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구판절판


아무튼 카뮈는 "진리가 거짓을 거부하는 일이라면 자유는 억압에 저항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작가와 예술가라는 직업이 갖는 고결함은 진리와 자유의 수호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67쪽

반 고흐는 칼라일의 다음과 같은 글도 인용했다.

아름다운 꽃이 무도회에 나가는 여인의 머리에 핀으로 꽂힌다. 예술가에게 평판과 영광이란 그 꽃을 곶는 핀에 지나지 않는다. (...) 그대는 성공해서 각광받기를 원하는가? 그대는 그대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아는가?-203쪽

볼테르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정열을 불사를 수 있는 일과 애정과 우정, 훌륭한 음식과 포도주, 인간적인 사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휴식과 깊은 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215쪽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글미에 대한 생각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 문장이 플린의 사진 철학을 대변해준다.

그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잘하는 짓이다! 네가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결정하고 선택하는 일을 더 하면 더 할수록, 너는 더욱더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다.

플린은 앤디 워홀의 충고에 따라 오래 생각하지 않고 직감적이고 본능적으로 순간의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가벼운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필름을 남용하지는 않는다. 한 장면을 한 장 이상 찍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237쪽

브네의 자화상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답이 될 수 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니 입구에 걸린 폴 발레리의 문장이 뜻하는 바가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삶이 지속되기 위해 심장과 간과 수많은 미로와 튜브와 줄과 여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들이 있음으로 해서 수많은 교환이 이루어지고 질서가 만들어지고 모든 형태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원자에서 세포까지, 세포에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몸의 구성요소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브네가 전시회의 주제에 맞추어 선택한 듯한 발레리의 이 문장은 우리들의 주관성과는 무관하게 객관적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289쪽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자 '나무를 심은 사람'의 저자인 장 지오노의 '프로방스'와 페트라르카의 '방누 산 등정'을 사서 카페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지오노의 책 목차를 들여다보니 '라방드'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 들어있다.

라방드는 프로방스의 영혼이다. 해가 지는 저녁 아무도 찾지 않는 산 속의 벌판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보랏빛 꽃과 그 향기.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그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와 고독한 나의 영혼을 적실 때 라방드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하나가 된다. 그러면 나의 영혼은 멀리머리 날아다니며 우주의 혼과 만난다. 프로방스의 자유로움, 신선함, 고요함, 장엄함이 갑자기 나를 부르며 가까이 다가와 온몸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304쪽

이번에 다시 파리에 온 이후에 '사회학자'와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에 '작가'라는 또 하난의 정체성을 덧붙이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글스기 방식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지적 작업을 '예술 형식의 사회학'이라고 이름 붙어 보게 되었다. 예술이 주관성을 강조한다면 사회학은 객관성을 강조한다. 나는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글을 쓰고 싶다.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냉정한 문체를 갖고 싶다.-117쪽

창문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문이 그냥 들어오고 나가는 기능만 가지고 있다면 창문은 실내 공기를 환기하는 기능 말고도 실내에 있는 사람에게 밖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에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상상의 여행이 시작된다.(...) 창문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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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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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8-2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일, 애정, 우정!
요즘 제가 고민하는 화두네요.
저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걸까요? ㅎ

프레이야 2013-08-29 12:54   좋아요 0 | URL
오늘아침 티비에 강신주가 나와 까르페디엠을 말하는데 그 방식이 재미있었어요.
술술~~ 현재를 잡아라!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 이 순간을 즐겨라.
말처럼 쉽지 않은 화두이지만 애정이나 우정도 마찬가지겠지요.
소비시대와 함께 풀어주는데 귀에 쏙 들어왔어요.^^
세실님은 행복한 삶을 꾸릴 줄 아는 아름다운 여인!!

다크아이즈 2013-08-2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의 길은 멀고 험하군요.

자연과 교감해 하나 되는 시점 - 우주의 혼과 만나는 그 지점이 일생에 몇 번이나 올 수 있을까요?
그런 걸 꿈 꾸는데 쉽지 않다는 ㅠ

여긴 촉촉해요. 새벽에 비가 온 듯. 미친 듯한 더위는 가시겠지요? 넘 힘들었어요. 프레님은 날렵해서 덜 힘드셨을까요?^^*

프레이야 2013-08-29 12:56   좋아요 0 | URL
예술이 삶이 되는 삶은 더 어렵겠지요.
팜므언니 아직은 여름이 쉬이 가지 않네요. 비 온다더니 비는 안 오고
매미소리 여름여름 울울창창 합니다.
올여름 힘드셨지요? ㅠㅠ 저도 그랬네요^^ 몸에서 알아서 요구하는대로 들입다 먹기만 하고^^

페크pek0501 2013-09-0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글을 쓰고 싶다. "
- 이게 참 어려운 일이지요.
주관성이란 필자의 개성(독특함), 특성을 말함이요,
객관성이란 (개성이 있으면서도)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니까요.
저도 글을 쓸 때 이 두 가지가 들어가 있는지 검토할 때가 있는데
한 가지만 있을 때가 많답니다.

프레이야 2013-09-02 17:58   좋아요 0 | URL
페크님 돌아오셔서 기뻐요.
글에서도 균형을 갖추긴 쉽지가 않지요.
저같은 경우엔 주관성이 강해도 공감이 될 때가 있어요.
너무 객관적으로만 써도 감동이 없지요.^^

2013-09-02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6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8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3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3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도현 시집 [북항], 문학동네

2013년 8월 7일 녹음시작, 총 4시간 소요 8월 14일 완료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다는 소식은 얼마전 자목련님의 댓글로 알게 되었다.

[북항]에서는 시인의 더 절실한 '시'에 대한 열망, 더 나은 '말'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염원이

곳곳에 담겨있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도 있고 좀 더 강렬한 이미지들도 드러나는 여러 편의

시 중, 여름 끝물에 담벼락을 친친 감고 타오르는 능소화와 붉게 타오르는 '부엌' 아궁이에

대한 인상이 깊다. 능소화의 탐욕스러운 붉은 혓바닥과 부엌 아궁이 속 붉은 눈은 삶의 빛과

그림자 같다. 빛이 너무 강하면 제 살을 타들어가는 법. 삶을 살아내기엔 능소화 붉은 혓바닥도 아궁이 붉은 눈도 함께 필요한 것인데 나는 대개 그 사이 어중간한 지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 같다. 몸의 계절이 바뀌려고 이 뜨거운 여름 불볕더위를 피부로 받아내며 날마다 모종의 애틋함과 근원 모를 그리움으로 마음밭에 꽃 한 송이 피우고 있다. 늘 그렇듯 이번이 마지막 여름이다,

하면서. 능소화일지도 모를, 그래도 나쁘지 않을.

