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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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책을 처음 읽었다. '아가씨와 밤'은 2018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이다. 스릴러답게 독자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면서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든다. 그런데, 왜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은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걸까? 이 소설의 주인공, 화자도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마치 자기를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일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직업이 인세로 돈을 번다. 여유 시간도 많고, 돈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을 조사하는데 최적의 직업이 작가가 아닐까?


이 책의 주제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으로 야기된 안타까운 사고를 대하는 부모의 희생이다. 모든 사건, 사고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시작하니 이 범주를 벗어나는 스릴러 소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25년 전 사건의 주모자인 주인공이 예전의 과거를 떠올리며,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궁금증이 풀리지만, 뒤통수를 치는 듯한 반전은 없다. 초반부터 계속 나오던 인물이 전혀 생각하지 않게 범인으로 밝혀질 때 독자가 놀라는 경우가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전개를 따르고 있지 않다. 


스토리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진부한 면이 있지만, 스릴러 소설답게 몰입감은 있다. 책을 손에 놓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스릴러 소설의 구성 요소와 전개는 충실한 거 같다. 하지만, 너무 진부하다. 왜 비밀을 알면 꼭 혼자서 찾아가 위험을 스스로 초래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왜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못하고, 꼭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지, 결국 만나지 못하고, 다시 미궁에 빠지는 전개를 반복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뭐, 영화나 소설을 접하면서 이런 말을 하면 맥이 빠지지만, 매번 궁금하다. 


그래도 버스, 전철 안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19.12.25 Ex. Libris. HJK


마농은 가루프 길이 끝나는 곳에 관용차를 세웠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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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0-01-1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유명한 작가라 궁금해서 저역시 두세권 정도 읽었는데 아타락시아님과 비슷한 결론으로 그만 두었습니다. 물론 취향의 팬덤이 있다는 얘기겠지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윈터펠의 군주, 북부의 감시자인 스타크 가문은 왕좌의 게임 시즌 1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난을 겪는 한 가문을 지켜보며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왕좌의 게임을 보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는데, 와차 플레이를 구독하면서 다시 시즌 1부터 정주행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영문판 소설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각 가문에 대한 인물과 소개를 하고 있어서 복잡한 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라미스터 가문이 나쁜 놈들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당시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가문을 지킨다는 점에서 스타크 가문과 많은 차이가 난다. 스타크 가문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분명 이런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차피 소설이니 많은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 가문의 비극은 둘째 아들 브랜든부터 시작한다. 툴리 가문에서 스타크 가문으로 시집을 온 캐틀린이 브랜든에게 벽을 타지 말라고 당부한다. 브랜든은 어머니의 눈을 쳐다보며 벽을 앞으로 안 타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브랜든은 어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벽을 계속 타고, 라미스터 쌍둥이 남매간의 불륜을 목격한다. 목격자를 없애기 위한 제이미의 공격으로 사고를 당하고, 하반신 불구가 된다.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 멋대로 한 행동의 결과였다. 물론, 제이미 라미스터는 나쁜 놈이다. 


둘째 딸 아야는 검을 배우다가 한심한 왕자 조프리를 공격하고, 이로 인해 스타크 가문을 지키는 늑대 한 마리가 죽임을 당한다. 또한, 같이 검놀이를 하던 평민 친구도 죽음을 당한다. 이 시대에 살면서 왕자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멍청하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순간에 자기 절제를 못함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준 철부지 어린애이다.


첫째 딸 산사는 한심한 왕자 조프리를 좋아하는데, 이는 사실 칠왕국의 왕비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조프리가 왕자가 아니었어도 좋아했을지 모르겠다. 칠왕국의 왕비가 되기 위해 가족도 버릴 수 있는 스타크 가문의 장녀이다. 이 가문이 왠지 한심하다고 느껴진다. 


