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관심이 없거나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성’을 매개로 한 억압이 우리나라의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전 세계적인 역사 혹은 추세였음을 말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좋아하는 미국 이야기.

 



하얀 피부의 특권층이어서 ‘변별 요소’가 ‘성’일 수 밖에 없는 백인 여성이 미국에서 겪는 일들.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 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49)


리베카 솔닛이 밝힌 대로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1위는 교통사고가 아니다. 전남편, 전 애인, 전 남친 등 배우자의 폭행이다. 이 사실을 말하면 듣는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진짜? 하고 다시 묻는다.

 


또 한 가지 예는 마사 누스바움. <비평이론의 모든 것>에 그의 사례가 나온다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에 다니는 마사 누스바움이 자기의 가슴을 만지려는 교수의 손을 ’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살짝 밀어냈던 경험에 대해서 말한다똑똑한 여성이 교육 기회를 얻어 하버드에 입학해 석사 과정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상시적이고 일상적인 성희롱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을 말할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오래전에 사둔 책을 다시 펼친다어제 <행복의 약속>을 읽었는데 새삼 어려워서 노곤해지고 너무 졸려서 오늘은 책을 바꿨다.

 


23쪽의 ’나 역시 여성이다‘로 시작해 마지막 문장까지를 그대로 옮긴다. 억울하다고 소리치지 않으면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용감한 사람인가 묻고. 한 번 더 생각한다.


 


나 역시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성희롱과 성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하버드대 대학원 교육과정에 대해 쓴 글에서 나는 두 명의 저명한 교수들로부터 내가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맞닥뜨려야 했던 성희롱에 대해 쓴 바 있다. 빌 코스비(Bill Cosby)의 기소 직후 모두가 그를 유일한 '암적 존재'인 것처럼, 마치 그의 죄가 유별난 일인 것처럼 다룰 때, 나는 《허핑턴포스트》에 그와 유사한 경력을 가진 또 다른 유명 배우로부터 내가 당했던 성폭행에 대해 썼다. TV 드라마 「월튼네 사람들(The Waltons)」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랠프 웨이트(Ralph Waite)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는 타인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재능과 권력으로 인해 책임의 의무로부터 보호받아 온 사람이었다. 이 밖에도 나는 또 다른 인물로부터 데이트 강간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 경험들에 대해 다시 말할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코스비 사건이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목적으로 복기해 본다. 나는 나의 말하기가 피해자성 서사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관련된 모두에게 공정한 관점을 물색하고 있으며 살아가는 동안 늘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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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3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만의 요새를 아직 사지 않은 제 자신을 탓하며 땡투 누르고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그를 쳐내는 일까지 순간적으로 생각,판단하며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이란 얼마나 피곤한가요. 삶에 대한 기술이 왜 여성에겐 더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정작 성희롱을 저지르는 남자들은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만지는 법‘ 같은 걸 생각하며 살지 않을텐데요. 그런 건 없으니까요. 후아- 아침부터 한숨 한 번 쉬고 갑니다.

덧)비평이론의 모든 것.. 은 천페이지에 육박하네요. 표지부터 어렵게 생겼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3-04-14 08:58   좋아요 0 | URL
교만의 요새, 참 좋네요. 저는 누스바움 많이 안 읽어서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읽을수록 ‘파 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오래동안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비교적 쉽게 곁을 주는 것 같고요 (설명 잘함 ㅋㅋㅋㅋㅋㅋㅋ)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한지요. 가해자의 목소리가 더 큰 세상, 피해자가 눈치 보는 세상 ㅠㅠㅠ

비평이론의 모든 것, 저는 참고서로 사 두었는데 진짜 펴보지를 않아서요. 새 책입니다, 하하하!

공쟝쟝 2023-04-13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 용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요. 단발님 진짜 멋진 부분!

여성들이 내가 과민반응하는 건가 하는 자기 검열에 쏟은 에너지만 아꼈어도, 남성문명 못지 않은 큰 업적 쌓았을 겁니다.

단발머리 2023-04-14 09:45   좋아요 1 | URL
나는 사실 용감하지 않아요. 진짜 그래요. 많이 부끄럽고..... 다시 용기내야지 하는 그런 다짐이, 저는 진짜 많이 필요한 사람 같아요.

쟝님 말이 전적으로 옳아요. 자기 검열에 쏟는 에너지를 아껴야 해요. 바깥에서 바라봐야 하고.... 또 소리질러야 하고요...
 
