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전 중에 비가 와서 다른 소일거리가 없어도, 질척한 날씨에 저항이라도 하듯 한사코 만나 꼭 붙어 앉아 함께 소설을 읽었다. 그렇다. 소설 말이다. 나는 소설 작가들에게 너무도 흔히 보이는 저 옹졸하고 졸렬한 관습을 택하지 않을 생각이다. … (생략) …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상상력의 범람이니 하며 비난하는 일은 평론가들의 한가한 일거리로 남겨두자. 새로 나오는 소설마다 쓰레기 같으니 어쩌니 하면서 신문에다 대고 케케묵은 곡조로 왈왈거리게 내버려 두자. 우리끼리는 서로를 저버리지 말자. 우리는 상처 입은 몸이다. 우리의 작품들은 세상의 어떤 다른 문학 기관이 내놓은 작품보다 광범위하고 가식 없는 즐거움을주어 왔음에도, 어떤 종류의 글보다 폄하되었다. … (생략) … 오직 천재, 위트, 감식력으로만 승부하는 그런 작업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이 대세를 이룬 듯하다. "전 소설은 읽지 않아요…………. 소설은 들여다본 적도 거의 없는걸요………. 제가 종종 소설을 읽으리라는 상상은 하지 마세요.……. 소설치고는 꽤 좋네요." 이런 것이 판에 박힌 듯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아가씨, 뭘 읽고있어요?" "아이! 그냥 소설이에요!" 젊은 숙녀는 대답한다. … (생략) … 실은 여기서야말로 정신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 발휘되고,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 그 다양한 면모에 대한 가장 기막힌 묘사, 생생하게 넘쳐흐르는 위트와 유머가 선택된 최상의 언어로 세상에 전달되는 것이다. (42)

 




이 책 저 책 돌려 읽다가 정신 차리니 아, 자고 있었다. 읽던 책 마저 읽어야 한다고 집중하고 있는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시라. 아름다운 목소리의 성우와 배경음악이 도서관 가득 울려 퍼진다. S마트에 들려 양상추, 크래미, 가을 자두 사고, 한살림에서 부침가루, 부추, 계란 사고, G마트에서 파프리카 사려다가 너무 비싸서(4,890) 못 사고, 라이스 페이퍼, 빠새 사 가지고 돌아왔다. (토요일 저녁 월남쌈 예정)     

 



잠깐 좀 쉴게요, 하는 심정으로 자두랑 빠새 꺼내놓고 어제 두 챕터 읽은 제인 오스틴 다시 펼쳤는데 너무 웃겨서 빈 집에서 혼자 우렁차게 웃고 있다. 세상에, 어쩜. 이런 사람이 있나 몰라. 평생 제인 에어 과몰입 상태로 살아온 내가 제인 오스틴에게로 넘어가는 소중한 순간. 을 기록해둔다. 제인, 잠깐만요. 잠깐만 다녀 올게요.   











댓글(37)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9-22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부분 읽고 소름돋았습니다^^ 사실 이 문장 때문에 이후 이야기가 기다려지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9-22 20:25   좋아요 3 | URL
소설을 쓰면서도 소설을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일침이 아주 대단합니다.
제가 이 소설 읽었거든요. 이렇게 새로울 수가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기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2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저는 2015년에 을유 작품으로 읽고 바로 저 문장을 페이퍼에 넣고 글을 썼습니다. 거리의화가 님과 단발머리 님과 제가 모두 하나가 되엇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2 20:36   좋아요 2 | URL
43쪽의 몇 문장은 정말 다락방님의 문장 같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소설론, 소설 애정론, 소설 최고론, 소설 만능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넘 재미있어요. 결말이 기억 안 나요 ㅋㅋㅋㅋㅋㅋ 넘넘 신나요!

유부만두 2022-09-23 08:54   좋아요 1 | URL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다락방님이 생각나서 문자 보냈더니 이미 페이퍼 쓰셨다며 쿨하게 링크 주셨죠. 역시!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 2022-09-23 08:57   좋아요 1 | URL
2015년에 이미 끝낸 사람. 게다가 읽기 전에 이미 소설에 대한 극찬을 책에 썼던 사람이 접니다.
(한껏 으쓱한다) 누가 제 어깨에 힘 좀 빼주세요! 껄껄

단발머리 2022-09-23 13:45   좋아요 1 | URL
쫌만 기다려 보세요. 잠자냥님~~~~~~
근데 잠자냥님은 다락방님 자뻑모드 놀리면서도 아끼는 느낌이에요. 그게 진심일까요? ㅋㅋㅋㅋㅋ 진심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참사랑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9-22 2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또 저만 안 읽었군요 ㅋㅋㅋㅋ 냉동케이크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앞에 놓고 책 펼쳤습니다~ 근데 저 책 읽고 싶네요 🙄

단발머리 2022-09-22 21:07   좋아요 2 | URL
46쪽입니다.


˝아이 참, 정말 고맙다, 얘. 그리고 『우돌포』를 끝내고 나면, 우리 『이탤리언』을 같이 읽자. 너 주려고 같은 종류의 소설 목록을 열두 개쯤 뽑아 놓았어.˝
˝그랬어, 정말? 너무 좋아! 그게 뭔데?˝
˝제목을 바로 읽어 줄게. 여기 내 수첩에 목록이 있어. 『울펜바흐의 성』, 『클러몬트』, 『비밀의 경고』, 『검은 숲의 네크로맨서』, 『한밤의 종소리』, 『라인강의 고아』, 『끔찍한 미스터리』야. 이 정도면 꽤 버티겠지.˝


제 친구들 아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너무 제 친구들 같아요. 다음에 뭐 읽자, 그렇게나 ㅋㅋㅋㅋㅋㅋ 그렇게나 목록을 뽑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3 08:20   좋아요 1 | URL
또 저도 안읽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사놨습니다!!

건수하 2022-09-22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스틴 다음 책은 저걸로! 읽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9-22 21:08   좋아요 2 | URL
좋은 선택이십니다 ㅋㅋㅋㅋㅋ 그래도 아직까지 랭킹 1위는 <오만과 편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2 21:1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까지는 오만과 편견이요 :)

참, 빠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담에 사먹어볼래요)

단발머리 2022-09-22 21:15   좋아요 0 | URL
저는 30대까지 제인 에어파였는데 30대 후반에 제인 오스틴파로 넘어갈랑말랑.

빠새는 새우맛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빠삭한 새우칩) 저는 얇아서 좋아합니다. 마침 세일이라 1,0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에 한 번 드셔보세요.

건수하 2022-09-22 21:19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읽었을 때부터 제인 에어보다 제인 오스틴이요 :)

단발머리 2022-09-22 21:33   좋아요 2 | URL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한테 빌려서 제인 에어 읽고 완전 사랑에 빠졌어요. 그 음울하고 스산하고 진중하고 그리고 항상 꼿꼿한 제인에게 반해서요. 이름만 들었던 <오만과 편견>을 그냥 그런 연애소설로만 알았는데........... 아!! 세번 정도 읽은거 같은데 또 읽을 용의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오늘밤에는 노생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9-23 08:57   좋아요 1 | URL
안돼요. 전 브론테 파 할거거등요. 오스틴도 좋지만 역시 브론테가 짱이죠. (막 우긴다)

수하님, 단발님, ‘빌레뜨‘ 읽어주세요.
전 그리고 빠새 대신 콘칩입니다. 세일이라 역시 천원. 근데 더 먹게 되니까 은근 손해입니다.

다락방 2022-09-23 08:57   좋아요 0 | URL
저에게 오스틴 1위는 <설득> 입니다. 후훗.

건수하 2022-09-23 08:5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폭풍의 언덕> 읽고 있는데요, 이거 읽고 빌레뜨로 가겠습니다 ^^

건수하 2022-09-23 09: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아직 <오만과 편견>… ^^

단발머리 2022-09-23 09:01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 저 빌레뜨 읽었어요 헤헤헤
제가 스포 걱정되서 리뷰를 많이 올리진 않았지만요. 브론테파 감사드려요. 전 영원히 브론테파에요 (바로 변절)

바람돌이 2022-09-22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오만과 편견 한 권 읽고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이 됐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위대합니다. ^^

단발머리 2022-09-22 21:09   좋아요 2 | URL
저도 첨에 오만과 편견 읽고, 어머나! 이제서야 오스틴을 만나다니, 하면서 감탄과 후회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은 위대합니다!!

