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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 - 우리 시대의 예술
노소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디지털 아트]현대예술의 최전선, 디지털 아트가 뭐기에?
현대예술의 범위는 몹시 광대하다. 뜻 모를 전시물, 알 수 없는 오브제 등 애매모호 할수록 더욱 현대미술 같다. 모든 사물들이 예술로 전시되는 공간을 보면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이 현대미술 같다. 그런 현대 예술의 최전선에 디지털 아트가 있다.
국내 유일의 디지털 아트 전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누구나 다 아는 노태우 대통령의 딸이다. 경제학으로 석·박사 과정까지 끝낸 그녀가 뒤늦게 예술 분야에 뛰어들었다. 1991년 대전 세계엑스포 조직위원회 아트&테크놀로지 기획팀장을 맡으면서 컴퓨터 예술 분야에 입문했고, 시어머니였던 고 박계희 여사의 뒤를 이어 1997년 워커힐 미술관 2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을 국내 최초의 디지털 아트 전문기관인 ‘아트센터 나비’로 재개관했다.
그래, 예술에도 혁명이 오는 거야. 혁명은 변두리로부터 오지. 더 이상 기존의 미술관과 같은 제도의 수호자이자 낡은 게이트키퍼들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 민주작인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 확산하고 즐기는 거야. 새로운 예술은 오감으로 체험하는 예술, 네트워크를 통해 한없이 열려 있는 예술, 돈과 관습에 오염되지 않은 예술이지. 우리는 예술을 민주화할 수 있어. 세상은 그것을 원해. 인간 해방을 위해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제 제대로 보여줄 때가 온 거야!(59쪽)
그렇게 시작한 재개관한 아트센터 나비.
첫 프로덕션으로 <트라이얼로그>를 선보인다. 젊은 산업디자이너, 프로그래머, 건축가, 작가지망생들로 이뤄진 작가 그룹에서 한국 최초의 인터렉티브 설치작업을 한 것이다.
어항에 든 물고기, 그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 물고기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 인간의 손놀림으로 컴퓨터 사운드가 생성되는 장치, 그 사운드가 물고기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정보들이 입력돼 아바타의 모습도 변화시키고, 그 영상은 다시 인간의 손놀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너무나 생소한 이 작품에 관객들의 관심도 별로였고 국내 예술계 인사들의 관심조차도 없었지만, 이후 이준 작가는 이 작업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해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음악공학 대학원의 진보적인 프로그램인 CCRMA에 입학하게 됐고, 장재호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음악테크놀로지과 교수로 임명됐다고 한다.
이후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2002년 <워치 아웃>, 2004년 <빅맨 명동>, LED 전광판 갤러리, 모바일폰 갤러리 등으로 디지털, 아트, 공연, 문화, 상품, 일상과 접목하는 여러 선구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이러한 첨단 기술과 예술의 접목은 생명, 과학, 문화 등 다방면으로 진격해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던 마르셸 뒤생의 <샘>(1917)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남성용 소변기에 가상의 작가 서명을 넣고 전시했던 작품이다. 모더니즘의 예술 이데올로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 작품으로 뒤샹은 예술의 의미가 망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앤디 워홀보다 50년이나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예술의 영역은 더욱 넓어져 상품의 예술화 시대가 되었다. 예술의 ‘순수 시대’의 종말인 셈이다.
예술의 역사에서 18세기는 서양 근대 확립과 함께 ‘예술을 위한 예술’인 ‘순수 예술’이 등장했고, 19세기 낭만주의에선 예술가가 신의 대리인이 된 시대다. 영화와 사진의 탄생으로 예술가들에게 시공을 마음대로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세기는 상상력의 모더니즘과 발상의 전환을 내세우는 상품 예술, 디지털 아트 등과 혼합된다.
모든 것이 상품화된 현대사회에서 문화의 심미화가 진행되면서 , 예술과 상품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13쪽)
소니 캠코더로 예술작업을 한 백남준을 시작으로 컴퓨터와 네트워크, 영상을 이용한 현대 디지털 아트는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깔고 그 혜택을 누려왔다.
이젠 네트워크, 컴퓨터, 영상 등 현대 최첨단 기술과 인간의 접점에서 예술이 이뤄지고 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물꼬를 튼 시작이었고, 지금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아트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비디오 아트, 디지털 아트는 더욱 성장할 것이고, 상품은 점점 더 예술성을 띨 것이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예술 공간이 되지 않을까. 모두가 예술가인 시대 말이다. 예술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시대 말이다.
예술이 기술을 덧입었든, 기술이 예술을 덧입었든 기술과 예술의 접목, 나아가 네트워크화 되는 것이 이젠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호기심을 끈다니, 반가운 디지털 아트다.
부디 모두에게 이로운 예술,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예술, 모두가 즐기는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