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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ㅣ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평점 :
사실 똥은 요즘 어른들이 어렸을적에 기피의 대상이었다.흔히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한 십 몇 년전만 하더라도 동네 길가에는 개똥이 무척 많았다.지금처럼 개주인이 개똥을 치우는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개똥은 개 키우는 집 앞에서 어디서나 볼수 있었다.동네에 지뢰처럼 있던 개똥이라 놀다가 밟으면 재수 없다고 침을 퉤퉤 뱁고 신발을 슥슥 바닥에 문지르고 또 한바탕 뛰어 놀던 때였다.게다가 요즘 처럼 차도 많지 않던 시절이라 강아지와 아이들이 모두 힘차게 골목길을 몰려서 놀러 다니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도 흔히 보는 개똥이라-물론 소똥이야 시골에 가야 볼수 있지만- 그 당시 아이들은 똥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어른들도 똥은 지저분하고 교육시켰고 지금처럼 똥에 관련된 동화책도 없었고 있었다 한들 팔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하는 법.어느새 똥도 어린이 서적의 중요한 주제중의 하나가 되었다.똥과 관련된 책만 해도 우아, 똥이 나왔어요, 황금똥을 눌 테야!, 뿡, 너 방귀 뀌었지?, 소미네 똥가게, 방귀 방귀 나가신다, 어떻게 똥을 닦지?등등 알라딘에만 약 40개의 책이 있다.
근데 왜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며칠 전에 본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도 초등학교 주인집 딸내미가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신신애가 지은 애기 똥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이 똥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장 어렵게 설명하면 프로이트의 학설에 나온는 유아의 삶에 나타나는 두번째 단계인 항문기(anal stage)대한 것을 들을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거창한 이론을 들기보다는 아이들은 똥을 누는 과정에서 배가 아프다가 똥을 눔으로써 배가 시원해지기 때문에 마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것은 어른들이 처음 배변연습을 시킬 때 아이가 시원하게 똥을 누면 칭찬하는 것에서 유래할수도 있다)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아직 순수해선지 더럽고 피해야 될 똥이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것 같다.이 책은 오랜만에 지상으로 올라온 두더지 머리위에 누군가 똥을 싸면서 사건이 시작된다.화가 난 두더지는 각 동물들을 찾아가 취조를 하고 동물들은 자신의 똥을 보여주면서 범인이 아님을 해명한다.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각종 동물들과 그 들의 똥을 봄으로써 동물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편으로는 범인을 찾아기는 추리의 과정을 보게되면서 범인 찾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들 동화의 스터디셀러이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보면 매우 즐거워하지만 현실에서 어른들이 똥을 보면 냄새나고 더러워서 봐도 못 본 척, 보면 얼른 치워하는 것이라고 교육해서인지 책에서 만나는 똥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서일까 아무튼 똥 이야기에 아이들이 열광한다고 여겨진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