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하는 이 책은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유시민 작가의《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을 읽고 과학 관련 도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 추천 받았던 책들 중 몇 권 완독하면서 과학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호기심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읽기 시작하는 이 책은 책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화학 분야에 관련된 책인데 도서 소개글과 목차를 살짝 훑어보니 딱딱한 단순 지식 전달 류의 책이라기보다는 실생활과 밀접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아 보다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책 제목에 들어가있는 ‘게으른 자를 위한‘ 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화학관련 지식을 알고 거기에 걸맞게 행동한다면 불필요한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로 독자인 나는 일단 이해했다. 다만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숙지하기 전까지는 게을러지는 것이 쉽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 화학 지식으로 무장된 이후에는 화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할 때보다는 좀 더 게을러져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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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 초반에 나오는 추천의 글을 몇 개 읽어봤는데, 기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로 관련된 화학 실험을 자꾸 시도해보는 것이 화학 지식을 체화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쓰고보니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기에 당연한 얘기라고 무시하기보다는 실제로 실생활에서 적용하기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겠다.


산-염기 화학과 산화-환원 반응만 제대로 이해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 P5

손으로 해 보면 더 잘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더 궁금해진다. - P5

우리가 사는 세상은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화학을 모르면 손해 보는 것이 많습니다. - P6

한번 책을 읽는 약간의 부지런함으로 영원한 게으름을 누릴 수 있습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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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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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구과학, 생명과학 분야와 관련된 내용들을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저자께서 써주셔서 읽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또한 인간의 관점이 아닌 각 시대에 살았던 생명체들의 관점으로 글이 쓰여있기에 그들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 책을 통해 지구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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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회복탄력성이 높고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유성생식의 단점인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세포 생물이 취하는 행동 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핵심만 간략히 적어보자면 짝을 찾을 때 세포로 이루어진 개체 전체가 움직일 경우 에너지 소모가 많기에 일부 세포들만 선별하여 그들만 짝을 찾아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원이 한정된 기업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침투하려는 마케팅 전략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이어지는 글에서는 유성생식의 근본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이 왜 진화적으로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유가 나와있는데, 이를 통해 동성애보다는 이성애가 왜 좀 더 일반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성적 취향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생물학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에 이와 관련한 이슈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게 사회전체적으로도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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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얘기가 잠깐 소개되는데, 본문을 통해 바이러스라는 것의 속성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저자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유명한 문구에 빗대어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기억에 남을 만한 명언을 남기는데, 이것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 말은 너무나도 미미한 나머지 생명 활동을 못 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기초해서 나온 말이다. 생명 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생명이 없다는 것이고 생명이 없으니 죽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본문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단지 식물과 동물에 얹혀 있을 때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기에 이러한 것들에 기생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다.

위 문구의 의미를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해서 쓰다보니 다시금 저자가 쓴 위의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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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음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본문에 직접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는 말처럼 세포가 노화되고 기능이 떨어지면 그것을 고쳐쓰기보다는 새롭게 갈아끼우는 것이 개체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훨씬 더 유리하다. 본문에서는 이것을 ‘세포의 자멸‘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개체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본문의 핵심 내용이다.

무언가를 비워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듯이, 개체 내에 속해있는 세포들뿐만 아니라 어떤 기계 속에 있는 부속품들도 마모가 되고 노후화되면 갈아끼우는 건 인지상정이다. 물론 기계는 무생물이고, 살아있는 개체는 생물이기에 좀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있는 근본 바탕은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내용이 나오는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걷어내는데 한 몫했다. 하단에 밑줄도 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써본다.

