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성장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견해가 나온다. 성장이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거창하다면 거창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것도 일종의 성장이라고 본다면 단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내겠다는 다짐과 그에 걸맞는 행동을 이어갈 때 우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날마다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가 책에 언급한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나를 포함한 이 책의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주 작은 용기를 내 일상의 소소한 것부터 바꿔나가는 행동도 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결단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 P82

삶에서 성장은 불시에 찾아오곤 합니다. - P84

온전한 나로 살아갈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주변 사람 중에 나를 나로 살아갈 수 없게끔 만드는 인물은 점점 더 늘어납니다. 혹시나 그런 사람이 지금 내 주변에 있다면 당장 그와 멀어지세요. 저도 이런 경우 그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면 내가 계속 상처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P85

성장할 때마다 청춘의 고독과 상실, 불안을 끊임없이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존재 가치는 점점 더 고양되리라 믿습니다. - P85

저는 진정한 나로 살며 늘 성장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불안과 고독을 맞닥뜨릴 준비가 되었다면 언제든지 갇힌 새장에서 뛰쳐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후의 성장통을 견디고 나면 분명 값진 보상이 주어질 테니까요. - P86

물론 성장통을 선택한다는 것은 항상 두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도 그러했습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울 때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노르웨이의 숲」의 와타나베는 모든 성장은 상실과 고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형의 집」의 노라는 용기와 결단 없이는 어떠한 성장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저에게 일깨워주곤 했습니다. - P86

‘너는 기어코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될 거야. 내가 그랬듯이.‘ - P86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모험하는 삶‘과 ‘안정적인 삶‘ 둘 중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나쁜 선택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 P87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이들은 안정감과 따스함 그리고 겸손과 관용의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기존의 세상에서 과감히 뛰쳐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삶 속에 열정과 신념을 녹여내죠. - P87

모든 삶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둘 중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꺼이 나로 살아갈 용기입니다. - P87

스탕달이《적과 흑》에 관한 초안문에 써놓은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쥘리앵이 전적으로 미화되고 이상화된 인물이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죠.

작자는 쥘리앵을 결코 하녀들을 위한 통속 소설의 주인공처럼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작자는 이 주인공의 결점과 그의 마음의 나쁜 움직임을 모두 보여줍니다. (...) 쥘리앵은 모욕당하고 고립되고 무지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오만으로가득 찬 어린 농부입니다. - P91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성찰을 통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 P91

브레이크 없는 욕망은 이렇게 사람의 눈을 가립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인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죠. - P92

이들의 욕망으로 얼룩진 이야기에서 저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떠올렸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라 미로 속에서 탈출한 인물인데요, 하늘을 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더 높이 날 수있다는 자만에 빠져서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태양을 향해 더 높이 날아오르다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맙니다. - P93

인간의 삶에서 욕망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아들에게 당부했듯이 ‘너무 낮게 날아서 날개가 파도에 젖지 않도록, 너무 높게 날아서 태양에 날개가 녹아내리지 않도록‘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찰‘이라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찰만이 폭주하는 욕망의 속도를 잠시 멈춰줄 수 있기 때문이죠. - P94

성찰은 내가 지금 달려가는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이 노력의 강도가 내일상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성취는 무엇인지를 상기하면서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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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간 연결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된다는 원리에 기반한 내용들이 나온다. 이것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 치진 않았지만 미래 전망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나오는 부분들이 있는데,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해나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벽, 창문, 기둥 같은 건축 요소에 대한 저자의 얘기들이 이어진다. 여기선 특별히 창문의 ‘인방보‘라는 것과 한옥의 기둥에 있는 ‘공포‘라는 두 가지 건축요소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의 핵심 내용은 마지막에 밑줄친 것처럼 건축요소의 근본 원리는 전부 자연에서 온다는 점이었다. 자연의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 건축물의 구석구석에 담겨있음을 보면서 건축이라는 게 결국 중력이라는 제약조건을 극복하기위한 몸부림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뇌에는 대뇌와 소뇌를 합쳐 1백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다고 한다. 이 뇌세포가 연결된 시냅스의 수는 1천조 개 정도다. 인간도 뇌세포가 병렬로 연결되면서 ‘의식‘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끼리 연결되면서 그 안에 ‘사이버공간‘이 생겨났다. - P306

사람이 연결되면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경영에 잘 접목한 사람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다. 페이스북의 주 업무는 광고 문구에 나와 있듯이 ‘connecting people(사람을 연결하다)‘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었을 뿐인데 엄청난 부가 창출되었다. - P306

