 좀 다르게 나타나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반말이 베이스고 누군가에게는 존대가 베이스고. 그런데 기본적으로 좀 섞어쓰는 경향은 있어요. ㅎㅎ
네 살 연하와도 섞어썼구요. 베이스가 존대였지..

장바구니에 넣으셨다니, 후훗, 고맙습니다. 책을 읽고난 후에도 기쁘셨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합니다.

낭만인생 2017-04-1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글이 엄청 재미있습니다. 믿고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재미있다고 해주시고 또 바로 주문까지 해주셔서! 제가 진짜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작가님, 드디어 두번째 책이 나왔군요. 진심 축하드립니다!!!
100쇄 도전! 아자아자!!! *^^*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100쇄도전... 하아- 무명의 블로거에겐 너무나 먼 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보겠습니다. 도전!

건조기후 2017-04-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ㅎㅎ 책 예뻐요 :)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헤헷, 늘 고맙습니다, 건조기후님.
:)

서니데이 2017-04-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 잘 팔려야 할텐데요. 아하핫

moonnight 2017-04-1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나잇님. 이제 열심히 팔아보아야지요. 훗.

프레이야 2017-04-1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 물은 거 취소에요 ㅎㅎ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Forgettable. 2017-04-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헿 드디어 나오는군요. 진짜 대단해..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뽀게터블도 엄청 대단합니다.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살고 있잖아요!
축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7-04-14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다 읽었더니...짜잔~~ 두번째 출간소식이 나왔어요!! 축하하며 장바구니로~~♥♥

다락방 2017-04-14 08:3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장바구니가 되겠군요. 헤헷 ^^v

노란곰 2017-04-1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ㅡ 언제 2권 나오나 했는데 드뎌 나왔네요^^ 축하드려요, 작가님^^ 2권도 꼭 사는걸로 헤헷!

다락방 2017-04-14 15:56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노란곰님. 헤헷.
2권 사서 읽겠다고 하시는 말씀, 역시 감사하고요.
아무쪼록 좋은 독서의 시간이 되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걱정걱정.
헤헷.

비공개 2017-04-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정말 부지런하시고 대단하셔요^^

다락방 2017-04-14 16:30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맙습니다. 대단하진 않지만 제가 꾸준한 사람이긴 한 것 같습니다. 이히히히히 ^^v

시이소오 2017-04-1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나요? 몬 책인데 다들 읽고싶다고 난린가, 했더니 다락방님 두번째 책이었군요. 헐~~
미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ㅠㅠ
직장일 하시면서 책 쓰시느라 고생하셨겠어요.
열독하겠습니다^^

다락방 2017-04-14 17: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읽고싶다고 난리라니, 시이소오님, 과장이 지나치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책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는 세번째 책에 대한 구상이 끝났습니다. 하핫. 부지런히, 열심히 읽고 써야겠어요. 불끈!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시이소오님. 그러나 그것이 저자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죠. 긴장됩니다. 두근두근.

비로그인 2017-04-1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짱 축하드려요~~~ ♥.♥
(전 연상의 남자에게 너라고 부르고 있네요ㅋ)

다락방 2017-04-16 00:16   좋아요 0 | URL
우와 짱 멋져요, 아른님~ 헤헷
축하 감사드려요 :)
 
















나는 『위르쉴 미루에』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베껴놓기로 했다. 책을 베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방 안을 뒤져 종이를 찾아보았지만 부모님에게 편지를 쓸 때 사용할 종이 몇 장밖에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점퍼의 양가죽에 직접 옮겨 쓰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주었던 그 점퍼의 겉면에는 길고 짧은 양털이 뒤섞여 있었지만, 안쪽은 털이 없이 매끈한 가죽이었다. 안쪽 가죽은 군데군데 갈라지거나 해져 있어서 글을 쓸 자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옮겨 쓸 만한 본문을 선택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위르쉴이 최면상태에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쓰기로 했다. 나도 위르쉴처럼 침대에 잠든 채 오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리 집에 가서 어머니가 뭘 하고 계신지를 보고, 또 부모님과 함게 저녁 식탁에 앉아 그분들의 앉은 자세라든가 반찬이나 접시 색깔을 관찰하고 음식 냄새를 맡고 그분들의 대화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위르쉴처럼 꿈을 꾸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을 보고 싶었다. 

늙은 산양가죽에 만년필로 글씨를 쓰기란 쉽지 않았다. 가죽은 윤기가 없고 꺼칠꺼칠해서 가능한 한 많은 본문을 옮기려면 깨알같이 작은 글자로 써야 했는데 그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소맷자락까지 글로 가득 채웠을 때는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몹시 아팠다. (p.82-83)




'마오와 그의 당원들의 저서, 순수한 학술서를 제외한 모든 책이 금서'(p.70-71) 였던 때에, 주인공은 친구 '안경잡이'로부터 발자크의 소설을 빌려 읽게 된다. 함께 지내던 친구 '뤄'와 번갈아 그 책을 읽고는, 너무 좋아서 어디에 옮겨적을까, 하고 양가죽 점퍼에 몇 문장만 발췌해 적고 책을 돌려준다. '뤄'는 당시에 좋아하던 바느질하는 소녀에게 그 책을 읽어주고 싶지만 책을 이미 주인에게 돌려준 터라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 하고, 이에 주인공은 자신의 양가죽 점퍼를 내어준다. 그 점퍼를 들고 뛰어가, 뤄는 바느질 하는 소녀에게 발자크 소설의 지극히 일부를 들려준다.


모든 책이 금서였던 그 때에 발자크의 소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었고, 그러므로 비밀가방에 꽁꽁 숨겨두고 지냈었는데, 주인공과 친구 뤄는 안경잡이로부터 다른 소설을 또 빌려 읽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 않다.



