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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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에 대해 설명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을 가지고 있다. <습관의 힘>을 통해 습관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했고, <습관의 재발견>을 통해 욕심내지 말고, 작고,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습관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초반부는 <습관의 재발견>, 중반부는 <습관의 힘>, 후반부는 <1만 시간의 재발견>, <그릿>에서 읽었던 내용을 살짝 언급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불어닥친 불행을 잘 회복하고, 성공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알려주기보다는 이론적인 면과 실제 예를 들어서 서술을 한다. 하지만, 이론적인 면이 깊지는 않다. 

 

이 세상의 모든 책은 최소한 하나라도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찰스 두하그는 습관은 3가지 습관 고리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신호, 반복행동, 보상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 신호, 열망, 반응, 보상이다. 신호와 열망을 구분해서 객관적인 신호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인 열망을 나눌 수 있다면, 좀 더 대처하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뇌는 지시를 내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알고 있다면, 그리고 미리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면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신호를 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신호를 망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습관이 형성되는 하나의 예이다. 만약, 이 습관을 고치기 싶다면, 도넛 가게를 피해서 가거나 도넛 냄새가 풍겨 올 때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차단을 할 수 있다. 


걸어서 사무실에 가는데 근처 도넛 가게에서 도넛 냄새가 풍겨 온다.

도넛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도넛을 하나 사서 먹는다.

도넛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충족되었다. 도넛을 사는 행위는 사무실로 걸어가는 행위와 관계가 있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신호를 분명하게 만들고, 열망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반응을 하기 쉽게 만들고, 보상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면, 습관화가 형성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책에서는 이것들을 4가지 법칙으로 정의하고, 실생활에 쓸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나도 이러한 방법 중에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작과 실행 사이의 차이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영어로는 motion과 action이다.


이 말은 동작과 실행 사이의 차이를 말해준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유사하게 들리지만 결코 같지 않다. 동작은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확립하고 배우는 것이다. 좋은 일이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반대로 실행은 행위로서 결과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내가 쓰고자 하는 기고문들에 대해 20여 가지의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것은 동작이다. 그러나, 실제로 앉아서 기고문을 쓰고 있다면 이것은 실행이다. 더 나은 다이어트 계획을 검색하거나 그 주제에 대해 책을 몇 권 읽는 것은 동작이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실제로 먹는다면 이것은 실행이다. (P.186 ~ 187)


새해를 맞이해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이런 저런 책을 읽고, 강의도 찾아보고, 계획도 세우는 것은 모션(왠지 한글로 동작보다 motion이 더 잘 이해되는 거 같다.)이다. 실제로 영어로 말하고, 문장을 외우고, 입으로 연습을 하는 것은 액션이다. 

외국인을 만나야지 영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말에 유명한 영어 학습 유튜브인 라이브 아카데미 채널 진행자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실전이니 그전에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인이 전쟁에서 실전을 경험하니 전쟁 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실전에서 죽지 않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전쟁을 치르고, 살아남으면 그만큼 전투 실력이 늘어나겠지만, 그렇다고 전투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지 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라는 점은 분명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하루에 팔굽혀 펴기 10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건강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팔굽혀 펴기를 하루에 최소 1회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이 목표라면,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팔굽혀 펴기를 언제나 할 수 있다. 또한, 얼마나 했는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작은 습관의 힘을 강조하면서 후반부에 갈수록 계획적인 습관을 이어가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을 서술한다. 그리고, 습관만으로 부족하니 의도된 연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지 숙련의 길에 도달한다고 한다. 결국, 작은 습관의 힘만으로 성공은 부족하고, 더 나아지기 위한 전문적인 방법, 학습, 연습 등이 필수적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의 제목이 작은 습관의 힘이 아니었던가. 


어느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원리도 있고, 시간만 투자하면 소용이 없고, 의도된 연습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론도 있다. 책을 통해 이것들을 안다고 해도 그건 모션일 뿐이다.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모션은 액션보다 쉽다. 이 세상에 자기계발서가 이렇게나 많이 있는 이유이다. 


습관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삶을 긍정적으로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수단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한 분야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남들이 보기에 무리하면서 해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수준이면 되겠는가.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은 습관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성공을 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다고 해도 건강하고 바람직한 습관을 외면한다면 끝내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고, 마약, 도박, 음주 등에 빠져드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작은 습관 하나조차도 못하는데, 나중에 무슨 성공과 최고가 되는 길을 고민하는가. 

