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를 읽은게 2014년이었네. 진심으로 기쁘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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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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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전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상상의 세계, 이어질 듯 말 듯한 이야기의 짜임새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몰입감은 역시 정유정 작가님다웠다. 전작 <7년의밤><종의 기원><완전한 행복>의 정유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진이, 지니>처럼 새로운 시도가 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도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28>과 같은 소설을 한번 더 써주시기를 기대해본다.  


롤라는 거대 네트워크이자 빅 데이터이며 통합 플랫폼이다. 게임과 커뮤니티와 영상 혹은 방송 채널이 무한대로 생성되고 소비되는곳이다. 이곳엔 지상의 동화와 지하의 신화가 동시에 구현되는 가상세계도 존재한다.
가상세계에선 하고 싶은 일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벌도 받지 않는다. 도덕적 부담을 짊어질 필요도 없다. 나보다 잘난 것들이 내 손에 죽길 바란다면 총을 들면 된다. 몇 놈이 아니라 대륙 단위로 쓸어버리고 싶다면 전쟁을 일으키면 된다. 불량하고 불건전한 환상을 원한다면 술과 약의 세계가 소망을 이뤄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죄다 심심한 자를 위한 궁극의 프로그램도 있다. ‘아들 셋을 키워보세요‘라고. - P19

가상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뭐니 뭐니 해도 ‘롤라 극장‘이다. 가상의 삶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인공 시점으로 유장하게 살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용법도 까다롭지 않다. 요약본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극장을 고르면 된다. 형식별, 장르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신작이 끊임없이 개봉되므로 선택의 폭은 거의 무한대다.
극장 속 서사는 실제 삶과 똑같이 인식된다. 자신의 자아가 서사 속 주인공의 자아로 대체되기에 가상의 삶이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한다. 인지하는 시점은 극장을 벗어난 후다. 극장 속 삶이 끝나야만 본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삶은 예외 없이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돼 있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극장 속 삶이 좋았다면 반복해서 갈수도 있다. 스포일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삶이 재시작되는 순간, 이전 삶에 대한 기억은 말끔하게 사라진다. - P20

업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성격이나 습관, 취향, 일상 패턴 등을 파악해 삶의 서사를 설계한다.
극장이라는 툴은 롤라가 제공한다. 롤라의 극장과 작동 방식도 동일하다. 반드시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된다는 점 역시 같다. 의뢰인이 살았던 실제 삶을 토대로 미래가 설계된다는 것과 소유 개념이 없는 롤라에서 유일하게 인정되는 자산이라는 것만 다르다. 롤라가 만든 극장이 공용이라면, 업자가 만든 극장은 개인용인 셈이다.
롤라의 공용 극장은 줄여서 ‘롤라 극장‘이라고 부른다. 개인 극장의정식 명칭은 ‘드림시어터‘다. 의뢰인은 드림시어터 안에서 자신의 실제 인생을 두 번째로 살게 된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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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문학 수업 - 호기심 많은 10대를 위한 50가지 스포츠 이야기
강현희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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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아이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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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서사를 만들어 미래를 나를 바꾸라는 결론을 깨닫자, 내내 장황하게 펼쳐지는 온갖 이야기에 약간 속은 느낌이었지만, 장기 기억에 저장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연속 읽기나 연속 시청은 피해야 한다는 구절 포함 몇몇 구절은 인상적이었다 

다음번에 화나거나 기분이 상할 때, I am angry [나 화났어]‘라고 말하는 대신, I feel angry [나는 화를 느껴]‘라고 말해보라. 분노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신의 내부 상태에 대한 보다 중립적인 평가이다. 이런 문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순수한 지각적인 요소로 분리할 수 있다. - P95

정리하자면,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기는 마음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는 이러한 서사의 원형에 익숙해진다. 그것들이 허구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 기억들은 삶의 사건들을 해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준다. - P278

당신이 말하는 서사가 곧 당신이다.
당신이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한, 당신은 줄거리를 통제할 수 있다. 당신은 부지런해야 한다. 오래된 서사를 지울 수는없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과 더 밀접하게 일치하는 다른 서사를 소비함으로써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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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가난해서 남들의 아픔을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닐까"


"내가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간절히 바란다. 밤새워 놀다 지친 그녀가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는 일요일이 되었기를."


에세이를 읽다가 눈물이 났다. 지하철에서 말이다. 다행히 손수건이 있어 눈가를 슬쩍 찍어냈다. 눈물나게 하는 건 가난과 장애를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작가님들의 삶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힘든 상황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불행이나 아픔을 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에서였다. 이 숭고한 마음이 너무 멋져서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불행에 있어서라면 나도 할 말이 많지만, 나는 한번도 이런 숭고한 태도를 가져보진 못한 것 같다. 그저 가난과 불행을 감추기 급급해서 못되고 못난 짓만 했던 그때의 나를, 아직도 내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아이를 한번 들여다 보았다.      


이 여성 작가님들의 에세이, 정말 좋다. 

요즘 책을 덜 사려고 노력중인데, 그래도 이런 좋은 책들은 꼭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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