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훌쩍 넘어 이제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 아롱이 교복 반팔 셔츠가 안 보인다. 금요일에는 이것저것 안 입고 흰 티에 후드 걸치고 나갔으니까 반팔 셔츠는 목요일에 입고 갔다는 건데.... 왜 없니. 아롱이 옷장, 남편 옷장, 딸 옷장(왜?)까지 뒤져도 나오지 않는 반팔 셔츠. 아롱아? 혹 모르니까 학교 가서 반팔 셔츠 찾아봐. 없어요. 그니까, 가서 한 번 보라고. 



그 날 밤. 집에는 반팔 셔츠와 지난달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두고 온(?) 게스 청바지가 돌아와 있다. 

어머, 이건 뭐니? 제주도에 두고 왔는데 숙소 사장님이 보내주셨고, 누구 바지니? 하고 물으시는 선생님께, 눈썰미 있는 친구가 아... 그거 아롱이꺼에요. 그렇게 반팔 셔츠와 청바지는 무사히 잘 돌아왔다고 한다. 





사고 싶은 책. 



<현대사상입문>은 많이 어려워 보이고 사실 내 스타일도 아니지만 읽어야만 하는 분위기 어쩔. 

<감시와 처벌>은 <광기의 역사> 다음으로 흥미로워 보이는 푸코책. 

프레모 레비는 말해 무엇하리요. 





오늘은 수요일. 수요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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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14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대사상 입문>은 저도 찜해놨습니다! 단발님이라면 안 어렵게 읽으실 것 같아요. 지바 마사야 책을 전에 읽은 적 있는데 친절하게 말하듯이 쓰는 스타일이더라고요.
단발님 오늘도 호ㅏ이팅입니다!!!! 😍

공쟝쟝 2023-06-14 09:26   좋아요 5 | URL
은오도 화이팅~!

단발머리 2023-06-14 09:34   좋아요 3 | URL
은오님 / 아... 은오님은 아는 책이군요. 전 얼마전에 처음 듣고 와.... 어렵겠다, 생각하고 목차도 안 봤는데, 이제 구입하려고요, 저두요^^ 오늘치 응원 감사해요, 힘이 납니다! 🥰

쟝쟝님 / 메롱!! 🤪

은오 2023-06-14 10:26   좋아요 2 | URL
쟝님 ㅋㅋㅋㅋ 귀여워 ㅋㅌㅋ 그래요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나타나줘요!!😭💕

수이 2023-06-14 13:42   좋아요 2 | URL
찜해놓고 아직도 안 사고 있으면 어쩌나요. 저는 읽고 있는 중 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4 22:50   좋아요 2 | URL
와...단발 님 글 쓰니까 쟝 님과 수이 님 깜짝 등장!!!!!
은오 님 우리 단발 님 잘 붙듭시다.
은오 님 오른팔 나 왼팔!!!ㅋㅋ

깜짝 등장이라도 반가워요!!!

공쟝쟝 2023-06-14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티셔츠는 돌아와도, 저는 돌아오지 않는 다니까욘!!
그래도 땡스투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광기의 역사>는 미미님한테 했습니다 (찡긋-)
<현대 사상 입문> 식수, 이리가레, 크리스테바의 친구인 데리다의 탈구축 갑니다.
이미 페미니즘으로 난 탈구축 다해버렸지만 ㅋㅋㅋ 6월엔 6만원을 씁니다. 안녕~

단발머리 2023-06-14 09:31   좋아요 3 | URL
제주도에서도 돌아오더라구요. 이름 안 써도.... 그 새 청바지(놀러 가기 직전에 구입한 생지 청바지/게스)가 비행기 인지 배인지 타고 서울로 와서는 우리 아롱이 학교에 턱하니.... 선생님이 물으시니 아이들이 아롱이를 가르키고...
그렇게 돌아옵니다. 이름 안 쓴 청바지도 돌아오는데, 자기 책장, 자기 자리, 자기 글을 여기에다 심어둔 쟝쟝님이 안 돌아온다는 건, 뭔 말입니까!!
탈구축을 왜 꼭 탈출하면서 하겠다는 겁니까!!!!!!!!!!!! 탈식민주의를 한국에서 하라고!!!!!!!!!!!!!!!!

공쟝쟝 2023-06-14 09:33   좋아요 3 | URL
그리워하기 위해서. 그럼 안녕~~!!!!

단발머리 2023-06-14 09:40   좋아요 0 | URL
😳😳😳😳😳

건수하 2023-06-14 09: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별로 없지만) 단발머리님 글이 아침에 뿅 올라와서 넘 반가워 댓글 답니다.
저 책을 읽어야만 하는 분위기는 어디서 조성된 것인가요. 저는 외면하겠습니다... ( ‘ ‘)

쟝쟝님이 읽고 정리해주면 좋겠다... (혼잣말임)

단발머리 2023-06-15 11:51   좋아요 1 | URL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다는 마음도 감사드리고요.
저 분위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알 수 없는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곧 읽어보겠습니다! (여성주의 막 시작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6-14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사상입문 읽고는 싶으나 당장은 어려울듯한!ㅋㅋ

저도 단발머리님 반가워서 댓글 달아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단발머리 2023-06-15 11:53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댓글 감사해요. 덕분에 저는 어제 밤 늦게까지 화이팅을 했사오며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님, 오늘 좋은 날 되세요. 저의 화이팅 보내드려요!

잠자냥 2023-06-14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조금씩 슬슬 쓰는 겁니다~ 부릉부릉=3

단발머리 2023-06-15 11:54   좋아요 0 | URL
부릉부릉 부르릉~~~~~~~~~~~~~~~~~~

수이 2023-06-14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급조한 글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미 읽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답니다.

단발머리 2023-06-15 11:55   좋아요 0 | URL
급조한 거 너무 티나네요. 송구하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중에 주문 예정이오나 사실 바로 읽기는 좀 어려울 듯 해요. 먼저 읽고.... 저기... 그 노트 좀.....PDF 파일로 보내주심 안 돼요?

