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블렌드 블랙슈가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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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만났던 ‘드립백 피어나다‘에도 포함되어 있어서 한 번 마셔봤던 드립백입니다. 뜨거운 물에 내려서 마셔보니 정말로 겉봉에 써있는 것처럼 은은하면서 달달한 흑설탕 맛이 느껴졌고 맥아의 풍성한 풍미도 물씬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토스트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맛도 미묘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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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즐라탄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이주만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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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로 활동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들을 잘 풀어냈고 저자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기질로 인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꿈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널 망가뜨릴수도 있어.‘ 라는 말이었는데, 꿈과 성공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말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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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이적후 첫 경기를 갖는데 상대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한 팀이라 쉽게 보고 들어갔다가 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 심지어 저자는 페널티킥 찬스도 놓쳤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저자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했었는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합 후 일부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되는 약물 검사까지 받게 되자 저자 특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검사실에 있던 탁자를 부숴버렸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저자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은 없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경기에 지고나서 괜히 아무 상관도 없는 약물 검시관에게 화풀이를 한 셈이었기에 나중에 저자도 자신이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문에서 고백한다.

아무 잘못도 없는 탁자를 깨부순 행동자체는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독자인 나는 여기서 저자의 어마무시한 승부욕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에게 승부욕이 없었다면 아무 죄도 없는 탁자를 때려부술 정도로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을 계속 읽다보니 저자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승부욕을 밖으로 표출한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새롭게 이적한 팀이 과거 전성기 때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냥저냥 평범한 팀으로 전락해있는 상태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저자는 자신이 이 팀에 온 이상 승리의 DNA를 다시 심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몸담았던 프로팀들은 해당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했다고 하니 저자가 소속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가히 엄청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문득 능동적인 사람과 수동적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당연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능동적, 주도적으로 행동하여 그 조직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참으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앞서 말한 능동적인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끌 때 그의 뜻을 따라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수동적인 사람들도 그들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조직에 주도적인 사람만 존재한다면 서로 각자의 뜻에 따라줄 것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조직이 한마음으로 움직이지 못한채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싸우다가 아무일도 하지 못한채 서로의 감정만 상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윗문단에서 수동적인 사람들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수동적인 사람들은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처럼 자신이 직접적인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지라도 어떤 주도적인 리더가 있을 때 그와 대립하기보다는 그 리더의 말과 비전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되면 조직이 한마음으로 움직이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야 하는 일들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지난번 포스팅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언급했던 게 생각난다. 리더인 감독이 저자와 트러블이 생겨 구단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그 얘기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독자인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리더라는 자리는 조직이 갈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고 그 길로 가자고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리더가 방향을 잘못잡으면 그 밑에 부하들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조직은 이상한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는 올바른 방향을 잡고 멀리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기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만약 리더의 시야가 근시안적이라면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말을 따라 열심히 일했음에도 의미있는 결과물을 얻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참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금 몸소 자각하게 되는 오늘의 독서다. 능동적, 수동적 인간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어떻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쓰겠다고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쓰다보니 여기까지 쓰게 됐다. 어찌됐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독자마다 자신이 능동적인 인간인지 수동적인 인간인지 어느정도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다. 능동적인 인간이라고 무작정 으시댈 것도 없고, 수동적인 인간이라고 좌절할 필요도 전혀없다. 어느 유형의 인간이든 다 이 사회에 필요하고 귀한 사람들인 것은 분명하니 오늘 하루도 자신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거나 평가 절하하지 말고 겸손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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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어느덧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의 고향인 스웨덴 말뫼의 로센고드라는 곳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앞부분에서 저자가 얘기했던 이야기들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어린시절 고향인 로센고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돌아보는데, 문득 독자인 나도 부모님과 어릴 때 있었던 추억들을 잠시나마 회상해보게 되면서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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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터는 전반적인 총평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축구선수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왔던 인생길을 이 책을 통해 쭉 살펴보면서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약간은 독특한(?) 내 닉네임에도 들어가 있듯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저자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숨겨져있는 교훈적인 내용들과 저자만의 인생철학이 느껴지는 구절들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완독을 하면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도전적이고 유익한 메시지들을 만나서 끝까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책들을 읽든 관계없이 책을 끝까지 완독했을 때 느껴지는 이루 형언하기 힘든 의미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 맛에 완독을 하는 것 같다. 내게는 이 책이 그러했고, 최근에 읽었던 다른 여러가지 책들도 그러했다. 그 뭔가 보람차고 의미있는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완독하는 것 같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내가 읽는 책은 가급적 완독하면서 앞으로도 그 느낌을 계속 느끼고 싶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쇼. 안 그러면 그쪽도 저 탁자 꼴 난다고." - P500

나는 우리 팀이 경기에 지면 화가 불 일 듯 일었고, 그같이 승부에 집착하는 태도를 AC 밀란에 불어넣었다. 그럴 때면 내가 물건을 부수더라도 가만히 놔둬야 한다. - P500

"괜히 불난 사람 붙잡고 시비 붙이지 마. 위험하니까." - P500

우리는 반드시 경기에 이겨야만 했다. 승리가 아니라면 다 쓸데없었다. - P501

하지만 이제 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축구판에서는 신처럼 대접을 받다가도 하루아침에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 P502

