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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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어휴, 시인들은 이런 연서를 쓴단 말이지. 장석주가 박연준에게 쓴 연애 메일의 첫 문장이란다. 뭔가 반칙 같은 느낌이 든다. 곧장 장석주 시인에게 달려가 (임채무처럼 82 가르마를 하고는) 옐로우 카드를 번쩍 치켜들고 싶다. 저런 문장에 안 넘어가는 여자가 이상한 거 아닐까.

 

박연준 시인은 얼음을 주세요란 제목으로 시를 썼다지. 얼음을 달라니, 아니, 그걸로 뭐 하실려고? 아우, 왜 이리 에로틱하냐. 나만 그런 것일까.

 

처음 읽는 책임에도 기시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블로그 이웃이나 북플 이웃들 서평이나 리뷰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왜 이리 반가운지. 특히나 이 책은 박연준 시인의 문장이 쏙쏙 박힌다. 그러니까 이제 문장들은 박연준의 것도, 당신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란 말이지?

 

문장에 콩깍지가 씐다.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 P 52

 

롱 블랙이라.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는데.

 

내 멋대로 긴 긴 밤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 P 70.

 

한 달 동안 시드니에서 살 수 있다니.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어우 부러워. 글은 장석주, 박연주지만 기획은 김민정 시인인 듯하다. 김민정 시인의 오지랖은 왜 이리 사랑스러운 걸까. 이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야. 나에게도 오지랖을 가해주었으면.

 

(김민정 시인, 요즘 이뻐지셨던데? 얼굴에 칼 대신 건가요? 아니면 이제야 화장술을 배우신건지요?? 아무쪼록 줄기차게 이쁜 짓해주세요^^)

 

  

걷기는 안에서 무엇의 길을 트고, 시간 안에서 무엇을 구멍낸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 나오는 구절이다......목적 없이 걷는 사람은 도착할 곳이 없다.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한곳에 머무는 사람, 그가 머무는 곳은 자신의 생각 속이다. 종착지는 생각의 끝이 될 것이다. 생각의 끝에서 길이 멈추고, 비로소 이 생기는 것이다.

 

- P74

 

모든 밤이 지극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밤은 너무나 지극해서 머리카락 한 올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식물의 키가 밤새 줄어드는 소리나 전깃줄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까지, 몰래 접어둔 걱정 한 덩이가 뒤척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들어라, 사랑하는 이여, 걸어오는 밤의 /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를 들어라.”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 밤은 고요를 안개처럼 끌고 터벅터벅 걸어온다.

 

- P 92.

 

알베르 카뮈는 산문집 <여름>에서 나는 바다에서 자라 가난이 내게는 호사스러웠는데, 그후 바다를 잃어버리자 모든 사치는 잿빛으로, 가난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쓴다.

 

- P 134

 

1730년에 신부 카스텔은 이렇게 쓴다. “파란색은 하늘의 색깔이므로 하느님의 빛깔이다. 하느님은 출발점의 음이므로 옥타브의 첫 번째 음인 도에 해당한다. 따라서는 도는 파란색이다. ”푸른 하늘의 음계는 .

 

- P 140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이라고 쓴다.

 

- P147

 

날마다 1백억 개의 세포가 죽고 죽은 세포들은 새 세포들로 교체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아포토시스apotosis라고 말한다. 아포토시스 과정이란 날마다 세포 단위에서 겪는 작은 죽음들이다. 인간은 그런 작은 죽음들 끝에 큰 죽음과 만난다.

 

나란 존재는 장강 같은 생명의 긴 역사에서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물방울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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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7-1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연준 쪽이 더 좋았죠? 사랑엔 역시 망설임과 어려움이 좀 있어야^^

시이소오 2016-07-13 08:58   좋아요 2 | URL
맞아요. 거의 8대 2 수준으로 박연준이 더 좋았어요.
사랑이라니, 부러울 따름이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정 시인은 확실히 문학판의 마당발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시이소오 2016-07-13 11:06   좋아요 0 | URL
문학계의 대모라 할까요. 한국의 거투르드 스타인? ㅎ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


이 문장 제가 매우 좋아하는 릴케의 시입니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인가.. 두이노의 비가인가.. 둘 중 하나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 전체가 정말 뛰어나죠.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시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이소오 2016-07-13 11:03   좋아요 0 | URL
두이노의 비가죠.
장석주시인이 예전에 청하출판사 했었잖아요. 저도 청하출판사 판으로읽었더랬죠 ^^

samadhi(眞我) 2016-07-14 00:32   좋아요 0 | URL
청하 출판사 저도 좋아해요. 장 그르니에, 「섬」도 청하출판사에서 나왔죠.