˝죽음이란 또 하나의 위대한 모험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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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저자가 달과 바다를 의인화하여 둘이 대화를 나누면서 지구의 역사를 간단히 되짚어보고 향후 지구의 미래를 인간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중간중간 지구과학과 관련된 상식들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었고, 마지막 대화에선 우리 인간이 지구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지구를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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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완독할 때마다 언제나 시원섭섭함이 느껴진다. 다 읽었다는 후련함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들과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읽는 방법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 읽을 때 꼼꼼하게 읽는 편이라 가끔 생각날 때 밑줄쳤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볼 수는 있겠으나 완독한 책의 경우 일단 한동안은 잠시 잊고 지내는 편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 저자께 감사드린다. 일반적으로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 지구과학 분야를 좀 더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을 완독한 것을 계기로 이 쪽 분야에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생명체가 아니라 단순한 다세포 생물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커다란 다세포 생물이 다니면서 짝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전략을 세웠다. 전체 개체가 짝을 만나러 헤매기보다는 단세포로 된 대표선수를 보내어 이들이 짝짓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배우체다. 영화배우映畵俳優 의 그 배우가 아니라 배우자配偶者의 배우다. 쉽게 말하면 짝 세포다. - P317

초기 진핵생물은 다양한 배우체를 발명했다. 하지만 자연은 가장 효율적인 배우체를 만들어낸 생명을 선택했다. 그게 바로 정자와 난자다. - P318

왜 정자와 난자 짝으로 만나야 할까? 정자-정자, 난자-난자 쌍은 왜 안 될까? 우선 수컷과 암컷을 정의해야 한다. 정자를 만들면 수컷, 난자를 만들면 암컷이다. 배우체 중 작아서 운동성은 있지만 영양분은 난자를 만나러 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있는 것을 정자라고 한다. 반대로 덩치가 커서 운동성은 없지만 수정 후 개체로 성장할 만큼 충분한 영양분이 있는 것을 난자라고 한다. - P318

정자-정자 조합은 둘 다 운동성이 좋아서 수정될 확률은 높지만 개체로 성장할 양분이 없다. 난자-난자 조합은 영양분은 충분하지만 운동성이 없으니 수정될 확률이 낮다. 그래서 운동성 있는 배우체와 영양분이 충분한 배우체의 짝, 바로 정자-난자가 최선의 조합이다. - P318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다. 자기 유전자를 반만 자손에게 넘겨주어야 하므로 감수분열이라고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유전자들이 서로 꼬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유전자가 뒤섞이면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진다. - P318

개체군 안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은 종의 존속에 매우 중요하다. 질병이나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모든 개체가 유전적으로 똑같다면 단일병원체나 환경 변화로 개체군이 전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자손이 있으면 이런 위험에서 비켜나는 개체가 있기 마련이다. - P318

유전적 변이가 반복되고 누적되면 어느 순간 같은 종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변이가 커진다. 즉 조상들과는 다른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진화라고 부른다. 즉 섹스를 통해 다양한 생명이 지구에 탄생할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섹스가 없다면 진화도 없고 생명의 다양성도 없다. - P319

바이러스는 ‘살았다‘ 또는 ‘죽었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다. 왜냐하면 딱히 생명이라고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아름답게 보이고 단백질 껍질 안에 DNA 또는 RNA로 된 유전자도 들어 있지만 스스로 생명 현상을 유지하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식물과 동물에 얹혀 있을 때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 P319

바이러스는 왜 스스로 생명 현상을 유지하지 못할까? 작기 때문이다. 세균이 동물의 몸에서 병을 일으키려면 동물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한참 작아야 한다. 대략 세균은 동물 세포의 100만분의 1정도 크기다. 그런데 세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도 한참 작다는 말이다. - P320

얼마나 작을까? 한 변의 길이가 1센티미터인 주사위 옆에 볼펜으로 점을 하나 찍어보자. 이때 주사위가 소금 알갱이 한 알이라고 한다면 볼펜 점이 동물 세포인 셈이다. 그러니 바이러스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 P320

너무 작아서 생명 활동을 할 수 없다. 생명 활동을 못 하니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 없으니 죽을 수도 없다. 그게 바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무한히 자기 복제를 하는 세균과 고세균도 마찬가지다. 죽을 틈이 없다. 언제나 사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없으니 죽을 수는 없다. 다만 파괴되고 사라질 뿐이다. - P321

지구 생명체의 장대한 연극에서 죽음은 별 볼 일 없는 조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은 생명의 진화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연이다. - P321