2023-06-14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5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5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7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6-14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 님 또 써 주세요! 또!!!!!^^

단발머리 2023-06-15 11:55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응원에 또 써야겠어요. 잠깐 기다려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6-15 0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돌아오는군요.ㅋ

단발머리 2023-06-15 11:57   좋아요 1 | URL
네, 전어 굽는 냄새도 안 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냄새는 나구요)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고 합니다. 헤헤.
 




날짜를 적다 보니 의미 있고 뜻깊은 날인데 나는 오늘 그냥 일기를 올린다.

 


커피를 끊은 건 아니고, 마시는 시간을 10시간 뒤로 미뤘다.

 


커피를 끊을 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40대에 진입했을 때, H균에 감염되어 한 달 이상 병원에 출입할 때였다. 항생제를 네 번이나 바꿔도 낫지 않고, 약사가 술을 많이 마시냐고, 피곤해서 그러니 좀 쉬라고 말했을 때, 어이없는 표정으로 커피를 끊었다. 항생제에 반응하는 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커피를 끊은 건 아니지만 마시는 시간을 바꿨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뛰쳐나가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를 부어댔더니, 위장이 버텨내지 못했다. 출근 일주일 만에 메슥거리는 증상이 찾아오더니 점점 심해져서 급기야 임신 때도 뜸했던 헛구역질까지 해댔다. 모닝커피를 끊었고, 바로 그다음 날부터 속은 제대로 돌아왔다. 두통과 머리 무거움, 피곤 등의 증세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퇴근길에 달달한 커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외모를 포기했다

 


고 하기에는, 사수할 외모가 없구나. 아무튼 외무의 일정 부분을 포기했다. 일 년 365일에 250일 이상 요가복을 입고 나머지 날들은 청치마와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나. 집 앞에 나갈 때 썬크림만 바르는 나. 나는 내가, 예쁜 옷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예쁜 옷 사기를 즐겨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 준비에 아름다운 출근룩에 대한 환상은 모두 깨져 버렸고. 두 달이 지나서야, 5일 중 3일은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두 달 동안 같은 운동화에, 같은 가방을 메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두 달 동안 같은 운동화, 같은 가방이 별로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게 좋은 사람들이 있고, 또 그대로도 예쁜 사람들도 많이 있으리라. 그건 사람마다 각자 다른 거니까. 다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7센티 굽에 하이웨스트 치마를 입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단정하고 깔끔하고 모던한 옷차림을 하고 다닐 줄(!) 알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런 행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음껏 그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 줄 알았다.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운동화를 신고, 같은 가방을 메고 집을 뛰쳐나가고, 그리고 밤에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Life Lesson>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To stop doing what you love is an invitation to burnout. (141)

 


이 문장에 따르면 나는 정확히 번아웃의 시작점에 와 있다. 40시간 노동에, 쉬는 시간도 적당하고, 노동강도 적은 곳에서의 근무가 나를 번아웃에 이르게 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했다. 그리고 알라딘에 오지 못했다.

 


나는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겨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노곤해져서, 세탁기에서 방금 꺼낸 빨래처럼 널브러져서는 유튜브의 플레이를 누르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놀라운 재발견의 시간을, 원치 않게 갖게 되었다. 커피를 포기하고, 외모를 포기하고, 그리고 알라딘을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포기하고 나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월급을 (짧은 시간이나마) 갖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세상 모든 직딩들과 퇴근 후 문을 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껌딱지를 소유하신 워킹맘과 24시간 휴무 없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시간마저 확보하기 어려운 전업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여러분, 참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알라딘에 뜸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피곤한 몸을 누이고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밤에는 끝내 꿈에서 울 수밖에 없었는데, 안타까움과 슬픔의 증거는 퉁퉁 부어버린 내 두 눈이었고. 열심히 살지 않는 대신 많이 후회하지 않는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만약에, 그때…’의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상황과 환경, 조건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만약 그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만약 그때 내가 저렇게 했더라면. 이 세상 모든 일들이 내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 걸 처음 배우게 된 아이가 떼를 쓰듯, 그렇게 나는 그때, 만약…’의 질문에 매달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그제는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내 심경과 같았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마음.

 















제인은 가정부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로체스터가 잉그램 양을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잉그램 양과 로체스터는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 중인 사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제인은 자신이 얼마나 로체스터를 사랑하고 애타게 기다리는지를 일기장에 적지 않는다. 유모인 소피에게도 자신이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로체스터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가 한 일은 애써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는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잉그램 양의 얼굴을 그리고 또 최대한 볼품없고 못생기게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144)

 





직장 생활의 애환을 넘어서서, 변신의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는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내 친구와 또 다른 친구에게 바친다.

황금가면이 되라고. 아니, 네가 황금가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노래할 그 이야기 내가 쓸 거야


대대로 이어질 전설을 꼭 난 이뤄내고 말 거야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난 황금가면, 황금가면, 황금가면

 







 


황금가면 내 친구야.


너의 길을 가.


꿋꿋이, 흔들리지 말고


찬찬히, 너의 길을 가.


내가 너의 치어리더가 되어 줄게.


제일 앞자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이렇게 서서


너를 응원할게.


너를 응원해 줄게.


오래오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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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0 16: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6-10 17:35   좋아요 2 | URL
두 번 해주세요…. 🥺

잠자냥 2023-06-10 20:20   좋아요 2 | URL
토닥토닥 토닥

단발머리 2023-06-10 21:2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잠자냥님....... 토닥토닥 2번 기억할게요.

건수하 2023-06-10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그렇다 쳐도 아침 잘 드셔야 하는데…

옷차림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전날 세팅해놓고 잠들더군요. 저는 너무 이상하지 않게 아무거나 주워입고 나갑니다…. (먼산)

적응기가 곧 지나갈 겁니다. 힘내셔요..

단발머리 2023-06-10 21:21   좋아요 2 | URL
그래서 오늘 많이 먹었습니다. 사진 보내드리고 싶네요.

밤에 옷 세팅하는 사람들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도 아침에 손에 잡히는대로... 맨날 똑같은 옷 집는게 함정... (먼 산)

힘내볼게요, 수하님!