켄 리우와 군만두


댓글로 달려니 길어서 따로 글로 씁니다. 댓글이니 DADDAY님께 다는 대댓글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엮여진 제 글(여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482137, 켄 리우와 군만두)을 읽고 오시면 좋은데 읽지 않으셔도 되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바빠요 ㅎㅎ) 하지만 그 글에 달린 DYDADDY님의 댓글을 읽으시면 이 글이 왜 나오게 됐는지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이 감정의 고통보다는 신체적 고통에 대한 공포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 공포가 타자의 죽음을 통해 선명해진다는 주장에도요.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불멸에 대한 갈망을 일으켰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종교의 발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합니다. 교회에서 중책을 맡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 땅에 사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간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기독교의 패악과 특별히 한국 기독교의 죄악에 대해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종교적 제의가 정교화되는 과정 속에서 계급 사다리의 최고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정복지죽음을 향해 돌진합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그래서 죽은 자들을 위한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게 된 것이구요. 제가 궁금한 건, 이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걸 가정한 상태에서, 그럼, 답은 무엇이 될 수 있느냐, 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 대디님이 이런 질문이 제 삶에서 기인한 것 같다고 하셔서요. 저는 특별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요.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걸음마를 배우자마자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가까이 살던 육촌 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갔습니다. 이 말은 제가, 모태신앙이 아니라는 뜻이구요ㅎㅎ 제가 6학년 때쯤 엄마가 전격적으로 교회에 나가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죽을 것 같은 삶 속에서 다시 살 수 있던 힘을, 엄마는 예수님에게서 얻었습니다. 엄마는 새 생명을 얻었고,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충실히 교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고요.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교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도 성장해서도 사고나 질병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의문은 순수하게 지적인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확실한 건, 전 그냥 교회를 다니기만하는 사람은 아니고, 기독교의 교리와 신념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인간이 죄인이라고 생각하고(갑자기 신앙 고백 시간이 되었네요 ㅎㅎ), 인간 스스로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와 하나님 사이의 중재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걸 믿고, 나를 아시고 내 삶을 계획하시고 나랑 함께 사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의 이러한 믿음과 신념이 사실은 고도의 세뇌와 문화적 강제에 의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가장 세련된 거짓말에 제가 속은 것일 수도 있구요. 마음의 평화를 위해 아닌데도 그런 척, 모른 척, 속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결국에 제 물음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내가 가진 답, 죽음과 불멸, 영혼에 대한 답은 이겁니다. 그럼, 당신의 답은, 당신의 패는, 당신의 결론은 무엇입니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화의 과정 어디에서도 영혼의 출현을 확인할 수 없으니, 영혼은 없다고 했고요. (다만, 본인은 왜 이렇게 명상에 심취했는지 그건 좀 밝혀주시기를 ㅋㅋㅋㅋㅋ) 불멸에의 탐구, 영원에의 갈망이 인간 뇌 속에 있는 신경 세포 다발들의 속임이라면, 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믿을 수 있다고, 그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자아라는 총체가 좌뇌의 속임이고, 연속적인 나, 인지하는 나, 의 존재 역시 뇌의 속임이라고 주장한다면, , 그건 그대로 주의 깊게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질문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것이, 당신의 소중한 삶과 그리고 분명히 닥치게 될 죽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까. 그게 답입니까.




오늘 하루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 그런 태도, 그런 삶의 자세가 죽음과 불멸과 끝없는 의미 추구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까.


















제가 저번 주부터 읽고 있는 책은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입니다. 부조리에 대한 카뮈의 사상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



인간의 삶이 아무리 무의미할지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그 무의미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부조리의 영웅이 되는 길이요, 우리의 부조리한 인간 조건에 대한 진정한 반항인이 되는 길이라고 카뮈는 역설한다. (46)



부조리한 인간 조건에 대한 반항이 살아내는 것이라고 카뮈는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의미와 무목적성이 우리 삶의 결론이라면, 그렇게 스러질 나라면, 0으로 수렴될 나라면, 우주의 먼지가 될 나라면. 나는 왜 지금, 존재하는 것입니까. 저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누워서 사라질 날만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닐까요. 저는 영웅도, 반항인도 되기 싫거든요^^ 만약 그것이 정말 해답이라면 말입니다.




믿음이란 설득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런 과정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민하고 생각해 볼 공통의 주제가 있다는 것에, 그 곳이 알라딘이라는 사실에, 마음만은 즐겁습니다. 알라딘 우주에서, 저는 하염없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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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6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6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6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DYDADDY 2023-04-06 19:09   좋아요 2 | URL
모난 부분이라 생각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어떠한 자신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히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러지 못하다보니 그런 분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기독교에 대한 신념을 이야기하셨지만 그러한 주제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철학자나 과학자 중에도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요.
이번에 읽으시는 책도 어떤 글로 남기실지 벌써 궁금해져요. 단발머리님의 글을 항상 기다리고 기대하는 단발머리님의 독자입니다. ^^

단발머리 2023-04-06 19:22   좋아요 2 | URL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 있는 행동이라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기다려주시고 독자가 되어주신다고 하니, 제 맘이 막 몽실몽실 하늘 끝까지 떠가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4-06 21: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ㅋㅋㅋ
저 디게 뜽금 없는 인용 하나 가져올께요 ㅋㅋㅋㅋ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 391페이지

하지만 *개인이 생각하는 신의 이미지가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일관적인 연구결과가 나온다.* 즉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신을 사랑이 넘치는 존재로 본다. 애착 유형의 경우(3장 참 고), 사회심리학자 리 커크패트릭(Ice Kirkpattick) 과 필 셰이버 (Phail Sharer)는 안정형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일수록 불안정형보다 신을 사랑이 넘치고 거리감과 통제적인 모습이 적은 존재로 인식한다 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안정 애착 유형 가운데 회피형은(거부형과 두 려움 유형이 합처진 것) 예측대로 다수가 무신론자였다. 아무도, 아무것 도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관계 문제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피형은 갑작스럽게 종교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회피형 에서 44퍼센트, 나머지 유형을 모두 합친 데서 10퍼센트가 잡작스럽게 종교 를 가졌다).
집착형은 열렬한 무신론자가 되거나 강렬한 종교적 경험을 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더 강하게 보였다. 초조하고 모호하게 관계에 집착 하므로 자기 애착을 포함해 애착에 대한 관심도가 최대 수준인 사람 들이기 때문이다.

공쟝쟝 2023-04-06 21:42   좋아요 3 | URL
저는 (부끄럽게도)집착형에 가깝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극단적인 종교경험 할까봐 열렬하게 신의 존재 거부하는 편ㅋㅋㅋㅋㅋ) 전 꼭 안정형 애착유형이 된 후에 ㅋㅋㅋㅋㅋ 아 웃곀ㅋㅋㅋㅋㅋ
친구의 영향을 받아 믿음과 영성 영혼과 신 죽음에 대해 사유하긴 할 건데 아직 자아에 대해 천착이 안끝나서 좀 기다려주세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4-12 19:30   좋아요 1 | URL
...... 즉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신을 사랑이 넘치는 존재로 본다.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난 신을 사랑이 넘치는 존재로 봐요. 믿어 의심치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족 2023-04-1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독교도에 가지는 의구심은, 기독교도는 ‘살기 싫은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같은 겁니다. 죽음 뒤에 아무도 모르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거라는 게 안도가 되는 순간이 있어서, 영생을 원하면 살기 싫을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지, 같은 의문이.

