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수잔 손택은 남성/여성, 젊은이/늙은이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거나 할 수 없다거나 말하는 건 변명일테지. 마스다 미리의 <여자라는 생물>을 읽으면서 여자라는 생물의 섬세함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남자라는 동물은 얼마나 단순하고 무식한지!

 

남자 편집자를 만날 때, 다크 초콜릿을 선물로 주는 마스다 미리. 남자 편집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건 자기 알바 아니란다. 단지 초콜릿 가게에서 지금부터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넌지시 으스대는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라나.

 

여행 다녀와 선물을 건넬 때, 남자 편집자와 여자 편집자의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남자 편집자는 선물을 받는 즉시 곧장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자 편집자의 경우 선물을 받으면 감사의 말 이후 선물 자체에 대한 얘기를 다소간 나누다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포장이 귀엽다느니, 그리운 느낌이 든다는 둥. 남자들의 무심함이란.

 

이해심 있는 화장실이해심 없는 화장실을 논할 때도 남자들의 단순함을 깨닫는다. ‘이해심 없는 화장실이란 화장실 휴지걸이 주변에 소지품 올려놓을 공간이 없는 화장실을 뜻한다. 생리 때의 여성에게 아무래도 불편하기 마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무심한지.

 

여자라는 생물은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이뻐 보이고 싶다고 했던가.

호텔 화장실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흔 살 가량의 노부인에게 마스다 미리는 멋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멋있다는 말을 들은 노부인이 기분이 좋아 보여 기분이 좋았다는 마스다 미리. 그녀는 그런 순간의 자신을 좋아한다고. 그녀는 자신도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이 어린 사람에게 멋있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단다.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 중에 유독 옷이 이쁘다거나 헤어스타일이 이뻐 보일 때가 있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긴 하지만 실천해 본 적은 없다. ‘아저씨가 주책이야라든지 지금 아저씨 주제에 작업 거는 거임?’이라 생각할 까 두렵기 때문이다.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더 살맛 날 텐데.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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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6-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남자가 잘 어울린다고 하면 저도 오해할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6-12 13:02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계속 입을 다물고 살아야지, 다짐해봅니다 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는 할 수 있겠지만
기분은 좋아지는게 여자라는 생물입니다^^
실천하셔도 괜찮으실듯 한데^^

시이소오 2016-06-12 17:33   좋아요 1 | URL
ㅋ ㅋ 강요님을 만나게된다면 실천해보죠ㅋ^^

페크pek0501 2016-06-12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럭쿨럭... 동의하고 싶지만 동의할 수 없어서 내는 소리예염.
저 역시 길 가다가 어떤 남자 분이 저한테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하면 기분이 좋기보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뭘 바라고 이러는 거지? 수상하니 조심해야겠다, 빨리 걸어야지, 그러면서 도망칠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ㅋ

그런 인사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자연스러운 사회라면 살맛 나겠네요.

마스다 미리,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몇 년 전 한꺼번에 세 권을 사서 단숨에 읽었죠.(`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비롯하여...)
읽고 나니 작가가 귀엽기도 하고 좋아지더군요.


시이소오 2016-06-12 23:28   좋아요 0 | URL
그쵸? 역시나 입을 다물고 살아야한다, 는 결론이 ㅋ

기억의행성 2016-06-1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릿을 주는 이유가 재밌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06-13 13:49   좋아요 0 | URL
ㅋ 마스다 미리님, 긔엽지 않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