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에는 대뇌와 소뇌를 합쳐 1백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다고 한다. 이 뇌세포가 연결된 시냅스의 수는 1천조 개 정도다. 인간도 뇌세포가 병렬로 연결되면서 ‘의식‘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끼리 연결되면서 그 안에 ‘사이버공간‘이 생겨났다. - P306
사람이 연결되면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경영에 잘 접목한 사람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다. 페이스북의 주 업무는 광고 문구에 나와 있듯이 ‘connecting people(사람을 연결하다)‘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었을 뿐인데 엄청난 부가 창출되었다. - P306
같은 원리로 농경 사회에서 도시사회로 이전하면서도 이전에는 없었던 경제적, 문화적 부가 창출되었을 뿐 아니라 역사상 처음 보는 형식의 ‘공간‘이 생겨났다. - P307
건축에서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우리가 만들어 낸 공간은 엄밀하게 말하면 태초부터 있던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점유한 것에 불과했다면 인터넷은 이전에는 없던 공간을 창조해 냈다. 위치도 특이하게 우리의 머릿속에 만든 것이다. - P307
문맹자와 글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뿐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난다 - P307
문자라는 것을 쓰고 읽을 줄 알면서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문자와 동맹을 맺은 사람들은 의식도 더 진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 P307
인터넷 사용자는 실제 공간에 있는 도시의 시설물과 장소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또 다른 평행우주 같은 사이버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술 더 떠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아무 때나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 P308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과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달랐듯이 인터넷 공간을 삶 속에서 완전히 체득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분명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 P308
필자와 필자의 아버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행복이란 집과 자동차를 사고 세계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뜻한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소유는 내가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공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세계여행 역시 개인의 공간적 확장을 의미한다.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모두 공간과 관련된 가치들이다. - P309
반면 젊은 세대의 우선순위는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만화 보고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데 있다. 이들에게 실제 공간을 소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없다. 대신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P309
소유하지 않으니 공간도 필요 없다. - P310
생명공학은 DNA라는 개념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1953년에 젊은 과학자인 왓슨과 크릭이 밝혀낸 DNA는 생명의 설계도가 이중나선형 구조에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개념이다. 학자들은 이 발견이 생물학의 프레임을 에너지와 물질에서 정보로 전환시켰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전의 생물학은 화학적 물질의 합성과 변형으로 이해되었다면 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에 생명은 정보의 결과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물질에서 정보로 전환되는 중이다. - P311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공간은 아직도 기존의 물리적인 구성이주는 가치가 있는 동시에 미디어로 만들어진 사이버공간이 중첩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생물학의 프레임이 물질에서 정보로 변환된 것처럼 미술과 건축에서도 동일한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 P311
전통적인 조각에서는 조각가의 생각이 대리석 덩어리라는 매개체로 전달됐다. 그런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전기신호로 분해가 가능하다. - P311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공간에서 보낸다. 그다음 세대는 더할 것이다. 그들이 인식하는 세상은 더 이상 물질로 구성된 세상이라기보다는 의식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정보로 만들어진 세상 말이다. 이제 우리 다음 세대의 가치관은 구체적인 물질보다는 정보를 통한 경험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12
IoT로 불리는 사물 인터넷이 만들어지면서 인간과 인간만의 연결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의 연결도 급증하게 될 것이다. - P312
새로운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기존의 기업을 뛰어넘는 이유는 오늘날 네트워크 중심의 새로운 산업 형태가 기존 기업 기반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 P313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했던 알파고는 1.202개의 CPU를 병렬로 연결한 컴퓨터다. 인간의 뇌신경도 이처럼 직렬이 아닌 병렬로 연결되어 있다. 병렬로 연결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되지 않는다. 병렬로 연결되어야 힘을 발휘하는데 그게 안 되니 인간은 대신 ‘언어‘를 개발했다.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뇌와 네트워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문명이 발생했다. 이후 다른 지역, 다른 시대의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문자‘를 발명했다. 인류 문명의 발생에 큰 공헌을 한 언어와 문자는 이처럼 사람의 뇌를 병렬로 네트워크시키는 발명품이자 케이블인 것이다. - P314
현대사회에 와서는 기술의 발달로 더 강력한 인간 머리 간의 네트워크가 가능해지고 있다. 경영학자 노상규에 의하면 정보 기술의 발전은 월드 와이드 웹www을 통해서 문서의 연결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고, 이후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서 사람과 상품의 연결, IoT 기술을 통해서 사물의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 P314
현시대는 SNS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서 인간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다른 문서 자료, 상품, 사물과 연결될 것이고 더 놀라운 것은 인간과 인간이 더 강하게 연결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 P314
미래학자들은 향후 주요 대결의 무대가 기존의 국가 대 국가의 대결에서 국가 대 다국적기업의 대결로 옮겨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다국적기업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국가,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국경을 넘는 다국적기업과 그것을 막기 위해 통합된 세계정부를 만들려는 행정부들 간의 대결이 세계사의 주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P315
자동차를 시간당 빌려서 사용하는 집카Zipcar의 공동 창업자 로빈체이스에 의하면, 자동차를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쓸 수있게 해 주면 도시 속 자동차 대수가 현재의 30퍼센트로 줄어들고 카풀까지 한다면 10퍼센트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 P316
자동차 보유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산업에는 위기지만 건축과 도시에는 기회다. 자동차가 10~30퍼센트로 줄어든다면 현재 도로와 주차장의 70~90퍼센트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된다. 사용되지 않는 도로는 녹지 공원이 될 수도 있고 태양광발전소가 될 수도 있다. - P317
불멸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남을 따라 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로 지어야 한다. - P318
