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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트림 -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힘
댄 히스 지음, 박선령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강가에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아이가 물에 빠져 떠내려오고 있었다. 둘은 다급하게 그 아이를 구했다. 얼마 후, 또 아이 하나가 떠내려왔다. 구했다. 그리고 또 아이가 떠내려왔다. 두 친구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기진맥진했다.
그 와중에 한 친구가 갑자기 상류로 걸어간다. 다른 친구가 "지금 아이들을 구하기도 너무 바쁜데 어디로 가는 거야?"라고 묻자, 그 친구가 대답한다. "도대체, 누가 상류에서 아이를 물에 빠뜨리는지 보러 가는 거야"
Ref: Are You Looking At The Wrong Part Of The Problem?
공중보건과 관련된 우화 (사회 운동가 어빙 졸라가 썼다는 글을 각색한 글)로 이 책은 시작한다.
누가 아이를 빠뜨리는지 한 친구가 확인하기 위해 상류로 올라간 그 상류가 업스트림 (upstream)이고, 두 친구가 정신없이 아이들을 구하던 하류가 업스트림의 반대인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다.
이것의 이 책이 명징하게 두괄식으로 전하고 싶은 주제이다.
"문제에 반응하는 데에 (downstream)에서 벗어나 예방하고 방지하자 (upstream)"
이것이다.
이어서 소개되는 현실 세계의 사례는 2012년 익스피디아의 이야기이다.
2012년 고객 경험 그룹 (customer experience group)의 대표 라이언 오닐 (Ryan O'Neill) 은 "회사 콜 센터로 전화하는 고객이 왜 그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2021년 한 해만 일정표를 얻기 위한 전화가 2천만 통 왔다. 1 통 처리하는데 5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2천만 통이면 1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이다. 원인은 고객이 잘 못 입력한 이메일 주소, 일정 메일이 스팸으로 처리되는 문제, 웹 사이트에서 고객이 일정표를 검색할 방법의 부제였다. 각 담당 부서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업무 범위에서의 지역적인 개선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더 빨리, 하지만 친절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지역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었다. 라이언 오닐은 전화가 아예 오지 않는 방법을 강구했다.
음성 안내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팸 필터를 우회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온라인 도구를 제공해서 고객이 웹 사이트에서 일정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문의 전화가 거의 오지 않게 했다.
지역적이고 근시안적인 다운스트림 접근이 아닌 상류에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업스트림 접근법으로 문제를 뿌리째 뽑아냈다.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책은, 이와 같은 업스트림 접근법으로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와 조직의 많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해 요인" 3가지와 "행동 전략" 7가지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다룬다.
- 방해 요인
문제 불감증, 주인의식 부족, 터널링 증후군
- 행동 전략
- 인재, 시스템, 개입 지점 탐색, 경보 시스템 구축, 허깨비 승리 방지, 부작용 방지, 비용
그중에서 몇 가지 굉장히 공감한 것들 그리고 피부로 느껴왔던 것들에 대해 써본다.
문제 불감증
태초의 시작은 "인지"라고 생각한다. <업스트림>에서 이야기하듯이 많은 사람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날씨 대하듯이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 "원래 그래",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그런 것들마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회사에서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BGM처럼 고객 문의 전화가 왔다. 비밀번호 문의 전화였다. 평일뿐만 아니라 밤 시간에도 주말에도 휴일에도 쉴 새 없이 왔다. 당직 제도 같은 것이 없으니 업무 외 시간에는 임원진들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전화 응대를 했고, 그 다음날은 영락없이 참았던 분노를 분출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업스트림>의 익스피디아 사례처럼, 결국, 지금은 굉장히 기본적이고 단순한 기능이지만, 그 당시에는 인류를 구한 위대한 신약처럼 비밀번호 찾기 메뉴를 웹 사이트에 제공해서 전화는 모두 사라졌다.
BGM이라고 말한 것처럼, 비밀번호 전화는 사무실에서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도 문제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몇몇 주말에 전화를 받던 임원들의 임계치가 넘어가면서 책처럼 우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해결되었다.
주인의식 부족
남 좋은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인가 보다. 내 업무 영역에서 최대한 빨리 넘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어떤 기관에 여러모로 이익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우리는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목적을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해, 그 솔루션을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제안했다. 세상 누가 봐도 그 기관에 이익이 명확한. 하지만 실무자들이 파리를 쫓듯이 손사래를 치며 반대했다. 자신은 일이 증가할 뿐이라고.
실무쪽으로 갈수록, 전체를 위한 개선은 영화에도 나올 소재감도 아닌 데다 자신이 더 귀찮아지거나 자칫 너무 완벽하게 개선하면 자신의 자리 보존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이전, 데이터 처리 컨퍼런스를 가면 연사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기술의 도입은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시간을 더 벌어줌으로써 보다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게 해줍니다"
거짓말임을 안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사람은 내가 아님을 알고 있고, 얻게 된 자원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음을 안다.
주인의식 부족 문제는 역할 기반 조직에게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익스피디아의 라이언 오닐도 말했다. 조직이 거대해지고 분업화됨으로써 모두 "근시안적 일 처리"를 하게 만든다고.
터널링 증후군
가난하고 시간이 부족하면, 터널링 증후군을 벗어날 수 없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민주주의를 부르짖기 힘들고, 마감이 코앞을 지나 코에 붙어 버렸는데,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으로 문제를 다층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
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게으름"이 필요하다고 한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시스템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보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일하라고 한다.
"모든 시스템은 특정한 결과를 얻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p51
"영웅이 필요하다는 건 대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p101
인상적인 우화와 명징한 두괄식 주제 던짐에 비해, 후반은 다소 사례와 각 항목 간의 연계성이 모호한 부분도 보이고, 상류로 가서 근본 원인부터 해결하자가 희미해지고, 혁신적으로 또는 드라마틱 하게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지만, 어제와 똑같은 일을 하며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한 그런 우리 곁에 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문제들을 자각하고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할 때 손에 들면 유익한 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