시이소오 2016-07-14 00:35   좋아요 0 | URL
아, 그러네요. 니체도 좋았죠 ^^

2016-07-13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4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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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택은 남성/여성, 젊은이/늙은이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거나 할 수 없다거나 말하는 건 변명일테지. 마스다 미리의 <여자라는 생물>을 읽으면서 여자라는 생물의 섬세함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남자라는 동물은 얼마나 단순하고 무식한지!

 

남자 편집자를 만날 때, 다크 초콜릿을 선물로 주는 마스다 미리. 남자 편집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건 자기 알바 아니란다. 단지 초콜릿 가게에서 지금부터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넌지시 으스대는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라나.

 

여행 다녀와 선물을 건넬 때, 남자 편집자와 여자 편집자의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남자 편집자는 선물을 받는 즉시 곧장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자 편집자의 경우 선물을 받으면 감사의 말 이후 선물 자체에 대한 얘기를 다소간 나누다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포장이 귀엽다느니, 그리운 느낌이 든다는 둥. 남자들의 무심함이란.

 

이해심 있는 화장실이해심 없는 화장실을 논할 때도 남자들의 단순함을 깨닫는다. ‘이해심 없는 화장실이란 화장실 휴지걸이 주변에 소지품 올려놓을 공간이 없는 화장실을 뜻한다. 생리 때의 여성에게 아무래도 불편하기 마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무심한지.

 

여자라는 생물은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이뻐 보이고 싶다고 했던가.

호텔 화장실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흔 살 가량의 노부인에게 마스다 미리는 멋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멋있다는 말을 들은 노부인이 기분이 좋아 보여 기분이 좋았다는 마스다 미리. 그녀는 그런 순간의 자신을 좋아한다고. 그녀는 자신도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이 어린 사람에게 멋있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단다.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 중에 유독 옷이 이쁘다거나 헤어스타일이 이뻐 보일 때가 있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긴 하지만 실천해 본 적은 없다. ‘아저씨가 주책이야라든지 지금 아저씨 주제에 작업 거는 거임?’이라 생각할 까 두렵기 때문이다.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더 살맛 날 텐데.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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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 2016-06-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남자가 잘 어울린다고 하면 저도 오해할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6-12 13:02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계속 입을 다물고 살아야지, 다짐해봅니다 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는 할 수 있겠지만
기분은 좋아지는게 여자라는 생물입니다^^
실천하셔도 괜찮으실듯 한데^^

시이소오 2016-06-12 17:33   좋아요 1 | URL
ㅋ ㅋ 강요님을 만나게된다면 실천해보죠ㅋ^^

페크(pek0501) 2016-06-12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럭쿨럭... 동의하고 싶지만 동의할 수 없어서 내는 소리예염.
저 역시 길 가다가 어떤 남자 분이 저한테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하면 기분이 좋기보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뭘 바라고 이러는 거지? 수상하니 조심해야겠다, 빨리 걸어야지, 그러면서 도망칠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ㅋ

그런 인사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자연스러운 사회라면 살맛 나겠네요.

마스다 미리,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몇 년 전 한꺼번에 세 권을 사서 단숨에 읽었죠.(`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비롯하여...)
읽고 나니 작가가 귀엽기도 하고 좋아지더군요.


시이소오 2016-06-12 23:28   좋아요 0 | URL
그쵸? 역시나 입을 다물고 살아야한다, 는 결론이 ㅋ

기억의행성 2016-06-1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릿을 주는 이유가 재밌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06-13 13:49   좋아요 0 | URL
ㅋ 마스다 미리님, 긔엽지 않은지요^^
 
내 방 여행하는 법 -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 유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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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메스트르는 토리노에서 결투를 벌였다. 토리노에서 결투는 불법이었기에 그는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는다. 드 메스트르는 여행을 다닐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대신, 자신의 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드 메스트르는 가택연금형을 받지 않았더라도 내 방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지만, 설마 그랬겠는가. 책은 전반적으로 익살과 해학이 넘친다. 내 방 여행의 좋은 점? 우선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단다. 도둑을 만날 걱정도 없고 낭떠러지나 웅덩이를 만날 위험도 없다.

