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구나. 처음이다. 책 블로그 시작한 이후로 한 달에 책 한 권도 못 읽은 달은. (코엘료의 <스파이>를 반 정도 읽고는 결국 연체, 반납했다.) 노가다의 폐해라고나 할까. 노가다 나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 피로 역시 쌓여만 가는가보다. 노가다는 육체를 잠식한다. 집에 오면 씻고 밥 먹고 파스 붙이고 곧장 뻗어버린다. 책은 무슨.....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날, 지금 이곳은 강남 성모 병원 입원실이다. 2016년 병신년 마지막 날도 이곳에 있었다. 병신년 마지막 날에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아버지 병간호 하느라 짬이 없었다. 노가다 끝내고 부랴부랴 성모 병원으로 와 여동생과 교대했다.

 

그런 사장들이 있다. 인부가 쉬는 걸 도저히 못 봐주는 사장. 어제가 그랬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킨다. 노가다의 도. 어떤 일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끝날때쯤엔 진이 빠진다. 40kg짜리 시멘트는 언제나 무겁다. 이걸 어떻게 들까 고민하다 들처업는 와중....

 

그거 40kg 밖에 안 하는데, 무거워요?”

무겁지 씨발놈아

 

물론 속으로만 말했다.

 

집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 작업 장소라, 귀가 시간을 고려해 일찍 끝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완벽한 착각이었다. 5시 넘어 끝난데다 버스 타고 집에 가란다. 인적 하나 없는 시골 버스 정류장에 세워주고 가버린다.

 

어찌어찌 집으로 와 씻고, 밥 먹고, 파스 붙이고 부랴부랴 또 서울 성모병원으로 갔다. 아버지가 입원 하신 건 열흘 전이었던가. 오남매가 돌아가면서 병 간호를 해 왔다. 지난 주에도 나는 토요일 나이트에.

 

사실 아버지처럼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까탈스럽고 예의없고 오만 방자하고 안하무인인 사람 병간호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새벽 세 시, 아버지는 잠이 안 온다며 트렁크에 든 수면제를 달라고 나를 깨운다. 아버지 트렁크에서 수면제 통을 꺼냈으나, 수면제는 단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간호사선생님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부탁드렸고 곧 주신다고 했으나, 아버지는 트렁크에 자신이 수면제 세 통을 가져왔다고 연신 우기시며, 빨리 달라고 채근한다. (도대체 왜 매번 세 개일까? 지난번 괌 여행땐 인슐린 주사 바늘을 세 개 가져왔다고 우기셨다. 우기기의 삼위일체?) 새벽 세 시, 불을 켜고 트렁크에 든 내용물들을 일일이 확인 시켜 드리고, 텅 빈 트렁크를 역기들듯 양 손으로 번쩍 들어 흔들며 울먹이며 말했다.

 

없잖아요.”

 

없는 걸 있다고 우기면 정말 눈물 날만큼 화가 난다.

 

그래도 노가다가 더 힘들다. 거의 서른 번 나갔나? 서른 번의 노가다의 깨우침.

세상에 쉬운 노가다는 단 하나도 없다.

병간호 때문에 병원 올 때 마다 사실 내가 입원하고 싶다. 온 몸을 파스로 도배하고 싶다.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가 저리다.

 

병신년은 내 인생의 혹한기였다. 정신이 병신같은 바크네는 논외로 치더라도.

병신년에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일은 ‘2016년 알라딘 서재의 달인선정이 아닐까. 또한 여러 이웃님들의 축하 인사도.

(이 자리를 빌어 2016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또한 서재의 달인 선정 축하 인사 해 주신 이웃님들도 감사드려요)

 

2016240편 정도의 리뷰를 썼기에 리뷰를 많이 쓴 알라디너에 이름을 올릴거라 예상했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여러 데이터들 중 가장 유의미하고 주목해봐야 할 타이틀은 다른 서재에 댓글을 많이 남긴 알라디너가 아닐까. 서니데이님, cyrus, [그장소], yureka01, 곰곰생각하는발님, 오거서님, 단발머리님, stella.K, 고양이라디오님, samadhi님은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알라디너간의 화합과 소통에 누구보다도 기여하신 분들이다.

(2016년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고마우신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닉네임을 언급하기 두렵다.

(2016년 한 해, 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극필반이라 했다. 병신년에 바닥을 찍었으니 정유년엔 반전을 노려보자.