글을 알면 글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었던 때에 발자크의 소설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고 위로이고 욕망이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양가죽 점퍼에 옮겨 적는 건 너무나 공간이 작지 않은가. 옮겨 적을 수 있는 분량도 적었을 터. 아...얼마나 감질났을까.....



나는 이 책의 절반정도를 읽었는데, 앞으로 남은 절반 정도에 어떤 이야이가 있을지 기대된다. 그보다는 사실, 누구의 어떤 책을 이들이 또 만나고 읽게 될지, 그게 너무 궁금해. 등장인물들이 책에 빠지는 걸 보는 건 너무 즐겁다! 그런데..나 아직 발자크를 안 읽어봤어. 위르쉴 미르에가 발자크 책의 제목이며 동시에 등장인물의 이름이기도 한 모양인데, 발자크의 책은 어떤 게 있는지 자,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어보자.



















아니, 나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고리오 영감》 읽었잖아 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나귀 가죽》갖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읽고 가지고 있는 작품의 작가였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나왔던 위르쉴 미르에는 아직 번역된 게 없는가보다. 궁금하구먼.... 



다음 읽을 책은 자연스레 나귀 가죽으로 결정되는건가....




그나저나 나도 필사를 한 번 해볼까....



음...




귀찮군.....



그냥 읽기만 하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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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1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기만 하자, 나는... two.

다락방 2017-04-12 17:13   좋아요 0 | URL
사둔 책 읽기도 못하고 있는데 필사 생각은 왜했나 몰라요. 워워~ ㅎㅎ

hellas 2017-04-1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사... 빠른 포기 응원합니다>_<

다락방 2017-04-12 17:14   좋아요 1 | URL
포기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제가 필사를 시도하려 하거든 말려주세요. 이만 총총. ㅎㅎ

단발머리 2017-04-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에선가 공지영 작가님이 <고리오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읽고 도전했다가 포기한 1인입니다. ㅠㅠ
다락방님~~~ 오호~~~
진짜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이군요.
오상진 부럽지 않아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4-12 17:14   좋아요 0 | URL
고리오 영감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 생각이 1도 안나네요. 집에 가서 다시 읽어볼까... 하다가, 아니,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무슨 정신으로 다시 읽는단 말인가! 하고 사뿐히 넘기려고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7-04-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필사를 위해 필사도구들을 구매하기 전에 포기해서 다행일지도 몰라요 (필사노트만 사둔 1인

다락방 2017-04-12 17:15   좋아요 0 | URL
크- 필사노트를 사두셨군요, 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말씀하신 대로, 저는 도구를 갖추지 않고 포기해서 다행이에요. 아하하하하. 그런데 갑자기 하고 싶어지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17-04-1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재밌게 읽었어요! 저 역시 발자크 검색했구요, 집에 있는 발자크 보고....반갑더라구요;;;;새삼.

다락방 2017-04-13 09:46   좋아요 0 | URL
뒤에 절반 읽어야되는데 제가 어제부터 모든 일에 의욕을 잃어서 책 읽기도 싫고 공부하러 가기도 싫고 그랬어요. 아아, 나를 내버려둬야지... 하아-
그나저나 발자크, 나귀가족 좀 읽어봐야겠어요.

singri 2017-04-1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넘 재밌었어요 ㅋㅋㅋ발자크 읽어봐야지 그래놓고 전 검색도 안해봤다는 ㅋ

다락방 2017-04-13 09:46   좋아요 1 | URL
전 검색하고 집에 책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우엇 난 역시 짱이야!‘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이 준비성!!!

무해한모리군 2017-04-1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언급하셨던 사람아아사람아와 더불어 이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문화대혁명때 저 촌락에 던져졌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과연 엘리트주의물은 빠졌을지, 그 중몇은 권력의 승계를 다시 기어올라왔을때 그 촌락사람들을 기억해서 뭔가 해줬을지 이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다락방 2017-04-14 08:44   좋아요 0 | URL
지금 절반 읽고 멈춰있는 상태라서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올지 궁금해요. 그들은 또 책을 빌려읽게 될지...
사람아 아 사람아를 오늘 선물 받았어요.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책을 읽으며 발자크를 읽던 소녀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moonnight 2017-04-1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필사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데 읽은 책 독후감도 안 쓰는 주제에 필사는 무슨. 이라며 훠이훠이, 레드썬-_-; 저역시 그냥 읽기만 하는 걸로^^;

다락방 2017-04-14 08:44   좋아요 0 | URL
필사는...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저는 하다가 아마 ˝안해 안해!˝ 하고 집어던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을테고 그중에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관계의 시작도 있을 터이다. 이 책에서처럼 이미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맞닥뜨리고 나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만났지만, 혼수상태에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실에 우연히 들어온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음성과 목소리-모르는 여자에게 하는 이야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설정 자체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읽는 내내, 혼수상태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 상태-, '마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개정판 제목은 '천국 같은')》이 생각났어야 이 말랑한 로맨스에 내가 빠져들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가 자꾸만 생각났다. 즉, 공감보다는 짜증이 더 컸다는 거다. 



