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수양대군과 그를 보필하는 권람과 한명회에 대한 작가의 한줄평이 나온다. 이 세 사람이 갖고 있는 총명과 지혜가 워낙에 뛰어나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지만, 그들이 가진 총명과 지혜가 ‘부정한 욕심 및 부정한 음모‘와 결탁한 결과 그들의 재능이 역사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음을 언급한다.

이 한줄평을 보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복이 될 수도 있고 화가 될 수도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직 뒷부분을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작가의 한줄평을 통해 조심스럽게 추론해보자면 어린 왕 단종을 몰아내고 권력을 차지하는 수양대군 일당의 결말이 그다지 썩 좋지는 못할 것임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나의 추론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추론의 맞고 틀리고 여부와 관계없이 뒤에 나올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해본다는 행위자체가 이미 독자인 내가 이 스토리에 상당히 몰입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부정한 욕심과 부정한 음모‘ 이것이 그 좋은 총명과 지혜를 망쳐버리었다. - P-1

닭을 천을 기르면 그중에도 봉이 난다는 셈으로, 이렇게 명리를 따라 동으로 가고 서으로 가는 무리들 중에도 굽혀지지 아니하는 곧은 무리가 있으니 이러한 무리들이 비록 수효는 적을망정 자연히 한 세력을 이루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기치를 내어세우고 호령을 함이 없더라도 충의(忠義)가 있는 곳에 반드시 따르는 천연의 위엄이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정색하게 하는 것이다. - P-1

명리지배 백 명을 얻음보다는 이러한 충의지사 하나를 얻는 것이 더욱 힘있음 - P-1

옳은 선비 한 사람의 뜻이 십만 강병보다도 힘있는 줄을 잘 안다. - P-1

죽는 것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이 무리들이야말로 수양대군의 큰 적이 아닐 수 없다. - P-1

이미 죽는 것을 두려워할 줄 모르거니 하물며 명리랴. - P-1

위무(威武)로 굴(屈)할 수 없고 부귀(富貴)로 음(淫)할 수 없는 이 의인의 무리는 고왕금래에 불의의 권세를 탐하는 자들이 두통거리가 되었다. 그들이 수효로는 비록 몇백 명, 그보다도 더 적게 몇십 명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들은 의의 불씨를 천추만세의 후손에게 전하는 거룩하고도 고마운 직분을 맡아 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전 인류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 P-1

그는 이 패기의 날랜 말에 올라앉아, 그 뛰어난 총명과 예지로 자기가 달려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면서도, 안 되겠다 안 되겠다 하고 연해 후회하면서도 겉잡을 수 없이 그가 마침내 굴러떨어진 절벽 끝으로 가버린 것이다. - P-1

그는 의인이 되려는 간절한 소원과 권세를 잡으려는 불 같은 패기와 이 두 가지 사이에 끼어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려는 어림없는 큰 욕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 P-1

사냥을 즐겨하는 수양대군은 힘 안 들이고 잡힌 짐승을 즐겨하지 아니한다. 아침부터 온종일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 따르고 따라도 잡히지 아니하는 짐승이 도리어 몇 곱절이나 더 그의 마음을 끌었다. 사람을 구하는 데도 그와 같은 맛이 있었다. 단 한마디에 주르르 따라오는 사람은 비록 쓸 데는 있더라도 재미는 없었다. 아무리 끌어도 아니 끌리는 사람이야말로 끌 재미가 있었다. - P-1

수양대군은 대사를 위하여 꾹 참았다. - P-1

"소인 귀가 먹어 나으리 하시는 말씀을 한 마디도 들을 수가 없소이다." - P-1

"국가에 어려운 일이 많으되 의리가 무너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없고, 국가가 큰사람을 기다리거니와 그 큰사람은 의리를 으뜸으로 하는 사람이외다." - P-1

권세 잡은 이가 하는 일은 권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감격을 주기가 쉽다. 코 끝에 붙은 파리를 잊어버리고 아니 날리더라도 그것이 보통 사람인 때에는 신경이 둔한 놈이라 하려니와 높은 사람인 때에는 호생지덕이라 하여 마치 보통 사람은 하지 못할 일 같이 높이는 것이다. - P-1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 P-1

