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않아요"라는 말은 "비싸요"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었다. - P440
"너 못 보내!" "죄송해요. 이 기회는 놓칠 수 없어요." "네가 떠나면, 나도 떠난다." - P445
무리뉴 감독은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부심이 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이기고 싶어 했다. - P445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려고 바르샤에 가는 거냐?" "아무래도, 그렇죠." "어쩌냐? 그 우승컵은 우리가 차지할 텐데. 잊지 마. 우리가 우승할 테니까!" - P446
이적 계약이라는 건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늘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곤 했다. 계약 세부사항들을 조정 중이었는데 에투가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 P446
"비스카 바르샤visca Barça라고 해보세요!" 그것은 ‘가자, 바르샤‘라는 뜻이었다. - P449
모범생으로 살려고 했던 생각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언론의 쓰레기 같은 기사에 휘둘리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프로 선수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 P455
"이곳에선 인기에 들떠 있으면 안 돼. 우리는 노동자야. 여기서 노동하고 있는 거라고.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야." 언뜻 보면 평범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P455
내가 인기에 들떠 있는 선수라는 말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말을 털어버리려고 애썼다. ‘그래, 경기에 집중하자. 그 일은 잊어버리자.‘ 하지만 그 께름칙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 구단에서는 모두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은 다 다르다. 물론 본모습을 감추는 선수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팀에 해가 될 뿐이다. - P456
평범하지 않은 선수를 ‘평범한 선수‘로 만들려고 하면 안된다. 그런 노력은 장기적 관점에서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염병할, 내가 말뫼 구단의 평범한 스웨덴 선수처럼 되려고 했다면 절대 오늘날 이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내가 성공한 원인이다. 그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나한테는 효과가 있었다. - P457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하지!" "아니, 개인적으로 말이야 인간적으로" 나는 이전까지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가 경기에 뛰고 있는 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바르샤에서는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것 자체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다. - P460
자신감이 급격하게 추락했고, 뭔가에 자꾸 구애받는 느낌이 들었다. 공을 넣고서도 맘껏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고, 화가 나도 그것을 겉으로 나타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꾹꾹 참았다. 사실 나는 남들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못 볼꼴 보면서 어려서부터 험하게 자란 사람이다. 그런데 즐라탄은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느니, 즐라탄은 다르다느니 하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날마다 접하다 보니 괴로웠다. 내가 축구 선수로 성공하기 이전 시절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 P460
사실 내 신경을 거스르는 것들은 대부분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시선이나 논평들은 예전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고생도 할 만큼 하면서 자란 놈이다. 그런데 바르샤에 와서는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내가 어디서 주워 온 자식이라도 되는가?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내가 도대체 무슨 큰 말썽을 피웠다고 그러는가? 나다움을 포기하고 구단에 맞추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냉대였다. - P460
나는 그 사람에게 이미 얘기할 만큼 했다. 그에게 더는 굽실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 P462
그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태도는 비열할 뿐 아니라 프로답지도 못했다. 그 때문에 팀 전체가 피해를 보았고, 경영진도 이 사태를 우려했다. - P462
경영진이고 선수들이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감독에게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그가 거둔 성공을 시샘하지 않는다. 그가 형편없는 감독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다. 그에게는 나 같은 선수들을 다룰 능력이 없어 보였다. 아니면 자기 권위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을까? 그런 감독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꽤 실력이 있는 감독 중에도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다룰 능력이 안 되어 그들을 내쫓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다시 말해 겁쟁이 지도자들이 있다. - P465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짓은 그만하기로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축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는 맥시와 빈센트, 헬레나에게 집중했다. 감독과 갈등을 벌이던 시기에 나는 가족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 감독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내게 이 세상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세상 전부였다. - P466
저 정도 화를 폭발하는 것은 내가 화를 내는 처지에 있든, 아니면 남에게 당하는 경우에 있든 간에 사실 내게는 큰일도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밥 먹듯이 경험한 일이고, 의외로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바탕 묵힌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분위기가 정리된다고 할까? 비에이라만 해도 한바탕 다투고 나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니었다. 싸우고 나서 친해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었다. 그는 나를 철저히 피했다. - P467
나는 더는 내 성질을 죽이고 범생이처럼 얌전하게 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바르샤에서는 이렇게 행동해, 여기서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야." 웃기는 소리였다. 나는 그 같은 말이 얼마나 미성숙한 발언인지 여실히 깨달았다.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기질이 다른 선수들을 다룰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협력하는 것이 팀이다. 팀에는 거칠고 공격적인 사람들도 있고, 막스웰이나 메시와 그의 친구들처럼 순종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것을 모르고 내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했다. 돌아가는 분위기에서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는 그일로 구단에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생기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태세였다. - P467