에드 스타크의 와이프인 캐를린 역시 문제이다. 남편이 킹스랜드에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라미스터 가문의 임프, 드워프로 불리는 티리온을 포로로 잡는다. 브랜든을 죽이기 위해 잠입한 자객이 들고 있는 칼이 티리온이 소유한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 믿고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른다. 누가 자기 칼임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칼을 자객에게 주어서 내가 죽였다고 하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포로로 잡아서 남편을 위험에 빠뜨리고도 윈터펠로 안 가고, 동생에게 가서 무시당하다가 티리온을 풀어 주는 한심한 짓을 하니 참 우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타크 가문의 장자인 롭의 어리석음도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북부인을 규합해서 라미스터와 한 판 싸움을 벌이는 시도는 좋았는데, 갑자기 웬 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것을 망친다. 아니, 가문에 위기에 처해 있고, 아버지는 사형을 당했는데, 지금 연애할 때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네드 스타크를 이야기할 차례이다. 왕이 죽은 후 네드 스타크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랜리 바라테온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잘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위원회 소속 리틀핑거, 바일리쉬의 이야기는 들었어야 했다. 멀리 있는 스타니스 바라테온을 왕좌에 올리기에는 오랫동안 킹스랜드에서 힘을 키운 라미스터 가문을 이길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했어야 한다. 돈도 없는데, 경비군이 자기처럼 명예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다니. 이런 순진한 생각으로 어떻게 가문을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바일리쉬의 제안처럼 일단 라미스터와 화해를 하고, 윈터펠로 돌아가서 스타니스, 랜리와 연합하여 한심한 조프리가 사실 라미스터 쌍둥이 남매의 불륜의 결과였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렸어야 한다. 명예를 지키기 보다 후일을 도모하는 현명한 처사가 있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나마 서자인 존 스노우가 가장 정상인거 같다. 


처음에 시즌 1을 볼 때 라미스터 가문을 악의 축으로 생각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사람은 죽어도 가문은 남는다는 타이윈 라미스터의 말을 듣고, 먹고 먹히는 험난한 세상에서 라미스터는 가문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는 미드이고, 대체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미드인 왕좌의 게임은 잔혹한 세상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만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존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크 가문의 몰락을 통해 우리는 이것을 알 수 있다. 


2019.12.2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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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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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로 유명해진 마크 맨슨의 두 번째 책이다. 원제가 'Everything is F*ucked : A Book about Hope"이다. 저자는 더 나은 것을 희망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그냥 더 나아지라고 한다. 대체 이게 뭔 말인가? 


인생에 대한 선택과 방향을 결정하는 뇌는 생각 뇌인가? 감정 뇌일까? 인간은 항상 생각과 감정이 서로 반목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식을 만드는 뇌가 운전을 담당하고,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뇌가 옆에서 계속 유혹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감정 뇌가 운전을 담당하고, 생각 뇌는 옆에서 조언을 줄 뿐 큰 힘이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사실 감정이 나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말이다.


생각 뇌는 사건 사이에 수평적 관계(동일성, 대조, 원인과 결과 등)를 만드는 반면, 감정 뇌는 계층적 관계(좋음과 나쁨, 바람직함과 그렇지 않음, 도덕적 우월함과 월등감)를 만든다. 생각 뇌는 이것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생각하고, 감정 뇌는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생각한다. 생각 뇌는 상황이 어떠한지를 결정하고, 감정 뇌는 상황이 어떠해야 햐는지를 결정한다. (P.86)


감정 뇌는 반증이 수두룩해도 현실을 왜곡해서 자신의 문제와 고통은 이 세상에서 특별하고 독특한 것이라고 믿게 한다.  인간이 이런 수준의 자아도취를 붙박이로 갖춰야 하는 이유는 자아도취가 불편한 진실을 막아 주는 최종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형편없고 인생은 극도로 힘들며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완전히 길을 잃지는 않더라도 인생을 대충 산다. 만약 자신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거짓된 믿음, 뭔가 비범하다는 착각이 없다면, 우리는 제일 가까운 다리에서 줄지어 다이빙을 할 것이다. 이런 자아도취적 망상이 전혀 없다면,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 기만이 없다면,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P.94)