사랑 중에도 가장 큰 사랑이라는 어머님의 사랑 - P-1

나이가 열여섯 살이면 가장 그리운 것이 할머니, 아주머니, 누이 같은 정다운 친족들인 것은 임금이나 뭇사람이나 다를 리가 없다. - P-1

외양에만 노성한 태가 도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시는 데나 마음을 쓰시는 데는 더욱 그러하였다. 마음이 그러하시므로 외양에 나타나는 것이다. 얼굴은 마음의 목록이라고 한다. - P-1

"이렇게 가물어서 백성이 어찌 산단 말이냐." - P-1

눈치를 슬슬 보지 아니하면 아니 될 당신의 가엾은 신세를 생각하면 하늘에 떠도는 구름 조각이 부러웠다. - P-1

그러나 사욕에 골몰한 자들은 국가를 생각할 새도 없었다. - P-1

옳은 것은 언제나 연약한 광대로 차리고 무대에 뛰어나와서 옳지 아니한 힘에게 참혹한 피투성이가 되어서 거꾸러지어 구경꾼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조물의 뜻이다. 심술궂은 뜻이다. - P-1

왕이 자기를 미워하시는 때에는 아무러한 말이라도 하기가 어렵지 아니하나 자기를 신임하시는 양을 뵈옵고는 그 어른의 가슴을 아프시게 할 말씀을 사뢰기가 매우 거북하였다. - P-1

그러나 요마한 인정에 구애하여 대공을 세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 P-1

이 일도 어려우려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마는 쉬우려면 또 무척 쉬운 일이다. 어떠한 경우에 이 일이 어렵겠는가 하면 그것을 전함을 받을 사람이 이(利)로 움직이지 아니할 사람인 경우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사람을 휘어 넣으려면 그 일에 의리의 가면을 씌워야 하거니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마는 저편이 이에 움직이는 줄만 알면 거저 먹기다. 마치 음탕한 계집을 유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슬쩍 눈치만 보이면 그만이다. 오직 한 가지 어려움은 분명히 입 밖에 내어 말할 수도 없고 더구나 무슨 증거가 될 만한 것을 뒤에 남길 수도 없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려서 모가지가 날아날 일이다. - P-1

변변치 못한 말은 아무리 꾸며도 당당한 기운이 없었다. - P-1

"세상에 이런 말도 듣는 법이 있느냐." - P-1

여자는 아무리 급한 때에라도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고 반드시 이해타산을 할 여유를 가진다고 한다. - P-1

어떤 때 사람의 사랑은 죽음보다 힘이 있다. - P-1

평탄의 운명의 물결에 순종하는 백성도 이따금 험한 물굽이를 만나 바위 뿌다구니에 부딪치어 피거품이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 P-1

왕의 편이 될만한 이들은 아무 연락 없이 모래 알알이 흩어진 힘이다. 이 흩어진 힘이 얼마나 한 일을 할까. - P-1

"다 운수지 운수야, 천운이 수양대군께로 돌아가는 것을 어찌하나." - P-1

"나라에 큰 일이 있는 때에는 신하가 점을 아니하는 법이야. 점해서 쓸 데가 없거든. 정말 임금께 충성이 있으면야 오는 일을 미리 알아보아 무엇하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으로 죽든지 살든지 할 일을랑 하고 보는 법이야. 일이 될까 아니 될까 점을 한다는 것이 말이되나. 어, 세상도 말세로군." - P-1

옳은 말의 힘에는 수양대군의 패기도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다. - P-1

"대사를 하는 양반이 소소한 걱정을 버리시오." - P-1

‘천운이 나으리께 돌아왔거든‘ - P-1

저편의 화살로 저편을 쏘는 격 - P-1

"이보다 더한 일이 올 터이지. 그렇게 눈물 흘려서 되겠소. 마음을 철썩같이 가지고도 견디어내이기가 어려울걸. 그렇지마는 불서(佛書)에도 인생은 헛된 것이라 하였고, 또 속담에도 우리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 하였으니 꿈이 오래면 얼마나 오래요? 그저 가위눌린 줄 알고 지납시다 그려." - P-1

‘저놈인들 내게 무슨 충성이 있으랴.‘ - P-1

위협을 당하여 창피한 꼴을 당하느니보다는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내편에서 내어던지리라 한 것이 왕의 생각이었다. - P-1

