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에 관한 일련의 물질적 · 담론적 장치를 ‘행복장치‘라고 부른다. 행복장치에는 종교, 교육, 가족 및 친족 제도, 학문적·대중적 담론, 일상화된 교육 프로그램, 소비 행위와 상품, 안전과 복지를 포함한 국가정책, 법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와 작용의 정당성은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한다는 주장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 P27

유목적 주체되기란 ‘진실한기다림‘을 통한 ‘생성‘과 ‘그물 같은 연결‘을 추구한다. 삶의 과정에서 주체가 대범하게 대하고 겪으며 견뎌나감으로써 변화로 도약하는 자유란 의미에서, 긍정의 유목 윤리는 ‘근본적인 긍정성 fundamental positivity‘을 취하며 고통과 취약성으로부터 긍정으로의 이행은 주체 및 사회의 변동을 야기하는 전환의 잠재력을 가진다고 설명된다. - P31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여성들의 정치적 움직임은 연결 행동의 범주에 포함된다(박동숙 · 김해원 · 이재원·정사강, 강혜원 · 백지연, 2018). 이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나의 직접적인 성취 경험 및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대리 경험과 사회적 지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자기효능감(Bandura, 1988)을 획득한다. ‘나는 용감하고, 똑똑하며, 탄력적이고, 영리한데다, 재밌는 사람으로서 여성주의적 움직임에 용기를 갖고 기꺼이 참여하겠다‘ 특권적인 감각을 얻는 것이다(Megarry, 2014).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효능감은 불안을 줄이거나 막아주며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 P66

둘째, ASMR 동영상에서 친밀감은 ASMR 창작자의 ‘돌봄‘의 발화 수행과 이를 극대화하는 상황극의 내러티브 장치로 구성된다. 창작자는 카메라를 통해 마치 시청자를 잘 아는 것처럼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가‘라며 청취자의 안부를 묻고, 시청자의 심신의 상태에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온다. 치과, 미용실, 강습, 마사지 숍 등과 같은 상황을 설정하는 역할극에서 시청자는 서비스 받는 사람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떠맡으며, 창작자의 주목과 돌봄을 한몸에 받는다. 이처럼 창작자와 시청자가 함께 공모하며 ‘연기하는 놀이 performance play‘로 친밀감의 정동은 강화된다. 실제 현실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자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ASMR 방송에서 돌봄 받는 감정은시청자인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구성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돌봄의 수혜자에게 권능감을 부여한다. - P108

이는 만화가 상대적으로 특정 독자를 염두에 둔 것인 데 반해, TV와 영화는 보다 많은 수용자를 대상으로 제작이 이루어진 것과 관련된다. 즉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면서 로맨스가 부상하고 그 영향으로 지배질서인 가부장제가 용인하는 사랑스럽고 유약한 여성이 여주인공으로설정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김은영·김훈순, 2012). - P144

예컨대,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명목으로 관습적으로 중혼이 용인되던 전통 한국 사회와 달리, 식민 지배 시절에 혼인 제도에 근거한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면서, 가문의 대를 잇고 ‘봉제사 접빈객‘을 하는 것에서, 내조와 자녀 양육에 힘을 쏟는 ‘주부‘ 역할로 여성의 책무가 한 차례 조정되었다(김지혜, 2015; 신경아, 1998; 이정선, 2013; 김은경, 2007). - P176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전업 주부를 이상적인 모성상으로 간주하면서도, 무급으로이뤄지는 가사 노동이나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돌봄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이중적 차별이 계속되었다. 따라서 여권 운동이 본격화된 90년대에는 주부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온 가부장적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모성 지원책을 마련해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며, 가정에서 수행하는 여성의 가사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고자 한 것이다(김경희, 2002; 양현아, 2002 박혜경, 2010). - P178

주부들이 수행해온 가사나 돌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테크나 부동산 투자/투기로 자산을 증식시키고 합리적인 소비자로서의 권능을 누리는 중산층 전업 주부를 이상화하는 담론이 횡행함에 따라 취업한 기혼 여성의 위치가 격하되면서 성별 분업이 다시금 강화되었다(박혜경, 2010). - P178

그 결과 오늘날 ‘좋은 어머니good mother‘ 란 집약적 모성 실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채로, 이를 희생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의 어머니 경험 자체에서 충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경제적) 자유나 관계 추구, 지적 욕망을 박탈당하는 데 대한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존재를 일컫게 되었다(Green, 2004; Feasey, 2013 재인용). 피지(Feasey, 2013)는 자녀의 양육을 총책임지면서도, 보상을 기대하지 않은채로 현명한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을 이상적인 어머니로 상정하는 것은 결국 전통적 성역할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적 독립을 성취해온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격backlash이라 해석했다. - P181

왼벽한 엄마의 모습이 아닌, 하루하루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돌발 상황을 수습하며, ‘웃픈(우스우면서도 슬픈)‘ 경험들을 자조적으로 포스팅한다. 해시태그를 검색을 염두에 둔 원래 목적이 아니라, 내용을 강조하거나 ‘반전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특정한 이미지 아래 여러 개의 해시태그를 달면서 다층적인 감정을 녹여내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 P193

많은 유자녀 여성들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맘스타그래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어려움이 공통의 경험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서로의 상황에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고, ‘독박육아‘와 같은 새로운 해석적 프레임 안에서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는 집약적 모성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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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2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많이 읽으셨네요, 단발머리 님? 제가 곧 따라잡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2 14:32   좋아요 1 | URL
반대! 엑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