 

이웃님들, 하시는 모든 일마다 소원 성취하는 한 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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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1-08 20:22   좋아요 2 | URL
억지웃음님, 축하 말씀 감사드리고 억지웃음님도 꾸밈없는 미소를 지을수 있는 한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쭈니 2017-01-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열심히 사시네요.

쭈니 2017-01-0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무슨 오류가 있는지 아직 쓰고 있는데

쭈니 2017-01-0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쓰던 댓글을 달으려니 심술을 부리나 봅니다. 글이 저절로 자동으로 막 올라가서리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일 다 잘되길 바랍니다.

시이소오 2017-01-08 21:38   좋아요 0 | URL
쭈니님, 북플 입성 죽하드려요. 열심히 산다기보다는 착취당하며 사는거죠. ㅋ

쭈니님도 소원성취 하는 한 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타락시아 2017-01-0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시이소오 2017-01-09 11: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전투 마법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가

꿈꾸는섬 2017-01-1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날씨에 고생 많으셨네요.
아버님의 병완도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올 해도 좋은글 좋은책 많이 얻어 갈게요.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7-01-18 16:02   좋아요 1 | URL
꿈섬님 늦게나마 생일 축하드려요 ^^

아직 온전히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이웃분들 글만 읽고 댓글은 건너뛰네요^^;

응원의 말씀 감사드리고
저도 꿈섬님의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

꿈꾸는섬 2017-01-18 19:23   좋아요 0 | URL
ㅎㅎ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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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좋은 날은 끝났다. 더 이상 처자식을 굶어 죽게 방치할 수 없어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면접 책도 보고 면접도 봤다. 면접 합격도 했지만 구직자 두 번 죽이는 롯데닷컴 동양생명의 사기성 광고에 당했다. “면접비 50만원 쏩니다해놓고는 면접비 만원도 안 준다. 교육 기간 동안 지원금을 주는 듯 광고 해대지만 교육 기간 동안 단 돈 1원도 안 준단다. 이런 최순실스런것들. 그럼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나랑 우리 가족은 뭐 먹고 사나요? 당신들 크리스마스 케익 자를 때, 나와 내 처자식은 허벅지 살이라도 도려내란 말인가?

 

구직자들에게 허위, 과대 사기성 광고를 남발하는 롯데닷컴- 동양생명이 판매하는 보험 상품은 과연 믿을만할까? 소비자보호원이나 알바몬에 신고해야 하는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논술 선생을 알아봤더니 150만원 준다나? 그거 받아서 어떻게 처자식 먹여 살리나??

또 다시 창업을 하려해도 자본금이 없다. 이리저리 머리 굴려봐야 답이 없다.

결론은 하나.


노가다다. 그렇다. 나는 일당 잡부다.

지난 주 육일 스트레이트 나가고 오늘 허탕쳤다.

허탕친 김에 얼른 정리해야지.

 

(이명박근혜 10년 만에 결국 나는 일당 잡부가 되는구나.)

 

하루에 1시간 정도 책 읽을 짬이 난다. 뉴스 때문에 책에 집중도 안 된다.

그래서 읽은 책은 고작 16.

 

이달의 책을 꼽기 민망하긴 하지만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에 손을 들겠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 때문에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조만간 박근혜 야동 터진다지??

온갖 마약에 비아그라에, 어쩜 저리 지 아빠 판박이일까. 박정희 정부에서 의전과장이었던 박선호는 채홍사 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었다. 미국으로 치면 CIA에 해당하는 중앙정보부가 하는 가장 주된 일이 유부녀든 10대 소녀든 양아치마냥 폭력으로 끌고 와 박정희에게 진상을 바치는 일이었으니,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할 짓이었을까.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흡사 박정희 때 중정을 떠올리게 한다. 온갖 마약에, 비아그라에, 기타등등. 아이들 앞에서 말하기 민망한 ‘19금 정부. 부정부패 끝판왕.

탄핵? 반대한다. 하야? 반대한다.

당장 처형해라.