손에 오랫동안 바라고 바라던 옥새가 있지 아니하냐. 이것은 꿈이 아니라야 한다. - P-1

"우리네는 아직 죽지 말고 할 일이 있지 아니한가. 그리다가 성사가 아니되면 그때에 죽더라도 늦지 아니할 것이 아닌가. 이 사람아, 참으소."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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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한명회라는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비범함을 보여줬었다. 이후 한명회는 권람이라는 인물을 통해 수양대군과 연이 닿았고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계책들을 알려준다. 그 결과 당시 권력의 실세라고 할 수 있었던 김종서를 필두로 한 무리들을 모조리 제거한 후, 열세살밖에 안 된 어린 왕인 단종을 찾아가서 김종서 일당들이 역모를 꾀했다고 말한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찾아가자 단종을 보필하던 내시 중 한 명이 수양대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어린 임금인 단종이 수양대군의 말만 믿고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내시가 고심끝에 충언을 한 것이다. 충신들이 역모로 몰려 죽임을 당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하기 어려워하는 단종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단종의 왕권을 노리는 수양대군과 그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 특별히 사람을 다루고 세력화해서 자신이 목표하는 것을 기어코 쟁취해내는 한명회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뒷부분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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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수양대군의 혈연관계인 안평대군을 살려둘지 말지를 두고 수양의 측근들이 갑론을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권력이라는 것이 참으로 비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설령 진짜 죄가 없어도 죽여야 하는 갖가지 이유들이 나오는데, 이게 또 각기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는 않은지라 수양의 머릿속이 심히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대저 역모란 것은 국가에 대하여 불평과 원망을 품는 자가 하는 일이외다. 인은 벼슬이 영의정이옵고 종서는 좌의정이옵고 그밖에 이양, 민신, 조극관 같은 사람들이 벼슬이 공경에 달하여 영화가 극하옵거든 무엇을 더 바라고 천벌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역모를 하오리이까. 이로 보아도 인과 종서가 모반을 한다 하옵은 말이 되지 아니하는 말인가 하오. 또..." - P-1

자기를 특별히 사랑하여 원한 자리도 아니 시키어 주는 것은 곧 자기를 괄시함이었다. - P-1

사람이란 사람은 다 나의 목숨을 엿보는 원수와만 같았던 - P-1

"내가 죽은 뒤에 아마 나를 역적으로 몰고 너희들을 다 잡아 죽일는지도 모르니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대장부답게 웃고 죽을지언정 아녀자와 같이 죽기를 두려워하는 빛을 보이지 말아라." - P-1

자기 은인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 P-1

"안평대군의 명성으로 어디를 있든지 반드시 인심이 따를 것이외다. 천하 인심이 안평대군에게로 돌아가 놓으면 그때에야말로 막을 도리가 없을 것이외다. 화단을 미연에 방두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큰일이 생길까 저어합니다. 지금 한 사람을 살려두면 나중에는 만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면 아니 될 터이니 이것은 국가에 큰 불행이외다. 비록 나으리께서 인자하신 마음에 골육의 정을 차마 못하여 그러시는 일이지마는 대의멸친(大義滅親) 이외다. 국가대사를 위하여는 사정을 못 돌아보는 것이외다." - P-1

"죄가 없길래 죽여야 하는 것이외다." - P-1

"안평대군이 진실로 죄가 있다 하면 백성의 마음이 따르지 아니할 것이니 무슨 두려워할 것이 있겠소오리까마는 죄가 없는지라, 죄가 없이 누명을 쓴지라 백성의 마음이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오. 백성의 마음이 안평대군으로 돌아가면 자연히 나으리를 원망하게 되는 것이외다. 그러니까 백성의 마음이 안평에게로 돌아가기 전에 화근을 끊어버리는 것이 지당한가 하오." - P-1

"모두 상감 처분이시지." - P-1

숙주와 인지와는 과연 동지였다. 숙주 없이 인지 되지 못하고 인지 없이 숙주 되지 못하였다. 인지, 숙주, 람, 명회는 수양대군의 팔다리다, 네 기둥이다. - P-1

‘어, 안되지. 안평이 아무리 죄가 있기로 죽이다니 말이 되나.‘ 이렇게 한번 힘있게 말하고 싶었다. 수양대군의 본심은 이렇게 말하기를 졸랐으나 수양대군의 욕심이 훼방을 놀았다. - P-1

