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의 단편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를 읽었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는 이유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내세를 믿고, 영혼 불멸을 믿는 사람이다. 믿음을 강제할 만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날라리 신자여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게 항상 궁금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 그런 결정에 이르게 한 사고 과정 말이다. 내가 존경하는 유시민 작가님도, 내가 사랑하는 정희진쌤도 그렇게 말씀하시기는 했다. 그 확신과 거부의 매커니즘이, 나는 궁금하다.

 


겨우 몇 권 읽었을 뿐이지만, 죽음에 관한 책들은 그 장대한 연구와 두꺼운 두께로도 명확한 답을 내어놓지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죽음을 겪은 후, 이 세계로 돌아와 그 경험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임사 체험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돌고 돌아 한 바퀴 더 돌아 죽음과 타협하라라고 결론을 내놓는 책도 있다.

 


이와 관련해 뇌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죽음과 불멸에 대한 인간의 의식이 사실은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 때문이다. ‘자아라는 통합된 실체 자체가 사실은 허구라는 주장도 있고, 물리학에서 말하는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라는 주장 역시 죽음의 해석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안하는 거라 여겨진다.

 





켄 리우의 단편 <>의 카드 리뷰의 첫 장면은 이렇다. 하지만, 그 다음장, 그 다음다음 장, 그 다음다음다음장도 이 단편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닿지 않는다. 내가 꼽은 중요한 문장은 바로 여기다.

 


"이미 작동을 멈춘 틀을 신기한 것처럼 구경하느니, 차라리 그 틀의 작동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시인들이 영생을 구하려 애쓰는 이를 폄하한 건 아무 힘도 없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39)

 



레이는 남편과 함께 노화를 중단시키는 수술(시술)을 받는다. 30세의 외모와 건강을 유지하게 된 레이. 그녀는 제2의 인생, 3의 인생, 4의 인생을 살아간다.

 


할 일이 필요했던 나는 대학으로 돌아갔다. 존 덕분에 나의 뇌세포는 쉬지 않고 저절로 재생되었다. 그렇게 결코 성숙하지 않았기에, 한편으로는 결코 호기심이 마르지 않았다. 나는 역사와 문학, 경제학의 박사 학위를 잇달아 취득하고 나서 의대에 입학했다. 그냥 재미 삼아서 한 일이었다.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고, 나의 끝나지 않는 학생 생활은 언제나 시작을 눈앞에 둘 뿐 실제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나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첫걸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다. 악기를 배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습할 시간이 100년이라면 거장이 될 법도 했으니까. (44)

 


알라딘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 구입해 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 한다’, ‘알라딘에서 영생불사하자기타 등등(‘다음 달에는 책을 조금만 사겠다’, ‘이게 이번 달 마지막 주문이다’) 인데, 만약 우리가, 내가, 그리고 당신이 레이가 받았던 수술을 받게 된다면, 이런 바람, 이런 소망은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정희진쌤의 모든 책과 글을 7번씩 필사하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와 수메르어를 마스터하고. 아니 에르노를 프랑스어로 읽고, 단테를 이탈리아어로 읽고, 사기를 중국어로 읽고, 하루키를 영어로 읽고. (하루키 책은 영어본이 제일 예쁘다) 레이의 선택은 무엇일까. 한없이 이어지는 풍요로운 삶을, 레이는 어떻게 감당해 냈을까.

 


나는 레이의 선택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흐름, 자연의 섭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거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죽음을 받아들이기로한 소심하고 연약한 인간의 무지한선택일 수 있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어쩌면 인류는 정말 신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인류는 벌써부터 신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닳지 않는 육체의 주인이 되어 20년 전, 50년 전, 100년 전, 230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더 성숙한, 더 훌륭한, 더 차분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 다시 100년을, 200년을, 300년을 살아갈 테고. 그런 인생 앞에 주어진 삶이란 무엇인가. 그런 인생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전력 중단? 핵전쟁? 권태? 외로움?  

