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와 데버라 리비
[다락방의 미친 여자] 오스틴, 비혼과 기혼 사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임무는 출산이고, 가장 중시되는 역할은 어머니. 그래서 이것을 거부하는 여성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멸시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독신 여성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임무와 역할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이 없는 여성의 지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여러 번 썼기에 링크로 갈음한다. (제 글을 제 글에 인용하는 저의 게으름을…. 부디 탓하지 마소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데버라 데비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3944978


오스틴, 비혼과 미혼 사이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100136

 



루시에게 수녀의 방식은 독신 여자들에게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용인된 삶(봉사와 자아 포기, 그리고 정절의 삶)의 상징이다. (741)

 


미혼인 루시가 어떻게 수녀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742)

 


아이 없는, 결혼하지 않은 독신 여성에게 강요되는 삶의 양식은 수녀로서의 삶이다. 봉사하며, 자아를 포기하고, 정절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 이것이 독신 여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삶이다. 정답은 그 반대편에, 진실은 그 뒷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신 여성의 행복은 정확히 그 반대쪽에. 스스로의 만족을 구하고, 자아를 추구하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지 않는 삶. 독신 여성이 그런 삶을 살고자 할 때 사회는 가장 두려워한다. 독신 여성이 행복하게 즐겁게 건강하게 사는 것을, 사회는 가장 싫어한다. 더 많은 여성이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않을 테니. 더 많은 여성이 결혼하지 않을 테니.





 













케이트 밀렛은 <성 정치학>에서 이렇게 썼다.

 


성적 계층 체계의 혹독한 현실은 루시를 좌절시킨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이 장애물들은 루시를 계속 나아가게 한다. 루시는 브론테 자매를 표상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러하듯 모든 젊고 의식적인 여성의 야망을 표상한다. 루시는 자유를 원한다. 그녀는 도망가기를, 배우기를, 일하기를, 여행하기를 미친 듯이 갈망한다. 루시는 직업을 가진 남성 모두를 시샘한다. 존은 의사고 폴은 학자다. 루시는 또한 그들이 받은 교육을 시샘한다. 존과 폴은 모두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교육은 그들에게 앞으로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루시에게는 그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295)

 


루시는 자유를 원한다. 도망가기를, 배우기를, 일하기를, 여행하기를 미친 듯이 갈망한다.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을 거부한 독신 여성의 갈 길은 어디에 있는가. 자유에, 배움에, 직업에 있다. 우정과 여행과 행복에 있다. 사랑에 있다. 자아 충족과 자기만족에 있다.




이것이 어디, 독신 여성만의 바람일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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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2-20 19:2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기 글 자기가 인용하는 거........ 진짜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만들어낸 행복 각본에 한눈 팔지 않겠어요. 충성!

단발머리 2022-12-20 20:43   좋아요 5 | URL
진짜 좋은 문화 맞나요? ㅎㅎㅎㅎㅎ
더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한눈 팔지 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12-2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망가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평화를 위해 꾸욱 입을 다물어봅니다.
저는 한때 진짜 갈등했거든요, 도망갈까 말까 그런데 결국 안착하고 마네요. 훌쩍.

단발머리 2022-12-22 13:54   좋아요 0 | URL
전 도망가고 싶지는 않고 도망가지도 않을 거 같기는 해요 (나를 잘 알잖아요~~~~~~)
근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좀 이해하고는 싶다고 할까요. 그냥 그런 맘이요. 훌쩍.

독서괭 2022-12-2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망가고 싶으십니까? ㅎㅎㅎ
˝미혼인 루시가 어떻게 수녀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 이거참, 그렇더라구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 아니었을지 싶기도 하고.. 존이든 뽈이든 어떻게든 이 고독한 수녀의 운명을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선택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비혼 여성들의 즐거운 인생을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12-22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뭐, 도망가고 싶지는 않고요 ㅎㅎㅎㅎ
하지만 루시의 입장으로 들어갔을 때, 마음에 둔 존 그리고 관심이 가는 뽈 사이에서의 감정선이 무척 가깝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독신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수녀‘적인‘ 삶의 양식이 이 시대에는 그렇게까지 강권적이지는 않으니까요.
더 많은 누림과 기쁨, 즐거움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저도 그러고 싶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