단발머리 2023-04-15 20:58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고요. 저 같은 경우는...... ‘살기 싫은 순간‘의 상황 너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순간 속에 내재된 ‘신의 섭리‘를 깨닫고 싶어합니다.
 




 












켄 리우의 단편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를 읽었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내세를 믿고, 영혼 불멸을 믿는 사람이다. 믿음을 강제할 만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날라리 신자여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게 항상 궁금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 그런 결정에 이르게 한 사고 과정 말이다. 내가 존경하는 유시민 작가님도, 내가 사랑하는 정희진쌤도 그렇게 말씀하시기는 했다. 그 확신과 거부의 매커니즘이, 나는 궁금하다.

 


겨우 몇 권 읽었을 뿐이지만, 죽음에 관한 책들은 그 장대한 연구와 두꺼운 두께로도 명확한 답을 내어놓지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죽음을 겪은 후, 이 세계로 돌아와 그 경험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임사 체험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돌고 돌아 한 바퀴 더 돌아 죽음과 타협하라라고 결론을 내놓는 책도 있다.

 


이와 관련해 뇌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죽음과 불멸에 대한 인간의 의식이 사실은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 때문이다. ‘자아라는 통합된 실체 자체가 사실은 허구라는 주장도 있고, 물리학에서 말하는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라는 주장 역시 죽음의 해석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안하는 거라 여겨진다.

 





켄 리우의 단편 <>의 카드 리뷰의 첫 장면은 이렇다. 하지만, 그 다음장, 그 다음다음 장, 그 다음다음다음장도 이 단편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닿지 않는다. 내가 꼽은 중요한 문장은 바로 여기다.

 


"이미 작동을 멈춘 틀을 신기한 것처럼 구경하느니, 차라리 그 틀의 작동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시인들이 영생을 구하려 애쓰는 이를 폄하한 건 아무 힘도 없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39)

 



레이는 남편과 함께 노화를 중단시키는 수술(시술)을 받는다. 30세의 외모와 건강을 유지하게 된 레이. 그녀는 제2의 인생, 3의 인생, 4의 인생을 살아간다.

 


할 일이 필요했던 나는 대학으로 돌아갔다. 존 덕분에 나의 뇌세포는 쉬지 않고 저절로 재생되었다. 그렇게 결코 성숙하지 않았기에, 한편으로는 결코 호기심이 마르지 않았다. 나는 역사와 문학, 경제학의 박사 학위를 잇달아 취득하고 나서 의대에 입학했다. 그냥 재미 삼아서 한 일이었다.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고, 나의 끝나지 않는 학생 생활은 언제나 시작을 눈앞에 둘 뿐 실제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나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첫걸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다. 악기를 배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습할 시간이 100년이라면 거장이 될 법도 했으니까. (44)

 


알라딘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 구입해 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 한다’, ‘알라딘에서 영생불사하자기타 등등(‘다음 달에는 책을 조금만 사겠다’, ‘이게 이번 달 마지막 주문이다’) 인데, 만약 우리가, 내가, 그리고 당신이 레이가 받았던 수술을 받게 된다면, 이런 바람, 이런 소망은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정희진쌤의 모든 책과 글을 7번씩 필사하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와 수메르어를 마스터하고. 아니 에르노를 프랑스어로 읽고, 단테를 이탈리아어로 읽고, 사기를 중국어로 읽고, 하루키를 영어로 읽고. (하루키 책은 영어본이 제일 예쁘다) 레이의 선택은 무엇일까. 한없이 이어지는 풍요로운 삶을, 레이는 어떻게 감당해 냈을까.

 


나는 레이의 선택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흐름, 자연의 섭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거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죽음을 받아들이기로한 소심하고 연약한 인간의 무지한선택일 수 있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어쩌면 인류는 정말 신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인류는 벌써부터 신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닳지 않는 육체의 주인이 되어 20년 전, 50년 전, 100년 전, 230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더 성숙한, 더 훌륭한, 더 차분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 다시 100년을, 200년을, 300년을 살아갈 테고. 그런 인생 앞에 주어진 삶이란 무엇인가. 그런 인생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전력 중단? 핵전쟁? 권태? 외로움?  

 



너무 졸린데 자기는 싫다. 눕기만 하면 곯아 떨어질거 같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우리 집에도 군만두가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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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음과 불멸의 ‘의미‘에 대하여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4-06 12:38 
    댓글로 달려니 길어서 따로 글로 씁니다. 댓글이니 DYDADDY님께 다는 대댓글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엮여진 제 글(여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482137)을 읽고 오시면 좋은데 읽지않으셔도 되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바빠요 ㅎㅎ) 하지만그 글에 달린 대디님의 댓글을 읽으시면 이 글이 왜 나오게 됐는지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이 감정의 고통보다는 신체적 고통에 대한 공
 
 
수이 2023-04-05 07: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드시오, 군만두. 쟝쟝이가 잘못 했네, 어제는. 오늘도 열일 🥰💙👍🍪☕️😎📖😻💓🍷😚

단발머리 2023-04-05 17:53   좋아요 0 | URL
열일하고 왔으요 ㅋㅋㅋㅋㅋ 군만두는 없으요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05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저를 연구하세요!ㅋㅋㅋ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등등이 단발님의 꿈이시군요. 단테를 이탈리아어로 읽고.. 너무 멋진데요?🤭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을 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3-04-05 09:06   좋아요 2 | URL
ㅋㅋ괭님의 댓글!^^ 매력 펄펄
˝저를 연구하세요!^^

단발머리 2023-04-05 17:5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 일단 제가 독서괭님 대상자 1번으로 선정하고 ㅋㅋㅋㅋ 심오한 연구를 계속할 것을 약속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
한나 아렌트 책 다 읽기, 제 꿈이에요. 단테 이탈리아어로 읽기도 도전하고 싶고요.

알라님 / 알라님도 연구 대상입니다. 어디 못 가시오니 ㅋㅋㅋㅋㅋ 많은 협조 바랍니다!

다락방 2023-04-05 08: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2

그런데, 그래서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죽기 싫어요. 간절히 영생을 원합니다.