우리는 실체가 없는 대상과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에미'와 '레오'처럼 이메일로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하고, 영화 《her》처럼 목소리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다. 폰팅으로 데이트를 하던 시절도 누군가에겐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나는 눈 앞에 있는 대상, 재스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누워있는 여자에게 사랑이 생겨난다고 해서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서 그녀의 침대에 눕고, 아무리 '두 시간 정도는 호흡이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제멋대로 호흡장치를 떼내는 것을, 사랑의 연장선상과 과정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낭만을 치덕치덕 발라대느라 상대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로맨스가 될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럽게도, 누워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 역시 자신의 병실에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남자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건 책을 읽어 여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데, 여자 역시 사랑이 싹트고 있었으므로 이게 괜찮아질까? 글쎄? 여자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내 옆에 누워요' 라고 말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는데? 그러니 여자의 사랑 역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남자가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이 모든 일들은 낭만으로 포장되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여자가 아무것도 못한다. 아무것도 못해서 누워있고 눈도 뜨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해 숨만 쉬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기존에 사랑을 나누던 사이도 아닌데, 거기에 자꾸 가고 침대에 누워서 자???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서 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래서 여자의 집에 몰래 따라가 여자가 샤워하는 틈을 타 여자의 방에 몰래 침입해 그녀의 머리핀 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그러다가 샤워가 끝난 여자와 마주쳐 여자를 겁먹게 한다.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그는 그녀의 간병인이 되는데, 그녀의 머리를 잘라주고 손톱을 다듬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생리대를 갈아주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생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무성영화를 보고 와서는 의식 없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얘기해준다. 왜냐하면,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리고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친구에게 말하며, 급기야 그녀를 임신시키고 만다. 이게 남자가 모두 '사랑해서' 한 일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한 마디도 전달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무성영화 얘기를 해준다해도, 여자가 그걸 바랐는지 바라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대상은 일전에 자신의 방에 몰래 침입했던 남성이었다.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말하고,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를 임신시킨다. 그녀도 혼수상태에서 이 모든 과정에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허락하는 마음이 되었을지, 물론 모른다.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입 밖에 낸 적이 없고(낼 수 없었고!), 그러므로 남자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런데 '우리는 서로 사랑해' 라면서 임신을 시켜?



자꾸 이 영화가 이 책을 읽는데 겹쳐져서, 나는 작가가 쳐발쳐발한 낭만을 도무지 느낄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낭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설사 상대 역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들, 그 사실을 들은 적이 없으면서, 허락을 받은 적이 없으면서 제멋대로 자신의 사랑을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이 소설의 낭만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아버지는 이제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 "혼수 상태에 빠져도 다 들을 수 있고말고. 하지만 자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엘자는 본인의 선택으로 우리를 떠나가는 거야."

"엘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본인 선택으로 이렇게 됐다고 하실 수 있어요?" (p.251)




생명 연장장치를 떼어내기로 결심한 가족들에게 남자가 나서서 반대를 하는 장면이다. 엘자는 청각이 있었고, 속으로 물론 자신이 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므로 남자가 '엘자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한 말은 아주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그가, 그녀가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는 '침대에 함께 눕기'를 계속해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당신, 이렇게나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한 건 뭔데? 하고 반문하고 싶달까. 




이 책속에 그려진 '친구' 관계 만큼은 좋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주인공들에게 있었다. 주인공들의 삶은 그래서 하루를 더 살게 되고 또 연장이 되고 할 수 있었다. 친구, 좋네.. 하는 생각을 책을 읽다 여러번 했다. 그러나 그것이 주인공들의 연애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기들이 좋다는 데 내가 뭐랄 수 있을까마는, 내가 읽고 싶은 연애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다.




아,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런 얘기, 아무리 친하고 다정하고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막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너도 빨리 가족이 생기면 좋겠어." (p.150)



일전에 한 친구가 내게 '너도 빨리 연애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하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아니 ... 내가 '비연애' 상태라고 해서 왜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내 연애를, 내 결혼을 니가 바라지 않아도 된다. 


할 말이 없다. 늘 이렇다. 이래서 쥘리앵을 제일 친한 친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1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하물며 이 자리에선.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술집에서 질질 짤 수 있나. 수요일 저녁이란 말이다.
"그만 나갈까." 쥘리앵이 말한다.
"뭐?"
"너 울음 터질까봐."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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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7-04-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를 읽고 바로 [그녀에게]가 딱 떠올랐는데.. 역시.

전 패스!

다락방 2017-04-12 17:17   좋아요 0 | URL
친구에게 빌려 읽었는데 친구도 읽고 영 찜찜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에게 계속 생각나서 즐겁지 않은 독서였어요. -.-

2017-04-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7-04-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친년 ˝ 이란 말이 자동으로 나왔어요. 그 친구. 지금도 친구예요??^^

연애와 행복이 무슨 상관이죠? 저와 제 옆에 있는 그 분은 서로 ˝사랑해˝ ˝사랑해˝는 수만번 하지만, 제가 ˝ 행복해? ˝라고 물으면 ˝ 아니 ˝ 라고 대답하는 요즘입니다. 그 분의 ˝행복해?˝라는 질문에 저는 ˝참담해˝라는 대답이 나오더군요.

다락방 2017-04-13 09:48   좋아요 0 | URL
그 친구는 지금도 친구입니다. 그 당시에 니 기준을 나에게 적용하지 말라고 말했고요. 훗. 자기 딴에는 선의로 한 말이고 제가 한 말을 알아들었어요.
그나저나 얼룩말님, 옆에 누가 계시군요! 일상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또 서로에게서 행복을 찾으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거 참 안정적인 기분을 줘요.
:)

moonnight 2017-04-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읽지 않기로 합니다. ^^ 저도 영화 ‘그녀에게‘가 끔찍했어요ㅠㅠ;

다락방 2017-04-14 08:4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그 영화가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영화더라고요. 휴우-
 

하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숨부터 난다.