"그렇지마는 내 말은 사정이요 제상(諸相)의 말은 공론이니까, 만일 공론이 그렇다 하면 나도 공론을 막을 바는 아니어." - P-1

"다 상감 처분에 달렸지 내야 알겠나. 알아 하소." - P-1

겉으로는 파탈하고 웃고 떠든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무엇으로도 굽힐 수 없는 송죽 같은 맑고 매운 절개가 있던 것이다. - P-1

"아직은 억지로라도 살아야 해. 못 참을 것을 참더라도 살아야 하네." - P-1

"간신의 무리가 무죄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는 것을 볼 때에 묘당(廟堂)에 한 사람도 다투는 이가 없다. 하면 의를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또 이 때에 한 번 수양과 정가의 예기를 지르지 아니하면 장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것이니까 이때에 우리가 불가불 목숨을 내어놓고 다투어야 할 것일세." - P-1

"우리가 아니하면 누가 한단 말인가. 만약 이 일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무소불위할 것이니까, 우리 몇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연명을 하여 가지고 한 번 정가에게 하늘 높은 양을 보여야 하네." - P-1

‘일은 안되고 목숨은 잃고, 그렇지마는 의리상 아니 그러할 수는 없고...‘ 실로 난처한 딜레마(경우)다. - P-1

"이번에도 목숨은 하나 내어놓아야 하겠고 또 후일을 위하여서도 목숨은 하나 남겨두어야 하겠고." - P-1

"뒷일을 생각해서 목숨을 아껴둔다는 것은 의가 아니어. 보지 못하는 장래를 위하여 목전에 다닥친 대의를 저버리다니 말이 되나. 우리네가 이번 의에 죽으면 후일에 그때도 의에 죽을 사람이 자연 또 있을 것이어." - P-1

오륙 인 미관말직의 외롭고 약한 힘으로 일국 정권을 마음대로 놀리는 수양대군과 정인지를 대항한다는 것은 실로 당랑거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의를 위하여 죽는다‘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하였다. - P-1

"하늘이 도와서 인제 내가 죽을 곳을 얻었다." - P-1

"사실 여부를 알아보지도 아니하고 친구를 버린다는 것이 어디 친구의 도린가." - P-1

숙주는 얼음같이 차디찬 욕심의 돌로 설레는 양심의 병아리를 꽉 눌러 질식을 시키고, - P-1

까닭이 없는 엽등에는 바르지 못한 속살이 있는 짓이라고 - P-1

적어도 말썽 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가 있는 까닭이었다. - P-1

이때를 당하여 한 가지 믿을 것은 오직 위력뿐이라, 무엇이나 한 번 말을 내면 그대로 하고 터럭끝만큼이라도 어기는 자는 단불용대하고 엄벌함으로써 인민으로 하여금 무서워서 감히 입을 벌리지 못하게 함이 아니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쑥쑥 나오는 수없는 허후를 낱낱이 접응할 수 없다 함이다. - P-1

"지금에 순을 자르지 아니하면 나중에 큰 나무를 꺾어야 하게 될 것이외다." - P-1

차라리 말썽생길 근본을 끊어버리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P-1

‘하늘이 내려다 보소서.‘ - P-1

하늘과 땅이 덕을 합하여 만물을 생성하나니 - P-1

미리 죽여버려서 후환이 없게 하자는 것이다. - P-1

그는 벼슬을 버린 자유의 몸이니 그러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 P-1

짜장(정말로) - P-1

마음을 떠보려고, 또는 그를 죽일 구실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다. - P-1

"조명(朝命)이니 할 수 있소? 나 죽은 뒷일은 부인이 다 알아 하시오." - P-1

충신이 간신한테 몰려서 죽는다는 것은 전제군주 시대의 공식(公式)이어서 무식한 백성들 사이에도 용이하게 이해함이 되었다. - P-1

"충신을 죽이고 천벌이 없을까?" - P-1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거든 하라." - P-1

"자, 그 올가미를 이 목에 씌우라. 죽는 것은 같지마는 절개는 다른 법이야. 내가 만일 이심(貳心)이 있었거든 하늘이 맑은 대로 있으려니와 하늘이 만일 내 충성을 알거든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을 것이야." - P-1