유부만두 2022-09-23 08:5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위험해요. 이미 당신은 빠져 나갈 수 없는 바다로 나오셨습니다. 노 빠꾸 오스틴 월드. 자매품은 브론테 자매입죠.

바람돌이 2022-09-23 13:47   좋아요 0 | URL
그나마 이들의 작품의 수가 많지 않은것을 다행이라고.... ㅠ.ㅠ
프랑켄슈타인 보고도 깜짝 놀랐는데 제인 오스틴은 완전히 놀랐습니다. 너무 대단해요. ^^

독서괭 2022-09-2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홋 노생거사원에 확 구미가 당기게 만드는 인용문이네요^^ 저는 제인에어보다 폭풍의언덕을 좋아했는데, 오스틴은 오만과편견밖에 읽은 게 없어서.. 흠흠 다미여 시작 전에 노생거는 읽어둬야 하나.. 고민입니다~ 읽을 책 너무 많아유😱

단발머리 2022-09-23 13:46   좋아요 0 | URL
폭풍의 언덕 저도 좋아하지만 한 번 읽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더라구요. 근데 11월 기다리며 한 번 더 읽기는 해야 하는데요.
노생거는 완전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깁니다. 밤 11시 반에도 웃을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강추!

psyche 2022-09-2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오 하다가 바로 빠새로 눈이..... 빠새 맛있나요?

단발머리 2022-09-23 13:5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어쩌나요 ㅋㅋㅋㅋㅋㅋ 빠새 완전 맛있습니다. 어제 한 봉지 뜯어서 세 명이 나눠먹는라 바빠서 오늘 또 사갑니다.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09-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새랑 빨간 자두도 침흘리다가 독서대 나무 날강하게 벗겨진 게 눈에 들어오네요. 단발머리 님 오래된 독서의 흔적 ^^

단발머리 2022-09-23 13:51   좋아요 1 | URL
전 가을자두 안 사먹어봐서 몰랐는데 참 맛있네요. 오래된 독서의 흔적 알아봐주시는 프레이야님^^
책 읽다가 졸아서 맨날 떨어뜨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른기침 2022-09-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렸을 때 읽었던 오스틴이어서,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다시 읽어봐야 되나 살짝쿵 흔들립니다.
이쁜 가을요

단발머리 2022-09-23 13:51   좋아요 0 | URL
전 노생거 이번에 두 번째인데도 너무 재미있네요. 소심하게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자두 맛있죠?
저도 주말에 사서 하루에 하나씩 먹고 있고, 지금도 잘근잘근 씹으면서 먹다가....응? 단발님 자두는 더 빨개서 더 맛있어 보인다는~^^
내가 유일하게 실수로 놓친 오스틴 책이 노생거 사원인데....저렇게 위트있는 대목이 있었다니!!!!!
노생거 사원 얼른 사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9-23 13:54   좋아요 2 | URL
사진 필터 사용해서 더 빨개보여요. 빨간 가을 자두 참 맛있네요.
노생거 사원 아직도 안 사신 거에요? 근데 왜 저는..... 책나무님 노생거 사원 사신 거 같죠?
그것이 궁금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9-23 14:15   좋아요 1 | URL
노생거 사원 주문한 줄 알았는데 오만과 편견을 다른 출판사껄로 또 샀더라구요ㅜㅜ
그때 좀 이상하다? 확인한다고 애들방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그새 까먹고 딴 생각하고 나왔던 건지?? 그냥 주문클릭 들어가 굿즈 고르느라 정신 팔았나 봅니다ㅜㅜ
택배 상자 열고 깜짝 놀랐죠.
아니 왜??? 또 오만과 편견이?? 노생거 사원 어디갔어?? 그러면서....요즘 건망증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내가 나를 두려워하는 단계까지 가면 심각한 단계라던데....ㅋㅋㅋ
안그려도 점심 늦게 먹고 커피 타갖고 디지털~ 책 1장 다시 펼쳤어요. 아까 독서괭님이랑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달력보고 정신 번쩍!!! 했으나...또 자두 보고 쿠키 보고, 커피 보다가 북플에서 눌러 앉아 있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4 09:01   좋아요 1 | URL
저는 제인 오스틴 여러권 읽었는데 제가 랭킹 매기는 걸 좋아하잖아요. 노생거가 2위더라구요. 1위는 당연히 오만과 편견이고요.
책나무님 바쁘시겠어요. 디지털도 읽으셔야 하고 노생거 주문도 하셔야하고 ㅋㅋㅋㅋㅋㅋ
가족들 모두 집에 있어서 성수기네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나는 행복에 관한 일련의 물질적 · 담론적 장치를 ‘행복장치‘라고 부른다. 행복장치에는 종교, 교육, 가족 및 친족 제도, 학문적·대중적 담론, 일상화된 교육 프로그램, 소비 행위와 상품, 안전과 복지를 포함한 국가정책, 법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와 작용의 정당성은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한다는 주장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 P27

유목적 주체되기란 ‘진실한기다림‘을 통한 ‘생성‘과 ‘그물 같은 연결‘을 추구한다. 삶의 과정에서 주체가 대범하게 대하고 겪으며 견뎌나감으로써 변화로 도약하는 자유란 의미에서, 긍정의 유목 윤리는 ‘근본적인 긍정성 fundamental positivity‘을 취하며 고통과 취약성으로부터 긍정으로의 이행은 주체 및 사회의 변동을 야기하는 전환의 잠재력을 가진다고 설명된다. - P31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여성들의 정치적 움직임은 연결 행동의 범주에 포함된다(박동숙 · 김해원 · 이재원·정사강, 강혜원 · 백지연, 2018). 이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나의 직접적인 성취 경험 및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대리 경험과 사회적 지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자기효능감(Bandura, 1988)을 획득한다. ‘나는 용감하고, 똑똑하며, 탄력적이고, 영리한데다, 재밌는 사람으로서 여성주의적 움직임에 용기를 갖고 기꺼이 참여하겠다‘ 특권적인 감각을 얻는 것이다(Megarry, 2014).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효능감은 불안을 줄이거나 막아주며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 P66

둘째, ASMR 동영상에서 친밀감은 ASMR 창작자의 ‘돌봄‘의 발화 수행과 이를 극대화하는 상황극의 내러티브 장치로 구성된다. 창작자는 카메라를 통해 마치 시청자를 잘 아는 것처럼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가‘라며 청취자의 안부를 묻고, 시청자의 심신의 상태에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온다. 치과, 미용실, 강습, 마사지 숍 등과 같은 상황을 설정하는 역할극에서 시청자는 서비스 받는 사람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떠맡으며, 창작자의 주목과 돌봄을 한몸에 받는다. 이처럼 창작자와 시청자가 함께 공모하며 ‘연기하는 놀이 performance play‘로 친밀감의 정동은 강화된다. 실제 현실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자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ASMR 방송에서 돌봄 받는 감정은시청자인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구성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돌봄의 수혜자에게 권능감을 부여한다. - P108

이는 만화가 상대적으로 특정 독자를 염두에 둔 것인 데 반해, TV와 영화는 보다 많은 수용자를 대상으로 제작이 이루어진 것과 관련된다. 즉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면서 로맨스가 부상하고 그 영향으로 지배질서인 가부장제가 용인하는 사랑스럽고 유약한 여성이 여주인공으로설정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김은영·김훈순, 2012). - P144