감정이 생각보다 엄청난 힘으로 나를 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고, 나를 존재시키는 것도 감정이기 때문에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 감정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감정을 통제하는지, 감정이 나를 통제하는지 무엇이 먼저인지 혼란스럽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내가 아닌가? 명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존재는 무엇인가? 내가 느낄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아닌가? 내 머리로 답을 찾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종교를 시작하는 6단계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누구나 종교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종교를 부흥시키고, 권력과 돈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종교에 쉽게 빠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믿어야지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교회도 안 다니고, 절도 안 다니고, 사원도 안 다니는데 무슨 말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종교는 영적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의 이념 종교가 있고, 스포츠, 정치, 팬덤 등의 대인 관계 종교가 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아무리 외쳐봤자 이념 종교와 대인 관계 종교가 존재하기 때문에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한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희망을 품어 보았자 결국 종교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칸트가 말한 인간성 공식은 인간의 모든 바람직한 행위를 기술하는 단 하나의 규칙이다. 인간성 공식은 희망에 의존하지 않고, 종교적인 초자연적 믿음이 전혀 없다. 인간성 공식은 정직, 용기, 겸손 등이다. 도덕적 직관이다.


칸트는 세상을 개선할 유일한 논리적 방법은 자신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성장하고 더 도적으로 되는 것, 즉 매순간 자신과 타인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겠다는 단순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정직하라. 자신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말라. 책임을 회피하거나 두려움에 무릎 끓지 말라. 솔직하고 두려움 없이 사랑하라. 종족적 충동이나 희망을 주는 속임수에 굴복하지 말라. 왜냐하면 미래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기 때문이다. 오직 매 순간 당신이 하는 선택만이 있다. (P.221)


저자는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행복 추구는 자멸적일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잘 산다는 건 고통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이유로 고통받는 걸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통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말이 왠지 무슨 종교 강령같이 들리지만, 쉬운 예가 있다. 운동과 육체 노동을 통해 몸을 망가뜨리면 근육이 생기고, 골밀도가 높아지며, 혈액 순환이 잘되고, 엉덩이가 빵빵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고통을 피하면 몸이 약해진다. 


고통은 삶의 보편 상수이므로 고통을 통해 성장할 기회는 삶 속에 늘 있다. 고통을 마비시키지 않으면, 고통으로부터 눈길을 돌리지만 않으면 된다. 고통을 맞이하고 그 안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고통은 모든 가치의 근원이다. 고통에 무감각해지면 세상에 존재하는 중요한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다. 고통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장 확고히 지키는 가치관과 믿음이 되는 도덕적 간극을 열어 준다. 어떤 목적을 위해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부정하면 삶 속에서 목적을 느끼는 능력을 완전히 부정하게 된다. (P.269)


유일하게 진정한 형태의 자유, 유일하게 윤리적인 형태의 자유는 자기 제한을 거친 것이다. 이것은 삶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특권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서 포기할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자유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자유다. 오락은 일시적이고 쾌락은 지속되지 않는다. 다양성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하지만, 기꺼이 희생하려는 것, 기꺼이 포기하려는 것은 언제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P. 292)


결론적으로 희망을 버리고,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보편 타당한 인간성을 추구하며, 고통을 담대하게 받아들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원하는 것을 할 생각보다는 기꺼이 포기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라고 한다. 

희망은 꿈꾸기 어려우니 스트레스 없이 희망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찾은 사람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거 같다. 책장에 있는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자기 제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휴대전화, 이메일, 인스타그램을 강박적으로 확인하지 말고, 좋아하지 않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지 말고, 즐겁지 않은 파티와 행사 초대는 거절하고, 남들에게 말하기 위한 여행을 하지 말라고 한다. 더 많이 경험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강박적 행동을 탈피하라고 한다. 


복잡한 것을 다 잊고, 그냥 2가지 질문을 항상 나에게 해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지금 하는 행동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가? 더 쉽게 말하면,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자가 될 것이다. 


