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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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심스럽다.

알라딘에서 평점도 높고, 많은 분들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이 책에 대해 솔직한 나의 생각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초반부에 농장에 살다가 대학교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흥미를 많이 느꼈는데, 소설은 계속 답답함과 무미건조로 나를 이끌었다. 자신의 인생을 조용히 관조하는 자세와 모습에서 이 소설의 뛰어남이 있다는데, 왜 나는 스토너의 무기력함, 이기심, 도피로 인해 계속 불편할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수 있다. 스토너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 스토너는 연인을 만들 때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디스를 만났을 때, 캐서린을 만났을 때 보여 주는 스토너의 용기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의 판단에 동의하기도 했고, 그의 행동에 기쁘기도 했지만, 그의 판단에 책임을 안 지는 스토너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게 쉬운 일이냐, 너는 할 수 있느냐고 나 자신에게 반문도 해보았지만, 소설이라서 더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몇 가지 모습으로 스토너를 판단하는 것이 무척 부적절할 수 있다. 내 수준에 판단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다. 아마도 며칠 전에 읽은 <노르망디의 연>에 나오는 주인공 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항상 나의 베스트셀러 도서는 아니다. 이건 그 책과 무관할 수 있다. 오로지 그 책을 접할 때의 나의 사고, 감정, 정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종이로 만들어진 한 권의 인쇄물이 나에게 최고의 책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은 인쇄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한 이 책의 평가는 이 책 자체가 아니고, 오로지 이 책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일 뿐이다.  


2020.10.02 Ex. Libris HJK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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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의 연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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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가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지도상의 위치를 다 알고 있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쟁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노르망디는 중요한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르망디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서 많이 나오는 배경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 <콜 오브 듀티> 등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걸출한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전장이었던 노르망디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전쟁이 주요 상황이겠지만, 주요 인물 간의 섬세한 인간관계, 행동, 심리 묘사 등을 주로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름마다 프랑스 노르망디로 와서 여름을 보내던 폴란드 귀족 브로니츠키 가문의 딸 릴라와 우연히 만난 뤼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소식이 끊긴다. 독일이 프랑스까지 침공하여 괴뢰 정부를 세우고, 뤼도는 레지스탕스가 되어 프랑스를 위해 싸우면서 애타게 릴라를 찾는데...

남녀 간의 사랑, 이별, 재회에 대한 희망 등이 소설의 전부일 거 같지만,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몰입감이 있다. 릴라의 오빠 타드, 브로니츠키의 양자 브뤼노, 릴라의 사촌이지만 프로이센인이 한스, 연 만들기와 날리기에 미친 앙브루와즈(뤼도의 삼촌이다.), 프랑스 요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뒤프라, 독일의 침공을 대비하는 유대인인자 책략가 쥘리 부인 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 그러니깐 그 사람들이 나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는 거냐. 생각해보거라. 그 멋진 신사들과 아름다운 숙녀들이 옳아. 한 평생을 연에 바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광기가 있는 게 분명해. 다만 해석이 문제될 뿐이지. 그것을 "광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숭고한 불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둘을 구분하기가 때론 어렵지. 하지만 네가 정말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심지어 너의 전부를 바치거라. 그리고 그 나머지엔 마음 쓰지 마라... (P.18)



4년 동안 기다린 뤼도에게 릴라는 왜 기다렸냐고 하니 뤼도는 이렇게 말한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끔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20년도 지났으니 내 기억 속과 많이 다를 것이다. 아련하고, 희미한 느낌,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하는 그 무엇인가의 느낌.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느낌이 아닐 것이다. 결국, 다시 안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말하니 슬프다.



- 때로는 누군가를 잊는 최고의 방법이 그 사람을 다시 보는 거라는 것 알아? (P.35)



홍역일지 모르는 병으로 아파하는 뤼도에게 다가와  빰에 입맞춤을 한 릴라를 걱정하는 뤼도에게 릴라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의 또 다른 정의이다. 



