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인문)을 하면서 좋았던 점이란 무엇보다 인문학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전에는 두껍고 어렵고 난해한, 뭔가 꼬치꼬치 캐묻고 파헤치는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다. 내가 관심이 있는 특정부분에 대해 가볍게 써내려간 책, '세미 인문학' 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인문책만 가끔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서평단을 통해 인문학이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들을 줄기차게 적어 내려간 책이라는 선입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진 것 같다. 사실 전문적인 내용을 접했을 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인문학의 매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단 인문학 책은 생각하는 맛을 느끼게 해줬다. 어떤 주제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이나 사회적 흐름을 느껴봄으로써 별 의미 없이 지나쳤던 일상의 여러 부분들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서 느꼈던 나의 무지함 마저도 나를 다그치는 교과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던 앎의 기쁨은 세상에 대한 열린 자세와 자신감으로 다가온 것 같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었다. 반강제적으로 배송되는 랜덤한 책은 내가 읽고 싶은 분야만 골라보던 옛 습관에 변화를 줬다. 무지해서 모르고 있었던, 혹은 인문학이 갖는 포스에 주눅이 들어 감히 접해볼 수 없었던 분야를 억지로라도 접해보게 되었다. 과연 읽을 수 있을까하고 시작된 책 역시도 그 깊이와 맛에 흠뻑 빠져드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숙제로 주어진 감상글(서평)이 갖는,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좋게 작용한 것 같다. 글로 남겨야 된다는 의무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뭔가를 남긴다는 희열 또한 컸다. 대단한 명문이나 냉철한 분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글 역시 그 과정 속에 있으리라는 뿌듯함이 좋았다.
그 외에도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는 점이나 남들이 돈 주고 구입하는 책을 무료로 본다는 공짜책의 희열도 좋았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듯 읽고 쓰는 것 역시 연재를 하는 작가라도 된 듯 묘한 즐거움을 줬다.
돌이켜보면 서평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치열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책과의 싸움은 계속하고 싶다. 서평단을 통해서건 아니건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살찌우고 싶다. 책이라는 아날로그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