최초의 죽음은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세포의 자멸自滅, apoptosis이었다. 그리스어 ‘apo-‘는 영어의 ‘from‘에 해당하고 ‘ptosis‘는 ‘떨어진다‘는 뜻이다. 즉 자멸이란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개체 안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게 바로 세포의 자멸이다. - P322

자멸은 부상이나 질병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멸과는 다르다. 정교한 통제 속에서 스스로 죽는 것이다. - P322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가 발생하면 그 현상을 알려주는 신호 물질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기고 이것이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한다. 그렇게 되면 세포도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포는 그때부터 세포 수축, 염색체 수축, DNA 단편화 같은 생화학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결국 세포는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파괴된 세포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식세포에 의해 완전히 제거된다. 즉 어떤 세포가 사멸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라는 말이다. - P322

굳이 왜 나(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자멸이라는 과정을 발명했을까?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는 어떤 세포가 망가졌다고 하자.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고쳐 쓰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때로는 고쳐 쓰는 대신 그냥 제거해 버리는 편이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밭에서 고추를 키우는 데 아픈 개체가 있으면 고치는 것보다 그걸 뽑아 버리는게 훨씬 효율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야 밭에 있는 다른 개체에 주는 나쁜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 - P322

세포 자멸은 손상되거나 오작동하는 세포를 스스로 제거해서 생명체의 건강과 기능을 보장하는 과정이다. - P322

세포 자멸은 개체의 발달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정란이 배아가 되어 발달할 때 세포 자멸은 조직과 기관을 형성시킨다. 예를 들어 초기 배아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는 세포들이 채워져 있다. 그 세포들이 자멸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치 조각되듯이 형성된다. 오래되거나 손상되어 기능 장애가 있는 세포를 제거해 조직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한다. 또 세포 수가 지나치게 늘어서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막으며 잠재적인 암을 예방한다. 면역체계는 세포 자멸을 통해 감염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해 질병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한다. 세포 자멸은 개체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과정이다. - P323

세포 자멸이 확장되면 개체의 죽음이 된다. - P323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 P323

도대체 개체의 죽음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죽음이라는 능력은 생명 다양성과 적응력의 원동력이다.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생명체의 다양성은 자기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결과로 한정되지만 유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생명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 독특한 유전적 조합을 가진 자손이 등장한다. - P323

죽음이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면 자연선택은 개체군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란 무엇인가? 유리한 형질이 있는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져 후대에 자신의 형질을 물려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형질은 유전자 풀pool에서 제거되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자연선택은 있을 수 없고, 진화도 불가능하다. - P323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발달, 유지, 적응을 촉진하는역동적인 과정이다. 정교하게 프로그램된 세포의 자멸은 세포의 생명 주기를 조절하며, 보다 넓은 개념의 죽음은 유전자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영속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생명의 능력은 지구 생명체의 복잡성과 회복력의 원천이다. - P324

세포 안의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자연사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최초로 성공적 공생을 이뤄냄으로써 지구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생명체를 등장시켰으며, 세포들이 협력해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다세포 생명을 발명했고, 개체가 조직과 기관을 갖추게 했으며, 섹스를 발명해 생명의 회복탄력성과 진화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 P324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진핵생물의 건강과 기능에 여전히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근육, 심장, 뇌처럼 에너지 수요가 많은 조직의 기능에 특히 중요하다. 미토콘드리아의 영향력은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건강과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물질대사, 세포 조절에 있어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 P325

미토콘드리아는 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후손에게 전달된다 ...(중략)... 즉 후손은 수컷보다 암컷에게서 더 많은 유전자를 받는다 - P325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세계에 많은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죽음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며 세포의 자멸을 이끌고 개체의 노화를 유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감소해 노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개체의 죽음을 이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사멸을 이끌어 개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체의 죽음을 이끌어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 P325

"죽음이란 또 하나의 위대한 모험이란다." - P326

죽음은 언제나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불러온다. 죽음이 있기에 생명도 있다. - P326

"내가 네 아빠다 (I am your Father)!" - P326

달 : 초기 지구 가이아Gaia가 원시 행성 테이아Theia와 충돌한 후 지구와 함께 탄생한 천체다. 자세가 안정되어 있고 차분한 성격이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를 결정하고 지구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달의 중력은 지구 바다에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진화를 지원한다. - P328