- 병에 걸릴까봐 겁낸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P.54)



삼촌 앙브루아즈의 조언을 떠올렸다. "자기 연이 파랑을 좇아 달아나는 걸 막으려면 연줄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는 조언 말이다. 나는 너무 높은 곳을, 너무 먼 곳을 꿈꾸었다. 내가 살아야 할 것은 내 삶이지 릴라의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자유의 개념이 이렇게까지 엄밀하고 까다롭고 어려워 보인 적이 없었다. 삼촌이 종종 말했듯이 "의무교육"의 "희생양"이 된 플롸리 집안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알아서 나는 자유가 언제나 희생을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 또한 자유에 대한 실습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P.137)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폴란드에 있는 릴라가 다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을 걱정하는 뤼도에게 삼촌이 하는 말이다.



사랑이 눈먼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너한테는 눈먼 상태가 어쩌면 세상을 보는 한 방식인지도 모르겠구나. (P.172)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소식이 끊긴 릴라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하지만, 뤼도의 기억 속에는 예전의 그녀가 남아 있었으니, 릴라는 뤼도의 기억 속에 있는 자신을 뤼도가 지켜주기를 바랐다. 역시 다시 재회를 안 하는 것이 나았을까?



넌 나를 온전히 지켜주었어. 난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 이 모든 시간 동안, 3년 반이나 내가 여기 네 집에 무사히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 온전히 말이야. 그렇게 나를 지켜줘. 뤼도. 난 그게 필요해. 내게 시간을 조금 더 줘. 난 다시 날 추스릴 필요가 있어. (P.306)



나는 앙드레 트로크메 목사와 르 샹봉 쉬르 리뇽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쓰면서 이 이야기를 마침내 끝내려 한다. 더 잘 말할 수는 없겠기에. (P.425)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겠기에." 이 글을 읽고, 멋이 있는 끝맺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뒤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한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노르망디의 연> 소설에서 전쟁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던 그가 왜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의 말대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더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아니면 인생의 기쁨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알베르 카뮈만큼 로맹 가리의 죽음이 안타깝다. 


2020.09.28 Ex. Libris HJK


앙브루아즈 플뢰리의 작품들이 전시된 클레리의 작은 박물관은 오늘날에 보잘것없는 관광지에 불과하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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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추석이 얼마 안 남았다.

추석 연휴는 수요일부터 시작하지만, 월/화요일 휴가를 낼 생각이라서 모두 9일이라는 황금 시간이 펄쳐진다. 뉴스를 보니 유명 관광지 숙박 시설이 모두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지 코로나 안 걸리도록 모두 각별히 조심하면 좋겠다. 나는 책을 구입하는 것 말고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


이번에 구입한 책은 총 3권이다. 






1. 스토너


이제서야 읽어볼 생각이다. 너무 늦었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몇 번 보았지만, 책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지나쳤는데, 이번에 직접 구매했으니 정독을 할 생각이다. 알라딘에서 평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2. 노르망디의 연


스토너와 함께 구매를 했는데, 책 표지 컬러가 마음에 든다. 아래 사진을 보면,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띠지를 벗기면 한층 나아진다. 요즘 이상하게 책 표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이 간다. 가을이 다가오기 때문일까?

이 책을 산 이유는 재미있게 읽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로맹 가리인데,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앞의 생>을 썼다. 








3. 역사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간의 전쟁 당시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구매했다. 헤로도토스는 '최초의 역사가'로 인정받는 역사가이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읽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에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역사적으로 더 빠른 시기를 다룬 <역사>를 선택했다. <역사>를 다 읽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사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구매하고 싶은 소설책 몇 권이 더 있는데, 고민 중이다. 어느덧 가을이 바짝 다가왔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그늘에서 책 한 권 읽기 좋을 거 같다. 


2020.09.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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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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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우연히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은 직원을 만났다. 파타고니아 로고가 크게 새겨진 옷이었다.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목 주변이 약간 늘어난 형태였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옷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이때 처음으로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알았다. 

약 1달 전에 동네 근처 교보 문고를 갔다. 신간 서적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봤다. 부제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다. 그리고, 표지에는 한 남자가 석양에서 서핑 보드를 가지고 해안을 걷고 있는 사진이 있다. 