같은 원리로 농경 사회에서 도시사회로 이전하면서도 이전에는 없었던 경제적, 문화적 부가 창출되었을 뿐 아니라 역사상 처음 보는 형식의 ‘공간‘이 생겨났다. - P307

건축에서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우리가 만들어 낸 공간은 엄밀하게 말하면 태초부터 있던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점유한 것에 불과했다면 인터넷은 이전에는 없던 공간을 창조해 냈다. 위치도 특이하게 우리의 머릿속에 만든 것이다. - P307

문맹자와 글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뿐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난다 - P307

문자라는 것을 쓰고 읽을 줄 알면서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문자와 동맹을 맺은 사람들은 의식도 더 진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 P307

인터넷 사용자는 실제 공간에 있는 도시의 시설물과 장소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또 다른 평행우주 같은 사이버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술 더 떠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아무 때나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 P308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과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달랐듯이 인터넷 공간을 삶 속에서 완전히 체득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분명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 P308

필자와 필자의 아버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행복이란 집과 자동차를 사고 세계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뜻한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소유는 내가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공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세계여행 역시 개인의 공간적 확장을 의미한다.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모두 공간과 관련된 가치들이다. - P309

반면 젊은 세대의 우선순위는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만화 보고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데 있다. 이들에게 실제 공간을 소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없다. 대신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P309

소유하지 않으니 공간도 필요 없다. - P310

생명공학은 DNA라는 개념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1953년에 젊은 과학자인 왓슨과 크릭이 밝혀낸 DNA는 생명의 설계도가 이중나선형 구조에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개념이다. 학자들은 이 발견이 생물학의 프레임을 에너지와 물질에서 정보로 전환시켰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전의 생물학은 화학적 물질의 합성과 변형으로 이해되었다면 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에 생명은 정보의 결과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물질에서 정보로 전환되는 중이다. - P311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공간은 아직도 기존의 물리적인 구성이주는 가치가 있는 동시에 미디어로 만들어진 사이버공간이 중첩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생물학의 프레임이 물질에서 정보로 변환된 것처럼 미술과 건축에서도 동일한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 P311

전통적인 조각에서는 조각가의 생각이 대리석 덩어리라는 매개체로 전달됐다. 그런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전기신호로 분해가 가능하다. - P311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낸다. 그다음 세대는 더할 것이다. 그들이 인식하는 세상은 더 이상 물질로 구성된 세상이라기보다는 의식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정보로 만들어진 세상 말이다. 이제 우리 다음 세대의 가치관은 구체적인 물질보다는 정보를 통한 경험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12

IoT로 불리는 사물 인터넷이 만들어지면서 인간과 인간만의 연결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의 연결도 급증하게 될 것이다. - P312

새로운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기존의 기업을 뛰어넘는 이유는 오늘날 네트워크 중심의 새로운 산업 형태가 기존 기업 기반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 P313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했던 알파고는 1.202개의 CPU를 병렬로 연결한 컴퓨터다. 인간의 뇌신경도 이처럼 직렬이 아닌 병렬로 연결되어 있다. 병렬로 연결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되지 않는다. 병렬로 연결되어야 힘을 발휘하는데 그게 안 되니 인간은 대신 ‘언어‘를 개발했다.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뇌와 네트워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문명이 발생했다. 이후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문자‘를 발명했다. 인류 문명의 발생에 큰 공헌을 한 언어와 문자는 이처럼 사람의 뇌를 병렬로 네트워크시키는 발명품이자 케이블인 것이다. - P314

현대사회에 와서는 기술의 발달로 더 강력한 인간 머리 간의 네트워크가 가능해지고 있다. 경영학자 노상규에 의하면 정보 기술의 발전은 월드 와이드 웹www을 통해서 문서의 연결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고, 이후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서 사람과 상품의 연결, IoT 기술을 통해서 사물의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 P314

현시대는 SNS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서 인간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다른 문서 자료, 상품, 사물과 연결될 것이고 더 놀라운 것은 인간과 인간이 더 강하게 연결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 P314

미래학자들은 향후 주요 대결의 무대가 기존의 국가 대 국가의 대결에서 국가 대 다국적기업의 대결로 옮겨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다국적기업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국가,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국경을 넘는 다국적기업과 그것을 막기 위해 통합된 세계정부를 만들려는 행정부들 간의 대결이 세계사의 주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P315

