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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다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97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1년 7월
평점 :
이수지 그림책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 서 너 달 전이었다.
난티나무님의 서재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작가님의 그림체가 독특하여 눈에 띄었었고,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고 싶었었다.
그림책을 읽던 우리집 아이들은 어느새 너무 많이 자라 있어,
서서히 서서히 책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기억의 집님과 희망으로님 두 분이 그림책 캐릭터 인형을 곱게 손바느질로 꿰매어 보여 주시고, 그림책 인형 서점 이야기를 들려 주시며, 그림책 이야기도 주섬주섬 풀어 주신다.
링크된 옛 그림책들 표지만 보아도 순간 잊고 있었던 옛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놓쳤던 무언가를 이제사 깨달은 듯, 순간 멍해질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손을 떼게 되었네요?‘
란 말은 나의 변명이었고, 핑계였다.
그저 내 머리와 마음이 멀어진 탓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올 해 세운 나의 계획 중 하나가 그림책을 한 권씩 사서 읽자!! 아이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용이 아닌 나를 위해서 사자!!
내가 좋아서 내가 선택하는 그림책!!
덤으로 청소녀 딸들과 어린 성인이 된 아들이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보지 않는데도 신경쓰지 말자, 이제부터 그림책은 나의 책장에 꽂힐테니까..다짐하고, 몇 년만에 구입한 첫 그림책이 백희나 작가님의 <연이와 버들 도령>이었고, 이번 책이 두번 째 책이었다.
한 두 달에 한 권씩 구입하려니 그림책 선정에 절로 신중을 기하게 된다. 난티나무님의 서재에서 일단 눈도장을 찍고, 작가의 책들을 살펴보니 <여름이 온다> 이 책이 또 눈에 띄었다.
요즘 개인적으로 넋 놓고 빠져 있는 귀염둥이 알라디너님이 계신데, 그 분은 이수지 작가님 그림 전시회에 다녀온 후, 반하여 작가님 그림책을 구입하셨다는 현 초등학생 신분의 유니님의 리뷰가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되었고, 그리고 잘잘라님의 리뷰는 너무도 뭉클하였다.
이건 구입해야만 하는 그림책이구나!! 하여 구입했더니 며칠 뒤 들려온 큰 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은 절로 어깨가 올라갔다.
이 책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을 보면서 오로지 아이들 본인이 상상하여 그 힘으로 즐겨야 하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 읽어 주는 부모들이 상당히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의 상상력이 빛을 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아들 같은 경우는 선경험이 있어야 관련된 그림책을 즐겼고, 딸들 같은 경우는 그림책을 읽은 후, 그 스토리를 기억하여 모방하는 경험을 즐겼던 듯하다.
‘여름이 온다‘ 이 책은 한여름 작가님의 아이들이 주택 마당 한가운데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모습을 보고서 만든 그림책이라고 소개하였다. 한여름 아이를 여럿 둔 한 가족이 물풍선 놀이도 즐기고, 막내 꼬마 아이가 호스를 이용하여 가족들에게 물을 뿌려 한바탕 웃음이 들려 온다. 옆에 있는 강아지도 좋아서 춤을 출 지경으로 너무나도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은 독후활동 놀이로 즐기기에 충분한 책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여름이 와도, 야외 물놀이 활동을 그림책만큼 흥겹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만약 작년 여름, 물놀이 경험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 즐거움을 상상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충분치 못했다면 올 여름에 책처럼 시도해봄직도 하다.
책은 비발디의 사계 ‘여름‘의 음악을 틀어 놓고 그림책을 본다면 1부에 해당하는 1악장-‘너무 빠르지 않게‘ 편에선 가족들의 즐거운 물놀이를 하는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진다.
2부에 해당하는 2악장- ‘느리게-빠르게‘ 편에선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며 곧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물놀이를 실컷 하여 에너지가 방전된 가족들이 땅에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 보며 구름의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자이저 아기 막내는 여전히 호스를 가지고 혼자 놀면서 무지개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옆을 지켜주는 강아지가 물을 털어내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3부에 해당하는 3악장- ‘빠르게‘ 편은 하이라이트인 듯하다.
불안하게 빠른 속도로 울려퍼지는 바이올린 소리처럼 날씨는 곤두박질치듯 변하여 폭풍우가 몰아치고, 우산도 뒤집혀 날려 버린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가족들은 즐겁게 웃고 있어 인상적이다. 하지만 번개가 치는 장면에선 가족들은 역시나 깜짝 놀란다. 번개라는 것은 역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조차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존재니까!!!
하지만 가족이 함께 있어 그런지 우는 아이가 없다.
강아지까지 챙겨서 함께 극복하려는 가족!!!
감동적이다.
폭풍우 휘몰아치듯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연주와 함께 표현된 그림들은 긴장감의 최고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림책의 마무리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듯한 안정감을 준다.
비가 그친 풍경은 언제봐도 평화롭기 때문일 것이다.
색종이의 탁한 원색감과 아크릴 물감의 밝은 농도 조절감이 자연스러워, 둘은 신기하게도 묘하게 잘 어울려서 더욱 입체감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의 탁월한 예술적 능력치일 것이다. 그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더욱 놀랍고, 자랑스럽다.
비발디의 사계 중 특히 ‘여름‘ 음악은 개인적으로 좀 암울하고 불안한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마도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되기에 좀 더 그립고, 슬픈 감정으로 박혀 있었을 것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문득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었는데, 그림책 풍경처럼 가족들이 함께 물을 뿌려가며 깔깔거렸던 장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강아지도 키우지도 않았건만 왜 어린 시절이 갑자기 떠오르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더운 여름 날, 엄마가 빨간 고무대야에 낮동안 물을 받아 놓아 물이 따뜻해지면 동생들이랑 함께 고무대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게 하셨던 옛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비발디의 사계 여름 음악이 절로 감정을 증폭시키니, 정말 그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의 여배우처럼 슬프고 그리운 감정처럼 몰아가는 듯한데, 순간 잘잘라님의 리뷰글 감정에 절로 공감되었다.
지금은 그림책을 읽고 나니 책에 등장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폭풍이 몰아치며 잠깐 내린 소나기에도 함께 두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며, 물놀이하는 행복한 그림들이 슬펐던 감정들을 몰아내고, 즐거운 감정으로 바꾸어 놓은 듯 하다.
사계를 들으면 이젠 ‘여름이 온다‘ 그림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를 듯하다.
그래서 그림책이 주는 여운이 묘하다.
그림책은 읽는 연령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동이 다름을
이번에 느꼈다.
묘하고 묘해서 더 읽어 나가고 싶다.
다큰 어른들에게도 쓰다듬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읽어보고 조카 주려고 산 그림책이건만,
이 책도 내가 소장해야할 것 같은 그림책이다.
※ 사진은 1악장의 생동감 넘치는 가족들의 즐거운 물놀이편과
3악장의 비가 그친 뒤의 마지막 평온한 풍경부분을 찍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