책 초반부를 읽을 때는 전형적인 창업자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자서전 정도로 생각했다. 흥미가 떨어졌다. 자기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에 책에서까지 접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도서관에서 대여했다면 그대로 반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입한 책이고, 같이 구입했던 <징비록>, <역사의 쓸모>, <페스트>, <역사의 역사>를 모두 읽었기 때문에 마땅히 읽을 다른 책도 없어서 아무 기대 없이 읽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 책은 보통의 자서전과 다르다. 파타고나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말하는 것은 뭔가 달랐다. 회사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규모가 작아도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관, 철학, 원칙이 중요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본 쉬나드가 말하는 파타고니아 지향점에 깊은 공감을 가졌고, 어느새 책에 빠져들었다.


이본 쉬나드는 등반을 좋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이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등반할 때 쓰는 장비를 좋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이때부터 품질 최우선주의를 추구했다. 이유가 뭘까?



우리는 거의 모든 등반 장비를 재설계하고 개선시켜 더 강하고, 더 가볍고, 더 단순하고, 더 기능적으로 만들었다.

우리 마음속의 최우선은 항상 품질이었다. 적절치 못한 도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이 우리 제품의 최대 고객이었으므로 죽음에 이르는 그 사람이 우리가 될 수 있었다. (P.53)


나는 쓰지 않으면서 고객이 쓰기를 기대하면서 제품을 만들면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쓰지도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팔고, 내가 먹지도 않는 음식을 만들어서 판다. 

나에게 맞는 일, 내가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직접 사용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걸로 돈도 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난 정말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가가 되려면 좋은 명분들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입고 심지어는 맨발로 일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일과 놀이와 가족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P.85)



이런 회사라면 정말 다니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운영해도 수익을 내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직원들은 이렇게 회사를 다녀도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1984년 우리는 로스트 애로의 새로운 사옥을 지었다. 거기에는 개인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임원들을 위한 사무실조차 말이다. 이런 구조가 때로는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영진은 개방된 형태의 커다란 공간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했고 직원들은 곧 이 공간에 '울타리(corral)'라는 이름을 붙였다. (P.101)



2020년 한국의 대기업 사무실 모습은 파타고니아와 사뭇 다르다. 부사장 이상은 별도의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전무/상무는 직원들과 분리하기 위해 높은 칸막이를 설치해서 '나는 임원이다'를 모두가 알게 만든다. 임원들을 위한 고정 주차 지역이 있고, 이곳에 직원이 주차를 하면 바로 회사에서 전화를 해서 차를 빼라고 한다. 임원에게 개인 냉장고와 수납장을 제공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화이다. 이러면서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자고 각종 캠페인을 만들고, 설문 조사를 한다.  


파타고니아도 다른 회사들처럼 위기와 부딪혔다. 그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의 가치관, 문화, 방향, 철학 등을 논의했다. 이런 것은 팀 구성원들에게 설문을 해서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 일개 기획이나 전략 부서에서 방안을 마련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주주의 이익을 도모한다, 혁신을 선도한다 등의 구태의연한 목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상장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이런 수준 낮은 사항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은 그들의 가치관을 요약한 내용이다. 이것만 읽으면,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전체를 읽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우리의 가치관


1.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2.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는다. 여기에서 품질은 내구성, 자연 차원(원료, 에너지, 운송)의 최소 사용, 다기능, 비노후화, 용도에 대한 완벽한 적합성에서 나오는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정의된다. 특히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다.


3. 이사회와 경영진은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4.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다. 