자동차를 시간당 빌려서 사용하는 집카Zipcar의 공동 창업자 로빈체이스에 의하면, 자동차를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쓸 수있게 해 주면 도시 속 자동차 대수가 현재의 30퍼센트로 줄어들고 카풀까지 한다면 10퍼센트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 P316

자동차 보유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산업에는 위기지만 건축과 도시에는 기회다. 자동차가 10~30퍼센트로 줄어든다면 현재 도로와 주차장의 70~90퍼센트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된다. 사용되지 않는 도로는 녹지 공원이 될 수도 있고 태양광발전소가 될 수도 있다. - P317

불멸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남을 따라 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로 지어야 한다. - P318

순환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수직 통로인 샤프트shaft 숫자가 줄어서 코어의 면적을 줄일 수 있다. - P320

현실과 가상의 공간적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세상이 이제 시작됐다. - P322

요즘 ‘공유경제‘가 유행이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부족한 공간을 모든 사람이 다 소유할 수 없는 현실 요인의 영향이 크다. - P323

개인의 ‘소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자본주의와는 달리 ‘함께 소유한다‘는 공유共有 개념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분배로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IT 기술의 도움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만든 것이다. 그 방법은 소유의 시간을 몇 년 단위에서 더 짧은 며칠 혹은 몇 시간 단위로 바꾼 것이다. - P323

공유 경제는 짧은 시간 단위로 누구나 제품이나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간단히 방정식으로 표현해 본다면 ‘공유 경제= (사회주의 X IT 기술) ÷ 자본주의‘다. - P323

디지털 기술은 전통적인 부동산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소유할 수는 없는 공간이라도 그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내 SNS에 올리면 그게 내 공간이 된다. 내가 실제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공간을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서 인터넷상에 내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는 실제 소유와 디지털 소유의 개념이 중첩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 P324

고성능 휴대폰 카메라는 우리의 공간을 바꾸었다. 휴대폰 카메라 덕분에 우리 모두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다. 과거에는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집에 살고 어느 차를 모느냐로 자신을 드러냈다. 곧 내 소유물의 스펙이 나를 드러내는 전부였다면 지금은 SNS에 올리는, 내가 방문한 카페의 사진과 여행 간 호텔의 사진으로 내 공간을 만들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 P324

현대사회에서 나는 내가 소유한 공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비한 공간으로 대변된다. - P324

1987년에 미국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면, 30년이 지난 2018년 현대사회에서는 "나는 인스타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제작한 디지털 자료로 만든 나의 사이버공간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 P324

가상공간의 정보가 실제를 압도하는 사회다. DNA 개념이 도입되면서 생물학이 유기체의 연구에서 정보의 연구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인해서 우리 삶도 정보로 해석되고 삶의 의미도 정보를 통해 부여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 P325

땅값을 낼 필요 없는 사이버공간에 휴대폰 카메라만으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 P325

생명체는 순환계가 먼저 발생하고 이후에 신경계가 진화, 발전한다. 그리고 신경계가 계속 발전하면 중추신경계가 나온다. - P325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전을 경험했다. 이는 모두 신경계가 진화해 온 모습이다. 현대 도시는 이제 생명체의 진화의 단계로 본다면 중추신경계가 완성되기 직전이라고 보인다. 도시에서 중추신경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IoT와 5G 기술일 것이다. - P326

모든 기계가 서로 소통하는 사회는 IoT 기술의 목표다. IoT는 모든 기기에 컴퓨터를 부착하는 것이고, 한쪽에서는 이 모든 컴퓨터의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기계끼리 소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 P327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기계와 인간이 소통하게 되는 시대가 열린다. - P327

기계끼리의 소프트웨어 언어통합, 음성인식, 동시통역이라는 세 가지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모든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통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것이 중추신경계의 완성이다. - P328

사람은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기술 발전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하지만 그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그때 다시 등장하는 것이 사람들의 협업인 정치다. - P329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왜냐하면 기술은 바뀌어도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속도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역시 전통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길밖에 없다. 왕도는 없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이 시대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적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 P329

자연에는 담장이 없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물들은 벽을 쌓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정치적 혹은 종교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벽을 세우고 공간을 나눈다. - P335

창문은 방수와 더불어 건축의 기본인 채광과 통풍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런데 창문을 만들려면 벽을 뚫어야만 한다. 벽에 구멍을 내면 구멍 위의 건축 재료가 무너져 내린다. 옛날 사람들은 윗부분의 재료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방보‘라는 것을 발명했다. - P336