순환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수직 통로인 샤프트shaft 숫자가 줄어서 코어의 면적을 줄일 수 있다. - P320
현실과 가상의 공간적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세상이 이제 시작됐다. - P322
요즘 ‘공유경제‘가 유행이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부족한 공간을 모든 사람이 다 소유할 수 없는 현실 요인의 영향이 크다. - P323
개인의 ‘소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자본주의와는 달리 ‘함께 소유한다‘는 공유共有 개념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분배로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IT 기술의 도움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만든 것이다. 그 방법은 소유의 시간을 몇 년 단위에서 더 짧은 며칠 혹은 몇 시간 단위로 바꾼 것이다. - P323
공유 경제는 짧은 시간 단위로 누구나 제품이나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간단히 방정식으로 표현해 본다면 ‘공유 경제= (사회주의 X IT 기술) ÷ 자본주의‘다. - P323
디지털 기술은 전통적인 부동산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소유할 수는 없는 공간이라도 그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내 SNS에 올리면 그게 내 공간이 된다. 내가 실제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공간을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서 인터넷상에 내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는 실제 소유와 디지털 소유의 개념이 중첩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 P324
고성능 휴대폰 카메라는 우리의 공간을 바꾸었다. 휴대폰 카메라 덕분에 우리 모두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다. 과거에는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집에 살고 어느 차를 모느냐로 자신을 드러냈다. 곧 내 소유물의 스펙이 나를 드러내는 전부였다면 지금은 SNS에 올리는, 내가 방문한 카페의 사진과 여행 간 호텔의 사진으로 내 공간을 만들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 P324
현대사회에서 나는 내가 소유한 공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비한 공간으로 대변된다. - P324
1987년에 미국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면, 30년이 지난 2018년 현대사회에서는 "나는 인스타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제작한 디지털 자료로 만든 나의 사이버공간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 P324
가상공간의 정보가 실제를 압도하는 사회다. DNA 개념이 도입되면서 생물학이 유기체의 연구에서 정보의 연구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인해서 우리 삶도 정보로 해석되고 삶의 의미도 정보를 통해 부여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 P325
땅값을 낼 필요 없는 사이버공간에 휴대폰 카메라만으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 P325
생명체는 순환계가 먼저 발생하고 이후에 신경계가 진화, 발전한다. 그리고 신경계가 계속 발전하면 중추신경계가 나온다. - P325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전을 경험했다. 이는 모두 신경계가 진화해 온 모습이다. 현대 도시는 이제 생명체의 진화의 단계로 본다면 중추신경계가 완성되기 직전이라고 보인다. 도시에서 중추신경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IoT와 5G 기술일 것이다. - P326
모든 기계가 서로 소통하는 사회는 IoT 기술의 목표다. IoT는 모든 기기에 컴퓨터를 부착하는 것이고, 한쪽에서는 이 모든 컴퓨터의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기계끼리 소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 P327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기계와 인간이 소통하게 되는 시대가 열린다. - P327
기계끼리의 소프트웨어 언어통합, 음성인식, 동시통역이라는 세 가지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모든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통의 고리가 완성된다. 이것이 중추신경계의 완성이다. - P328
사람은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기술 발전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하지만 그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그때 다시 등장하는 것이 사람들의 협업인 정치다. - P329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왜냐하면 기술은 바뀌어도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속도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역시 전통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길밖에 없다. 왕도는 없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이 시대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적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 P329
자연에는 담장이 없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물들은 벽을 쌓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정치적 혹은 종교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벽을 세우고 공간을 나눈다. - P335
창문은 방수와 더불어 건축의 기본인 채광과 통풍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런데 창문을 만들려면 벽을 뚫어야만 한다. 벽에 구멍을 내면 구멍 위의 건축 재료가 무너져 내린다. 옛날 사람들은 윗부분의 재료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방보‘라는 것을 발명했다. - P336
보통 인방보는 두꺼운 목재나 돌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길이가 길어질수록 부러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문의 폭은 자연스럽게 부러지지 않는 인방보의 폭으로 결정된다. 기술적인 이유에서 창문의 폭은 정해져 있으니 더 큰 창문을 내려면 세로로 긴 창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벽 구조로 되어 있는 오래된 건축물의 창문은 모두 세로로 길다. - P338
근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벽식 구조 대신 콘크리트 기둥을 구조체로 하는 근대적인 양식의 ‘도미노 시스템‘을 제안하였다. 벽이 더이상 건물을 지탱하고 있지 않으니 창문을 가로로 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이 르 코르뷔지에가 말하는 근대 건축의 5원칙 중 하나인 ‘가로로 긴 창(수평창)‘이다. - P338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방수다. 비를 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비를 피하게 해 주는 건축 요소는 다름 아닌 지붕이다. 고로 지붕이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자에서 집을 나타내는 글자 ‘家(가)‘를 보면 지붕 아래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다. 집의 기본인 이 지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둥이다. - P339
자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은 아마도 나무가 자라는 모습일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은 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되어 있다. 돌은 굴러서 아래로 내려가고 물도 아래로 흐른다. 그런데 유독 나무만 점점 위로 자란다. 이 나무줄기의 모습이 건축에서 기둥이다. 지구의 중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요소다. - P341
우리나라 한옥의 나무 기둥의 상부를 보면 ‘공포‘라는 건축 요소가 있다. 나무를 가로로 계속 쌓아올려서 지붕을 받치게 하는 모습이다. 기둥의 위에는 보가 올라가고 그 위에 서까래가 놓여서 처마가 만들어진다. 공포와 서까래의 구조적인 원리는 바로 나뭇가지다. 한쪽으로 뻗어나가 있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힘을 받는 나뭇가지처럼 이들 건축 부재들은 지붕을 받치고 있다. - P341
모든 건축 요소의 근본 원리는 다 자연에서 온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이나 건축이나 둘 다 ‘중력‘을 이겨 내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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