"진짜 크게 한번 터질 것 같아. 느낌이 와." - P502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복수하는 사람이다.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온갖 개소리를 많이 들었다. ‘빌어먹을 집시놈‘이라느니 내 어머니에 대한 욕설까지. 그중 최악인 것은 "시합 끝나면 두고 보자"라는 말이었다. 대체 그게 무슨 엿 같은 소리인가? 주차장에서 한판 뜨자는 얘기인가? 기도 안 차는 소리였다. - P504

그는 계속해서 "덤벼봐. 어때, 예전 같지 않지?"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도발하려고 했고, 그러다가 뒤에서 내게 태클을 걸었다. 그것은 몹시 비겁한 짓이었다. 상대가 덤비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무방비로 당했고, 많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속으로 생각한다. ‘다음번에 마주치면 되갚아주겠어. 기회가 오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만큼 세게 되갚아주지.‘ 그러니까 나는 치사하게 말로 상대를 도발하는 선수가 아니다. 대신에 태클을 확 걸어버린다. 나한테 엿 먹인 선수들과 만나면 나는 폭탄처럼 터지곤 한다. - P504

"싸우고 싶은 거 아니었어? 어디 한번 해봐" - P505

나는 보복을 하려면 몸으로 하지 말로 하지 않는다. - P505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만하면 참을 만큼 참았다. - P505

그는 또다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해 보였고, 나는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도 그 개자식은 내가 어떤 더러운 말로 자기를 모욕하는지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중에 그가 다시 공을 잡자 나는 그에게 달려갔고, 발을 들어 펄쩍 뛰어오르면서 축구화 바닥의 징이 드러나 보이게 몸을 날렸다. 가장 거친 태클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려드는 나를 보고 몸을 피해 뛰었다. 우리 두 사람은 충돌하며 땅에 쓰러졌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은 ‘이런 염병할, 놓쳤군‘이었다. ‘다음 번엔 확실히 절단을 내주리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그 자식이 내 어깨를 가격했다. 오구치 오니예우. 잘못 생각했어. - P505

나는 머리로 그를 확 들이받아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타박상 입는 정도의 몸싸움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사지를 찢어버릴 듯 사납게 덤볐다. 험악한 육박전이 벌어진 것이다. - P505

나중에 알레그리 감독이 우리 두 사람을 소환했다. 우리는 사과의 말을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하지만 오구치는 나를 차갑게 대했다. 상관없었다. 그가 차갑게 대하면 나 역시 차갑게 대하면 그만이었다. - P506

나는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사내답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자신이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팀에서 그런 추접스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 P506

‘더비 델라 마돈니나Derby della Madonnina‘라고 하는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더비전은 늘 사람들의 감정을 격하게 흔들어 놓는다. 두 도시의 대결에는 지저분한 정치적 요인도 개입해서 몹시 과열되었다. 스페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샤의 대결이 이와 비슷하다. - P508

그저 전투력을 불태웠다. 라커룸에 앉아 있을 때부터 어서 들어가 싸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친다고 좋은 결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 에너지가 경기에 활용되지 못하고 소득 없이 경기를 끝마칠 수도 있다. 결과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 P509

그라운드에서는 생각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 경기에 충실해야 한다. - P510

"너희의 비열한 수작은 소용이 없다. 난 그보다 훨씬 강하지" - P510

우리는 개 발에 땀 나듯 열심히 뛰었다. - P510

AS 로마의 카펠로 감독을 포함해 카사노는 다른 선수들이나 감독들과 자주 갈등을 겪었다. 심지어 카펠로 감독은 정신 나간 미치광이라는 뜻으로 카사나타cassanat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쨌든 카사노는 실력은 좋았다. - P511

AC 밀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리그 타이틀을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승리를 이끌어야 할 사람은 나라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사실상 나는 매 경기를 월드컵 결승전 치르듯 안간힘을 다해서 치렀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탈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결국 내가 떠올린 이미지나 생각대로 동작을 구현해내지 못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몸이 한 박자 늦게 반응을 했다. 한두 경기 쉬어야 했는데 쉬지를 못했다. - P512

축구는 리듬을 탄다. 이럴 때 선수라면 다리가 부러졌어도 뛰고 싶은 마음이 든다. - P512

나도 예전처럼 한창나이가 아니었다. - P512

축구는 싸움이다. 공격을 받으면 반격을 해야 하는데 이따금 까닭 없이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짓을 적잖이 저질렀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고, 더 이상 말뫼 구단에서 놀던 삐딱한 청소년도 아니지만, 가끔 터져 나오는 성질은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내 승부욕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가끔 경기가 안풀리면 저런 짓을 저지른다. - P514

가족이 위안이 되었다. 예전처럼 기분이 심하게 침체되는 일은 없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 P514

나는 화가 나서 부심을 향해 "바판쿨로Vaffanculo"라고 외쳤다. ‘꺼져, 머저리야‘ 정도의 뜻이었다. 바리전에서 퇴장당한 일을 생각한다면 미련한 짓이었다. - P514

바판쿨로? 그런 말을 내뱉은 내가 멍청했다. 하지만 그 말은 별것도 아니었다. ‘바판쿨로‘ 같은 욕은 심한 축에 끼지도 못한다. 나는 그보다 더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 어쨌든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조롱을 당하든 비난을 받든 내가 참아야만 했다. - P515