2019.12.20 Ex. Libris. HJK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던 시대에 등장한 과학 혁명은 세상을 바꿔 놓았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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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전사록
리델 하트 엮음, 황규만 옮김 / 일조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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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에픽 호퍼는 평생을 길 위에서 일하며, 사색한 미국의 철학자이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는 56세~57세 나이에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일하며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에릭 호퍼가 며칠 동안 미칠 듯이 읽었다고 한 책이 바로 '롬멜전사록'이다. 철학자가 미칠 듯이 읽은 전쟁 관련 서적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책을 구매했는데, 드디어 완독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쟁사 관련 책은 역사적 사실과 지은이의 생각을 어느 정도 넣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롬멜전사록'은 롬멜이 직접 쓴 일기, 편지, 보고서 등을 쓴 것을 토대로 1940년 5월 13일부터 1944년 10월 14일까지 롬멜의 발자취를 조명한 책이다. 롬멜의 심리적 묘사가 뛰어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하 장병들에 대한 걱정, 전쟁에 대한 견해, 독일 국방군의 자부심 등을 잘 알 수 있다. 그 당시 독일 일선에서 고생하는 지휘관들과 독일 총통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왜 독일군이 북아프리카 전선, 노르망디 방어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유럽에 국한해서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 누구일까?

프랑스 침공 시 프랑스 스당을 돌파하여 뫼즈강을 건넌 제19기갑군단을 지휘한 구데리안을 생각할 수도 있고, 독일 전격전을 계획했던 만슈타인을 생각할 수도 있고, 몽골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독일로부터 소련을 구한 주코프일 수도 있고,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을 상대로 싸운 몽고메리일 수도 있고, 프랑스를 수복하고, 독일로 진격한 패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롬멜을 가장 뛰어난 지휘관으로 생각한다. 

그는 전장 일선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전략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투에 대응했다. 전투에 대한 성과뿐만이 아니고, 전투의 목표는 사람이 아니고, 군사적 능력을 제거하는 데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항상 항복을 먼저 유도했다. 전쟁 물자를 타격하여 전투를 포기하도록 하고, 항복한 군인들에게 인도적으로 대우했다. 엄청난 군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참호전을 기피하면서 기갑사단과 차량화 보병사단으로 전선을 무너뜨려 후방을 타격해서 전투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집중을 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영국, 인도, 뉴질랜드 연합군에 패배하고 있던 이탈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에 온 롬멜은 연합군을 상대로 엄청난 승리를 거두며 이집트 엘 알라메인까지 진출을 한다. 후퇴를 할 때는 최소한의 피해로 진격할 때는 엄청난 속도를 바탕으로 중심부를 타격하는 전술로 연합군을 밀어붙었다. 하지만, 소련을 상대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독일은 모든 전력을 소련으로 집중하고, 북아프리카는 지원이 약해지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은 어려워진다. 더구나, 이탈리아군이 소유한 장비의 질과 이탈리아군 수뇌부의 한심한 지휘 등도 문제였다. 결국 이집트를 관통하여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려는 롬멜의 도전은 실패한다. 


롬멜은 전투뿐만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독일 제6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북아프리카 집단군을 지휘하던 롬멜은 수에즈를 통해 이집트로 들어오는 막대한 미국, 영국 군수 물자를 차단해서 지중해를 확보하고, 카스피해로 진출하여 바쿠를 점령하면 소련으로 지원되는 미국 군수 물자도 차단하고, 원유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북아프리카 전선의 중요성을 독일 총통부에 계속 설득했지만, 무능한 히틀러 때문에 결국 북아프리카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만약 롬멜의 생각대로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롬멜은 연합군의 경제적 능력, 특히 미국의 엄청난 물량과 공군과 해군의 엄청난 전력 차이를 독일이 극복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었지만, 롬멜의 생각이 그나마 가장 나은 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롬멜은 무조건 현 위치를 고수하라는 히틀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전략적으로 후퇴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온전히 독일군을 튀니지로 후퇴시킨다. 롬멜은 이 병력을 그대로 유럽으로 후퇴시켜 향후 서유럽에 가해질 연합군 공격을 최대한 막고, 휴전을 해야지 독일 본토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의 미움을 받고, 아프리카 집단군 사령관에서 해임되고, 결국 튀니지에 있던 모든 병력은 연합군 포로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 주둔 B집단군 사령관으로 노르망디 방어전을 지휘했다. 기갑사단을 해안 후방에 위치시켜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바로 반격하는 작전을 구상했지만, 이 또한 히틀러의 아둔한 생각으로 인해 무시했다. 결국, 후방에 위치한 기갑사단은 연합군 공군의 공격으로 이동이 지연되고, 이미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여 막대한 병력을 투입한 상태에서 축차적으로 투입된 독일 기갑사단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연합군에 의한 서부 전선이 만들어지면서 소련과의 전투로 고난을 겪고 있던 동부 전선도 영향을 받고, 독일의 몰락은 빠르게 다가왔다.


