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가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입원하셨다. 그런데 입원전의 사건. 일주일에 두번 투석을 받으러 가시는데, 담당의사가 속된 표현으로 정말 ㅆㄱㅈ가 없다. 나도 두어번 당해봤는데 사람을 개무시하듯 대하고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일부러 골라 말하는 듯 하고 그런데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형편없는 의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담당의를 ㅆㄱㅈ라고 부른다.
그런데 엊그제, 병원에서 할 일 없으니 투석도 못해주고 그냥 집에 가라고 했단다. 그 자리에서 언니가 대놓고 욕을 해버렸다고 들었다. '너같은 년이 사람 살리는 의사야?' 어쩌구저쩌구...... 언니가 두어번 소리지르고 그 다음엔 '내가 환자들 앞에서, 조용히해야되는 병원에서 무식한년처럼 소리지르고 이래야 되겠냐'면서 막 머라 했다는데, 나는 그 현장에 없었으니.
어머니 말로는 의사가 주먹 꼭 쥐고 바들바들 떨다가 나중에는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하고 사과하면서 자기도 잘 할테니, 가족들도 잘 하라고 얘기했다는데...앞으로 태도가 달라질라나?
언니 친구가 둘 병문안 왔는데, 다 그런얘길 해줬다. 원래 의사들, 짐 싸들고 집에 가라고 해버린다고한다. 언니 친구도 그렇게 해서 퇴원수속까지 의사가 다 해버렸는데 끝까지 버텼고, 아버지는 지금 재활치료 받으면서 잘 지내신다고 하니... 참말로 뭐라 할 말이 없다.
종합병원 의사들이 하는 일에 비해 박봉이라 다들 개인의 개업하길 원하고,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그 ㅆㄱㅈ 의사는 투석실에 있을때도 자기방에 앉아서 나와보지도 않고, 환자가족들에게도 모멸감 주는 걸 서슴치않는데다가 원래 투석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도 많이하니까 조심해야한다는데, 오히려 지가 환자들을 무시하고 다니고 있다. 사실 머리 좀 좋고, 피같은 걸 봐도 아무렇지 않을만큼 비위가 좋아서 의사질을 하면서 돈 좀 잘 버는 직업을 가진 것 말고는 인간적으로 인간대접 해주고 싶지않은 부류다.
2.
성당 행사가 있었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하기싫은거 안하고, 책임맡은거 대충 해버리고 말고.... 행사가 있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내가 애들 챙기기에도 바쁜데 교리교사들까지 챙기려하니 미쳐돌아버릴지경이다.
3.
성당에 중고등부 밴드부가 있다. 중고등부 학생들이라 지들이 할일을 알아서 잘 하길래 그닥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늘 행사 점심시간 직후에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준비를 하면서 7명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마이크가 두 개 뿐이라 본부석에 마이크를 빌려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났다. - 백퍼센트 애들이 잘못했다고해도 그렇지, 어른이 애들상대로 싸움질하면 그게 어른이냐.
이미 상황이 벌어진 상태에서 들은 얘기라 자초지종을 모르겠지만, 일단 마이크가 필요해 학생회장을 데리고 같이 가서 마이크 얘기를 하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누군가가 '학생들이 마이크가 더 필요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준비를 했어야지'라고 한다. 젠장.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준비하라고? 애들이 마이크를 빌려올 곳이 성당 본부석 시설분과 말고 어딨냐고. 정말 어른들이 생각없이 지들 편한대로 말을 내뱉으니 애들이 상처받지.
나도 어이없어 죽겠는데, 여자애들 말을 들으보니 그 무식한 사십대 몇몇 아저씨가 애들에게 쌍욕까지 했다고 한다. 애들은 자기들이 왜 그런 욕까지 들으면서 성당에서 노래부르냐고 화내고있고, 남자애를 겨우 달래고 있는데, 전혀 상관없이 지켜보던 사십대 하나 - 한 명,이라고 셀 가치도 없어보여 - 애한테 붙자고 욕하면서 달려든다. 정말 미친놈아냐?
그때 옆에 성당 총무가 있어서 그 남자 붙잡고 마구 욕하면서 데리고 갔으니 다행이지, 성당행사하면서 애하고 어른이 싸움날뻔했다.
내가 애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런 것 뿐이었어. 참자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도 있는데 그런 사람하고 똑같은 사람이 되면 안되니까 우리가 무시해주고 말자고. 상대할 가치가 없는 어른때문에 우리가 욕먹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자기 감정을 꾹꾹 눌러참는 모습을 이미 봐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애들에게 뭐라 해 줄 말은 없었다.
내 성질머리도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정말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더 형편없는 것들이 세상에 참 많구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어버린 며칠이었어.
그래도 아버지는 오늘 사람도 다 알아보고, 말씀도 하시고 많이 좋아지셨고,
아이들은 밴드 공연 잘 끝내고, 중고등부 아이들만 따로 퀴즈풀이 하면서 즐겁게 시간 보내고 선물받고 좋아라 해줘서 프로그램을 준비한 나도 결과가 좋은 것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때문에 피곤하고 더 지친 날들이었지만, 아이들이 이쁘게 웃어줘서 힘이 나고 좋은 날이었어.
짧게 한마디,를 할 생각이었는데 벌써 이십여분도 더 지나버렸잖아. 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