 



너무 졸린데 자기는 싫다. 눕기만 하면 곯아 떨어질거 같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우리 집에도 군만두가 있으면 좋을텐데

 



댓글(48) 먼댓글(1)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죽음과 불멸의 ‘의미‘에 대하여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4-06 12:38 
    댓글로 달려니 길어서 따로 글로 씁니다. 댓글이니 DYDADDY님께 다는 대댓글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엮여진 제 글(여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482137)을 읽고 오시면 좋은데 읽지않으셔도 되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바빠요 ㅎㅎ) 하지만그 글에 달린 대디님의 댓글을 읽으시면 이 글이 왜 나오게 됐는지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이 감정의 고통보다는 신체적 고통에 대한 공
 
 
수이 2023-04-05 07: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드시오, 군만두. 쟝쟝이가 잘못 했네, 어제는. 오늘도 열일 🥰💙👍🍪☕️😎📖😻💓🍷😚

단발머리 2023-04-05 17:53   좋아요 0 | URL
열일하고 왔으요 ㅋㅋㅋㅋㅋ 군만두는 없으요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05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저를 연구하세요!ㅋㅋㅋ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등등이 단발님의 꿈이시군요. 단테를 이탈리아어로 읽고.. 너무 멋진데요?🤭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을 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3-04-05 09:06   좋아요 2 | URL
ㅋㅋ괭님의 댓글!^^ 매력 펄펄
˝저를 연구하세요!^^

단발머리 2023-04-05 17:5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 일단 제가 독서괭님 대상자 1번으로 선정하고 ㅋㅋㅋㅋ 심오한 연구를 계속할 것을 약속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
한나 아렌트 책 다 읽기, 제 꿈이에요. 단테 이탈리아어로 읽기도 도전하고 싶고요.

알라님 / 알라님도 연구 대상입니다. 어디 못 가시오니 ㅋㅋㅋㅋㅋ 많은 협조 바랍니다!

다락방 2023-04-05 08: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2

그런데, 그래서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죽기 싫어요. 간절히 영생을 원합니다.

인용해주신 단편의 문장들을 읽노라니 영화 <아델라인> 생각이 나네요. 주인공 아델라인은 늙지 않거든요. 자기 딸이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계속 그 나이를 살아서 모든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점자책 읽기까지 마스터 합니다. 흐음.. 그렇다면 모두가 더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세상엔 온갖 지식인들로 넘쳐나게 될까요? 다들 왜그렇게 공부들만 하지.. 그러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공부이니까....필연적인 것인가....

단발머리 2023-04-05 18:27   좋아요 0 | URL
일단 2번으로 접수되셨구요. 구체적인 연구 계획은 추후에 개인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락방님의 이런 대답, 이런 반응이 제일 ‘자연스럽고 솔직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오래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거 같고요.

저, 영화 <아델라인> 소개 동영상을 보았거든요. 여주인공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부셨습니다. 딸보다 젊고 예쁜 엄마,를 저도 1초간 상상해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걸 계속 할 수 있는 삶이라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어요.

얄라알라 2023-04-05 0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새, 아니 꽤 오래 책 읽기에 시들해져서 알라딘 활동도 예전만큼 안 하는 제가
단발머리님의
영생 if 가정법 상상을 읽다 보니
현타 옵니다.
와, 영생으로 많은 시간을 누리게 되면 책 읽기와 필사에!

저는 많이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지네요. 책 재미를 다시 확 느껴야하는데....좌표를 잃었나봐요

단발머리 2023-04-05 19:52   좋아요 1 | URL
제가 위에는 독서와 외국어라고 쓰긴 했는데요 ㅋㅋㅋㅋㅋ 알고보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영생을 살 수도 있겠지요? ㅋㅋㅋㅋㅋ

여행은 건강할 때, 젊을 때가 좋은 거 같기는 해요. 저는 걷기에 취미가 없어서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만요.
책재미 잃었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어요. 그럴 때는 음악도 들으시고 영화도 좀 보시고요. 특히 이웃님들 리뷰 읽으시면 책구미가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4-05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다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3

구입해 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 한다니!ㅋㅋㅋ 그러고 보니 다 읽고 죽을 수 있을까 싶네요ㅠㅠ 구입량에 비해 읽는양은 현저히 느립니다ㅎㅎ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그러기엔 체력도 이젠 버거워서 참...^^;

