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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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2000년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명예인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가장 사랑 받는 작가라고 한다.

사실 그림책은 글보다는 그림이 위주인 책인데 그의 동화책에 그려진 그림은 글이 없어도 그 내용을 아이들에게 글보다 더 충실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괜히 삼천포로 빠지는 글 같지만 국내 아동서의 그림(혹은 삽화)는 출판사의 낮은 삽화비때문이지 상당히 그림 퀄리티가 떨어져서 외국 작품과 비교해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은 편이다.우리 아이들에겐 우리 정서에 맞는 그림이 사실 좋은데 말이다.

책의 그림을 보면 방 구석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게다가 아이가 보고 있는 Tv의 그림만 밝게 처리되어 있어 주변이 더 한층 어두운 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건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인 한나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게다가 아프리카 지도 액자가 걸려있는 벽지의 온갖 동물 문양이 더 더욱 을씨년 스러운 생각을 들게 해준다.
한나의 아버지는 정말 바쁘다.사실 한나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아버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 들어온다.게다가 휴일에는 항상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이 책에서도 한나의 아빠는 식탁에서 조차 아빠는 무표정으로 신문을 읽고 있고 집에 와서도 책상에 앉아서 항시 아빠는 바삐 일만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한나는 그런 아빠가 한편으론 야속하기도 할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보다 꿈과 상상력이 많은 편이다.한나 역시 아빠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주자 상상속 친구를 만들기 시작한다.아빠가 사준 고릴라 인형,하지만 방 한구석에 치워두었던 고릴라 인형이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닌가!!
고릴라 인형은 한나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물론 고릴라는 한나의 마음속 상상의 산물이기에 한나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알고 있다), 동물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즐겁게 맛있는 식사도 하고, 잔디밭에서 춤을 추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된다.하지만 깨어보니 꿈…
하지만 그래도 한나는 비록 꿈속이지만 아빠와 즐건운 한때가 좋아서 아빠에게 어제밤 꿈 이야기를 하러 번개같이 계단을 내려간다.워낙 빨라서 그림자 밖에 안보인다.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근데 그런 한나의 마음을 알아서 였을까 아빠는 다정하게 한나에게 동물원을 가자고 한다.마치 한나의 꿈속 이야기를 알은 것처럼….

이 동화속 이야기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아이들은 항상 아빠가 놀아주길 바라지만 아빠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시간을 갖지 않는다.하지만 과연 시간이 없어서 였을까? 늘상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려 주진 않는다.아이들도 성장해서 아빠를 안 찾을 날이 올것이다.그때는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아이들이 아빠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항상 아이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아빠들이 되라고 알려주는 좋은 책같다.

이 책은 그림도 좋고 내용도 좋아서 아이들도 좋아하겠지만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더 좋은 책이다.한가지 마지막 식스 센스 같은 반전이 있는데 왜 한나에게 동물원을 가자는 아빠의 뒷주머니에는 바나나가 있을까?!?!?!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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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 무협 단편집 -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
진산 지음 / 파란미디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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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무협지를 본적이 있었다.도서관 한 귀퉁이에 숨겨져 있었던 책인데 아마도 읽지 않았었는지 책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그 당시 책을 많이 있던 초딩이어서 그 책을 뽑아들었다.제목은 소년 군협지!!!
아 소설속의 내용은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주인공이 장풍을 쏘고 칼 한번 휘드르면 악당들이 쓸어지고 하늘을 날라다니고…,이런 현실과 유리된 세계를 책속에서는 강호라고 불렀다.