이렇게 심심한 해와 바쁜 해가 새끼 오라기 두 가닥 모양으로 서로 꼬여서 세월이라는 인생의 역사 바탕을 이루거니와 - P-1

풀과 나무들의 본성은 가을서리 내릴 때를 당하여서야 분명히 알게 된다. 갈대는 말라버리고 참대는 더욱 푸르다. 돌피는 태워버리고 벼 알갱이는 거둬들인다. 서리치는 모진 바람이 밤을 새어 냅다 불 때에는 떨어질 잎은 다 떨어지고 소나무, 잣나무만 까닥없이 청청하다. 이리하여 가을철은 천지의 대좌기(大坐起)로, 일 년간 지내온 초목에도 마감(磨勘)을 보는 심판날이 된다. - P-1

개인의 일생에도, 또 어떤 민족의 일생에도 몇십 년에 한 번씩, 또는 몇백 년에 한 번씩 이러한 마감날이 온다. 평상시에는 다 비슷비슷하여 별로 차별이 없는 듯하던 이들(개인이나 민족이나)도 이날 우레 같은 운명의 호령과 형무, 곤장 같은 자작얼(自作孼)의 아픈 매가 벗은 몸뚱이를 후려 갈길 때에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탈바가지도 다 집어던지고 대번에 개개 실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좌기를 겪고 난 뒤에야 그가 갈대인지 참대인지 무쇠인지 강철인지가 판명이 되는 것이다. - P-1

이러한 본색들이 아침 볕 받는 산봉우리들 모양으로 크게 작게 제 모양대로 제 빛깔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 P-1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오백 년 전에 있던 우리 조상들의 장처단처는 오늘날 우리 중에도 너무 분명하게, 너무도 유사하게 드러나는구나. 그 성질이 드러나는구나. 그 성질이 드러나게 하는 사건까지도 퍽으나 오백 년을 새에 두고 서로 같구나. 우리가 역사를 읽는 재미가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 P-1

득롱망촉(得瓏望蜀)이란 셈으로 바라던 자리를 얻으면 한층 더 높은 자리를 또 바라는 법이다. 이리하여 사람은 한없는 욕심의 층층대를 허덕거리며 오르다가 마침내 끝간 데를 보지 못하고 현기증이 나서 굴러떨어지어 머리가 부서져 죽는 법이다. - P-1

왕이 아직은 나이 어리시어 수양대군의 마음대로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지마는 차차 나이 많아지어 국정을 몸소 보시게만 되는 날이면 족히 수양대군을 물리칠 수도 있는 것이다. - P-1

운명은 수양대군의 가슴속에 한 움큼 욕심의 불을 던지어 커다란 비극을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 - P-1

될 수만 있으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고 목적을 달하고 싶은 것이다. - P-1

사람이란 살아 있을 때에는 아무 힘이 없던 이라도 죽여버리면 꿈자리 사나운 것임을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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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리뷰같은 것을 잘 써보고싶은 마음은 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막막한 경우들이 많았다. 그래서 리뷰를 쓰는 걸 미루기도하고 간혹 하고싶은 말들이 좀 길어지면 간략한 형태의 리뷰 글을 주저리주저리 끄적였던 기억이 난다. 이와같은 이유들로 인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리뷰를 잘 쓰기 위한 노하우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올라오던 와중에 검색을 통해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본문을 읽기 전에 목차를 대강 살펴봤는데 그간 내 머릿속에서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들을 조금이나마 배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비록 짧은 문장이긴 하지만 읽는 사람에게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는 듯하다.

"평범한 말로 비범한 것을 말하라."
_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문장론》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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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문법 공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이것은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이라는 한자성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저자는 성인 영어학습자가 자신이 과거에 공부했던 문법지식들을 앞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있어 자신만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가급적 활용하는 게 좋다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듯하다.