단발머리 2023-04-06 09:52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3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축적되니까요. 뒤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세대는 ㅋㅋㅋ 읽을 책이 참 많네요. 거기까지 갈 것도 없고 구입할 책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요. 매년 알라딘 통계만 봐도 그러더라구요. 시간은 부족하고 눈은 침침합니다. 웃어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05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접니다!-4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끝이 있기에 순간을 영원처럼 느낄 수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에겐 오늘 떨어지는 벚꽃이 슬로우모션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깐요. 내세는 너무 멀고 가까운 현실의 미래는 다소 걱정이 되긴합니다. 그러나 미래는 현재의 연속일뿐임을 배워가면 또 지금 편해지려고 마음 먹어요. 오늘 딱 끝나도 좋은데 혹시 오늘 딱 끝나면 제 다이어리는 꼭 불태워주세여 부탁드립니다 (매일이 유언 ㅋㅋㅋ).

단발머리 2023-04-05 18:26   좋아요 0 | URL
쟝쟝님 4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완전 이해되구요.
다만, 저는... 끝이 있다면 왜 지금이 아니고 나중인가?의 의문은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가다듬어 볼게요. 아직은 저도.... @@

책읽는나무 2023-04-05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접니다-5

넘 바쁘시겠군요?
이 모두를 연구하시려면??ㅋㅋㅋ
딸이 자신은 죽으면 이 우주의 먼지조차도 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그 말에 살짝 충격을 받았었는데 요즘은 제 마음이 그리로 쏠려가고 있습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 그랬음 싶네요^^;;;
연구하고 싶죠?
좀 답답하시죠?^^
그러는 와중에도 전 군만두보단 촉촉한 찐만두파라는 유언을 남깁니다.ㅋㅋㅋ

독서괭 2023-04-05 11:47   좋아요 3 | URL
저도 찐만두파!!

단발머리 2023-04-05 18:32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 5번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책나무님.

이 연구는 제 일생일대의 연구과제로서 ㅋㅋㅋㅋ 정말 솔직히 궁금해서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생각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우주의 먼지기는 한데.... 어떻게 싹 0으로 수렴될 것인지, 전 그것도 궁금해요.

찐만두파 기억해두겠습니다. 전 군만두파에요.

독서괭님 / 찐만두파로 접수되셨습니다. 전, 군만두파에요. 기억해 주시길^^

다락방 2023-04-05 11: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점심에 라면도 먹고 만두도 먹고 김밥도 먹고 그래야겠어요.

잠자냥 2023-04-05 11:53   좋아요 5 | URL
막걸리에 갓김치도 먹어주세요... 저 대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05 15:44   좋아요 2 | URL
저 어제 와인하고 갓김치 먹었어요.
오늘도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뭔가 먹어야겠어요.
맨날 순대 간이나 먹고 싶으니 나도 참... 에휴..

DYDADDY 2023-04-05 16:22   좋아요 1 | URL
어제 주무신다고 글 올리신 이유가 이미 드셔서 그렇군요. 갑자기 주무신다 글을 올리셔서 당황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05 16:37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는 무슨 맛이에요?

다락방 2023-04-05 17:58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는 .. 좋은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3-04-05 18:04   좋아요 2 | URL
와인하고 갓김치에 쌀국수, 오늘 저녁 메뉴로 낙찰!!

단발머리 2023-04-05 18:34   좋아요 0 | URL
제가 없는새 맛있는 거 많이 드셨네요.
저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 튀김, 그리고 순대를 ㅋㅋㅋㅋㅋ 음하하하하하하하하 사왔습니다.
와인하고 갓김치의 조화가 궁금하네요. 저도 집에 와인 있거든요. 화이트 와인 ㅋㅋㅋㅋㅋㅋㅋㅋ
쌀국수는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05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회를 다니지 않고, 내세를 믿지 않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5
인간은 욕망하는 동물이기에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고 생각해요. 길에 굴러다니는 돌은 주워서 소유하면 되니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올해 핀 꽃은 소유할 수 없으니 보려는 욕망이 생기죠. 영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필멸자인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기에 유사영생인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기술발달로 가능할 수 있기를 욕망하죠. 하지만 불멸에 가깝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과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라는 개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나‘의 부분부분들을 기억하고, 과업(예를 들면 업적이나 책)은 역사에 남겠죠. 그 사랑과 과업을 달성할 때까지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필요해서 건강하게 살려 하는 것이지 단순히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군만두에 대한 욕망은 어쩔 수 없어도 단발머리님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댓글이기를 바라요. ^^

다락방 2023-04-05 15:43   좋아요 1 | URL
대디 님 6 번이십니다. 5번은 이미 책나무 님이 하셨어요..

