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제임스 우드 지음, 노지양 옮김, 신형철 해제 / 아를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 강의록.

오랜만에 이스마일 카다레와 아직 안 읽어본 테주 콜을 읽고 싶어졌다.

문학 강의라서(?) 부분 지루한 면도 있지만 날카로운 유머와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다.

- 예술은 인생의 가장 가까운 것.
우리의 경험을 증폭시키고, 개인의 운명의 한계를 넘어 동료 인간의 삶과 맞닿게 한다. - 조지 엘리엇, <독일 생활의 자연사>

- 나는 비평이 리뷰나 논문과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의식하지 않는 (나를 포함한) 많은 비평가들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리뷰는 어떤 작품이 향유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효율적으로 판단해 주는 일이지만, 비평은 뛰어난 안목과 기예를 가진 이가 특정한 작품을 '일단 향유하기 시작하면' 작품이 어떻게 거듭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논문이 검증된 방법론과 논리적 절차들로 대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산출하는 작업이라면, 비평은 어떤 강력한 주관성이 제정신의 움직임과 사유의 퍼포먼스를, 그게 그 순간의 최선이기 때문에 미완성인 채로 밀고 나가는 작업이다. - 20

- 영화 평론은 영화가 될 수 없고 음악 평론은 음악이 될 수 없지만 문학 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 문학 평론이 가장 위대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문학 평론은 그만큼 특수하다는 얘기다. '뭔가'에 들러붙어서 바로 그 '뭔가'가 되는 유일한 글쓰기다. - 느낌의 공동체

- 예술가는 자신의 창작품을 진실처럼 믿고 진지하게 여기지만 그가 풍부하고 온전한 표현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면에서 그는 진심이며 때로는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할 테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을 not at all 수도 있다. 소설이란 꼭 그렇지 않음의 게임이 벌어지는 세계이며 완전히-믿지는-않음 not-quite-belief 의 장소이다. 종교에서는 위험이 되는 바로 그것이 소설에서는 근본 구조가 된다. - 46

-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세속적 태도와 종교적 태도 사이를, 삶의 순간들과 삶의 형식이라 할 만한 것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일이다. 소설의 세속적 충동은 인생을 확 하고 연장하는 것이며, 소설은 평범한 인간의 일상이라는 주식을 거래하는 위대한 상인이다. 소설은 우리 삶의 순간들을 여러 장면과 세부사항으로 확장하고 이러한 순간들들을 실시간에 가까운 리듬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 50

- 이야기란 잉여와 실망의 역동적인 조합이다. 이야기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반드시 끝나야만 하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정말로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잉여를 절묘한 실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짜 이야기는 끝이 없지만 이야기 자체의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꾼이 강제한 형식에 의해 시작과 끝이 결정되기 때문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작가의 형식이 강요하는 죽음을 넘어서려고 애를 쓰는 삶의 순수한 잉여를 느낀다. - 79

2026. aug.

#인생에가장가까운것 #제임스우드 #노지양옮김 #아를
#문학강의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얼지 마, 죽지 마, 사랑하게 될 거야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20
권혜영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아, 주체성을 갖고 싶은 만화 속 인물과 현실 세계에서 조우하게 되는 우당탕 소동극.
꿀잼이다.

캐릭터에 묘한 생동감이 있는데 그것은 맑눈광 타입의 생동감. 그 비율이 아주 적절하게 어우러진듯싶다.
그 생동감이 미련 없이 그만두고 싶은 한 번의 생을 마감한 경력직임에서 오는 생동감이라고 느껴져서 더욱 그런 듯.