독서괭 2023-06-10 1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 단발님 ㅠㅠ 단발님이야말로 24시간 전업하시다가 애들 크고 수월해지니 다시 직장에.. 젤 힘드신 거 아닌가요 ㅠㅠ 토닥토닥 백번 천번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적당히 암거나 꺼내입고 썬크림만 바르고 나갑니다만… 그래도 아침은 꼭 챙겨먹습니다. 아침 잘 챙겨드셔요~~ 좋아하는 것 중 하나라도 챙기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시길 빕니다🥹

단발머리 2023-06-10 21:23   좋아요 2 | URL
그래도 저는 한가한 타임을 조금은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코로나 공격이 있었지만요.

독서괭님은 아침 꼭 챙겨드신다니 저마저 든든하네요. 저는 처음 두 주는 잘 챙겨먹었는데 요즘은 말 그대로 패쑤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사서 쌓아놓아야겠어요. 뭐가 좋을까요? ㅎㅎㅎ

독서괭 2023-06-11 07:00   좋아요 1 | URL
전 아침 제대로 못 챙겨 먹었을 땐 미숫가루를 타갑니다 ㅎ 끓이지 않고 그냥 먹는 바삭한 누룽지도 좋더라고요!

얄라알라 2023-06-10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오프에서 뵙고 싶은 분들이 계신데, 단발머리님 !

커피 금단증세 두통 몇 번 겪어봤어요. 가혹하죠..하지만 위통 보다는 참을만 할 것 같아요. 넘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 2023-06-10 21:23   좋아요 1 | URL
저는 두통이 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 위통이 더 무섭더라구요. 빈속의 커피는 진짜 공격 포인트 만점입니다.
이제 요령 쪼금 생겼으니 나아지겠죠. 감사해요, 알라님!

수이 2023-06-10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핵심고객인지라 또 책 사려고 들어왔다가 글을 보고 휘리릭 스쳐 지나가기 허전한 마음에 몇 글자 남깁니다. 제가 독일어 겁나 잘 하게 되면 벤야민도 첼란도 앞에서 낭독해드리리다. 겁나 우아하고 지적이고 우렁찬 목소리로.

단발머리 2023-06-10 21:25   좋아요 1 | URL
허전한 마음 항상 환영합니다. 몇 글자는 격하게 환영하고요.
독일어 금방 겁나게 잘하게 되실 거 같아요. 저는.... 츠바이크 신청하면 안 될까요? 저는 츠바이크 때문에 독어할까?라는 생각을 10초간 해 보았더랬습니다. 우아하고 지적이고 우렁찬 목소리.... 지금 보내주셔도 되는데... 저, 오늘 늦게 자거든요 ㅎㅎㅎ

2023-06-1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6-11 0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틴에덴에서 그렇게 힘든 줄도 모르고 글 쓰던 마틴이 노동 시작하니까 일 마친 시간에도 휴무일에도 글은커녕 책도 못 읽는 거 보고 아, 맞지 나도 저러는데.... 했어요. 인간이 지치면 원래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수하님 말씀대로 적응기가 지나갈 거고 얼른 지나가서 다시 단발님께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돌아오길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3-06-14 09:20   좋아요 0 | URL
적응기 얼른 지나가고 좀 괜찮아지면... 그 때 은오님 돌아와있는거죠? 꼭이요. 꼭꼭!
저도 제가 좋아하는 알라딘 다시 할 수 있는 그 에너지 어디 가서 한 아름 주워올 테니까요. 은오님 대기하고 있기에요!!

책먼지 2023-06-11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우 단발머리님 저 읽으면서 눈물날 뻔했어요.. 어느 날엔가의 제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서요😭 너무 힘들어서 좋아하는 것도 못할 때 정말 너무 속상하죠ㅠㅠ 그저 무조건 잘 드시고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단발머리 2023-06-14 09:22   좋아요 1 | URL
아이 같은 하소연을 해도 책먼지님이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속상한 마음 알아주시는 것도 감사하구요 ㅠㅠ 힘내서 밥 많이 먹고(응?) 건강 잘 챙기고 있겠습니다.감사해요, 책먼지님! (와락!)

2023-06-12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 여성 철강 노동자가 경험한 두 개의 미국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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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을 노래하는 여성 철강 노동자의 목소리’로 읽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양극성 장애 분투기’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가난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며 기독교인인 미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임신중단’이 미국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극명한 주제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책 뒷면, 사회학자 오찬호의 분석이 제일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일 주요한 문단은 여기 399쪽이다.




어린 시절에 들은 온갖 상투적인 말이 일시에 떠올랐다. 꿈꾸면 이룰 수 있어! 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꽃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쩌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는 이 빌어먹을 특별하다는 감정에 매료된 나머지, 나라를 온통 집어삼킨 개인주의의 유독성에 눈을 감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독선과 거만, 개인적 쾌락, 개인적 이야기, 개인적 믿음, 개인적 자만에 꼼짝없이 예속되어 눈가리개를 한 채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기를 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선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면을 존중하지 않아도 되고,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룰 필요도 없으며, 우리의 현실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부정하는 것들이라면 제거하고 무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선호했다. 공동체 대신에 열차 사고와 재앙과 스캔들을추구했다. (399쪽) 




의사들은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가 제일 위험한 형태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울증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조증은 충동을 더한다.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면 실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발병 시기 중간에는 속수무책으로 변덕에 휘둘린다. 미사일에 묶인 채 고요한 도시로 날아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따름이다. 그러다가도 허공에 대고 재잘거리는 귀뚜라미가 된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였다가 꼭두각시의 목소리를내는 술 취한 복화술사로 변하고 그다음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꼭두각시놀음을 창가에서 지켜보는 관음증 환자가 된다. 한마디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 회의하게 하는 그런 질병이었다. - P49

