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장르 불문 글쓰기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일리아드, 오딧세이 같은 텍스트도? ㅇㅇ 그럴 것같은데? Homer에게 ("호머"라 부르기도 "호메로스"라 부르기도 

어색한 그. 그 사람...) "나를 위하여"는 이 시대의 "나를 위하여"와 아주 달랐을지 몰라도 그래도 그도 궁극적으로는 

(그가 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나를 위하여" 썼을 거 같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를 위하여"를 갖게 됨이 


그것도, 그것이야말로 "공부의 선물"이지 않을까. 

이거 말장난에 불과한 거 아닌 거 같다. 

나중 돌아와 개척해 볼만한 아이디어가 여기 있다고 믿게 된다. 


코츠 책 읽는 수업에서 학기 초에 

"너의 글의 퀄리티는 너의 독자가 결정한다" 이런 얘기 했었다. 

너의 독자는 막연히 네가 생각하는, 너의 글을 읽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글쓰기는 대화고 네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대화를 이끌어낼 독자를 너는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독자에 대한 관념이 너에게 있어야 한다. (....) 


그 관념이 있어야만 "나를 위하여"도 되지 않을까. 

누구와의 관계이든 반드시 그건 나와의 관계이기도 한 거라서. 

나를 위하여, 내가 만드는 나의 독자. 그것이 습작기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 아닌가. 


으. 횡설수설. 

마침내 페이퍼 제출하고 맥주 마시는 중인데 알딸딸. 한 캔 마시고 알딸딸. 

하도 초저녁에 자버릇해서 6시만 되면 쭉 다리 뻗고 눕고 싶어진다. 

겨울의 즐거움 중엔 뜨거운 방바닥에 지지기가 있다. 방바닥은 딱딱하기도 하므로 

계속 지지면서 오래 있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달구어진 방바닥으로, 이불 아래로 기어들어갈 때 

그 최초의 행복! 그 행복을 미루면서 마시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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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소, 짜릿한 말로 

내 심장이 빠르게 뛰게 했던 

아름답고 젊은 무수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오 중력이여, 그 중 너와의 사랑이야말로 

결코 끝나지 않는 사랑이었다. 

십년이 지나고 또 십년이 지나도 

너는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네가 나를 데리고 갔던 

세계를 보게 할 새롭고 드높았던 고지가 있다. 

우리 앞에 수수께끼가 놓일 때마다 

그 배후의, 아직 드러난 적 없는 단순성이 

너의 덕분에 드러난다. 


Many a fair young friend, oh Gravity, 

By smile and happy word 

Has made my heart beat faster, 

But with you my love affair 

Has never ended. 

You grow ever more beautiful 

With each passing decade. 

You lead the way

To a new and higher lookout point, 

And behind yet another mystery

You reveal hitherto hidden simplicity. 



이것이 <중력과 시공간으로의 여행>에서 존 휠러가 보여주시는 그의 다수(....) 시들 중 첫 작품의 첫 연이다. 

번역은 (당연히, 시니까) 되지 않지만 


지금 보면서 웃게 됨. 이렇게 시로 

책 얘기도 하고, 물리학자와 물리학 얘기도 한다. 

워즈워드의 The Prelude, 시로 쓰는 자서전. 그 낭만주의 전통에 서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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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12-0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의 세월이 가고 또 가도 매혹시킬 수 있는 주제가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연을 탐구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휠러의 기쁨이 느껴지는 시네요!
휠러 정도면, 특히 중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는, 거의 신일 것 같은데요, 휠러의 이런 감정, 이런 다정함이 제자들을 굉장히 고무하는 힘이 됐을 것 같습니다.
휠러의 시 소개 감사합니다!

몰리 2020-12-02 19:38   좋아요 0 | URL
유튜브에서 인터뷰 영상 보면
이 분은, 무엇이든 같이 말할 수 있는 분이다... 느낌 들더라고요.
이 분과 무엇이든 같이 말할 수 있기 위하여 통과해야 할 관문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통과했고 그리하여 단련된 사람이면, 그에게 무엇이든 물을 수 있고
그는 무엇이든 깊이 생각한 후 답할 것이다. 진짜의 대화란 그런 것이다......... 같은 느낌.
한국에서는 과연 누가 그런 선생인가, 누가 그런 선생을 알았는가. 이런 생각도 당연히(?) 따라 붙고요.


han22598 2020-12-0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시네요.

몰리 2020-12-04 07:33   좋아요 0 | URL
저는 휠러의 외모도 굉장히 ㅎㅎㅎㅎ 끌립니다.
보편적으로 끌릴 외모는 아닐 거 같은데, 그의 말투나 눈빛, 입모양
계속 보고 있을 수 있을 거 같. 아기 때부터 노인 때까지.
 





존 휠러의 책과 같이 받은 책 중 이것도 있다. 

편집자 데이빗 카이저는 <어떻게 히피들이 물리학을 구원했나> 저자. 

MIT 출판부 간이고 하드커버, 최상-상 상태인 중고인데 10불도 안함. 얼마나 잘 산 거냐 나는 이 책을. 쓰담쓰담. 


<어떻게 히피들이 물리학을 구원했나>는 

이제 오디오북이 거의 끝나가는데, 여러 모로 감탄스러운 책이다. 