축구란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추켜세우다가도 금세 헐뜯고 비난한다. 나는 거기에 익숙해졌다. - P515

휴식을 취하며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얻었다. 그 무렵 나는 이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나온 일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늘 착하게 살지도 않았고, 늘 옳은 말만 하고 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결과는 모두 내가 책임을 졌다. 나는 다른 사람을 탓하는 놈이 아니다. - P516

세상에는 나와 같은 이들이 많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금도 야단을 듣는 청소년들이 참 많다. 물론 야단을 맞아야 할 때도 있다. 규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역경을 헤치고 정상에 올라보지도 않은 수많은 선생이 "이렇게 해야 돼. 다른 길은 없어!"라고 확신에 차서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 그것은 편협한 소리이고, 몹시 어리석은 짓이다. - P516

정상에 오르는 길은 수천 가지나 된다. 남들이 걷는 길과 달라 보이거나 조금 이상해 보이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일 때도 많다. - P516

튄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을 나는 싫어한다. 다른 이들과 똑같았다면 나는 이곳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나처럼 살아라. 즐라탄처럼 행동해라!"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길을 택하든지 자기 주관대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을 단지 그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며 진정서 따위를 돌리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516

티포tifo(카드 섹션) - P518

물론 운동선수들은 별의별 말을 다 한다. 얼토당토않은 약속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무하마드 알리처럼 약속을 지키는 선수들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었다. 나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을 품고 AC 밀란에 왔고, 우승을 약속했고, 이를 쟁취하려고 열심히 싸웠다. 초침이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다가갔다. 10, 9, 8, 7・・・・・・ 경기는 마침내 끝났다.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우승은 우리 차지가 되었다. - P520

알다시피, 나는 규칙을 엄격히 따지는 치들을 믿지 않는다. 이따금 규칙을 어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은 발전하는 법이다. 말뫼 유소년팀에서 늘 모범적으로 행동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친구들에 대해 쓴 책이 세상에 한 권이라도 있느냐는 말이다. - P523

"내가 사는 세상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 P523

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내 인생은 빈민촌 아이가 자기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한 편의 동화였다. - P525

"로센고드에서 한 친구를 데려갈 수는 있어도 그 친구에게서 로센고드를 빼앗을 수는 없다." - P525

이곳은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였다. 모든 것이 이 동네에서 시작되었다. 뭐라고 설명할까? 거대한 세계와 왜소한 세계가 만나는 기분이었다. - P527

나는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축구 스타가 되었지만, 터널을 보니 다시 옛날의 겁먹은 아이로 돌아갔다. 부리나케 달려가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주문을 외며 터널 속을 달리던 어린아이. 별안간 수많은 추억이 물밀듯 밀려왔다. - P527

작업복 차림에 헤드폰을 쓰고 계시던 아버지, 텅 빈 냉장고와 여기저기 뒹굴던 맥주 캔, 내 침대를 등에 짊어지고 우리 집까지 머나먼 길을 걸어가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병원에 실려 온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얼굴. 청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신 어머니의 얼굴. 우리가 한일 월드컵을 향해 출발하기 전에 나를 포옹해주시던 일. 토마토와 채소를 팔던 매장 옆에서 할인가로 팔던 축구화를 59크로나를 주고 난생 처음으로 장만했던 일. 만능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내 꿈까지 모든 게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함께했던 뛰어난 선수들과 감독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P527

저기 로센고드가 보이고, 그 터널이 보였다. 다리 위로 저 멀리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누군가 나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스카프를 두른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것은 한편의 동화같았고, 거기에 있는 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였다.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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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본문에선 저자가 기존 소속팀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하는 팀으로 이적하는 과정이 나온다. 저자의 소속팀 회장은 다른 팀에서 저자에 대한 이적 제안이 오자 팔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저자는 이것을 몸값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독자인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반어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쉽게 말해 속마음과 반대로 말하는 것이다. 여기 본문에 나온 맥락대로 진정한 속뜻을 풀어보자면 ‘(헐값엔) 절대로 팔지 않아요. 근데 혹시라도 값을 높게 쳐주면 생각은 해볼게요.‘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걸 보면 참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고도의 심리전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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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돈이 다가 아니라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위에 언급했듯이 자신이 더 좋다고 생각한 팀으로 이적을 확정하였다. 그것도 엄청난 금액을 받고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금전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받았지만, 인간적으로는 뭔가 저자 특유의 개성 넘치고 강인한 모습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본문을 읽어보면 이적한 팀의 감독 성향이 저자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의 성향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인데 반해 이적한 팀의 감독은 저자같은 스타일의 선수보다는 자기 말을 잘듣고 따르는 모범생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선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자는 특유의 나다움을 잃어버린채 예전같으면 고민도 안했을 사소한 것들로 인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자각하면서 이런저런 자구책을 강구해보지만 자기다움을 잃어버린 저자에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들 뿐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상황이나 환경에 관계없이 나다움을 잃어버린채 살아가는 경우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각자가 가진 기질이나 성격, 취향 등이 제각기 다른데 각자의 고유한 스타일을 지나치게 억누르면서까지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다.