"제발, 성모 마리아님, 제발요."
몇몇 신자는 소지품을 챙겨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갔다.
"제발요."
오르간 연주가 끝나는 것에 맞춰 부모님은 몸을 돌리고 일어섰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애써 참았다. 성모님은 침묵을 통해 말씀하신 거였다. 넌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아이가 아니란다.
부모님이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스스로 평범한 아이라고 체념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잘 가거라."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긴 의자들은 텅 비어 있었다. 부모님과언니를 빼면 복도도 비어 있었다. 목소리가 들릴 만한 곳에 다른 여자는 없었다. 엄마의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도 들었어?" 내가 물었다.
"뭘 들어?"
"여자 목소리."
"여자 누구?"
"아니야, 됐어." - P58

친구들은 나를 버렸다.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입원을 1년에 몇 번이나 했지만 내 상태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들은 전기충격요법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 치료를 받는동안에는 일을 할 수도, 학교에 갈 수도 없었다. 치료에 필요한 강한 진정제는 정신을 혼미하게 했고, 부작용으로 사고력과 기억력은 온전하지 못했다. 페인트칠과 독서는 커녕 장도 보러 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 P138

내가 보기에 토니는 쉽게 사랑할 수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 듯했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 앞으로 달려와 꼬리를 흔드는 개에게는 성의를 다했지만, 당장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는 동물에게는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난 날, 나를 보러 왔을 때 토니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만을 보았다. 나는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눈물이 흘렀던 자리에는 지친 미소가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 좀 할까?" 내가 물었다. "게임 할까? 아니면 점심 먹으러 나갈까?" - P155

후에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안도했다.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그를 지지했다. 오래 청취한 라디오 토크쇼는 가톨릭교회와 같은 교훈을 가르쳤다. 두렵지않은 게 두려웠다. 부시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두려웠다. 불시에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두려웠다. 두려움을 키우지 않는다면 악귀가 언제 나를 놀라게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부시를 지지했다. 부시가 누구든 공격하길 원했다.
복수심에 불타 자기방어를 과하게 하는 것 같아도 상관없었다. 그것은 나약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P185

‘미래의 남편감을 찾아 대학 생활을 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별 공통점이 없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내가 다닌 여자고등학교에는 말괄량이가 수두룩했다. 우리는 목표도 이상도 높았다.
공부에는 진지한 반면 농담에는 무심했다. 5년 계획을 세웠고, 여자가 주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라고 믿었다. 프랜시스칸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미시즈 학위를 따고 싶다는 여학생의 말에도 움찔하는 사람이 없었고, 다들 신앙생활을 쉽게 했다. - P220

나는 ‘연대‘라고 쓰인 팻말을 손에 든 채 그 남자의 저주 섞인 비난으로부터 멀어져갔고, 그 순간 두려움이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툭부러져 내리는 걸 느꼈다. 애초의 생각과 달리 재생산권이나 정치적주장이 아닌, 실제로는 나를 떠난 적이 없는 믿음에 고양된 채 거대한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믿음은 바리케이드의 양쪽으로-예전엔 제 자신의 신성함에 도취된 독선적인 십대 소녀로서, 지금은 어둠 속에서 속죄의 기도를 드렸던 여성으로서 나를 데리고갔고, 이제 나는 더 이상 어린 시절 배운 그 두려움에 빚지지 않았다. 반대 시위대의 외침은 분홍색 모자의 물결에 묻혀 점점 멀어져갔고 정치적 견해보다 더 깊은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변화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어쩌면 그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난 뒤, 예배당에서 드렸던 기도-여성으로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세요가 마침내 응답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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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7 2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몇 년 되어서, 오찬호 선생님의 리뷰? 추천사?가 있었는지 가물했는데, 단발머리님께서 알려주시네요.

˝분투기˝로 분류하신 단발머리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3-06-10 16:51   좋아요 1 | URL
완독 축하 감사드리려고 하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ㅠㅠ
얄라알라님 이번달에도 같이 읽기 화이팅해요! 벌써 10일이라고 합니다.

다락방 2023-05-28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3-06-10 16: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벌써 6월이라서요. 6월 책은 주문했더니 바로 오더라구요.
이제 시작하면 되겠는데 말입니다. 허허.

책읽는나무 2023-05-28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 빠듯하셨을텐데...
완독 축하드립니다^^

‘양극성 장애 분투기‘
놓치고 있었구나 싶어서 아차..싶었네요.^^

단발머리 2023-06-10 16:53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축하 인사 감사드려요. 답이 넘 늦었네요 ㅠㅠ

저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랑 종교 이야기가 제일 솔깃했거든요. 역시 책에서 각각 ‘꽂히는‘ 부분이 있는가 봐요.
우리 6월에도 화이팅입니다!!

건수하 2023-05-29 0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바쁘고 피곤하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저도 요즘 <미괴오똑>을 읽어서인지 - 여기서는 우울증을 다루지만 - 양극성 장애 얘기에 좀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단발머리 2023-06-10 16:59   좋아요 1 | URL
수하님 축하인사 감사해요. 답이 넘 늦었어요. 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나요......

전 <미괴오똑>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지적으로, 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무척 자극적이었다는 기억이 있어요.
필리스 체슬러(우리가 서로 공유하는 바로 그이/카불의 신부)의 <여성과 광기>하고도 많이 겹쳐져 보였구요.
수하님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 벌써 쓰셨을까요? ㅎㅎㅎ

건수하 2023-06-10 17:32   좋아요 1 | URL
저도 전자책으로 들었는데, 뭔가 써보려니 강렬한 느낌만 남아있고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읽고 써보려고요 ^^

단발머리 2023-06-10 17:33   좋아요 1 | URL
더 시간 지나면 더 기억 안 납니다. (찰싹! / 회초리 소리) 서두르세요! ㅎㅎㅎ
 




 












1.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30여 년 전, <안네의 일기> <중학교 1학년 필독 도서> 3월의 도서였다. 데어라 혼의 이 책에는 <안네의 일기>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를 추적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제목과 겹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안네의 일기>가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그녀가 더 이상 가해자들에게 용서를 요구할 수 없는 죽은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당시 암울하고도 묘한 유럽의 상황 속에서도 탈출혹은 이사혹은 이민가지 않은 독일계 유대인에 대한 설명이었다. 레비는 썼다. ‘그들은 자신들을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이미 충분히 독일 사회에 동화된 유대인들은 자신을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를 지도자로 선출한 독일인들은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생각했다. 제반 여건이 모두 준비되었을 때, 정치적 지분을 확대해 가던 히틀러가 정치의 정점에 섰을 때, 독일인들은 독일인이 아닌유대인들을 박해하고 직장에서 내쫓고 재산을 빼앗고 학살했다. 이는 하얼빈을 대도시로 만들어 낸 유대인들의 몰락과 닮아있다. 그들은 정부에 협조적인 자신들의 태도가 해당 국가의 국민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유대인은 그저 사라져야 할 어떤 사람들’, ‘유대인일 뿐이었다.