히틀러의 고집과 한심한 전략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롬멜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국 독약을 마셔서 독일의 패망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만약, 히틀러가 괴링, 괴벨스 같은 능력도 없는 아첨꾼들과 친위대에 둘러싸여서 한심한 망상을 하지 않고, 롬멜, 구데리안 같은 장군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만큼 상식이 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유태인, 슬라인브인 등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자들은 독일 육군이 아니었다고 한다. 독일 육군이 점령하고, 이동하면 점령한 지역에 SS 친위대가 들어와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물론, 전쟁을 일으킨 독일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히틀러를 국가 지도자로 뽑은 그들은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롬멜은 순수한 군인이었다. 실전과 이론에 정통한, 최소한의 피해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많은 배울 점이 있다. 


전쟁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전쟁도 반복된다.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평상시에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방력 7위이고, 무기 수출국 12위이다. GDP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기도 하다.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원자폭탄을 마음만 먹으면 자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국가이다. 국방 예산도 세계 5위안에 드는 국가이다. 우리 주변에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이 있다. 그들이 한 국가의 힘이 약할 때 그 국가에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2019.12.20 Ex. Libris HJK


1940년 5월 10일, 히틀러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원했던 서방 침략을 개시했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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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계절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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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않고,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이다. 저자인 임하운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책을 읽고, 소감을 남겼는데, 주제와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이야기 전개나 표현 방식은 '뜻밖의 계절'이 더 낫다. 물론, 전문가적인 시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왕따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이상하다는지, 사교적이지 않다는지, 이기적이라는지 등 많은 원인을 갖다 붙인다. 심지어 집안이 안 좋다는 말도 한다. 집안이 안 좋은 것이 그 아이 잘못도 아닌데, 그냥 원인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기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를 왕따시키거나 가담한다.


이 책에서 몇 명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로지 살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처를 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이런 마음을 철저히 숨긴 채 이기적인 행동,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골칫덩어리 존재들이 서로 고백하고, 서로의 상처를 알 수 있을까? 알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제목이 왜 '뜻밖의 계절'인지 모르겠다. 나의 한계다. 


모두가 보편적인 상황을 만나,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는 부모에게 버려졌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를 잃었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의 잘못된 사랑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라고 어쩌면 그 한 번의 생각이 한 걸음이 되어 쓰러져가는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도 있다. 죽어가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처럼. (P.276)


어제 MBC 뉴스를 보았다. 요즘 TV 뉴스는 MBC만 본다. 그나마 가장 개념이 있고, 객관적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던 아버지와 아들이 현장에서 들통났고, 경찰까지 출동을 했다. 마트 주인은 소리를 지를 것이고, 경찰은 체포해서 경찰서로 데려갈 것이고, 그걸 옆에서 보던 아들은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이 쏟아질 것인가?

하지만, 우리가 이 사회를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다.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 모습을 여기에 남긴다.(왜 동영상 등록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https://youtu.be/ipfBjpbeXK4



2019.12.14 Ex. Libris. HJK


4교시가 끝날 때까지 나는 기절한 듯 잤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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