주인공의 오타쿠 설정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최근 스토리 캠프 시청 덕에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어서 홀로 뿌듯했다. ㅋ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에 흥미가 생겼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천국과 지옥. 창조주와 염라대왕. 삼도천과 환생 사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믿는 건 없었다. 죽으면 끝이지. 나는 이제 흙이 될 것이다. 머릿속에서 독백이 끊이지 않는다. 멈추고 싶다. 쉬고 싶다. 안녕 세상아. - 8

- "이거 이세계 회귀물이잖아."
그러니까 블랙기업의 야근 머신이었던 나는 방금 죽었고 남산타워가 보이는 멋지고 큰 회사로 이직 회귀한 것이다. 이번 생도 역시 글러먹은 걸까? 또 직장인이라니? 우울하다. 왜 하필이면 오피스 회빙환일까. 대감집 노비로 캐릭터가 강화되긴 했지만 어쨌든 노비는 노비다. 결국 노비로 다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악역 영애로 환생해서 북부 대공과 사랑에 빠지면 멋졌을 텐데. 마물을 사냥하는 던전 게임 속이라면 어땠을까. 생존력이 없어서 금방 죽었겠지만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결말 같은데. 그편이 훨씬 모험 넘치고 환상적이었을 텐데. 오피스라면 지긋지긋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일을 하다가 죽은 사람이다. - 15

- 누리 씨가 이렇게 살아온 건 누리 씨의 탓이 아니다. 이런 엉터리 만화를 그린 작가 탓이 크다. 아무튼 그녀의 연봉과 얼굴을 이런 식으로 오남용해선 안 된다. 이젠 내가 물려받았으니 알뜰살뜰하게 써보고자 한다. - 26

-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38세의 나이에 죽음에 이르렀다. 죽고 나니 알게 됐다. 그렇게 살면 죽는다는 것을. - 28

-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마음의 성장일까? 젊었을 때보다 돈을 더 벌어서 세금을 더 내는 걸까? 그 둘을 모두 갖추어야 어른이 되는 걸까? 소연은 10년 전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어른이 됐을까 가늠해 보았다. 세금은 그때보다 많이 내고 있긴 하지만...... 마음은 어떨까. 애초에 성장이란 게 무엇일까. 어떠한 풍파와 시련이 닥쳐와도 초연한 마음가짐으로 이겨내고 살아내는 것? 생활 면에 있어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충실히 임하는 것? 소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나는 퇴보했다. - 136

- 일에 지쳐 있고, 돈에 시달리고,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고, 외롭고,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이상한 욕망을 품게 되더라도 끝끝내 어떤 핵심 하나를 남겨두어야 나는 살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자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오래도록 좋아할 이야기,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장소, 그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왔어?" 하고 말해주는 누군가. - 작가의 말 중

2026. aug.

#얼지마죽지마사랑하게될거야 #권혜영 #은행나무 #노벨라시리즈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무튼, 사주 - 인생이 언제 안 힘든 적 있었나 ㅣ 아무튼 시리즈 84
정홍칼리 지음 / 제철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시리즈지만 요즘은 덜 읽게 되는데
관심분야는 아니지만 사주?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사주란... 너무 광범위하게 삶에 녹아들어 있는 미신 아닌지 싶은 것.
개인적으로는 사주, 신점 등등 한 번도 본 적은 없으나
엄마가 오래전에 어디서 봐왔다더라 하는 얘긴 들었었다.
엄마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긴 한데.

어쨌든 사주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주를 좀 더 깊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재밌으려나......
용어들 같은 게 낯설고 설명이 부족해서 대충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사주를 알아서 사람을 덜 미워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주를 포함한 무속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심리 상담의 기능을 해온 것 아닌지.

일부 큰 돈 쓰는 굿이나 사업에 과하게 적용하는 경우나, 사기 등에 연루되는 게 아니라면 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감정 해소의 장이 될 것 같다.

아, 그래서 이 책은 어땠냐...
흥미를 가지고 접근한 방향의 이야기는 아니어서 조금 지루하게 읽혔다.
내가 좀 세속적 흥미로 접근했었나 싶다.