 

 

 

 

 

 

 

 

능소화

 

 

능소화의 몸이 뜨거운 것은

죽자 사자 부여안고 다리에 다리를 걸쳐 휘감는 게

최대한의 사랑인 줄 알기 때문이다

 

햇빛 속에서도 햇빛을 잡아당기지 않고

이마에 여러 개의 헤드랜턴을 켠 능소화에게

환한 대낮 따위는 없다

동굴의 그림자만 있을 뿐

 

내려놓을 줄 모르는 저 넝쿨의 무한대의 열망 덕분에

여름날 인근 마을 꽃들은 일찍 불을 끄고 잔다

그때 능소화는 몸속의 혀를 꺼내

어머니의 빈 젖을 핥아 먹는다

 

능소화가 입 냄새를 슬슬 풍기는 저녁

뼛속에 구멍이 송송 난 적막한 어머니가

아랫도리를 오므리며 말했다

 

얘야, 나는 죽은 나무다 죽은 나무여서 나는 제국의 호적

에서 지워졌다 나는 자궁이 없다 자궁이 없어 네가 웅크리

고 잠잘 방이 없단다

 

 

 

 

    사진은 이필형 님의 것을 사전허락 없이 빌려왔읍니다.

 

 

 

 

 

 

붉은 눈

 

 

부엌, 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곧잘 슬퍼져요 부엌은 늙

거나 사라져버렸으니까요 덩달아 부엌, 이라는 말도 떠나가

겠죠? 안 그래도 외할머니는 벌써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부

엌에서 더는 고등어를 굽지 않아요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있

던 아궁이 생각나요? 아아, 나는 어릴 때 아궁이 앞에서 불

꽃이 말을 타고 달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말도 안 돼, 하

면서도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말이 우는 소리로 밥이 익

는다고 생각했어요 알아요? 아궁이는 어두워지면 부엌의

이글거리는 눈이 되어주었지요 참 크고 붉은 눈이었어요 이

제 아무도 자신의 붉은 눈을 태우지 않아요 숯불 위에 말이

스러져요 나는 세상이 슬퍼도 분노하지 않아요

 

 

 

 

이름뿐인 '입추'가 벌써 지나갔지만 그래도 입추!, 하고 읊어본다.

변하는 건 없다해도 그래도 가을,이 오고 있다.

 

 

 

 

입추

 

 

 

 

이 성문으로 들어가면 휘발유 냄새가 난다

 

성곽 외벽 다래넝쿨은 염색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나서고 있고

 

백일홍은 장례 치르지 못한 여치의 관 위에 기침을 해대고 있다

 

도라지꽃의 허리 받쳐주던 햇볕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기별이다

 

방방곡곡 매미는 여름여름 여름을 열흘도 넘게 울었다지만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왜가리는 여태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한성부 남부 성저십리의 참혹한 소식 풀릴 기미 없다

 

시 두어 편 연필 깎듯 깎다가 덮고 책상을 친다

 

오호라, 녹슨 연못의 명경을 건져 닦으니 목하 입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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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8-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를 참 좋아해요...
천사의 나팔처럼 생긴 꽃, 축축 들어진 기생의 눈웃음같은 꽃이다 라는 상반된 생각을 하곤 해요.

가끔 내가 아니까 모든 사람이 다 아는구나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안도현 님의 절필이나 촛불 집회를 당연히 다른 분들도 다 알거니 생각한게 좀 우스워요. ^^
제게 너무 중요한 문제니까 그랬나봐요...

언니 여름이 다 가네요. 오늘 아침은 조금 선선해요.
올 여름 방학에도 결국 언니를 못 보고 지나가는군요. 에효.

프레이야 2013-08-19 16:19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곳은 조금 선선하다니 같은 땅이라도 차이가 나는구나 싶어요ㅎㅎ
이곳은 여전히 불볕이고 아파트 화단에서 본 능소화 꽃잎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더군요.
능소화는 독을 품고 있고 스스로 서지 못하고 다른 걸 친친 감고 자라는 걸 보면 저는 천사같은 이미지보다 팜므파탈로 봐요 오히려.
부모의 등골을 빼먹고사는 자식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럼으로 함께 서서 웃는 모습이 그려져요.
생의 열망이 저토록 붉고 질긴가 싶기도하고.
안도현시인의 시는 절필 전의 시집이라서인지 더욱 힘이 있고 더 나은 현실에 대한 열망도
자주 그려지고 있어요. 돌아오는 때에는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그렇겠죠.^^
우리 얼굴 한번 볼날이 어쩌면 올해 안에 있을수도^^

세실 2013-08-1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군요...
능소화 참 곱죠.
그러나 만질수도 가까이 할수도 없는 슬픔.
치명적인 아름다움?

프레이야 2013-08-19 23:17   좋아요 0 | URL
네,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절필한다고 합니다.
절필을 선언했던 문인들이 꽤 있었지만 안 시인의 절필사유는 특별한 거 같아요.
능소화는 범접할 수 없는 요염함이 매력인데 그게 또 다른 것에 부침한 삶이니
우리네 생을 닮은 듯도 하구요. 능소화의 꽃말은 뜻밖에도 부귀영화더라구요^^

블루데이지 2013-08-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아파트 라인 입구에 여름마다 피는 능소화를 한번도 못알아봐주며 8년을 살았던
무심한 저를 능소화가 꽤나 눈흘기며 보지 않았을까해요..
그꽃이 능소화인지 능소화가 거기에 피어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으니......

지금은 화사하게 주황색으로 환히 피어있는 능소화에게 웃으며 인사걷네는 여유로움이 제게 생겨
제 스스로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꽃이름과 꽃의 자태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꽃도 없을것같은...
꼭 능소화같은 우아함을 지니셨을 프레이야님...프레이야님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빙그레 미소짓는 저입니다.

프레이야 2013-08-20 15:00   좋아요 0 | URL
꽃은 봐주지 않아도 피고 지고 꿋꿋한 것 같아요.
속으론 데이지님이 안 봐줘서 눈물 흘렸을까요? ^^
우리 아파트에 핀 능소화는 불볕더위에 잎이 다 말라가더군요.
저 사진처럼 돌담에 기대어 돌담을 넘어서 축축 늘어진 능소화가 제격인데 말에요.
무더위에 세 보물들과 행복하게 지내세요^^

순오기 2013-08-2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 사진은 우리가 걸었던 담양 슬로시티 담장 모습 같아요.
올 가을에 다시 한번~ ^^
명옥헌 사진 서재에 올렸어요~

프레이야 2013-09-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비오는 날 우산 받쳐들고 걷던 돌담길과 한옥. 그 지붕처마 끝에서 떨어져내리던 빗줄기 소리가 들리는듯해요. 찰박찰박 걷던 골목길도. ^^

가연 2013-08-2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ㅠㅠㅠ 능소화..에 전설이 있는데, 아마 아시겠지요? 소화라는 궁녀에 얽힌... 그러고보니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처럼 생겨서... 눈에 닿으면 안좋다더군요,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ㅎㅎㅎ 문득 옛날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렇게 몇 자 적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3-08-29 12:52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 .. 반갑습니다.^^ 능소화 전설 들어본 기억이 나요.
독이 있다고 하죠. 가까이 다가와 꺾지 못하도록 하는 생존수단일까요?
아직은 가을이 멀었나봅니다. ^^

꿈꾸는섬 2013-09-2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능소화 사진, 정말 낯익은 사진이에요.
비내리던 날 걷던 돌담길과 한옥, 정말 비슷하네요.
그때 그날 생각하니 좋네요.^^

프레이야 2013-09-25 13:38   좋아요 0 | URL
그죠, 꿈섬님^^
그게 벌써 3년 전인데 참 좋았던지 기억에 생생해요.
창평 슬로시티 돌담길도 죽녹원과 소쇄원도^^
 

 연일 불볕더위에 매미는 그 소리도 울울창창, 일생일대의 한철을 맹렬히 살아내고 있다.

