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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가족의 의미,
부모와 자식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가슴 뭉클한 소설이다.
아이의 손을 놓지 않고, 꽉 잡으며 인생을 함께 걸어가 주는 것!
그 이상의 부모역할은 더욱, 없을 것이다.
-엄마도 네가 이렇게 지내는 걸 원하지는 알았을 거다. -엄만 제가 정상적으로 살길 원하셨어요.그게 무슨 뜻인지 가끔 헷갈리긴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평범........ 내가 중얼거렸다.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남들과 같은 것.굴곡 없이 흔한 것.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졸업해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도 가고,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얻고 맘에 드는 여자와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런 것. 튀지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곤이가 쳇,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또 묻는다. -어디가 닮았는데? 이번엔 정면으로 쏘아본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아줌마의 얼굴을 곤이의 얼굴 위에 겹쳤다. -눈, 얼굴 윤곽, 웃을 때 표정, 눈꼬리가 길어지면서 입가에 작은 보조개가 파이는 거. -씨발....... 곤이가 고갤 돌렸다. - 근데 널 보고 나라고 생각한 거잖아. -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 네 얼굴에서 자기랑 닮은 곳을 찾으려고 했을 거 아냐. -나한테 했던 말은 너한테 하는 말이었어. - 마지막엔, 마지막에는 뭐라고 했냐.. - 마지막엔 날 안아 주셨어, 꽉. 곤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간신히 속삭이듯 내뱉었다. - 따뜻했냐, 그 품이. -응. 많이. 솟아 올라 굳어 있던 곤이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듯 그 애의 얼굴이 쭈글쭈글해졌다. 그얼굴은 천천히 아래로 향했고 이어서 무릎이 툭 꺾였다. 고개를 푹 숙인 몸이 들썩였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 애는 울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곤이를 내려다보았다. 쓸데없이 키가 커진 느낌이었다.
어딘가를 걸을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가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어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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