보통 인방보는 두꺼운 목재나 돌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길이가 길어질수록 부러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문의 폭은 자연스럽게 부러지지 않는 인방보의 폭으로 결정된다. 기술적인 이유에서 창문의 폭은 정해져 있으니 더 큰 창문을 내려면 세로로 긴 창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벽 구조로 되어 있는 오래된 건축물의 창문은 모두 세로로 길다. - P338

근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벽식 구조 대신 콘크리트 기둥을 구조체로 하는 근대적인 양식의 ‘도미노 시스템‘을 제안하였다. 벽이 더이상 건물을 지탱하고 있지 않으니 창문을 가로로 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이 르 코르뷔지에가 말하는 근대 건축의 5원칙 중 하나인 ‘가로로 긴 창(수평창)‘이다. - P338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방수다. 비를 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비를 피하게 해 주는 건축 요소는 다름 아닌 지붕이다. 고로 지붕이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자에서 집을 나타내는 글자 ‘家(가)‘를 보면 지붕 아래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다. 집의 기본인 이 지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둥이다. - P339

자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은 아마도 나무가 자라는 모습일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은 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되어 있다. 돌은 굴러서 아래로 내려가고 물도 아래로 흐른다. 그런데 유독 나무만 점점 위로 자란다. 이 나무줄기의 모습이 건축에서 기둥이다. 지구의 중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요소다. - P341

우리나라 한옥의 나무 기둥의 상부를 보면 ‘공포‘라는 건축 요소가 있다. 나무를 가로로 계속 쌓아올려서 지붕을 받치게 하는 모습이다. 기둥의 위에는 보가 올라가고 그 위에 서까래가 놓여서 처마가 만들어진다. 공포와 서까래의 구조적인 원리는 바로 나뭇가지다. 한쪽으로 뻗어나가 있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힘을 받는 나뭇가지처럼 이들 건축 부재들은 지붕을 받치고 있다. - P341

모든 건축 요소의 근본 원리는 다 자연에서 온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이나 건축이나 둘 다 ‘중력‘을 이겨 내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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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지만, 이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걱정은 존재한다. 위너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은 걱정하느라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위너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걱정에게 먹이를 주어 키우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 전부다. - P221

걱정의 반대는 ‘용기‘가 아니다. ‘감사‘다. 단, 용기 있는 자만이 감사할 줄 안다. 용기 있는 자들은 감사할 일 5가지를 품고 다닌다. 그러면 걱정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다. 소박한 것들이어도 전혀 상관 없다. 걸을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말할 수 있음에, 읽을 수 있음에 충분히 감사한다. 오래된 자동차, 안락한 집,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들에 대해서도 언제든 감사할 수 있다. - P222

"정말 죽을 것 같은 일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면 견딜 만해진다. 걱정도 마찬가지다. 태산처럼 덮쳐온 걱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가벼워진다. 왜 그럴까? 두려움이 걱정의 크기와 힘을 한껏 부풀리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걱정이 아니라 두려움이 커지는 걸 막아야 한다. ‘감사하는 태도‘가 그 해법이다." - P222

감사에 눈을 뜨면 삶은 말할 수 없이 풍요로워진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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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스트레스와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살면서 완전히 피할 수는 없기에 이를 조절하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알아두고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변연계(감정중추)와 연수(신경중추)가 영향을 받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율신경의 불균형 상태가 초래된다. 그 결과, 신체의 과도한 긴장 상태로 입과 식도의 점액 및 위산, 소화 효소의 분비가 줄어들고, 위장의 연동 운동 기능도 떨어진다. 소화불량으로 구역질, 신트림, 속 쓰림, 복부 팽만감,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P95

연수(medulla obiongata)에는 자율신경활동을 관장하는 몇몇 기능적 중추가 있어서 호흡, 심박동, 소화과정을 조절하며, 소뇌와 함께 운동을 조절하고 내부기관으로부터의 체감정보를 전달한다. 또한 시상과 함께 각성과 수면을 조절하는 것도 연수의 활동이다. - P94

한편, 스트레스가 가해져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교감신경이 긴장하여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는 것 외에도 면역기능의 주역인 백혈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P95

근본적인 해결책은 식후 산책으로 위장의 소화기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자율신경의 균형을 찾아 주는 것이다. - P95