예컨대,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명목으로 관습적으로 중혼이 용인되던 전통 한국 사회와 달리, 식민 지배 시절에 혼인 제도에 근거한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면서, 가문의 대를 잇고 ‘봉제사 접빈객‘을 하는 것에서, 내조와 자녀 양육에 힘을 쏟는 ‘주부‘ 역할로 여성의 책무가 한 차례 조정되었다(김지혜, 2015; 신경아, 1998; 이정선, 2013; 김은경, 2007). - P176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전업 주부를 이상적인 모성상으로 간주하면서도, 무급으로이뤄지는 가사 노동이나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돌봄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이중적 차별이 계속되었다. 따라서 여권 운동이 본격화된 90년대에는 주부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온 가부장적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모성 지원책을 마련해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며, 가정에서 수행하는 여성의 가사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고자 한 것이다(김경희, 2002; 양현아, 2002 박혜경, 2010). - P178

주부들이 수행해온 가사나 돌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테크나 부동산 투자/투기로 자산을 증식시키고 합리적인 소비자로서의 권능을 누리는 중산층 전업 주부를 이상화하는 담론이 횡행함에 따라 취업한 기혼 여성의 위치가 격하되면서 성별 분업이 다시금 강화되었다(박혜경, 2010). - P178

그 결과 오늘날 ‘좋은 어머니good mother‘ 란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채로, 이를 희생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의 어머니 경험 자체에서 충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경제적) 자유나 관계 추구, 지적 욕망을 박탈당하는 데 대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존재를 일컫게 되었다(Green, 2004; Feasey, 2013 재인용). 피지(Feasey, 2013)는 자녀의 양육을 총책임지면서도, 보상을 기대하지 않은채로 현명한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을 이상적인 어머니로 상정하는 것은 결국 전통적 성역할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적 독립을 성취해온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격backlash이라 해석했다. - P181

왼벽한 엄마의 모습이 아닌, 하루하루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돌발 상황을 수습하며, ‘웃픈(우스우면서도 슬픈)‘ 경험들을 자조적으로 포스팅한다. 해시태그를 검색을 염두에 둔 원래 목적이 아니라, 내용을 강조하거나 ‘반전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특정한 이미지 아래 여러 개의 해시태그를 달면서 다층적인 감정을 녹여내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 P193

많은 유자녀 여성들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맘스타그래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어려움이 공통의 경험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서로의 상황에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고, ‘독박육아‘와 같은 새로운 해석적 프레임 안에서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는 집약적 모성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 P19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9-22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많이 읽으셨네요, 단발머리 님? 제가 곧 따라잡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2 14:32   좋아요 1 | URL
반대! 엑스! 🙅‍♀️
 







 











권력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권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자들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원시사회들이 원하지 않는 것(원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바로 그래서 원시사회의 우두머리들은 권력이 없고, 바로 그래서 권력은 하나의 몸체로서의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불평등의 거부, 분리된 권력의 거부, 바로 이것이 원시사회들의 동일한 그리고 부단한 염려(念慮, souci)이다. 원시사회들은 매우 잘 알고 있다. 바로 이러한 투쟁을 포기한다면, 권력의 욕망 그리고 복종의 욕망이라고 명명되는 은밀한 힘들- 지배와 복종은 바로 이 힘들의 해방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다 - 을 가로막는 것을 그친다면, 자신들의 자유를 잃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128)

 



원시 사회(백인들이 말하는 원시 사회’)를 처음 목격했을 때, 백인들은 그들의 미개함의 증거로 강력한 권력 구조의 부재를 들었다. , 사제집단, 관료체제의 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그들의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다르게 본다. 불평등의 거부야말로 가장 고도의 정치 행위로서, 우두머리를 두되, ‘권력 없는우두머리만을 허락한 원시 사회보다, 강력한 왕권의 발현과 근대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진 현대 우리의 문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과 자유를 억압해 왔는지를 논증한다.

 

 


부족은 그들의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모두 동등하다, 너희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잘나지 않았고 또 못나지도 않다, 불평등은 거짓된 것이고 나쁜 것이므로 금지되었다, 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원시적 법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법을 전수 받은 젊은이들의 몸에 그것을 새겨 준다. 고통과 함께 받아들여진 동등한 표식으로, 성인식 때 법이 기입되는 표면인 개인의 몸은 사회 전체에 의한 집합적 투자의 대상이다. 이는 언젠가 법의 언표를 위반하는 개인적 욕망이 사회적 장()에 침투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다. (141)

 



너희들은 모두 동등하다. 는 이런 말은 대한민국 헌법, 미국 헌법, 유엔 헌장에서도 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원시 사회는, 그러한 이상의 실현에 잠시나마성공했다.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를 온전히 이뤄냈다.



















 

인종 말살이 "인종"이라는 관념 및 인종적 소수자를 멸절시키겠다는 의지와 관계된다면, 민족말살은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려고 하기보다는(그러한 상황은 인종말살적인 것이다) 그 사람들의 문화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 말살은 말살의 집행자들과 상이한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려는 것이다. 결국 인종말살은 사람들을 육체적으로 죽이지만, 민족 말살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죽인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죽음이 문제가 되지만, 결코 같은 죽음은 아니다.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제거는, 억눌리는 소수 민족의 저항 능력에 따라 시간 속에서 오래 연기되는 효과를 갖는 문화적 탄압과는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 관건은이 두 가지 악(惡) 중에서 좀 더 덜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야만보다는 더 작은 야만이 낫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찰해야 하는 것은 민족 말살의 진정한 의미이다. - P61

타자들은 절대적으로 나쁜 자들이기 때문에 멸절시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민족 말살은 차이 속에서 악의 상대성을 인정한다. 타자들은 나쁘기는 한데, 우리가 제안하고 부과하는 모델에 가능하다면 동화될 수 있도록 그들을 변화시키면서 개선시킬 수가 있다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민족 말살적 부정이란 자기에 대한 동화로 이끄는 것이다. 우리는 인종 말살과 민족 말살을 각각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의 도착적(倒錯的) 형태들인 것으로 대립시킬 수 있다. 남아메리카에서 인디언들의 살해자들은 차이로서의 타자의 위치를 그 극단까지 밀고 나갔다. 야만적 인디언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디언살해는 따라서 범죄가 아니다. 이 경우 인종주의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데, 왜냐하면 인종주의가 행해지기 위해서는 타자에게서 최소한의 인간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행해지는 것은 매우 오래된 모욕의 단조로운 반복이다. - P62

다시 말해 이러한 모든 "신"들은 흔히 명사에 불과하다. 즉 인칭명사가 아닌 보통명사이며, 그 자체로서 사회를 초월하는 문화의 타자(I‘Autre dela culture)의 표시이자 지표이다. 즉 그것은 하늘과 천체의 우주적인 타자성이자 인접한 자연의 지상적인 타자성이다. 특히 그것은 문화 그 자체의 근원적인 타자성이다. 사회적인 것(또는 문화적인 것)의 제도화로서의 법질서는 인간과 동시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이전의 시간과 동시대적이다. - P80

그 누구도 다른 자보다 어떤 것을 더 많이 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권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원시사회에 부재하는 불평등은 사람들을 권력의 소유자와 권력에의 예속자로 분할하는 것이고, 사회적 몸체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분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족장 제도는 부족의 분화의 지표일 수 없다. 족장은 명령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공동체의다른 구성원들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는 자가 아니기(ne peut pas plus) 때문이다. - P135

오스트레일리아인들과 부시맨들은 식량 자원을 충분히 모았다고 생각되면, 사냥과 채집을 중단한다. 소비할수 있는 것 이상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피곤하게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살린스가 말하듯이, "자연 그 자체가 저장고"인데, 유목민들이 무거운 비축물들을 들고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힘을 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야만인들"은 형식주의 경제학자들처럼 미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5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9-22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인들이 말하는 원시부족사회의 권력구조를 이런 식으로 본 사람도 있군요. 그런데 그 분포가 얼마나 될지는 좀 궁금하네요. 실제 북미 인디언 사회가 좀 떠오르고, 그 외는 잘...... 아프리카의 부족사회도 권력에 의한 지배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고 그렇네요.