 

 














2.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최근 알라딘 이웃님과의 대화에서도 썼듯이, 나는 글쓰기가 (결국엔) 잘난 척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이고,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다. 근데 이 책만 펴면 (심하게) 졸리고 책장도 안 넘어가는, 세상 읽기 어려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앞부분은 과감하게 스킵하고, 2 <정교한 조율: 관찰과 해석>부터 읽고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노트에 적어보았다.

 

1. 전자기력 대 중력의 비율(즉 전자기력/중력)

2. 강한 핵력

3.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양

4. 우주 척력(cosmic repulsion)

5. 중력의 속박력 대 정지질량 에너지의 비율인 Q

6. 공간 차원의 숫자인 D

 


우주 탄생의 결정적 요소인 이런 기본 상숫값들이 조금만 달라졌더라도 우주의 진화는 다른 경로를 밟았을 것(260)이고, 태양계의 구성 역시 달라졌을 것이며, 지구는 현재처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행성이 아닌 다른 모습의 지구일 것이다. 우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오차 없이 조율된’ (것처럼 보이는) 환경 속에서 차근차근 진화의 과정을 밟아온 우리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에는 물론이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주 아주 오랫동안

 



 












3. 견딜 수 없는 사랑

 


나는 오랜 시간 한 사람()을 좋아했고, 또 내 사랑은 응답받지 못했기에 나는 그() 사랑 고백에 마음이 금방 말랑해진다. 그런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부탁을 들어 주고 싶고, 타협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다. 츠바이크의 <낯선 여인의 편지>를 기억나게 하는 이 소설에서도 절절한 러브레터 몇 편이 소개되는데, 부끄럽고 안타까운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듯한 이야기가 애절하게 펼쳐진다. 지독한 사랑.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저 멀리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자막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저 남자는 죽었다. 몸속에서 온기가 퍼져나갔다. 일종의 자기애였다. 나는 두 팔로 나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필연적으로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다. 어떤 특정한 시점에 누가 죽고 누가 사느냐는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나는 우연히도 살아남았다. 제드 패리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이때였다. 그의 길고 여윈 얼굴에 고통스러운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곧 벌을 받을 개처럼 불쌍한 표정이었다. 이 낯선 이의 맑은 청회색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던 그 1~2초 동안, 나는 살아 있음을 자축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품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야겠다는 마음도 잠깐 들었다. 내 생각이 화면에 흐르고 있었다. 이 친구, 충격이 크군.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어. (36-7)

 


죽음의 우연성과 필연성에 대한 이런 평범한 문장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 남자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다.’ 저 남자는 (인간의 운명을 따라 결국엔) 죽었고, (언젠가 죽을 운명의) 나는 (지금은) 살아 있다. 언제까지 살게 될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 채로. 살아 있다, 아직은.

 



 












4. 행복의 약속, Life Lesson, The kind worth killing

 


그래서 지금 읽는 인 책은 이렇게 세 권. <행복의 약속>이 계속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이다. 5월의 책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이 바쁘다. <Life Lesson>은 모두 옳은 말씀이고 지혜의 말씀이라 지루할 듯싶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일화가 흥미롭게 읽힌다. (진도에 맞춰) 부지런히 읽고 있다. 피터 스완슨의 책은 두 번째인데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나 안 죽나, 그게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몇 개월 중에 지난달에 책을 제일 많이 산 듯하다. 앨리스 마우스패드와 앨리스 문진 때문이다. 앨리스 문진은 진짜 너무 완전 예뻐서 쓰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이제 (책을) 읽기만 하면 되겠다. 책과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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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5-08 22: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앨리스마우스패드 왜이렇게 예쁜가요(동공지진) 전 의외로 문진 유용하게 사용중입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5-08 22:23   좋아요 2 | URL
예쁘죠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 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문진은 제가 끝까지 사수했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낄거에요. 케이스도 안 버리고 그 속에 넣어 두었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8 23:38   좋아요 3 | URL
괭님 제가 괭님에게 조금 위로의 말을 해드리자면 저 마우스패드(전 앨리스는 아니고 고양이 그림 있는 거 받았는데요) 실제로 마우스 놓고 쓰면 손목각도랑 마우스 사이 각도가 너무 비좁게 나와서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마우스를 아주 쬐끄만 걸 써야 하려나!? 암튼 그래서 그 마우스패드는 집에서 방치 중….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5-08 23: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맘에 쏙 드는 이런 맞춤 댓글이라니 ㅋㅋㅋ 잠자냥님의 독서괭님에 대한 애정이 뚝뚝 💕💕 참고로 저는 저 마우스패드를 안 쓰고 있기에 잠자냥님 의견을 믿을 수 밖에 없사오며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8 23:55   좋아요 4 | URL
괭님 제가 고양이 그림 있는 거라도 드릴까요? ㅋㅋㅋㅋㅋ 제가 하루 써봤습니다. 당근 무료 나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09 05:55   좋아요 3 | URL
앗 잠자냥님 정말 위로가 됩니다 ㅋㅋㅋ 어제 저 마우스패드 어디서 받을 수 있나 찾아보다 못 찾고 잤거든요. 깔끔히 포기 ㅋㅋ
쓰기 불편하다니까 안 받아도 되지만 잠자냥님 실물 영접이 가능하다면 무료 나눔 받으러 기꺼이 가겠습니다 ㅋㅋ
단발님 마우스패드 사수 못하고 뺏기셨군요🤣 단발님께도 잠자냥님 말씀이 위로가 되겠는걸요!