5. 우리는 사업 활동이 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스스로에게 총매출의 1% 혹은 연 수익의 10% 중 큰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한다. 이 세금의 모든 수익은 지역 공동체와 환경운동의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6. 파타고니아의 모든 임직원은 우리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7. 최고 경영진은 하나가 되어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P. 123 ~ 124)



거의 하룻밤 새에 우리는 훨씬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냉철한 회사가 되었다. 성장을 지속가능한 속도로 제한하고, 지출은 신중하게 했으며, 경영은 사려 깊은 사상과 생각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3년 만에 경영진 내에서 몇 개의 계층을 없애고, 재고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판매 채널을 중앙의 통제 하에 두었다. 철학을 글로 정리하고 수업을 통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한 것이 이런 급진적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P.127)


 

2019년 파타고니아는 사명 선언을 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탄생에서 재탄생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책임지고, 우리에게 제품의 수선을 맡기도록 고객들을 장려하고, 제품의 수명이 다했을 때는 다른 귀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제품을 가능한 오래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들이 지나치게 빨리 되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P.187)



파타고니아 이미지의 핵심은 무엇일까? 대중은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드는 대장간이라는 우리의 근원이다. 그곳에서 일하던 자유사상을 품은 독립적인 등반가들과 서퍼들의 신념, 태도, 가치관이 파타고니아 문화의 기반이 되었고 그 문화로부터 하나의 이미지, 즉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진정성 있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P.240)



우리는 개인 소유의 기업이고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거나 회사를 넘길 생각이 없으며 기업을 담보로 하는 차입을 원치 않는다. 더구나 우리는 전문 아웃도어 시장 밖으로 파타고니아를 확장시키길 바라지도 않는다. (P.264)


우리는 아웃도어 용품을 파는 회사이다. 의사가 접수 담당자에게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듯이 우리는 박람회 부스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사람을 두지 않는다. 주된 문화가 '실내'에 속하게 된다면 최고의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베이스캠프나 강가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이 직무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자격까지 갖추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경영 대학원 출신이 아닌 떠돌이 암벽 등반가를 채용하는 위험을 무릅쓰곤 한다. (P.273)


나는 행동이 우울한 마음을 치유해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직접적인 행동은 파타고니아 환경 철학의 기반이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주된 이유는 정부와 기업들이 환경 위기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악이 승리한다. (P.302)



나는 악의 정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 명백하고 공공연한 행동이어야 악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선의 부재도 악일 수 있다. 당신에게 선을 행할 능력과 자원과 기회가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악일 수 있다. (P.387)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악이 승리한다. 이 말은 정말 공감이 간다. 

어떤 사람들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안 좋게 생각해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다. 모든 의견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해 차선을 찾는 것이다. 

나는 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만큼 했다 말할 수 있을까? 이건 틀린 말이다. 악에 동조하지 않고, 무관심이나 중립을 지켰기 때문에 악이 승리한 것이다. 

어떤 사안이라도 중립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이 있었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아무 행동도 안 하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사람보다 나은가? 아니다. 똑같다. 왜냐하면, 그런 중립적인 태도롤 취한 사람들이 많았다면, 탄핵을 하지 못하고, 죄를 묻지도 못했을 것이다. 탄핵을 해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이 유한한 지구에서는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인가? 어차피 자동화와 로봇 기술의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만을 구입한다면, 다기능의, 내구성이 좋은, 수선이 가능한, 품질이 좋은, 유행이 없는,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물러줄 수 있는 것만을 산다면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P.390)


나는 모든 일에서 달인이 되는 길은 단순함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기술 대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필요한 것은 적어진다.

나 자신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려는 미미한 시도들을 통해 나는 보다 단순하게 살아야, 혹은 그렇게 살기로 선택해야 정말 중요한 모든 면에서 빈곤하고 결핍된 삶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391)


올해 초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내 방을 많이 바꾸었다. 안 읽은 책, CD, 안 읽는 옷, 레고 벌크, 게임용 잡지, 오래된 게임기, 수납장, 책장 등을 버렸다. 그 이후에 방에 들어온 것을 보니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여전히 무엇인가를 사고 싶은 욕구는 계속 있다. 빈 공간에 무엇인가를 채워 놓고 싶다. 단순하게 살아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아직도 부족하다. 


지구의 생명에 책임을 지는 한 명의 사람이 되기 위해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실천한다. 



2020.09.19 Ex. Libris. HJK



나는 거의 60년 동안 사업가로 살아왔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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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내 방 창문을 통해 본 하늘

너무나 맑고, 청명했다. 이제 가을이다.


코로나 때문인지 비가 와서인지 요즘 하늘이 미치도록 푸르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지만,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2020.09.1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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