재미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인데, 여자가 침대에 몇 개월째 누워있기만 하는 '혼수상태'인 거다. 여자는 청각만 살아있는데, 여자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한 남자가 잘못 찾아들면서 이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에게서는 쟈스민 향기가 나고, 남자는 그 향기를 좋아한다. 이들이 아마도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 같은데, 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진행될 것인가. 혼수상태의 여자와 사랑이 '시작'된다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작에 일단, 일상을 공유하는 게 힘들지 않겠는가. 희망적이 될지(그러니까 여자가 기적적으로 깨어난다든가!), 절망적이 될지 모를 이 이야기를 내가 읽어도 좋을까. 나는 온갖 소설과 영화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가슴아픈 등장인물에게 크게 이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 이걸 내가 .. 감당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도대체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 시작되는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읽고 싶은데, 그런데 슬프고 안타까울까봐 시작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통화에서 망고남은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에 '오상진' 아나운서가 나온 얘기를 했다. 처음에 그가 자신의 애인을 처음 만나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귀게 됐다, 그런 뉘앙스의 얘기였다. 그러자 프로그램 엠씨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무어냐', '곧 결혼할 여친에게 빌려준 책이 무어냐' (이것이 정확한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물었고, 오상진은 이 책을 얘기했단다. 그런데 그 뒤에 엠씨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는 거였다. 아무도 이 책을 알지 못했던 것. 이 얘기를 망고남이 왜 내게 했냐면,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알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게다가 소설을 좋아하니까, 이 책을 당연히 얘는 알거야, 하는 생각으로 내게 했던 거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하는 적절한 반응, 또 내가 했으면 좋았을 반응은, 


"오, 나 그 책 알지. (혹은 읽었지). 그거 중국 작가가 쓴 소설이야" 였던건데, 


어디 사람의 일이 그렇게 생각대로 진행되어 지던가. 나는 '너는 (당연히) 알지?' 라는 그의 물음에 '나 모르는데?' 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제목이 힐링서 느낌이네' 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힐링서는 아닌 것 같던데?' 했고, 부랴부랴 내가 검색을 해보니, 소설이더라.





아...자존심 상해.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소설을 다 알 순 없지만, 당연히 그럴 순 없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서 아는 척을 똭- 해줬다면 완전 멋졌을텐데...몰라서 자존심 상해. 시무룩.... 그래서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그에게 나는 자기 주변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인데, 아아, 몰랐어, 이 책 존재도 몰랐어, 아아아아아, 자존심 상해. 부르르- 세상의 모든 소설을 죄다 읽어내고 싶다!!!! 으르렁-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어제 북플 친구가 이 책을 올리고 리뷰 쓴 걸 봤는데 급 호기심이 생겼다. 애정씬의 수위가 높다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또 그런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이 책의 소개를 보면, '불륜 로맨스'라고 되어 있더라. 어? 불륜 로맨스? .... 불륜 로맨스 라는 게 성립될 수 있는 단어인가? 자기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면 로맨스고, 누군가의 법적 배우자라면 불륜 이니까, 불륜 로맨스...라는 게 없을 순 없고, 있겠지만, 불륜 로맨스? 흐음. 따지고 보면 레오와 에미도 불륜이었고, 안나 카레니나도 브론스키와 불륜이었지만... 

이 책은 불륜 로맨스를 낭만적으로 그린 걸까????????? 뭔가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라기 보다는 사실 야한 걸 읽어보고 싶다.....










벌써 4월 중순인데, 이번 해에 아직 비염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어어? 비염 올 때가 지난 것 같은데? 혹시... 프로폴리스를 먹어서 내가 괜찮은건가? 


비염에 프로폴리스가 좋다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고, 아이허브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후기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잠깐 먹었었는데 내겐 큰 효과가 없이 비염은 잘만 찾아오는 것 같았던 거다. 그래서 잠깐 먹다 말았는데, 나이 들면서 뭔가 몸을 위해 비타민을 챙겨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과정에서 면역력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를 다시 먹어보자 생각하게 됐던 거다. 그래서 비염이 찾아오기도 훨씬 전부터, 한 3-4개월 된 것 같은데,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한 알씩 먹다가, 지금은 두 알씩 먹고 있다. 그런데 정말 비염이 안오는 거다. 아직 올 때가 아닌건가? 아니면 나 진짜 효과보고 비염 피해가고 있는건가? 궁금해진 나는, 내가 인터넷에 쓴 글들을 검색해봤다.


비염을 앓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때가 됐다 등등 글을 썼던 기억이 있던 터라, 알라딘이며 여기저기 내가 써둔 글들에 '비염'을 검색어로 넣고 검색했더니, 오오, 아니나다를까, 결과가 나왔는데, 봄에 내가 앓았던 때는 3월 이었어! 3월 초에 늘 비염을 앓는다고 써놨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4월 중순이야. 꺅 >.< 나는 프로폴리스의 효과를 보고 있는 거야!! 아아, 기록은 이렇게나 의미가 있어. 이렇게나 중요하다. 아아, 기록하는 나를 나 자신이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


내가 아이허브에서 주문하는 프로폴리스는 이것. 후기를 보니, 모든 염증에 좋다고 한다. 비염을 앓는 여러분 참고하세요.






(hellas 님 보시라고 추가한 사진입니다!)





아침에 동료 직원이 커피를 내렸는데, 커피향을 맡고 기분이 좀 좋아진다. 나는 정말이지 좋은 냄새로 기분이 금방 나아지는 성향이 있는데, 나같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어제는 길을 걷다 바람이 부는데 내게서 좋은 향이 나는 거다. 내가 내 귀 뒤에 뿌린 향수 냄새가 내 코끝으로 와서, 또 너무 좋았다! 좋은 냄새는 진짜 너무 기분 좋게해! 커피 향을 맡고 기분이 좋아서 동료에게, 이 커피 냄새 맡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 너도 좋으니? 물으니, 자기는 냄새 잘 못맡는다는 거다. 냄새 나는지 잘 모르겠다고. 아아, 그러나 나는 냄새를 잘 맡는다. 지독하게 잘맡어... 어디에서 보니까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식탐이 있다던데, 저로 들자면, 그 말은 사실이고요...