 

<내 방 여행 하는 법>엔 두 가지 형태의 여행 방법이 있다. 첫째로 실제로 방을 여행하는 것이다. 방에 놓여 있는 의자로, 침대로,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로. 책 속의 인물들로. 방에서 마주치는 하인 조아네티나 애견 로진처럼 여행중에 만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소회를 적기도 한다.

 

두 번째로 영혼이, 혹은 동물성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흔히 영혼과 육체로 구분짓는데, 드 메스트르는 영혼과 동물성, 혹은 영혼과 타자로 구분한다. 육체와 동물성은 엄연히 다르다.

 

수많은 문제의 원인을 육체 탓으로 돌리곤 한다. 거기에 감정과 사고가 깃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육체가 아닌 인간의 동물성에 있다. 영혼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면서 감각적 실체인 동물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동물성은 거기엔 나름의 취향과 기질과 의지가 있다. ”

 

영혼이 어떤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드 메스트르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사랑하는 드 오카스텔 부인 저택 현관 앞에 다다른 경험을 이야기한다. 영혼과는 별개로 동물성은 자신만의 길을 간 것이다. 혹은 영혼이 홀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다른 나라로, 다른 행성으로. 그럴 경우 동물성은 뜨거운 부집개를 잡아 손을 데거나, 의자에서 자빠지기도 한다.

 

영혼과 동물성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예상외로 동물성 부인의 논리 앞에서 영혼 부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한다. 혹은 저자는 페리클레스, 플라톤, 아스파시아, 히포크라테스 같은 고대 영웅들의 영혼을 자신의 벽난로 주변으로 불러와 한담을 나누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니, 이상훈의 <1만 시간의 법칙>에 소개된 강익중 화가가 떠올랐다. 강익중 화가는 유학 중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겨 그림을 그릴 여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신, 고민 끝에 캔버스를 가로 세로 3인치 크기로 잘라 지하철로 이동 중에 그림을 그렸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3인치 회화탄생의 순간이다. 전시할 기회가 오자 그는 그가 그렸던 3인치 작품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냈고, 이 획기적인 회화 앞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오늘날 강익중 화가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



 

, 성공한 사람들은 불리한 환경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한계를 받아들이고 한계 안에서 대안을 찾는다. 드 메스트르 역시 그러했다.

 

폴 서루는 여행은 내면의 상태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구경거리로 전락한 시대.

영혼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이곳에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여행은 구경이 아니라 발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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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6-0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쉼 , 이다

시이소오 2016-06-08 09:09   좋아요 0 | URL
여행은 휴식이기도 하죠 ^^
전 제 방에서 휴식을...ㅋ

五車書 2016-06-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방 여행, 기발하군요!

시이소오 2016-06-08 09:12   좋아요 0 | URL
사실 방만 여행해도 쓸 거리가 엄청 날 것 같습니다.
서재 방에 있는 책만 여행해도...어마어마 하겠네요. ^^

五車書 2016-06-08 09:17   좋아요 0 | URL
제 경험으로, 오늘 아침에 스타벅스에서 상념에 젖어 있었는데 감정을 추스리고 지식을 곁들여 스토리로 엮게되면 여행기가 나올 수 있겠군요. ^^

시이소오 2016-06-08 09:21   좋아요 0 | URL
그렇겠네요. 서울의 까페 여행기를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미 나와있겠지만 각자의 경험과 사유는 다르잖아요. ^^

아니면 북 까페 방문과 그 북 까페에서 읽은 책을 엮어내도 좋겠네요. ^^

五車書 2016-06-08 09:24   좋아요 0 | URL
그런 말씀 마시길. 제 능력이 미천함을 알기에 책을 쓰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해요. ^^;

시이소오 2016-06-08 09:26   좋아요 0 | URL
허허, 겸손의 말씀.
다섯 수레의 책을 읽고도 책을 안 쓰시다니. ^^;

五車書 2016-06-08 09:30   좋아요 0 | URL
ㅎㅎ 다섯수레 분량 책을 읽고자 함은 제 부족함을 깨우치기 위함일 뿐이지요. 시이소오 님의 독서량에 한참 못 미친다고 봅니다. ^^;

시이소오 2016-06-08 09:51   좋아요 0 | URL
발상의 전환을 해보시죠.

