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구나. 처음이다. 책 블로그 시작한 이후로 한 달에 책 한 권도 못 읽은 달은. (코엘료의 <스파이>를 반 정도 읽고는 결국 연체, 반납했다.) 노가다의 폐해라고나 할까. 노가다 나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 피로 역시 쌓여만 가는가보다. 노가다는 육체를 잠식한다. 집에 오면 씻고 밥 먹고 파스 붙이고 곧장 뻗어버린다. 책은 무슨.....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날, 지금 이곳은 강남 성모 병원 입원실이다. 2016년 병신년 마지막 날도 이곳에 있었다. 병신년 마지막 날에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아버지 병간호 하느라 짬이 없었다. 노가다 끝내고 부랴부랴 성모 병원으로 와 여동생과 교대했다.
그런 사장들이 있다. 인부가 쉬는 걸 도저히 못 봐주는 사장. 어제가 그랬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킨다. 노가다의 도. 어떤 일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끝날때쯤엔 진이 빠진다. 40kg짜리 시멘트는 언제나 무겁다. 이걸 어떻게 들까 고민하다 들처업는 와중....
“그거 40kg 밖에 안 하는데, 무거워요?”
“무겁지 씨발놈아”
물론 속으로만 말했다.
집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 작업 장소라, 귀가 시간을 고려해 일찍 끝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완벽한 착각이었다. 5시 넘어 끝난데다 버스 타고 집에 가란다. 인적 하나 없는 시골 버스 정류장에 세워주고 가버린다.
어찌어찌 집으로 와 씻고, 밥 먹고, 파스 붙이고 부랴부랴 또 서울 성모병원으로 갔다. 아버지가 입원 하신 건 열흘 전이었던가. 오남매가 돌아가면서 병 간호를 해 왔다. 지난 주에도 나는 토요일 나이트에.
사실 아버지처럼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까탈스럽고 예의없고 오만 방자하고 안하무인인 사람 병간호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새벽 세 시, 아버지는 잠이 안 온다며 트렁크에 든 수면제를 달라고 나를 깨운다. 아버지 트렁크에서 수면제 통을 꺼냈으나, 수면제는 단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간호사선생님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부탁드렸고 곧 주신다고 했으나, 아버지는 트렁크에 자신이 수면제 세 통을 가져왔다고 연신 우기시며, 빨리 달라고 채근한다. (도대체 왜 매번 세 개일까? 지난번 괌 여행땐 인슐린 주사 바늘을 세 개 가져왔다고 우기셨다. 우기기의 삼위일체?) 새벽 세 시, 불을 켜고 트렁크에 든 내용물들을 일일이 확인 시켜 드리고, 텅 빈 트렁크를 역기들듯 양 손으로 번쩍 들어 흔들며 울먹이며 말했다.
“없잖아요.”
없는 걸 있다고 우기면 정말 눈물 날만큼 화가 난다.
그래도 노가다가 더 힘들다. 거의 서른 번 나갔나? 서른 번의 노가다의 깨우침.
세상에 쉬운 노가다는 단 하나도 없다.
병간호 때문에 병원 올 때 마다 사실 내가 입원하고 싶다. 온 몸을 파스로 도배하고 싶다.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가 저리다.
병신년은 ‘내 인생의 혹한기’였다. 정신이 병신같은 바크네는 논외로 치더라도.
병신년에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일은 ‘2016년 알라딘 서재의 달인’ 선정이 아닐까. 또한 여러 이웃님들의 축하 인사도.
(이 자리를 빌어 2016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또한 서재의 달인 선정 축하 인사 해 주신 이웃님들도 감사드려요)
2016년 240편 정도의 리뷰를 썼기에 ‘리뷰를 많이 쓴 알라디너’에 이름을 올릴거라 예상했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여러 데이터들 중 가장 유의미하고 주목해봐야 할 타이틀은 ‘다른 서재에 댓글을 많이 남긴 알라디너’가 아닐까. 서니데이님, cyrus님, [그장소]님, yureka01님, 곰곰생각하는발님, 오거서님, 단발머리님, stella.K님, 고양이라디오님, samadhi님은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알라디너간의 화합과 소통에 누구보다도 기여하신 분들이다.
(2016년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고마우신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닉네임을 언급하기 두렵다.
(2016년 한 해, 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극필반’이라 했다. 병신년에 바닥을 찍었으니 정유년엔 반전을 노려보자.
이웃님들, 하시는 모든 일마다 소원 성취하는 한 해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