이 얘길 한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둘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친구의 집이 꽤 높은 층이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기엔 친구와 나 말고도 다른 아저씨 한 분이 타셨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 거다. 친구는 '떡볶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나는 '으음, 이건 떡볶이가 아니라 양념통닭 냄새인데?' 했고, 우리의 이런 대화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저씨가 나에게 '학생 코가 귀신이네, 내가 양념통달 가져가고 있어' 이러면서, 양념통닭이 든 봉투를 들어 보이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랑 나랑 빵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가 배달을 가고 계셨던 건지, 포장해 사가지고 가는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양념통닭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이런 내가 싫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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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4-1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하이랜더에 푹-빠졌습니다.
(불륜이지만 불륜아닌 로맨스입니다.무엇보다 여성이 연상에 리드하는게 완전 제 취향)

오상진은 저기 가서도 그 책 얘기를 했군요.
아무래도 읽은 책이 저 책 밖에 없는건지..ㅠㅠ
제가 비밀독서단 팬이라 빠지지 않고 봤는데 빠지지 않고 저 책 얘길 했어요.ㅎ

다락방 2017-04-11 09:59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오상진은 저 책만 읽은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저기서도 저 책 얘기만 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어요.

그나저나 불륜이지만 불륜아닌 로맨스는..뭘까요? 하이랜더 검색해봐야겠어요. 음, 근데 혹시 [아웃랜더]를 잘못 표기하신 거 아닌가요??? (아웃랜더라면 저도 읽었고, 여자가 연상이며, 불륜 아닌 불륜 로맨스가 설명되지요.)

책한엄마 2017-04-11 10:42   좋아요 0 | URL
아웃랜더 맞아요!!
거기 지역이 혹시 하이랜드(?)였을까요?ㅠㅜ

다락방 2017-04-11 10:53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하. 아웃랜더가 맞았군요!
그런데 지역에 하이랜드가 나오는지는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요...

하이랜더 라면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영화 시리즈가 있어요. 어쩌면 그 영화 시리즈 때문에 헷갈린 걸수도 있을 것 같아요, 꿀꿀이님.
아웃랜더 재미있죠! 연하의 스윗한 남자 제이미!
저는 그 책에서 제이미가 클레어에게 대체 종아리에 난 털을 왜 미냐고 놀라며 묻던 장면이 인상 깊어요. 후훗.
(그리고 오럴섹스 장면과....)

singri 2017-04-1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상진 펑펑 우는거만 봤는데 책얘기도 했군요 ㅋㅋ

다락방 2017-04-11 10:00   좋아요 0 | URL
네, 책 얘기도 했는가 봅니다. 저도 인터넷에 올려진 우는 영상만 봤는데 말입니다 ㅎㅎ

2017-04-1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4-11 10:12   좋아요 0 | URL
오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수정했어요. 제가 통화하고난 걸 옮긴 거라 이런 부정확함이 ㅋㅋㅋㅋㅋ 고마워요!

그나저나 비밀글 님도 모르는 책이었군요.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씐난다!!!!!!

단발머리 2017-04-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너무 웃겨요. 저, 오상진 아나운서 좋아합니다.
인물 보고 좋아했지만, 그 날 방송에서 이탈리아 요리 2년 배웠다고, 한식 뭐, 또 중식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요리 잘 한다고.....아내를 위해 요리할 거라고, 하는데....
와.... 세상은 이렇게 쏠려서 가는 건가. 멋진 남자가 이탈리아 요리 해 준다면, 그녀의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막 부럽기도 하고, 예비 신랑신부의 하트뿅뿅이 전해져서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근데, 위에 꿀꿀이님 댓글보고 에잇!!!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다른 프로에서도 이 책 이야기 했단 말이예요? 그럼 두 가지 중 하나인데....
읽은 책이 그거 하나이거나, 그 책이 완전완전 좋은 책이거나....
뭘까요, 진실은?!?

다락방 2017-04-11 10: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요리 배웠다고 한 영상 봤거든요. 우앙 멋지다 좋다 했어요. 자기가 요리한 거 맛있게 먹어주는 거 보는 거 좋다고 하잖아요. 아아, 잘생기고 똑똑하고 스윗해... 역시 가진 자가 다 가졌는가...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게다가 오늘 알았는데 책도 많이 읽는다잖아요? 아아, 멋진 남자가 멋진 걸 다 하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 온 거 알고 계속 쳐다보는 것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멋져요! ♡ 예뻐요 ♡ 역시 하트뿅뿅이 좋아요. 히잉~

그래도 오상진인데... 읽은 책이 그거 하나여서라기 보다는, 그 책이 완전완전 좋은 책이어서가...아닐까요? 제가 읽어보고 판단하기 위해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불끈! ㅎㅎㅎㅎㅎ

비연 2017-04-1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아 아 사람아> ... 좋은 책이에요. 오상진이 이 책을 애인에게 주었다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꽤 오래된 책이라.
이 책 저자는... 넘 빨리 세상을 떠났죠. 이 책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이 책, 추천합니다, 저도.

다락방 2017-04-11 10:33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안그래도 읽어봐야지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거든요. 오상진이 저렇게 여자친구에게도 추천했던 건, 저 책이 좋아서였군요!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2017-04-1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7-04-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상진에 대해 기억나는 게 하나 있는데, 아주 옛날에 무슨 프로그램에서 오상진 집을 찾아갔는데 오피스텔 창문에 온통 신문지를 붙여놓은 거예요. 엠씨들이 보고 놀라서 창문에 왜 저렇게 신문지를 붙여놨냐니까 햇빛이 너무 들어와서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거 보고 빵 터졌었네요. 그러니까 햇빛을 가리려면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지 왜 신문지를... 그 때 그랬던 사람이 막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고 이탈리안 요리도 2년이나 배우고 그런 얘기하니까 생소하더라고요. 긴 세월동안 충분히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 때 그 신문지는 너무도 충격적이었어서ㅎㅎㅎ