오늘 하루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나 하자. 


2021.01.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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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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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캐럴라인 냅은 거식증, 알코올중독을 극복하지만, 결국 끊지 못한 담배 때문인지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만 볼 때는 본인이 세상으로부터 고립을 원하고, 그로 인한 강박증으로 중독에 빠졌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쓴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솔직하고, 주관적인 시선에 공감을 느꼈다. 

나는 극단적으로 사람을 피하지 않지만, 가끔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나 술을 마실 때 빨리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립보다는 고독에 가깝다고 할까. 암튼 그렇게 며칠을 집에서 혼자 보내다 보면, 다시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은둔자는 아닌  거 같다.


혼자 지내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자신을 판단하고, 이를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럽다. 나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나는 고독을 즐기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을까? 왜 나는 집에서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할까? 

물론, 이렇게 나 자신을 파악한다고 문제점을 해결할 대책을 세워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많은 법이다. 여기에서 문제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느냐도 사실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2년 동안 연달아 부모님을 암으로 떠나보낸 저자는 많은 상실감과 고통을 느끼지만, 나이 든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과 부담감 등을 솔직하게 서술한다. 도덕적은 아니지만, 나도 또한 같이 느끼고 있는 심정을 이렇게 책에서 누군가 말하고 있다는 것이 사뭇 흥미롭다. 


저자를 마음이 약해서 중독자로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절제하고, 강력하게 통제해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고, 이로 인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 거식증에 빠졌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38킬로그램까지 살이 빠졌다는 저자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지키면서 음식에 대한 갈망을 통제했다. 음식에 대한 갈망에 빠진 것이 아니고, 이 갈망, 욕구를 통제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의지가 약해서 얼마나 많은 다이어트 시도를 포기하는가를 보면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는 법이고, 이로 인해 저자의 건강도 안 좋아졌지만, 저자는 극복을 했다.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강에서 조정을 하면서 근육을 키운 그녀가 책 마지막에 쓴 아래 내용은 정말 멋지다. 


몸매에 관한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열정과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능력들에 비롯한 미적 기쁨, 안에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날개가 된 나의 팔, 이것이 바로 해방의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P.343)


하지만, 이것을 쓴 후 2년 후에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많은 책을 썼을 것이고,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꼈을 텐데, 정말 안타깝다.


2021.01.0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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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김신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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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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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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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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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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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심스럽다.

알라딘에서 평점도 높고, 많은 분들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이 책에 대해 솔직한 나의 생각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초반부에 농장에 살다가 대학교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흥미를 많이 느꼈는데, 소설은 계속 답답함과 무미건조로 나를 이끌었다. 자신의 인생을 조용히 관조하는 자세와 모습에서 이 소설의 뛰어남이 있다는데, 왜 나는 스토너의 무기력함, 이기심, 도피로 인해 계속 불편할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수 있다. 스토너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 스토너는 연인을 만들 때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디스를 만났을 때, 캐서린을 만났을 때 보여 주는 스토너의 용기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의 판단에 동의하기도 했고, 그의 행동에 기쁘기도 했지만, 그의 판단에 책임을 안 지는 스토너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게 쉬운 일이냐, 너는 할 수 있느냐고 나 자신에게 반문도 해보았지만, 소설이라서 더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몇 가지 모습으로 스토너를 판단하는 것이 무척 부적절할 수 있다. 내 수준에 판단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다. 아마도 며칠 전에 읽은 <노르망디의 연>에 나오는 주인공 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항상 나의 베스트셀러 도서는 아니다. 이건 그 책과 무관할 수 있다. 오로지 그 책을 접할 때의 나의 사고, 감정, 정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종이로 만들어진 한 권의 인쇄물이 나에게 최고의 책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은 인쇄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한 이 책의 평가는 이 책 자체가 아니고, 오로지 이 책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일 뿐이다.  


2020.10.02 Ex. Libris HJK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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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mis 2021-04-1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이 책 별로여서 끝까지 못 읽고 반품한 사람으로서ㅎㅎ 동지가 있었노라 알려 드립니다
 
노르망디의 연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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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가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지도상의 위치를 다 알고 있다. 왜냐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쟁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노르망디는 중요한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르망디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에서 많이 나오는 배경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 <콜 오브 듀티> 등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걸출한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전장이었던 노르망디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전쟁이 주요 상황이겠지만, 주요 인물 간의 섬세한 인간관계, 행동, 심리 묘사 등을 주로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름마다 프랑스 노르망디로 와서 여름을 보내던 폴란드 귀족 브로니츠키 가문의 딸 릴라와 우연히 만난 뤼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소식이 끊긴다. 독일이 프랑스까지 침공하여 괴뢰 정부를 세우고, 뤼도는 레지스탕스가 되어 프랑스를 위해 싸우면서 애타게 릴라를 찾는데...