단발머리 2022-09-22 15:10   좋아요 2 | URL
이 책의 저자가 모델로 삼는 ‘원시 사회‘는 브라질 내부, 깊은 숲 속의 인디언들입니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는 백인을 처음 본 인디언들도 있었고요. 소개 소개 받아서 강 건너 깊은 숲 속으로 그들을 만나러 들어갑니다^^
 





 













어제는 청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바람막이 얇은 점퍼(작은애꺼)를 입고 있었는데 많이 추웠다. 맑은 콧물이 주르르 흐르는 바람에 자꾸 킁킁댔다. 오늘은 조금 더 두툼한 집업(큰애꺼)을 챙겨왔다. 그런데도 바람이 세다. 특별한 이유가 있겠죠, 20도에도 에어컨을 켜는 이유가, 라고 생각해주는 이해심.

 


오자마자 내일이 반납인 책 두 권을 후르르 살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그 책들은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과사랑은 왜 끝나나』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읽는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고, 어려워서도 아니고. 순수하게 눈이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10분 자고 일어나니 12시 반이다. 설렁설렁 걸어가서 빽다방에서 라떼 한 잔 사가지고 집에서 가져온 호두과자 꺼내놓고 다시 읽기 시작한다.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좀 길기는 한데, 그래도 옮겨 본다.

 


고통과 행복의 관계를 생각함에 있어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에 대한 해석은 귀중한 도움을 준다. 버틀러(2006)는 존재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자신의 정치윤리학의 근본 전제로 삼는다. 존재의 취약성이란 어느 누구이든 무엇이든 본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약함 precariousness이기도 하며, 특정한 사회질서 안에서 야기되는 구조적 취약성precarisation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버틀러는 주체에게 부여된 실존적 · 구조적 취약성이 그 또는 그녀가 모든 존재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윤리적 근거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내가 존재하게 되기까지 이미 나는 알거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 - 타인, 생물과 무생물, 환경, 세계 전체에 이르기까지 - 에게 의존하고 빚을 졌다. 나는 당신이 없다면, 다수 무명의 그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약한 존재다. 각자 이토록 약하고 고독한 주체들이 '우리'로 공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바로 그 취약함과 의존성 때문에, 그 누구도 타자에 대한 책임 윤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에 대한 공존과 협력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버틀러에게는 주체의 벗어날 수 없는 취약성이 삶, 나아가 공통적인 삶의 원리로 긍정화된다. (28)

 


실존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성.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각이 특히 눈에 띈다. 버틀러를 한 권, 딱 한 권(당연히 『젠더 트러블』) 읽고, , 나는 버틀러를 더는 읽지 못할 거야, 라고 말했으면서 버틀러 한 권 더(『비폭력의 힘』) 구매한 사람은 또다시 버틀러가 궁금해진다.



 


 













지금 책상 위에 있는 책은내일을 위한 내 일』. 300번 대 사회과학 쪽에 페미니즘 칸에서 발견했다. 페미니즘 도서는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희망 도서를 신청해 두었던 터라, 이 도서관의 페미니즘 칸을 각별히 애정하는데 그 쪽에서 발견한 책이다. 정세랑 작가 파트를 읽고 싶어 뽑아 들었는데, ‘심드렁하게 계속하기의 고인류학자 이상희님 파트도 재미있을 거 같고, 무엇보다 이수정 교수님 파트를 읽어야 해서. 대출해야겠다.

 



현재시간 2 44. 6시까지지만 5 50분에 나가야 하니까. 3시간 6분 남았다. 이제 5.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9-21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8쪽 취약성 얘기하는 부분 너무 좋아서 버틀러를 사지 않았겠습니까. 버틀러 나는 별로야, 안 사! 라고 생각했으면서 또...

<내일을 위한 내 일> 사실 저는 딱히 관심 없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상희 교수님과 이수정 교수님 파트가 궁금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2-09-21 15:27   좋아요 3 | URL
버틀러 뭐 사셨는지 좀 알려주시구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이수정 교수님 사진 한 장 첨부할껄 그랬네요. 작고 얇은 책이에요. 인터뷰 하는 사람이 이다혜 작가라서 그래서 조금 더 관심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입니다.

다락방 2022-09-21 15:29   좋아요 1 | URL
버틀러는 <위태로운 삶>을 샀습니다. 인용하신 부분이 버틀러의 그 책에서 나온것 같아서요. 원제는 <Precarious Life: The Powers of Mourning and Violence> 입니다!

단발머리 2022-09-21 15:46   좋아요 0 | URL
흐미 ㅋㅋㅋㅋㅋㅋㅋ 언제요? 몰랐습니다. 난 정말 몰랐었네. 위태로운 삶, 목차 보고 오실게요. 책 사면 원제도 아시는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다락방 2022-09-21 15:46   좋아요 0 | URL
참고문헌의 원제를 보고 검색해서 번역서를 샀습니다. ㅋㅋㅋ
아 다음주 월요일 책탑 사진에 포함될 것입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2-09-21 15:50   좋아요 1 | URL
아.... 우리 다락방님 너무나 진심이십니다. 연구물... 이 책은 연구물 엮은 책이잖아요. 논문 모음집 이런 느낌.
이렇게 열공 & 예습 & 복습 하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놀랍고 자랑스럽습니다!

다락방 2022-09-21 16:11   좋아요 1 | URL
아뇨아뇨 아직 안했어요! 책만 샀다고요, 책만 ㅠㅠ 사는건 제가 제일 잘하는 일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2-09-21 16:26   좋아요 1 | URL
공부의 시작은 ‘구입‘에 있습니다.
일단 책은 준비되셨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9-21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도서는 내가 책임진다!!!라니~ 단발머리님 계신 곳 도서관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짜릿합니다ㅎㅎㅎ
저 앞부분 중 버틀러의 인용 부분 좋았어요. 컨디션 좀 회복되면 1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1 16:09   좋아요 1 | URL
제가 3년 전에 이사를 와서요. 저쪽 동네 페미니즘 도서 많이 구매해주었고요 ㅋㅋㅋㅋㅋ 이제 이쪽 지역을 맡아서 열심히 활동중입니다. 죄송한 점은 제가 신청하고 안 읽는 책이 있다는 점인데요. 그래도 필요한 분이 찾았을 때, ‘아, 이 책도 있어?‘하고 반가워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거리의화가님 완독하신걸로 아는데 몸이 안 좋으신가요?ㅠㅠ 얼른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유부만두 2022-09-21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몇 시간 읽으시는거네요??? 그거 공부 잖아요?!!!

날씨가 선선해서 좋은데 낮에 집안은 은근 더워요. (에어컨 살짝 아주 조금 틀었어요)

단발머리 2022-09-21 20:35   좋아요 1 | URL
오전에 좀 늦게 가서요. 5시 45분에 돌아가시라는 노래 듣고 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공부는 아니구요. 헤헤

쉬는 시간에 광합성 타임 가졌는데 볕은 정말 뜨겁더라구요. 낮에는 여름일까요? @@

건수하 2022-09-21 2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점심을 호두과자로 때우신다는 말씀..?? 아니되옵니다 잘 드시고 공부하셔야… ^^

도서관 좋아보여요 에어컨은 좀 줄여달라고 하면 안되나요? ^^

단발머리 2022-09-24 09:05   좋아요 3 | URL
제가 오늘 좀 늦게 들어가서요. 10시 반이었는데, 몬테크리스토 백작님 와 계셨습니다ㅋㅋㅋㅋㅋ 몬테크리스토 백작 원서를 A3 크기로 출력하셔서 사전 보면서 꼼꼼히 읽으시는 어르신이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 그 분은 이미 열공중이셨습니다.
호두과자와 라떼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귀찮음은 항상 배고픔을 이깁니다. 집에 돌아와서 비빔밥 2인분 흡입했습니다^^

도서관 만들어진지 3년밖에 안 되어서요. 새건물이죠. 에어컨은..... 차마 그런 말 못 하는 이런.... 나이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2 13:30   좋아요 0 | URL
몬테크리스토 백작님 ㅎㅎㅎ
그 백작님도 단발머리님께 별명을 붙이셨을지도! 어떤 별명을 붙였을까요... ^^

저도 집앞에 도서관이 있는데 작아서 책 대출 반납만 주로 한답니다 :) 그래도 가까운데 있어서 정말 좋아요.

