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볕더위에 매미는 그 소리도 울울창창, 일생일대의 한철을 맹렬히 살아내고 있다.
한 달을 훌쩍 넘기고 포스팅이라니.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준 것 같다. 소소한 사건사고가 있었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모두 마음에 남기고. 책읽기는 놓지 않았고 영화도 꾸준히 봤는데 한 번 정리할 기회를 봐야지.
2013년 7월 10일 녹음시작 총 7시간 소요 완료 (210쪽)
지난 주에 완료한 책이다. 세실님이 선물로 주신 고운 책.^^
편안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함께하면 좋겠다 싶었다.
십대 시절, 나는 달에게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티에게 편지를 썼었다.
편지체 일기였다. 대학노트에 빽빽히 참 많은 이야기를 썼었지.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고 나는 일기였지만. 그 노트들은 지금 다
어디고 가버렸을까? 나는 이제 누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이 책에는 아기자기 깨알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마치 어디선가 들은 듯한 기시감과 함께
담겨있다. 신경숙의 다른 면이라 재미있게 읽힌다. 삶의 반전들, 사람을 보는 깊은 눈,
유머와 여유의 소중함.
"안~ 주면 가나봐라~ 그~칸다고 주나봐라~" 스물여섯 이야기 제목 중 하나다.^^
2012년 8월 녹음, 2013년 6월부터 1차편집 중, 오늘 완료예정
롤랑 바르트는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고 한다. 텍스트가 자신의 글쓰기 욕구를 자극했다는 말.
함성호의 이 책은 그런 자극을 자주 준다. 문장도 사유도 참 좋다. 아래 문장은 특히 힘이 되는 사유다. 지나온 길과 현재의 삶과 갈 길에 대한 '다시보기'를 주는 문장이기도 하고.
현대물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한다고 해도 현재의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단일한 우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우주, 즉 거울우주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울우주 속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아버지는 거울우주 속의 아버지인 것이다. 당연히 내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하면 거울우주 속의 나는 죽는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항상 하나가 아니라 둘이거나 여럿이라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갈림길에 서 있었던 어느 한 시절의 가지 않은 길을 노래했지만, 사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길로 이미 우리의 그리움과 망설임의 또 다른 나를 가게 했다. '나'는 실은 단수로서의 '나'가 아니라 수많은 복수로서의 '나'가 모인 우리이다.
그 수많은 '나'들은, 잃어버리고 새로 나타나는 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나'다. 우리가 타인과 만나 이야기 할 때, 그 타인은 어쩌면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라고 믿고 있던 그 길로 보낸,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 보지 않은 길을 생각하듯이, 그 길에서 이 길을 가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 '나'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길은 없다. (145쪽)
오늘 녹음시작할 시집. 기대기대^^
그런데 문학동네시인선은 활자가 너무 작고 희미하다. ㅠㅠ
서문을 대신한 안도현 시인의 글 (시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중 1연)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갑자기 겨울하늘을 깰 듯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들을 보러 가고 싶어진다. 아직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