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며칠 전부터 옆에 두고 조금씩 읽었다. 

어느 알라딘 독자가,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리뷰에서 평가하던데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듬. 독자의 정신은 이런 책 읽으면서 격하게 흔들릴 때 형성되는 것. 


이 책과 피에르 아도의 책을 같이 읽었는데 

(아도는 프랑스의 철학자, 고대 철학 연구자. 고대 철학과 "영적 단련 spiritual exercise,"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이런 주제로 책 쓰신) 이 책과 비교할 때 아도의 책은, 독자의 정신을 형성하는 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아도는 좀 안이하게(안일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의 지적인 성장의 과정이 그랬을 거 같지는 않음에도, 하여튼 "자족하는" 경향. 그에 반해 데이빗 우튼은 투쟁하는, 투쟁으로 아이디어와 문장을 만드는 쪽이고 어떤 대목들에서는 그게, 갑자기 내 머리를 확 헝클어버리는 효과? 그런 것 있다. 너 이거 니가 한 번 해결해봐라. 너 지금 졸고 있니? (...) 이러저러하게 찌르고 자극하는 효과. 


역사의 휘그 해석. 

진보를 전제하는 역사 해석.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그들보다 우월함을 전제하는 역사 해석.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과거 사건들에 가치판단을 부여하는 역사 해석. 


우튼의 책은 과학사에서 역사의 휘그 해석을 옹호하는 책이다. 

자기 입장이 그렇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히 한다. "노예제에 가치판단하지 않는 역사를 너는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로다.  


과학사 내에서 이 문제의 현황이 어떤 건지 알고 싶긴 한데 

잘 모르는 입장에서 지금 내 생각은, 어느 쪽에든 (휘그 해석에 반대하는 쪽이든 그걸 옹호하는 쪽이든) 

사유의 차단, 사유의 억압이 숨은 동기인 이들이 있을 거라는 것. 반대냐 옹호냐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인간 정신을, 인간 정신의 역량을, 믿느냐가 중요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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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인가에서 청년들이 하는 고구마 농장. 

그들이 만드는 고구마칩. 유튜브에서 보고 주문을 아니할 수 없었.  

노래방 새우깡보다 작은 크기에 2만원 넘으니 좀 비싼 느낌이긴 한데 

맛있다. 이상하게 맛이 있긴 하다. ; 아무 첨가물 없이 단지 튀기기만 한 것인데 맛있다.


하늘엔 별, 별똥별. 

땅에는 고구마, 감자. 별 같은 고구마, 감자. 

이런 뜻으로 "별똥밭" 이름 지었다고 한다. 

바슐라르가 좋아할 작명.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에 몇 문단이 있다. 

광부는 땅의 별들을 캐던 사람. 등등. 


하튼 고구마칩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맥주 마시기 시작. 

어제 마시려고 했으나 어제 초저녁에 떡실신. 술 없어도 떡실신. 




오지는 오진다 채널에서 본 거 같지만 확인을 못하고 있는 내용으로 

전남 화순의 독특한 가정집 조경이라 해야 하나, 하튼 화순 지역에서는 흔히 보는 것으로서 

마을 냇가의 물을 집 마당 안으로 끌어와 마당에 수로가 있게 하는 것.  


저런 내용 해설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화순에서는 흔하죠 흔했죠 이렇게 집에 물이 들어와요, 여기서 야채도 씻고"). 그러나 한 5초 지속되었을 뿐인 거 같다. 


아니 정말 마당에 수로가 들어와 있고 

그게 너무 신기하고 매혹적인데, 5초 휙 보여주고 딴 얘기 시작함. 

이걸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도 모자랄 거 같은데.


좋아요는 눌렀겠지만 

다시 찾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에서도 아무리 검색을 요리조리 해봐도 찾지 못한다. 


그냥 수로가 들어온다 차원이 아니라 

왜 그 흐르는 맑은 물의 매혹, 그게 있었다. 

흐르는 맑은 물이 내 집 마당에 있음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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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17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까지 배달이 된다면 사먹고 싶어요!! 맛잇겠다요!!^^;;

몰리 2021-04-17 05:08   좋아요 0 | URL
처음 하나는 이게 모야?
그러다 으음, 오우, 그래 이맛이야.
한 그릇을 ; 한자리에서 먹어도 아무 부대낌 없는 게 신기했어요.
고구마칩으로 한달에 6만여원을 써도 상관없는 수입이 필요하다.... 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도서관 책에 읽은 흔적 많을수록 좋아하는 편이다. 

활자가 보이는 한에서. 읽을 수 있는 한에서. 

