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런 사람이예요!
표리부동하고 삶에 일관성이 없으며 주책없고 창의성 떨어지고 모든 것에 투철하지 못한, 그래서 늘 日多省하는 인간.
• 내 인생 최고의 책 5권
1. 얼 쇼리스, 『희망의 인문학』, 이매진, 2006.
책이 밥 먹여 줄 수도 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혹은 내 주변인들에게 증명해 준 책.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타성과 관성과 편견에 젖은, 이전의 자신에 대해서도 '위험'해질 수 있어야 무력의 포위망에서도, 빈곤의 대물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인문학이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 준 책.
2. 신경림,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 2, 우리교육, 2002.
군대에 있을 무렵, MBC 느낌표에서 벌였던 캠페인을 통해 접하게 된 책.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며 친근하게 시도 읊어주고, 때론 그 시인을 생생히 불러내기도 한 1권과, 살아있는 시인들을 찾아가 술도 한 잔 기울이며 만나는 시인들의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던 2권. 내게 시와 시인과 삶과 세상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 준 책. 그리고 암울하고 침잠했던 군 생활을 포근하게 위로해 준 책.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게도 시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게 해 준 책.
3. 박민영, 『책 읽는 책』, 지식의숲, 2005.
지금의 내 독서생활이 있기까지 획기적 전환점이 된 책.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2천여 권에 달하는 책을 가진 책벌레"인 저자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 이 책이 2005년 9월 30일에 출간되었는데, 나는 이 책을 그 다음날이던가에 우연찮게 서점의 어느 구석진 서가에서 발견하고는 바로 집어들어 읽은 바 있다. 당시 나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매우 굶주려 했을 시기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 명쾌해진 느낌을 받았다. 시중의 책들이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반면, 이 책은 아주 실용적이기 구체적으로 책 읽기의 방법들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혹한다. 어떻게? "책 한 권 없이, 화장품만 들어 있는 핸드백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최고의 킹가를 차버렸다는 어느 멋진 독서광 선배의 이야기처럼.
4.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2007.
굶주리지 않는 세계의 절반을 화나게 하는 책. 자신의 아이에게 친절하게 왜 세상의 절반의 사람들이 굶주리는가를 들려주는 책. 우리가 몰랐던, 어쩌면 외면했던 세계의 불합리를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는 책. 그리고 우리가 배불러서 부끄럽게 하는 책. 가진 자들,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 돈만이 최고인 줄 아는 인간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인간들. 이 책을 읽고난 후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 버전으로 하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5. 나관중, 『삼국지』
책으로는 이문열의 것으로 한 번, 최근 황석영의 것으로 한 번, 그렇게 두 번을 읽었다. 비디오 시리즈로도 봤다. 삼국지가 담고 있는 많은 것들을 떠나서, 그리고 그에 대한 찬사와 비판을 뒤로 하고, 이 책은 참 재밌는 책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에게 책에 대한 어떤 편견을 깨준 그런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무협지라고 치부해왔었더랬다. 무협지는 책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었더랬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는 무협지도 책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울었다.
p.s. 성경책을 빼놓을 수 없다. 군대에서 나는 성경책을 3~4번인가를 읽었다. 아주 작은 포켓북으로 군복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신앙이 복받쳐서, 성령을 감화감동 역사하심에 이끌려 그렇게 성경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휴대용 성경책이 있길래 집어들었다. 그런데 왠걸,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그 스펙터클하고 드라마틱하며 웅대하고 장엄한, 그러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 시와 노래 등등등.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지금의 기독교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비판적 크리스찬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