나중에 커서야 이 책이 대만의 무협 작가 와룡생이 지은 옥차맹(국내에서는 군협지로 번역되었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이 책이 다시 재간되어 읽었을적에 어린 시절 무협지를 처음 읽었던 희열이 되살아 났다.
그러면서 김용의 영웅문 등등 국내에서 번역된 많은 무협지를 읽었고,또 만화방에 가서 국내 작가들이 쓴 무협지도 읽게 되었다.하지만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만화방용으로 나와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너무 천편 일률적인 전개 방식등으로 수십개의 작품을 보게 되면서 금세 질리게 되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이후 책 대여점이 생겨나면서 국내 무협지들도 만화방을 벗어나 대본서로 진출하게 되었고 만화방용 책의 형태에서 일반 도서용 책으로 겉 모습은 변신을 하게 되었지만 그 내용은 예전과 같이 천편 일률적이었다.
그래설까 나의 관심은 무협 소설에서 추리나 SF등 다른 장르 소설로 바뀌게 되고 무협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디선가 국내의 무협 소설작가들도 흔히 말하는 물갈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국내의 무협 소설은 60년대 중국의 무협소설을 화교들이 초벌 번역해 놓으면 우리 작가들이 윤색한 것들이었다.이들은 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필명으로 창작 무협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작품이 대부분 만화방 대본서에 꽂혀있었고 이들이 바로 우리 무협 소설의 1세대 였다.이들 중 현재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들이 바로 검궁인이나 야설록등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무협 2세대들은 1세대 작가들의 영향과 중국 무협 소설의 영향을 받았지만 대학에서 영문학 독문학 철학 한문학 등을 전공하면서 문학적 소양을 쌓고 장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나름 내공이 출중한 인물들로 PC통신 시절부터 활약하던 인재들이다.

이 2세대 흔히 말해 신무협의 대표 작가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산이다.진산역시 PC통신 시절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여성 작가란다.무협소설은 대체로 남성들의 전유물인데 어째서 여성이 무협지를 쓰게 됬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무협 단편집이라는 희안한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사실 무협지는 장편,그것도 최소 5편이상이 되는 장편들이 주류여선지 단편이란 것이 거의 없는 편이다.내 기억에 그나마 가장 짧은 것이 책 반권 분량이 되는 김용의 원앙도정도 였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제목이 너무 운취가 없다는 점이였다.제목이 진산 무협 단편집이라니….셜록 홈즈 추리 단편집도 아니고,사실 그간 수 많은 무협지를 읽어 보았지만 이런 성의 없는 제목은 처음이었다.차라리 부제인 '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를 그냥 소설의 제목으로 했으면 아마도 더 풍취가 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물론 나 처럼 진산이 누군인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무협 작가라고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무협지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어두운 만화방 한가운데 아저씨들이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의 내용을 보지 않은체 읽지 않으려는 편견을 가지려는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마케팅이 좀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1994년에 처음 쓴 광검유정부터 2006년에 쓴 잠자는 꽃까지 이 7작품은 십 수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마치 단기간 걸쳐 쓰여진 것처럼
잘 연결이 되어 있다.
이 작품들 속에는 복수, 성취, 대의, 개인의 완성이라는 무협적인 특징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곱 개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돌연변이들이다.왜 그럴까?
사실 무협 소설과 단편은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무협 소설은 어찌보면 한 개인의 성장사이다.한 소년이 부모를 살해당해 복수를 결심하고 무예를 배우면 그리하고 신공을 성취하고,개인의 복수를 넘어 강호의 평화를 위한 대의의 싸움을 전개하고 드디어 온 강호인에게 존경받은 대협이 된다는…….이런한 길고 유장한 이야기를 단 몇십장에 그릴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협 소설은 대하 소설이 아니면 안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에 과감히 반기를 든 이가 바로 진산이다.여성은 무협 소설을 쓰면 안된다는 남성들의 고리 타분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그랬을? 아무튼 무협 단편이란 것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이 책은 비록 단편집이라고는 하나 사실 세편의 단편과 한편의 중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후반부 4편인 고기만두,웃는 매화,날아가는 칼,잠자는 꽃은 실제로는 한 주인공이 주역인 연작 단편이기 때문이다.진산의 단편은 디테일한 묘사와 스토리의 균형이 매우 잘 잡혀있는데 특히 후반 4편을 보게 되면 네 편 개개가 독자적인 작품이지만 연결해서 읽게 되면 더 큰 감동을 받을수 있기에 진산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중에 알고보니 진산이 무협 소설을 절필했다고 한다.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는 작가가 절필한다니 아쉽기 그지없다.(완전 절필이 아니라 무협 소설만 절필한단다)
이 작품은 여성 무협작가의 감수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게다가 국내에서 다시 나올수 없는 무협 단편집이다.비록 무협 소설을 멀리하는 분들이라도 진산의 무협 단편집을 읽으면 아마 무협 소설의 세계에 눈을 새로이 뜰것이라고 자신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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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9-11-1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예요. 진산의 다른 책은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성 무협작가로 이름을 알렸는데, 왜 절필했는지 궁금하네요. 로맨스 소설은 취미가 없으니, 이제 더이상 글으로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네요.