단발머리 2022-09-24 09:07   좋아요 1 | URL
제가 도서관 두 곳을 번갈아 다니는데요. 이 곳이 더 작고 더 조용합니다.

제가 가면 항상 그 자리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님을 읽고 계셔요. 가능하면 언제 말 좀 붙이고 싶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나요? 이렇게 원서를 출력해 매일 꾸준히 오랜 시간을 들여 읽으실만큼 이 작품이 중요한 작품인가요? 뭐, 이런 거를 ㅋㅋㅋㅋㅋ 물어보기는 좀 어려울 듯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1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도서는 내가 책임진다!!! ㅋㅋㅋ👍
그 도서관은 도대체 어딘가요??
휴게공간도 멋있고, 단발님덕에 300번대 사회과학 코너는 양질의 책이 가득 채워질 그 도서관!!! 견학 신청서 작성 좀 해둬야겠네요^^
저는 도서관이 집이랑 멀어버려 배가 고프면 난처해져서 배 고플까봐 불안해서 도서관을 못가고 있어요. 주말에 남편이 차로 태워 줘야 겨우 다녀오곤 합니다. 이렇게 또 의지하고 있는 약한 모습을?ㅋㅋㅋ
책이 무거우니까~^^;;;;
암튼 배 고프면 큰일나지!! 생각 하는 제가 단발님 점심 사진을 보고 아!!! 뒤늦게 큰 깨달음ㅋㅋㅋ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고 갑니다. 오늘 하루 막 놀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 오늘은 책을 한 장도 못 읽었네? 반성하다 단발님 글을 읽고 나니 더욱 반성을!!ㅋㅋㅋ
내일은 독서실이든 도서관이든 미디어 페미니즘 책 들고 가서 집중 독서를 해야겠습니다. 배고픔은 좀 참아보구요~^^

단발머리 2022-09-23 13:59   좋아요 2 | URL
새 도서관이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희망도서 신청하면 거의 다 받아주고요. (만세!!!)
저는 저 날 아침 늦게 먹고 나와서요. 그래서 커피와 호두과자로 때우고 도서관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책 저는 앞부분 어려웠는데 뒤쪽은 조금 더 낫네요. 여러 주제가 모여 있어서 각자 할 이야기도 많을 거 같고요.
오늘도 즐독하세요, 책나무님! 간식 사진 기다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6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퀴어이론 산책하기>를 보니 버틀러 번역에 문제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어려운 이론이 번역까지 믿을 수 없으면 ㅠㅠ 그래서 저는 아직 도전하지 않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9-28 16:1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버틀러 번역 문제 있다는 이야기 많죠. 근데 버틀러는 원문으로도 난해하다는 평을 듣는 철학자인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일단 <젠더 트러블>을 읽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정신적인 영양실조



 
















<정신적인 영양실조>라는 글의 앞과 뒤를 보충해 다시 썼다.

 


『살림 비용』을 읽었다.  

 


제발 파리를 버리고 시카고로 와 함께 살자고 앨그렌이 사정했을 때, 보부아르는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난 행복과 사랑만을 위해 살 수 없어. 내 글쓰기와 일이 유일하게 의미를 가지는 곳일지도 모를 이 곳에서 계속 글을 쓰고 일을 하는 걸 단념할 순 없어."

 

글을 쓰면서 행복과 사랑과 가정과 아이도 가질 수 있지는 않았을까? 보부아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게 얼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인지 경험했다. (『살림 비용』, 87)

 


나는 보부아르는 아니니까, 라고 말하는 데버라 리비. 글을 쓰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글을 써서 아이를 키우는 데버라는 이제 막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되어 홀로 선다. 보부아르는 글쓰기와 일을 택했다. 사르트르의 아침을 걱정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평생을 호텔에서 지냈다. 오늘날까지도, 여자의 제일 되는 목적이, 삶의 이유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믿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데버라는 아니었다.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 이제 막 가부장제의 틀을 벗어나기로 한 데버라는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었고, 서재 없이 써내야만 하는 원고가 있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글로 먹고산다는 건 얼마나 고된 일인가. 보부아르는 나비처럼 유유히 혼자만을 책임지면 되겠지만(엄마 생활비를 대기는 했음), 데버라는 그렇지 않았다. 데버라에게는 아이가 있었다. 사노 요코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부아르가 싫었다. 몸이 튼튼해서 싫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고 그 치아가 볼에 박혔는데도 태연하게 몇 주일이나 여행을 계속했다. 내 친구 중에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이상적인 남녀관계로 신봉하고 그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인생을 망친 여자도 있다.

그 사람의 결사적인 철학과 행동에 대해 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강인한 체력이 못마땅했을 뿐이다. 이 여자는 뇌나 뼈에 치아가 박혀도 태연하지 않을까? 이런 속내도 다른 사람에겐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몸 약하고 머리 나쁜 여자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보부아르를 무시할 수 있었다. 그래, 그래, 너 잘났다. 자식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넌 그렇게 살아. 나하곤 상관없어. 나는 사는 게 힘들거든. 일상이 힘들면 생활이 철학이 돼. (『문제가 있습니다』, 164)

 

이 글을 썼던 때가 2018년이고, 2017년부터 읽기 시작한 『제2의 성』을 제대로 읽은 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와 함께였던 2019년이다. 2019년에2의 성』을 읽을 때, 나는 보부아르의 천재성에 완전히 압도당했고(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해는커녕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어 나의 책 읽기는 감탄환희그리고 고된 입력의 연속이었다. 2021, 모임에서 다시2의 성』을 읽었을 때는 책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읽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눈에 거슬리는 문장들이 있었다.  

 









여자는 기생충처럼 남자가 먹여 살린다. (677)

 

결혼은 여자를 사마귀 암컷으로, ‘거머리, ‘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결혼의 형태를 바꾸고 여성의 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677)

 

내게도 약간 사노 요코 같은 마음이 생겼다고 할까.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요? 회의와 물음이 마음 깊은 속에서 일렁였다. 읽기 싫을 때가 종종 있었지만, 아무튼 끝까지 읽었다. 나 혼자 삐져있던 내가, 나 혼자 화해(?)하게 된 계기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을 읽었을 때 찾아왔다. 여러모로, 여러 장소에서, 여러 위치에서, 에이드리언 리치는 내게 해답이 되어준다.

 
















가정에 매이지 않는 여성, 이성애적 짝짓기와 출산의 법칙을 거스른 여성은 남성 헤게모니에 커다란 위협을 가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이런 여성들은 선교사로, 수녀로, 교사로, 간호사로, 결혼하지 않은 이모나 고모로,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라는 기대를 받았고, 중산층이면 노동력을 팔지 말고 무상으로 제공해야 했으며, 여성의 처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온화하게 말해야 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이들은 아이들에게 매시간 매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명상하고 관찰하고 글을 쓸 시간이 있었고, 일반적인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샬럿 브론테(첫 임신 중 사망), 마거릿 풀러(주요 업적은 아이를 낳기 전에 이루어졌다),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제티,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아이 없는여성들의 인정받지 못한 연구와 학문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15)

 


에이드리언 리치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가정에 매이지 않은 여성, 아이가 없는 여성들이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결혼했고, 가정에 매여 있으며, 출산해 아이가 있는 여성들에게 전해 주었다고 보았다. 그들의 명상이 우리에게 빛을 비춰주었고, 그들의 글이 우리의 안내가 되었으며, 그들의 자유로움이 결국은 우리의 속박을 끊어내는데 강력한 무기가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말한다. 독신 여성,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이 없는 여성들이, 우리에게 그런 힘을 주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읽으면서 비로소 나는 내 안의 모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모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모성, 강요된 모성이 아니라, 내 안의 모성, 나 같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나만의 모성에 대해 비로소 긍정할 수 있게 됐다. 후회하지 않으면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으면서, 내 시간과 과거를 안타까워하지 않으면서, 엄마였던 나를,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갈 나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살림 비용, 161)

 



이제 데버라는 가부장제가 주는 가치 없는 보석을 소유하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겠다고 말한다. 가정이라는 안전(?)한 보호막을 벗어나,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맞서, 자기혐오의 고통을 이겨내리라 다짐한다. 삶의 비용을 들여 글을 쓰겠다고, 이 글도 그렇게 쓰였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 그 두터운 어둠과 맞서겠다고, 자신의 발로 서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걸어가겠다고 말한다.