책을 읽기위해 책을 쓰는 거죠. ^^

표맥(漂麥) 2016-06-0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사람들은 불리한 환경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이 말이 오늘따라 유달리 깊이 전해져 옵니다... 직장생활이 조금 힘들어요...^^

시이소오 2016-06-08 11:03   좋아요 0 | URL
힘 내시죠. 가택 연금 중에 여행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ㅎㅎ ^^

yureka01 2016-06-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역시 발상의 전환 !~

시이소오 2016-06-08 17:30   좋아요 0 | URL
ㅋ 감사합니다 ^^
 
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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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일상은 책과 산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근교의 산이나 길을 걷는다. 하루 종일 걷기도 하는데, 지하철에선 주로 폴 서루의 <여행자의 책>을 읽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만일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사서 가져가야지.

 

삼년 전에도 삶의 위기가 있었다. 동네 뒷산도 가 본적이 없었건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겨울 지리산 종주를 감행했다. 겨울산은 위험하다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산에 올라 죽을 운명이라면 일찌감치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위기인걸까. 이 책엔 매장마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과 작가, 책들이 즐비하도록 소개되건만(필사 포기), 가장 눈에 들어온 문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었다.

 

“solvitur ambulando.”

솔비투르 암불란도.

 

걸으면 해결된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만일 우리가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면 나는 이 문장을 믿겠다. 솔비투르 암불란도. ‘걸으면 해결된다를 읊조리며 삼악산을 올랐다. 고작 5km의 코스건만 4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너무 소요하며 걸어서일까? 다음날 임금 체불한 대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번 내가 전화해서 재촉했었다. 전화 끊고 나서 1분 만에 체불된 임금이 입금되었다. 나처럼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면 동네뒷산이라도 오르자

걸으면 해결된다.

 


폴 서루가 이곳에 살고 싶다가 아니라 이곳에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아홉 군데의 장소.


 

발리



태국



코스타리카



오크니 군도



이집트 - 카이로가 아닌 다른 곳.



트로브리엔드 군도



말라위



메인 주




하와이



 

폴 서루가 뽑은 장소 중, 나는 고작 발리와 태국만을 가 봤을 뿐이다. 언젠가는 다른 곳도 갈 수 있겠지

그러나, 지금 이곳도 나쁘지 않다. 여행은 마음의 상태니까.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이국적인 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거의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 폴 서루,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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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16-05-2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아침부터 풀썩. 넘 이쁩니다.

시이소오 2016-05-26 08:17   좋아요 0 | URL
싱그리님, 싱그러운 아침되시길 바래요 ^^

지니 2016-05-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으면 해결된다`
오늘 저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단 한마디 갔습니다.
시이소오님의 글을 읽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여기저기 틈나는 대로 걸어 보겠습니다.
저 사진 중 코스타리카에 있다고 상상하며 불편한 모든 생각 내려놓고 걸어봐야겠습니다.
오늘을 잘 보낼 수 있는 해결책 감사합니다~~
이래서 북플이 좋아요~!!
책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시이소님~^^*

시이소오 2016-05-26 14:15   좋아요 1 | URL
좀 걸으셨는지요? 안 좋은 일들이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계속 좋은 하루 되세요 ^^

hnine 2016-05-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어디 저장해두어야겠습니다.
저도 현재로선 위의 장소보다 우선 제 집 뒷산이 더 중요합니다. 당장 걸을 수 있으니까요 ^^

시이소오 2016-05-26 14:16   좋아요 0 | URL
그쵸? 오늘 비가와서 아쉽네용^^;

2016-05-26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26 14:21   좋아요 0 | URL
죽어도 좋아, 할만한 장소들이죠. 걸으셨다니
리뷰 쓴 보람이 있네요.
제가더 감사하죠 ^^

물고기자리 2016-05-26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 걸 무척 좋아해요.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하루에 12킬로 정도를 걷는데 그 시간은 책 읽는 시간과도 바꾸지 않죠.