남편인 좌백은 열심히 무협을 쓰고 있던데 말이죠.

카스피 2009-11-15 20:41   좋아요 0 | URL
여성 작가여서 그런지 일반 남성 작가와 다른 시각으로 무협지를 쓰신분이죠.약간의 페미적인 느낌도 나는 작품도 있읍니다.다른 작품도 한번 읽어보세요^^

야클 2009-11-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천당문> 읽고서 팬이 되었었는데... 이 단편집도 꽤 재미있죠. ^^

카스피 2009-11-16 10:25   좋아요 0 | URL
ㅎㅎ 야클님 먼저 장편을 읽으셨네요.이 단편집도 꽤 재미있읍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내용은 전형적인듯한데 또 재미가 있군요.

카스피 2009-11-16 10:24   좋아요 0 | URL
사실 진산의 무협지는 일반 남자 작가들이 쓴 것과 뭔가 다른 느낌을 많이 줍니다.여성분들이야 무협지를 많이 안 읽으셔서 무협지의 그 천편 일률적인 느낌을 잘 모르시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에는 감수성이 녹아들어가 있읍니다^^

보석 2009-11-1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이 쓴 로맨스소설도 꽤 재미있답니다.ㅎㅎ 것도 나온 지는 좀 된 거 같은데..요즘은 뭐 쓰시는지 모르겠네요.

카스피 2009-11-16 10:52   좋아요 0 | URL
요즘은 로맨스풍이 살짝 가미된 판타지 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하시네요^^

다락방 2009-11-16 12:54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특히 커튼콜은 최고였죠. 물론 무협과 판타지가 가미된 [가스라기]도 재미있었지만 말입니다. ㅎㅎ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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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똥은 요즘 어른들이 어렸을적에 기피의 대상이었다.흔히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한 십 몇 년전만 하더라도 동네 길가에는 개똥이 무척 많았다.지금처럼 개주인이 개똥을 치우는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개똥은 개 키우는 집 앞에서 어디서나 볼수 있었다.동네에 지뢰처럼 있던 개똥이라 놀다가 밟으면 재수 없다고 침을 퉤퉤 뱁고 신발을 슥슥 바닥에 문지르고 또 한바탕 뛰어 놀던 때였다.게다가 요즘 처럼 차도 많지 않던 시절이라 강아지와 아이들이 모두 힘차게 골목길을 몰려서 놀러 다니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도 흔히 보는 개똥이라-물론 소똥이야 시골에 가야 볼수 있지만- 그 당시 아이들은 똥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어른들도 똥은 지저분하고 교육시켰고 지금처럼 똥에 관련된 동화책도 없었고 있었다 한들 팔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하는 법.어느새 똥도 어린이 서적의 중요한 주제중의 하나가 되었다.똥과 관련된 책만 해도 우아, 똥이 나왔어요, 황금똥을 눌 테야!, 뿡, 너 방귀 뀌었지?, 소미네 똥가게, 방귀 방귀 나가신다, 어떻게 똥을 닦지?등등 알라딘에만 약 40개의 책이 있다.