또한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결국 감독과의 갈등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이적을 결심하는데 이번에는 여러가지 주변 상황들과 저자의 에이전트인 미노의 전략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존 구단에 자신의 이적료와 관련해 금전적인 손실을 크게 입히면서 타구단으로 이적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이적이 완료된 후 이런 말을 남긴다.

˝썩어빠진 지도자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지 이제 아셨을겁니다.˝ (p.485)

저자가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는 원래 속한 구단에 대한 애정이 컸지만 이 팀의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거액을 주고 영입한 자신을 품어주지 않고 찬밥신세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저자든 감독이든 둘 중 하나는 팀을 떠나야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의에 의해 팀을 떠나야하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불쾌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팀은 저자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떠나는 과정속에서 구단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끼침으로써 자신과 트러블이 있었던 감독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복수를 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의 에이전트인 미노라는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공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밑줄도 치긴 했지만 간단히 요지만 언급하자면 꿈꾸던 구단에 입단해서 꿈이 이루어졌고 그 행복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루어진 꿈이 자신을 망가뜨릴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독자인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내가 꿈꾸던 삶이 반드시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는데, 오늘 독서를 통해 어떤 막연한 환상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 삶이 어떻든 관계없이 현재의 삶에 항상 감사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내가 꿈꾸던 곳에 내가 꿈꾸던 행복과는 다른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동경하고 부러워 보이는 삶일지라도 막상 그 삶 속으로 들어가보면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나 대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오늘 독서에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이러한 교훈을 예상하고 이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깨달음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귀중한 자양분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팔지 않아요"라는 말은 "비싸요"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었다. - P440

"너 못 보내!"
"죄송해요. 이 기회는 놓칠 수 없어요."
"네가 떠나면, 나도 떠난다." - P445

무리뉴 감독은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부심이 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이기고 싶어 했다. - P445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려고 바르샤에 가는 거냐?"
"아무래도, 그렇죠."
"어쩌냐? 그 우승컵은 우리가 차지할 텐데. 잊지 마. 우리가 우승할 테니까!" - P446

이적 계약이라는 건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늘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곤 했다. 계약 세부사항들을 조정 중이었는데 에투가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 P446

"비스카 바르샤visca Barça라고 해보세요!" 그것은 ‘가자,
바르샤‘라는 뜻이었다. - P449

모범생으로 살려고 했던 생각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언론의 쓰레기 같은 기사에 휘둘리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프로 선수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 P455

"이곳에선 인기에 들떠 있으면 안 돼. 우리는 노동자야. 여기서 노동하고 있는 거라고.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야."
언뜻 보면 평범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P455

내가 인기에 들떠 있는 선수라는 말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말을 털어버리려고 애썼다. ‘그래, 경기에 집중하자. 그 일은 잊어버리자.‘ 하지만 그 께름칙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 구단에서는 모두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은 다 다르다. 물론 본모습을 감추는 선수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팀에 해가 될 뿐이다. - P456

평범하지 않은 선수를 ‘평범한 선수‘로 만들려고 하면 안된다. 그런 노력은 장기적 관점에서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염병할, 내가 말뫼 구단의 평범한 스웨덴 선수처럼 되려고 했다면 절대 오늘날 이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내가 성공한 원인이다. 그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나한테는 효과가 있었다. - P457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하지!"
"아니, 개인적으로 말이야 인간적으로"
나는 이전까지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가 경기에 뛰고 있는 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바르샤에서는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것 자체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다. - P460

자신감이 급격하게 추락했고, 뭔가에 자꾸 구애받는 느낌이 들었다. 공을 넣고서도 맘껏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고, 화가 나도 그것을 겉으로 나타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꾹꾹 참았다. 사실 나는 남들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못 볼꼴 보면서 어려서부터 험하게 자란 사람이다. 그런데 즐라탄은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느니, 즐라탄은 다르다느니 하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날마다 접하다 보니 괴로웠다. 내가 축구 선수로 성공하기 이전 시절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 P460

사실 내 신경을 거스르는 것들은 대부분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시선이나 논평들은 예전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생도 할 만큼 하면서 자란 놈이다. 그런데 바르샤에 와서는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내가 어디서 주워 온 자식이라도 되는가?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내가 도대체 무슨 큰 말썽을 피웠다고 그러는가? 나다움을 포기하고 구단에 맞추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냉대였다. - P460

나는 그 사람에게 이미 얘기할 만큼 했다. 그에게 더는 굽실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 P462

그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태도는 비열할 뿐 아니라 프로답지도 못했다. 그 때문에 팀 전체가 피해를 보았고, 경영진도 이 사태를 우려했다. - P462

경영진이고 선수들이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감독에게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그가 거둔 성공을 시샘하지 않는다. 그가 형편없는 감독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다. 그에게는 나 같은 선수들을 다룰 능력이 없어 보였다. 아니면 자기 권위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을까? 그런 감독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꽤 실력이 있는 감독 중에도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다룰 능력이 안 되어 그들을 내쫓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다시 말해 겁쟁이 지도자들이 있다. - P465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짓은 그만하기로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축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는 맥시와 빈센트, 헬레나에게 집중했다. 감독과 갈등을 벌이던 시기에 나는 가족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 감독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내게 이 세상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세상 전부였다. - P466