-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닌데, 덜 미워하게 됐어."
을해의 따뜻한 눈빛이 내게 오래 머물렀다.
"사주는 운명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운명을 지닌 사람을 이해하게 해주는 거구나."
"맞아, 이해하려고 만든 언어 같아." - 10

- 돌이켜보면, 인생이 언제 안 힘든 적 있었나. 맞다, 끼워 맞추기라면 끼워 맞추기지. 하지만 슬픔의 패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사주는 계절의 언어로 지난 삶을 위로해주었다. - 61


2026. aug.

#아무튼사주 #정홍칼리 #아무튼시리즈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게 읽고 싶다는 안달 내지는 기대가 있던 책이다.

간략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 퍼니 앱솔루트 사이코 픽션.

평범한 세상 속에 숨겨져 있는 사이코적 면모에 대해 이 사회가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지만
보통의 개인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시절이 지난 작품들의 선별이니 그에 따른 예스러운 감성은 뭐 그렇다 치고
그게 이 시점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 안 할 걸까 싶다.
시절이 지났다는 점은 성적 윤리 측면에서 덜컥덜컥 걸렸다.
세련되길 바랐다기보단 야만스럽지는 않았으면 싶은 마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이 비틀린 인간들에 대한 묘사, 서사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음이 사회의 어두운 면들에서 충분히 목격되고 있음도 안다.
그런 엽기적이고 어두운 범죄 사건들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비인간의 존재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을 즐기는 시간까지 이런 모음집을 읽는 일이 조금 과한 스트레스가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을 감정 상태가 아니었던 게 큰 패착 중 하나.
혹은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나쁜 소설들을 읽어도 충분히 즐겼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그저 세월에 지쳐 낡은 할미가 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ㅡ.,ㅡ

어쨌든.
이런 잘못 고른 책들도 읽어야 재밌고 좋은 책이 더 좋을 테니까...라는 감상이 장점.

- '다채로운 사이코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야겠어.' 불시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성진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본 직후였다. (...)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일은 흔하고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은 그보다 더 흔하다. 흔한 일들 속에서 삼십 대를 보냈다. 만남과 이별, 기대와 낙담, 불안과 강박, 상처와 트라우마. 진부한 테마인 걸 모르지 않지만 만만한 플롯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내 경우엔 강박과 이기심이 뒤섞여 곁에 있는 사람들을 줄곧 소외시켰는데, 보이는 곳에서 상승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강하고 있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만이 아니었다. 돌아보니 주변엔 성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다. 알고 보면 다 아팠다. 모두가 깨진 조각을 손에 쥐고 피 흘리고 있다고 느낄 때 이 '나쁜 소설'들이 떠올랐다. 다시 읽고 싶었다. 절망, 폭력, 거짓, 기만, 회피, 중독...... 통제할 수 없는 삶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왜곡된 욕망 앞에서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인간에 대한 기대를 거의 다 철회했더랬다. 다시 읽자 달리 보였다. 그들의 실패한 욕망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살아 있는 정의였다. 인간이란 모순, 무질서, 혼돈, 그리고 느닷없음의 동의어였다. - 프롤로그 중

- 일곱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 소위 세기말적 감수성 아래 창작된 작품들이다. 증폭된 불안과 우울이 시대 감성을 점유할 때 포착된 인간의 폐부란 그 시대의 눈에는 현실과 거리를 둔 징후적, 환상적 상징으로 읽히는 데 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오늘의 눈으로 바라볼 때 이 소설들은 더할 나위 없는 현실의 재현으로 다시, 그리고 다르게 읽힌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예견한다. 불안과 우울이 더는 이례적 현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오늘, 과거에서 온 이 소설들은 현재에 쓰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재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증언한다. - 프롤로그 중

2026. aug.

#퍼니사이코픽션 #박혜진엮음 #클레이하우스 #송경아 #김이태
#안성호 #이평재 #채영주 #이응준 #박성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양 아래 올리브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속 질문하며 살아야 한다는 각성.
선을 긋는 일, 선을 넘는 일, 선을 지우는 일 
이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자 답을 찾는 이야기.