잠자냥 2023-05-09 08:49   좋아요 4 | URL
음 저는 우편 무료 나눔입니다만…. ㅋㅋㅋ

공쟝쟝 2023-05-09 11:31   좋아요 5 | URL
독서괭 // 잠자냥에게 선물을 바칠 때는 지하철 사물함을 이용하세요. (ㅋ 아 진짜 너무 웃겨 무슨 마약 거래냐곸ㅋㅋ) 물론 같은 묘종이라서 그런지 괭님은 자냥님께 받으시는 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5-09 12:00   좋아요 3 | URL
그럼 독서괭님~~ 잠자냥님 핸폰 번호 알게 되는 건가요? (초롱초롱) 저는 앨리스 마우스패드 필요없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핸폰 번호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09 12:42   좋아요 4 | URL
악 ㅋㅋㅋ 공쟝쟝님의 안타까운 츄르 사연이 생각나네요 ㅋㅋㅋ
잠자냥님/ 저는 중고거래는 직거래만 합니다. 택배사절.
단발머리님/ 잠자냥님이라면 폰번호 안 알려주고 북플 댓글로 사물함 번호만 알려주실 수도 ㅋㅋ
아 그냥 마스크 쓰고 만나면 안 돼요? 물건만 받을게요. 질척거리지 않을게요 ㅋㅋㅋ 공쟝쟝님과 단발머리님 따돌리고 혼자 갈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12   좋아요 3 | URL
댓글부터 너무 질척거려서 안되겠습니다....
무나 무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3:44   좋아요 3 | URL
그러면 제가 우편으로 쿨하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응?) 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4:23   좋아요 3 | URL
수하 님 정말 받으실 거면 받으실 주소를... 편한 곳으로 제 서재에 오셔서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개인정보 보호차 집이나 직장 근처 편의점 택배로 신청하셔도 됩니다.

집사3이 왠지 좋아할 거 같은????

건수하 2023-05-09 14:25   좋아요 3 | URL
저는 잠자냥님께 제 정보를 오픈하고 싶지만!

농담이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오픈할게요.. ☺️

바람돌이 2023-05-08 22: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쓰기는 잘난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잘난척을 못해서 좀 우울한 날들입니다. ㅠ.ㅠ 복직하고 나서 직장과 집안일과 운동과 그리고 저에게 제일 중요한 하루 8시간 잠자기 이 루틴 어디쯤에 책읽기와 글쓰기를 집어넣어야 할지.... ㅠ.ㅠ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고 있긴 한데 오늘 막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다 읽고 북플에 들어왔더니 이렇게 단발님글이 딱 보여서 오랫만에 컴을 켜고 서재에 들어와봤습니다. ㅎㅎ
같이 읽은 책이 2권이나 되서 일단 반갑네요.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랑 <견딜수 없는 사랑>요. 그런데 저는 저 두권다 좀 안좋았어요.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리뷰로 쓰기로...... (죽은 유대인은 꼭 쓰려고요. ㅎㅎ)
저기 저 앨리스 문진은 저도 너무 예뻐서 직장 책상에 전시해뒀어요. 대신 마우스패드는 저는 냥이랍니다. ^^
오늘은 단발님 서재에만 댓글달고 내일부터 부지런히 서재 마실도 다니고 저의 슬기로운 알라딘 생활도 다시 해야할텐데라고 결심하는 밤입니다. 단발님 푹 주무세요. ^^

단발머리 2023-05-08 22:56   좋아요 4 | URL
잘난척을 못해서 우울하시다니 ㅋㅋㅋㅋㅋ 제가 이 밤에 자지 못하고 한참을 웃습니다ㅋㅋㅋㅋㅋ 제발 바쁘신 일들 얼른 정리하시고 알라딘에서 잘난 척 좀 많이해 주소서~~~~~ 너무 그립습니다^^
두 권 다 별로셨다고 하니 깜놀입니다. 저 역시 글을 쓰지 못해 잘난척 할 수 없는 날들을, 저는 저 책들을 읽으면서 달랬거든요. 바람돌이님의 귀한 리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특히 <죽은 유대인...>이요.

바람돌이님도 오늘 수고많으셨어요. 제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로 바쁘셨을거라 예상됩니다. 얼른 쉬시고, 내일부터 자주 오세요~~ 저도 요즘 자주 못 와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공쟝쟝 2023-05-09 11:32   좋아요 5 | URL
두분 글 읽어야해서 <유대인> 좀 읽어야겠네요 ㅋㅋ 여기 두분 잘난척에 환호하는 독자1 있으니까 떠나지말고 빨리 쓰세요.

독서괭 2023-05-09 12:4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복직 후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군요 ㅠㅠ 끼워넣을 시간 확보하려면 답은 하나밖에.. 집안일을 놓으십시오!! ㅋㅋ

바람돌이 2023-05-09 16:32   좋아요 5 | URL
단발님 그래도 제가 잠시라도 웃음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제 평생의 목표가 웃기는 사람이니말이죠. ㅎㅎ
그리고 제가 바쁜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다 못해내는 것일뿐.... 이도 노화때문인가 하여 슬퍼하고 있습니다. ㅎㅎ 사실 멍때리는 시간만 줄여도 될 거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쟝쟝님도 여기서 뵈니 더 반갑네요. 잘 지내시죠? 떠나지는 않아요. 그냥 퍼져 있을 뿐이죠. 최근에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헷갈리는 책이 <유대인>이므로 어쨌든 정리를 위해서라도 빨리 리뷰를 쓸 생각입니다.
<견딜수 없는 사랑>은 그저 취향이 다른 것일 뿐인듯하고요. 저는 그 유명한 <속죄>도 별로였거든요. ㅎㅎ
괭님 집안일은 원래 대충 했습니다. 여기서 더 대충하면 굶어죽을지도..... ^^;;

얄라알라 2023-06-05 01:40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죽은 유대인...>을 다 읽지도 않았는데, 도서관 대출 책이라, 다음 예약자가 목빠지게 기다리고 계셔서 반납해야하네요^^;;;;