5월엔 아카시아꽃향기 때문에 책을 못 읽었어요;; 달콤한 숲 향기와 걷기는 지상의 축복 같아요^^

시이소오 2016-05-26 14:28   좋아요 1 | URL
하루에 12키로라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4월, 5월은
책 보다는 산책이 더 좋드라구요 ^^
 
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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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남성으로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선 위선이거나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당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박해와 차별을 당한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볼테르 식으로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여성을 착취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페미니스트의 적이다. 설거지도 안 하고, 밥도 안 하고, 빨래도 안 하는 내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변명을 하자면 가사노동을 분담하려고 해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우리 와이프가 못하게 한다. (와이프가 이 글을 안 봤으면)

 

다만 나는 성폭력이나 성희롱, 성추행을 해 본적은 없다. (성추행을 당해본 적은 있다. 남성에게. 또한 몸무게 100kg를 훌쩍 넘긴 듯한 여성에게. 맞을까봐 조용히 있었다. 이런 된장.) 고등학생 때, 여동생을 한 번 때린 적은 있다


(낮잠 자는데 피아노를 치 길래 치지 말라고 했더니, 여동생은 더 세게, ‘포르티시시모<엄청 강하게>’로 피아노를 쳤다. 그래서 나는 여동생을 쳤다.. 그래도 나는 메조포르테<조금 강하게>’정도로 쳤을 뿐이다. 남동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이 때렸으니 피아니시시모<엄청 약하게>’에서 포르티시시모까지 모든 강도로 - 성차별은 아닌 것 같다.....성차별일까)

 

최근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남성의 무차별 살인 사건에 희생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 이 순간도 여성 혐오냐 아니냐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나는 여성 혐오 범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대다수 여성들이 여성 혐오로 인식한다는 게 아닐까. 그만큼 그동안 여성들이 여성 혐오를 직접 몸으로 겪어왔다는 반증이다.

 

여성을 왜 혐오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자리에 대한 남성들의 위기 때문일까.

여성은 당연히 숭배해야 하거늘.

 

비록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책에 대한 독후감은 쓸 수 있지 않을는지. 프로이트는 작은 차이를 가지고 끊임없이 대립, 반목, 경멸하는 현상에 대해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렀다. 페미니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리버럴, 마르크시즘, 래디컬, 백인, 흑인, 근본적인, 온전한, 포괄적인 등등 여러 분파가 난립, 각자가 자기만이 옳다고 하고, 다른 페미니즘에 대해 이를 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즘’(혹은 부족한)을 주장한다. 페미니즘을 어떤 대단한 사상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의 성 평등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록산 게이는 미국의 문화, 즉 영화, 소설, 드라마, 팝송 등에서 은폐되어 있는 여성의 성차별을 들추어낸다. 책의 어떤 부분들에선 저자의 관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다가 다른 곳에선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도 했다. 내 관점에서 록산 게이는 전혀 배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어떤 장에선 가혹하다 할 만큼 작품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헝거 게임>이 이렇게 대단한 소설이었다니! 영 어덜트 소설이라 무시했거늘. 읽어봐야겠다.

 

여성 캐릭터는 왜 항상 호감만 연기해야 하는가하는 저자의 문제제기엔 동의할 수가 없다. 록산 게이의 말대로 나는 여성 캐릭터가 호감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저자는 다른 글에서 남성 캐릭터가 비호감이라고 비난한다. 이건 완벽한 모순이다.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강간을 일삼는 개차반 남성 캐릭터를 비난할 근거가 없어진다. 성차별이다.

 

얼마 전에 리뷰를 썼던 주노 디아스의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도 록산 게이의 도마에 올랐다. 록산 게이는 소설의 작품성을 인정하지만 그 안에 성차별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노 디아스는 여성들을 착취하는 수시오’(난잡한 놈)이자 페로’()인 도미니카노(도미니카 남자들)에 대해 썼다. 록산 게이는 이 수시오들이 잘못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꺼림칙하다고 말한다. 록산 게이는 소설속의 여성들이 단지 유니오르의 성적 쾌락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썼다. 만일 그렇다면 유니오르는 왜 떠나간 애인을 몇 년동안 잊지 못하는 걸까. 단지 성적 쾌락을 얻기 위해서였다면 다른 여자로 대체하면 그만 아닌가.

 

이외에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같은 소설, 드라마 <걸스>, <헬프>, <노예 12>, <장고 : 분노의 추격자>등의 영화도 록산 게이의 도마에 오른다. 예를 들어, <헬프>같은 경우 뇌를 아파트에 놓고 영화를 보러 간다면괜찮은 영화라고.