근데 왜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며칠 전에 본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도 초등학교 주인집 딸내미가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신신애가 지은 애기 똥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이 똥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장 어렵게 설명하면 프로이트의 학설에 나온는 유아의 삶에 나타나는 두번째 단계인 항문기(anal stage)대한 것을 들을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거창한 이론을 들기보다는 아이들은 똥을 누는 과정에서 배가 아프다가 똥을 눔으로써 배가 시원해지기 때문에 마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것은 어른들이 처음 배변연습을 시킬 때 아이가 시원하게 똥을 누면 칭찬하는 것에서 유래할수도 있다)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아직 순수해선지 더럽고 피해야 될 똥이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것 같다.이 책은 오랜만에 지상으로 올라온 두더지 머리위에 누군가 똥을 싸면서 사건이 시작된다.화가 난 두더지는 각 동물들을 찾아가 취조를 하고 동물들은 자신의 똥을 보여주면서 범인이 아님을 해명한다.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각종 동물들과 그 들의 똥을 봄으로써 동물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편으로는 범인을 찾아기는 추리의 과정을 보게되면서 범인 찾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들 동화의 스터디셀러이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보면 매우 즐거워하지만 현실에서 어른들이 똥을 보면 냄새나고 더러워서 봐도 못 본 척, 보면 얼른 치워하는 것이라고 교육해서인지 책에서 만나는 똥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서일까 아무튼 똥 이야기에 아이들이 열광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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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11-1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친께서 삔발에 발라 주셨던 개똥은 제게는 최초의 고약이었습니다.

카스피 2009-11-15 20:42   좋아요 0 | URL
ㅎㅎ 예전에 정말 개똥으로 약을 쓴 모양이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 책 정말 재미있죠. 저도 한.. 열권은 선물한듯해요.

카스피 2009-11-16 10:23   좋아요 0 | URL
조카분들이 많으신가봐요^^
 
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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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인지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아마도 일본 관련 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아마도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으로 기억된다) 다도(茶道)의 세계에서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는데 一期는 한 사람의 일생을 뜻하고 一會는 한번뿐인 기회를 뜻으로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기회. 라는 뜻이라 한다.사람을 대할때 그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이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로 쓰인다.

이 책의 제목인 일기 일회는 어느날, 법정 스님은 한때에 휩쓸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는 일의 고마움과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삶을 말했고, 그날 법문의 제목을 '일기일회'라 붙였다고 하는데 아마 거기서 따온듯 싶다.
이 책은 법정 스님 최초의 법문집으로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으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의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많은 저서를 저술하셨는데 그중에 읽었던 작품은 무소유와 불교 경전에 나온 이야기, 옛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자비, 희생과 봉사, 인내와 지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동화책이 전부다.좀더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도전을 해 보았지만 역부족으로 실패…ㅜ.ㅜ

이 책이 서점에 있길래 예전에 무소유를 본 기억이 떠올라 서서 천천히 읽어 보았다.물론 사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되겠지만 요즘 자금 사정상 많은 책을 사서 보지 못하는 현실이 좀 안타깝다.
이 책은 불교 서적이 아닌 일종의 법문집이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이 읽기도 무척 쉬운편이다.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 여기서 말하는 어찌보면 평범하면서도 쉬운 말들이 한편으로 무척 실천하기 어려운 말임에 틀림없다.

읽다보니 좋은 글귀가 읽길레 쭈구리고 앉아서 수첩에 몇자 적어 보았다.
순간순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걱정 근심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것은 그 순간보다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서,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일에 생각이 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아무 걱정 근심이 없지 않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충만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214p)

삶에서 어떤 것이 가장 높은 경지입니까? 만족할 줄 아는 것, 즉 '지족知足'입니다.
(225p)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어느날 새벽별을 보고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 깨닫는 일이 아닙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무명無明의 구름에서 벗어나 맑은 하늘을 스스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이 물음을 지녀야 합니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227p)

깊은 새벽 잠을 못 이룰때가 종종 있다.그럴 때 이불속에서 가만히 누워있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른다.그럴 때 마음을 괴롭히는 것 자기 감정을 못이겨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한 가시돋힌 말들이다. 자책감을 느끼며 내일은 사과를 하리라 다짐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똑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긁어내고 또 밤이 되면 후회하는 그런 생활이 삶 전체에 걸쳐 반복되어 온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가슴 깊이 다다른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법정 스님의 일기 일회에 나오는 글처럼 마지막 만남이 될수도 있다.내가 잘못한 일들이 다른이와 마지막 만남으로 인해 두고 두고 아픈 기억으로 남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서 삶의 끝에 서서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인연이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대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이 책은 한번 사서 읽고 그냥 둘 책이 아니라 항상 곁에 두면서 한장씩 한장씩 차분히 읽으며 머리가 아닌 마음을 읽어야 될 책을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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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1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트에 담아 두었어요.
읽어봐야겠어요.^^