인용해주신 단편의 문장들을 읽노라니 영화 <아델라인> 생각이 나네요. 주인공 아델라인은 늙지 않거든요. 자기 딸이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계속 그 나이를 살아서 모든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점자책 읽기까지 마스터 합니다. 흐음.. 그렇다면 모두가 더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세상엔 온갖 지식인들로 넘쳐나게 될까요? 다들 왜그렇게 공부들만 하지.. 그러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공부이니까....필연적인 것인가....

단발머리 2023-04-05 18:27   좋아요 0 | URL
일단 2번으로 접수되셨구요. 구체적인 연구 계획은 추후에 개인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락방님의 이런 대답, 이런 반응이 제일 ‘자연스럽고 솔직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오래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거 같고요.

저, 영화 <아델라인> 소개 동영상을 보았거든요. 여주인공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부셨습니다. 딸보다 젊고 예쁜 엄마,를 저도 1초간 상상해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걸 계속 할 수 있는 삶이라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어요.

얄라알라 2023-04-05 0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새, 아니 꽤 오래 책 읽기에 시들해져서 알라딘 활동도 예전만큼 안 하는 제가
단발머리님의
영생 if 가정법 상상을 읽다 보니
현타 옵니다.
와, 영생으로 많은 시간을 누리게 되면 책 읽기와 필사에!

저는 많이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지네요. 책 재미를 다시 확 느껴야하는데....좌표를 잃었나봐요

단발머리 2023-04-05 19:52   좋아요 1 | URL
제가 위에는 독서와 외국어라고 쓰긴 했는데요 ㅋㅋㅋㅋㅋ 알고보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영생을 살 수도 있겠지요? ㅋㅋㅋㅋㅋ

여행은 건강할 때, 젊을 때가 좋은 거 같기는 해요. 저는 걷기에 취미가 없어서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만요.
책재미 잃었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어요. 그럴 때는 음악도 들으시고 영화도 좀 보시고요. 특히 이웃님들 리뷰 읽으시면 책구미가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4-05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3

구입해 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 한다니!ㅋㅋㅋ 그러고 보니 다 읽고 죽을 수 있을까 싶네요ㅠㅠ 구입량에 비해 읽는양은 현저히 느립니다ㅎㅎ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그러기엔 체력도 이젠 버거워서 참...^^;

단발머리 2023-04-06 09:52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3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축적되니까요. 뒤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세대는 ㅋㅋㅋ 읽을 책이 참 많네요. 거기까지 갈 것도 없고 구입할 책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요. 매년 알라딘 통계만 봐도 그러더라구요. 시간은 부족하고 눈은 침침합니다. 웃어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05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접니다!-4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끝이 있기에 순간을 영원처럼 느낄 수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에겐 오늘 떨어지는 벚꽃이 슬로우모션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깐요. 내세는 너무 멀고 가까운 현실의 미래는 다소 걱정이 되긴합니다. 그러나 미래는 현재의 연속일뿐임을 배워가면 또 지금 편해지려고 마음 먹어요. 오늘 딱 끝나도 좋은데 혹시 오늘 딱 끝나면 제 다이어리는 꼭 불태워주세여 부탁드립니다 (매일이 유언 ㅋㅋㅋ).

단발머리 2023-04-05 18:26   좋아요 0 | URL
쟝쟝님 4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완전 이해되구요.
다만, 저는... 끝이 있다면 왜 지금이 아니고 나중인가?의 의문은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가다듬어 볼게요. 아직은 저도.... @@

책읽는나무 2023-04-05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접니다-5

넘 바쁘시겠군요?
이 모두를 연구하시려면??ㅋㅋㅋ
딸이 자신은 죽으면 이 우주의 먼지조차도 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그 말에 살짝 충격을 받았었는데 요즘은 제 마음이 그리로 쏠려가고 있습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 그랬음 싶네요^^;;;
연구하고 싶죠?
좀 답답하시죠?^^
그러는 와중에도 전 군만두보단 촉촉한 찐만두파라는 유언을 남깁니다.ㅋㅋㅋ

독서괭 2023-04-05 11:47   좋아요 3 | URL
저도 찐만두파!!

단발머리 2023-04-05 18:32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 5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책나무님.

이 연구는 제 일생일대의 연구과제로서 ㅋㅋㅋㅋ 정말 솔직히 궁금해서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생각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우주의 먼지기는 한데.... 어떻게 싹 0으로 수렴될 것인지, 전 그것도 궁금해요.

찐만두파 기억해두겠습니다. 전 군만두파에요.

독서괭님 / 찐만두파로 접수되셨습니다. 전, 군만두파에요. 기억해 주시길^^

다락방 2023-04-05 11: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점심에 라면도 먹고 만두도 먹고 김밥도 먹고 그래야겠어요.

잠자냥 2023-04-05 11:53   좋아요 5 | URL
막걸리에 갓김치도 먹어주세요... 저 대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05 15:44   좋아요 2 | URL
저 어제 와인하고 갓김치 먹었어요.
오늘도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뭔가 먹어야겠어요.
맨날 순대 간이나 먹고 싶으니 나도 참... 에휴..

DYDADDY 2023-04-05 16:22   좋아요 1 | URL
어제 주무신다고 글 올리신 이유가 이미 드셔서 그렇군요. 갑자기 주무신다 글을 올리셔서 당황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05 16:37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는 무슨 맛이에요?

다락방 2023-04-05 17:58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는 .. 좋은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3-04-05 18:04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에 쌀국수, 오늘 저녁 메뉴로 낙찰!!