그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권위나 카리스마가 없었다. 그가 세계 최고의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인 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평범한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는 자기 사무실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내가 먼저 무슨 말이든 꺼내기를 기다렸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기다렸다. - P468
그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을 많이 한 사람이 더 안 좋은 상황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미동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는 내게 분명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기는 했는데, 그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 P469
아마도 내가 냉담하고, 다루기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났다. - P469
나는 맞서 싸우지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싸움은 내게 일상이었다. 어려서부터 내 주변에는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어머니도 그랬고, 누나들도 그랬고, 동네 친구들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늘 경계를 세우고 살았다. ‘무슨 일이지? 누가 싸움을 거는 거지?‘ 내 몸은 늘 전투태세였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 P471
나는 싸움꾼이었다. 누군가 나를 엿 먹이면, 나는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갚아주었다. 그것이 내가 생존한 방식이었다. 입에 발린 말은 할 줄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넌 좋은 사람이야. 대단해. 하지만..." 하고 우회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염병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에 어떤 결과가 따르든지 받아들였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 P471
그래도 바르셀로나로 옮길 즈음에는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헬레나를 만나 두 아이를 얻은 뒤로 조금은 차분해졌고 "버터 좀 이리 줄래"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성질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원칙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71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 머릿속은 분주했다. 물론 확실한 해결책은 딱 하나가 있었다. 내가 떠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구단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로. 결코. 나는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 P473
아무도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어. 그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나는 새로운 내 결심을 입증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 P473
"저는 더 열심히 뛸 겁니다. 이 팀에서 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할 생각이에요. 제가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드리죠." 솔직히 내 입으로 말해놓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감독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던 적이 없었다. 항상 말이 아닌 경기 내용으로 입증하자는 것이 내 신조였다.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우리는 애초에 전심전력을 다하기로 하고 돈을 받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 것은 감독의 의중을 헤아리기 위한 나의 전략이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만약 그가 "좋아. 네가 약속을 지키는지 두고 보지"라고 말했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겠나?" - P475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겠나?" 그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소통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 사실 바르샤에서는 그런 소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감이 왔다. 이 문제는 내가 팀 내에서 자리를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였다. 과르디올라는 그냥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말을 뱅글뱅글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 P476
정말 한심한 대화였다. 그는 내가 분통이 터져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십시오. 난 이 구단을 떠나겠어요!"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그러면 그는 밖으로 나가서 "즐라탄이 구단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제 결정이 아니랍니다"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람들과 자주 대립하는 과격한 사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절제해야할 때는 절제할 줄도 알았다. 내가 내 입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해서 얻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말씀 잘 들었다고 차분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 P476
물론 나는 분통이 터졌다. 이가 갈렸다. 그래도 그 만남이 전혀 무익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았다. 그는 나한테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다 해도 경기에 뛰도록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었다. ‘날마다 훈련에 참여하러가서 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참을 수 있겠는가? 그 같은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 듯싶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할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 P477
그가 기자들에게 뭐라고 말했을 것 같은가? "저는 즐라탄이 싫어요. 그 친구를 내보낼 생각입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성싶은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애매한 말을 던졌다. "즐라탄은 자기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겁니다." 무슨 쓰레기 같은 말인가. 내 안에서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공격을 받는 느낌이었고, 성질이 뻗쳤다. 뭐라도 확 터뜨리고 싶었다. - P477
그 순간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상황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단순히 개인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이적시장에서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같은 게임이라면 마다치 않았다. 그런 문제라면 내게는 최고의 인재가 있었다. 바로 미노다. 나는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저들을 철저하게 괴롭혀주기로 결심했다. 과르디올라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쌌다. - P477
인제 와서 돌이켜보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를 불러놓고, 앞으로는 벤치에 앉아 있을 날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 그날 이후로 우리는 힘든 게임을 했다. 물론 우리가 과르디올라와 경영진을 압박했다. 우리는 철저하게 계획대로 움직였다. 그 사람들이 당황해서 나를 헐값에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개인적으로 좋은 계약을 따내는 데는 더 유리했다. - P479