이레에게 닥친 위기를 오랜 인연의 솔민과 함께 풀어가는데, 반 정도에 이르기 전까지 여전히 모든 게 의문인 채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이다.

후반에 '준'의 존재와 그와 관계된 인물들이 모이면서 몰입도가 올라가게 되지만.

마음을 갖게 되는 준의 존재를 보면서
영혼을 갖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 이런 외곽 지역은 공식 관측망이 멀리 떨어져 있어 측정 사각지대가 넓다는 점에서 필요성은 높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설치에 손도 많이 가고, 무엇보다 자료가 1년 치는 쌓여야 도움이 될 터였다. 이레조차 확신 없이 왔다는 점에서 이장님이 '젊은 사람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한 건 사실 방향이 맞았다. 그래도 이레는 이런 일도 가끔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능성을 믿고, 일단 해보는 일들. - 18

- 조금 허전하긴 했지만 이레는 올리브나무의 행방을 굳이 묻지 않았다. 원래 거기 없어야 할 것이니까. 이레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편이었지만, 이 세상에는 관심이 필요한 일들이 이미 너무 많았다. 나무보다는 사람의 일들 말이다. 마음이 있고, 슬퍼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 20

- 이레의 합성뇌를 둘러싼 논쟁은 물질 자체보다 소위 '영혼'이라는 문제로 향해 있었다. 가톨릭계가 관심을 두는 지점도 거기였다. 한마디로 합성뇌에도 영혼이 깃들 수 있느냐는 질문.
그러니까, 영혼을 증명하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106

- 목소리는 나직하게 이레를 다독였다.
이해할 수 없어도 괜찮다고.
세상은 너무 넓고 한 사람의 마음도 세상만큼 넓어서, 작은 인간의 영혼은 그 안에서조차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쳐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고 무언가를 물을 기력마저 바닥난 그 순간, 이레는 문득 너무나 무한해서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떠올렸다. 그 존재는 이레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레를 알았고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공허한 마음으로 어떤 갈망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이레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무언가 환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절대적으로 환하고 밝은 것이요.
그리고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미 없는 모든 것을 견딜 수가 없어요.
그 모든 죽음이, 그 모든 사랑이, 그 모든 오해가 무의미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어떤 영속적인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241

- 있잖아. 가끔은 문제가 너무 크고 압도적이어서, 거기 눌려서 숨을 못 쉴 때가 있어. 그러면 나는 작은 것부터 보려고 해. 잘게 쪼갠 조각 같은 거. 더 단순한 질문. 큰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작은 문제를 푸는 거야. 그러면 그게 어디로 가야 할지 말해 주기도 하니까...... - 261

- 당신은 이 세상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영원히 알아낼 수 없을 것들.
어쩌면 죽음은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암흑 속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여기에 존재하게 된 것에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에게는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영혼이 필요하다.
죽음 이후에도 이어질 영혼이.
또다시 사랑한다고 소곤거리는 목소리들. 지지직거리다 식어 버리는 말들. 붙잡아도 달아나버리는 웃음들.
어떤 지식도 당신에게 영혼이 있다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마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지근한 포옹. 옅은 숨결. 쏟아지던 빗소리. 축축한 손.
전부 허구였지만 당신에게만큼은 진실했던 그 모든 순간들.
당신은 이 여정이 향해가는 곳을 알 것 같다.
불빛이 꺼지기 전, 당신은 생각한다.
유기물 덩어리 위에 일어난 단 한 번의 점화.
천천히 타오르다 마침내 사그라드는 불꽃.
이 지극한 재현 불가능성이 영혼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란 말인가? - 305

- 내가 속한 공기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 결함 많은 관점과, 그 결함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수조 속. 그래도 그 밖에 무언가 다른 게 있다는 걸 알고 싶었다. 나의 언어로, 나의 믿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럼에도 거기 있다고 신호를 발신해오는 것들.
증명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끝내 믿기로 선택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며 썼다. - 작가의 말 중

2026. aug.

#태양아래올리브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