한 달을 훌쩍 넘기고 포스팅이라니.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준 것 같다. 소소한 사건사고가 있었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모두 마음에 남기고. 책읽기는 놓지 않았고 영화도 꾸준히 봤는데 한 번 정리할 기회를 봐야지.

 

 

 

 

2013년 7월 10일 녹음시작 총 7시간 소요 완료 (210쪽)

 

지난 주에 완료한 책이다. 세실님이 선물로 주신 고운 책.^^

편안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함께하면 좋겠다 싶었다.

십대 시절, 나는 달에게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티에게 편지를 썼었다.

편지체 일기였다. 대학노트에 빽빽히 참 많은 이야기를 썼었지.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고 나는 일기였지만.  그 노트들은 지금 다

어디고 가버렸을까?  나는 이제 누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이 책에는 아기자기 깨알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마치 어디선가 들은 듯한 기시감과 함께

담겨있다. 신경숙의 다른 면이라 재미있게 읽힌다. 삶의 반전들, 사람을 보는 깊은 눈,

유머와 여유의 소중함.

"안~ 주면 가나봐라~ 그~칸다고 주나봐라~" 스물여섯 이야기 제목 중 하나다.^^

 

 

 

 

2012년 8월 녹음, 2013년 6월부터 1차편집 중, 오늘 완료예정

 

롤랑 바르트는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고 한다. 텍스트가 자신의 글쓰기 욕구를 자극했다는 말.

함성호의 이 책은 그런 자극을 자주 준다. 문장도 사유도 참 좋다. 아래 문장은 특히 힘이 되는 사유다. 지나온 길과 현재의 삶과 갈 길에 대한 '다시보기'를 주는 문장이기도 하고.

 

 

현대물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한다고 해도 현재의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단일한 우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우주, 즉 거울우주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울우주 속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아버지는 거울우주 속의 아버지인 것이다. 당연히 내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하면 거울우주 속의 나는 죽는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항상 하나가 아니라 둘이거나 여럿이라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갈림길에 서 있었던 어느 한 시절의 가지 않은 길을 노래했지만, 사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길로 이미 우리의 그리움과 망설임의 또 다른 나를 가게 했다. '나'는 실은 단수로서의 '나'가 아니라 수많은 복수로서의 '나'가 모인 우리이다.

그 수많은 '나'들은, 잃어버리고 새로 나타나는 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나'다. 우리가 타인과 만나 이야기 할 때, 그 타인은 어쩌면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라고 믿고 있던 그 길로 보낸,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 보지 않은 길을 생각하듯이, 그 길에서 이 길을 가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 '나'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길은 없다. (145쪽)  

 

 

 

                                      

 

 오늘 녹음시작할 시집. 기대기대^^

그런데 문학동네시인선은 활자가 너무 작고 희미하다. ㅠㅠ

 

서문을 대신한 안도현 시인의 글 (시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중 1연)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갑자기 겨울하늘을 깰 듯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들을 보러 가고 싶어진다. 아직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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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0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더위에, 겨울하늘을 깰 듯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를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가창오리떼였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추운 어느 날 겨울철새들이 날아오르는 곳을 찾아가서 보고 온 적이 있어요.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한곳을 향해 가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잠깐 추위도 잊을만큼 마음이 경건해지던걸요.

함성호시인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요?)의 저 프루스트 관련 문장은, 새삼 저자를 다시 보게 만드네요. 우리가 프루스트라는 사람의 시를 빌어 가지않은 길에 대해서만 얘기할때 이 세상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게 놀라와요.

부산은 바다가 가까와 좀 덜 할까요? 대전 기온이 35도. 선풍기에서도 더운 바람이 나와요. 더운 바람 내뿜으며 계속 돌아가고있는 선풍기까지 애처롭습니다.

프레이야 2013-08-08 10:37   좋아요 0 | URL
겨울철새를 떠올리는 것으로만도 좀 시원해지셨죠?^^
경건하고 장엄한 광경이기도 하구요.

함 시인은 자신의 직업을 물을 때 건축가와 시인 모두를 답한대요. 저는 철학자를 더 보태주고 싶어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저렇게 넘어설 수 있다니요.
이곳은 바다 가까이라 마음은 좀 더 시원한 것 같아요. 34도 정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고비는 지나갈 것
같지요. 어제가 입추였더군요. 이름만 입추! ^^

oren 2013-08-0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무리 연약한 자라도 북 치고 나팔 부는 데에 흥분하지 않는 자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이야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녹음되는 저 책과 시집들은 또 얼마나 더 아름답게 들릴지요?

* * *

나로서는 호라티우스와 카툴루스의 시구를, 한 예쁘고 젊은 인물의 입으로 그 풍부한 음성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을 침착하게 듣고만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이 충분히 강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논이 목소리는 미인을 장식하는 꽃이라고 한 것은 옳은 말이다. 우리 프랑스 인이면 모두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자기가 지은 시를 낭독해 보이고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그 시는 종이에 쓴 것을 음조로 들은 것과는 같지 않으며, 내 눈으로 읽어 보면 귀로 들은 바와는 반대로 판단했으리라고 내게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발음은 그 재간에 맡겨진 작품에 가치와 풍류를 즐긴다는 신용을 얻고 있다.

- 몽테뉴,『몽테뉴 수상록』中에서

프레이야 2013-08-08 10:14   좋아요 0 | URL
제 목소리로 제 귀에 공명되어 들리는 내용은 또 다르게 들려온답니다.
그저 스스로 보람있어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일도 그런 종류인 것 같아요.
북치고 나팔불고.. 좋은 울림이 있는 공간에 '나'를 두는 지혜가 그래서 필요하겠다 싶어요.
인용해 주신 글귀 참으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평소에도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내보낼 필요가 있겠어요. 반성하며^^

다크아이즈 2013-08-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더위에도 녹음하시는군요.
근데 거꾸로 생각하면 더운데 시원한 데서 녹음하는 것 만큼한 피서도 없으니 일석이조네요.
미리 녹음한 걸 필요할 때 편집해 쓰기도 하나 봐요.
어쨌거나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겨가며 쉬엄쉬엄 하시어요.^^*

문동 시인선은 전체적으로 편집이 제 스타일은 아니어요.
표지는 트레이드마크처럼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특히 프레님말씀처럼 글자가 작고 편집 스킬이 아쉬워요.
글자가 한 쪽으로 밀려 있는 듯한 느낌도 싫고...

프레이야 2013-08-08 10:36   좋아요 0 | URL
일석삼조, 아니 사조^^
필요할 때가 아니라 반드시 편집과정을 거치는데 1차는 제가 즉 녹음봉사자가 해요^^
수정작업이지요. 틀리게 읽은 부분, 소음제거, 문장 간 교열 등등..
2차는 편집봉사자가 하고 팀장이 마무리 하면서 음반의 전후 음악도 삽입하고 전체적 음량도 조절하고.
교정교열 몇번씩 보듯이 그런 셈이에요.