활자가 보이기만 한다면. 읽을 수만 있다면. 


도서관 책에 밑줄도 있고 노트도 있고 그래야 도서관 책처럼 느껴진다. 

좋은 의미의 도서관 책. 다수가 본 책. 웅성거림이 들려오는 책. 


그래서 보통의 도서관 책, 종이엔 여러 독자들의 손가락이 남긴 흔적이 있지만 

페이지 내부는 비교적 깨끗한 책들. 폐소공포증 비슷한 느낌 준다. 여기 왔던 모두가 긴장했었다. 

그 안으로 잘 들어가야겠다가 아니라 얼른 뛰쳐나가야 할 거 같은. 그 안으로 잘 들어가려면 

내 맘대로 줄긋고 색칠할 책을 내가 사야하겠다는. 




그런데 위와 같은 책을 발견. 

책을 읽을 수 없게 함이 읽음이었다, 이 독자에게. 

약 20페이지가 위에서 보이는 방식으로 훼손되어 있는데 

위의 페이지는 사실 양호한 편이고 어떤 페이지는 몇몇 단어들이 강하고 빠르게 반복 빗금 혹은 동그라미를 

검은 볼펜으로 친 결과로 아예 보이지 않는다.  


대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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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4년만에 20억 만들었다. 현재 자산 20억. 

누가 이런 얘기 쓴 걸 보고, 아 지금 내게 20억이 아니라 5억만 있다 해도. 

아니 지금 말고 2년 전에 내게 그 돈이 있었다면. 

...... (이렇게 상황은 영원히 바꿔볼 수 있는데) 아무튼 상상했다. 

2년 전 내게 5억이 있었다면 나는 그 때 이 비천한 계약직 그만두었을 것이다. 


관점을 조금 바꾸면 

어딜 그만두기 위해 (두려움과 걱정 없이 그만두기 위해) 5억씩이나 필요한 거 아니라는 걸 

"돈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이럴 수 있다는 걸 저 집 보면서 생각함. 전남 살기라는 프로젝트가 있고 빈집들을 

리모델링해서 지자체에서 임대한다고 한다. 보증금이 없거나 저렴하고 월세를 받는데, 위의 집은 월세 15만원. 

지금 임대해 살고 있는 분은, 집에 단점이 하나도 없고 모두 만족한다고 말씀하심. 걸어서 5분 거리에 서해 바다가 

있는데 노을이 아주 아름답고 집을 방문했던 손님들 모두가 그 노을에 감탄했다고 하심. 


집도 뭔가 느낌 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 이런 느낌도 있고. 

쓸쓸하고 조용하고 그런데 무섭지는 않을 거 같은. 


작업하던 페이퍼가 다 끝나서 

이제 한 한달은 읽기만 하고 이사한 집에서는 다시 맹렬히(제발, 그럴 수 있기를 맹렬히....) 

쓰기 시작하겠다. 써야 할 글들은 얼른 다 써야지. 이런 계획을 하고 있다. 써야 할 글들을 얼른 다 쓴다면 

좋은 직장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 하면서 살 수 있겠지. 


혹시 그러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런다면 

저 느낌 있는 시골집으로 가자.......... 가서 쓰면서 살면 됨. 


조금 더 생각하면 

한 두 달 있으면 서울 오고 싶어질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일단은 낙관의 근거가 하나 더 확보되는 거 같은, 같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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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려고 이불 펴다가 

말 그대로 "눈을 의심"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인가. 


의심의 찰나 다음 두 생각이 공존했다. 1) 무생물이다, 2) 생물이다.

굵은 털실 아니면 태그 같은 것이다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지네다.    


털실은 입김만 불어도 흔들린다와 

지네는 스스로 움직인다, 유연하게. 


이럴 땐 그런 것이다. 의심할 때가 좋은 시절이었지. 

............. 지네가 아니라면 지네"류" 생물임을 알고 나서 

부랴부랴 청소기로 흡입시켜 먼지통으로 보내놓기는 했다. 일반 청소기라 

먼지통이 그냥도 보인다. 먼지 속에서 회전하다가 죽어버려라. 캭 죽어버려라. 아니면 천천히라도 죽어버려라. 

그러나 그것은 먼지통 바닥에 착, 밀착해 움직이지 않았다. 


청소기 헤드 먼지 흡입구를 테이프로 잘 막아놓고 나서 

그래서 이 한 마리는(이게 다인가?)  일단 제대로 감금시켜 놓고 나서 

잘 수가 없었다. 자려는 시도도 (자리에 눕기) 할 수 없었다. 

pc는 꺼둔 다음이었고 아이패드 열고 

"지네" 검색했다. 의자나 바닥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꼭 붙잡고 

마치 그 자리에서 그 자세로 얼어붙듯이 그렇게 자야 할 거 같았다. 