단발머리 2023-04-05 18:34   좋아요 0 | URL
제가 없는새 맛있는 거 많이 드셨네요.
저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 튀김, 그리고 순대를 ㅋㅋㅋㅋㅋ 음하하하하하하하하 사왔습니다.
와인하고 갓김치의 조화가 궁금하네요. 저도 집에 와인 있거든요. 화이트 와인 ㅋㅋㅋㅋㅋㅋㅋㅋ
쌀국수는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05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5
인간은 욕망하는 동물이기에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고 생각해요. 길에 굴러다니는 돌은 주워서 소유하면 되니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올해 핀 꽃은 소유할 수 없으니 보려는 욕망이 생기죠. 영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필멸자인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기에 유사영생인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기술발달로 가능할 수 있기를 욕망하죠. 하지만 불멸에 가깝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과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라는 개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나‘의 부분부분들을 기억하고, 과업(예를 들면 업적이나 책)은 역사에 남겠죠. 그 사랑과 과업을 달성할 때까지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필요해서 건강하게 살려 하는 것이지 단순히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군만두에 대한 욕망은 어쩔 수 없어도 단발머리님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댓글이기를 바라요. ^^

다락방 2023-04-05 15:43   좋아요 1 | URL
대디 님 6 번이십니다. 5번은 이미 책나무 님이 하셨어요..

DYDADDY 2023-04-05 15:45   좋아요 2 | URL
-0-;;;;;; 유..유..육입니다. 길게 쓰는동안 넘버가 바뀌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4-06 09:53   좋아요 1 | URL
대디님 / 대디님, 6번으로 접수완료되었습니다^^

˝필멸자인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기에 유사영생인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기술발달로 가능할 수 있기를 욕망하죠. 하지만 불멸에 가깝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과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라는 개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나‘의 부분부분들을 기억하고, 과업(예를 들면 업적이나 책)은 역사에 남겠죠.˝

대디님 말씀에 공감하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다는 걸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 다음을 묻는 거에요. 어쩌면 그 앞쪽이요. 불멸이 불가능한 인간은 왜 불멸을 욕망하는가. 사랑과 과업이라는 측면에서의 불멸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라진 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죽기 때문이고요.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그렇다면 100년 혹은 200년의 불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요. 업적이나 책이 역사에 남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구는 곧 멸망할테고 모두 다 사라질 테지요. 사라질 것을 예감하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저는 궁금해합니다.

대디님 댓글 읽으니 너무 좋네요. 고민과 성찰이 완전 다른 방향으로 결론지어지더라도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 나누면 좋을거 같아요. 저의 ‘죽음‘ 페이퍼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예정입니다.

다락방님 / 철저한 교통정리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06 00:0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댓글의 질문을 보고 당황했어요. 와.. 세다.. 이 질문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단발머리님이 어떤 삶을 사셨고 살고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질문은 단발머리님의 삶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하시지 않으실 수도 있구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DYDADDY 2023-04-06 00:2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불멸에 대한 욕망은 결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이라는 당연한 결과가 왜 고통으로 다가오는가. 사실 죽으면 아무 것도 못느끼죠. 즉 ‘나‘의 죽음은 신체적 고통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정신적 고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공포는 ‘나‘의 죽음이 아니라 타자의 죽음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죠. ‘너‘의 죽음은 크나큰 아픔과 고통으로 다가오고 그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하기에 공포를 느낄 수 있죠. ‘그들‘의 죽음은 감정의 고통보다는 신체적 고통의 공포라고 볼 수 있을거에요. 즉 죽음에 대한 공통적인 공감은 고통인데 고통을 피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불멸을 욕망하게 되었고 결국 그 불멸에 대한 욕망이 문명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눈 앞에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살아있을거야 라는 생각이 내세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에서부터 종교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옆길로 살짝 새자면 종교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담보로 시작한 사기행각(종교인이시라 불편할 수도 있으시겠지만)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DYDADDY 2023-04-06 00:3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종교적 제의가 점점 정교화되고 그것에서부터 예술, 건축 등의 문명이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 시기는 농경이 시작된 시기라고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인류가 정착군집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죽음을 볼 기회가 많아지고 장례절차나 의식이 생겨난 것도 그즈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저 고통받지 않고 죽지 않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이 계급사회로 들너서면서 좀더 정교화됩니다. 최고 계급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 즉 욕망하는 것을 다 이뤘는데 단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죽음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는거죠. 피라미드를 그 예로 들 수 있을거에요. 종교적 건축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하거나 부활할 수 있도록 하여 불멸을 구체화시킵니다.
이것이 불멸에 대한 욕망의 원인과 시초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생각하시는 바를 댓글로 쓰셔도 좋고 다른 페이퍼로 만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근대 이후 불멸에 대한 방향의 전환은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할께요. (사실 여기까지 생각하느라 오늘 에너지를 다 썼어요. ㅋㅋㅋㅋㅋㅋ)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셔서 고마워요. ^^

단발머리 2023-04-06 06:21   좋아요 1 | URL
대디님~~ 저 아침에 일어났는데 댓글 읽고 깜놀하면서 ㅎㅎㅎ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도 쓸 말이 쪼금은 있는데 지금은 밥 차리고 나가야 해서 쓸 수가 없군요 ㅋㅋㅋㅋㅋㅋ 가능한 빨리 글이던 댓글이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죽음이 불멸 뿐 아니라 내세 그리고 의미 추구 등의 문제로 뻗어져 나가기에 좀 거대한 주제이기는 한데, 대디님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새롭게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될 듯 합니다. 좋은 사유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수이 2023-04-05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회 안 다니고 내세 안 믿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1 에 저도 넣어주세요 ㅋㅋ 댓글 보고 엄청 빵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05 15:43   좋아요 3 | URL
수이 님은 7번.. 럭키 쎄븐!!

잠자냥 2023-04-05 16:36   좋아요 3 | URL
그럼 나도 8번에 줄 서 봅니다...
다만 부장님하고 달리 영생은 하고 싶지 않음;;; 피곤햐..........

수이 2023-04-05 17:00   좋아요 1 | URL
1번이라고 했었어야 했는데 ㅋㅋ

수이 2023-04-05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영생은 별로 🙄

잠자냥 2023-04-05 17:03   좋아요 2 | URL
운동하시는 게 영생필인데 ㅋㅋㅋㅋ

수이 2023-04-05 17: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55 찍으면 비키니 👙 인증샷 올릴거임

단발머리 2023-04-05 18:46   좋아요 1 | URL
수이님 / 다른 건 다 잊어버렸고요 ㅋㅋㅋㅋㅋㅋ 55 비키니, 이것만 남았어요. 기다릴게요.