닭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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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2-05 14:19   좋아요 3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원래는 원양어선을 타려했으나 와이프가 반대하는 바람에 (쿨럭) ㅋ

stella.K 2016-12-05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작 16권...?! 그러다 알라딘 공공의 적 되십니다.
그 정도의 독서량이면 어떤 사람 상반기 독서량과
맞먹을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십시오.ㅋㅋ

최순실스런! 정말 이게 요즘 최고의 욕이 되겠군요.
저도 종종 사용해야겠슴다.
근데 화무십일홍을 이렇게도 쓰시다니. 역시..!ㅎㅎ

시이소오 2016-12-05 14:21   좋아요 4 | URL
제가 공공의 적이 되기엔 너무두 강력한 최순실 일당이 있어서 ㅎㅎ

alummii 2016-12-05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저는 11월 고작 한권 ㅋㅋ 반성하고갑니당

시이소오 2016-12-05 14:29   좋아요 0 | URL
저는 허탕치는 날이 꽤 되거든요. ^^ 일당잡부라 좋은점도 있어요. 나가면 돈 벌어 좋고, 안 나가면 놀아서 좋고요 ㅋ

samadhi(眞我) 2016-12-05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럭운전이 좋다고 합니다. 술 많이 안 마시고 졸음운전 안 하면 ㅋ
우리 남편이 술 안 마시고 졸음운전을 안 해요. 운전도 좋아하고. 그래서 정말 먹고 살 거 없음 트럭운전 하기로 했어요. 저도 옆에 타고 유랑생활. 아이가 생겨도 같이 다니기로 ㅋㄷㅋㄷ
이 시대 어깨 무거운 가장들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시이소오 2016-12-05 15:07   좋아요 1 | URL
면허가 없어서. 돈 생기면 면허 따야죠. 저는 운전을 잘 못할뿐더러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단점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은 따놔야죠. 응원 감사합니다 ^^

syo 2016-12-05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시절은 끝났네요ㅠ....이래저래말이지요.

시이소오 2016-12-05 15:0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 천권을 읽었더니 일당잡부말고는 할게 없네요 ^^;

syo 2016-12-05 15:15   좋아요 1 | URL
아...올해 들어 읽은 댓글들 중에 최순실 건 제외하고 제일 슬픈 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2-05 15:23   좋아요 2 | URL
최순실 건은 슬프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ㅠㅠ

기억의집 2016-12-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1월이 어떻게 간다 싶을 정도로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책 한권 읽었나.... 계속 터지는 가십성 뉴스때문에 폰을 들고 살아요 주말엔 집회 나가고 이러다 보니 책에 집중 할 수 없더라구요. 독서량과 지성 그리고 일자린 별개더라구요. 저도 독서라면 남 못지 않은데 어린이집 보조교사 아니면 포장알바더라구요. 딱 기본시급~ 시이소오님도 얼른 일자리 잡아야 심적으로 편하시겠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 기대해 봅니다!

시이소오 2016-12-05 16:12   좋아요 0 | URL
저도 폰을 놓을수가 없더라구요. 매일 새로운 기사가 터지니.

응원 감사합니다. 근육이 생겨서 와이프는 좋아하네요 ㅋ

기억의집 2016-12-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보니 운전 싫어하시는군요. 저흰 큰 삼촌이ㅜ트럭 운전하시는데 얼마전에 그만두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운전 잘하면 트럭운전 할만 하긴 해요. 큰 삼촌이 큰 돈은 아니지만 목돈은 모아 그만둔 거니깐요~

시이소오 2016-12-05 16:1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일단은 면허증은 따 놔야겠어요 ^^

:Dora 2016-12-0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와 다독의 달인!

시이소오 2016-12-06 05:58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당 ~~

돌아온탕아 2016-12-2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시이소오 2016-12-22 23:38   좋아요 0 | URL
돌아온탕아님, 응원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16-12-2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시이소오 2016-12-23 22:09   좋아요 1 | URL
앗, 그런가요?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장준하 평전 (양장) - 개정판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유병언의 시신이 부패된 채로 발견되었다. 정부에선 유병언의 시신이 맞다고 우겨대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현역 치과의사는 주장한다. 담배를 피지 않는 유병언 치아에 니코친이 끼어 있을 순 없다고.

 

마찬가지로 장준하 선생이 산에서 추락사 했다는 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두 번에 걸친 <장준하 의문사 위원회>는 비록 결정적인 물증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적어도 추락사가 아닌 것만은 분명히 밝혀냈다. 추락사 당한 시신에 아무런 외상이 없을 순 없다. 그렇다면 장준하 선생은 왜 살해당해야만 했을까?

 

현대사의 선각자 중에서 장준하 선생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이도 드물 것이다.

 

장준하는 일제 강점기 때 부러 일본군에 지원, 마음이 맞는 일행들과 목숨을 건 탈영을 감행한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제비도 넘지 못한다는 파촉령을 넘어 꿈에 그리던 임시정부가 있던 중경에 도착한다. 목숨 걸고 임시정부를 찾아간 장준하를 맞아들인 건 임정의 파벌싸움이었다.