저 정도 화를 폭발하는 것은 내가 화를 내는 처지에 있든, 아니면 남에게 당하는 경우에 있든 간에 사실 내게는 큰일도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밥 먹듯이 경험한 일이고, 의외로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바탕 묵힌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분위기가 정리된다고 할까? 비에이라만 해도 한바탕 다투고 나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니었다. 싸우고 나서 친해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었다. 그는 나를 철저히 피했다. - P467

나는 더는 내 성질을 죽이고 범생이처럼 얌전하게 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바르샤에서는 이렇게 행동해, 여기서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야." 웃기는 소리였다. 나는 그 같은 말이 얼마나 미성숙한 발언인지 여실히 깨달았다.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기질이 다른 선수들을 다룰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협력하는 것이 팀이다. 팀에는 거칠고 공격적인 사람들도 있고, 막스웰이나 메시와 그의 친구들처럼 순종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것을 모르고 내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했다. 돌아가는 분위기에서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는 그일로 구단에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생기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태세였다. - P467

그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권위나 카리스마가 없었다. 그가 세계 최고의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인 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평범한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는 자기 사무실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내가 먼저 무슨 말이든 꺼내기를 기다렸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기다렸다. - P468

그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을 많이 한 사람이 더 안 좋은 상황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미동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는 내게 분명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기는 했는데, 그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 P469

아마도 내가 냉담하고, 다루기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났다. - P469

나는 맞서 싸우지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싸움은 내게 일상이었다. 어려서부터 내 주변에는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어머니도 그랬고, 누나들도 그랬고, 동네 친구들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늘 경계를 세우고 살았다. ‘무슨 일이지? 누가 싸움을 거는 거지?‘ 내 몸은 늘 전투태세였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 P471

나는 싸움꾼이었다. 누군가 나를 엿 먹이면, 나는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갚아주었다. 그것이 내가 생존한 방식이었다. 입에 발린 말은 할 줄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넌 좋은 사람이야. 대단해. 하지만..." 하고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염병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에 어떤 결과가 따르든지 받아들였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 P471

그래도 바르셀로나로 옮길 즈음에는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헬레나를 만나 두 아이를 얻은 뒤로 조금은 차분해졌고 "버터 좀 이리 줄래"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성질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원칙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71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 머릿속은 분주했다. 물론 확실한 해결책은 딱 하나가 있었다. 내가 떠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구단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로. 결코. 나는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 P473

아무도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어. 그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나는 새로운 내 결심을 입증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 P473

"저는 더 열심히 뛸 겁니다. 이 팀에서 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할 생각이에요. 제가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드리죠." 솔직히 내 입으로 말해놓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감독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던 적이 없었다. 항상 말이 아닌 경기 내용으로 입증하자는 것이 내 신조였다.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우리는 애초에 전심전력을 다하기로 하고 돈을 받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 것은 감독의 의중을 헤아리기 위한 나의 전략이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만약 그가 "좋아. 네가 약속을 지키는지 두고 보지"라고 말했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겠나?" - P475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겠나?"
그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소통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 사실 바르샤에서는 그런 소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감이 왔다. 이 문제는 내가 팀 내에서 자리를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였다. 과르디올라는 그냥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말을 뱅글뱅글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 P476

정말 한심한 대화였다. 그는 내가 분통이 터져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십시오. 난 이 구단을 떠나겠어요!"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그러면 그는 밖으로 나가서 "즐라탄이 구단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제 결정이 아니랍니다"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람들과 자주 대립하는 과격한 사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절제해야할 때는 절제할 줄도 알았다. 내가 내 입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해서 얻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말씀 잘 들었다고 차분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 P476

물론 나는 분통이 터졌다. 이가 갈렸다. 그래도 그 만남이 전혀 무익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았다. 그는 나한테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다 해도 경기에 뛰도록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었다. ‘날마다 훈련에 참여하러가서 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참을 수 있겠는가? 그 같은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 듯싶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할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 P477

그가 기자들에게 뭐라고 말했을 것 같은가? "저는 즐라탄이 싫어요. 그 친구를 내보낼 생각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성싶은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애매한 말을 던졌다.
"즐라탄은 자기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겁니다."
무슨 쓰레기 같은 말인가. 내 안에서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공격을 받는 느낌이었고, 성질이 뻗쳤다. 뭐라도 확 터뜨리고 싶었다. - P477

그 순간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상황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단순히 개인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이적시장에서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같은 게임이라면 마다치 않았다. 그런 문제라면 내게는 최고의 인재가 있었다. 바로 미노다. 나는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저들을 철저하게 괴롭혀주기로 결심했다. 과르디올라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쌌다. - P477

인제 와서 돌이켜보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를 불러놓고, 앞으로는 벤치에 앉아 있을 날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 그날 이후로 우리는 힘든 게임을 했다. 물론 우리가 과르디올라와 경영진을 압박했다. 우리는 철저하게 계획대로 움직였다. 그 사람들이 당황해서 나를 헐값에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개인적으로 좋은 계약을 따내는 데는 더 유리했다. - P479

우리는 신임 회장에 선출된 산드로 로셀과 만났다. 그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회장은 나와 과르디올라 사이에 정확히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그 상황은 이제 손쓸 수가 없고,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나를 팔든지, 아니면 감독을 해임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독을 해임할 수는 없었다. 그가 구단에 가져온 엄청난 성공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따라서 로셀 회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좋든 싫든 간에 나를 내보내야만 했다. - P480