문동 시인선은 진짜 책장도 막 떨어지고 ㅎㅎ 글자 진짜 희미하고 어딘가 민민한 편집 ㅠ

드림모노로그 2013-08-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 제가 로그인을 하게 만드시네요 ㅋㅋ
더운데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프레이야님의 목소리로 녹음된 안도현의 시가 무척 궁금합니다.
아침으로는 선선하여 그런지 안도현의 아침편지 (갑자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
안개자욱한 느낌의 바다풍경에 실린 시들에 마음이 머물더군요 ㅎㅎ
너무 오랜만에 들렸더니
아름다운 시와 수필들이 많아 눈이 호강하는 중입니다
늘 그렇듯 좋은 글 뵐수 있어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8-10 10:03   좋아요 0 | URL
'북항'은 반쯤 읽었는데 좋으네요. 몇몇 특히나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구요.
드림님, 사람을 안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의 강물이 흘러야 무언가에 조금은 닿는가 봅니다.
올여름 더위가 정상에서 찌르르하네요. 건강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침편지, 찾아볼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yamoo 2013-08-0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녹음도 하시는군요!
한번도 녹음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7시간이나!! 대단하셔요~

그나저나 영화를 많이 보셨다니, 리뷰가 많이 기대됩니다. 얼른 올려주셔요~~^^

프레이야 2013-08-10 10:05   좋아요 0 | URL
7시간 내리달아서는 아니구요. 이어서 또 하고 그런 방식이에요.

영화 페이퍼를 신나게 쓰던 때가 있었는데 안 쓰고 넘어가니 자꾸 안 쓰게 되네요.
쓰고 다시 느끼고 나누는 방식으로 괜찮은데 말에요. ^^
쓰면 달려와 공감해 주시는 거죠?^^

yamoo 2013-08-14 14:02   좋아요 0 | URL
그럼요!ㅎ 프레이야님의 영화리뷰는 정말 사람을 끄는 뭔가가 있습니다. 얼릉 올려주세욤~^^

순오기 2013-08-09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녹음할 프레이야님 모습을 그려봐요~~ ^^
아래글에 어머니 말씀에 내목소리도 보태요.ㅋㅋ
우리도 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야기에 빠져들고 싶다는...
결과는 다르지만, 롤랑 바르트는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는 말에도 위로받아요.^^

프레이야 2013-08-10 10:07   좋아요 0 | URL
저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있는데 언니처럼 '결과는 다르지만'요 ㅎㅎㅎ
오늘도 무지하게 덥지요? 자유부인으로 승승장구 에너지 빵빵하게 더위랑 함께하시길요^^
보람된 일 하시는 순오기언니 화이팅~~ 날려보냅니다.

2013-08-09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0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8-1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에게 읽으면서 낭독글로 좋겠다 생각했지요^^
헬로우 키티~~~~ 하셨을까? ㅎㅎ

프레이야 2013-08-10 19:21   좋아요 0 | URL
그쵸? 편안하게 호흡하며 읽었어요. 대화체가 자주 있어서 마치 정말 이야기 들려주듯이 그렇게ㅎㅎ 마지막편인가 할머니들의 유머에선 갱상도 말로 학실히ㅋㅋ 녹음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그시절 저의 키티는 매일 안녕 키티, 라고 불렸죠. 당시 안네의일기,를 읽기 전이었는데 나중 알게되었죠. 안네도 키티에게 말걸기로 일기를 기록했다는 걸요. 근데 중학생 딸이 들은 엄마의 한마디에 그 키티는 제 사라졌어요ㅜㅜ 안타까운 순간이었죠. 사람의 한마디말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당시 젊었던 엄마는 몰랐나봐요. 자식은 엄마에게서 어떠한 비평을 듣고자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말에요ㅠ 붙볕더위에 건강히 지내고 계시죠 ^^ 전 친구랑 옷 몇가지 득템하고 왔어요.ㅋ 더우니 실내에 사람들이 바글바글ᆢ

2013-08-10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0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13-08-1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의 절필 소식을 듣고 저도 꺼내든 시집인데, 반가워라!!
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름다운 날들이지만 넘 더워요..

프레이야 2013-08-14 07:5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여름답게 쨍쨍한 하루 시작입니다^^

프레이야 2013-08-14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요?ㅠ 전 몰랐네요. 북항,은 절필 전 마지막 시집이 되겠군요. 더워도 너무 더운 날들^^ 전 웬일인지 잠을 못 이루고 밤을 꼬박 ㅠ 창밖이 희끄무레해요. 여름 잘 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13-08-14 06:21   좋아요 0 | URL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가지로, 알고 있어요. 아, 그 시각에 깨어 있고 싶어요.

2013-08-15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3-08-1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프레이야님 ^^
이 쨍쨍하고 더운날에 열심히 녹음 하시는군요 +_+
저기 달에게는 책에 자꾸 눈이 가네요 +_+
더운데 시원한 커피한잔도 하시구요. 밤에 말고 낮에.. ㅎㅎ

프레이야 2013-08-18 08:51   좋아요 0 | URL
실비님, 우리 인연도 참 오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게 마음 짠하니 울컥하네요. 실비님이 주신 화분은 제가 잘 키워내질 못했어요. 그래도 버리진 않았답니다. ㅎㅎ 제가 식물을 잘 못키우거든요. 다른 것도 제대로 잘 못하지만요. 문득 생각이 나네요. 무더운 날들, 힘내시고 쉬어가며 잘지내세요. 요즘은 냉커피가 땡겨요.ㅎㅎ

비로그인 2013-08-1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 아니셨으면 함성호님의 책은 모른 채 지나갔을 것 같아요.. ㅠㅠ
바로 주문 넣었습니다.. 정말 글이 너무 좋습니다..

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
부산은 이제 한 고비 넘겼을 즈음 아닌가 싶긴한데... ~~

프레이야 2013-08-19 09:39   좋아요 0 | URL
이름도 싱그러운 새벽숲길님, 무더위에 잘 지내시죠? ^^
부산은 그나마 바닷바람이 있어 시원할 것 같지만 올여름은 정말 연일 불볕이네요.
오늘은 밤바다 차가운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와야겠어요.
함성호님의 글은 참 좋더군요.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공부할 걸 미루고 읽어야될 책 생각하고 있는 청개구리에요, 제가^^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나머지 절반의 시작이 또 나흘째, 지금은 해거름이다.

점자도서관에서 발행되는 소식지 '점자나라'에 실릴 봉사자 글을 부탁 받고 유월 말까지 보내주기로 해놓고선

완전히 깜박해버렸다. 방금 음성지원실의 착한 샘이 전화 와서 앗차 했다. 자기도 깜박하고 중간에 확인 한 번 해드린다는

걸 잊었다면서, 행정실에서 전화 와서 알았다며 오히려 미안해 한다. 친절한 마음과 선하고 깍듯하고 나긋한 목소리에

마음이 몽글몽글 보송보송해진다. 내일 퇴근 전까지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책과 영화와 와인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행복을 주는 건 사람,

사람의 마음과 사랑이라는 걸 좋은 사람의 목소리로 오늘아침을 시작하면서 느꼈고 다시 한번 느낀다.