 

일군에 가면 항공대에 들어가 중경폭격을 자원, 이 임정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 선생님들은 왜놈들에게 받은 설움을 다 잊으셨는가. 그 설욕의 뜻이 살아 있다면 어떻게 임정이 이렇게 분열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조국을 위한 죽음의 길을 선택하러 온 것이지, 결코 여러분의 이용물이 되고자 이를 악물고 헤매여 온 것은 아니다.”

 

임시정부 체류 3개월 후, 그는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에 지원,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정식 대원으로 선발, 목숨을 각오하고 서울 침투 작전에 지원한다. 이범석 장군을 대장으로 장준하, 김준엽, 노능서, 이계현, 이해평등 5명의 한국인과 미군 측 22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814일 새벽 4시에 서안비행장에서 이륙한다. 이륙 6시간 40분 후 회항명령이 떨어졌다. 결국 장준하 선생은 18일 오후 3시경에 여의도 공항에 착륙했다. 그보다 이틀 전에 일본이 항복했다. (광복군이 815일 이전에 서울 침투 작전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미군정에 의해 남북이 갈라져야 했을까?)

 

광복 이후 장준하는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로 활동했으며, 시대의 양심인 <사상계>를 간행한다. 그는 신성 중학교 때 은사였던 함석헌 선생을 필자로 모셔 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이승만 독재 정권기에 선생은 반이승만 투쟁을 이끌었다.

(후대의 사람들은 <사상계>4.19의 도화선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장준하는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5.16 군사쿠데타를 지지한다. 박 정희가 정권을 차지할 거라고는 미처 예상 못한 것이다. 박정희의 독재가 시작되자 장준하 선생은 살해당하기 전까지 독재자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지속해 나간다.

 

박정희가 일본군 장교였다면 장준하는 광복군 장교였다.

빨갱이였다 동료들을 배신해 살아남은 박정희로서는 <사상계>를 통해 연일 자신의 과거를 폭로하는 장준하야말로 눈엣가시였을 뿐더러, 장준하 앞에만 서면 쪼그라드는 자신의 열등감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1966년엔 삼성이 사카린을 밀수한 것이 폭로되면서 장준하는 박정희란 사람은 우리나라 밀수왕초다라는 발언으로 국가원수 모독죄로 체포되기도 했었다.

 

장준하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무려 열흘 만에 30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오늘날처럼 인터넷으로 서명을 받는 게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서명을 받았다는 걸 고려해보자면 실로 놀라운 성과다.

 

이에 박정희는 긴급조치 1,2호를 선포해 곧장 장준하를 잡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그러나, 장준하의 병이 악화되어 옥중에서 죽어 장준하가 민주화의 영웅이 될까 무서운 박정희는 그를 풀어준다. 장준하는 굽히지 않았다. 풀려나자마자 197518, 그는 박정희에게 장문의 공개서한을 보내, 비열하고 음흉한 탄압정책을 그만두라고, 일인 독재체제 강화를 위한 유신헌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오죽했으면 박정희가 장준하 때문에 대통령 못해먹겠단소릴 내뱉었을까?

 

그해 817일 장준하 선생은 포천 약사봉 계곡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에서 의문점은 너무나 많아서 여기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단지 초등학생의 지력만 있더라도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점만 밝혀두자.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인근 군 부대에서 장준하의 사고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30분이었다고 하는데, 오후 1시에 장준하의 집으로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장준하의 아들에게 장선생이 산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으니 서울에서 사람들이 많이 와야 모셔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누굴까? 혹자는 이 전화의 주인공이 김재규일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만일 장준하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고 김재규와 손을 잡았더라면 역사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대부분 군인 장성들은 광복군 출신인 장준하 선생을 존경했었다고 한다.

 

장준하의 죽음을 누군가 민주주의의 한 소절이 묻힌다고 말했다.

 

내년 이맘이면 장준하 선생 사후 40주기가 되건만, 평생의 악연인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된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무덤속의 선생은 무슨 말을 할까?

아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장준하 선생의 좌우명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였고,

그는 자신의 좌우명에 투신한 삶을 살았다.

 

장준하 선생의 삶을 회고하며

오늘날 우리의 삶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4816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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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1-07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광복군 영웅은 살해당하고, 일본군 장교는 신화가 되고... 참.. 이게....