구단은 나를 영입하려고 스웨덴 화폐로 7억 크로나에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 그는 그 돈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무리뉴가 신임감독으로 들어간 레알 마드리드에 나를 판다면 홈팬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절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감독 때문에 나를 데리고 있을 수도 없었고, 팬들 때문에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나를 팔아치울 수도 없었다. 그는 불리한 처지에 놓였고, 우리는 이 점을 이용해 압박을 가했다. - P481

우리는 방을 나서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 얘기를 꺼냈다. 그것이 우리의 공식적인 방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AC 밀란과 접촉하고 있었다. 로셀 회장이 아쉬운 처지에 놓이면 그것은 바르샤에게는 불리하고 AC 밀란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로셀 회장이 반드시 나를 팔아야만 하는 아쉬운 처지에 놓일수록 내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같은 상황은 결국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했다. 그것은 일종의 게임이었다. 이적시장에서는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게임이 있고, 배후에서 진행하는 게임이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P481

"제 조건입니다. 이 조건을 받든지, 아니면 없던 일로 하세요." - P484

어쨌든 한편의 드라마처럼 협상이 체결되었다. 이 드라마를 완성하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우선, 시간의 도움을 받았다. 이적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팔아야 하는 측이 더 초조한 입장이었다. 셋째,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내 이적료는 떨어졌고, 산드로 로셀 회장은 조바심이 났다. 마침내 2000만 유로에 낙찰되었다. 2000만 유로라니! 한 사람 덕분에 내 몸값이 5000만유로나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과르디올라 개인의 문제 때문에 구단은 최악의 거래를 맺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친 짓이었다. - P485

"이 계약은 내 평생 최악의 거래였어. 이브라, 자네를 엄청나게 헐값에 팔았다네."
"썩어빠진 지도자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지 이제 아셨을 겁니다."
"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나도 아네." - P485

나는 가슴에 담았던 말을 털어내야만 했다. 그러고 나자 머릿속이 개운해지면서 다시 의욕이 솟아났다. 드디어 내가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정말이다. 내가 서류에 서명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마치고 나자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라운드에 올라 어서 뛰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한때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까지 했던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순전한 기쁨과 순전한 분노로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바르샤에서 벗어났다는 기쁨과 한 사람이 내 꿈을 짓밟아버린 것에 대한 분노였다. - P486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자유의 몸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제는 모든 게 이해가 됐다. 내가 그 속에 갇혀 있을 때에는 낙담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야. 내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어‘ 하고 다짐하며 늘 자신을 다독였다. 그런데 모든 게 끝나고 보니 내가 무척이나 힘겹고 고달픈 시간을 견뎌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축구 선수인 내게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감독이 나를 싸늘하게 무시했다. 그것은 내가 여태껏 겪은 일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엄청난 이적료를 받고 들어간 만큼 사방에서 받는 압박감이 심했고, 그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감독이 필요했다. - P487

하지만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던가? 그 사람은 나를 피했다. 그 사람은 아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나는 스타 선수 대접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참 염병할 노릇 아닌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엄격하다는 무리뉴 감독 밑에서도 있었고 카펠로 감독 밑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두 분과 지내는 동안 아무 문제도 겪지 않았다. 그런데이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때 일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 P487

미노와 나눴던 이야기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망쳤어."
"즐라탄" 하고 그가 얘기했다.
"왜?"
"꿈이 이루어지면 행복하겠지?"
"그래."
"하지만 꿈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널 망가뜨릴 수도 있어." 맞는 말이었다. 내 꿈은 바르샤에서 이루어졌고, 또 무너졌다. - P487

밖에는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감독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뭔가 다른 명칭이 필요했는데, 그가 온갖 허튼소리들을 나불거리던 모습이 떠올랐고, 캄프 누 밖으로 나오자 좋은 단어가 떠올랐다. 철학가Philosopher!
그래서 나는 그를 ‘철학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에 대한 자부심과 그를 향한 분노의 마음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그 철학가에게 물어보십시오." - P488

바르셀로나에 사는 동안 내가 일종의 블랙홀에 빠져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동안 감방 아닌 감방에 갇혀 지내다가 이제야 감방 너머에서 벌어진 축제에 참여한 기분이었다. 하나는 분명했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내가 리그 우승을 책임져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솔직히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 P492

어느 조직이든 새로 들어가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받게 된다. 이를테면 "네가 여기서도 스타인 줄 알아?"라는 질문이 들어오고 서열을 새로 정비하는 싸움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선수들이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 P497

카펠로 감독은 연습 경기도 실제 경기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훈련이라도 살살 하면 안 되고 공격적으로 뛰어야 해. 매순간 전투를 치르듯 하란 말이야. 안 그랬다가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 P497

나는 매 훈련에서 투지를 불태웠고, 바르셀로나에 들어가기 전처럼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기도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실수한 친구들은 비웃어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이야? 이 선수들이 이렇게 투지가 넘치던 적이 없었는데?" - P497