다락방님 / 럭키 쎄븐 수이님 ㅋㅋㅋㅋㅋㅋ 럭키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 8번에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이제 곧 영생파와 비영생파와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잠자냥님 댓글 읽다가 문득 들었습니다. 부장님 놀리기 마니아 1위 유지하시려면 영생하셔야 될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4-05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입해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23-04-05 18:47   좋아요 2 | URL
즐라탄이즐라탄탄님도 책 어마어마하게 사 놓으셨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구입해 놓은 책을 봐서는 우리는, 모두 영생해야 합니다.
댓글 감사해요^^

건수하 2023-04-06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9번에 줄 섭니다.

전 제가 몸담았던? 종교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얼마전 읽은 책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결국 시몬은 ... ˝세계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창조주보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사유하는 편이 더 쉽다.˝는 결론을 내린다. -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중


그래서 사실... 기후 변화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작용입니다. 그렇다고 막 쓰고 막 버리고 그러진 않지만요. 제가 죽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게 아니라, 인류도 언젠가 멸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단발머리 2023-04-06 15:05   좋아요 2 | URL
그 종교가 어떤 종교였든 종교에 대한 회의를 저도.... 10분, 아니 100분 이해합니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원했던 보부아르도 죽었다,는 데에 저는 방점을 찍습니다 ㅠㅠ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은 저랑 비슷하시네요. 필-인류멸망론도 비슷하고요. 저랑 공통점 겁나 많으신 수하님 ㅎㅎ

자목련 2023-04-07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댓글 보다가 슬그머니
교회에 가끔 출석하고, 내세를 믿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죽으면 끝이구나 생각에 기울고, 갈팡질팡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연구의 존재들이군요!
이번 주가 부활 주일임에도 참석을 못할 것 같은 신자. ㅠ.ㅠ

단발머리 2023-04-08 11:38   좋아요 0 | URL
교회에 가면서도 그런 의문이나 회의는 항상 들었던 거 같아요. 우리 자신이 모두 연구의 존재들인걸 잊지 말고 계속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아… 맞아요! 내일이 부활절이네요!!

유부만두 2023-04-08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사서 안 읽고 쌓아두면 사후에 지옥에서 그거 다 읽는 벌을 받는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걸 들은 우리 알라디너들은 ˝그래? 그거 개꿀인데? 죽어서 읽으려면 지금 더 사야함!˝ 라고 하겠지요.
그나저나 만두하면 유부만두 아닙니꺼?!?!

단발머리 2023-04-10 23:24   좋아요 0 | URL
그 누구분께 제가 방금 소박하게 알라딘 구매 버튼 눌렀다고 좀 전해 주세요 ㅋㅋㅋㅋ 부지런히 읽어도 다 못 읽겠지만 읽는 거 안 되면 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 벌을 천국 가서 받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한 말씀 아닙니까. 만두하면 유부만두죠!!!
 


















모두 그렇듯, 빼앗기듯 3월을 보내고, 정신차리니 4 3. 야구장 가느라 4.3. 기념식 안 간 게 아니라, 매년 가기 그래서 올해는 안 간다는 대통령. 말을 말아야지.

 


저번 주 월요일에, 출판사와 통화를 했다. 내 질문은 두 개였는데, 원서에서 볼 수 없었던 <chapter 15&16 : 아담>편은 어떻게 들어간 것이냐. 그 텍스트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느냐. 담당자가 퇴사해서(무슨 일이든, 어디든. 전화를 하면, 담당자는 항상 퇴사를 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 했는데 답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한국판 번역 작업 중에 저자가 해당 챕터를 추가로 넣기를 원해서 원고를 받았는데, 견본으로 받은 책이 4쇄여서, 20229월 이전에 구입한 원서라면 해당 챕터가 포함되지 않았을 거라 했다. 이어서 원고는 저작권사의 재산이어서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저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느냐 물었지, 무료로 달라고는 안 했는데요, . 답장을 받기 전에 알게 되기도 했고요.


 

Three irresistible short stories by Ali Hazelwood the New York Times and Sunday Times bestselling author of TikTok sensation THE LOVE HYPOTHESIS, now available in paperback for the first time with a new, exclusive, bonus chapter.

 


a new, exclusive, bonus chapter. 바로 이거고, 그게 이거다.

 


전에는 감히 희망을 품지 않았으니까. 원래 애덤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안 하는 타입이고, 이 상황극이 9 29일에 별 탈 없이 끝나리라는 망상을 품는 건 위험한 발상이니까. 하지만 올리브가 그를 믿는다면 그를 믿는다면야.

 


어쩌면 지금은 아닐지 모른다. 앞으로 당분간도, 올리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내년에는 두 사람 다 여기 보스턴에 있을 거고, 어쩌면, 올리브가 이미 그를 믿고 있다면, 어쩌면 애덤이 보살펴주게 해줄지도 모른다. 대가로 바라는 건 없다. 애덤을 사랑해줄 필요도 없다. 애덤이 두 사람 몫으로 사랑하니까. 하지만 그를 믿는다면...  (431)

 

 



 



 











































3월에는 이렇게 읽었다. 많이 못 읽었지만 그래도 읽긴 읽었다. 반 정도 읽거나 관심 챕터만 읽은 책도 몇 권 된다

유랑의 3. 3월이 이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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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04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속성의 기간을 제외하면 사랑의 끝은 언제나 이별이라는 것을 알기에 최소한 책이나 영화에서만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애덤과 올리브도 행복한 결말이면 좋겠어요. ^^

단발머리 2023-04-12 20:03   좋아요 1 | URL
애덤과 올리브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결말이었습니다. 일단 결혼 전이고, 사귄지 1년째라서 그런거겠지요.
현실에서는 이런 행복이 어려우니까요. 저도 대디님처럼 행복한 결말을 응원하게 됩니다^^

건수하 2023-04-04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좌파의 길 다 읽으셨군요 ^^ 저보다 많이 읽으신 것 같은데..!!