다락방 2017-04-11 11:26   좋아요 0 | URL
아니, 창문에 신문지라니 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이 2년이나 요리를 배운 스윗한 사람이 되었군요! 으음, 연애 혹은 사랑의 힘이 그렇게 변화시킨 걸까요? ㅎㅎㅎㅎㅎ 뭔가 사람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오상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해주는 거 너무 재미있네요. 그리고 그것들이 다 저마다 좋은(?) 얘기들이어서 좋으네요. 역시 사람은 어디에서나 바르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봐요. ㅋㅋㅋㅋㅋ

hellas 2017-04-1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비염 프로폴리스 저두 살까봐요. 리뷰 잘읽다 프로폴리스에 딱 꼿혀서 다른건 잊었.....ㅋㅋㅋㅋ;ㅂ; 그런데 캡슐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그거 중요한 문제라:)

다락방 2017-04-11 17:51   좋아요 1 | URL
헬라스님 보시라고 캡슐 크기 사진 찍어 추가했어요. 참고하세요. 보통 약국에서 파는 캡슐약 사이즈랑 같아요. 무먼스 타이레놀 한 알 보다 약간 길어요. 아주 약간요.

hellas 2017-04-11 17:53   좋아요 0 | URL
우왕 다정하신 분;););) 저도 주문할거에요 오늘 아침에도 한시간넘게 훌쩍거리다 눈이 팅팅붓고...(이하생략) 먹을수 있는 사이즈네요>_<

다락방 2017-04-11 17:5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비염 되게 심하게 앓는 사람인데요 ㅠㅠ 이게 비염이 오면 꼭 눈까지 같이 힘들어져서 ㅠㅠ 안과까지 가야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이번 봄에 앓지 않았어요!!

혹시 피씨로 이 글을 보신다면 링크도 되어 있으니 들어가서 다른 분들 후기도 한 번 살펴보고 구매하세요!!

hellas 2017-04-14 16:26   좋아요 0 | URL
아이허브 대박입니다. 집에 오니 택배와있네요. 오늘도 비염의 날이라 알러지 약 대신 얼른 까먹었어요. 좋은 효과 기대중이예요>_<

다락방 2017-04-14 16:30   좋아요 1 | URL
저는 비염 오기 몇 개월전부터 미리 먹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4월 중순인데도 이번 해를 무사히 넘기고 있습니다. hellas 님께도 부디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간절)

hellas 2017-04-14 16:34   좋아요 0 | URL
진짜 데일리 필의 갯수는 점점 늘고;ㅂ; 비타민디. 유산균 효과는 톡톡히 보고있어요. 이렇게 약쟁이가 되어가는거겠죠. ㅡㅡ

다락방 2017-04-14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 3주전부터인가, 유산균 먹기 시작했어요. 한알씩 먹는건데, 질염과 요도 방광에 다 좋은 거라고 해서요. 그래서 먹고 있어요. 종합비타민, 프로폴리스, 유산균...을 저는 매일 챙겨먹고 있네요. 저는 제가 나이 들어도 이런 거 챙겨먹을 줄은 진짜 몰랐어요. 하아-

hellas 2017-04-14 17:36   좋아요 0 | URL
특별한 질환이 있는게 아니면 여성에겐 그런 조합이 제일 낫지 않나... 전 코엔자임류는 저혈압이라 못먹고 오메가류는 비린내때문에 못먹으니 이제 저에겐 최대치 먹고 있는거 같아요.

유부만두 2017-04-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제 동네 카페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 카페가 가정집이랑 붙어있어서 그런지 사장님 친구분들 계모임 중인 것 같았어요. 음식냄새가 커피향을 누르는 거죠. 남편을 만나고 5분쯤 있다 나왔는데 남편왈 ˝아까 그 카페 이상해. 왜 짜장면 냄새가 나냐?˝ 나왈˝응? 난 김치찌개 냄새인줄?˝ ...이러고 있었습니다. 짜장면 냄새랑 김치찌개 냄새랑은 아주 다른거 아닌가요? 다시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다음엔 거기 같이 가요, 다락방님. 음식냄새나는 카페로. ㅎㅎㅎㅎ

다락방 2017-04-12 09:27   좋아요 0 | URL
아니, 짜장면 냄새랑 김치찌개 냄새는 아주 다르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전혀 다른 냄새를 맡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고픈데...오늘 점심은 짜장면 먹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저의 식탐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7-04-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했었습니다. 저책 ㅋㅋㅋ 20대때요. ㅎㅎㅎ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7-04-12 09:41   좋아요 0 | URL
크- 저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책을 웽님은 20대때 좋아했군요! 역시 멋있어! 지적이야!! ♡.♡
 

1월달에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이현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 선생님은 그동안 '온건파' 페미니스트였다 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오면서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었고 바뀌지도 않았다며, 이제 래디컬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신 거다. 아주 격하게 말을 해야 그제야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한다면서. 


지난주 금요일에 민우특강을 들었을 때, 김현미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스물 다섯살 때부터 삼십년간 여성학을 공부하고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지만 단 한 순간도 남자들에게 그게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메갈리아가 나타나서 미러링을 하자 남자들이 격분하기 시작했다고. 본인이 30년간 공부하면서 하지 못했던 걸 메갈리아(기술력을 갖춘 입이 거친 신세대 여성들!!) 가 했다 하셨다. 그것은 '미러링'이었고 격한 발언들이었는데, 단순히 그 말이 너무 심했다고 욕한다는 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미러링의 발언들이 너무 심해서 나쁘다, 그래서는 안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판단의 주체는 과연 누가 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이것은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누가 그렇게 판단할 수 있죠? 누가 대체 메갈리아 미러링의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걸 자기들이 왜 판단하죠? 이들에게 정제된 언어를 강요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게다가 메갈리아는 익명이라 온라인에서만 유효하다, 이들이 바깥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소송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고, 신상털기를 당한다는 거다. 하아- 남자들을 '말로써' 격분시킨 대가가 진짜 너무 지랄맞다.



