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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 마당과 다락방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며 쓴 그림 에세이
센레 비지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였고 그렇게 단독주택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되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놓고 있다.
저자와 달리 나는, 아니 비교를 할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아파트 생활을 해 본적이 없는 단독주택 생활자이니까. 솔직히 몇년전까지만해도 아파트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던.
여러가지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비슷할까, 하며 놀랍기도 하고 일종의 감탄까지 하게 되었는데, 가장 공감하며 우리집만 그런게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안심을 하게 되는 이야기는 벌레 이야기.
집에 마당이 있어서 모기도 많고 언젠가부터 집 구석에 거미가 집을 짓고 살기도 하는데 예전에 한번은 집 안에 쥐가 들어와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 부엌 옆쪽의 보일러실과 연결된 외부 공간에 조립식으로 연장해 간이부엌을 만들었는데 거기 있는 하수구 구멍을 통해 쥐가 들어온 것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끔찍하다. ㅠㅠ
나는 이미 경험을 했고 나름대로 극복을 했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어진 집에서 불편한 것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 그래도 오랫동안 단독주택 생활을 한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이다. 리모델링의 방향이나 단열의 중요성, 보온뿐 아니라 벌레가 들어오는 걸 방지할 수 있는 이중문 구조는 특히 알아두면 나중에 활용할 수 있다. - 사실 지금 집 화장실 타일이 들뜨기 시작하고 있어서 주먹으로 툭 쳐보다가 타일이 깨졌고 그 안에 시멘트벽이 그대로 보여서 건축업자에게 물어봤더니 정식으로 건축된 것이 아니라 예전에 대충 집을 빨리 짓기 위해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타일에 시멘트를 발라, 일명 떡칠을 한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렇게 대충 타일을 붙여놓은거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타일을 바꾸는 것은 임시방편이 될 뿐이라 화장실 전체를 뜯어 새로 하는 공사를 해야한다는데 견적만 몇백만원이 나왔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 도시가스가 안되는 우리 지역의 경우는 특히 더욱 더 난방비가 들고 집을 제대로 짓지 않으면 이렇게 보수공사 비용이 많이 나온다.
저자의 단독주택 생활은 오래지 않아서 그런것인지, 시멘트 지붕이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집을 짓고 몇년이 지나면 방수페인트도 칠해줘야 한다. 이 비용 역시 족히 이백만원정도 들어간다.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의 단독주택 생활에 대해 떠들다보니 중구난방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계속 불편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만 나왔는데 사실 단독주택의 강점은 아파트의 층간소음이나 방음이 안되는 것으로 인한 사생활 보호의 불편함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안된다는 것과 아주 작게라도 흙마당이 있다면 사시사철 이쁜 꽃을 볼수도 있고 여름이면 고추, 깻잎, 상추, 토마토, 가지, 오이 등등 각종 야채를 직접 길러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주는 민트까지 있고 올해는 비파열매까지 열려 정말 풍족함을 느끼게 해주는 마당이 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너무 길게 나열했지만 짧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단독주택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거나 현재 단독주택에 생활하고 있는, 혹은 생활하게 될 사람들, 그 어느 것에도 해당없이 그냥 아파트 생활이 만족스러운 사람들일지라도 단독주택 생활을 엿보고 싶다면, 아니 그저 어느 한 단독주택 생활자의 일상을 소소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줄 것이다.