4월 초반 조금 우울하긴 한데, 중반에도 생각이 많아질 것 같지만... 그래도 3월보다 더 충만한 독서 하시기를요.

단발머리 2023-04-12 20:09   좋아요 1 | URL
수하님의 4월 독서 응원합니다. 보부아르와 아렌트, 불굴의 지성사를 탐구하시는 충만한 4월 되시길용!

건수하 2023-04-12 20:58   좋아요 1 | URL
4월까지 보부아르, 5월에는 아렌트를 읽겠습니다! 🤭

다락방 2023-04-04 0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사랑의 가설 팔아버린 거 왜이렇게 후회되죠?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후회되기도 하고, 번역서 읽었으니 원서 좀 읽을 수 있겠지 싶어서 원서를 딱 꺼내왔는데, 펼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 어찌나 닫고 싶은지..

아무튼 이번주에는 이번 주의 원서를 읽어야 합니다...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1인..

단발머리 2023-04-12 20:11   좋아요 0 | URL
사랑의 가설, 너무 좋습니다. 저는 애덤 같은 성격 너무 소극적이라 별로인데 (저돌적 사랑 좋아하는 편) 일편단심에 30점 추가합니다. 후회하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오늘의 원서를^^

바람돌이 2023-04-04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원서로 보시는 분들이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저는 한국어판으로 한번 보려고 지금 도서관에서 대출해왔어요. 왠만하면 로맨스는 이제 그만 보려 했는데 말이죠. ㅎㅎ 아 원서와 한국어판에 다른 부분을 찾아내고 그걸 출판사에 또 알아보는 이 극강의 부지런함과 앎의 욕구 - 진짜로 존경해요.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23-04-12 20:1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의 솔직담백한 평을 듣고 싶어요. 저는 애덤을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 진심이에요.
애덤이 로맨스 주인공으로 괜찮은지, 바람돌이님은 좋아하게 되셨는지 자세한 리뷰 부탁드려요. 출판사에 전화하는 극강 부지런함과 앎의 욕구는 챕터 15, 16이 sex scene이였기 때문이었음을 알려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4-13 11:25   좋아요 1 | URL
매우 매우 슬프게도 저는 저 책을 50페이지쯤 읽다가 그냥 도서관에 반납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로맨스를 읽은 관계로 수많은 클리세를 섭렵한 결과 아 그냥 뻔하겠구나싶은..... 그래서 본격적인 러브라인까지 못가고 말았네요. ㅠ.ㅠ
단발머리님 아직 매우 젊음요. 섹스신에 앎의 욕구를 분출하시다니..... ㅋㅋ 저는 이제 그런 의욕도 안생기는군요. 이렇게 쓰고 나니까 또 저는 왜 저 자신이 안스러운 것일까요? ㅎㅎ

독서괭 2023-04-04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도 비교적 적게 읽으셨군요! 3월, 다들 바쁘신 모양입니다. 출판사에 전화하여 답을 받으시고 공유해주시니 좋네요. 최근 나온 원서를 새로 사셔야 추가된 부분 볼 수 있는 건가요..
사랑충만 당충만 ㅋㅋ

단발머리 2023-04-12 20:17   좋아요 1 | URL
최근 나온 원서를 새로 사셔야 추가된 부분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책 구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벌써 일주일째 고민만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사랑과 당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독서도 응원합니다. 토지와 제2의 성, 제인에어를 넘어 어디로 가실지 너무 기대되는 거 있죠?

2023-09-28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8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gy7130 2023-11-27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했던 부분인데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11-27 21:12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당신이 무의식으로 흘려보낸 기억을 찾아드립니다
사랑의 가설
앨리 헤이즐우드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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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는데 참 좋았다. 여러 번 읽었고 오디오북으로도 여러 번 들었는데, 이번에 번역본으로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띄엄띄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다시 보니 좋은 상황이 아니라 슬픈 상황이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읽혀서 좋았다.

 


사건의 주도권이 올리브에게 있어서 좋았다. 로맨스의 기본 규칙, fake-relationship이 이루어질 때, 관계를 시작한 사람(다짜고짜 키스)이 올리브였고, 그 관계를 끝낸 사람이 올리브여서 좋았다. 책 뒷부분에서 애덤이 올리브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올리브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해 이후 3년 동안, 올리브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올리브와 자신이 같은 학과이고, 교수인 자신에게 박사과정 학생인 올리브가 부담을 느낄까 봐 애덤은 애정을 전혀 표현하지 못한 터였다. 가짜 연애를 시작한 후, 올리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애덤의 분투가 펼쳐진다.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꼼꼼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두 사람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올리브는 그를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결정한다. 진실을 말해서 그의 커리어에 방해가 되느니, 차라리 거짓을 말하면서 그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 결정이 어리석은 것이었거나 혹은 애덤의 본심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해도, 당시 올리브 생각에는 그게 최선이었다. 올리브는 그를 위해 그렇게 행동한다. 주도권. 두 사람 관계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올리브여서, 나는 그게 좋았다.

 



생각해보니, <제인 에어>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도 그 장면이다. 집시 여인으로 변장해 제인의 마음을 떠보려 했던 로체스터와 제인의 대화 장면이나 제인과 로체스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아니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제인이 로체스터와 이별하는 장면이다. 하나님이 정해둔 법을 말하며 제인이 로체스터와의 결혼에 응할 수 없음을 말하고, 로체스터가 그녀의 발 앞에서 간청했을 때, 그를 위로하는 제인을, 하지만 결국에는 그를 떠나는 제인을, 나는 그런 제인을 사랑한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나를,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당신에게 줄 수는 없어요.