옛것을 익힌다는 것을 나는 두 가지로 이해한다. 첫째, 옛것은 절대로 옛것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 ...(중략)...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두 번째. 내가 이미 가진 것을 극대화시켜서 이용한다는 것. - P78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모국어로 형성한 문법의 논리와 생각은 결코 방해물이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진 자산인데, 이걸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써먹지 않으면 절대로 나에게 이로워지지 않는다. - P78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버리는 과정이다. - P85

배움은 이렇게 정의 내려진다.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 - P85

영어라는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르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되는 건 ‘나‘라는 사람이 그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영어를 하지 않았던 이전의 나에서 영어를 하는 ‘나‘가 되는 과정에는 이런 복종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86

그걸 알고도 의심을 지우고 한다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 P87

실제로 나의 영어 독해력, 어휘력, 청취력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적절한 학습 방법을 통해 나아진 건 이 긴 시간 다음에 왔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는 나에 대한 흔들릴 수 없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건 바로 이 기이하고 긴 시간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배움의 첫 출발이라고 나는 믿는다. - P87

어떤 시험이나 기준이 나를 뭐라고 평가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의 능력이 떨어지건 말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되는 시간들은 나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것은 긴 시간을 어떤 상황 속에서 나를 버리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나는 어떤 것을 배워왔다. - P87

나는 영어를 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수용했다. - P88

나는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다. 적어도 당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상황 자체를 흡수해서 내가 변화하는 것이다. 나로서 배운다는 것과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겠지만, 변화하는 과정이 모두에게 같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 P88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주 오랜 시간. 내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말이다. 그게 배움의 출발이다. 그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배우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은 어떠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89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려는 게 아니라, 배움은 다른 내가 되어보는 과정이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시간, 그건 오로지 나 자신과 함께하는 지극히 은밀한 시간이다. - P90

말도 안 되는 공부 방법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복종‘이다. 나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평평한 정체 구간을 꾸역꾸역 간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하는 것은 실력 향상을 위한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공부도 아니고, 그냥 복종하는 것뿐이다. 내가 영어를 계속 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을 얻기 위한 복종이다. 그다음의 도약은 저절로 오기도 하지만, 어느 날 나 스스로 훌쩍 뛰어오를 때도 있다. - P92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것은 발전 없는 영어 공부를 지속해 온 복종의 시간 덕이라고 생각한다. - P93

영어 공부를 할 때,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써먹는것도 공부다. - P94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 쉬운 것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내는 과정 없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해야 했다. - P94

남이 정해준 프로그램이나 진도, 당장 해야 할 공부를 외면하고 내가 정한 공부에 몰입하는 시간은 실험이다. 이 실험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필요한 공부와 적합한 속도를 찾기 위해 온전히 멈추고 몰입하는 데에는 어떤 고집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 주까지 읽어야 하는 자료들이 쌓여간다 해도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언제나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주어진 공부를 하며 견디는 구간과 내 마음대로 실험을 하는 짧은 구간 모두 필요하다. - P94

원하는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다 괜찮을 때, 나는 기꺼이 나를 던진다. 물론 결과에 따라 나의 다음 단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복종한다. 다시 복종의 사이클로 돌아오기 위한 일탈이라고 해야 할지도. - P95

공부를 안 하기로, 못하는 상태에 머물기로 한 것도 나의 결정일 뿐이다. - P96

내가 하고 싶은대로, 대신에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 P98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니 내겐 어휘가 중요하다. 사전을 찾아서 죽 다 읽는다. 꼼꼼히 읽고 다 외워서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단어에 머물기 위해서다. 어릴 때 종이에다가 중얼거리면서 100번씩 쓰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반대어든 유의어든 예문이든 발음이든 그냥 단어마다 흥미로운 걸 한참 들여다본다.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인상을 남기고 친숙해지면 그만이다.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할 것이고 그러면 또 찾아서 즐겁게 읽을 것이다. - P99

그러나 신경 써서 꼭 하는 게 있다. 사전에 나온 숙어나 문장 중에 재밌어 보이는 것을 외운다. 외운다는 건, 이걸 외워서 시험 보듯이 5분 후에도 기억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향해 소리 내서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소리 내서! 반드시 소리내서 배우가 대사를 읊듯이 정성 들여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반드시 두어 번은 문장을 확인하고 다시 외워야 한다. - P99