아침에 이번 기말고사 두 과목 말아먹었다고 기죽은 '척'하며 나가는 작은딸한테 웃으며 격려하고 비올지 모르니

접이우산 쥐어서 보내길 잘했다. 학교 가는 길에 빗줄기가 내리더란다. 그래도 반에서 일등이더라며 시크하게 말하네.

김치볶음밥 해서 먹이고 어학당 보냈다. 보냈다기보다 스스로 잘 간다. 좋아하는 선생님과 좋아하는 영역이니 어련히...

책이며 영화며 공연이며 일상이며 사람이며 밀린 스치는 단상과 감흥, 하고픈 이야기들이 엄청 많은데 흘러가고 잊혀지고,

자연스럽게 남을 건 남아있고... 나쁘지 않다. 말(표현)은 왜곡을 낳고 오해도 부르니 때로는 속으로 부르는 노래도

괜찮지 싶다. 

 

유월부터는 전자책까지 더해, 동시에 4권의 책을 보는 셈이다. 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하는 책과 1차 편집하며 재독하는 책,

집에서 보는 종이책과 수시로 보는 전자책. 종이책과 전자책,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묻는 건 무의미한 것 같고

나름대로 장단점과 효용이 있는 것 같다. 늘어나는 종이책으로 부족한 공간에 답답함이 책높이 만큼이나 높아지니

대거 정리도 좀 할 생각이다. 전자책은 공간활용 면에서 미덕이 있고 밝지 않은 공간에서 볼 때도 무리가 없다.

가방 안에 책 두세 권이면 차지하는 자리도 만만치 않고 어깨에 가중되는 무게를 생각해도 전자책은 착하다.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같은 건 바랄 수 없고 연필로 손수 긋는 밑줄이나 메모는 할 수 없어도 나름대로

하이라이트 기능(형광펜처럼)과 메모, 검색, 책갈피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영리하다. 전자책으로 본 도서들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지금은 카사노바 자서전 <불멸의 유혹>을 읽는 중.

 

녹음도서도 종이책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필요한 분들에게 나름의 비슷한 기능을 한다.

눈을 감고 들으면 더 잘 들린다는 점, 눈으로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요즘 눈이 침침해지다보니 시각이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 중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얄궂은 생각도 해본다.

다른 감각인들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시력이 없어진다면 책을 보고 싶은대로 보지 못할 것이고

남을 위해 읽어줄 수도 없지 않나. 생각하면 아찔한, 그래서 가진 게 많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의 무릎을 꿇게 된다.

 

그래도 종이책이 있으니 전자책도 오디오책도 나올 수 있다. 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부피감, 냄새, 활자의 친밀감 같은 건

다른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니 역시 나의 종이책 사랑은 변하지 않을 듯. 단지 집착과 욕심과 허영은 금물이다.

 

 

 

지상의 노래 / 이승우 / 민음사 (365쪽)

2013년 5월 8일 녹음시작, 6월 26일 완료, 20시간 소요

 

 

철학적, 미학적 문장과 여러 겹의 스토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곳이 천산 수도원이다.

그곳에서 발견된 벽서를 따라 우리 현대사와 개인의 역사가 섞이고, 운명과 현실의 가학성,

그런 현실을 넘어선 말씀 너머의 힘, 즉 말씀의 무능력함에서 벋어나오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세상은 희망도 낙관도 할 게 못되는,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는 죽음도 영생이 되는,

그 기구하고도 비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정하고 철학적인 문장들 속에서

아름다운 활자의 벽서를 새기듯 펼쳐진다.

 

결말은 비감한 문장으로 이렇게 맺는다.

 

 

 

차동연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의 권력은 그들의 구별된 공간인 천산을 침범하고 파괴하여 카타콤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하고 파괴하는 권력이 행사되는 이 세상이야말로 카타콤에 다름 아님을 그들의 구별된 삶과 특별한 죽음으로 증거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부정되었지만, 그전에 세상은 그들에 의해 부정되었다. 세상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전에 그들은 세상을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그들이 세상을 버리는 방법이었다.

세상은 더 이상 그들의 믿음과 소망을 간섭하지 않았다. (p346)

 

 

 

 

당신을 위해 지은 집 / 함성호 / 마음의숲 (283쪽)

2012년 8월 29일 녹음시작 12시간 소요 완료,

2013년 6월 12일 1차편집 시작, 7월 3일 83쪽까지 완료 

 

 

작년 여름 지인의 책 발간을 도우며 이 책처럼 만들고 싶었었다. 수수한 흑백 사진과

군더더기 없는 편집, 그리고 표지가 좋아보였다. 시인 건축가 함성호의 산문 읽기를

다시 하니 다른 말 필요없이 그냥 '참 좋다.' 이 사람, 세상을 보는 눈이 참 맑고 밝고

반듯하면서도 틀에 매이지 않는다.

 

우리의 독특한 지리관을 말하며, 솟대를 바라보는 함 시인의 눈은 또 어떤가!

 

 

 

 

솟대는 둥지로 돌아온다는 깃듦 외에 다른 정신적 존재가 깃든다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솟대에 깃들어 있는 정신은 어떤 초월적 존재일 수도 있고, 정신적 귀향처의 의미일 수도 있다.

언제나 돌아가서 품에 안길 수 있는 곳. 솟대는 잎 무성한 세계수의 골격이다. 세 마리 새에게 깃들어 있는 세계의 영혼. 그것은 잉태의 이미지이고, 살아있는 몸이다. 우리가 어떻게 영역 없이도 장소의 갈피를 잡는지, 나는 이렇게밖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끝까지, 인간 내면의 북쪽 극단까지, 이해 가능한 혹은 상상 가능한 최후의 지점까지, 장벽에 부딪힐 때까지

가지 않는다. 나는 무한정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나를 본다. " 라고 말한 사람은 폴 발레리이다.

그 북쪽, 북쪽을 향해 기러기가 가을 하늘을 이고 날아간다. 안국동에서 만나자. 끄덕거리며. (p80-81)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서정홍 시집 / 보리 (155쪽)

2013년 7월 3일 녹음 시작, 2시간 소요 128쪽까지 완료

 

 

어제 시작했는데, 시집은 보통 세시간이면 되니 다음주에 가서 다 읽을 듯.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고 믿으며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책날개에 소개된 약력, 중에서.

 

 

 

 

 

이 시집에 실린 생무 맛을 닮은 소박하고 아릿한 시와 농부시인의 깨끗한 영혼을 더욱 밝혀주는 몫을 사진이 하는데,

월간 <전원생활>의 사진기자 최수연 님의 흑백사진이 그것이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사진은 하나같이 화장기 전혀 없는 시골 아낙과 주름이 자글자글한 시골 노인들의 얼굴과 손등, 굽은 등을 닮아 있다.

지긋이 바라보노라면 흑백의 수수하고 맑은 정수에 젖어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진다. 시인이 두둔하고 있는 고단한

농부의 삶과 후덕한 인심, 목숨 있는 것들에 대한 무한애정, 걸쭉한 입담과 경상도 사투리에 울다 웃다 재미있기도 하고. ^^  

유유상종! 지리산 박남준 시인이 '열무김치와 풋고추와 된장, 가지나물 반찬 밥상 앞에 앉아 기도 드리며

'추천하는 말'을 곁들였다. "겸손하고 순정하여라 그대의 밥상이여"

 

 

 

 

밥 문나

 

 외할머니는 밥만 먹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이 세상에서 밥이 최고였다.