지금의 넷페미들은 생활형 페미니스트 이다, 이론으로 공부해서 차츰 페미니스트가 된 게 아니라, 살다가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걸 목격하고 생활속에서 싸워나가는 페미니스트.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이건 잘못됐다' 부르짖기 시작하고, 그렇게 실천을 먼저하고 생활속에서 싸워나가면서, 그러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김현미 쌤은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고 계신다는데, 단톡방의 성희롱부터 SNS의 페미니즘까지 모든 걸 다 파악하고 계셨다. 게다가 분석도 정확하셨고. 나야말로 쌤이 말한 바로 그 생활형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싶었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로 이론적 공부를 시작하며 알아나간 게 아니라 '이건 아니잖아?' 부터 시작해서 소리지르기 시작한, 바로 그런 페미니스트. 그러면서 공부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여자로 살아오면서, 여학생, 여직원부터 지금은 여자 상사까지, 또 누군가의 '여자사람 친구'이면서 '여자 애인'을 거치면서, 길에 지나다니는 '여자 손님', '여자 승객'이면서, 나는 불공평과 부조리함을 숱하게 느꼈고,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체감하고 느낀 것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과 이론이 더해지니, 나의 페미니즘 감수성은 더 진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감수성을 가지지 않은 채로, '그것은 올바른 페미니즘이 아니야, 페미니즘이란~ ' 하며 이론 이천 개로 무장한, 체감하지 못한 사람들의 발언은 정말 엿이나 먹어야 할 것이다. 아니, 엿도 아깝군.




이번 민우회 강의는 '정치와 페미니즘'이 주제였다. 국가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나왔는데, 진보적인 여성주의 관료가 현재 나온다 해도, 그러니까 이를테면 비례대표라든가 해서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도, 법안 발의가 실효성을 갖기가 너무 어렵고, 지금같은 대선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전혀 갖지 않는다 해도, 이, '어딘가에 속한', '진보적 여성주의 의원'도 결국은 이 시점에서 '이성애자 엘리트 중산층 남성'중 누군가에게로 편입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게 현실인 거다. 진보적 여성주의 관료가 나온다 해도, 국가가 실현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매우 어렵다는 거다. 



나, 잘 정리하고 있나, 지금?



대선만 해도 그렇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장착한 정치인들을 뽑고 싶지만 그런 후보가 없고, 그런 후보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누군가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 상황. 이런 현실 속에 우리는 놓여있다는 거다.




나는 매번 선거에서 소신껏 투표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뽑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어차피 당선 될 것도 아닌데 표를 분산하느니, 다른 사람에게 몰아주자, 라는 생각으로 '될 법한 인물'에게 표를 주곤 했던 거다. 이게 너무나 당연한 고민이며 선택이라 생각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뽑은 사람이 물론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 그럴 리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기로 했다.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그 후보의 정책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여기에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이번 강의가 너무 좋아서 잊고 싶지 않아, 중요 키워드들을 부지런히 종이에 받아 적었는데, 아아,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제대로 표현해내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신나는, 즐거운 강의였는데! 질문 시간에 사람들이 질문하고 자신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또 강의가 끝난 후에 강의실을 나서며 나와 함께 들었던 여자1, 여자2, 여자3과 짧게나마 후기를 나눈 것도 좋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감수성을 진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 사회가 더 나아지는 데 일조하는 방법이 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쌤은 지금처럼 부지런히 SNS 에서 활동하고, 광장에 나가고, 그러자고 해서 너무 좋았다. 강의 하나씩 들을 때마다 더 알게 되지만 또 더 알고 싶어지는 것도 많아서, 내 안에 욕심만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것도 알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고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한데, 내가 그걸 언제 다 공부하냐.. 직장 때려치고 나도 공부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 공부만 하고 먹고살 수 있는, 그런 방법 어디 없나.... 왜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할까, 돈 버는 데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뺏기고 있어...내가 하고 싶은 건 공부인데, 일에 너무 치중하고 있어..... 슬픔......



선생님은 강의 마지막에 '좌절하지 말고 실종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실종되지 말라'니, 아, 너무 좋다!!



다음에는 이런 책들을 읽어야지, 준비해두고 있다.





















그나저나 아이폰이 저장 공간 안남았다고 부르짖고 있는데, 내가 영화를 많이 받아놓긴 했지만, 역시 아이폰 레드로 바꿀 때가 된건가..싶다. 인생...





주말엔 조카들이 왔다. 여덟살 나의 큰 조카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는 당연히 지난 밤의 알콜 흡수로(응?) 더 잠이 필요한데, 조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누워서 두 팔을 벌려 조카를 맞는다. 그러면 조카는 내 품에 쏙 들어와 안기고는 내 옆에 눕고, 그렇게 누워서는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 이모는 내일 회사가겠네?

- 응.

- 이모, 타미 숨겨가. 가방에 넣고 가.


아아, 너무 예뻐서 볼에 막 뽀뽀해줬다.


- 이모는 혼자 자도 안무섭겠다. 이모 방에 책이 엄청엄청 많아서.

- 응, 이모는 혼자 자도 안 무서워. 책이 엄청엄청 많아서.

- 내가 친구한테 우리 이모방은 도서관이라고 말했어.

- 아 그래? 그랬더니 친구가 뭐래?

- 헐, 이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네들, 초등학교 1학년인데, 헐이란 말을 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고파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내 말에 다섯살 남자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 이모, 할머니가 한 시래기 반찬이랑 먹어.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다섯살 짜리가 시래기 나물을 엄청 잘먹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맛있다면서 먹어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조카는 '시래기' 라고 발음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쓰레기' 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재천에 벚꽃이 진짜 흐드러지게 피었다. 절정이고 절경이다. 점심 먹고 살짝 산책을 해야겟다.