다들 읽으셨거나 읽으시려 하시는군요!^^

다락방 2023-05-09 07: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문진 안 산 사람은 저뿐인가 하네요.
<견딜 수 없는 사랑> 다 읽은 후의 단발머리 님 감상이 궁금합니다. 저 회사 동료에게 강제로(?) 빌려줬는데 재미있다며 다 읽고 돌려주더군요. 읽는 동안 감상의 흐름이 저와 같더라고요.
<우리는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이미 읽은 분들이 별을 셋정도 주셔서 당황하고 있어요. 앗 제목부터 별다섯인데!! 그래서 얼른 읽어보고 싶지만, 아울러 단발머리 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매거진 듣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성형수술에 대한 얘기도 그렇고(그것은 공중보건 문제다!) 무엇보다 ‘마르고 고뇌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라는 선생님의 말이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과 제가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다시피 하는데, 이거 하나 딱 일치했네요. 껄껄.

잠자냥 2023-05-09 08:56   좋아요 5 | URL
선생님 복부 흉터 이야기하실 때 빵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09:49   좋아요 6 | URL
문진 안 산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공쟝쟝 2023-05-09 11:44   좋아요 4 | URL
(오디오 매거진 수다 떨고 싶은 1인)정희진샘은 다락방님과 이상형이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부분에서... 어 이 이상형은???.... 이랬습니다.. 두 분 다 남자 개무시하면서 그 육체적 남성성에 대한 욕망은 무엇인지 좀 궁금ㅋㅋ (부장님의 경우 본인이 남자였으면 이랬다 즉 자신과 비슷한 사람-잭리처-을 좋아하는 거에 저는 일단 배팅)

이번 호 듣다가 희진샘한테 삐졌어요ㅋㅋㅋ 이상형 때문은 아니고 자매애 없다고 하셔서...... 혼자 삐침 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솔직히 너무 잘 알겠는 데, 막 페미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 힘 빠지는 말 같고 어쩌라고 싶어졌습니다. 모두가 함께 약해지자는 말은 내 안의 강인함을 막 발견하기 시작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 닿아서는 안될 말이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저 이 문진 안샀고... 다른 문진 샀는데...!!!! 나중에 아겨뒀다 자랑해야지!

다락방 2023-05-09 12:21   좋아요 5 | URL
복부 흉터 이야기 저도 정확히 의사에게 들었던 거라. 결혼할 거냐고 묻고 흉터 생긴다고.. 도대체 결혼과 흉터가 무슨 상관인지. 흉터 있다고 절 욕할 놈이면 제가 그런 놈과 결혼을 왜 하나요? 여하튼 이것에 대해서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2:29   좋아요 5 | URL
쟝쟝 님/ 정희진 쌤을 비롯한 다른 여성분들의 이상형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저는 제가 근육질의 남성을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트라우마나 상처에서 왔을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요건 제가 저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기에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에 대해서라면요.

잠자냥 2023-05-09 13:15   좋아요 4 | URL
저도 그 복부 흉터 작년에 수술했을 때 무쟈게 들어서 아쒸......했던 지점을 쌤이 바로 말씀해주셔서 빵 터짐요.
아니 섹스할때 배 흉터 뚫어져라 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3:46   좋아요 3 | URL
복부흉터... 아직 그 부분은 못 들었는데 저 중학생 때 맹장수술 했거든요.
젊은 남자 의사 둘이서 배에 흉터 생겨서 어쩌냐 이러더니
나중에 자기가 시집 잘가라고 진짜 작게 예쁘게 해줬다고 얼마나 생색을 내던지...

그런 얘기 맞죠?

잘 안 보인다 이것드라... 만져봐도 잘 모르겠구요. 흥.

다락방 2023-05-09 13:47   좋아요 3 | URL
제 흉터를 제 흠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뭣하러 섹스를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겠어요? 하여간 이상한 사고방식입니다. 쳇.

책먼지 2023-05-09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에도 혹하지만 굿즈에도 혹합니다!! 유리문진 나만 없어 뿌앵하고 내려왔다 댓글 읽고 진정했어요ㅋㅋㅋ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랑 <견딜 수 없는 사랑>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잘 참고 있었는데 단발님 글 읽고 나니 당장 결제 버튼 누르고 싶어 드릉드릉합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도 장바구니 안착!!! 어우 저는 정말 단발님의 잘난 척(?)을 격하게 애정합니다💕

단발머리 2023-05-19 15:53   좋아요 1 | URL
드릉드릉 결제 자동차 잘 출발했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을 제가 다 읽기는 했는데 잘난 척 하기에는 ㅋㅋㅋㅋㅋㅋㅋ 이해도가 좀 낮아서요. 페이퍼 쓰기를 매일매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잘난 척을 애정해주시는 귀한 마음, 감사합니다. 그 마음.... 잊어버리시면 아니됩니다!!!

책읽는나무 2023-05-09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유리 문진 얼마 전부터 탐났었는데^^
요즘 굿즈 구입을 자제하다 보니 도통 구입할 것이 없구나! 그러던 차, 문진!!!!
조만간 문진을 구입해야겠군요^^
알라딘 글쓰기는 잘난 척도 있지만, 저는 자랑하는 코너란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책 샀다고 굿즈 샀다고 자랑질하는 페이퍼를 쓰지 않는다면 나는 페이퍼를 쓸 게 없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단발 님의 잘난 척 글쓰기란 문장이 더 와 닿습니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글쓰기의 전개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겠죠?ㅋㅋㅋ 오로지 이 곳에서만 찬양 받을 수 있는 잘난 척 글쓰기가 허용되는 이상한 곳! 단발 님의 잘난 척 글쓰기를 읽고 늘 감탄하고 있는 일인입니다^^

단발머리 2023-05-19 15:56   좋아요 1 | URL
사실... 저 앨리스 문진 사용은 안 하고 있어요.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시용입니다.
너무 이뻐서 (거실 책상에 올려두었습니다) 오며가며 한 번씩 쳐다보고 있지요.