 

 

 

어릴 때부터 쉰 살이 넘도록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는 외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밤새도록 똑같은 잠꼬대를 하셨다.

 

"밥 문나?"

 

외할머니는 무엇이 그리 바쁘신지

해가 뜨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면서

내 손을 잡고 딱 한마디 하셨다.

 

"밥 문나?"

 

 

 

 

 

자격증

 

 

  도서관에 가서 '아무리 바빠도 부모 노릇은 해야지요'

라는 주제로 강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교육 담당자

한테서 전화가 왔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강사 자격증

을 복사해서 보내 달란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증이 없었다. 그래서 국가

에서 인정하는 거라곤 '운전면허증'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 담당자는 웃으면서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

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농지원부'가 있는데 보내 드리

겠다고 했다. 농지원부가 뭐냐고 묻기에 '삼백 평 이상

농사지으면 국가에서 농부임을 인정하는 자격증'이라

고 말했다.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흔한 이야기지만 자연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한

다. 농부는 자연 속에 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강사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내가 힘주어 말했다. 교육 담당

자는 그제야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농부, 내게도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 서정홍 시집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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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7-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묵나 시를 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네요.어릴적에 여름에 외가집에가 가면 시원한 콩국수를 해주시던 할머니의 정이 새삼 다시 생각나네요.

프레이야 2013-07-05 10:2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외할머니의 기억이 애틋하군요.
저도 그렇답니다. 이십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제가 사춘기 시절 또 그 이후에도 늘 아랫목 같이
웅숭 깊은 분이셨어요. 카스피님의 콩국수가 저는 빡빡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하얀 밥이요.^^

라로 2013-07-0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공부를 다 잘해요???? 해주는 거 하나도 없다며????? 부러워 하면 안돼!!! 그냥 맘을 내려놔야지~~~~~~~~ㅎㅎㅎㅎㅎ
책과 영화와 와인,,,,프야님께 정말 잘 어울리는 거야요,,,자기가 좋아하는 걸 잘 찾는 것도 능력!!
나와 인연이 깊은 책 두 권이 보여 더 반갑네요~~~.^^

프레이야 2013-07-05 10:36   좋아요 0 | URL
해주는 거 진짜 없어요.^^ 공부 잘 하는 것보다 더더 중요한 것들이 살아가면서 드러나지요.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 ㅎㅎ 우리 아이들은 모두 행복을 가꾸며 잘 살게 될 거에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싫어하는 건 안 하고 살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ㅋ
함시인의 책은 다시 읽어도 문장이 참 좋군요.
지상의노래는 심오한 내용의 문장들이 많아요.
책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벗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hnine 2013-07-0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사짓는 시인 서정홍 님은 동시도 많이 쓰셨지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어요. '자격증'이라는 글도 참 멋지군요.
제 시댁이 경상도라서, 실제로는 경상도에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남편은 가끔 경상도 사투리로 인삿말을 건네는데 그게 바로 저말 "밥 문나?" 랍니다. 그럼 저도 "무엇다~ (먹었다)" 라고 대답하지요 ^^
함성호 님은 전공인 건축보다 어쩌면 글쓰는 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레이야님은, 어쩌면 제가 상상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이 따뜻한 분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

프레이야 2013-07-05 10:30   좋아요 0 | URL
나인님의 애정어린 페이퍼에서 만난 적 있지요. 저는 서정홍 님의 시집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밥 문나? 무따! ㅎㅎㅎ 무뚝뚝하면서도 정겨운 말투지요. 아주 친밀한 사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함 시인의 산문 참 좋더군요. 쉐프 박찬일과도 친분이 두터운 듯. 이 책에 박찬일의 시가 몇 인용되는데
역시 그분의 시도 마음에 들었어요. 박찬일의 어느 책에서도 함 시인이 언급되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기억이 가물가물 ㅠ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러면서도 이해가 잘 되는 사람들끼리 인연이 되는 건가 봐요.

세실 2013-07-0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잘하는 두 딸이라니.....프야님이 부러운 2인 (1인은 시아님 ㅎ)
요즘 제가 과연 책을 좋아하는지도 의문..... 읽다가 포기하는 책만 그득합니다.
다행히 올해 처음하는 도서관북페스티벌 기획하는건 재미있어요^^ 요즘 출근하는게 다시 즐거워졌어요. ㅎㅎ
밥 문나.....ㅠㅠ 엄마, 할머니 늘 하시는 말씀이었죠.
자격증도 참 재미있네요. 그나저나 그 담당자 융통성 없기는.....ㅋㅋ

프레이야 2013-07-05 10:34   좋아요 0 | URL
모야요, 그럴 정도 아니에요. 간섭 안 하고 안 돌봐주니 알아서 하는 거죠.
책도 시절인연이 맞아야 공감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읽다가 포기한 책은 나중에 어느 순간 펼치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경우도 있던데요. 세실님 다시 일이 즐거워지셨다니 기뻐요.
더더 좋은 길이 열릴 거에요. 초긍정마인드 세실님이니^^

어른들은 꼭 그러시죠. 밥 문나?? 이거 무봐라. ㅎㅎ 엄마랑 할머니, 경상도 분이세요?
농부자격증! 전 운전면허증 한 가지 ㅋ
그러게.. 세실님이라면 융통성 있게 대처했을텐데 말에요.ㅎㅎ

다락방 2013-07-05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같으면 벌써 잠들었을 시간이에요, 저는. 자정이 넘은 지금이요. 그런데 내일은 연차를 내서 늦잠을 자도 되고, 마침 빗소리가 들리지 뭐에요. 아까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고 빗소리에 잘 어울리는 한 편의 에세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와인을 언급하시니, 빗소리가 들리는 이 밤, 와인을 한 잔 따라가지고 컴앞에 앉을까 아주 많이 갈등했어요. 아니면 맥주라도..그러나 꾹 참아보려고 해요.

지금쯤 주무시겠죠, 프레이야님. 이 글 쓸 때의 좋은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신채로 잠드시길 바랄게요. 그렇게 따뜻한 꿈까지요.
:)

프레이야 2013-07-05 10: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늘 연차로 쉬시는 거에요? 늦잠도 주무시고 뭔가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저는 어제도 아주 늦게 잠들었어요. 새벽 2시는 예사로 넘기고 3시 가까워서요.
밤잠을 잘 안 자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에 자는 게 아까운 거 있죠?
고쳐야될 습관 같아요.
저의 좋은 기분과 따뜻한 꿈을 바라주셔서 참 행복해요.
마음을 잘 조련해야 할 것 같아요. 파이이야기,의 그 호랑이 조련하듯이.^^

다크아이즈 2013-07-0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원기회복하셨군요
역시 알라딘을 접수할 때의 프레님이 더 멋져요
따님 방임한다고 만날 겸손해하시는데 이 정도면 앞이 보여요
전 아들 관리해서 실패한 케이스 ㅠ
두따님의 영특하고 섬세하고 따스한 면은 프레님 닮아서가 분명해요^^*