반드시 소리를 내라고 하는 건 언어 습득의 속성 때문이다. 내 입으로 소리를 내서 내 귀로 듣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 습득 경로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서 소리 내지 않고는 책을 읽지 못하는 단계가 있다. 즉 소리를 내야만 자신에게 언어로 인식되는 단계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낯설고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때, 어른도 소리 내어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P99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내 생각의 도구로서 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상 회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을 단어라도 무조건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이 방법만큼은 열 번은 더 강조하고 싶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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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책날개에 나온 저자의 이력을 보니 수능이나 토플 등과 같은 시험 영어 쪽은 거의 마스터하신 분인 듯하다. 하지만, 해외생활을 하면서 시험 바깥의 영어는 또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하는 얘기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저자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한국어와 영어의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절대로 영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도 뭔가 심오한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공부라는 것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정의를 보여준다. 막상 읽고보니 그동안 공부라는 것을 너무 어렵고 무겁게만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 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진도라는 걸 의식하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공부는 내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딱 그거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러니까 영어 지식을 꼭 늘려가야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걸 모르는구나‘ 그러면 그걸로 공부 끝! - P5

넷플릭스를 보면서 ‘자꾸 들리는 말인데 뭐지?‘ 그걸로 충분하다. 정확한 스펠링이나 발음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런 의식을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이유로 찾아볼 수도 있고, 물어볼 수도 있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알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찾아오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공부다. - P6

의식적인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 영어가 재밌어진다. 발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진다. - P6

우리가 어렸을 때 세상을 그토록 강렬하게 느끼고 즐겼던 건 따지고 보면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숨 쉬는 모든 순간 배우고 있었다. - P7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아니 모든 언어는 큰 소리로 말해서 내가 말하는 걸 내 귀로 들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 P7

우선은 뭘 모른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하루의 느낌이 달라진다. 아주 미세하게 즐거워진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피곤하거나 괴롭거나 미칠 것 같은 하루의 어떤 순간, 스쳐가는 영어 단어 하나에 집중해 보는 거다. - P8

나만의 은밀한 즐거움, 진도에 기죽지 않는 즐거움, 그러면서도 세상과 닿아 있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영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이므로 충분하다.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충분한 데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움이 된다. - P9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있다. 외면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나, 열심히 혹은 자연스럽게 외면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존재다. - P25

삶이 풍요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은 바로 그런 존재들을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 P25

아무리 영어가 글로벌 언어라지만 진짜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한 부분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영어에 대한 경험, 감정, 기억을 좋든 나쁘든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아무리 사소하고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외부의 당위적인 동기와는 비교할 수없이 강력하게 지속되는 호기심이 될 것이다. - P25

적어도 써먹을 수 있는 실력, 언어를 통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실력 말이다. - P34

영어 실력은 내가 써먹고 싶은 대로, 내가 측정하면 그만이다. 그래야 바로 그곳에서 나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 P35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보다 더 발전하고 나아지는 무엇이 될 필요가 없어진다. - P39

자, 이제 뭘 할까? 나만의 무엇을 신나게 하는 거다. 그게 뭐지? 그걸 어슬렁거리며 찾아보는 거다. - P40

영어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 바로 내 흥미를 끄는 것들이다. 시간도 많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괴롭지 않아야 한다. 영어나 공부를 목표로 하면 절대로 이상한 흥미 같은 건 생겨나지 않는다. - P40

"말 끊어서 미안하다 Sorry to interrupt" - P40

일반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딱 들어맞을 수 없다. 반대로 나에게 딱 들어맞는 방법을 찾으면 평생 영어가 즐거워진다. - P43

가장 나쁜 건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다. - P44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쓸모 있고 거창하고 훌륭한 목표도 별로 강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게 출발이다. 그걸 충분히 납득하고 나면, 다른 종류의 동기, 나만의 흥미를 유발하는 그런 동기가 생겨난다. 그러기 위해서 객관적인 수준이 아닌, 나에게 충분하게 긴 시간을 허락한다. - P44

어른의 영어 공부에서 지켜야 할 시간은 없다. - P44

자기 계발과 닿아 있는 영어 공부를 하는 건 별로 즐겁지도 않았다. 더 중요한 건 그 즐겁지 않음에는 나의 영어 실력이 영원히 부족하리라는 느낌이 차지했다. - P47

영어를 덕질하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오로지 내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내 멋대로 영어를 대하는 것이다. - P48

자유롭게 작품을 느꼈다. - P48

내가 이해하기에 덕질은 그런 것이었다.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이 없지만 ‘이건 나의 이야기야‘라는 확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 P49

효율성을 강조하거나 획일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 세상 전체의 너그러움을 키우는 시도가 아닐까 싶었다. - P50