 


부러움을 안고,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데버라 리비를 응원한다. 그녀의 건필을 응원한다.














댓글(34) 먼댓글(2)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수녀의 운명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2-20 18:32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임무는 ‘출산’이고, 가장 중시되는 역할은 ‘어머니’다. 그래서 이것을 거부하는 여성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멸시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독신 여성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임무와 역할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이 없는 여성의 지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여러 번 썼기에 링크로 갈음한다. (제 글을 제 글에 인용하는 저의 게으름을…. 부디 탓하지 마소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데버라 데비
  2. 강제적 이성애와 정희진 만세!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2-01 11:51 
    ‘아이 없는’ 여성의 지적 성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한 에이드리언 리치에 대해서는 이렇게 두 개의 글을 썼다. (내 글에 내 글을 인용할 때 많이 거시기하지만, 앎비앎 친구 쟝쟝님이 괜찮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접어두고 링크를 건다.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2662668,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3944978)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는 에이드리언
 
 
건수하 2022-09-20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곳이 세 분이 잘 찾아가신 그 곳이군요 (분위기 좋아보여요) ^^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요?

제 마음이 이랬어요. 그래서 어차피 그런 거 더 알고 싶지 않았는데..
단발머리님 글 보면서 에이드리언 리치 읽어보고 싶어졌거든요.
그러나 아직 게을러서 아니면 절실하지 않아서 그런가 시작은 못했어요.
읽으면 제 마음도 좀더 편해질까요.

근데 읽어야 할 책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알라딘 서재 와서 더더 많아졌어요 ^^

단발머리 2022-09-20 11:06   좋아요 3 | URL
분위기도 좋고, 피자도 맛있고 파스타도 맛있고 청포도에이드도 맛있습니다. 화이트와인은 제가 맛을 못 봐서요 ㅋㅋㅋㅋㅋ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는.... 정확히는 인도해주는 많은 작가들이 수하님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만날 만한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전 베티 프리던 첨 읽고 완전 기절할 거 같았거든요. 근데 그다음에는 케이트 밀렛,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힐 콜린스는 또 넘나 좋고요. 아... 그리고 우리의 필리스 체슬러 ㅋㅋㅋㅋㅋㅋㅋㅋ 놓치지 않을 거에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그 중에서도 또 각별하고요. 전 이 분이 시인이라는게 그게 참 좋아요. 천재의 완성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0 11:23   좋아요 2 | URL
때가 있다는 말이 좋네요. 마음만 급하고 읽지는 않고… 읽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

단발머리 2022-09-20 11:41   좋아요 1 | URL
네네, 수하님! 읽다보면, 계속 읽다보면 길이 보일거라 믿어요.
서로에게 후레시(라이트 ㅋㅋㅋㅋㅋ)가 되어주기로 해요, 우리!!

책읽는나무 2022-09-20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단발님의 기지로 찾아가셨다던??ㅋㅋㅋ
피자 맛나 보입니다.
가끔은 엄마라서 한계를 깨닫는 순간도 있고,
가끔은 엄마라서 절로 주저하고 뒤로 물러나게 되는 비겁한 순간도 있고...그래서 나는 왜 엄마밖에 될 수 없었던 건가? 싶기도 하거든요.
근데 조울증이 심해서일까요?
또 가끔은 내가 엄마라서 좋고, 행복하고, 다행이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많기도 합니다.
계속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ㅋㅋㅋ
책을 읽으면서도 용기를 얻지만, 또 가끔은 단발님처럼 이런 글도 큰 용기를 얻게 되어 좋네요.
데버라 리비 저도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09-20 11:11   좋아요 2 | URL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의미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자 아주 맛있고요. 저 피자가 맛이 좋아서 갈때마다 기본으로 주문하곤 했습니다.

저는 엄마라서 싫은 때가 많았지만, 이건 잘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무력감 때문이었구요. 아이들이 자라는 거 볼 때 행복하고 좋아하고 같이 소리지르고 놀고 그런거는 잘 했던 거 같아요. 요즘은 또 다른 의미로.... 복잡하기는 합니다. 아이들이 이제 많이 자라서 제 손이 더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이제 내 삶을 또 어떻게 만들어가야하는 그런 생각이요. 근데 일단 오늘은 모르겠다,하고 도서관 왔어요.
제 글이 책나무님께 위로가 되었다니 기뻐요. 책나무님 글과 댓글도 제게 항상 큰 위로가 됩니다.

잠자냥 2022-09-20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팔만 나온 분 다부장님이죠? ㅋㅋㅋㅋㅋㅋ
팔만으로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0 11:31   좋아요 3 | URL
어쩔ㅋㅋㅋㅋㅋ 딩동댕 맞았습니다! 간식 상자 준비도 안 했는데 이렇게 맞추시면 어뜩해여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11:46   좋아요 2 | URL
저도 아까 사진 보고 그리 짐작했었어요.
앞의 분은 비타님 그 옆은 다부장님!!
비타님은 가방 보고 알았어요ㅋㅋ
간식 상자 준비하시면 단발님 거덜나실 거에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0 11:50   좋아요 2 | URL
준비 안 하기를 잘했네요. 담에는 다른 각도로 잘 찍어봐야겠어요. 여러분들이 단박에 맞추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사진 올릴 맛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6:50   좋아요 2 | URL
왜 알죠? 팔이 너무 튼실한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3   좋아요 1 | URL
아뇨 다부장님 요즘 이 옷 애용하시는 듯. 유럽에서도 입고(만세 사진 ㅋㅋㅋ) 얼마 전 엄마랑 산책할 때도 입지 않았나요?

다락방 2022-09-20 17:26   좋아요 1 | URL
1. 유럽에서 입은 옷은 이 옷과 다른 옷입니다. 디자인과 무늬가 조금씩 다릅니다.
2. 엄마랑 산책하고 찍은 사진은 엄마만 찍혔습니다. 엄마가 입은 옷은 또 다른 옷입니다. 제가 사서 입어보고 반품하려다가 엄마 입을래? 하고 드린 옷입니다.

그러나,
이 옷은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옷입니다. 이거 입을 때 제일 예뻐요. 누가 그렇게 말해준 건 아니고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9-21 15:17   좋아요 0 | URL
이거 입을 때 제일 예뻐요. 가 저의 올해의 문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다락방님. 잊지 말아요!
글고 담에 만날 때 그 옷 입고 나와야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9-20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꼬인 마음 없이_ 이 태그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저 역시 한때 꼬인 마음으로 선을 긋고 니편내편 아무도 가르지 않았는데 나 혼자 가르고 분노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다 한숨 쉬고 그런 나날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꼬인 마음이 들지 않아요. 그래, 니 갈 길을 가렴, 나는 내 갈 길을 갈게, 이런 마음도 아니고 말이죠. 이건 어떤 까닭일까요. 체념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고 말이죠. 저는 엄마라서 싫은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라고 거짓말을 하려고 보니까 아가 어릴 때 아가아가할 때 힘들었네요. 물론 지금도 가끔 힘들긴 합니다만 말이 통하는 게 어딘가 싶습니다. 저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책나무님이 엄마밖에 될 수 없었던가 라는 의문에 사로잡힌다는 거 보고 좀 놀랐어요. 제가 아는 가장 멋진 엄마들 중에 한 분이신데. 엄마라서 완벽해야만 한다, 완벽한 엄마, 라는 그런 모순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한 번도 없었지만 유독 엄마라는 틀로 존재지워보면 완벽한 엄마_라는 틀에 많은 이들이 사로잡혀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자라 이제 단발님 인생을 다시 한번 만들어가는 형식에 대해서 생각하신다 하니 저는 그럼 그 길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0 12:01   좋아요 2 | URL
기혼 미혼 여성을 나누는 그런 태도가 기혼 여성은 그들대로, 미혼 여성은 그들대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가지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기혼 여성이지만 미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ㅋㅋㅋㅋㅋ)의 딸이 있으니까요. 그 아이의 입장이 충분히 제 생각의 한 부분을 차지할 테구요.

