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스입니다.
여름을 좋아합니다. 그깟 공놀이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말해준다면, 나는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2. 책 다섯 권
"좋아합니다. 이번엔 정말이라구요."
이 책은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비때마다 제시해 주었어요.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게 되는 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무엇을 정말로 이루려면 때로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일러주었지요.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도 정말이라고요.
"여름을 좋아합니다."
그깟 공놀이, 야구를 다룬 만화 중 가장 로맨틱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로맨스의 기본은 변화와 갈등과 성장에 있지요.
인물들은 변하고 성장해요. 그 가운데, 야구는 장식으로 존재하지만, 원래 그런 거니까.
그깟 공놀이는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는 걸요.
"어쨌든 열심히 하는 건 인정하겠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해왔다는 게 문제야."
이 말은, 제가 늘 껴안고 사는 말이에요. 늘 반성하면서, 그렇게요.
괴물에 대해, 이런 식으로까지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깨닫게 만든 작품이에요.
스무 살때 이 책을 읽었을 때, 정말 무서웠어요.
무서워서 일부러 더 무서우려고 밤에만 읽었는데, 그럴 수록 무섭기만 했지요.
어느 날, 친구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런 글을 달아놓았어요.
"내 안에 괴물이 있어."
가서, 때려주었어요. 그 뒤로는 괴물을 덜 무서워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참 무서워요.
이제 나는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지, 정말로 찾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이 책을 처음으로 접했어요. 애니메이션도 보았지요.
바로 자전거를 타고 뛰쳐나갔어요. 한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몇날 며칠을 달렸지요. 결과요?
화상밖에 더 입겠어요? 그 뒤로는 여름에도 긴바지를 입어요.
살다보면, 많은 후회들을 안고 살아가게 되잖아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용서받지 못한 잘못들, 크거나 작거나 그런 것들은 누구나 가지게 되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용비도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요.
심각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처절하게, 자신이 짊어졌던 그 무게들에 정면으로 맞서지요.
그는 죽을 수조차 없어요. 아무도 그를 용서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웃어요. 아무도 그 웃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좋았어요. 끝까지 웃어야지요.
누구도 나를 용서하지 않더라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