나만의 즐거움, 나만의 이야기, 자기탐구의 수단이 된다면 영어 공부가 오래오래 즐겁지 않을까. 내키는 대로 하는 영어 공부가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살아도 좋다는 그런 작디작은 허용이 될 수도 있다. - P50

영어를 공부하면서 내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게 좋다. 나는 영어로 내가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 P54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 P54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목표랄까. - P54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기 위해서 기초에서 출발해 수준별로 접근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확실한 목표라 남들이 쉽다고 정해놓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목표가 확실할 때, 그것이 나의 즐거움일 때는 출발은 곧 끝이기도 하다. - P56

영어 시험뿐 아니라 모든 시험에서 나의 목표는 공부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시험을 망치거나 떨어졌을 때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나는 절대로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것도 괜찮다. 일단 해보고 그 길이 아닌 걸로 판명되면 그걸 아는 것으로 족하다. 이건 아주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 P57

아이가 공부를 시작할 때 예열 같은거 없이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하게 하기 위해서다. - P58

끝에서부터 시작하고 무조건 목표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냥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교과서를 읽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한다. - P58

틀린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 고통으로 돌진한다. 공부를 오래 그리고 잘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책상 정리를 하고, 화장실을 가고, 영어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 기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틀린 문제로 돌진해서 한자리에서 하는 공부는 30분, 길어야 한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대신, 그 시간은 고통과 집중으로 가득 차야 한다. 즐거운 고통이라고 해야겠다. 틀린 문제, 그 마지막 목표로 돌진하는 것이니까. - P59

이런 훈련이 되어야 실제 시험 시간에 영어 지문을 보지 않고 바로 문제로 돌진하고, 시험의 패턴을 익히게 된다. 시험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패턴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의 패턴과 규칙을 숙달될 정도로 익혀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P59

시험을 통해서 영어 자체의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영어의 모든 분야, 모든 주제에 대해서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최고점으로 가려면 그야말로 모든 시간을 다갈아 넣어야 한다. 그게 시험 출제자의 목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식으로 시험 공부에 투입할 시간을 줄이고, 내가 잘 틀리는 문제에 돌진할지는 나의 게임이다. - P59

이건 꽤나 진지한 노력이기도 하다. 바로 나의 약점, 내가 틀린 문제로 돌진하는 건 직접 해보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최대 약점에 다가가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므로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기대를 바꾸는 건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눈물을 삼켜가며 움직이지 않는 돌을 미는 기분으로 30분을 꽉 채운다. - P60

부담스러운 이상이 아니라, 바로 단어 하나에서부터 이미 달성이 되는 그런 종류의 목표야말로,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 P61

출발은 바로 내가 이 단어를 모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는 것은 괴로운 만큼 풍부하고 멋진 일이다. - P67

궁금증과 긴장, 모른다는 강렬한 그 느낌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했다. - P67

모름의 상태를 의식하는 것이 더 강렬했던 것이다. - P68

영어든 한국어든 세상의 지식에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68

모르는 상태를 의식하는 것은 이미 그것 자체로 너무도 멋진 일이지 뭔가. 나의 존재의 모든 것이 바짝 긴장한다. - P68

‘나는 이걸 모르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적어도 나의 의식 안에 들어온 모름에 대해서는‘ - P68

자신을 열어놓고, 한국 뉴스건 뭘 보다가 ‘어, 저건 뭐지? 내가 모르는 영어잖아‘ 싶으면 그게 영어 공부다. 그렇게 나의 모름을 열어놓으면, 앎의 단계로 가게 된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는 것도 영어 공부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빨리 알아보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뭔가 궁금한 게 생긴다. 오로지 나의 모름을 위한 영어 공부는 재밌을 수밖에 없다. - P69

모르는 걸 외면하지만 않으면 배움의 기회는 널렸다. - P69

『논어』에 실린 공자의 유명한 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성인의 영어 공부에 잘 들어맞는다. - P69

나는 내가 모르는 것에서 딱 멈춰 서는 사람이 됐다. 모르는 것을 의식하고, 괴로워하거나 적극적으로 찾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된 거다. - P70

관사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자면 ‘특정되는 것과 특정할 수 없는 것,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의 차이‘라고 되어 있다. - P75

특정하거나 센다는 행위가 나의 모국어이자 나의 사고 체계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새롭게 보며 관사들을 하나씩 차분히 감상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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