 

 


여주인공이 쥐고 있던 주도권을 남주인공이 결정적으로획득하는 지점은 두 사람 사이에 섹스가 중심으로 떠올랐을 때다. 올리브와 애덤의 뜨거운 밤이 생생한 챕터 16 초반, 주도권은 분명 올리브에게 있다. 하지만, 이내 주도권은 애덤에게로 넘어간다. 시작한 사람은 올리브지만, 실행한 사람은 애덤이다. 먼저 손을 뻗은 사람은 올리브지만, 상황을 이끌어간 사람은 애덤이다. 경험 많은 애덤과 경험 없는 올리브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이런 상황은 점점 더 강화된다.

 


제인과 로체스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남자 같은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 제인과 기혼자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돌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로체스터는 나이, 계급, 재산의 차이뿐 아니라 성적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브리저튼 시즌 2>에서는 섹스를 가르쳐주는남주와 섹스를 배워가는여주의 모습이 그려진다. 백작 신분의 남주와 조금 더 낮은 신분의 여주를 비교하는 것이 마뜩짢다면, 안소니와 그의 여동생 다프네를 비교해도 되겠다. 풍부한 성적 경험이 매력이고 강점이 되는 남성에 비해, 같은 신분에 속한 여성에게 성적 경험은 인생 최대의 약점으로 기능한다. 결혼으로 구제되지 않는, 결혼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여성의 성적 경험은 곧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의 케미스트리 리딩 친구는 양자오를 잊어버린 나를 안타까워하며 훌륭한 글을 써주었는데(https://blog.aladin.co.kr/jyang0202/14466029 : 당신이 무의식으로 흘려보낸 기억을 찾아드립니다/쟝쟝님)그 글은 재미있고 유익하고, 나는 친구에게 참 고맙지만. 고맙지만, 나는 우회전 안 하고 좌회전했다. 양자오를 지나쳐 애덤에게로 갔다. 정신 분석이라는 장대한 위업 앞에서 연구 대상 무의식이 아니라 탐구 생활 섹스에게로 갔다.

 

 


리드 모어 하고 싶다. 독서대가 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를 고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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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3-31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에는 섹스생각 금지입니다! 단발님도 조심하세요! 섹스는 위험해서 아이를 부릅니다! ㅋㅋㅋㅋ (프로이트는 섹스를 빼놓을 수 없죠…. 리비도… 성충동이란?…!!)
음음 ㅡ 배워가는 여주와 배워주는 남주사이의 사랑에 대한 관심이군요?! 저는 이런 종류의 이성애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여성의 권력의지라고 읽어요.(이건 사실 내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뭔가를 가르쳐주는 남자를 꽤 오랫동안 좋아한 적이 있었는 데, 나중에 그 남자가 아니라 그의 위치와 권위를 내가 갖고 싶은 거였고, 내가 그 자리에 가게 되자 그 남자 좋아하던 맘이 짜게 식음ㅋㅋㅋㅋㅋ 이상형이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구나 했어요 ㅋㅋㅋ 그 후론 잘생긴 남자만 좋아했다 ㅋㅋㅋ) 그러니 섹슈얼리티가 통제되던 시절의 여성은 정말 무기력했을 것 같다능….ㅠㅠ… 현실에서는 여자들이 자아실현을 더 많이해서 권력을 더 많이 가지면 조금 완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응?) 일전에 교수와 자는 여학생에 대해서도 ㅋㅋㅋ 살짝 이야기 나왔던 것 같은뎅… 늦은 밤에 탐구는 깊은 숙면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댓글은 이쯤 합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3-04-03 20:44   좋아요 1 | URL
쟝님의 이 댓글 내용 그대로 ㅋㅋㅋㅋㅋㅋ <섹스할 권리>에서 저자 아미아 스리니바산이 이 문제를 다루죠. ˝여학생의 경우, 교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과 교수의 관심을 얻는 것을 혼동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여성에게 이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일 수 있구요. 한편으로 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질 테니까요.

열일곱의 한나 아렌트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밤도 숙면은 어렵겠네요 ㅎㅎㅎㅎㅎ

2023-03-31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03-31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도권과 섹스! 캬!!!!!!!

단발머리 2023-04-03 20:45   좋아요 0 | URL
섹스에서의 주도권에 대해서는 저는 할말이 많기는한데 머리속이 복잡하기만 하고 잘 정리가 안 되네요.
언젠가 도전해보겠습니다. 그전에 <포르노그래피> 읽으면 좋을텐데요 ㅎㅎ

다락방 2023-04-03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고 있는데 다른 부서 직원이 인터폰으로 절 찾아서 급 분노할 뻔 했어요.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었거든요.

얼마전에SNS 에서 영어책 읽을거면 로맨스 말고 청소년 소설을 읽으라는 글을 봤거든요. 그런데 저는 단발머리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로맨스를 앞으로 더 읽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만큼 읽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휴 진짜 단발머리 님 좋아 너무 좋아 짱 좋아. 만세입니다. 책은 역시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린 계속 읽고싶은만큼 로맨스 읽읍시다, 단발머리 님!

저는 오늘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 읽으면서 언급되는 ‘밀‘과 ‘러스킨‘ 부분에서 브리저튼 시리즈 또 생각했거든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들만 적어두어도 사회학 혹은 인문학 책들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의 이 글 읽으니 씐나요!!

단발머리 2023-04-03 20: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다 동의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어려운 책보다는 쉬운 책을 읽을 때, 더 빨리 읽게 되어서요. 양이냐 질이냐의 문제에서, 저처럼 ‘분량‘ 순수하게 물리량으로서의 양을 중시하는 사람은 로맨스를 읽는게, 그러니까 좋아하는 분야를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로맨스도 그렇지만 소설이 어떤 장르보다 삶을 투명하게 보여주니까요. 저는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로맨스는 특히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써내려 가다보니 여성주의와 닿는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락방님이 허락해 주셔서 ㅋㅋㅋㅋㅋ 오늘밤에도 로맨스 소설 하나 살까 생각중입니다. 화끈하게 뜨겁고,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03 22:09   좋아요 1 | URL
뭐 샀는지 공유 부탁합니다. 저도 참고하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