남녀 간의 사랑, 이별, 재회에 대한 희망 등이 소설의 전부일 거 같지만,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몰입감이 있다. 릴라의 오빠 타드, 브로니츠키의 양자 브뤼노, 릴라의 사촌이지만 프로이센인이 한스, 연 만들기와 날리기에 미친 앙브루와즈(뤼도의 삼촌이다.), 프랑스 요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뒤프라, 독일의 침공을 대비하는 유대인인자 책략가 쥘리 부인 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 그러니깐 그 사람들이 나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다는 거냐. 생각해보거라. 그 멋진 신사들과 아름다운 숙녀들이 옳아. 한 평생을 연에 바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광기가 있는 게 분명해. 다만 해석이 문제될 뿐이지. 그것을 "광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숭고한 불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둘을 구분하기가 때론 어렵지. 하지만 네가 정말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심지어 너의 전부를 바치거라. 그리고 그 나머지엔 마음 쓰지 마라... (P.18)



4년 동안 기다린 뤼도에게 릴라는 왜 기다렸냐고 하니 뤼도는 이렇게 말한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끔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20년도 지났으니 내 기억 속과 많이 다를 것이다. 아련하고, 희미한 느낌,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하는 그 무엇인가의 느낌.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느낌이 아닐 것이다. 결국, 다시 안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말하니 슬프다.



- 때로는 누군가를 잊는 최고의 방법이 그 사람을 다시 보는 거라는 것 알아? (P.35)



홍역일지 모르는 병으로 아파하는 뤼도에게 다가와  빰에 입맞춤을 한 릴라를 걱정하는 뤼도에게 릴라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의 또 다른 정의이다. 



- 병에 걸릴까봐 겁낸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P.54)



삼촌 앙브루아즈의 조언을 떠올렸다. "자기 연이 파랑을 좇아 달아나는 걸 막으려면 연줄을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는 조언 말이다. 나는 너무 높은 곳을, 너무 먼 곳을 꿈꾸었다. 내가 살아야 할 것은 내 삶이지 릴라의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자유의 개념이 이렇게까지 엄밀하고 까다롭고 어려워 보인 적이 없었다. 삼촌이 종종 말했듯이 "의무교육"의 "희생양"이 된 플롸리 집안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알아서 나는 자유가 언제나 희생을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 또한 자유에 대한 실습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P.137)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폴란드에 있는 릴라가 다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을 걱정하는 뤼도에게 삼촌이 하는 말이다.



사랑이 눈먼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너한테는 눈먼 상태가 어쩌면 세상을 보는 한 방식인지도 모르겠구나. (P.172)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소식이 끊긴 릴라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하지만, 뤼도의 기억 속에는 예전의 그녀가 남아 있었으니, 릴라는 뤼도의 기억 속에 있는 자신을 뤼도가 지켜주기를 바랐다. 역시 다시 재회를 안 하는 것이 나았을까?



넌 나를 온전히 지켜주었어. 난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 이 모든 시간 동안, 3년 반이나 내가 여기 네 집에 무사히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 온전히 말이야. 그렇게 나를 지켜줘. 뤼도. 난 그게 필요해. 내게 시간을 조금 더 줘. 난 다시 날 추스릴 필요가 있어. (P.306)



나는 앙드레 트로크메 목사와 르 샹봉 쉬르 리뇽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쓰면서 이 이야기를 마침내 끝내려 한다. 더 잘 말할 수는 없겠기에. (P.425)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겠기에." 이 글을 읽고, 멋이 있는 끝맺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뒤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한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노르망디의 연> 소설에서 전쟁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던 그가 왜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의 말대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더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아니면 인생의 기쁨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알베르 카뮈만큼 로맹 가리의 죽음이 안타깝다. 


2020.09.28 Ex. Libris HJK


앙브루아즈 플뢰리의 작품들이 전시된 클레리의 작은 박물관은 오늘날에 보잘것없는 관광지에 불과하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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