밥문나 자격증 두 시 격하게 공감이요
공조직에서는 근거, 특히 공인된 자격증 이런거 넘 조아해여
그거 없을수록 괜찮은 강사 같은데 뭐든 근거를 남겨야 하니 ㅡ
프레님 비가와요 후텁지근해도 창문 열어야하는 이 계절엔 비가 좋습니다
먼지 덜 날리니 ㅋ
좋은 아침 맞이하시어요^^

프레이야 2013-07-05 10:54   좋아요 0 | URL
이궁 언니, ㅎㅎ 암튼 딸들이 저보다 훨씬 야무지고 착하고 단단한 것 같아요.
작은애는 국제고에 가겠다고 방학 때 학교에서 하는 자기주도학습 신청하고 왔다네요.
그냥 하루 세시간 자습하고 오는 건데, 아침에 늦잠이나 자는 것보다 낫지요.
저랑 상의도 없고 저는 그런 프로그램 있는 줄도 모르고.. 알아서 합니다.ㅎㅎ
국제고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형 이름이 바뀌었거든요. 진학할 때 좀 도움이 될 것 같다네요.ㅋ

자격증 남발의 시대이기도 해요. 공인된 학력이나 자격 없이 더 괜찮은 경우도 많지요.
뭐든 증명하길 바라니, 요식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여긴 오늘 비가 그쳤어요. 어젠 하루종일 이방 저방 제습기를 돌렸어요. 물이 물받이통 한가득.
이런 날, 나쁘지 않아요. 좋지요. 멜랑콜리~~를 즐기며^^

2013-07-0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8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7-0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밥 문나 시를 보는데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아직도 그립고 보고싶은 할머니에요.^^
항상 건강하세요~*^^*

프레이야 2013-07-08 12:31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건강 잘 돌보세요^^

페크pek0501 2013-07-0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은 책과 영화와 와인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시는 분이군요. ㅋ
저는 와인을 즐길 경지에는 가지 못했어요. 앞으론 친해져 볼까, 하고 있어요.
대학생 딸이 맛있는 와인을 사 오겠대요. 같이 마시자는 거지요.ㅋ

개츠비처럼 영화와 책을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때의 영상이 떠올라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네요.
밥 문나, 자격증... 님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늘 행복하시길... 오랜만의 글, 반가워요.^()^

프레이야 2013-07-12 23:35   좋아요 0 | URL
페크님 대학생 딸이랑 와인 한 잔 하시고 기분 좋으셨겠어요.
살가운 딸이네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개츠비 좋았어요.^^ 다시 또 한 번 보고 싶네요.
소설은 문학동네 것으로 다시 읽으려고 선물 받은 책 눈길만 주고 있어요.
더운 날, 지치지 말고 잘 지내세요^^

네꼬 2013-07-2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참 착하고 부지런하신 프레이야님. 와서 혼자 놀다 가요.

프레이야 2013-07-31 22:32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제가 너무 늦었지요.^^
벌써 내일이면 8월이 시작되네요. 더위에 지치지 말고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희망찬샘 2013-08-03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문나~ 눈물 나는 시네요.
갑자기 <청년노동자 전태일>의 한 대목도 생각나고. 배가 고프다~ 하던 그 장면.
서정홍님 시집을 사야겠다는 생각.
기죽은 '척' 하는 작은 딸! ㅎㅎ~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늘상 스마일^^ 하시는 프레이야님 따라 저도 스마일~~~

프레이야 2013-08-06 09:51   좋아요 0 | URL
방학이라 좀 쉬시나요?
살면서 밥이 눈물나게 하는 때가 종종 있더군요.
뜨거운 복국 한 그릇 앞에서 뚝배기에 눈물 떨군 적도 있구요.
작은딸이 큰딸보다 여우라 '척'과 '무대뽀'를 번갈아가며 잘해요.ㅎㅎ
무덥지만 웃으며 시원하게 보내요 우리^^

순오기 2013-08-0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남편 인천으로 보내고 혼자 밥 묵었어요.
앞으로도 주욱 혼자 밥을 먹어야겠지만...

건강 잘 챙기고 가을에 만나요~

프레이야 2013-08-06 09:51   좋아요 0 | URL
근데 인천으로는 왜 가신거에요?? 자세한 얘길 못 물어봤네요.
더운날씨에 건강 잘 돌보며 쉬엄쉬엄 일하세요, 언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세기의 눈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6월
구판절판


어조는 중요하다. 과거에 각인된 기록인 만큼 당시의 생생한 색채와 정황, 실루엣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영혼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악수할 때 손의 악력을 통하여 상대의 피부를 위시해 내밀한 기억을 간직하게 마련이다. 어조나 악력은, 스스로 털어놓는 고백보다도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을 단단히 거머쥐는 특이한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캐릭터 전체를 전해오는 듯도 하고 섬세하게 말을 건네오는 듯도 하다. 마치 입술 끝으로, 그도 모르는 자기 자신의 교육 정도를 속삭이며 드러내듯이 말이다.-28쪽

"그와 나의 주제가 똑같고, 이미 앞선 시대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할 말을 모두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랍고도 다행스런 일인가. 중요한 것은 계란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하느냐이다......"-46쪽

독서는 앙리가 청소년 시절부터 평생토록 유지해온 유일한 습관이다. 그는 독서란 교양인의 생활태도로 간주되는 대화와 결합해서 예술의 반열에 드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개인적 사유 따위에는 불신을 품는다.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앙리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신념이다.-51쪽

"우선 수단을 찾아내야 해. 예술작품이란 수단을 모색하는 중에 태어나게 마련이지. 예술가란 자기가 저지른 죄를 낱낱이 털어놓는 회개자가 아니야.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생산자이지. 이를테면 직업인이야. 소설도 그냥 써지지는 않고, 옷본에 맞춰서 오리고 짜 맞춰야 만들어지는 법이야. 그 안에 자기를 집어 넣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만, 어쨌든 뭔가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해. 예컨대 상황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나갈 것이며, 어떤 결말로 끝을 맺을 것인가를 배워야 해. 대체 누가 말을 하는가? 또 왜 말을 하는가?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또 어디로 가는가? 어째서?-60쪽

"이봐, 앙리, 저 언덕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고 상상해봐....."
아무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이에게는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힘을 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대위 출신 아버지를 둔 친구의 이 한 마디 말을 평생토록 잊지 못한다(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다). 이 말을 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기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바로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는 일이었다.-221쪽

오이겐 헤리겔이 쓴 '활쏘기의 선'...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사진술을 그저 사냥꾼이 가질 법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했었다. 궁수의 동요, 쉽게 이완하는 요령, 정확한 사격...... 호흡법, 응시법, 혹은 대상에 빨려드는 그 어떤 방식이건 간에, 집중력만으로는 영혼에 내적 갑옷을 입히기 어려웠다. 반면에 선의 가르침에 따라 순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사토리(satori), 즉 통상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길이 열리는 듯이 보였다. 기다리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또 오이겐 헤리겔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편에서 설파하듯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231쪽