저는 무엇보다 책자랑과 굿즈 자랑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알라딘에서는 그런 자랑이 ‘진짜 자랑‘이 되는 곳이구요. 이 세상 어디에 책 샀다고 자랑하고 또 그걸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겠습니까. 다들 돈 자랑, 주식 자랑, 차 자랑, 집 자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자랑 코너도 계속 이어가 주세요. 저는 특히 투비의 ‘먹다‘ 코너가 그렇게나 좋답니다!!

그레이스 2023-05-18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모 레비. 책 모으다 이 제목이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서, 주저했던 책이예요.
다시 들여놓기로 결심!

단발머리 2023-05-19 15:58   좋아요 1 | URL
저는 프리모를 생각할 때의 그 무거움이 참 부담스럽고 그래서요. 책은 위의 책 한 권이랑 <프리모 레비의 말> 밖에 안 읽었습니다 ㅠㅠ 그레이스님 다시 그 책 들여놓으신다 하시니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본적인 행복 지표 중 하나는 결혼이다. 결혼은 행복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한 세계 중 최고의 세계"라고 정의된다. 논지는 간단하다. 결혼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권고이기도 하다. 결혼해라, 그러면 더 행복해질지니! 이렇게 재단은 곧 예측이 된다. 행복학은 수행적이라 할 수있다. 즉, 어떤 곳에서 행복을 발견하면 그 장소는 좋은 것, 상품으로 장려돼야 하는 것이 된다. - P21

스스로의 행복 추구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 책에서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행복해질 책임이 있다는 생각 혹은 더 단순하게 한사람의 행복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필연적인 상관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 P25

"행복할 때 우리는 덜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게 더 우호적이며,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자신의 행운을 나누고 싶어 한다" (43[108]). 여기서 우리는 (행복과 낙관주의, 행복과 이타주의 사이의) 상관관계가 빠르게 행복그 자체의 원인이 되는 인과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행복은 우리를 덜 자기중심적이고 더 낙관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며, 그러면 다른 사람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 P26

행복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 "무엇이든"의 내용에 국한해서만 의견이 다를 뿐인데, 아마도 이런 식으로 행복은 철학에서 인간 욕망의 자리를 표시하는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는 듯하다. 나는 여기서 철학을, 스스로를 철학의 계승자로 자처하면서 철학적 역사들을 다루는 텍스트들 덩어리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련의 관념, 사유, 서사, 이미지, 인상들을 모아 놓은 "행복아카이브"라고도 생각한다. - P35

흡수할지 말지는 우리가 마주친 그것을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우리는 거리를 둔다.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지평의 가장자리를 확립한다. 특정 대상들의 근접을 거부하면서 우리는 가고 싶지 않은 장소, 가지고 싶지 않은 물건, 만지고 맛보고 듣고 느끼고보고 싶지 않은 것들, 손닿는 곳에 두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의한다. - P51

우리가 행복이 가진 약속의 속성에서 알아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란 우리가 어떤 것들을 마주치기도 전에 그것들을 좋은 것[재화]goods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들을 향해 방향 지어진다는 것은 곧 바른 길로 방향 지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방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팬클럽이나 동호회는 사회적 삶이 내포하는 것, 즉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그래서 사회적 결속은 항상 감각적이다. - P74

만약 동일한 대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 혹은 우리가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동일한 대상에 몰두한다면 - 우리는 같은 길로 방향 지어져(혹은 정향돼 있는 것이다. 이미 좋다고 평가된대상에 의해 좋은 방식으로 정서적 영향을 받는 것, 그것이 정서 공동체에 속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같은 대상을 행복의 원인으로 보고 그것에 몰두함으로써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P75

페미니스트로 인식된다는 것은 어려운 범주, 어려움의 범주에 배정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명명하면 당신은 바로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미리부터 읽혀 버린다." 당신은 선의와 행복의 기호를 드러내 당신이 어려운 사람이 아님을 보여 줘야 한다. 프라이는 "이는 우리가 같이 일하기 어렵다‘ 혹은 유쾌하지 않다고 여겨져 생계 수단을 잃을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3) 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또한 페미니스트의 불행에 대한 집착(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깬다는 신화)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17 이 욕망이 페미니즘의 비판에 맞서 행복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 P123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불행해서 생긴 것으로 재현되면 우리는 결과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다고 읽히는 탓에, 갈등·폭력·권력의 상황들이 페미니스트들이 무엇에 대해 불행해 하는가가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불행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 P124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항상 역설적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 말은 보통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중요한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차이가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P172

이디스는 답한다. "친구입니다. 아주 친한친구요." 그들에게선 또 다른 질문이 돌아올 뿐이다. "환자분에게 가족이 있나요?" 그 호칭의 무게에 친구는 사라진다. 가족 관계만이 우리를 묶어 주는 유일한 관계로 인정된다는 건 애비가 홀로 죽는다는 뜻이다. 이디스는 밤새 홀로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들의 관계는 우정의 기호 아래 숨겨져 있다. 우정은 느슨한 관계, 구속력이 없는 관계, 생사의 문제를 견뎌 내지 못하는 관계다. 친구와 가족을 구별하는 권력은 법에 있다. 마치 가족만 중요하고 다른 관계는 실제가 아니거나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된다. 퀴어 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슬픔도 인정받지 못할 때, 당신은 "친지가 아닌 관계 없는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당신은 홀로 비탄에 잠겨 있다. 당신은 기다리고만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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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2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비슷한 분량에 대한 밑줄이 저와 많이 다르네요 ^^

진정한 한 주의 시작!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 되셔요.

책읽는나무 2023-05-02 10:34   좋아요 2 | URL
같이 시작하셨군요?
커리어 여성분들의 독서!
파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3-05-12 12:15   좋아요 2 | URL
수하님 / 저도 수하님 밑줄 읽고 왔어요. 참.... 많이도 다르네요. 이어진 감상도 그렇게나 다른지 확인해 볼까요? ㅋㅋㅋㅋ
오늘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였어요. 고마워요, 수하님!!

책나무님 / 가까워오는 마감을 보며 열심히 달려보았으나 결국 4월을 넘기고 말았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완독자의 여유와 여유와 여유..... 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