DYDADDY 2023-04-05 15:45   좋아요 2 | URL
-0-;;;;;; 유..유..육입니다. 길게 쓰는동안 넘버가 바뀌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4-06 09:53   좋아요 1 | URL
대디님 / 대디님, 6번으로 접수완료되었습니다^^

˝필멸자인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기에 유사영생인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기술발달로 가능할 수 있기를 욕망하죠. 하지만 불멸에 가깝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과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라는 개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나‘의 부분부분들을 기억하고, 과업(예를 들면 업적이나 책)은 역사에 남겠죠.˝

대디님 말씀에 공감하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다는 걸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 다음을 묻는 거에요. 어쩌면 그 앞쪽이요. 불멸이 불가능한 인간은 왜 불멸을 욕망하는가. 사랑과 과업이라는 측면에서의 불멸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라진 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죽기 때문이고요.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그렇다면 100년 혹은 200년의 불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요. 업적이나 책이 역사에 남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구는 곧 멸망할테고 모두 다 사라질 테지요. 사라질 것을 예감하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저는 궁금해합니다.

대디님 댓글 읽으니 너무 좋네요. 고민과 성찰이 완전 다른 방향으로 결론지어지더라도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 나누면 좋을거 같아요. 저의 ‘죽음‘ 페이퍼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예정입니다.

다락방님 / 철저한 교통정리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06 00:0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댓글의 질문을 보고 당황했어요. 와.. 세다.. 이 질문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단발머리님이 어떤 삶을 사셨고 살고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질문은 단발머리님의 삶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하시지 않으실 수도 있구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DYDADDY 2023-04-06 00:2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불멸에 대한 욕망은 결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이라는 당연한 결과가 왜 고통으로 다가오는가. 사실 죽으면 아무 것도 못느끼죠. 즉 ‘나‘의 죽음은 신체적 고통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정신적 고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공포는 ‘나‘의 죽음이 아니라 타자의 죽음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죠. ‘너‘의 죽음은 크나큰 아픔과 고통으로 다가오고 그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하기에 공포를 느낄 수 있죠. ‘그들‘의 죽음은 감정의 고통보다는 신체적 고통의 공포라고 볼 수 있을거에요. 즉 죽음에 대한 공통적인 공감은 고통인데 고통을 피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불멸을 욕망하게 되었고 결국 그 불멸에 대한 욕망이 문명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눈 앞에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살아있을거야 라는 생각이 내세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에서부터 종교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옆길로 살짝 새자면 종교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담보로 시작한 사기행각(종교인이시라 불편할 수도 있으시겠지만)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DYDADDY 2023-04-06 00:3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종교적 제의가 점점 정교화되고 그것에서부터 예술, 건축 등의 문명이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 시기는 농경이 시작된 시기라고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인류가 정착군집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죽음을 볼 기회가 많아지고 장례절차나 의식이 생겨난 것도 그즈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저 고통받지 않고 죽지 않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이 계급사회로 들너서면서 좀더 정교화됩니다. 최고 계급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 즉 욕망하는 것을 다 이뤘는데 단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죽음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는거죠. 피라미드를 그 예로 들 수 있을거에요. 종교적 건축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하거나 부활할 수 있도록 하여 불멸을 구체화시킵니다.
이것이 불멸에 대한 욕망의 원인과 시초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생각하시는 바를 댓글로 쓰셔도 좋고 다른 페이퍼로 만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근대 이후 불멸에 대한 방향의 전환은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할께요. (사실 여기까지 생각하느라 오늘 에너지를 다 썼어요. ㅋㅋㅋㅋㅋㅋ)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셔서 고마워요. ^^

단발머리 2023-04-06 06:21   좋아요 1 | URL
대디님~~ 저 아침에 일어났는데 댓글 읽고 깜놀하면서 ㅎㅎㅎ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도 쓸 말이 쪼금은 있는데 지금은 밥 차리고 나가야 해서 쓸 수가 없군요 ㅋㅋㅋㅋㅋㅋ 가능한 빨리 글이던 댓글이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죽음이 불멸 뿐 아니라 내세 그리고 의미 추구 등의 문제로 뻗어져 나가기에 좀 거대한 주제이기는 한데, 대디님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새롭게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될 듯 합니다. 좋은 사유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수이 2023-04-05 1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회 안 다니고 내세 안 믿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1 에 저도 넣어주세요 ㅋㅋ 댓글 보고 엄청 빵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05 15:43   좋아요 3 | URL
수이 님은 7번.. 럭키 쎄븐!!