시이소오 2016-11-07 12:12   좋아요 2 | URL
딸내미는 접신하려구 발악이구요 ㅋ

짜라투스트라 2016-11-07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슬픈 현실입니다ㅜㅜ

시이소오 2016-11-07 12:45   좋아요 0 | URL
지금도 참 그러하죠 ^^;

마립간 2016-11-07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종찬 장군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면서
이승만 정권의 군투입을 반대하며 <육군본부 훈령 제217호, 육군장병에 고함>를 작성했는데,
그 초안자가 `박정희`인 것도 또한 아이러니죠.

시이소오 2016-11-07 14: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박근혜 애비는 말은 할줄 알았네요.

2016-11-07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07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근혜 두 번째 사과문 발표 이후로 60대 이상 국민의 지지층이 반등했다고 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시이소오 2016-11-07 16:28   좋아요 0 | URL
바크네를 위한다면 치료를 받게 해야죠 ^^;

mira 2016-11-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후대에 못난 조상으로 남겠군요 사이비대통령을 뽑았다고 ,부끄럽네요

시이소오 2016-11-08 11:59   좋아요 1 | URL
이번에 박근혜 지지하신 분들 중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많더군요.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

고양이라디오 2016-11-09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는 과거에 순진하게도 이 땅에 민주주의와 정의가 들어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현재에 무지했을때요. 역사를 장준하선생을 교과서에서 배우게 해야합니다!!

민주주의 운동은 끝없는 투쟁의 과정이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음을 몰랐습니다.

시이소오 2016-11-09 17:27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말씀대로 민주화는 아직도 이땅에서 진행중이죠.

저 역시 어릴땐 역사에 너무 무지했어요. 같이 계속 공부하자구요 ^^

고양이라디오 2016-11-09 21:47   좋아요 0 | URL
역사는 정말 바로 알아야되요ㅠ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같이 계속 공부해요ㅎ

시이소오 2016-11-10 23:11   좋아요 0 | URL
요즘 교육부가 최순실 교과서를 국정교과서 만든다고 발악중이라죠.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

애니맨 2016-11-1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청와대 공주님 제발 사라지세요. 모든 친일파는 단두대로

2016-11-1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4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13 2016-11-1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정희 김대중 친일파는 재평가가 시급합니다
 

친한 친구가 책냈네요.
츠바이크와 프로이트 조합이라 재미질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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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1-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역자가 친구분이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눈독 들이고 있는데...
모처에서 이벤트중이라 혹시 될까 싶어.
프로이트, 츠바이크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시이소오 2016-11-02 19:05   좋아요 1 | URL
이 친구가 광주에서 인문학 소장으로 있어요. 이 친구랑 마신 술병을 늘어놓으면 지구 다섯바퀴는 돌듯 합니다. 친구책이라서라기보단 말씀대로 츠바이크와 프로이트 조합 흥미진진합니다^^

stella.K 2016-11-02 19:17   좋아요 0 | URL
와우, 굉장한 주당이시군요. 지구 다섯 바퀴. ㅋ

시이소오 2016-11-02 21:54   좋아요 0 | URL
ㅋ ㅋ 요즘은 만나면 주로 낮술만 ㅎㅎ

사마천 2016-11-02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츠바이크가 비엔나에서 활동했는데 역시 프로이드와 인연이 많았군요. 드러커도 당시 비엔나에 있었고..
제국은 이미 황혼으로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학문은 정말 대단했네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릅니다

시이소오 2016-11-02 19:08   좋아요 2 | URL
저 시대의 비엔나야말로 빈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요? ^^

moonnight 2016-11-0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읽어보고싶어요@_@;;

시이소오 2016-11-02 19:29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은 사서 봐야겠네요 ^^

samadhi(眞我) 2016-11-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 좋은데 꺄아 (^o^)/

시이소오 2016-11-02 20:48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 전작하고 싶은 작가죠 ^^

yureka01 2016-11-02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친구분에게 축하드린다고 전해 주시길..^^..친구분의 책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겠지요..^^.

시이소오 2016-11-02 21:53   좋아요 1 | URL
넵. 전해줄께요. 감사합니다 ^^

blanca 2016-11-0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는 또 츠바이크가 시이소오님 친구라고 ㅋㅋ 조만간 읽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11-08 10:50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 친구 하고 싶네요. ㅎ 감사합니다 ^^
 

공저긴 하지만 드디어 아마르티아 센 책이 나왔군요.
안봐도 별 다섯 때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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