살아 있는 한 스트레스와 마주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스트레스와 마주친다는 것은 곧 살아서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살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스트레스를 피할 것이 아니라) 몸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내공을 키우는 것이고, 이때 중요한 것이 부교감신경을 끌어올려 교감신경과의 균형을 맞춰 주는 일이다. - P95

신우섭 원장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식사 조절을 통해 장운동(腸運動)을 촉진해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현미밥을 먹을 것을 권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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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4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장 못 나갈 상황이라면 제자리걷기라도 꼭 해야겠습니다 명심! 오늘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4-24 10:41   좋아요 1 | URL
예 상황이 여의치 않으시다면 제자리 걷기를 하는 것도 원활한 혈액순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서곡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유리에 관한 얘기들이 나온다. 건축재료로 쓰임새가 많은 유리의 특성 및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뒤이어 나오는 얘기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가 홍대 교수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홍대 앞 상권에 관한 얘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건축적인 시각에서 차들이 다니는 차도가 너무 넓은 것보다는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까운 3차선 정도의 거리만 두는 것이 블록과 블록 간의 상권을 이어준다고 한다. 반면에 차도가 너무 넓을 경우 지역적으로는 인접할지 몰라도 상권은 확연히 분리된다는 것을 홍대와 합정의 차도를 근거로 설명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꽤나 설득력있게 느껴졌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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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일이 밑줄 치진 않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서울의 명소들을 예시로 들면서 서로 연결하거나 담장을 허무는 방식 등으로 공원이나 도서관 등의 접근성을 개선하여 도시가 폐쇄적이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사람들간에 교류와 소통이 원활히 일어나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책에서도 몇몇 공간을 언급하면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방안까지도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 저자가 건축가로서 더 나은 도시를 꿈꾸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면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때론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건축도 세계적인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한편 저자의 이와같은 바램과는 달리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들을 보면 폐쇄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저자는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모습도 있었다. 또한 저자는 어느 영화의 대사 중 하나(˝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를 인용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단순히 사람간의 대화 뿐만 아니라 건축물들 간에도 폐쇄적이기 보다는 개방된 구조가 많아지는 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것임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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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보일러‘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보일러가 우리나라 건축 역사를 결정적으로 나눈 기점이 되었다는 말까지 하면서 보일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자인 나는 처음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의아했는데,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읽다보니 저자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원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난방을 하는 방식이 온돌 방식이라 단층 건물 위주로 지어졌고 거주하는 건물을 2층 이상으로 올리기 힘들었는데 보일러가 난방의 방식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오면서 고층 건물이 가능해졌다는 게 핵심이다. 이처럼 새로운 발명이 건축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이후의 건축 양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버리는 것을 보면서 혁신의 중요성을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발명하고 난 뒤 우리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진정한 혁신이자 혁명적인 사건이라 충분히 부를만하다. 혁신의 가치라는 것이 감히 계산하기 힘들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유리는 불순물이 들어가면 색상을 띤다. 예를 들어 철분 성분이 많아지면 녹색 유리가 된다. 중세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투명한 판유리를 만들 수 없었고, 다양한 색상의 작은 유리 조각들을 밀랍으로 연결해 유리창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발전했다. 이때 유리에 그림을 그려 화려하게 채색하였다. - P252

인간은 주광성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 삶에 빛은 필수적이다. 건축물의 실내 공간에 빛을 들이는 기능은 창문이 한다. - P253

창호지 창문은 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바깥 경치를 볼 수 없지만 종이를 통해 빛은 투과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추운 날씨에 문을 닫고 있어도 햇빛이 방에 들어오게 하여 밝은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창호지 창은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 P254

르네상스 이후에 유럽에서 판유리가 보급되면서 유리 창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유리는 귀한 건축 재료였기 때문에 돈이 많은 귀족들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국가는 세금 징수의 한 방법으로 창문을 이용하기도 했다. - P255

유리창은 제작하기 비싸기 때문에 집에 창문이 많으면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 P255

창문세를 시행하던 시기에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창문을 없애고 벽으로 만드는 일도 생겨났다. 창문이 없으니 채광과 통풍이 안 되어 위생이 나빠지고 전염병이 돌기도했다. 또한 시민들은 햇볕을 받지 못해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 P255

창문에 유리가 본격적으로 대량 도입된 것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물건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도시에 거주하였고 공산품은 대량생산되었다. 공장에서 양산된 물건들은 팔려야 했다. 그래서 생겨난 건축 장치가 ‘쇼윈도‘다. - P255

