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널은 미국의 젊은 철학 박사가 하는 채널.
유튜브에 이런 채널 많고 구독자수 몇십만인 채널도 적지 않고 그런데 이 채널도 전도유망해 보인다. 얼마전 2만 조금 넘었을 때 구독했는데 지금 6만 넘는다. 운영자는 대학원 시절 (그리고 학위 후 아주 잠깐?) 철학을 가르쳤지만 아카데미아를 떠났다. 그건 무엇보다 잡마켓이 테러블하기 때문. 가르치는 게 싫거나, 학계가 싫거나가 아님. 이런 얘기 하는 영상도 있었다. 결혼을 했고 아내와 함께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 데이잡이 (테크기업) 있고 그걸 사랑한다. 그러나 철학적 작업, 지적 작업을 계속 하고자 한다.
인문학 전공자가 인문학 전공자로서 갖는 "skill"은 무엇이냐.
이 관점에서 이런 채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분명히 알아보이는 느낌이고 (이것과 저것이 그 "skill"이다, 고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인문학 전공만 그런 스킬 있는 거 아님.. 이라며 적대적일 것이라 예상되므로 "느낌" 정도로 말하고 넘어가기를 선택하겠) 그걸 옹호하고 싶어진다. 부업으로 나도 유튜브를.... 이런 생각 한번도 해본 적 없다가 최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위의 채널처럼 내가 출연하고 말하고 그런 방식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착수하게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유튜브, 인문학 전공자가 인문학 전공자로서 갖는 무엇을 활용하고 심지어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곳. 그러니, 모르지. "전업으로" 유튜브를 하게 될지도.
하튼 이 철학 박사도 일기 쓰기를 권한다.
아주 독특한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약 9분 지점부터 (화면 아래에 보면 선과 자막으로 내용 구획, 표시를 해두었는데, 이것 아주 멋져 보인다. 9분 지점에 "reading reflections"가 있다) 독서의 기록으로 일기쓰기를 말하는데, 이 대목이 내게 와 닿는 바 있었다. "나는 나의 지성의 삶과 실천적 삶이 분리되지 않기를 원한다." "책을 읽다가 하게 되는 기록은 내 생각을 위한 spring board로 작용할 때가 많다."
intellectual life와 practical life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일기와 작업일지를 같이 써왔는데, 작업일지엔 페이퍼 쓰면서 쓰는 동안 읽은 것들, 읽고 생각한 것들, 미래의 방향, 미래의 작업, 뭐 이런 것들 적음. 어느 책의 어느 페이지 어느 문장은 어떤 잠재력을 가진 문장이고... 등등. 그런데 정말이지, 쓰는 동안엔 그게 상상이 안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그 기록들이 갖는 다른 의미들이 있다. 그래 그 책, 그 문장... 하게 되기도 하고, 적던 당시에 보이지 않던 것 보이게 되어 있기도 하고, 그 밖에도 여러 방식으로. 이게 정말 좋은 것이고 그러니 이걸 계속 경험해야 하는 것이라고, 밀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