초상사진작가는 자기가 하는 작업이 죽음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은 이내 사라질 운명인, 하나뿐인 순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간과의 사투인 셈이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인간조건이 본질적으로 덧없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초상사진은 모든 사진들 가운데 시간의 제약이 가장 덜한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르티에 브레송은 특정한 상황에서의 특정 맥락을 갖추고 있는 르포사진에는 정확한 날짜를 기입하는 데 반해, 초상사진의 경우는 날짜를 적지 않는다. 적더라도 재미삼아 적을 따름이다.-260쪽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두 달간의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가 끝나가던 1947년 4월, 친구인 카파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충고를 해주었다.
"사람들이 자네한테 던져주는 미끼를 조심하게나. 기분은 좋을는지 모르지만, 일단 사람들이 딱지를 붙이고 나면 자네 몸에 착 달라붙어 나중에 떼어내기 힘들거든. 어쩌면 자네 등에 초현실주의풍 사진작가란 딱지가 좀 붙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그럼 끝장일세. 자네는 계속 그런 식으로 밀고 나가야 할 테고 타성에 젖게 될 테니까. 자네 길을 가게나. 오로지 포토저널리스트란 딱지만 자네 가슴에 품고서. 그러면 세상 어딜 가도 홀가분하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걸세."-267쪽

"르포르타주란 문제를 표현하고 사건이나 인상을 고정할 목적으로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이 동시에 점진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나에게 사진이란, 일 초도 안 되는 찰나에 대상의 의미와 또 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형태들의 엄정한 조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제란 사실들을 그저 집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들 그 자체는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들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고, 사실의 진면목을 심오한 현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포착하는 일이다. 사진에서는 아주 작은 대상도 커다란 주제가 될 수 있고, 사소한 인간적 디테일도 라이트모티프가 될 수 있다....."-325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 초상사진 분야에서 '운이 좋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잘못 알려졌다고 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우연의 일치가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귀를 열어놓고 손에는 항시 라이카를 쥐고 있노라면, 때론 운명이 포착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호흡하고, 순간의 진면목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유연성을 갖추고, 인내심을 잃지 않은 채 기다리다 보면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결정적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데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모든 자질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에 한 데 집중시킬 줄도 아는 인물이다.-337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당사자와 일종의 양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작가는 이미 사전에 인물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잠시 그와 함게 있어보가, 그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그의 세계를 호흡하고, 그의 내면세계를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자기 것으로 하되, 이 모든 것이 사진작가의 본능이나 심지어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사전 작업이 끝나면 사진작가는 인물이 눈치 채지 못하면서 50밀리 렌즈가 닿는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연스레 그 주변을 맴돌아야 한다. 특히, 인물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개 사진작가가 인물의 첫인상으로 포착한 표정이면 정확하다.-340쪽

애초에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는 그가 느끼는 시각적 감동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든 간에, 대상과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수준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처음 데생으로 시작했다가 곧이어 그림을 그렸고, 그런 다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치고 나서 또 다시 데생으로 돌아왔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관성이 있는 여정이다.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았다기보다, 오로지 하나의 세계만을 견지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크레용이며 붓, 카메라는 그저 도구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활을 쏘기 위한 다양한 줄일 따름이다. 시선을 지배하는 영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387쪽

카르티에 브레송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수필가 장 프랑수아 르벨은 이렇게 말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어떤 합리적 설명보다도 강력한 수단을 써서 동료 사진작가들을 무력화시켰다. 바로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내가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다른 사진작가들에 관해서 이야기르 ㄹ해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그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391쪽

"나에게 사진은 영원한 시각적 주의력이 자발적으로 발동해서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포착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데생은 의식이 바로 이 순간에서 포착한 것을 토대로 조형적으로 작업하는 행위이다. 즉 사진은 즉각적 행위인데 반해, 데생은 명상인 셈이다."-397쪽

신화의 인물들 중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이 오랫동안 가장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은 바로 안타이오스였다. 그리스인들은 거인 안타이오스가 육신을 딸에 대고 있는 한 끊임없이 가공할 힘이 솟구쳤기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숨통을 끊어놨다고 전한다. 카르티에 브레송도 안타이오스와 마찬가지로, 자잘하고 한찮아 보이는 것들로 이루어진 구체적 현실과 접하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가장 파장이 긴 진실은 바로 이런 자잘한 현실의 편린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법이다.-411쪽

그는 콘트라스트가 심하거나 흐릿한 인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선명한 쪽을 선호한다. 그는 특히 회색조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갖 종류의 톤이 모두 담긴 걸작 사진 <시테 섬>(1952년)이 좋은 예이다. 그는 거의 구름이 기지 않은 약간 흐린 날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사진작가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회색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놀려대지만, 그들 편에서 보면 그야말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IKB(International Klein Blue :프랑스 현대화가 이브 클랭이 독창적으로 사용하는 청색 모노크롬을 일컫는 별명)를 말하듯이, 언젠가 GCB(Gris Cartier-Bresson: 카르티에 브레송 회색)란 말을 사용할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그는 특히 회색을 잘 운용할 줄 알아야 훌륭한 미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던 들라크루아의 <일기Journal>을 탐독하곤 한다.-417쪽

"매그넘에는 이중 잣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이외의 그 어던 매그넘 회원이라도, 잡지사에서 임의로 콘택트 프린트를 편집함으로써, 작가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사진작가의 열정이 서려있는 콘택트 프린트는 그의 허물이 잔뜩 담긴 내면 독백입니다. 찌꺼기이지만, 우리가 살롱에 앉아 꽃잎을 따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피한 찌꺼기입니다. 어쨌든, 이 찌꺼기를 예심판사 앞에서 일일이 큰 소리로 외쳐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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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7-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먼저 들어와 공감 날리고 덧글 썼는데 로긴 안 된 상태라 다 날아가버렸어요ㅠ
스맛폰으로 다시 써요 스마트폰은 익숙치가 않아요
일단 브레송을 보관함에 담았는데 프레님 밑줄긋기 보니 사진을
이해한다는게 엄청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사진을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쉬울것 같아요

날씨 넘 후텁지근해요
프레님은 파리 단독으로 남겨놓고 유럽 일정 잡으면 어떨까 싶어요
아님 동유럽 패키지로 다녀오시고 파리는 자유여행 하시면 될 것 같고ㅡ
전 예전에 스페인 포루투갈만 따로 십여일 갔다 왔는데
역시 여행은 단독 나라로 꼼꼼ㅈ보는게 나았어요^^*

프레이야 2013-07-04 20:42   좋아요 0 | URL
팜므언니,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될 듯해요.
그리 어렵지도 않구요. 단지 관심과 이해가 좀더 있고 없고의 차이겠지요.
예술은 하나로 통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것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과정, 그게 천재의 특성이라고 하는데
독서의 과정도 그런 것 같고 그래야 하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위의 마지막 인용문구 중 첫줄에 '콘택트 프린트' 나오죠?
글 쓰는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일종의 초고 같은 건데요,
밑줄긋기에 옮기진 않았지만 저는 콘택트 프린트에 대한 부분도 좋더라구요.
다듬기 전의 날 것, 그게 원래의 솔직한 우리 마음이고 욕망이잖아요.
거기엔 일련의 (마음)과정이 담겨있구요. 그래서 브레송은 자신의 콘택프 프린트를 소중히 여겼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했대요. 하나의 필름을 다 쓴 후의 콘택트 프린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한 경우에 나머지는 과감히 버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