비타님도, 책나무님도 제가 보기에는 너무 좋은 엄마셔서, 엄마로서의 회의나 좌절 같은 거는 모두 모아 저에게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가부장제에서 엄마에게 요구하는 것이 ‘완벽한 희생, 완벽한 헌신‘이다보니, 비타님, 책나무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아이들을 응원하면서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 앞으로도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또 한편으로는.... 알라딘의 몇몇 이웃분들의 아가들 이야기 듣다보면 껌딱지 같은 귀여운 아가아가들이요. 저도 막 그 때가 생각나서 금방 마음이 컴컴해지곤 합니다. 도무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이 무해한 족속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지나고 보면 추억이지만 그 시간은 나름대로 매순간이 너무 힘드니까요. 그래서.... 이제 아이들이 학교 가버린 지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ㅋㅋㅋㅋㅋㅋ 저와 어울리지 않는 ‘열심히‘ 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오늘은 도서관이 만차입니다. 왜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21:43   좋아요 1 | URL
비타님과 단발님 저를 너무 고급 단계로 보시는 것 같은데 거기서 서 너 단계 낮춰서 보아 주세요.^^
저번엔 스콧님도 단팥크림빵 가위로 잘라서 찍은 사진 보시고 놀라시더니, 애들한테 소리 한 번 안지르고 키울 것 같다고 하셔서 저는 더 놀랐습니다!!!!
저는 절대 그런 엄마 아니거든요ㅋㅋㅋ
다들 저를 너무 좋은 엄마, 현모양처?로 보시는 경향이 있으신데 아니..아니에요.
제 주변에 아이들에게 화를 잘 안내시는 언니들을 보고 본받으려고 따라하긴 합니다만...저는 때론 ‘나‘를 찾고 싶은 순간들이 더 많은 엄마입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맨날 내 팔자야~ 그러면서 징징거리는데 남편이 받아준다고??ㅋㅋ
나 이 다음에 태어나면 절대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거라고...큰소리 뻥뻥 쳐놓고도 돌아서면 남편한테 의지하는 게 넘 커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해서 의지하는 건지? 내가 너무 나약해서 기댈 곳이 없어 의지하는 건지? 헷갈릴때가 많은데 전 그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내 자신이 무능해 보여서 싫은 거에요.
그래서 전 나와는 다른 성격, 더 강한 성격을 가진 데버라 리비 <살림 비용>을 정말 기분좋게 읽었던 것 같아요.^^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댓글을 달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적자~ 하고 수다 한 소쿠리 쏟아냅니다ㅋㅋㅋ
속에선 감정들이 솟구치고 왔다 갔다 하지만, 그냥 억누르고, 주변 사람들이나 요즘은 책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나 또는 알라디너들에게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은 점들을 뽑아서 몸에 흡수시키며 살고 있는 중이에요. 계속 억누르면서요~^^
결국 삶의 최종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 아닌가? 싶어 행복하려고 용 쓰구요^^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저도 낮에 이 문구가 와 닿았었는데..
모두가 똑같은 마음인가 봅니다만~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우리도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보아요♡

수이 2022-09-21 08:18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이 멋진 엄마, 좋은 엄마라는 건 사실일 거 같지만 가령 책나무님이 멋지지 않고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그건 제가 책나무님 바라본 거랑은 무관해요. 물론 아이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지만 물론 그러기를 바라는 게 우리 모두의 엄마 마음이겠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알아서 잘할 거 같아요. 아무리 엄마들이 애쓰고 아둥바둥해봤자 잘 되는 녀석들은 잘 되고 안 되는 녀석들은 안되던걸요. 그러니까 각자 팔자 소관. 저는 책나무님의 온라인상 모습만 보고 책나무님은 분명 좋은 엄마일 거야, 좋은 사람일 테니까, 라고 생각한 거라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혀야 하겠습니다.

섣불리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지만 책나무님께서 ‘나‘를 찾고 싶은 순간들 이야기하시니까 얼마 전에 친구랑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 친구(단발님 아님)와 이야기 나누다가 만일 내가 내 현재 자리와 내 현재의 자아와 많이 갈라서는 지점들이 있을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어쩌면 페미니즘을 더 이상 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어떤 지점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책나무님도 읽고 쓰시면서 여정을 계속 나아가시리라 믿어요. 어차피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작업은 아니니까 길게 호흡하고 나아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꼬인 마음이 중간중간 들기는 합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1 09:27   좋아요 1 | URL
이래서 비타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나봅니다ㅋㅋㅋ
실제로 멋지지 않아도 좋은 사람일 거라고 하시니...좀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지네요^^
지난 달의 페미니즘 책을 읽고 참 좋았었는데 뒤늦게 살짝 혼란스러워졌고, 이번 달은 페미니즘 책을 읽으려고 하면 자꾸 신당역 살인사건이 떠올라 또 혼란스러워 책이 잘 안 읽혀지는 거에요. 책을 읽어 고무되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자꾸 여성들이 죽어나가는데...라는 생각들이 어지럽네요. 저도 이렇게 무언가 하나에도 이리 흔들리는데 앞으로의 나란 존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란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래도 내 현재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겠다! 란 생각은 늘 뿌리에 두고 살려고 하기 때문에(간혹 억압일 수도 있겠죠?) 페미니즘 책들도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비타님과 비슷한 부분인 건가?^^ 아니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또 후회하고 또 털고 그러면서 살아가리라 봅니다.
저는 집안에 있으면서 책을 읽다가도 내가 책만 읽고 있어도 되는 건가??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많거든요.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면서 내가 페미니즘 책을 읽고 페미니즘 운운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ㅋㅋㅋ
그래서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남편과 애들을 지휘하고 있다!! 나 아니었음 이 집이 어쩔 뻔 했어? 되려 더 큰 소리 치고 있어요. 아마도 저는 자존감을 키우려고 페미니즘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책들이 너무 어려워서 북플을 안들어올 수가 없어요. 들어와서 계속 자극받고 배우고 깨닫고...긴 호흡이라도 내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고 싶네요ㅋㅋ
제가 보는 비타님은 꼬인 그 마음 매듭을 묶지 않고 있어, 금방 이쁘게 풀리실 듯~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1 15:22   좋아요 2 | URL
비타님 / 팔자소관,은 올해 저의 사자성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타님, 존경합니다. 저는 꼬인 마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과정이고 언젠가는 풀어질거다,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자책감 없이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나무님 / 저는 결국에는 페미니즘이 우리가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편과 애들을 지휘하고 있어! 이런 생각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기혼 전업주부 여성의 재생산노동이 터무니없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우리마저 그런 생각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죠?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간식이 필요하다는 결론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0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래서 살림, 비용 이군요. 살림, 비용.
부러운 마음과 꼬인 마음에 대해서라면 ㅋㅋㅋ 그 마음을 잘 들여다 보기로는 또 저 만한 천재가 없지요... (응?)ㅋㅋㅋ 예전엔 그런 맘을 지닌 저를 좀 미워 했는 데(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안 그래요. 아니 난 여기는 일케 꼬였구먼, 허허~ 이러고 맙니다... 아닌 건 아니고 싫은 건 싫어도 되지 않나... 하지만 여자를 미워하지는 말자... 이럽니다. 흐흐.

단발머리 2022-09-21 15:26   좋아요 0 | URL
저의 결론과 쟝쟝님 결론이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렇다는 걸 저도 인정하려고 해요. 제가 위의 글에서 꼬인 마음이 없어진 것은 오래오래 꼬여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자를 미워하지는 말자.... 동의하고요. 더 구체적으로... 저는 ‘여자를 미워할 수는 있지만 대충 미워하자.‘
심하게 열정적으로 과격하게 미워하지는 말자... 그게 제 주의입니다.