인도는 자동차 도로보다 20센티미터 가량 높다. 이 높이는 일반적으로 직경 50센티미터 정도의 바퀴를 가진 자동차가 쉽게 올라가지 못할 정도의 높이다. 인도가 20센티보다 더 높으면 자동차 문을 열 때도 불편하고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갈 때에도 계단이 하나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20센티 정도가 적당했다. - P256

사람들은 건물에 가깝게 붙은 인도 위를 줄지어 걷기 시작했고, 상점들은 인도 위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게 안의 물건을 잘 보여 주기 위해 1층 벽면을 최대한 투명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유리창을 크게 키운 쇼윈도다. - P257

유리창은 보통 투명하기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유리창은 투명한 동시에 무언가를 비추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리를 걷다가 쇼윈도 너머의 물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리창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도 자주 쳐다본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을 유발하는 건축 재료가 유리창이다. - P257

에너지 측면에서 유리창은 에너지 소비의 주범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유리창으로 열이 모두 빠져나가 단열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판유리 사이에 아르곤가스를 넣은 복층 유리가 나와서 단열이 크게 향상되었다. - P257

과거 전도를 통한 열 손실이 많았던 알루미늄새시 창틀 역시 창의 바깥쪽 창틀과 안쪽 창틀을 분리시키고 그 사이에 열 절연재인 고무 재료를 넣은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단열성이 극대화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겨울철의 열 손실보다는 여름철의 온실효과가 유리창의 더 큰 문제다. - P257

필자가 주장하는 법칙 중에 ‘3차선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칙은 차도가 3차선 이하인 경우에는 보행자의 흐름이 이어지지만 4차선보다 넓으면 단절된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홍대 앞이다. - P261

3차선 이하의 도로가 블록 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차선 도로는 무단 횡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단 횡단이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길 건너편을 그냥 건너갈 만큼 가깝게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교통법규상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보행자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단 횡단이 가능한 폭의 길들이 만들어져야한다. 그것이 보행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 P263

의미 있는 건축물보존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건축물들이 우리로 하여금 과거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신 유행곡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옛 추억의 노래를 들을 때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64

실제 삶에서는 어린 것을 추구하지만 관광할 때는 오래된 것을 찾는다. 그이유는 고색창연한 건축물을 보면서 그것을 만든 천 년의 역사와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264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당연히 오래된 것들은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이나 적당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를 먹으면 적어도 얼굴에 주름이라는 것은 남겨 두어야 한다. - P265

지금 40년 된 건물 중에 좋은 건물들을 남겨 놓으면 백 년 후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남대문 같은 문화재가 될 수 있다. 그 건물들은 아름답게 나이 든 오드리 헵번의 주름 같은 것이다. 지금같이 눈앞의 개발이익 때문에 모두 부수고 새로 지으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문화재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는 가짜 에펠탑이 있는 디즈니랜드는 만들 수 있어도 파리같은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 P265

도시를 만드는 것은 때로는 지워야 하고 때로는 보존해야 하는 어려운 의사 결정의 과정이다. 마치 제대로 된 나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중한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69

공장 건물은 기계가 들어가야 해서 기둥간격이 넓고 천장고가 높다. 따라서 다른 용도로 리모델링해서 쓸 때 공간을 나눈 벽이 없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 쉽다. 새로운 입주자는 적은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필요한 용도에 맞게 변경해 쓸 수 있는 것이다. - P271

벽식 구조는 처음에 지을 때에는 기둥이 없기 때문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할 때 구조 벽은 철거와 변형이 어려워서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 - P271

건물을 오랫동안 쓰고 싶다면 기둥식 구조로 지어야 한다. 그게 친환경 건축이다. - P271

브로드웨이가 대각선인 이유는 인디언들이 다니던 길을 보존해서다. - P273

도시와 건축에는 적절한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 - P276

작금의 건축적 제약은 더 재미나고 창의적인 건축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제약은 획일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 P279

도시는 유기체에 비유된다.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요소들이 만나면 문제를 일으키고 잘 만나면 상승 효과를 얻게 되어 전체 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 P283

강남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고 강남처럼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우성 같은 얼굴로 성형수술하고 정우성 같은 연예인이 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발 연예인 지망생은 정우성처럼 되기 위해 정우성처럼 성형수술을 하면 안 되고 박서준이나 정해인 같은 개성 있는 자신만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연기자가 될 수 있다. 강남처럼 개발하고는 강남이 문제고 없어져야 된다는 논리는 정우성처럼 수술하고 나서 정우성에게 은퇴를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94

