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 피아노 - 지나간 사랑은 모두 아프다
박종훈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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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피아노/박종훈]서른 곡의 피아노 선율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

 

피아노의 선율은 마술 같다. 때론 열정적인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달픈 비극적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런 마법 같은 피아노로 신의 한 수인 피아니스트 박종훈은 서른 개의 피아노곡을 전한다. 다양한 농도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서른 개의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사랑과 서른 곡의 피아노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인생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피아노가 환상적인 마법사 같다. 빠르기와 세기, 건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마술 무대를 보는 느낌이다.

 

 

 

첫 번째로 나오는 곡인 더스티 피아노의 <새드 피아노>

이 곡은 ‘비포 선 라이즈’ ‘데이 드림’ 등으로 알려진 비밀스런 뮤지션인 더스티 피아노(Dusty Piano)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곡이다. 슬픈 사연을 간직한 피아노를 위한 곡이라고 한다.

 

어떤 슬픔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토록 슬픈 피아노일까?

책에서는 어느 중고 피아노의 과거 회상으로 시작한다. 새 피아노는 아니지만 어느 소녀의 집으로 가게 된 피아노가 주인공이다. 피아노는 주인인 소녀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슬퍼한다. 피아노의 주인이던 소녀는 열여덟 살에 첫 남자로 알게 된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30대 중반 화가의 그림 모델을 하게 된다. 가까이 지내다 보면 사랑하게 되는 법일까? 모델과 화가로 만나면서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의 결실인 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그 남자의 강요로 아이를 유산하게 된다. 훗날 중고품 가게를 지나던 소녀는 진열장 안의 낡아빠진 피아노를 보며 자신의 어릴 적 피아노와 같다는 말을 하며 지나간다. 임신한 모습으로 말이다.

 

모든 사물에는 새것인 시절은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새것은 어느새 중고가 되고 고물이 되거나 유물로 여겨진다. 쓰레기로 남느냐, 재활용이 되느냐, 아니면 우아하게 박물관으로 가느냐는 누군가의 손길을 타느냐 일 것이다.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사물의 숙명도 정해지는 법이니까. 그게 세상의 슬픈 이치니까.

손때 묻은 모든 사물의 사연도 개개인의 역사와 함께 하겠지. 여러 주인을 겪은 피아노의 이력은 인간의 이력인 셈이다.

 

열여덟 번째 곡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다.

악성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인 이 곡은 누구나 다 아는 곡이다. 한 번쯤은 피아노 앞에서 두드려보기도 했을 곡이다.

사랑에 서툴렀던 베토벤이 짝사랑한 엘리제는 누구였을까? 의견과 추측이 난무할 뿐이라는 엘리제, 그녀를 위한 곡은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의 마음을 담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읽는 기분이다. 대단한 베토벤이다.

 

그는 곡을 쓸 때, 화려하고 다양한 테마를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쉽게 말해서 주된 선율들은 아주 단순하고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운명 교향곡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주제들을 아주 조금씩, 순차적으로, 정말 영리하게 발전시키고 변형시켜서 구조적으로 완벽한 곡을 탄생시킨다. (161쪽)

 

짧은 시간에 곡을 만들어내는 모차르트에 비해 베토벤은 고치고, 고치기를 거듭하기에 12년 이상을 거치면서 손질하는 곡도 있다니, 정성이 대단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천재성의 차이일까, 아니면 성격 차이일까? 그도 아니면 습관 차이일까?

 

사랑에도 정성이 필요한 법인데, 음악에 대한 정성만큼 사랑에도 정성을 기울였다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지 않았을까? 평소 괴팍하고 화도 잘 내고, 사랑에 대한 집착도 심한 그를 지속적으로 사랑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베토벤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도 많이 달라 보인다.

 

 

 

 

책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차이코프스키의 <4월 “설강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쇼팽의 <즉흥환상곡>, 슈베르트의 <즉흥곡 1번>, 슈만의 <아라베스크>, 풀랑코의 <야상곡 7번>,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등이 있다. 15곡의 피아노 연주까지 담은 CD까지 특별부록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JTBC 월화드라마로 만났던 <밀회>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던 조인서 교수 역의 박종훈이다. 현재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음악을 가까이 느끼고 싶었기에 반가운 책이다. 운전할 때마다 듣게 되는 피아노 선율이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알게 되면 더욱 좋아지나 보다.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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