잠자냥 2023-04-05 16:36   좋아요 3 | URL
그럼 나도 8번에 줄 서 봅니다...
다만 부장님하고 달리 영생은 하고 싶지 않음;;; 피곤햐..........

수이 2023-04-05 17:00   좋아요 1 | URL
1번이라고 했었어야 했는데 ㅋㅋ

수이 2023-04-05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영생은 별로 🙄

잠자냥 2023-04-05 17:03   좋아요 2 | URL
운동하시는 게 영생필인데 ㅋㅋㅋㅋ

수이 2023-04-05 17: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55 찍으면 비키니 👙 인증샷 올릴거임

단발머리 2023-04-05 18:46   좋아요 1 | URL
수이님 / 다른 건 다 잊어버렸고요 ㅋㅋㅋㅋㅋㅋ 55 비키니, 이것만 남았어요. 기다릴게요.

다락방님 / 럭키 쎄븐 수이님 ㅋㅋㅋㅋㅋㅋ 럭키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 8번에 접수완료되셨습니다. 이제 곧 영생파와 비영생파와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잠자냥님 댓글 읽다가 문득 들었습니다. 부장님 놀리기 마니아 1위 유지하시려면 영생하셔야 될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4-05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입해놓은 책을 다 읽으려면 영생해야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23-04-05 18:47   좋아요 2 | URL
즐라탄이즐라탄탄님도 책 어마어마하게 사 놓으셨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구입해 놓은 책을 봐서는 우리는, 모두 영생해야 합니다.
댓글 감사해요^^

건수하 2023-04-06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9번에 줄 섭니다.

전 제가 몸담았던? 종교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얼마전 읽은 책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결국 시몬은 ... ˝세계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창조주보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사유하는 편이 더 쉽다.˝는 결론을 내린다. -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중


그래서 사실... 기후 변화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작용입니다. 그렇다고 막 쓰고 막 버리고 그러진 않지만요. 제가 죽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게 아니라, 인류도 언젠가 멸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단발머리 2023-04-06 15:05   좋아요 2 | URL
그 종교가 어떤 종교였든 종교에 대한 회의를 저도.... 10분, 아니 100분 이해합니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원했던 보부아르도 죽었다,는 데에 저는 방점을 찍습니다 ㅠㅠ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은 저랑 비슷하시네요. 필-인류멸망론도 비슷하고요. 저랑 공통점 겁나 많으신 수하님 ㅎㅎ

자목련 2023-04-07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댓글 보다가 슬그머니
교회에 가끔 출석하고, 내세를 믿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죽으면 끝이구나 생각에 기울고, 갈팡질팡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연구의 존재들이군요!
이번 주가 부활 주일임에도 참석을 못할 것 같은 신자. ㅠ.ㅠ

단발머리 2023-04-08 11:38   좋아요 0 | URL
교회에 가면서도 그런 의문이나 회의는 항상 들었던 거 같아요. 우리 자신이 모두 연구의 존재들인걸 잊지 말고 계속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아… 맞아요! 내일이 부활절이네요!!

유부만두 2023-04-08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사서 안 읽고 쌓아두면 사후에 지옥에서 그거 다 읽는 벌을 받는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걸 들은 우리 알라디너들은 ˝그래? 그거 개꿀인데? 죽어서 읽으려면 지금 더 사야함!˝ 라고 하겠지요.
그나저나 만두하면 유부만두 아닙니꺼?!?!

단발머리 2023-04-10 23:24   좋아요 0 | URL
그 누구분께 제가 방금 소박하게 알라딘 구매 버튼 눌렀다고 좀 전해 주세요 ㅋㅋㅋㅋ 부지런히 읽어도 다 못 읽겠지만 읽는 거 안 되면 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 벌을 천국 가서 받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한 말씀 아닙니까. 만두하면 유부만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