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생활백서, 아주 많이 부족한 희망찬 하루 폐교생활백서
프로개 지음 / 드루이드아일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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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봐온 프로개의 문장은 낯섬이 전혀 없어 친근하고..

주작, 현무, 백호, 청룡... ㅋㅋㅋ
주작이들 어쩜 그렇게 잘 키웠을까 싶게 오종종 거리는 모습이 선하다.
부화율이 높지 않다더니... 죄다 태어나는 게 신기할 지경.

동물의 숲 같지 않냐는 부러움도 사지만, 폐교 생활이 만만찮은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모조리 키워버리는?? 드루이드의 기운은 과연 놀랍지 않은지. :)

2024. oct.

#폐교생활백서 #프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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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위픽
정보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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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글을 읽어오면서 작가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노동과 삶의 윤리적 기준에 몹시 동의하고 있고,
그 지점에서 그의 글들은 추구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페이지 88에서 글 쓰는 노동자의 자아로 느낌표 가득한 답변이 인상적이다.

피해에서 가해로 전환되는 이야기는, 누군가는 이걸 '사이다', '참교육'이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무서운 일이라는 걸 환기하고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을 늘 떠올려야 한다.
선량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주인공과 요가 선생을 끝까지 지지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렇지 못한 마음의 간극.

빈곤사회연대를 위한 투쟁! 역시... 싶은 책.

-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행정의 관점에서 볼 때 서울 한복판에 전입신고를 하고 주소지를 갖고 살 돈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밀려나고 밀려나다 못해 이 산속에 모여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게도 아무것도 아니다. 살아 있으니까 살고 있을 뿐이다.
너의 먹잇감이 되기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듯, 네가 죽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밟았다. 기분이 좋았다. - 68

2024. oct.

#창문 #정보라 #위픽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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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 할 일들 창비시선 390
안주철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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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과 무능함이 조금씩 배어있는... 그런 기분

위축의 시 인가..

<썩은 고기>가 특히나. 좋은 시인건 분명한데 기분 좋게 다가오지는 않는... ^^;


- 불행한 시를 오늘만은 쓰지 않고
오늘만은 쓸쓸함에 기대거나
슬픔에 만족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봄밤입니다 중

- 눈이 내려서 길이 뚜렷해진다.
매일 걷는 길이 순전히 눈이 내려서
뚜렷해진다. - 눈 2 중

- 불빛은 가로등에서 가로등이 비춘 구석에서 나온다.
그러나 모든 구석에는 위로가 있다. 눈물과 기억을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이 가장 무섭다. - 해석을 사랑함 중

- 이 세상에 불행을 보태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된 희망은 모두 사라졌지만
새로 만들어야 할 희망은 남았겠지요.
우리는 이미
다음 생을 시작했는지 모릅니다. - 시인의 말 중

2024. sep.

#다음생에할일들 #안주철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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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삶 문학과지성 시인선 598
장수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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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의 장면들이 좋았다.

진지한 냉소가 가득했다.

- 가난한 인간들의 발 사이로
내려앉은 새떼가
땅에 정수리를 댄 채
그대로 목을 누르며
모조리 죽어버릴 때

삶이 본질뿐이었을 때
그리고
누군가 결단할 때

창공이 얼마나 푸르렀는가 - 전율과 휴식 중

- 생의 기쁨과 행복이 단순히 비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어

중대하고 심오한 비극이
있을 리 없잖아 - 악마는 시를 읽는다 중

- 우리, 소설처럼 죽을 수 있겠니
복잡 미묘하게, 어쩌면 단순하게
기괴하게, 산뜻하게
모두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가지
그것은 축복일까 - 카페 '편집' 중

- 적요한 눈발에 흩날리는 적의와......
속삭임......
숭고하고 짜증 나요 - 이런 질문은 가능한가 중

- 눈사람의 박살 난 머리통처럼 매일 방으로 굴러 들어오는 봄날의 빛을 보며 그래서 나는 언제 죽나 생각한다. 아침은 왜 자꾸 오는 거지? 마음이 늘 복잡하다. - 줄넘기 중


2024. oct.

#순진한삶 #장수진 #문학과지성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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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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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장점 다 좋지만, 우선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장점이다.