산책 하고 와서 사진 추가. 양재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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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ㅎㅎㅎㅎㅎ 아 빵 터졌슴다, 너무 귀여워서.
정말 조카란 존재는... 뭉클하고 사랑스럽고... 표현이 안되는 소중함입니다. (동감백퍼)

다락방 2017-04-11 08:1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작은 아이가 나물을 잘 먹는게 너무 신기해요! 취나물도 엄청 잘먹거든요. 할머니가 해준 거 맛있다고 오물오물 먹는 거 보면 진짜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요! >.<
조카는 사랑입니다 ♡

단발머리 2017-04-1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년간 페미니스트로 말하고 주장했지만 남자들에게 가 닿지 않더라는 이야기,
메갈의 미러링에 남자들이 반응한다는, 그것도 열광적으로 반응한다는 이야기....
참.... 슬프면서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이네요.
강연 끝나고 친구들이랑 후기 시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복습이네요, 복습. 살아있는 공부 현장에 계신 다락방님, 격하게 응원합니다!!!

참, 그리고...

조카는 사랑입니다.
다락방님께 사랑이 두둥실 ~~~ 헤헷!!

다락방 2017-04-11 08:1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후기를 나누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지난번 강의 같은 경우는 저에게 와 닿지가 않았고 아무것도 기억이 안났는데 또 다른 친구들은 이러저러해서 좋았다, 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좋았던 강의에서는 오히려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이렇게 생각과 의견, 감상을 나누는 건 또 역시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즐거워요. 주경야독은 너무 힘들어요. 엉엉 ㅠㅠ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공부여서인지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헤헷. 응원 감사드려요!

조카들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이 아이들은 진짜 제 인생에 축복이에요. 축!복!

레와 2017-04-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설명 진짜 마음에 들어요!!

메갈리아(기술력을 갖춘 입이 거친 신세대 여성들!!)

꽃도 피고, 조카들은 여전히 예쁘고!

다락방 2017-04-10 22:52   좋아요 0 | URL
저 표현은 강사쌤 표현입니다. 인상적이라서 부랴부랴 받아적었어요. 강의 들으면 진짜 씐나요! 헤헷

Arch 2017-04-1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갈리아 짱임!

다락방 2017-04-10 22:50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ㅎㅎ 👍🏻

별족 2017-04-11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페미니스트도 이론부터 배워서 되지는 않습니다.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걸 만들 때부터, 자기 삶의 불편부당이 그 시작입니다.
온라인,으로만 유효한 말이나 글은 없습니다. 익명이라고 해도, 온라인이라고 해도, 댓가는 있습니다. 댓가가 없다면 일베인증한 기자를 자르라는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말로써‘ 격분시키는 것도 ‘격분시킨 것‘에 대한 댓가는 당연히 있습니다. ‘격분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 것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효할까요? 저는 학자연하는 분들이 왜 젊은 초심자들 앞에서 왜 이런 식으로 강의하는지 모르겠네요.

http://blog.aladin.co.kr/hahayo/9134986,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체성을 나누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을 썼었어요.

다락방 2017-04-11 08:32   좋아요 0 | URL
별족님, 링크해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별족님은 ‘넷페미‘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 거부감이 없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넷페미, 트페미, 꼴페미, 헬페미로 정의합니다. 온라인에서의 나도 나고 오프라인에서의 나 역시 나인건 당연합니다. 제가 위의 글, 그러니까 강연 인용에서 ‘온라인에서만 유효하다‘ 고 했던 것은, 온라인의 글들(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이 남자들을 격분 시키는 건 사실이지만,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때 ‘너 메갈이냐‘고 물으며 메갈임이 드러날 경우 위에 쓴 것처럼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한다는 뜻이었어요. 온라인에서는 그들을 격분시킬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공격을 당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점을 제가 이해한대로 별족님께 설명하지 못했다면, 그건 제 설명이 부족한 탓이고요.

페미니스트는 당연히 삶의 불편부당이 시작이지요. 그래서 다들 페미니즘을 시작하게 되지요. 선생님은 30년동안 공부했어도 남자들을 격분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지금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다름을 설명하시고자 했던 건데, 이 역시도 뭔가 잘못 전달됐다면 역시나 제 전달이 부족한 탓입니다. 제가 키워드만 메모하고 며칠 지나 정리한 거라 강연에서 들은 의도 그대로를 전달하지 못했을 확률이 커요.


정희진 선생님이 강연을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강연을 듣고 나서 후기를 인터넷에 적지 말라고요. 그게 어떻게든 본래의 뜻과는 전달이 달리 된다고요. 특히 sns 는 짧게 설명해서 더 그렇고요. 강의를 전부 다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기억하고 제가 받아들인 것만 적기 때문에 강의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제가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서 나름 최선을 다해서 적으려고 하지만, 제 전달이 중간에서 명확하게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가 좋은대로 받아들였을 테고요.


저는 격분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이라고 하면, 글쎄요, 이미 메갈리아는 더이상 유지되지 않으니, 지속적이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밖에 답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 지속성을 갖는 것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지속적으로 유효한 것만 찾다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그냥 가진 않을까요? 저는 격분 시키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강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아주 와닿았습니다. 별족 님이 저랑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아마도 이 강의를 직접 들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확률도 크지만, 그러나 강사쌤이 ‘젊은 초심자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강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초심자라, 글쎄요. 그 자리에는 저보다 젊은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 든 사람도 있었고요, 초심자도 있었지만 이미 다른 데서 강의를 하시는 오래 운동하신 분도 계십니다. 저처럼 책읽고 강의를 다니는 게 고작인 사람도 있지만, 광장에 나가 직접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고요. ‘이런 식‘으로 강의했고 그 강의가 별로 였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거기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과 비판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와 제 친구들도 강의를 듣고 나면 좋았던 점과 좋지 않았던 점을 고루 나눕니다. 저는 제 자신을 ‘젊은 초심자‘로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강의를 듣고나서 그 강의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받아들입니다. 아마 일상에서 불편부당을 깨닫고 그 자리에 와 있는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의 생각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