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넘어 기록하지 않은 것 중에 낭독녹음도서도 포함된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도 게을리 하지 않은 일 중에 최고다. 왜냐하면 우선 내가 즐거우니까. 시월부터 음성지원실에는 팀장이 없고 효정샘 혼자 바쁘다. 녹음도서제작도 밀리고 있는 것 같은데 공석을 얼른 메꿔주지 않는 게 좀 이해되지 않는다. 마땅한 능력자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닌가 추측할 뿐. 살포시 송혜교 닮은 팀장은 결혼을 앞두고 요즘 한창 행복해 하고 있는 눈치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꽤 설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야무지기로는 누구 따라올 사람이 없는 사람이니 행복도 잘 가꿔나갈 것 같다. 12월에 결혼식을 올리면 제주에 가서 살 거라니 꿈같은 얘기다, 내게는. 겨울에 아름다운 신부가 한 사람 또 탄생할 날, 그때 가서 축하해야지. 식은 부산에서 올린다고 하니. 출발은 누구의 것이든 모두 설렘을 동반한다.
2013년 8월 7일 녹음시작 4시간 소요 8월 14일 완료, 1차편집 완료
익산고도리석불입상
내 애인은 바위 속에 누워 있었지
두 손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지
누군가 정으로 바위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렸지
내 애인은 문을 밀고 바깥으로 걸어나왔지
바위 속은 환했지만 바깥은 어두웠지
내 애인은 옛날부터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2013년 8월 28일 녹음시작, 14시간 소요 9월 13일 완료
로쟈님이 뽑은 유명한 7개의 고전을 각 장 별로 두 시간 강의를 풀어서 편집한 책이다.
'사적인'이라는 말을 '남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독서'라는 의미로 썼다.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 고전을 이렇게도(이런 관점으로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명쾌하고 흥미롭게 풀어주었다.
문장도 강의 투 그대로 옮겨져 있어서 낭독하기에도 즐거웠다.
1차 편집을 하며 재독할 생각에 벌써 기쁘다.
2013년 9월 17일 녹음시작, 18시간 소요 완료 (총 431쪽)
기대보다 좋았다.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에서 '안녕'이 Goodbye가 아니라 Hello 정도의
뜻이란 걸 아는 사람이면 짐작될 내용이지만 구석구석 재미난 인물과 공감되는 심리묘사가
그럼직하다. 소설 속 사강이 연애에 대해 하는 말은 '연애'에 '삶'을 대입해도 좋은 문장이다.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
이에요. 전 한순간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았어요. 대단한 영감으로
순식간에 걸작을 써내는 작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런 거에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에요."
- 377 쪽
2012년 7월 25일 녹음시작 14시간 소요 완료, 2013년 10월 1차 편집 완료
신랄한 이야기꾼,, 쑤퉁의 소설로는 첫 독서인 셈인데 아주 흥미롭다.
세 가지 이야기에 담긴 인물들은 운명의 희생자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첫 이야기 '처첩성군'에서 페이푸가 쑹렌에게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람은 다 똑같아요. 자신의 희로애락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죠." - 59쪽
확실히 우리는 알 수 없는 운명에 조종 당하면서도 우리가 주인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간다고
착각하는 일면이 있다. 자유의지여, 더 힘을 내어보시라!
2012년 11월 20일 녹음시작 5시간 소요 완료,
2013년 10월 23일 1차편집 시작 10월 30일 완료
함민복 시인의 생명사랑을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생명사랑은 자연에도 인간에도 해당된다.
미안한 마음은 어찌 보면 입장 바꿔 생각하는 마음이다.
요즘 재미나게 보고 있는 모 드라마에 나오는 가훈이 '입장 바꿔 생각하자'더라.
미안하다,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 준 사람들, 짓밟은 풀들, 꺾은 장미.
'배는 앞에서 끌고 가는 힘이 아닌 뒤에서 밀고 가는 힘으로 움직입니다(38쪽)'라는
문장처럼 내 삶도 미래보다 과거가 밀어주는 힘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후회스럽고 어쭙잖다고 여겨지더라고 전혀 지울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나를 미는
힘이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똑바로 쳐다보자. 안개 속이라도, 방긋, 해답이 거기 있다.
2013년 10월 23일 녹음 시작, 현재 4시간 소요 2B tape 까지 완료
아주 오랜만에 손에 든 은희경 작품이다.
따옴표가 전혀 없이 대사도 서사문 안에 녹여 놓았다.
주인공 류의 서사와 요셉의 각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중.
내일 가서 많이 읽을 생각이다.^^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며,
운명이란 주어진 운명에서 도망치려 할 때 바로 그 도망침을 통해 실현된다....... 누군가
말하기를 어떤 언덕에서 바라보면 나무는 없고 자라남만 있으며 강은 없고 흐르만 있으며
춤추는 자는 없고 춤만 있다 한다. 쓰는 자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잘 안될 것 같다.
- 작가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