지네는 음 

심지어는 쥐도 누구는 쥐 공포증 있는가 하면 누구는 쥐를 가지고 놀기도 함을 기억하면 지네도 

그것이 자극하는 혐오와 공포가 케바케일수도. 당신이 지네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이 

자극할 수도 있는 극한의 혐오와 공포를 알기 (추정하기) 위하여 당신은 그것을 가까이서 보아야 한다. 

잡아도 보아야 한다. 청소기 먼지통에 가두고 이틀 동안 죽지 않는 그것이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해보아야 한다. 


약재로 쓰인다는 마른 지네는 김발 같은 것에 죽 줄줄이붙여둔 걸로 흔히 보았던 거 같은데 

(내 세대의 유년기= 전근대) 살아 움직이는 매우 살찐, 검고 붉은 불길한 색의 지네는 처음 본 거 같다. 

곤충같지가 않음. 포유류. 포유류 같음. 


그 날만이 아니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잠을 설쳤다. 

어제야 비로소, 이 집에 사는 동안엔 영원히 생생할 거 같던 그 충격이 많이 약해졌다고 느낄 수 있었다. 

누워도 눕는 게 아니게 (누워 있지만 실은 앉아 있는), 불편하고 우울하게 자다가 어제 비로소 밤의 어둠 속으로 마음 놓고 편안히 내려간다는 느낌과 함께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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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4-15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네 실물 큰거 진짜 트라우마 생길 수 있죠.. 카더라에 의하면 지네는 쌍으로 다닌다는 소문이 ㅎㅎㅎㅎ 한마리 더 잡으셔야 합니다... 🙃(사악한 웃음)

몰리 2021-04-16 05:12   좋아요 1 | URL
아 정말 그 때문에 지속되었던 공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공포. 하나 더 있다는 공포.
제발 아니라고 해줘.... 바라면서 검색 계속했더니
쌍으로 다닌다는 낭설이고 흔히 혼자; 다닌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바퀴와 마찬가지로 한 마리 보였다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군집이 (???? 지네도 군집 생활합니까 리얼리) 있다는 뜻이라는 얘기도 누군가 쓰고 있었는데, 집을 부수고 싶어졌.

공쟝쟝 2021-04-16 07:53   좋아요 1 | URL
제 어릴때의 미신에 의하면 그리하여 그 지네의 시체를 불태워 냄새를 피워 집단 지네들에게 너희는 불태지리라 경고를 보여주셔야 한다는 데!!!!!!

다락방 2021-04-16 07:54   좋아요 2 | URL
오 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불태워 죽이는 게 확실한 방법인것 같네요! 그런데 어떻게 불태우지 무서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cott 2021-04-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네 보셨다면!
만약 이사간 집에 !
로또! 로또를!

몰리 2021-04-16 05:14   좋아요 1 | URL
로또! 영국에서 금연이 괴로운 ex-흡연자가
담배 대신 로또를 사기 시작했는데 15억 당첨!
저 얘기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 나도 따라해야 한다! 다짐했던 참이긴 합니다.

다락방 2021-04-16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무서워요 몰리님 ㅠㅠ
청소기 먼지통...에 아직도 있나요? ㅠㅠ 저같아도 잠을 설칠 것 같아요. ㅠㅠ
저도 사무실에서 지네 본적 있는데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난 적 없어요. 앞으로 안나타날 거예요 몰리님. 앞으로 평안한 밤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ㅜㅜ

몰리 2021-04-16 08:19   좋아요 1 | URL
우리집 청소기는 먼지통만이 아니라 먼지통 직전 단계도 투명하게 보이는 청소기인데
먼지통 안에 잡아넣은 지네가 기어나갑니다 저 직전 단계로.

그리고 이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긴 청소봉? 막대? 를 통과하여 청소기 헤드까지 이행을 하는데
헤드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 놨으니 거기까지 와서 그걸 뚫고 나와보려 꿈틀거리는 지네를 보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정말 핍진한 묘사가 필요한데.

하튼. 쉽게 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죽어야만 그걸 비울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래서 그 안으로 여러 물질들을 흡입해 넣었습니다. 죽은 다음 먼지통을 비우기도 쉽지 않았어요. 먼지통을 잡는 손이 감전되는 느낌이었어요. 잠을 쫓는 가장 확실한 방법: 지네 보기, 지네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