짝퉁이 만들어지면 진품의 가치만 올라갈 뿐이다. 후발 주자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개발을 해야 한다. - P294

후발 주자일수록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 P294

진주는 진주다운 도시가 되고, 속초는 속초다운 도시가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앞선 지역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개발,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고 지역 균형 개발이다. - P294

강남의 건축적 문제는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강남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도 공짜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P295

위아래가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위아래가 바뀔 수 있는 평화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 P296

평화적 시스템이 없어지면 폭력적 방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평화적 사다리가 없고 폭력적 방법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세상에서는 폭력이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폭력적댓글과 시위를 비판하려면 평화적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 P296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 - P297

다리는 건축에서 나누어진 공간을 연결하는 건축 요소다. 다리를 짓는다는 것은 이웃과의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안타깝게도 다리를 건설하기보다는 벽을 더 세우고 있다. - P297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소통하는 자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P297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더욱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 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지역 간 경계는 모호해지고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 P298

우리나라 건축 역사를 결정적으로 나눈 기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보일러‘라고 생각한다. 보일러는 우리 사회를 근대화시킨 주역이다. - P301

건축에서 봄, 여름, 가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가 그 나라 건축의 특징을 가른다. 겨울의 추위를 건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 P302

우리는 추위를 온돌로 해결했다. 불을 피워서 돌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구들장을 데우는 방식이다. 근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최고의 난방 시스템이라고 극찬한 방식이다. - P302

문제는 온돌을 사용하면 2층 건물을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2층짜리 주거 양식이 없었다. 서재나 관공서같이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2층 건물로 짓기도 했지만 주택은 모두 단층이었다. 그렇게 수천 년을 지내 오다가 근대에 보일러가 도입되면서 큰 변화가 왔다. 파이프를 통해 더운물을 위층으로 올릴 수 있게 되면서 2층 이상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P302

물론 보일러가 우리나라의 경제를 근대화시켰다고 말하면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은 웃기는 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 맞다. 근대화는 여러 가지 방향에서 온다. 하지만 보일러같이 새로이 발명된 물건이 기폭제가 되거나 영향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발전과 진화에서 물건의 영향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 P303

이 같은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인간은 사물과의 동맹을 통해서 진화하고 발전한다고 보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NT)‘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 학자들의 생각은 예를 들어 사무라이가 권력을 가지고 주변을정복하는 것은 사무라이라는 인간이 날이 잘 드는 칼과 빠르게 달릴수 있는 말을 잘 다루어서라는 것이다. 인간이 말과 칼과 동맹을 맺어서 사무라이가 되고, 그 사무라이는 농사만 짓는 다른 사람들보다 권력을 더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식의 생각이다. - P303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보일러는 근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맹을 맺은 기계인 것이다. - P304

2층부터 12층까지 난방을 하려면 일단 12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재료와 구조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가 그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이처럼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 그리고 보일러에 의해서 그야말로 공중에 ‘부富‘를 창조할 수 있었다. 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 P304

고층 건물을 짓고 그 안에서 살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인 ‘시너지 효과‘를 얻올 수 있었다. 인류 문명에서 도시가 형성되면서 비로소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을 교류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가 구축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비로소 도시에서 신분을 벗어난 생각의 교류가 생겨났다. - P304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자 정부에서는 세금을 걷어서 미술관, 음악당 같은 예술 시설도 지어서 공급했다. 어느 도시에 가나 볼 수 있는 시립 미술관이나 시립 음악당은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가능해진 건축양식이다. - P305

인구가 줄고 빈집이 많아지게 되면 인구밀도가 떨어지고 학교, 관공서, 미술관, 경찰서 같은 공공시설을 유지할 돈이 부족해진다. - P305

결국 어느 정도 이상의 인구밀도가 갖추어져야 우리가 누려 왔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P306

20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우리 시대의 두 번째 빅뱅이 일어났는데, 바로 인터넷 빅뱅이다. 알다시피 인터넷은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만든 네트워크일 뿐이다. 그저 개별적인 컴퓨터를 연결했을 뿐인데 새로운 ‘인터넷 공간‘ 이 만들어졌다. 이는 개체 간 연결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된다는 원리를 잘 보여 준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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