저항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도 잘 녹여진 이야기에, 황당하게 다가오는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생명체들의 경고가 현실과 멀지 않아 좋다.

문어, 대게, 개복치, 돌고래 등등의 무수한 해양생물들 중 일부는 실은 위장한 외계인이라는 설정과 그것이 전혀 기묘하지 않다는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무척 재밌는데, 그 뿐 아니라 외계 생명체 또한 지구에서 나름의 노동과 삶의 투쟁을 하고 있는 존재로 그려지며 때문에 탄압과 배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으로 인류를 빗대는 것 또한 훌륭한 요소다.

말이 엄청 많고 다리 한쪽이 없는 대게의 목격담이 들려왔을 때 느껴진 안도와 기쁨은 생각할수록 웃김. ㅋㅋ

- 나는 그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나의 천직이었다. 학생은 선생이 없어도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학생이다. 그러나 선생은 학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학생들을 사랑했고 강단을 사랑했고 교육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었다. 그것이 내 존재의 의미였다. 그러므로 싸워보지도 않고 학교가 원하는 대로 조용히 사라져줄 수는 없었다. - 18

- "일반 시민단체가 깨끗하게 활동해도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외국 에이전트가 되는데 실제로 외국 반체제 인사가 노동조합 설립하라고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러시아 정부가 이 대게들을 가만 놔둘 것 같습니까?"
"대게는 시민이 아니잖아요?"
내가 풀이 죽어서 미약하게 반박했다. 남편이 반체제 인사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었다. 나도 반체제 인사에 끼워주지 않은 것은 매우 섭섭했다. - 82

- 우리는 함께 구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십 명이 외국계 투자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자마자 벼락같이 문자 한 통으로 부당 해고를 당한 뒤에 8년째 싸우고 있었다. 불법 파견, 부당 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받고도 회사는 함부로 내쫓은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다들 다른 일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스물세 명이 남았다. 회사는 그중 지회장 한 명을 제외한 스물두 명에게 정규직 복직을 제안했다. 8년 복직 투쟁의 구심점을 몰래 따돌리고 동지애를 정규직과 맞바꾸라는 제안을 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우 원색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작가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고려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 답변을 순화한 언어로 표현하자면 "치아라 마"로 여약할 수 있다. 이 외국계 투자 회사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환영을 받으며 한국에 들어와서 공장 부지도 공짜로 사용하고 세금도 감면받고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며 한국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껌처럼 씹고 단물이 빠지면 버렸다. 기술을 빼내고 축적해온 노하우를 가로챈 뒤 공장을 닫거나 또 다른 외국계 회사에 팔아버리고 떠났다. 회사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회사의 진짜 주인인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협과 생계의 무게 앞에서 근심과 두려움에 잠겨야 했다. 구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었고, 구미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있어서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 186

- 범고래들이 인간의 선박을 공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간 때문에 위협받고 죽고 다치고 노예로 잡혔던 생물들이 모두 힘을 합쳐 인간에게 복수하기로 결의했다면 인간은 오래전에 멸종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마땅할지도 모른다. - 208

- 이런 삶을 견디며 오랫동안 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을 영웅이나 반역자로 기록한다. 살아남아 뭔가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운 좋은 경우에 말이다. 첫 체포, 첫 감금, 첫 고문, 첫 강제 노동, 첫 생체 실험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 226

- 세상이 맥박 치고 우주가 진동하는 그 파동을 통해서, 물속을 질주하던 빛나는 존재들은 서로에게 외쳤다.
저항하라. -236

- 이른바 '정상인'에 대비하여, 건강하지 않은 몸, 손상된 몸, 질병을 가진 몸으로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많이 있다. 생각해보면 남편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애초에 '정상인'이란 환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현실의 인간은 다들 어딘가 손상되고 어딘가 완벽하지 못한 물리적 실체를 끌어안고 자기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 존엄하기 위해, 자유롭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든 뭔가 요령이나 방식이 있을 것이다. - 243

- 비인간 생물들이 없어지면 인간도 죽는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태풍과 산불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니 우리는 기후 위기에 당장 대응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지구 생물체 모두가 살아남는 길이다.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 작가의 말 중

2024. jun.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정보라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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