카스피 2009-11-14 12:54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면 가슴속에 절절히 다가오는 글귀들이 무척 많은 책입니다^^

가넷 2009-11-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고 있는데, 직접 법회를 갔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뭐 어쩔 수 없으니 책으로 엮은 법문집이나마 읽는 것이지만요.ㅎㅎ;;;

카스피 2009-11-15 13:27   좋아요 0 | URL
가넷님은 불교에 흥미를 가지시는 것 같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거꾸로 목사님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0
로알드 달 지음, 쿠엔틴 블레이크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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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알드 달이란 작가를 여지껏 추리 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그의 대표적 추리 단편집인 당신을 닮은 사람은 그가 여타 추리 소설가와는 다른 성격의 작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로알드 달은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 수상한 대단한 추리작가인데 앞서 말한 당신을 닮은 사람으로 ‘에드가 앨런 포’ 상과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수상했다.

그의 단편집인 당신을 닮은 사람을 읽은 후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했는데 웬걸 아무리 찾아봐도 그의 다음 추리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그가 뛰어난 동화 작가라는 정보만이 나올뿐이었다.영화로도 나온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등 온통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만 잔뜩 쓰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론 빨강집의 비밀이라는 걸출한 추리 소설을 쓴후 열화와 같은 독자들의 후속작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기곰 푸우라는 아동소설의 걸작 동화작가로 변신한 A.A 밀른의 후계자기 된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무척 쓰라렸다.

그래설까 아쉬운 마음에 그의 아동 도서들을 가끔 들여다 볼때가 있는데 역시 일급 추리 소설작가답게 아동용 책들도 무척 재미있다.워낙 유명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무척 재미있지만 이번에 새로 출간된 거꾸로 목사님도 그에 못지 않게 재미있다.
책 내용은 로버트 리라는 목사가 어렸을 때 심한 난독증으로 고생하지만, 난독증을 치료하고 성직자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친후 첫 임무지로 니블스윅이라는 작은 마을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첫 부임이라는 중압감에서 오는 불안과 걱정으로 리 목사는 자기도 모르게 가장 중요한 단어를 거꾸로 말해 버리는 ‘거꾸로 난독증’이라는 아주 희한한 병이 제발하게 되고 만다.
‘하느님(God)’을 ‘개(dog)’라고 말하는 건 기본. 포도주를 꺽꿀꺽꿀 마시지 말고 짝홀짝홀 마시라고 하질 않나, 경건한 예배 시간에도 “죄 우리를 사하여 주시옵고.”라고 기도하는 목사님의 괴상한 행동은 신앙심 깊은 마을 사람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하지만 로버트 리 목사는 자신이 난독증을 치료하고 성직자 학교에 입학했듯이 이번에도 역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방법으로 난독증을 극복해 나간다.아무래도 아동용 책이니 역시 해피엔드…

로알드 달의 거꾸로 목사님은 그가 일급 스토리텔러 작가리는 것을 증명하듯 무척 재미있고 유쾌하다.게다가 삽화 역시 글 읽는 재미 못지않게 보는 재미도 주고 있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고 있다.초등학생들이 읽어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게 작가 로알드 달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이다.보다 더 많은 그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아주었으면 좋겠고,특히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는 그의 추리 단편들이 국내에서 출간되길 정말 간절히 기원해 본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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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11-1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알드 달은 어린이물로만 알려져 있지요.밀른은 수필가로도 유명한데 상당히 재밌더라구요.

카스피 2009-11-15 13:29   좋아요 0 | URL
워낙 영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가 유명해서 그럴거에요.그덕분에 국내에선 그의 동화책이 많이 소개되었지요.
밀른은 원래 유머작가>추리 소설작가>아동작가로 변신했다고 하더군요.세 분야 모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서 다른 작품으로 변신할때마다 출판사 편집장이나 독자들의 반대가 많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