다락방 2022-09-20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인용하신 저 보부아르의 문장이 기혼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는 게 아니라, 가부장제와 결혼제도와 사회를 비난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저는 인용하신 문장 말고 다른 지점에서 ‘기혼 여성들이 불편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제2의 성을 두번째 읽을 때요. 음, 저는 그 입장이라는 게 말이죠, 아무리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해도 그래서 이해하거나 공감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러나 내가 결코 그 사람이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는 있을 것 같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유자녀 기혼 여성에 대한 이해에 한계를 갖는 것처럼 유자녀 기혼 여성 역시 비혼 여성의 삶을 오롯이 이해할 순 없다고 보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나 원망이드는 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처음엔 서운할 수 있어도 어쨌든 그 서운한 말이 들려온 가운데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도 있게 되잖아요. 아, 나(의 입장)을 그렇게보다니 서운하네, 라고 했다가 흐음.. 그런데 또 그 얘길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는건가.. 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잖아요. 저는 갈등이 없는 것보다 있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갈등이 있고난 후 그것이 더 나쁘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저랑 입장이 다른 여성들에 대해 원망하기도 하거든요. 원망하고 서운한 감정을 많이 가져요. 저는 여자를 미워하지 말자는 아니고요, 미운 사람들 중에 여자들도 있기 때문에, 내가 여자를 미워해도 그걸 굳이 표현하진 말자, 나 아니어도 여자 욕 하는 사람들은 많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일전에 단발머리 님과 비타 님 만나서도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인정받기를 원하고 나를 정체화하는 것보다,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고 행동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비타 님의 댓글로 미루어보건대, 비타님이 결국 정착하게 된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저는 혼자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님.
언제나 단발머리 님께 말씀드리지만, 단발머리 님은 특히 더, 계속 쓰세요.

단발머리 2022-09-22 07:17   좋아요 0 | URL
입장에 대한 다락방님의 이야기 완전 동의합니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느끼는 한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 간극이란 건 결국에는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건 감정적인 부분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기혼과 미혼으로서만 이해하면 좀 날카로워지는 부분이, 저와 미혼인 친한 친구를 대입하면, 그게 좀 부드러워지는 걸 느끼거든요.

그리고 다락방님 말씀에 ‘내가 여자를 미워해도 그걸 굳히 표현하지는 말자‘에 저도 동의합니다. 위에 제가 쟝쟝님 댓글에 미워하게 되더라도 대충 미워하자... 이렇게 썼는데, 저는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계속 써보겠습니다. 다락방님 응원이 있어서 오늘도 내일도 또 쓸 수 있을거 같애요. 뽜야!

다락방 2022-09-21 15:3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저도 그렇게 해요. 다른 입장에 대해 서운하거나 혹은 심하게 화가 나서 표현하려고 하다가도 제가 좋아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친구를 생각하면 저 역시도 좀 부드러워집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09-21 15:43   좋아요 0 | URL
전 필리스 체슬러 읽으면서.... 아, 뭐 이렇게 싸울 일이던가요, 하는 생각과 그래도 너무하시네, 하는 생각에 좀 복잡했거든요.
그에 대한 좋은 처방이 덜 미워하기라고 생각하고요. 아니면, 미워하는 거 표현 안 하기요.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친구는 다락방님을 서운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자녀, 특히 여자아이는 기혼 여성이 아닌 다락방님쪽입니다. 참고해 주세요!^^

다락방 2022-09-21 15: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여자 아이에게 사랑과 축복을 보냅니다!!

유부만두 2022-09-20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림 비용에서 저자가 전남편이라고 안하고 계속 애들 아빠라고 쓰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3부작 나머지 책들도 챙겨”만” 뒀어요.

부러움을 안고,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피자 모임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1 15:3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그 부분 눈에 잘 들어왔어요. 전 아직 책들은 다 챙겨두지 못했습니다만 곧 다시 기회가 생기겠죠.

피자 사진 참 잘 나왔어요. 제가 사진 잘 못 찍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에나 2022-09-21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책 검색하다가 흘러흘러 들어왔어요) 저도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성정치학>, <성의 변증법> 읽고..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다가...<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에서 리치 언니의 통렬한 모성에 대한 분석을 읽고 엄청난 위로를 받고 나의 모성을 긍정하게 되었죠. ^^ 단 그 모성이라는 것은 언제고 ‘제도화‘된 모성이 될 수 있으므로 그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

기혼여성에 대한 타인들의 이미지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기혼여성으로서 안주하는 부분과 모순을 언어화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거 같아요. ‘니들은 몰라‘, ‘나는 조금은 달라‘라는 방어가 아니라요. 저는 이 작업을 에이드리언 리치가 한 거 같아요. 그도 끝내...‘아내‘에선 벗어나게 되었지만. (어쩌면 이건 필연적?;;) 기혼여성으로서 페미니즘 읽다보면 방어만 하다가 끝나고 말 위험이 너무나 커요. 저의 포지션은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가 되자는 쪽입니다만..^^

단발머리 2022-09-21 16:04   좋아요 0 | URL
기혼여성에 대한 타인들의 이미지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기혼여성으로서 안주하는 부분과 모순을 언어화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거 같아요.

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만, 기혼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읽다가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는 게 왜 위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페미니즘을 읽는 중에 일어나는 생각의 변화와 굴곡도 모두 소중한 과정 중의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혼여성의 페미니즘 읽기,가 고정화되거나 규격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 책을 어느만큼 읽었든지간에, 각자의 삶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매실님의 위험 경고는 제게는 평가처럼 들리네요. 저는 매실님이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 포지션을 가지시겠다는 걸,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말입니다.

수이 2022-09-21 17:14   좋아요 0 | URL
저는 제도화된 모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발 담그고 있는 쪽인지라 매실님이 말씀하신 바 무엇인지 알 거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역시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그리고 끝내 아내에서 벗어난 에이드리언 리치를 생각해보면 그 과정의 끝이 마치 솔로됨, 독립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물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입장인지라) 필연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건 곁에 배우자(남성)가 있어도 무관한 영역이라고 여깁니다. 결혼이란 제도와 무관하게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무관하게.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가 되자는 말씀도 어떤 맥락에서 하시는지는 알겠지만 어감이 좀 쎄네요 ^^;;; 애니웨이 여기서도 이렇게 마주하니 좋네요, 매실님.

시에나 2022-09-22 20:16   좋아요 0 | URL
갑자기 맥락없이 단 댓글인데 자세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말한 방어적 태도는 출산이나 육아 자체를 부정하는 어떤 논지들에 맞서서 ‘너희는 모른다‘는 식으로 말할 때를 말한 거였어요. 갠적으로 제가 그런 과정을 겪었고 뭐 지금도 겪기에 하는 이야기였고 그런 당연한 반응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서 좀 도약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의 글을 겨냥하며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단발머리님의 글이 그런 어떤 스스로의 고뇌를 겪은 다음에 리치의 글을 통해 나온 자기 인정이라고 읽혀져서(서둘러 짐작한 것일수도 있지만) 반가운 마음이 불쑥 들어 남긴 거였거든요. 여튼 리치가 유자녀 기혼여성으로서 오히려 자신의 모성의 양가적 측면을 적극 드러냈음을 언급하고 싶었는데(이런 의미에서 리치가 내부고발자라고 저는 읽었고 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미였구요.) 좀 띄엄띄엄 쓰다보니 센 어감으로 들렸던 거 같습니다. 여튼 툭 던진 댓글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기혼여성 페미니즘을 논의하는 장이 별로 없다보니 알라딘을 잘 하지도 않는데 반가운 마음에 끼어들었어요.

시에나 2022-09-22 13:57   좋아요 0 | URL
비타님 여기에서도 뵙네요. 반가워요.^^ ‘필연‘이라는 말은 (역시 띄엄띄엄쓰다보니..;;;;) 당시 리치의 입장에선 필연이었을거라는 말이었습니다.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저는 아직 판단 보류인 상태입니다. 결혼제도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주체성을 획득하며 사는 것이 저 역시 현재하는 노력이긴 하지만 이게 정말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더 해봐야 알 것만 같아요. 이건 저의 희망 아니고 기대도 아니고 그저 저도 이런 실험을 해나가보고 있습니다.^^ (아 당연히 결혼제도와 무관하게 ‘나로 살기‘는 정말 필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