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가족 단합대회겸 영화를 보러 갔었다.
우린 너무 단합이 되질 않아!!!!!
영화 보자, 영화!
슬램 덩크 보자!
(바람돌이님 슬램덩크 예찬 페이퍼를 읽는 순간, 뿅~
이상하게 바람돌이님 말씀 가라사대, 가 되어버리는 나!
바람돌이님 바보가 되어 네. 맞습니다! 그러곤 바로 실천에 옮긴 적 몇 번인지 모르겠으니...바람돌이님은 나의 행동 실천을 보고 깜놀하신 적 있으셨다.)
그래서 나는 봐야만 했다.
슬램 덩크!!!!
근데 식구들이 협조를 안 해ㅜㅜ
애들 셋은 슬램 덩크가 뭔지 모르니 그닥 안 땡긴다고 그러고,
남편은 슬램 덩크 만화 책 읽느라고, 만화방 죽돌이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던지라, 당연히 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남편도 안 땡긴단다.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연애시절 아, 글쎄! 만나기로 약속해 놓곤 안 보여?!
어디냐고 삐삐(아, 응사 시절 아날로그로 날아가나요?)
음성 녹음 남겼더니, ㅇㅇ만화방으로 오란 음성만 남겨 놓았다.
하?!!!! 열 받아 지하 만화방으로 당장 달려갔는데,
기세등등하게 들어 선 만화방은 생각보다 분위기가 고요하고, 엄숙해서 머리 끝까지 끓어오른 화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뭐하냐고? 얼른 일어서라고 이 악물고 웃으면서 꼬집었더니,
아파하면서도 만화책을 손에서 못 놓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사정 하였다. 알았다! 빨리 읽어라! 이 악물고 주먹을 쥐고 곁에 앉았다.
암튼 다 읽고 일어섰었는지?
내 눈치 보느라 조금 남겨놓고 일어섰었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때의 만화방의 분위기는 묘하게 엄숙했었던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빽빽한 만화책들, 탁자엔 사발면도 있었던 것 같았다. 국민학교 때 옆집 친구 따라 갔었던 동네 만화방과는 차원이 달라 혼자 어리둥절했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방을 걸어나와 물었었다.
무슨 책이길래, 나를 만나자고 불러내 놓고 기다리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제목이 슬램 덩크라고 했었다.
무슨 내용이냐니까? 농구 만화라고 했다.
혹시 ‘마지막 승부‘?????
아니 일본 만화라고 했다.
주인공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강백호라고 했다.
일본 만환데 왜 이름이 강백혼데?
.....................
아 몰라몰라~
남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질문 몇 개만 더 하면?
대답하기 귀찮거나, 곤란해지면 맨날 몰라몰라~ 앙탈이다.
대화 회피인 게다.
암튼, 내겐 썩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슬램 덩크였지만, 언제 한 번 꼭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하지만, 옛날 만화라 얼마만큼 박진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테고, 20 년이나 지난 내용인지라 아이들에게 과연 그 진부한 스토리가 먹힐 것인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같이 본다면, 남편과 아이들은 공통의 대화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억지로 꼬드겨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농구하는 스포츠 씬들은 애니메이션 치곤 박진감있게 표현을 잘 한 것 같았다. 스토리가 조금은 진부한 게 흠이긴 했지만, 결국엔 성공하는 엔딩 스토리가 모두를 안도하게 만들어 버리니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괜찮은 영화지 싶다.
퍼스트 슬램 덩크라고 하여 앞으로 네 편은 더 나오겠다고 남편은 말했다. 그리고 강백호는 좀 이상하네? 내가 말했더니, 남편은 강백호가 좀 이상하게 표현되었다고 항거했다. 바람돌이님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퍼스트는 강백호가 주인공이 아닌,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엮어가는 스토리라, 만화책을 읽지 않은 나로선 송태섭이 훗날 강백호로 개명을 하나? 그러고 봤었다. 나중에 고릴라같은 강백호가 등장하여 헐!!!!!!
영화를 본 후, 딸들은 단박에 팬이 되어버렸고, 만화책도 읽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남편과 아들과 나는 강백호의 팬이지만,
큰 딸은 서태웅 팬이 되었고, 막내 딸은 정대만 팬이 되었다.
심지어 며칠 전 쌍둥이들은 미용실에 가서 단발머리로 자르고, 머릿결 정리한다고 매직을 하고 왔는데 정대만 머리를 만들어 온 것이다. (정대만 삭발당하기 전의 단발머리^^)
˝니네들은 진정한 덕후네! 왜 둘 다 정대만 머리를 하고 왔노?˝
했더니...조금 심각한 얼굴이 되어 서로 썩소만 날렸고...
암튼 그렇게나 만화책 사달래서 협상을 했다.
각자 만 오천 원씩 모아 삼만 원을 책 대여료로 받아냈다.
아들은 곧 이 집을 떠나 기숙사로 갈테니 읽지 못할 것이므로 기권한다. 야비한 놈, 계산적인 놈...
남편에게도 삼만 원 내라고 했더니, 자기는 옛날에 다 읽어서 아는 내용이라 안 읽을테니 기권한단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얄미운 놈, 인정머리 없는 놈....그 아비나, 아들이나!😡
어디 한 번 읽기만 해봐라!
씩씩거리며, 아깝지만 몰래 모아 킵해 뒀던 내 적립금 삼만 원을 썼다.
서태웅과 정대만, 채치수, 강백호의 뒷 이야기가 넘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좀 저렴한 신장재판을 예약 주문했는데,
응? 오늘 세 권만 왔다. 나머지는 3 월 초쯤 온단다.
전 권이 같이 안 오면 박스도 같이 오지 않는단 말인가?
난 책을 싼 박스도 중요한데...박스는 처음부터 없었나?
암튼 엽서도 굿즈로 주문하고,
텀블러도 하나 필요해서 주문했다.
요즘 굿즈 보기를 돌 보듯 하자! 했더니, 음~ 어느 정도 정신 차리고 주문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나저나 책 각 권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거다.
딸들이 흥분해서 ˝비닐 뜯어도 돼요?˝
묻길래, 진정한 덕후는 비닐을 뜯지 않는다더라!!!
딸들이 엥?😒😬
바람돌이님이 분명 그 날, 페이퍼에 적어 놓았었다.
비닐은 뜯지 않고, 책을 모셔 두는 게 진정한 덕후라더라~라고!
딸들에겐 먹힐리 없는 무늬만 덕후!
비닐 막 뜯고, 가위바위보 해서 1 권 누가 먼저 읽나? 순번 정했다.
큰 딸이 1 번이다. 막내 딸이 3 번이지만 내가 딸에게 2 번을 양보했다. 나는 늘 멋진 엄마구먼? 혼자 셀프칭찬 한다만,
난 그게 아니라, <여성,인종,계급> 책 빨리 읽기 바빠서...
슬램 덩크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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