그 중 하나는, 과학과 저널 출판의 관계에 대한 성찰. 과학자들과 그들이 쓰는 논문. 그들이 쓰는 논문이 

발표되는 학술지와 학술지들의 운영 방식. 학술지가 과학자의 커리어, 과학의 방향에 가질 수 있는 힘.. 이것에 

대한 아무렇지 않게 지적인 성찰이 있다. 이 주제로 재미있는 애기도 많이 있다. 


한국에서, 그게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학술지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지적인 성찰을 할 수 있을까. : 이런 의문이 바로 듬.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이미 오래 어떤 압박도 받아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너 누구 편이냐의 압박도 있겠고 어쨌든 이래저래 기만의 압박. 




이 책에서 데이빗 카이저가 쓰는 편집자 서문을 보면, 이런 글을 쓰기 위해 필요했던 공부는 

낭비되지 않는다........... 같은 생각도 든다. 그 공부의 "선물". 그 공부, 그 선물이 데이빗 카이저를 만들었다. 

여기서 그가 하는 말과 전혀 모순될 말이나 행동을 그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확신도 든다. 


모든 편집자 서문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는 건 아니다. 

데이빗 카이저가 (어쨌든 내게는, 내 기준에는) 특별히 더, 인간을 만드는, 인간을 바꾸는, 공부를 한 사람인 것. 


음. 아홉시. ㅎㅎㅎㅎㅎ 

여섯시에 자고 열한시에 일어나던 며칠 후에, 모처럼 깨어서 지나가는 밤 아홉시의 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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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trified and the Proletarian (part 1) — Red Wedge




코츠의 책 후반에서 두 번 등장하는 구절이다. 

공부의 선물. the gift of study. 


번역판에서 "공부의 재능"으로 번역되었는데, 원문에서 중의적으로 쓰인 표현 같기는 해서

역자도 난감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재능"보다는 "선물" 쪽. 선물로 보아야 이 구절 등장하는 문장들이 

더 이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그에게 공부가 준 선물은 

넓고 깊어진 시야. 이렇게 말하면 진부하게만 들리지만 그의 책에서는 진부하지 않다. 진정 선물로 보이고 

"성취한" 선물로 보인다. 



수업에서 나는 

우리가 미국의 흑인이 아님에도 "학살"을 겪고 있는데, 그건 "공부의 선물"을 받을 수 없게만 되어 있고 

그렇게 정신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것을 수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타인의 말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관심, 보낼 수 있는 존중, 이런 것들을 실천하지 않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모르고 살게 하는 것이다... 는 얘기도. 


그런데 정말 그렇다. 

코츠가 말하는 맥락에서, 그 의미에서 "공부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 중 얼마나 희귀한가는

타인에게서 깊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희귀한가와 바로 연결되지 않나 한다. 타인의 말, 타인의 정신에 가질 수 있는 관심, 보낼 수 있는 존경 이런 것이 조롱 당하는 풍토에서 


정신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이런 일이 얼마나 일어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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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중고 구입한 이 책, 다른 책들과 같이 며칠 전 도착했는데 

이 책 펴보면 앞에, 그러니까 일종의 "서시" ㅎㅎㅎㅎ 로서, 존 휠러가 쓴 굉장히 긴 시가 있다. 

중력에 바치는 사랑의 시. 사랑의 노래. 


이런 게 있을 줄이야. 

장난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아닌 거 같다. 그의 진심. 그는 진심으로 중력을 사랑한 사람. 


번역해 올려보고 싶어집니다. 



얼른 99.2%에서 99.8%(100%를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로 이행하여 

페이퍼 제출하고 맥주 마시자. 생각하면서 달리는 중이다. 아마 오늘은 어렵겠지. 12월이 오고 그것도 2일이나 3일은 

되어야 가능할 거 같기도 한데 


그러나 잠시 후 담배를 사러 나가면서 

맥주도 사오는 게 어떨까. 2시에 맥주 사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제법 자주 맥주 사는 제법 나이 많은 (앞머리가 하얗게 센) 사람이 

문득 두시에 와서 사면 갑자기 매일 사는 사람으로 잘못 기억되지 않을까. (...) 쓸데없는 걱정이 잠시 진지하게 들었다. 


젊었(....)을 때 마시는 것과 다르긴 하다. 

아주 가끔 마셔도 부끄럽다니깐. 젊을 땐 매일 마셔도 부끄럽지 않았다.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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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01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고 마땅한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있군요. 훌륭하다!

몰리 2020-12-01 07:32   좋아요 0 | URL
보니까 ˝서시˝만 쓴 게 아니고 각 장마다 앞에 그의 자작시 ㅎㅎㅎㅎ 가 있는데
오글오글 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존 휠러에게 반하게도 되네요! 귀엽고 사랑스러우신 분.

blueyonder 2020-12-0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휠러의 시가 정말 궁금하네요. 올려주세요~!! ㅎㅎ
젊음과 음주, 공감이 가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괜찮다고 믿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

몰리 2020-12-02 08:29   좋아요 0 | URL
휠러... 시는
삼류 시인 거 같긴 한데 ㅎㅎㅎㅎ
조금씩 올려 보겠습니다. 정말 물리학을 사랑하신 분이시더라고요 휠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