의욕이 너무 앞서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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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 저자가 스웨덴 국왕과 만찬을 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저자는 국왕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했기에 잠시나마 이런저런 사소한 생각들과 걱정들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처음 밑줄친 문장처럼 멘탈을 바로 다시 붙잡고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만찬에 끝까지 임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이 기죽지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저자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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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저자가 존경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포르투갈 출신의 무리뉴 감독이 나온다. 이 감독은 저자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잘 조련해서 그들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내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다. 본문에 직접 나온 말은 아니지만 소위 요즘 말로 ‘긁는다‘ 는 표현을 쓰면 될 듯하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긁어서 그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경기장에서 120% 발휘하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이다. 내가 밑줄친 문장 중에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것들을 보면 누구라도 그의 말에 내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반응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감독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들어봤기에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본문을 통해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의 스타일을 배워서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

될 대로 되라지. 나는 누가 뭐래도 나였다. - P381

우리 팀도 상황이 절박했지만 상대 팀도 절박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상대 팀은 우리가 손쉽게 승점을 챙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 P383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키기는 물론 어렵지만, 그렇다고 막판에 선두 자리를 뺏길 수는 없었다. 염병할, 이런 것은 법으로 금지시켜야 마땅하다. - P385

우리에게는 사망선고와도 같았다. 선수들은 갈수록 마음을 졸였다. 나는 그들의 부담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 P385

과거의 저주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런 것에 위축되기에는 너무 젊었다. 나는 오히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올라갔고, 당장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안에서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 P385

내 무릎이 아무리 아파도 그라운드에 들어가서 경기를 뒤집어놓고 싶었다. 다른 어떤 결과도 용납할 수 없었다. - P385

우리 목을 조르던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떨어져 나간 듯했다. 사람들 얼굴에는 다시 혈색이 돌았다. 그 골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컸다. 내가 넣은 골은 물에 빠져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린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 P387

"이번 우승의 영광을 누구에게 선사하고 싶습니까?"
"당신들에게 나와 인터 밀란 선수들을 의심하고 씹어댔던 언론과 모든 이들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 ...(중략)...
나는 그런 식이다. 나를 무시하는 놈들한테는 늘 한 방 먹일 생각을 한다. 로센고드 시절부터 죽 그랬고, 내 안에 깃든 복수심은 나를 부추기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 P389

"우리 선수들은 이탈리아 전체와 싸웠으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우리의 외로운 투쟁을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 P389

결국 나는 몸을 혹사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 P392

빈센트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승자‘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가져왔다. 당연히 마음에 들었다. - P393

"나의 마음도, 나의 역사도, 나의 게임도 이곳에서 시작했다. 더 멀리 생각하라. 즐라탄." - P399

무언가를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다. - P399

어쨌든 사람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 P400

나한테는 2~3초면 충분했다. - P400

경기장을 찾은 우리 가족은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여행을 즐겼다. 우리 식구는 독일 월드컵에서 교훈을 배웠다. 나는 축구를 해야 할 사람이지 여행 가이드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식구들은 모두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 P401

다른 대회도 아니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였다. 내 다리에 칼이 꽂혀 있어도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축구에서는 오늘 일만 생각하면 안 되고 내일 일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시합은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다. 자기를 희생하고 당장 전투력을 불태울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몸이 고장 나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 P401

‘고통은 몸이 보내는 경고다. 고통을 일시적으로 덜어줄 수는 있지만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짓은 도박과 같다. 부상을 두고 도박을 하려는가? 이 시합은 얼마나 중요한가? 선수의 몸 상태를 시합에 맞춰 끌어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하는가? 어쩌면 몇 주 혹은 몇 달간 결장할 수도 있는데, 그만한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는가?‘ 의사들은 심사숙고했다. - P402

스웨덴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 의사들보다 더 신중한 편이었다. 그들은 선수를 축구 하는 기계보다는 환자로 바라보았다. - P402

하지만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는 자신을 몰아세워야 할 때가 많다. "내일 일 따위는 알바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합이 있다. 나도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미래는 피할 수 없고,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있어도 소속 구단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402

구단이야말로 엄청난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당사자이며, 그들에게 나는 막대한 투자 대상이었다. 몸이 망가져서는 안 되었다. 인터 밀란과 아무 상관도 없는 국제대회 때문에 내 몸을 희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 P402

구단은 선수가 리그 경기에 뛸 수 있기를 바라고, 국가대표팀은 그 선수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뛰기를 바란다. - P402

늘 그렇지만 한 가지 일이 마무리되면 또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 P405

축구에서 공격이 차단되고 수비로 전환하는 순간은 무척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움직임, 전술적인 작은 실수 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409

"저는 어디서 불쑥 튀어나온 사람이 아닙니다. 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사람입니다. 저는 ‘스페셜 원‘입니다." - P410

나는 무리뉴 감독이 굉장히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챘다. 그는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노력한다. 하루 온종일 축구를 위해 살고, 축구만 생각하며 산다. 나는 상대 팀에 대해 무리뉴만큼 자세히 알고 있는 감독을 만나본 적이 없다. 남들 다 아는 그런 정보 수준이 아니었다. 상대 팀 선수들의 생김새, 경기 방식과 전술, 장단점은 기본이고 상대 팀에 대해 지극히 사소한 사항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예컨대 상대 팀의 3순위 골키퍼의 신발 사이즈까지 알고 있었다. 진짜 모르는 게 없었다. 우리는 무리뉴 감독이 자기 일에 얼마나 철저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 P412

