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묘한 메모의 묘미 - 시작은 언제나 메모였다
김중혁 지음 / 유유 / 2025년 7월
평점 :
타인의 메모, 필기에 의외로 관심이 많다.
잘 정리된 공책이나 다이어리를 보면 일종의 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잘 정리된 노트를 가져본 적은 별로 없다.
읽어보면 딱히 뭐 대단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메모나 노트에 대한 글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인 듯.
깊이 생각하지 않고 머리 비우는 환기의 의미로 읽기 좋은 책이다.
유니볼 마이크로 0.5 / 무인양품 0.37 다크 블루 잉크펜
무인양품 잉크펜은 안 써봤는데...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이미 죽을 때까지 다 못쓸 필기도구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구매는 자제해야 한다.
- 나는 메모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생각만 하고 메모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10
- 책 속의 문장은 단단해 보이는데, 메모는 거칠고 야만스럽게 느껴진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책의 권위에 대드는 것 같다. - 16
- 생각은 수동적이다. 생각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기보다 '떠오르게 두는'것에 가깝다. 생각은 연상 작용인 경우가 많고, 감정의 부산물인 경우도 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때 생각이 뒤따라온다. 책을 읽을 때 생각이 많아진다면 둘 중 하나다.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거나, 책에 너무 집중해서 책 속 모든 문장에 반응하고 있거나. - 17
- 가끔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게 다양한 문장이라는 생각을 한다. 짧은 문장, 긴 문장, 한 권의 책,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내가 했던 말...... 그런 문장들이 이리저리 뒤얽히면서 '나'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소리가 최소 단위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영상, 어떤 사람은 색깔이 최소 단위일 수 있다. 나의 최소 단위는 문장이다. 노트나 다이어리에 적어 둔 짤막한 문장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여 내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 136
- 메모는 종이에 하면 되지, 앱은 무슨 앱. 이렇게 쓰고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봐야 그럴듯한 메모 애플리케이션 몇 개 소개받는 게 전부일 테고, '결국 우리 모두 종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마지막 문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나치게 시니컬해 보이겠지만 진심이다. - 176
- 메모를 시작하는 순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알고 있던 게 새로워진다. 별 쓸데없는 생각으로 종이를 낭비하는 게 아니냐고?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적어 보지 않고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게 더 큰 낭비가 아닐까? - 198
2025. jul.
#미묘한메모의묘미 #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