바다 :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광대한 수역으로 주로 혜성과 소행성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열수분출구 환경에서 생명을 탄생시켰으며 진화의 본고장이었다. 현재도 지구 생명의 원천이다. 달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다양한 환경을 제공한다. - P328

달의 중력은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P332

밀물과 썰물은 에너지와 영양분을 분배해서 생명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만들었어. - P332

혜성과 화산 폭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어. 물과 광물을 가져왔고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으니까. 그 무대가 바로 자네, 바다지. - P333

달의 존재는 바다만큼이나 중요했어. 우리는 함께 생명으로 가득한 행성을 위한 토대를 만든 거야. - P333

열수분출구는 열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유기 분자 합성을 위한 완벽한 공장이야. 여기가 초기 생명의 요람이 되었지. - P333

열수분출구 주변은 극한의 조건이잖아. 깊은 바다니 수압이 매우 높을 테고 수압이 높으면 끓는점도 당연히 높아져서 아주 뜨거운 액체에서 온갖 화학작용이 일어났을 거야. 그러다가 생명체들이 만들어졌겠지. 그러고 보면 심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을것 같아. - P333

열수분출구 : 해저의 화산 활동으로 생긴 구멍으로, 300도 정도의 뜨거운 물과 검은 연기를 뿜어낸다. - P334

자네(달)의 중력은 물을 섞어 영양분을 분해하고 다양한 서식지를 만들었어. 조석의 혼합은 생명체 증식에 필수적이었지. 그게 다가 아니야. 자네의 영향력은 지구 자전을 안정화시켰어. 낮과 밤의 주기가 일정해졌지. 지구 운동이 안정되니까 최초 생명체들이 생체 리듬을 발달시킬 수 있게 되었어. - P335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 가운데 하나로, 산소를 생산해 지구 환경을 극적으로 바꾸었다. - P337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더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하더라고. - P338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생기면서 오존층이 만들어지더라고. 오존층은 자외선을 많이 차단해. 드디어 육지도 잘하면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지. - P339

시아노박테리아는 실제로 바다와 대기를 변화시켰어.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을 늘리고 생명이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줬지. 진화를 위한 넓은 길을 열어준 거야. 한낱 세균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되지. - P340

바다가 물만 있다고 생명의 요람이 되는 것은 아냐. 여기에는 많은 물질이 녹아 있어야지.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산소라고 봐. - P341

바다의 산소화는 새로운 생태적 틈새를 만들어서 생물의 다양성을 촉진했어. 결국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이어졌지. - P342

산소는 호흡에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이거든. 쇠에 산소가 결합하면 빨갛게 녹스는 것과 마찬가지지. 산소는 영양분을 태울 때 필요한거지, 아무 데나 침투하면 생명은 파괴될 수밖에 없어. - P342

처음 만들어졌을 때 붉은색이었던 지구는 산소와 생명체의 활동 때문에 점차 푸른색을 띠게 되었다. - P342

산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더 튼튼하고 안전한 구조를 만들면서 산소의 독성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동시에 산소호흡을 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거지. - P343

한 방울의 비에도 자연의 영광이 담겨 있습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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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 제목이《여수의 사랑》이라 그런지 초반부에 여수 앞바다의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비바람이 치는 날씨 탓인지 ‘울부짖는다‘, ‘빗물이 눈물처럼 내린다‘, ‘가슴이 찢어진다‘, ‘고통을 인내한다‘ 등의 표현들을 연이어 접하게 된다. 뒤에 나올 내용을 아직 알 순 없지만 이런 표현들이 무언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어느정도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읽다보니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정선‘과 ‘자흔‘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독자인 내가 예상했던 것 느낌이 어느정도 들어맞는 것 같다. ‘정선‘이 어떤 것이 계기가 되어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오고 끝내는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뭔가 역한 느낌이 있는 것인데..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그 이유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왜 그런 짓을 해요? - P12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멀쩡한 사람이라도 위경련을 해요. - P12