 

록산 게이는 공인들이 커밍 아웃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도 게이란 단어가 여진히 비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게이 남성들이 주목받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나는 공인들이 왜 커밍아웃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공인이 아니라면 더 더욱. 왜 사람들은 타인의 잠자리 취향까지 알려고 하는 걸까. 사적 영역이란 개인의 은행 잔고라고 말했던 이는 누구였더라. 록산 게이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집단 강간당한 사건을 고백한다. 굳이 이 사실을 꼭 밝혀야만 했을까.

 

강간 농담, 강간 유머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한국에도 있나? ‘합법적 강간’? 강간이 어떻게 합법적일 수 있을까? 선거철만 되면 선거 공약으로 낙태 제한권을 들고 나오는 정치가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미국 정치가들은 한국의 새누리당 정치인들만큼 제 정신이 아닌 것들이 많구나. 여성들이 그리스 희극 <리스스트라타>처럼 성 파업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남자와 어느 정도 사귀고 나서 남자가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피임약 복용하니?”라고 물었을 때 내가 아니? 그러는 너는?”하고 답할 때이다.

 

윗 문장을 읽고 남성인 나는 왜 이리 통쾌했던걸까. 나는 남성으로서의 나의 특권을 인정한다. 이게 출반선이 될 수 있을까. 록산 게이는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것보다는 차라리 허무라도 욕망하라고 말했던 니체의 경구가 떠오른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앞으로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욕망하고 싶다.


 

린 히긴스, 브렌다 실버 <강간과 재현>

다이애나 스페츨러, <스키니>

케이틀린 모란, <진짜 여자가 되는 법>

가렛 카이저, <프라이버시>

수잔 콜린스,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 제이>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케이트 잠브레노, <그린 걸>

엘렌 식수, <메두사의 웃음>

조앤 디디온, <플레이 잇 애즈 잇 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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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5 15: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성을 ‘숭배’해야 한다는 표현이 오히려 남성혐오자들의 반감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숭배라는 단어가 신 같은 종교적 대상을 우러러 보는 행위를 뜻합니다. 여성혐오자들은 남성의 존재감이 여성보다 아래에 있는 상황을 싫어합니다. 과거 남성 중심의 위계적 질서를 그리워합니다. 옛날에는 남성이 신이었습니다. 여성은 남성의 말에 복종해야만 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들도 남성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남자들은 위계질서를 누리는 주인공이 여자가 되었다고 착각합니다. 남자들은 천성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기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자신들의 위치가 협소해질까 봐 불안감이 생기고,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현실을 못마땅합니다. 저는 여성혐오의 원인을 이렇게 봅니다. 이거 말고도 다른 원인이 있을 겁니다. ^^

저는 숭배보다는 여성의 말과 행동에 ‘공감’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남성은 여성의 말과 생각에 공감해야 합니다. 공감하는 행위 자체가 여성의 말을 인정한다는 의미니까요. 제가 남자 입장에서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느낀 게 남자는 여자의 사소한 말 한 마디를 귀 담아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자가 올바른 소리를 해도 한 쪽 귀로 흘러 듣습니다.

:Dora 2016-05-25 17:16   좋아요 1 | URL
정신적으론 숭배찬성 태도는 공감...웬지 자존감이 급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서 찬성합니다

시이소오 2016-05-25 17:36   좋아요 0 | URL
아고 답글이계속 사라져 힘드네요 ㆍ공감이더 적절한 표현이겠네요 ^^

cyrus 2016-05-26 15:57   좋아요 0 | URL
To. Theodora, 시이소오 // 처음에 ‘공경’이라는 표현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여성을 노인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고민한 끝에 ‘공감’으로 바꿨습니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녀 모두 평등하게 사는 삶을 만드는 방식도 차이가 있거든요. 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입장도 있을 겁니다. ^^

시이소오 2016-05-26 16:16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

:Dora 2016-05-25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에게는 친밀함의 유전자가 없다고 누군가 쓴 걸 읽었어요. 모든 불평등과 차별에 반대하는 의미에선 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시이소오 2016-05-25 16:44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친밀한 남성들도 있지 않을까요?

:Dora 2016-05-25 16:55   좋아요 1 | URL
ㅋㅋ맞아요 흔하지는 않지만 있긴 있죠

시이소오 2016-05-25 17:06   좋아요 2 | URL
제가 그렇다는거는아니구요ㅋ

:Dora 2016-05-25 17:15   좋아요 1 | URL
확인불가 사항이라 딱히 드릴말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