우리는 신임 회장에 선출된 산드로 로셀과 만났다. 그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회장은 나와 과르디올라 사이에 정확히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그 상황은 이제 손쓸 수가 없고,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나를 팔든지, 아니면 감독을 해임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독을 해임할 수는 없었다. 그가 구단에 가져온 엄청난 성공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따라서 로셀 회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좋든 싫든 간에 나를 내보내야만 했다. - P480
구단은 나를 영입하려고 스웨덴 화폐로 7억 크로나에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 그는 그 돈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무리뉴가 신임감독으로 들어간 레알 마드리드에 나를 판다면 홈팬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절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감독 때문에 나를 데리고 있을 수도 없었고, 팬들 때문에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나를 팔아치울 수도 없었다. 그는 불리한 처지에 놓였고, 우리는 이 점을 이용해 압박을 가했다. - P481
우리는 방을 나서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 얘기를 꺼냈다. 그것이 우리의 공식적인 방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AC 밀란과 접촉하고 있었다. 로셀 회장이 아쉬운 처지에 놓이면 그것은 바르샤에게는 불리하고 AC 밀란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로셀 회장이 반드시 나를 팔아야만 하는 아쉬운 처지에 놓일수록 내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같은 상황은 결국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했다. 그것은 일종의 게임이었다. 이적시장에서는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게임이 있고, 배후에서 진행하는 게임이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P481
"제 조건입니다. 이 조건을 받든지, 아니면 없던 일로 하세요." - P484
어쨌든 한편의 드라마처럼 협상이 체결되었다. 이 드라마를 완성하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우선, 시간의 도움을 받았다. 이적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팔아야 하는 측이 더 초조한 입장이었다. 셋째,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내 이적료는 떨어졌고, 산드로 로셀 회장은 조바심이 났다. 마침내 2000만 유로에 낙찰되었다. 2000만 유로라니! 한 사람 덕분에 내 몸값이 5000만유로나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과르디올라 개인의 문제 때문에 구단은 최악의 거래를 맺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친 짓이었다. - P485
"이 계약은 내 평생 최악의 거래였어. 이브라, 자네를 엄청나게 헐값에 팔았다네." "썩어빠진 지도자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지 이제 아셨을 겁니다." "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나도 아네." - P485
나는 가슴에 담았던 말을 털어내야만 했다. 그러고 나자 머릿속이 개운해지면서 다시 의욕이 솟아났다. 드디어 내가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정말이다. 내가 서류에 서명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마치고 나자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라운드에 올라 어서 뛰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한때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까지 했던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순전한 기쁨과 순전한 분노로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바르샤에서 벗어났다는 기쁨과 한 사람이 내 꿈을 짓밟아버린 것에 대한 분노였다. - P486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자유의 몸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제는 모든 게 이해가 됐다. 내가 그 속에 갇혀 있을 때에는 낙담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야. 내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어‘ 하고 다짐하며 늘 자신을 다독였다. 그런데 모든 게 끝나고 보니 내가 무척이나 힘겹고 고달픈 시간을 견뎌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축구 선수인 내게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감독이 나를 싸늘하게 무시했다. 그것은 내가 여태껏 겪은 일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엄청난 이적료를 받고 들어간 만큼 사방에서 받는 압박감이 심했고, 그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감독이 필요했다. - P487
하지만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던가? 그 사람은 나를 피했다. 그 사람은 아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나는 스타 선수 대접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참 염병할 노릇 아닌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엄격하다는 무리뉴 감독 밑에서도 있었고 카펠로 감독 밑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두 분과 지내는 동안 아무 문제도 겪지 않았다. 그런데이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때 일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 P487
미노와 나눴던 이야기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망쳤어." "즐라탄" 하고 그가 얘기했다. "왜?" "꿈이 이루어지면 행복하겠지?" "그래." "하지만 꿈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널 망가뜨릴 수도 있어." 맞는 말이었다. 내 꿈은 바르샤에서 이루어졌고, 또 무너졌다. - P487
밖에는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감독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뭔가 다른 명칭이 필요했는데, 그가 온갖 허튼소리들을 나불거리던 모습이 떠올랐고, 캄프 누 밖으로 나오자 좋은 단어가 떠올랐다. 철학가Philosopher! 그래서 나는 그를 ‘철학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에 대한 자부심과 그를 향한 분노의 마음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그 철학가에게 물어보십시오." - P488
바르셀로나에 사는 동안 내가 일종의 블랙홀에 빠져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동안 감방 아닌 감방에 갇혀 지내다가 이제야 감방 너머에서 벌어진 축제에 참여한 기분이었다. 하나는 분명했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내가 리그 우승을 책임져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솔직히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 P492
어느 조직이든 새로 들어가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받게 된다. 이를테면 "네가 여기서도 스타인 줄 알아?"라는 질문이 들어오고 서열을 새로 정비하는 싸움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선수들이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 P497
카펠로 감독은 연습 경기도 실제 경기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훈련이라도 살살 하면 안 되고 공격적으로 뛰어야 해. 매순간 전투를 치르듯 하란 말이야. 안 그랬다가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 P497
나는 매 훈련에서 투지를 불태웠고, 바르셀로나에 들어가기 전처럼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기도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실수한 친구들은 비웃어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이야? 이 선수들이 이렇게 투지가 넘치던 적이 없었는데?" - P497
의욕이 너무 앞서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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