"이제부터 너는 이렇게, 이렇게 실시한다." - P412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을 준비시키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시합 전에 선수들의 투지를 다지는 작업을 한다. 그것은 한 편의 연극으로 고도의 심리 게임이었다. 선수들이 형편없이 치른 경기 영상들을 보여주며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것 봐! 한심할 지경이야. 구제불능이지! 저 선수들이 여기 앉아 있는 너희일 리가 없어. 쟤들은 너희 형제이거나 열등한 복제 인간일 거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말에 수긍했지만, 속으로는 몹시 부끄러웠다. - P413

"난 오늘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고, 우리 역시 절대로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고 각오를 다졌다. "굶주린 사자처럼 나가는 거야. 검투사처럼 싸우라고." 감독의 말에 우리는 "물론입니다. 죽을 각오로 뛰겠습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 P413

무리뉴 감독은 늘 이렇게 허를 찌르는 방법으로 선수들의 전의를 자극했다. 나는 그가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다. 그가 감독으로서 얼마나 훌륭한지는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선수들은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태세였다. - P413

그는 우리를 다정하게 감싸기도 하지만, 몇 마디 말로 사람을 다 죽여놓기도 한다. 한번은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와서 싸늘한 목소리로 그가 이렇게 말했다.
"즐라탄! 오늘 넌 빵점이야, 빵점, 단 한 가지도 기여한 게 없어."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한 것은 내가 겁쟁이여서도 아니고, 그를 너무 존중해서도 아니다. 그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날 나는 아무 활약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 말은 어제 혹은 그제 내가 보여준 활약도 무리뉴 감독에게는 뭣도 아니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의 말은 오늘 일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고, 지금 이 순간 ‘나가서 제대로 축구를 하라‘는 뜻이다. - P414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그 상을 받거든 얼굴을 붉히라고.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실력을 오늘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이따위로 경기하고 상을 받는 사람은 없어. 그 상은 네 엄마에게 주든지, 아니면 그 상을 받을 만한 실력자에게 주도록 해." - P414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실력을 보여주고 말겠다.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겠어. 후반전에 두고 보라고. 내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내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어.‘ - P415

그는 나를 한없이 추켜세웠다가 또 바닥까지 떨어뜨리곤 했다. 그는 선수들의 심리를 조종할 줄 알았다. 다 마음에 드는데 딱 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었다. 경기 중에 그가 보여주는 얼굴 표정. 내가 아무리 멋진 움직임을 보이고, 화려한 골을 넣어도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듯이, 내가 그 어느 때보다 멋진 골을 넣었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또 다른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 P415

"네가 참아라. 그 양반은 본래 그래. 다른 사람들처럼 반응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기적을 만들어서라도 그의 표정에 생기를 불어넣고야 말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감독이 방방 뛰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 P416

가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면 상대 구단에서는 얼마든지 헐값에 데려올 수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구단에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경영진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데려가고 싶게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탈리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내 몸값이었다. 나는 시장에서 너무 비싼 선수였다. 그래서 이적이 불가능한 선수로 인식되어 있었다. - P422

내가 너무 비싸서 팔 수 없다고? 그럼 더럽게 비싼 모나리자 그림은 영영 팔리지 않겠네? - P423

어쨌거나 이적 가능성에 대해 언론에서 솔직하게 속내를 비친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다른 스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절대 우리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어쩌고저쩌고하면서 판에 박은 멘트를 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미래에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가능성을 열어둔 것뿐인데 결국엔 많은 사람, 특히 홈팬들의 짜증을 유발한 셈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배신자 취급까지는 안 해도 그에 상응하는 발언을 한 사람으로 간주했다. 벌써 의욕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며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 P423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고 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따라다녔다. - P425

울트라 팬들이 팀 전체를 향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일로 나는 뚜껑이 확 열렸다. 아니, 정확히 말해 전투력이 불타올랐다. 보란 듯이 실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나는 화가 나면 오히려 경기를 더 잘한다. 그러니 내가 경기 중에 열을 내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물론 멍청한 짓을 저질러 퇴장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좋은 신호라고 보면 된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온 나다. - P426

‘여기서 물러설 수야 없지. 내가 자란 곳에선 절대 굽히는 법이 없거든.‘ - P428

나는 축구선수다. 팬들이야 자기 구단에 영원히 충성을 맹세할 테고, 그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생명은 짧다. 선수는 자기 이익을 챙겨야 하고, 여러 구단을 옮겨 다닌다. 그것은 팬들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다. - P428

이러다가 우리 패만 다 보여주고, 울트라 팬과 경영진의 화만 엄청나게 돋우고 아무 성과 없이 주저앉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성과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위험한 도박을 걸기로 했다. - P430

카포칸노니에레Capocannoniere (이탈리아 세리에 A 득점왕) - P430

나는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었고,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었다. 나는 누구랑 상을 나눠 먹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 P431

나는 골을 넣어야 했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득점을 올리려고 너무 애를 쓰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스트라이커들은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너무 골에만 집중하면 안된다. 몸으로 느껴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 P432

나는 공동 수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타이틀은 혼자 차지해야 했다. - P433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해 발뒤꿈치로 공을 차는 묘기까지 부려야만 했다. - P435

"내 축구화도 챙겨라. 나도 너 따라갈 테니까" - P439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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