상관 말아요.
나는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더러워,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구요.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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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9-13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편 몇 개 읽어서 이 책을 반은 읽은 것 같아요. 참 잘 썼다고 감탄했었죠.. 올해 안으로 완독 예정, 입니다. (이 페이퍼 보고 나서야 이 책이 생각났어요.ㅋㅋ)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9-13 23:01   좋아요 1 | URL
아ㅋ 그러셨군요. 저는 한강 작가님 책을 이번에 읽기 시작했는데, 몇 권 골라서 처음 나오는 부분들만 잠깐 읽어봤는데도 뭔가 사용하시는 어휘나 표현이 좀 색다른 느낌을 받아서 이후에 어떤 내용들과 표현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더라구요. 페크님도 남은 부분 잘 완독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일전 읽기 시작한 동저자의《채식주의자》 와 오늘 읽기 시작한 이 책《작별하지 않는다》의 공통분모를 하나 꼽자면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내가 꾼 꿈이 나오고, 오늘 읽기 시작한《작별하지 않는다》에선 소설 속 1인칭 화자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직접 말한다. 물론 두 소설 속 꿈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꿈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상상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밑줄친 짧막한 문장은 기존에 내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신박한 표현이라고 느껴져서 밑줄쳐보았다. 관련 상황을 잠깐 언급하자면 무더운 여름날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인 새벽 5시 경에 기온이 치솟기 전 약 1시간 정도를 저자가 표현한 것인데, 무더운 여름 그 시간에 일어나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 시간만큼 기온이 괜찮은 때가 없다. 가끔 새벽에 산책을 나가면 그 이른 시간에 산책하러 나오신 분들을 적지 않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기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길거리에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야외활동하기엔 너무 더우니까.

때마침 날씨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위에서 언급한 무더위와 기온 변화를 몸으로 경험했던 터라 ‘짧게 찾아오는 은총‘이라는 표현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뭐 요즘 날씨는 하루종일 은총 그 자체다. 물론 낮에 기온이 좀 올라가긴 해도 한여름만큼 더운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딱 좋다.

어쨌든 독자인 나는 그 시간에 산책을 했으나 소설 속 화자는 그 은총(?)의 시간에 어떤 꿈을 꾼 듯하다.

본문에 나온 꿈 얘기를 살짝 해보자면, 눈이 내리는 어느 날 화자가 길을 걷는데 그저 넓은 벌판인줄로만 알았던 곳에 여러 개의 무덤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밀물이 들어오는 바닷가였다. 소설 속 화자가 잠시 밀물이 빠져나간 사이에 그곳이 바닷가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물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다시 육지로 도망치는 그런 꿈(?)이었다.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된 화자는 안도하지만 꿈을 꾼 이후에도 그 꿈과 관련된 생각이 멈추질 않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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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니 맥락상 소설 속 화자가 저자 본인이라고 생각할만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저자가 쓴《소년이 온다》라는 책은 5.18 광주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책과 관련된 언급이 본문에 나왔기 때문이다. 소설 속 화자이자 저자는 오늘 본문에 나온 꿈이 그 소설과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음을 고백한다. 다만 그 소설에만 국한해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하는 눈치다. 독자인 내 느낌상으로는 그 꿈에 대해 좀 더 확장시켜 생각하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짧게 찾아오는 은총이었다. - P11

감은 눈꺼풀 속으로 별안간 그 벌판이 밀려 들어왔다.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 위로 흩어지던 눈발이, 잘린 우듬지마다 소금처럼 쌓여 빛나던 눈송이들이 생시처럼 생생했다. - P11

그때 왜 몸이 떨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마치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과 같은 떨림이었지만, 눈물 같은 건 흐르지도, 고이지도 않았다. 그걸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이라고, 전율이라고, 돌연한 고통이라고? 아니, 그건 이가 부딪히도록 차가운 각성 같은거였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칼이 ㅡ사람의 힘으로 들어올릴 수도 없을 무거운 쇳날이ㅡ 허공에 떠서 내 몸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걸 마주 올려다보며 누워 있는 것 같았다. - P12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다.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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