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책인지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아마도 일본 관련 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아마도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으로 기억된다) 다도(茶道)의 세계에서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는데 一期는 한 사람의 일생을 뜻하고 一會는 한번뿐인 기회를 뜻으로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기회. 라는 뜻이라 한다.사람을 대할때 그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이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로 쓰인다.

이 책의 제목인 일기 일회는 어느날, 법정 스님은 한때에 휩쓸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는 일의 고마움과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삶을 말했고, 그날 법문의 제목을 '일기일회'라 붙였다고 하는데 아마 거기서 따온듯 싶다.
이 책은 법정 스님 최초의 법문집으로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으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의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많은 저서를 저술하셨는데 그중에 읽었던 작품은 무소유와 불교 경전에 나온 이야기, 옛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자비, 희생과 봉사, 인내와 지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동화책이 전부다.좀더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도전을 해 보았지만 역부족으로 실패…ㅜ.ㅜ

이 책이 서점에 있길래 예전에 무소유를 본 기억이 떠올라 서서 천천히 읽어 보았다.물론 사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되겠지만 요즘 자금 사정상 많은 책을 사서 보지 못하는 현실이 좀 안타깝다.
이 책은 불교 서적이 아닌 일종의 법문집이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이 읽기도 무척 쉬운편이다.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 여기서 말하는 어찌보면 평범하면서도 쉬운 말들이 한편으로 무척 실천하기 어려운 말임에 틀림없다.

읽다보니 좋은 글귀가 읽길레 쭈구리고 앉아서 수첩에 몇자 적어 보았다.
순간순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걱정 근심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것은 그 순간보다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서,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일에 생각이 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아무 걱정 근심이 없지 않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충만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214p)

삶에서 어떤 것이 가장 높은 경지입니까? 만족할 줄 아는 것, 즉 '지족知足'입니다.
(225p)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어느날 새벽별을 보고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 깨닫는 일이 아닙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무명無明의 구름에서 벗어나 맑은 하늘을 스스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이 물음을 지녀야 합니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227p)

깊은 새벽 잠을 못 이룰때가 종종 있다.그럴 때 이불속에서 가만히 누워있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른다.그럴 때 마음을 괴롭히는 것 자기 감정을 못이겨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한 가시돋힌 말들이다. 자책감을 느끼며 내일은 사과를 하리라 다짐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똑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긁어내고 또 밤이 되면 후회하는 그런 생활이 삶 전체에 걸쳐 반복되어 온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가슴 깊이 다다른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법정 스님의 일기 일회에 나오는 글처럼 마지막 만남이 될수도 있다.내가 잘못한 일들이 다른이와 마지막 만남으로 인해 두고 두고 아픈 기억으로 남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서 삶의 끝에 서서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인연이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대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이 책은 한번 사서 읽고 그냥 둘 책이 아니라 항상 곁에 두면서 한장씩 한장씩 차분히 읽으며 머리가 아닌 마음을 읽어야 될 책을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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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1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트에 담아 두었어요.
읽어봐야겠어요.^^

카스피 2009-11-14 12:54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면 가슴속에 절절히 다가오는 글귀들이 무척 많은 책입니다^^

가넷 2009-11-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고 있는데, 직접 법회를 갔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뭐 어쩔 수 없으니 책으로 엮은 법문집이나마 읽는 것이지만요.ㅎㅎ;;;

카스피 2009-11-15 13:27   좋아요 0 | URL
가넷님은 불교에 흥미를 가지시는 것 같으니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