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행복 지표 중 하나는 결혼이다. 결혼은 행복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한 세계 중 최고의 세계"라고 정의된다. 논지는 간단하다. 결혼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권고이기도 하다. 결혼해라, 그러면 더 행복해질지니! 이렇게 재단은 곧 예측이 된다. 행복학은 수행적이라 할 수있다. 즉, 어떤 곳에서 행복을 발견하면 그 장소는 좋은 것, 상품으로 장려돼야 하는 것이 된다. - P21

스스로의 행복 추구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 책에서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행복해질 책임이 있다는 생각 혹은 더 단순하게 한사람의 행복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필연적인 상관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 P25

"행복할 때 우리는 덜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게 더 우호적이며,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자신의 행운을 나누고 싶어 한다" (43[108]). 여기서 우리는 (행복과 낙관주의, 행복과 이타주의 사이의) 상관관계가 빠르게 행복그 자체의 원인이 되는 인과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행복은 우리를 덜 자기중심적이고 더 낙관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며, 그러면 다른 사람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 P26

행복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 "무엇이든"의 내용에 국한해서만 의견이 다를 뿐인데, 아마도 이런 식으로 행복은 철학에서 인간 욕망의 자리를 표시하는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는 듯하다. 나는 여기서 철학을, 스스로를 철학의 계승자로 자처하면서 철학적 역사들을 다루는 텍스트들 덩어리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련의 관념, 사유, 서사, 이미지, 인상들을 모아 놓은 "행복아카이브"라고도 생각한다. - P35

흡수할지 말지는 우리가 마주친 그것을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우리는 거리를 둔다.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지평의 가장자리를 확립한다. 특정 대상들의 근접을 거부하면서 우리는 가고 싶지 않은 장소, 가지고 싶지 않은 물건, 만지고 맛보고 듣고 느끼고보고 싶지 않은 것들, 손닿는 곳에 두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의한다. - P51

우리가 행복이 가진 약속의 속성에서 알아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란 우리가 어떤 것들을 마주치기도 전에 그것들을 좋은 것[재화]goods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들을 향해 방향 지어진다는 것은 곧 바른 길로 방향 지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방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팬클럽이나 동호회는 사회적 삶이 내포하는 것, 즉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그래서 사회적 결속은 항상 감각적이다. - P74

만약 동일한 대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 혹은 우리가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동일한 대상에 몰두한다면 - 우리는 같은 길로 방향 지어져(혹은 정향돼 있는 것이다. 이미 좋다고 평가된대상에 의해 좋은 방식으로 정서적 영향을 받는 것, 그것이 정서 공동체에 속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같은 대상을 행복의 원인으로 보고 그것에 몰두함으로써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P75

페미니스트로 인식된다는 것은 어려운 범주, 어려움의 범주에 배정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명명하면 당신은 바로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미리부터 읽혀 버린다." 당신은 선의와 행복의 기호를 드러내 당신이 어려운 사람이 아님을 보여 줘야 한다. 프라이는 "이는 우리가 같이 일하기 어렵다‘ 혹은 유쾌하지 않다고 여겨져 생계 수단을 잃을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3) 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또한 페미니스트의 불행에 대한 집착(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깬다는 신화)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17 이 욕망이 페미니즘의 비판에 맞서 행복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 P123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불행해서 생긴 것으로 재현되면 우리는 결과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다고 읽히는 탓에, 갈등·폭력·권력의 상황들이 페미니스트들이 무엇에 대해 불행해 하는가가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불행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 P124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항상 역설적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 말은 보통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중요한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차이가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P172

이디스는 답한다. "친구입니다. 아주 친한친구요." 그들에게선 또 다른 질문이 돌아올 뿐이다. "환자분에게 가족이 있나요?" 그 호칭의 무게에 친구는 사라진다. 가족 관계만이 우리를 묶어 주는 유일한 관계로 인정된다는 건 애비가 홀로 죽는다는 뜻이다. 이디스는 밤새 홀로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들의 관계는 우정의 기호 아래 숨겨져 있다. 우정은 느슨한 관계, 구속력이 없는 관계, 생사의 문제를 견뎌 내지 못하는 관계다. 친구와 가족을 구별하는 권력은 법에 있다. 마치 가족만 중요하고 다른 관계는 실제가 아니거나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된다. 퀴어 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슬픔도 인정받지 못할 때, 당신은 "친지가 아닌 관계 없는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당신은 홀로 비탄에 잠겨 있다. 당신은 기다리고만 있다. - P199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5-02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비슷한 분량에 대한 밑줄이 저와 많이 다르네요 ^^

진정한 한 주의 시작!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 되셔요.

책읽는나무 2023-05-02 10:34   좋아요 2 | URL
같이 시작하셨군요?
커리어 여성분들의 독서!
파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3-05-12 12:15   좋아요 2 | URL
수하님 / 저도 수하님 밑줄 읽고 왔어요. 참.... 많이도 다르네요. 이어진 감상도 그렇게나 다른지 확인해 볼까요? ㅋㅋㅋㅋ
오늘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였어요. 고마워요, 수하님!!

책나무님 / 가까워오는 마감을 보며 열심히 달려보았으나 결국 4월을 넘기고 말았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완독자의 여유와 여유와 여유..... 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